토지 16 - 5부 1권 박경리 대하소설 토지 (마로니에북스) 16
박경리 지음 / 마로니에북스 / 201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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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이야기의 무대는 4부에서 보았던 만주, 서울, 진주, 평사리, 일본 등으로 서로 연결되지 않은 채 무작정 확대되는 현상을 보이는데, 이러한 분산은 5부에서도 계속됩니다.

누구에게나 일제 말기의 상황은 암담하고 절망적으로 다가옵니다. 이와 같은 현실에서 살아남는 길은 만주로 망명하거나, 적극적으로 친일을 하거나, 아니면 폐인처럼 그날그날 견디거나 하는 것뿐입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오는 참담하고 허무한 느낌은 모든 등장인물에 공통된 정서이며, 언제 올지 알 수 없이 아득한 일제의 종말을 고대하는 당시의 시대적 분위기를 전달해 주고 있습니다.


<줄거리>

홍이는 좀 예민해져있다. 물자가 부족해 운영하던 정비공장을 정리해야하고 무엇보다 자신이 죽으면 염해달라던 주갑의 소식을 몰라 애가 탄다. 4년전 송영광이 만주에 왔을 때 송관수와 화해시켜 주지 못한 것도 하나의 짐으로 남아있다. 관수는 점점 자신의 할일이 없어진 것에 예민해 하지만 실상은 아들 영광이 보고 싶어 술이 과해지고 식구들에게 주정을 한다. 관수가 목단강으로 간 후 영광이 악극단을 따라 신경으로 오자 홍이는 "이번에는 꼭"이란 심정으로 영광을 만난다. 영광은 순순히 아버지를 만나겠다고 하며 마치 어리광을 부리듯 홍이에게 많은 이야기를 하고 술이 깬 후엔 후회를 한다. 신경의 공연을 마치고 길림에서 공연을 하는데 마천일이 영광을 찾아온다. 유행하는 호열자로 송관수가 죽었다는 기별을 갖고.

선혜는 오랜 만에 명희가 원장으로 있는 유치원으로 찾아 가 안부를 물으며 한담을 나눈다. 조용하가 죽고 그 유산 문제로 또 한 번 시끄러울 때 조찬하는 단호히 형의 유산을 거부하며 명희에게 적잖은 유산이 돌아가게 해주었다. 명희는 조용하가 죽은 후 5년 만에 통영의 구석진 곳에서 나와 서울로 돌아왔다. 명희가 선혜와 더불어 시국 이야기를 나누며 곧 권 선생과 강원도 산골로 들어가야하는 선혜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고 있는데 무용가 배설자가 들어온다. 선혜는 배설자의 교활함을 잘 알고 있던 터라 명희에게 교분을 짓지말라 충고한다. 배설자는 선혜와 한바탕 입씨름을 한 후 돌아간다. 선혜가 돌아간 후 명희는 양현과 함께 혜숙의 양장점에 들른다. 환국의 집 근처에서 양장점을 운영하는 혜숙을 양현과 다른 식구들은 환국의 친구 미망인으로 알고 있다. 영광은 혜숙에게는 죽은 사람과 다름 없으니 틀린 말이 아니랄 수도 있겠다. 재영(환국의 아들)의 첫돌이라 환국의 집에는 손님들이 여럿 와 있다. 환국은 황태수의 막내딸인 덕희와 혼인했다. 덕희는 막내딸답게 사랑을 독점하려는 욕심이 있다. 그래서 피도 섞이지 않은 양현에게 식구들의 사랑이 쏠리는 것을 못참아 한다. 여의전에 다니고 있는 양현을 서희는 두 아들 못지 않게, 아니 아들들보다 더 사랑하였으며 그런 시어머니의 사랑을 시샘한다. 사랑방에는 길상과 황태수, 서의돈, 임명빈이 술상을 마주하고 앉았으나 분위기는 침울하다. 시국은 나날이 어두워지고 일본의 침몰에 조선 민족이 얼마나 희생될지는 아직 아무도 모른다. 길상은 관수의 죽음으로 더욱 침울해져 있으며 자신이 지리산 골짜기도 만주 벌판도 아닌 서울의 넓은 집에 앉아 있는 처지가 뼈아픈 것이다.

관수의 유해를 안고 진주로 들어선 영광과 영선네를 이제는 시내 남강여관의 주인이 된 장연학이 맞이한다. 연학은 관수의 유해 앞에 향을 사르고 뜨겁게 운다. 진주에서 도솔암으로 간 영광 모자는 다시 강쇠네 집으로 간다. 그곳에서 비로소 강쇠 내외와 영선네는 사돈으로 대면하며 인사를 나누고 연락을 받은 영선과 김휘도 달려와 눈물을 흘린다. 다음 날 유해는 도솔암을 떠나 강가로 가고 도솔암의 주지가 된 소지감이 독경을 하는 가운데 영광과 휘는 나룻배에 앉아 유골을 강물에 뿌린다. 휘는 침묵으로 그 자리를 지켰으며 영광은 뱃바닥을 두들기며 통곡했다. 도솔암으로 돌아 온 일행에게 영광은 부친이 홍이에게 쓴 유서를 꺼내 보이고 강쇠는 길상에게도 보이라며 다시 영광에게 돌려준다. 영선네는 당분간 도솔암에 머물기로 하고 영광은 환국에게 가기 위해 강을 따라 걷는다. 영광이 바위에 앉아 시름에 젖어 있는데 양현이 조용히 나타나 미처 영광을 보지 못한 채 쓸쓸히 가져 온 꽃다발을 강물에 던지고 소리 없이 운다. 뜻밖의 상황에 영광이 숨을 죽이고 있는데 얼굴을 오랫동안 씻은 양현이 돌아서서 영광을 보더니 급히 스쳐 지난다. 영광은 마치 환상을 본 것처럼 어리둥절해 있다가 환국의 집으로 들어서는데 그곳에 양현이 윤국과 함께 있어 당황한다. 환국은 영광을 반갑게 맞이하고 둘은 다음 날 등산하러 간다며 산으로 간다. 윤국과 양현은 이 부사댁으로 간다. 그동안 이 부사댁의 요청으로 양현은 호적을 옮겨 최양현에서 이양현이 되었는데 양현을 끔찍이 사랑하는 서희의 행동으로는 뜻밖이라 환구과 윤국은 의아해했다. 이 부사댁에는 둘째 아들 민우가 방학이라 돌아와 있었고, 윤국을 보자마자 함께 나가자하여 나갔고, 박씨 부인은 양현을 따뜻이 맞이한다

통영에는 영선과 숙이가 이웃하고 살았는데 서로 사이가 좋았다. 그러나 영호는 휘를 얕잡아봤고, 그래서 그런지 남자들은 그저 인사나 나눌 정도였다. 어느 날 한복이 다니러 왔다가 영선을 알아보고 영호도 영선이 송관수의 딸이란 걸 알고는 한결 다정하게 군다. 조병수에게 소목일을 배운 휘는 병수가 부친 조준구의 시중을 들면서 독립시켜 준 가게에서 일을 하고 있다. 조준구는 쇠전 한 푼까지 다 털어먹은 뒤 병수에게 몸을 의지했는데 일 년동안 호의호식, 보약이다 뭐다 챙겨 먹으며 아들 살림을 뿌리째 뽑으려 들었고, 병수에게는 불구를 조롱하며 잔인하게 굴었다. 그후 조준구는 중풍으로 쓰러져 하반신이 마비되었는데 한층 잔혹해지고 광란스러워 별의별 요구가 많아 조병수는 하루도 편한 날을 보내지 못하고 있다. 휘는 이런 스승이 안쓰러워 찾아가서는 산에나 좀 다녀오시라든가, 경주를 함께 다녀오자며 위로하지만 병수는 부친의 병 때문에 움직일 수 없다고 거절하고 있다. 한편 몽치는 그동안 산에서 내려와 배를 탔는데 어쩌다 통영에 내리면 누이 숙이한테는 인사만 할 뿐 산에서 함께 자란 휘의 집에서 묵곤하여 숙의 애를 태운다. 몽치는 어렴풋이 영호가 처음 자신을 봤을 때 괄시하던 기억을 잊지 못한 것이다. 해도사가 왔다는 전갈을 받고 몽치는 휘의 집에 간다. 해도사가 한복이 권하더라며 혼인말을 꺼내자 몽치는 선주가 되기 전까지는 장가를 들지 않겠다고 잘라 말한다. 조병수 집에서 술상을 받던 해도사와 소지감은 조준구의 고함 소리에 놀란다. 해도사는 조준구의 행패를 듣고는 겁을 좀 주어서 집안을 조용하게 해주려고 조준구에게 자신을 도사라 칭하고 몇 마디 나눈다. 그러다보니 조준구가 미워지기보다는 떠날 길을 생각하지 않는 -구제받지 못하는 자에 대한- 측은함과 슬픔이 밀려들어 조용히 방을 나온다. 숙이는 배 타러 나가는 몽치를 붙들어 옷 한 벌을 갈아입혀준다. 그동안 자신이 돌봐주지 못했던 세월이 서럽고 원망스러웠는데 옷 한 벌이나마 새로 입혀주고 나니 조금은 마음이 흡족하다. 몽치는 몽치대로 얼른 돈을 벌어 어장애비가 되면 누나가 기펴고 살겠지라고 생각하며 주먹을 쥔다.

진주에서 하동으로 가기 위해 자동차를 탄 서희는 안자로부터 박효영 의사가 자살했다는 말을 듣고 충격을 받는다. 서희가 눈물까지 흘리자 안자도 놀라고, 서희는 평사리로 가는 대신 이 부사댁으로 간다. 박씨 부인은 늘 그렇듯이 의연하게 서희를 맞이하고 양현의 혼사에 관여하겠다는 뜻을 내비친다. 이 부사댁을 나온 서희는 자동차를 보내고 나룻배를 타고 평사리로 간다. 서희가 마을 길로 들어섰을 때 성환 할머니가 늙은 몸을 일으켜 서희를 부르는데 우 서방의 둘째 아들 개동이가 서희와 성환 할머니 사이로 자전거를 몰아 성환 할머니를 쓰러뜨린다. 그러고는 적반하장으로 성환 할머니를 몰아세운다. 동생을 지원병으로 보내고 면 서기가 된 개동은 서희가 어쩌랴하는 심정으로 시비를 거는데 서희는 개동에게 군수에게 따지겠다하고 개동은 군수라는 말에 허둥지둥 서희와 성환 할머니에게 사죄하고 물러난다. 멀리서 이 광경을 지켜보던 마을 사람들은 시원하다며 한바탕 떠들다 흩어진다. 넘어진 성환 할머니는 건이 아범이 업어서 집에 눕히고 약을 보낸다. 성환 할머니는 을례가 데려간 남희 때문에 눈물 짓고 남편이 바람이 나서 집 나간 지가 십 년이 다 돼가는 귀남네는 풀이 죽어있다. 다음 날 아침 도솔암에 도착한 서희는 길상이 그린 관음탱화 앞에서 예배를 하고 절에 머물고 있는 영선네의 인사를 받는다. 서희는 길상과 마주 앉아 양현을 윤국과 맺어주는 것이 어떻겠느냐고 운을 떼고, 길상은 두 애들이 선택할 문제라며 한숨 쉰다. 그날밤 서희는 법당에서 잠이 들고 길상은 해도사의 산막에서 술을 마시다 그곳에서 잔다. 이튿날 서희는 길상과 숲으로 산책을 나가 박효영 의사가 죽은 이야기를 하며 어린 아이같이 운다. 울고 나서는 무안하여 그랬던지 평사리로 돌아가겠다고 하고 서희가 돌아간 다음날 환국이 절문을 들어선다. 길상은 화가인 환국에게 관음탱화 보여주기가 쑥스러워 해도사의 산막으로 피하고, 환국은 천천히 관음상을 응시하다 전신이 뜨거워지는 감동을 느낀다. 법당문을 나선 환국을 본 소지감은 아버지가 퍽 외로웠던 것 같다는 말로 자신이 관음사을 본 감상을 대신한다.

<밑줄긋기>

1장 절대적 침묵이 냉혹한 것은 당연하다. 그리고 절대적 사실에는 누구든 길들여지게 마련이다

2장 세월이 무섭다. 늙는 것보다 사람이 변하는 게 무서워

4장 야차 겉은 어매 아배에서 태어난 사람도 부처같이 어진 경우가 있더마요. 하물며 착한 부모밑의 나쁜 자식은 아마 없을 기요

5장 다만 인간만은, 조선땅에 태어난 사람들만은 날로 찌들어가고 있었다. 아니 조선땅뿐이랴. 조선 사람 뿐이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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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지 15 - 4부 3권 박경리 대하소설 토지 (마로니에북스) 15
박경리 지음 / 마로니에북스 / 201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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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일본이 중국과 러시아를 모두 집어 삼킬 기세로 대륙을 향한 침략 활동을 계속하던 1930년대가 시대적 배경입니다. 아직 '중일전쟁'(1937-1940)은 벌어지지 않았지만, 일본은 중국이 공산당에 의해 통일되어 가는 과정을 초조해 하며 만주를 차지하기 위한 '중일전쟁'을 벼르고 있고, 조선민중은 차라리 큰 전쟁이 터져 일본이 패망하기를 바라고 있습니다.

격변의 시기를 살아 내야 했던 사람들, 그들이 힘겨운 시대를 극복했고 변화를 추구한 덕에 지금 우리가 사는 세상에는 많은 것들이 개선된 것이 아닐까 생각됩니다.

이제 5권이 남았습니다. 앞으로 또 어떤 이야기가 전개될지 내심 기대됩니다.

<줄거리>

안 서방네 순이는 휘가 혼자 있는 틈을 타 원망을 하며 눈물을 흘린다. 영선이 나타나지 않았다면 사람이 드문 산속에서 봄쯤에 둘의 혼사가 이루어졌을지 모를 일이다. 안 서방댁도 짝쇠네서 혼수 이불을 꾸미며 놓친 혼사가 아까워 눈물 짓지만 그렇다고 강쇠 식구들에게 서운하다 할수는 없는 처지다. 휘의 어미는 영선이 흡족하면서도 별안간의 혼사라 아무 것도 갖추지 못하게 되어 안타깝다.

관수는 딸의 혼사가 치러진 후 강쇠와 소지감, 해도사와 함께 술상을 받지만 기분은 울적하다. 그런 관수를 보는 강쇠는 패주고 싶은 심정이고 그것은 오랜 동지에 관수에 대한 애정이다. 신랑 신부가 신방에 들었을 때 밖에서는 순이가 사라진 소동이 벌어져 영선은 불안하다. 이튿날 관수는 소리도 없이 떠나고 사라졌던 순이는 싱겁게 숯가마 안에서 발견된다. 순이네는 남사스럽다고 순이를 쥐어박지만 휘나 영선에게는 지난 밤의 소동이 상처로 남는다.

관수는 최씨 가문의 사당, 사방이 검은 휘장으로 둘러싸인 어두운 곳에서 길상과 마주한다. 이들은 일의 전모를 확인하고 마지막으로 관수는 어렵게 영광의 사진을 내놓으며 환국을 통해 찾아봐 달라고 당부한다. 삼월 삼짇날 두만이 집과 이순철의 집에 가정부에서 왔다는 사람들이 들이닥쳐 돈을 챙겨갔다. 이튿날 진주 시내는 발칵 뒤집어진다. 두만은 혹여 가정부와 내통한다는 의심을 받을까봐 돈을 찾아준다면 경찰서에 기부하겠다고 말한다. 이순철의 부친은 찾아온 인물과 정반대의 인상착의를 말해 일경을 속인다.

이평 노인이 타계하자 많은 조문객들이 찾아온다. 조문객의 주류는 두만이를 봐서 온 시장 상인들과 주류업에 종사하는 사람들이고 영팔 노인 내외와 선이의 시댁에서도 적잖은 부조금과 어물들을 가지고 시어른이 다녀갔다. 서울댁은 머리를 풀고 울다 주위 사람들의 냉대에 일찌감치 진주로 돌아가 버리고 막딸은 감싸주던 시부가 돌아가시자 아득하기만 하다. 장례가 끝나고 두만과 앉은 영만은 형에게 천년만년 일제의 식민지로 살아 갈 민족이 아니니 알아서 처신하라고 은근히 벼루던 말을 한다.

찬하는 인실이 보낸 편지를 받고 그 내용이 하도 절박해서 가슴이 철렁 내려앉는 기분으로 약속한 장소로 나간다. 인실은 오가다의 아이를 가진 상태였고, 찬하는 두 사람을 남겨두고 도망치듯 나온 통영에서의 일 때문에 자책감을 느낀다. 인실은 오가다와 연락하기를 거부하고 다만 아이를 낳은 후 자신은 떠나야하니까 아이가 있을 만한 곳을 주선해달라고 부탁한다. 공산주의자인 인실이 오가다에게 자신을 준 것은 오가다를 사랑한 것이고, 아이를 버리는 행위는 자신의 행동이 반민족적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찬하는 혹 인실이 자신의 몸을 스스로 해칠까봐 두려운 마음으로 일주일에 한 번식 인실을 찾아가면서도 아이에 대해서는 곤혹스러워한다. 찬하가 다녀간 날, 인실은 동경시내 백화점을 돌아다니다 한 우동 집에서 환국을 만난다. 환국은 임신한 인실의 모습에 놀라고, 인실은 모른 척 차갑게 나간다.

환국은 인실의 모습을 본 뒤 아무리 생각해도 정리가 되지 않아 잠을 설친다. 늘 반듯한 환국이 늦잠을 자자 주인 내외가 놀린다. 환국은 다니던 법대를 그만두고 미술공부를 하고 있다. 길상이 서희에게 권해서 환국은 수월하게 진로를 바꿀 수 있었다. 환국은 계속 영광을 찾고 있었으나 찾지 못하다가 영광의 친구인 김수봉을 만난다. 김수봉은 영광이 위급한 것을 알린다. 혜숙과 동거하던 영광이 깡패들에게 당해 병원에 입원 중인 걸 안 환국은 일을 수습한다.

인호가 시집을 가자 영호네의 일이 부쩍 늘었다. 지난 늦봄, 중매장이의 말만 믿고 통영으로 시집 보냈는데 시누이의 시집살이가 혹독하여 달아난 여자 대신 일을 시키기 위해 인호를 데려갔다는 소문이 들린다. 영호네의 마음이 편치 않지만 처지가 처지인만큼 영호네는 입을 다물고 그나마 일부종사해주길 바라는 마음이다. 밭을 매고 있는 영호네 곁으로 천일 모친이 다가와 야무 어매를 한 번 찾아가 보라고 권하다. 영호의 혼사 때문이다. 영호네는 옷을 갈아 입고 설레는 마음으로 야무네 집으로 간다. 야무가 아파서 누워 있는 집안은 조용하다. 야무 어매는 영산댁이 말하더라며 숙이를 며느리 삼을 것을 권하고, 영호네의 얼굴이 환해진다.

선우일 형제가 유인성을 찾아와 세 사람은 우이동 골짜기로 물맞이를 간다. 어쩔 수없이 인실의 안부가 오가고 인성은 당혹해한다. 인실은 오빠 인성에게 죽은 누이 장례 비용으로 생각하고 돈을 마련해달라고 했다. 인성은 얼마 간의 돈을 인실에게 주었고, 인실은 떠난 것이다. 인성이 돈을 마련해 준 것은 인실을 믿은 것이지만 인실이 오가다의 아이를 가진 것은 상상조차 할 수 없는 일이다. 세 사람은 시원한 골짜기에서 모처럼 술잔을 기울이며 만보산 사건에 대해 이야기하고, 이것은 일본이 면밀하게 짜낸 각본에 조선일보가 놀아난 것이라며 어이없어 한다. 만보산 사건은 일본이 관동대지진의 수습을 조선인 학살로 화살을 돌린 것 같이 간도에서의 중국인과 조선인의 작은 투쟁을 일본인이 조선일보에 허위정보를 흘렸고, 이 기사를 보고 분개한 사람들이 국내에 있던 중국인을 학살한 사건이다. 이것은 9월에 일어날 만주사변의 태동이 된다.

송관수는 중국인들이 본국으로 철수하던 무렵 만주로 떠났다. 해도사는 소지감에게 살던 산막일체와 몽치까지 맡기고 피아골로 떠난다. 김휘는 산월을 앞둔 영선을 두고 통영의 조병수에게 소목일을 배우러 갔다. 일진이 없는 도솔암을 향해 가던 지연은 설움에 길가에서 한바탕 통곡을 한다.

조용하는 산장 목욕탕에서 면도를 하다말고 목을 찔러 자살한다. 그의 충실한 벗이 처음 발견하고, 신문은 이 사실을 보도한다. 조용하는 죽기 전 유인실에게 간절히 위로 받기를 원했으나 인실은 이미 일본으로 떠난 뒤였고 조용하의 곁에는 아무도 없었다.

찬하의 집으로 오가다가 방문한다. 조선에 다녀온 후 오가다는 인실의 행방을 찾지 못해 병이 났다. 그리고 찬하가 자신에게 병문안을 오지 않는 것은 인실 때문에 자신에게 화가 나 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인실은 아이를 낳은 후 사라졌고, 오가다는 아무 것도 모르고 있다. 오가다가 취해 돌아간 후 찬하는 부인 노리코에게 인실의 아이를 데려다 키우겠다고 말한다. 이런 때 조용하의 죽음을 알리는 전보가 도착한다.

윤국과 양현은 낚시를 하러 나가는 길에 새댁인 숙이와 부딪힌다. 윤국은 잘 살라는 인사를 하고 걸음을 옮기는데 묘한 배신감과 아픔을 함께 느낀다. 이 모습을 지켜보던 영호는 숙이를 닥달하고 집에 와서는 손찌검까지 한다. 영호네는 영호가 숙이에게 살갑게하지 않는 것이 불안하다. 이튿날 아침에 느닷없이 영산댁이 영호네로 들어와 모두 놀라는데 더구나 몽치를 데리고 와서 숙이를 찾는다. 숙이를 시집보내고 암자로 간 영산댁은 도솔암에서 우연히 몽치를 만나 데리고 오는 길이다. 숙이는 몽치를 붙잡고 울고, 영호네는 허둥대며 점심상을 차려 영산댁을 대접한다. 몽치는 영호의 동생 광호에게 주먹질을 해 코피를 터트려놓고 태연자약, 영호에게 괄시말라는 듯 째려본다.

길상은 환국, 윤국과 양현을 데리고 이 부사댁으로 간다. 이 부사댁 억쇠는 길상을 보자 반가우면서도 어떻게 대해야할 지 몰라 허둥댄다. 시우 어머니는 길상의 방문을 받고 놀라면서도 침착하게 응대하고, 떠난 이상현에 대한 원망을 속으로 한다. 김 훈장의 유해는 양자 한경에 의해 평사리로 옮겨왔지만 이동진의 유해는 아직 그곳에 있기 때문이다. 시우 어머니는 동행한 양현이가 자신의 아들 민우와 쌍둥이 같이 닮은 것에 강한 의혹을 느끼며 길상이 양현을 데려 온 까닭을 생각한다.

홍이가 용정에 식구들을 이끌고 오자마자 공 노인은 기다렸다는 듯이 세상을 버렸다. 홍이는 공 노인의 유산으로 목재상을 차려 돈을 벌었고, 지금은 자동차 수리 공장을 하고 있다. 진주에서 화물차를 몰던 천일도 홍이가 불러서 함께 일을 한다. 홍의 서비스 공장으로 김두수가 나타나 동업을 제의한다. 김두수도 이미 기운 빠진 늑대 같이 흐물해졌다. 동업은 거절한다는 홍의 말에 김두수는 군에서 나온 폐차를 불입해주고 할당금을 받자 하고 홍이는 두고 생각해 보겠다고 미룬다. 홍이는 저녁에 송관수를 찾아가고, 관수는 영광이 섹스폰을 불며 악단을 따라다닌다고 몸져 누웠는데 김두수 이야기를 드자 기운을 차린다.

옥이는 두 딸 연우와 난우를 재촉해 동성반점으로 간다. 그곳에서 송장환은 두 딸과 같이 청요리를 먹고 옥이는 남몰래 두매를 만난다. 두매는 두 딸의 모습을 숨어서 보았다며 용정은 위험하니 연추로 거처를 옮기라 말하고는 어둠 속으로 사라진다. 옥이 가족과 헤어진 송장환은 형 영환을 찾아 가 함께 술잔을 나눈다. 형수가 집을 나가고, 새로 염씨가 들어아 형 시중을 드는데 영환은 가난해진 형에게서 비로소 육친의 정을 느낀다.

하얼빈의 중심가 허공로에서 윤회약국을 운영하고 있는 윤광오와 수앵 부부는 고급 레스토랑 흑룡에서 인실과 함께 저녁을 먹는다. 인실은 동경에서 바로 용정으로 와서 몇 달을 셋방에서 지내다가 송장환을 찾았고 거기서 동경대지진 때 보살펴 준 윤광오를 만나 심재용의 집에서 한동안 머물렀던 것이다. 수앵이 인실을 반갑게 맞이하여 식사를 하고 카바레를 가고 하는 동안 윤광오 집 객실에서는 송장환 등 몇몇 사람들이 모여 오랫동안 밀담을 나눈다. 그 자리에 정석이 있고 일흔이 된 권필응도 꼿꼿하게 앉아 있다.

임이는 봉천에서 송애와 함께 지내다가 작년 봄, 홍이에게 얻어온 돈이 바닥날 즈음 김두수의 권유로 다시 홍이 집을 찾는다. 형상이 흉흉한 임이가 집안에 들어서자 홍의 세 아이들과 보연은 놀란다. 임이는 보연의 성깔이 보통이 아님을 알고는 집에서 일이나 하고 있게 해달라고 홍이를 붙잡고 사정을 하고 홍이는 이 궁리 저 궁리를 해본다.

오가다는 신경의 토목회사에 취직해 있으면서 일본인들의 모임에 나가지만 그곳의 퇴폐적 분위기에 구토할 듯 하다. 그는 남경학살의 현장을 보고 일본인들이 천벌을 받을 민족이라고 생각한다.장고봉(조선, 소련, 만주의 국경이 마주치는 두만강 하류)에 소련군이 진격해 온 사건이 발생한 후 오가다는 여행을 결심하고 회사에 휴직계를 낸다. 머지않아 세상이 온통 전화에 뒤덮이고, 이번에 떠나지 않으면 다시는 떠날 수 없으리라는 생각에 여행을 결심한 것이다. 일본은 내리막길을 달리는 마차처럼 세계전으로 확대한 전쟁을 멈출 수 없었고 국제적으로 고립되어 있다. 결국은 부서질 마차이고 보면 이것을 짐작하고 있는 지식인들의 회의감은 쾌락을 찾고 분주히 어딘가에 몰두 할 곳을 찾아 기웃거리게 되는 것이 지금 신경에 있는 일본인들의 상황이다.

오가다는 하얼빈에서 얼핏 떠나는 마차의 손님이 인실임을 깨닫고 급히 다른 마차를 타고 달려가나 놓치고 만다. 혼자 여행 중인 그는 자신이, 일본인이 싫어져 거리에 침을 뱉는다.

<밑줄긋기>

4장 대중이란 끝없이 인내하면서 변화에 대하여 성급하고 가슴에 맺혀 있으면서도 쉬이 체념하며 망각한다

5장 인간이 죽는 건 하나의 진실이다. 그 진실 때문에 인간은 죽음의 공포에 쫓기며 간다. 하면은 그것을 극복하는 것밖에 인간은 달리 길이 없는 것이다

8장 문화란 하루 이틀에 되는 것도 하루아침에 버려지는 것도 아닌 게야. 독립이란 국토와 문화를 되찾고 지키는 것, 국토가 육신이라면 문화는 영혼인게야

9장 침략이 없었으면 독립운동도 없다. 남이 없으면 나도 없다

10장 인간이란 묘한 거야. 참말 묘하고도 신비스러워

13장 강국도 극복되어야 한다. 약소국의 참상을 씻기 위하여, 국가와 국가가 평등하기 위하여

5편

2장 누가 내일을 알 수 있으리. 수풀에 앉은 새 같은 내 민족의 앞날을 그 누가 알겠는가

3장 어쨌거나 살아남은 이들, 이들 역시 그렇다. 어찌 내일을 기약할 수 있을 것인가

5장 인류가 가끔 미치는 것 그게 전쟁이며 학살 아니겠습니까

7장 산다는 것은 위대해. 아무리 평범하게 살아도 삶 자체는 대단한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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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지 14 - 4부 2권 박경리 대하소설 토지 (마로니에북스) 14
박경리 지음 / 마로니에북스 / 201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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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부에서는 평사리, 2부에서는 간도, 3부에서는 다시 평사리(하동과 진주까지 포함)였던 것이 4부에서는 한성(서울)으로 바뀌어 있습니다.한성과 평사리(진주 포함)의 비중이 비슷한 듯 하지만 이야기의 중심이 그렇게 흐르고 있다는 의미일 것 같습니다.

지금의 우리는 8.15광복을 맞이할 것이라는 것을 알고 있지만, 그 끝을 알 수 없는 사람들은 일제강점기가 얼마나 길게 느껴졌을까요?

또, 작가가 등장인물들의 삶을 하나하나 만들어내는 것을 보면, 우리 삶 또한 모두 소중한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줄거리>

길 노인의 생일잔치에 관수를 비롯한 여럿 사람이 모여들었다. 알게 모르게 일에 연관된 사람들인데 이번에 길 노인의 생일을 일삼아 모인 까닭은 서희가 내놓은 땅 오백 섬지기의 관리 때문이다. 김환이 남긴 것도 아직 백여 마지기 남아 있는 상황에서 서희가 내놓은 땅은 분명 이들에게 큰 힘이 될 것이다. 서희의 의중을 짐작해보면 길상 때문이라고 관수는 생각한다. 여장부라 하나 서희는 길상이 이곳에 주저앉기를 바라는 것이다. 강쇠는 여럿이 모인 자리에서 관수를 나오라하여 다짜고자 팬다. 강쇠는 관수가 일을 도모하면서 낯선 사람을 끌어들인 것을 못마땅하게여겨 그런 것인데 관수는 소지감을 데려 온것은 앞으로 길상에게 필요한 인물임을 강조해 강쇠를 달랜다. 길상이 김환을 대신하여 일을 한다는 말을 들은 강쇠는 큰 기대를 건다

강쇠는 소지감과 길을 걸으며 자신이 길 노인 집에서 한 언동에 사과한다. 소지감은 개의치말라하면서 그 자신도 양반이기에 어려움이 많았음을 내비친다. 관수와 소지감과 해도사가 자리를 함께 한다. 몽치는 아비 무덤에 갔는지 보이지 않는다. 관수는 소지감에게 동학이든 무엇이든 일단은 독립을 하고 난 뒤에 이야기하자며 함께 술을 마신다. 소지감은 지연이 때문에 곤혹스러운 마음을 감추지 않는데 밖에서 몽치가 달려 와 절에서 각시가 죽었다고 외친다.

두만이는 조부의 제사를 모시고 바로 진주로 떠나지 못하고 기성네와 한방에서 잤다. 부모의 강권에 못이겨 한방에 들긴 했으나 서로 등을 돌린 채 잠든 부부였다. 두만은 기성네를 무식꾼이라 부끄러워했으며 그 자신의 과거가 기성네로 인해 벗겨지지 않는다는 피해의식에 사로잡혀 있는 듯하다. 아침 밥상을 물린 이평 노인은 두만과 영만을 앞에 두고 자신이 땅과 집을 모두 기성네 앞으로 해놓았다고 한다. 더욱 놀라운 일은 선영봉사마저 두만이와 그의 아들들이 못미더워 기성에미 사후엔 영만의 아들에게 맡긴다는 말에 두만은 이성을 잃고 만다. 말을 마친 이평 노인은 논으로 나가고 두만은 기성네를 보자 신던 구두를 벗어 두들겨 팬다. 동네 사람들이 모여들자 두만은 땅에 침을 뱉고 마을을 떠나고, 맞아서 퉁퉁 부은 며느리를 본 두만네는 아들이 부끄럽고 며느리가 불쌍해서 소리 죽여 운다.

여옥과 명희는 교회에서 나와 수예점을 다녀오다 최상기를 만난다. 두 여자는 하염없이 서로의 상념에 젖고 여옥은 이곳을 떠나 훨훨 날아다니며 전도 여행을 하고 싶어하고, 명희는 진주에 가는 대신 여수에 남기를 희망한다.

명희는 여옥의 소개로 통영에서 한참이나 더 들어가야한다는 학교에 자리를 얻어 떠나게 된다. 마침 같은 배를 최상길과 소지감이 함께 타게 되고, 의부증이 있는 최상길의 처 금홍은 명희를 경계하여 몇 마디 공격을 한다. 명희와 여옥은 연홍의 강짜를 연분없는 중생이 하는 소리거니 듣고 만다. 뱃전에 올라 탄 명희는 다시는 혼자 울지 않을 것을 다짐한다.

윤국은 한 달 후면 집으로 돌아올 아버지 때문에 마음이 들떠있다. 기쁨인지 슬픔인지 알 수없는 들뜸 속에 평사리에 혼자 나와있다. 이런 윤국 앞으로 두 통의 편지가 온다. 환국과 순철의 여동생 이순애다. 환국은 윤국의 가출 이후 윤국을 조금씩 어른 대접해준다. 순철의 여동생이 윤국에게 편지를 한 것은 뜻밖이다. 그저 동경에 있는 오빠의 거처를 모르니 환국의 주소를 가르쳐달라는 내용이지만 윤국은 여자애가 먼저 편지를 보내온 것이 못마땅해 환국의 주소만 크게 써서 부친다. 윤국은 평사리에 오면 의지하게 되는 범석을 찾아가는데 뜻밖에도 한복의 아들 영호가 먼저 와있어 얼떨결에 다시 나오고 만다. 강가에서 윤국은 자신이 왜 그 자리를 피했는지, 영호 역시 놀라는 이유는 뭔지 자문하면서 숙이를 기다린다. 윤국은 숙의 슬픔과 정갈함을 사랑하며 그러면서도 이성을 느끼지는 않는다. 숙이 역시 윤국을 피하지는 않는다. 윤국은 숙이에게 국밥 한 그릇을 강가로 갖고 오기를 청하고 숙이는 고개를 끄덕인다.

경부 구마가이가 서희를 찾아 와 길상이 앞으로 국외로 탈출하거나 불온한 일에 가담하면 큰일이 난다며 감시를 벗어나지 말아달라는 당부를 한다. 평사리에서 막 돌아온 윤국은 구마가이에게 불손하게 대하고, 구마가이는 윤국에게 살아남으려면 지혜로워져야 한다고 충고한다. 서희는 주막집 숙이에 대해 묻고 윤국은 아버지를 어머니의 자리로 끌어올리려 말고 어머님이 내려오셔야 된다고 말한다. 서희는 파랗게 질려 윤국에게 매를 든다.

고성으로 시집 간 복연이 친정으로 들어서면서 울음부터 터뜨린다. 동네로 들어서면서 귀남 어미 아비의 험담에, 성환할미의 가슴이 까맣게 탔다느니, 복연으로서는 가슴 아픈 소리만 들은 것이다. 막상 들어와보니 헛소문이 아니라는 듯 언니 순연은 제 남편 제 아들을 먼저 챙기고, 사위도 곰같은 성정이라 복연은 다시 가슴을 친다. 석이네도 그동안 동네 사람들에게는 말하지 못한 설움을 작은 딸에게 자신도 모르게 쏟아놓는다. 복연은 형부와 언니의 버릇을 고쳐주리라 마음 먹는다.

오 서방댁은 우 서방네 식구들의 횡포에 견디다 못해 범석을 찾아가 동네를 떠날 뜻을 비친다. 읍내에 갔다 온 범석에게 한경은 만주에 묻힌 김 훈장의 유해를 이장할 뜻을 전하고 범석은 부친의 뜻에 따르겠다고 한다. 산청댁과 범석은 오 서방댁에게 한복을 보면서 그낭 평사리에 남으라 권하고, 오 서방댁은 조금 위안을 얻어 범석의 집을 나오지만 곧 남들의 위로가 아무것도 아님을 깨닫고 강가를 헤맨다. 이때 오 서방댁의 귓가에 사람의 신음소리가 들려오고, 그가 야무임을 알고는 급히 야무네로 달려간다. 동생 딱쇠가 형을 업고 집으로 돌아온다.

조용하는 유인실을 자신의 사무실로 부른다. 며칠 전 유인실의 학생 가운데 하나가 조용하의 방적공장에서 다쳤는데 제대로 보상이 이뤄지지 않아 유인실이 조용하 앞으로 편지를 보낸 것이다. 인실은 여옥에게서 명희의 소식을 상세히 듣고 있다. 조용하는 인실을 보자 다이아몬드 같은 값진 것을 느끼고 흥미로워한다. 인실은 집에 와 있을 오가다를 생각하고 급히 집으로 돌아간다. 조용하는 인실이 떠나자 요즘 자신의 뜻대로 되는 일이 없음을 알고 신경질적으로 제문식과 산장으로 떠난다. 제문식은 대학친구로 조용하의 속사정을 가장 잘 아는 사람이다.

찬하는 오가다를 데리고 산장을 가서 조용히 술을 마시고 있는 중이다. 용하와 제문식이 들어와 합석한다. 용하는 방금 인실을 만나고, 다시 오가다를 보게 되니 묘한 우연에 기분이 언짢다. 찬하는 형이 어딘지 모르게 독기가 빠져나갔음을 알고 쓸쓸해한다. 찬하는 제문식을 흥미로운 인물이라 평가하는 오가다에게 이십 년을 보아온 인물의 정체를 자신도 잘 알지 못한다며 그런 그가 악한이 아니냐고 중얼거린다.

인실은 오가다를 만나러 창경원에 나가려하고, 오빠 인성은 침묵으로 반대의 뜻을 전한다. 오가다는 인실을 보자 가슴이 뜨거워지고, 둘은 가장 순결한 마음이 되어 겨울 공원에 앉아 있다. 어젯밤 늦게 인성과 함께 인실의 집앞까지 온 오가다를 선우일 형제가 말렸고 오가다는 자신을 불순하게 보지말라고 소리치며 돌아갔던 것이다. 오가다는 인실을 용하의 산장으로 데려가고 찬하를 본 인실은 순순히 명희의 거처를 가르쳐준다. 인실과 오가다는 석상 같이 굳어져 같은 곳을 응시하고 있다.

영광이 집을 나간 후 강혜숙도 집을 나갔다. 혜숙의 어머니는 영광의 집에 와서 닥달하지만 영광의 어머니는 죄송하다는 말 뿐이다. 혜숙어머니는 백정 집안에는 죽어도 딸을 줄 수 없다며 엄포를 놓고 떠난다. 관수는 한복을 집에 데리고 온다. 한복은 길상이 관수와 함께 용정으로 가라고 했다고 전한다. 관수가 한복 앞에서 심란해하자 한복은 자신이 지금 하고 있는 일에 만족스럽다며 관수를 위로한다. 관수는 한복이야말로 가장 깨끗한 애국자라 말한다.

영산댁 주막에 들어 선 관수는 추운 밤바람에 떨고 있는 영선을 숙이와 자게하고 자신은 최 참판댁에 들렀다 새벽에 나타난다. 하룻밤을 같이 보낸 영선과 숙이는 서로에게 호감을 느낀다. 매운 바람을 맞으며 하염없이 아비를 따라가고 있는 영선은 영문을 몰라 속이 탄다. 마침내 도착한 곳은 해도사의 거처다. 그곳에서 몽치를 만나지만 아무도 몽치가 숙의 동생인 것은 알지못한다. 몽치는 누이 같은 영선에게 모성을 느끼며 따른다. 해도사에게 강쇠 집에 갈 것을 밝힌 뒤 부녀가 도착한 곳은 산 첩첩 오두막 강쇠의 집이다. 아비가 산속 구덩이에 밀어넣어도 따라야 할 입장인 영선은 당도한 곳이 강쇠가 사는 집인 것을 알고 남몰래 안도의 한숨을 쉰다. 강쇠와 마주 한 관수는 다짜고자 영선을 자부 삼으라 하고, 강쇠는 그러마 한다. 관수는 자식 걱정을 덜었다며 쓸쓸히 웃는다.

오가다와 찬하는 환국이 청한 대로 진주로 간다. 찬하는 명희를 만날 예정이다. 길상은 찾아 온 두 사람과 아침을 함께 하며 시국 이야기를 나누나 이미 길상은 이들과는 다른 모습이다. 그의 두드러진 용모보다 긴 세월 칼날 같은 이역의 생활과 옥중 생활에서 닦인 빛 같은 것이 함께 있는 사람을 압도하는 분위기가 있어 두 사람은 경의를 표하고 있었다. 환국은 이들에게 진주 구경을 시켜주고, 오가다는 논개와 인실을 생각하며 남모르는 한숨을 내쉰다.

인실과 오가다, 찬하는 통영의 여관에 들고 찬하는 일찍부터 잠이 든다. 인실과 오가다는 거리를 거닐고 해변을 거닐다 해저터널까지 걷는다. 인실은 열에 들떤 사람 같이 혼자서 말을 많이 하지만 결론은 오가다 당신은 우리 민족의 적인 일본인이라는 것이다. 선비와 농민의 평화롭고 예의범절을 숭상하는 나라에 일본은 끊임없이 약탈을 자행하는 무사의 나라인 것이다.

명희는 찬하가 찾아온 것에 분노와 적개심을 드러내다가 결국 흐느끼고 만다. 명희을 어떤 방법으로든 도와주려고 온 찬하는 예상외의 명희 태도에 질려 여관으로 돌아온다. 함께 술을 마신 오가다가 취해 잠이 들자 오가다의 양복 주머니에 편지를 찔러놓고 부산으로 향하면서 인실과 오가다를 두고 떠나는 것이 편하지 않다.


안 서방네 순이는 휘가 혼자 있는 틈을 타 원망을 하며 눈물을 흘린다. 영선이 나타나지 않았다면 사람이 드문 산속에서 봄쯤에 둘의 혼사가 이루어졌을지 모를 일이다. 안 서방댁도 짝쇠네서 혼수 이불을 꾸미며 놓친 혼사가 아까워 눈물 짓지만 그렇다고 강쇠 식구들에게 서운하다 할수는 없는 처지다. 휘의 어미는 영선이 흡족하면서도 별안간의 혼사라 아무 것도 갖추지 못하게 되어 안타깝다.

관수는 딸의 혼사가 치러진 후 강쇠와 소지감, 해도사와 함께 술상을 받지만 기분은 울적하다. 그런 관수를 보는 강쇠는 패주고 싶은 심정이고 그것은 오랜 동지에 관수에 대한 애정이다. 신랑 신부가 신방에 들었을 때 밖에서는 순이가 사라진 소동이 벌어져 영선은 불안하다. 이튿날 관수는 소리도 없이 떠나고 사라졌던 순이는 싱겁게 숯가마 안에서 발견된다. 순이네는 남사스럽다고 순이를 쥐어박지만 휘나 영선에게는 지난 밤의 소동이 상처로 남는다.

<밑줄긋기>

2편 6장 살아 있다는 것은 어떤 이유 구구한 변명으론 규명할 수 없는 것, 살아있다는 현실 그 자체일 뿐

8장 옛날에는 나라에 충성하고 부모한테 효행하라고 글을 가르쳤는데 요새 세상은 인륜도덕을 다 버리도 좋은께 출세하고 돈 벌라고 글을 가르치는 모앵이더라마는

9장 우리 물기 빠진 나무는 되지 말자

10장 물론 다 그렇다는 건 아니지만 인간이란 정당하지 못할 때 정당하지 못한 자리에 앉았을 때, 그 약점 때문에 더욱 더 뒤로 나자빠지는 그게 속성인지 모르지

3편 2장 자식이란 무엇인지, 애간장이 녹는 기이 그기이 자식이라

4장 사람의 생이란 길어야 칠십이다. 그것은 순간과도 같다. 얼마나 소중한 삶이냐

8장 숫자는 질이 아니다. 양이다. 양은 원래적인 것. 그러나 사람들은 원래적인 것을 조작한다

9장 사물과 생각은 끝이 없는 거니까 언어는 늘 빈곤하게 마련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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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지 13 - 4부 1권 박경리 대하소설 토지 (마로니에북스) 13
박경리 지음 / 마로니에북스 / 201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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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13권은 항일 독립운동이 조직적으로 가열되고 일본군국주의의 식민지 지배가 노골화되던 시기를 배경으로 합니다. 서울·도쿄·만주를 활동무대로 지식인들의 행적, 그리고 하동·진주·지리산·만주를 연결하여 형평사운동과 항일운동에 투신하는 크고 작은 인물들의 활약을 파노라마식으로 그려집니다.

1929년 원산 노동자 파업의 여파가 전국적인 물결로 번지면서 학생과 노동자가 주도가 되어 동맹휴업이나 동맹파업으로 번지는 상황에서 일제의 무자비한 탄압을 시작으로 진행됩니다. 전체적으로 시대상이 잘 반영은 되어 있지 않지만, 술렁대는 전국적인 파업으로 많은 학생들과 노동자들이 구금 수감되고, 농촌은 피폐해져서 도시의 부랑자로 전락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일제는 자국 내의 공산주의, 제국주의 세력을 탄압하면서 전 세계적으로 확산되는 세계적 경제 공황에서 빠져나오기 위한 노력을 지속하고, 식민지배를 확대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습니다.

<줄거리>

강쇠는 광주리를 이고지고 번화한 부산 거리로 들어 섰다. 활동 사진관 앞에서 백계 러시아인을 보고 당황하고 있는데 뒤에서 자전거가 와서 부딪힌다. 강쇠가 아프다는 소리를 할 사이도 없이 단쿠바지의 일인이 욕설을 퍼부으며 강쇠를 경찰서로 끌고 간다. 암만 변명 하고 억울하다고 해도 돌아오는 것은 주먹질이다. 며칠을 경찰서에서 시달리다 풀려난 강쇠는 숨어사는 관수를 찾아간다. 온다는 날에 오지않아 초조해하던 관수는 강쇠의 말을 듣고는 박장대소한다. 유쾌한 일은 아니었으나 우선 안도가 되는 것이고 식민지 민족의 희극인 것이다.

강쇠는 눈이 덮힌 산길을 걸으며 김환을 생각한다. 김환으로부터 물려받는 것은 전술전략이나 포부, 경륜이었으나 사람이 사는 이치가 아니라 그가 품은 평생의 한이란 생각을 하게 된다. 부산을 다녀와서 바로 노모가 세상을 버렸으며 열흘도 못 되어 열살 난 딸이 벼랑에서 떨어져 죽은 일이 강쇠에게는 응어리다.

강쇠는 울음을 걷고 해도사를 찾아간다. 해도사는 한 이 년전에 산으로 들어와 오두막을 짓고 살았는데 막역해지기로는 강쇠 모친의 장례식 때 와서 도와준 뒤 부터다. 해도사는 자신의 말로 장가를 세 번이나 들었으나 실패하고 네 번씩 장가 드는 것은 순리에 어긋난다 해서 혼자 지낸다고 했다. 강쇠는 해도사에게 넙죽 절하고 아들의 ㅅ승이 되어 달라 청하고 해도사는 웃는다.

한복은 바쁘게 마을로 걸어 들어간다. 만주에서 돌아왔는데 장 서방이 아들 영호가 시위 주모자로 붙잡혀갔다는 것이다. 막 영산댁 주막을 지나 가려는데 마을 사람들이 불러 안으로 들어 간 한복은 동네 사람들의 환대에 어리둥절하다. 봉기 노인조차 얼마나 정답게 구는지. 동네로 들어서는데 마을 아낙들과 홍이 반긴다. 남편의 생사를 모르던 영호네가 식음을 끊고 누어 있다며 역시 은근한 환대다. 남편을 본 영호네가 한바탕 마당에서 통곡을 한 후 몸을 추스려 제사모실 준비를 할 나가면서, 이제 큰 딸 인호의 혼처도 생기지 않겠냐며 기대한다. 영호가 학생운동하다가 경찰서에 붙잡혀 간 사건은 그동안 백안시 당했던 한복 일가가 진정으로 동네사람들과 화해한 결과를 낳았다.

새벽녘에 제사를 모시고 난 홍이가 한복을 찾아왔다. 한복은 공 노인이 홍이를 기다리며 산다는 이야기부터 간도의 소식을 소상히 들려준다. 그리고 석이가 무사히 그곳에 가 있음을 시인한다. 함께 가지 않겠냐는 홍의 말엔 그냥 이곳에 살고 싶다는 한복. 한복의 집을 나와 혼자 부친의 산소에 무릎을 끓고 앉아 아비 이용을 생각하며 그의 생애가 아름답다고 생각하는데 문득 월선의 환영이 나타났다가 사라진다. '답대비, 불앞에 아아 앉히 놓은 것 맨치로 늘 걱정이구마' 산소에서 내려와 한잠을 자고 난 홍이가 술상을 앞에 두고 석이네와 이야기를 나누고 있을 때 세상이 끝날 것 같은 비명이 들린다. 비명 소리는 오 서방댁이었고, 우가 집 마당 안에서는 막 우가가 오 서방을 올라타서 낫으로 찌를 기색이었고 오 서방이 필사적으로 낫 든 우가의 손을 저지하고 있는 중이었다. 홍이가 삽짝을 박차고 뛰어들어가 우가의 두 어깨를 뒤에서 감아쥐려고 하는 순간 우가의 낫에 홍이 쓰러지고 오 서방이 낫을 빼앗아 우가를 쓰러뜨린 것은 순식간의 일이었다. 홍이는 마을 사람 등에 업혀 집에 가고 우가의 주검에는 우선 거적을 씌웠다. 우 서방댁의 외침과 오 서방댁의 통곡소리가 들려오고 오 서방은 미친 사람 같이 멀거니 하늘을 보고 있다.

삼십 삼 년만에 초 하룻날 일어 난 살인 사건은 모두에게 잊혀졌던 옛일들을 떠올리게 했다. 특히 한복이 일가, 최 참판댁에는 충격을 주었지만 모두들 이 일을 입에 올리는 것을 피했다. 환구과 윤국도 그저 화롯불 앞에 마주 앉았을 뿐 입을 떼지 않고 있다. 이때 김제생이 경찰에게 쫓겨다니는 처지라며 환국을 찾아온다. 호기심을 드러 낸 윤국을 막으며 환국과 김제생은 쌍계사로 향하고 윤국은 자신이 어린애 취급 받은 것에 화를 낸다. 윤국이 강가를 걷고 있는데 울음소리가 나서 보니 영산댁 양녀 숙이가 하염없이 울고 있다. 숨어서 이 광경을 지켜보던 윤국은 놀란 숙이에게 사연을 묻고 숙이는 아비와 동생이 그리워 운다며 달아난다.

서희는 달구지에 실은 쌀을 육로로 보낸 뒤 자신은 유모와 함께 나룻배를 탄다. 무슨 까닭인지 이 부사댁을 찾아가는 것이다. 억쇠와 유월이가 놀란 것은 물론이고 시우 모친도 황망히 서희를 맞는다. 둘은 의례적인 인사를 나누고 서희는 아직 양현의 존재는 묻어둔다. 장 서방은 홍의 수술이 잘 되었음과 석이가 간도에 잘 도착하였음을 서희에게 보고한다. 서희는 쌍계사에 간 환국을 염려한다. 장 서방은 쌍계사로 가서 김제생을 도솔암으로 데려간다.

강선혜의 생일날이다. 명희가 화려한 화장을 하고 혜화동 선혜의 집에 도착하자 선혜와 여옥은 놀란다. 여옥을 배웅하기 위해 역까지 온 명희에게 여옥은 마치 절망에 빠진 모습이라는 말을 남기고 일어선다. 얼마동안 역 그릴에 우두커니 앉아 있는 명희에게 뜻밖에도 찬하가 다가와 인사를 한다.

찬하와 명희가 함께 역 바깥으로 나오자 기다리던 운전기사가 당황해 한다. 왜 혼자 왔냐고 묻는 명희에게 찬하는 아내가 임신했기 때문이라고 말하며 예전처럼 눈길을 피하는 것이 아니라 격의없이 대하는 명희가 편안하다고 느낀다. 사랑이 아니어도 간격을 좁혀 준것이 위안이 되는 것이다. 명희를 기다리던 용하는 명희가 찬하와 함께 돌아오자 그 어느 때보다 자상하게 굴지만 눈빛은 먹잇감을 앞에 두고 거리를 재어보는 짐승처럼 잔인하게 빛난다. 찬하는 따뜻한 온돌방에서 자신과 일본인의 문제를 생각하다 잠이 든다.

임명빈은 황태수가 지난 설을 앞두고 서의돈의 집에 사과 한 궤짝을 달랑 보내온 뒤부터 그 사정을 뻔히 알면서도 마음 편히 태수를 만날 수 없다. 세상 인심이 불만인 것이다. 이런 때 용하가 점심이나 하자며 차를 보내왔다. 찬하와 인사를 나눈 명빈은 서로 의기투합하여 한국인과 일본인의 정신이 서로 다름에 대해 이야기를 나눈다. 식사가 끝나자 용하는 조용하게 명희와의 이혼을 꺼내며 원인은 찬하와 명희에게 있노라 한다. 찬하는 용하를 별장으로 끌다시피 데려가서는 만약 명희와 이혼하면 자신이 명희와 결혼할 거라고 선언한다. 용하는 복수하는 심정으로 명희를 두고두고 피를 말리려는 계획을 짜는데, 돌아온 집에는 명희 대신 명희가 놓고간 이혼동의서 한 장만이 남아 있다.

영산댁은 숙이가 오고난 후 아침에 일어나기가 한결 수월해졌음을 느낀다. 혈혈단신, 고독감과 소외감을 느끼며 새벽을 맞이했는데 이젠 달라진 것이다. 영산댁은 숙이가 대견하고 만족스럽다. 숙이는 아비가 남동생을 데리고 자취를 감춘 후 영산댁 앞에서 울지는 않았지만 아비와 동생 걱정이 떠나질 않는다. 영산댁 주막에 한 떼의 사당패가 들어오는데 그중에 숙이를 아는 남자가 있다. 아버지 어릴 적 친구라는 구식이 아재를 보자 숙이는 운다. 숙이가 부엌 앞에서 울다 옷에 불이 붙어 한바탕 난리를 피운 주막 안은 다시 조용하다.

성숙은 진주에서 독창회를 열 준비를 하면서 언니와 형부에게 청중 동원을 책임지라고 한다. 서울에서 명희와 용하가 이혼을 하느니 별거를 하느니 분분한 소문 끝에 용하가 명희를 미친 듯이 찾고 있다는 소식은 성숙의 가슴을 불질렀다. 자신을 잔인하게 버린 남자가 용하였다. 언니인 홍씨 부인과 성숙은 독창회를 핑계 삼아 서희를 방문한다. 서희의 일관 된 절제 속에 횡설수설하다 두 자매가 돌아가자 서희는 남의 얘기를 즐겨 흉 보는 자매가 까마귀 같다며 접근 못하게 막으라고 한다. 강가에는 윤국이가 거지꼴로 나와있다. 그동안 집을 나와 이리저리 떠돌아다녔던 것이다. 마침 걸레를 빨러 나온 숙이가 보고 놀라서 영산댁을 불러오고 윤국은 주막으로 향한다. 젊은 시절 한 때의 방황을 접은 것이다.

소지감은 외사촌 누이를 데리고 도솔암으로 가는 길이 여간 곤혹스러운 것이 아니다. 하기서에게 못할 짓을 하는 건 아닌지 염려되기 때문이다. 하기서와 민지연은 혼약한 사이다. 결혼식을 닷새 앞두고 기서가 종적을 감춰버린 후 십 년이 지난 것이다. 그 사이 기서는 출가를 하였고 지연은 집안에 칩거하였는데 소지감의 또다른 외사촌 이범석으로부터 지리산에 하기서가 있다는 소식을 들은 지연이 소지감을 졸라 파혼의 이유라도 들어야겠다며 나선 길이다. 도솔암이 가까워지자 소지감은 괜한 짓을 했다고 자책한다.

소지감은 지연을 절 마당에 세워놓고 절 밖으로 나간다. 일진은 뜻밖에도 지연이 나타나자 자신은 잊었을 뿐, 결코 번뇌에서 벗어난 것이 아님을 깨닫는다. 지연이 법당으로 찾아와 앉는다. 일진은 지연에게 자신에게 기대하지 말라고 하고, 지연은 서울로 돌아가지 않겠다고 한다.

해도사와 소지감이 술을 마시고 잠 든 새벽, 강쇠가 어린 아이 하나를 달랑 안고 들어온다. 온통 때에 절은 아이는 해도사가 내온 끓인 밥 한 사발을 급히 먹고는 머루알 같은 눈알을 돌린다. 강쇠와 소지감은 서로 인사를 하고 다시 술상을 받는다. 소지감의 외삼촌이 양재곤 임을 안 강쇠는 다시 의기투합해 주거니받거니 술을 마시지만 막상 해도사의 거처를 나오니 뭔지 모를 미진함이 따라 붙는 것을 느낀다. 김환이 떠오른 것이다.

홍이는 병원에서 나온 후 영팔 노인의 집에 와 앉았다. 영팔 노인 내외는 홍이를 친조카려니 여기며 걱정해 좋은 반찬 하나라도 더 집어 넣어주려고 한다. 읍내에 갔다온 판술은 그곳에서 나 형사와 다투고 있는 성환 어미 모녀를 보았다고 얘기하고, 영팔 노인은 펄쩍 뛴다.

판술의 집에서 나온 홍이가 집 앞에 당도 했을 때 그곳에서 서성대는 연학을 보고 반긴다. 연학은 집으로 들어가지 않고 술집으로 홍이를 데려 간다. 홍이는 집에 무슨 일이 있음을 눈치 챈다. 이튿날 새벽, 문을 요란하게 두들긴 사람은 장이 올케였고 사정을 짐작한 홍이 조용히 장이 올케에게 사과한다. 보연이 장이를 불러 홍이와 만난 것을 추궁하며 때렸다는 것이다. 장이는 지금 친정에 와 있는 중이다. 홍이는 보연에게 장이에 대해 숨기는 것이 없으나 보상은 해주고 싶다고 말하며 장이를 불쌍하게 생각한다. 보연은 어떤 구실로든 장이를 만나지 말라고 애원한다.

남천택은 천재라 할 수 있겠다. 일어, 중국어, 영어를 자유자재로 사용할 줄 아는 그는 사람을 잘 사귀었고 누구나 그를 도와주는 것을 기쁘게 생각할만큼 상대를 편하게 만드는 요령을 터늑하고 있었다. 그는 지금 전주 갑부 전윤경과 함께 임명빈을 찾아가는 길이다. 임명빈은 후배인 이들을 반갑게 맞이해 술상을 대접한다. 남천택은 일본인과 한국인의 생활상을 비교하며 그의 세계관을 펼쳐보이는데 임명빈은 조찬하의 이야기를 떠올린다.

조용하는 명희가 자신을 버리고 친정으로 간 일을 용서할 수 없다. 어릴 적부터 그는 누구에게나 군림해야했으며 자신의 명령을 거역하거나 너무 다가오는 것, 또 너무 멀어지는 것을 견디지 못했다. 버려도 그가 버려야했으며 선택 또한 자신의 몫이었다. 자신이 택해서 신데렐라로 만들어 준 명희가 아무도 버릴 수 없는 지체와 부를 헌신짝 같이 버렸다는 사실이 조용하는 받아들일 수 없다. 몇 번이나 회유했으나 돌아오지 않는 명희 때문에 궁리하던 용하는 드디어 사람 많은 교회 앞에서 명희를 잡아 태우고는 별장으로 향하며 회심의 미소를 짓는다. 별장 안에서 용하는 다 잡은 고기인냥 명희를 이리저리 떠보다가 명희가 다시는 돌아오지 않음을 깨닫고는 거칠게 능욕을 한다. 명희는 자신이 더이상 살아갈 수 없음을 예감한다.

오가다 지로는 백부의 부름을 받고 큰댁으로 들어선다. 특별한 내색은 비치지 않았지만 백부는 오가다가 그의 딸 지에코와 결혼하기를 바라고 있었기에 오가다의 마음은 어둡다. 시종일관 백부 앞에 앉아 이야기를 듣던 오가다는 일본인들의 일등국민 운운은 열등감의 소신이라며 백부의 조선인 멸시를 반박하고 지에코와의 결혼을 거절한다. 백부는 더이상 권유하지 않고, 오가다는 지에코를 위로하고 그집을 나온다.

오랜만에 누이 유키코의 집에서 저녁을 함께 한 오가다는 누이가 아이들에게 존경받고 있음을 느낀다. 큰조카 시게루는 늦게 돌아와 지로를 반기며 어머니에게 조선인 친구 이순철과 최환국을 소개해 준다고 말한다. 유키코는 자식들에게 진실을 볼 줄 알아야 한다고 가르치는 진보적인 엄마 역할을 유능하게 해내고 있다.

명희는 낯선 곳에서 의식을 찾는다. 작정한 것은 아니지만 어제 무작정 내린 통영 바닷가 방파제에서 몸을 날린 것이다. 마침 그곳을 지나던 어부가 명희를 구해서 자신의 오두막으로 업고 왔던 것이다. 명희는 안주인이 끓여주는 미음이 맛있다고 생각하며 몸을 털고 돌아온다. 자신이 어젯밤 투신자살을 시도했다는 게 그 자신도 믿어지지 않는 일이다. 여수로 여옥을 찾아 간 명희는 그동안의 일을 털어놓으며 여옥과 밤 새워 대화를 나눈다. 명희는 자신의 삶에서 사랑이 없었음을 , 그리하여 살아가면서 창조하지 않았음을 생각하고 앞으로의 생활은 달라질 것이라 기대한다.

<밑줄긋기>

1장 희망이고 실망이고, 그런 거는 잠시잠시 왔다 가는 거 아니겄나

3장 사람이나 금수나 산천초목 그런 것이 순리대로 있어야, 그렇잖으면 명 보존하기가 어렵소

4장 현재가 견디기 어려우니 희망에 매달릴 수밖에 없고 생존을 포기할 수 없으니까 희망도 포기할 수 없는 것이다

7장 명령에 복종하는 아이, 외톨이는 언제 없어지지요? 정말 역사가 그렇게만 되풀이되는 거라면 무슨 희망이 있겠습니까?

9장 사람의 일이란 묘하다. 인간은 번번이 조물주의 능력을 대행하여 스스로를 희롱하는 경우가 있으니 말이다

15장 산 속에 피는 꽃이 다 같지 않다 해서 꽃이 아닌 것은 아니지 않소?

16장 마음이 가면 육신이 가고 육신이 사라지면 마음도 사라진다

2편 3장 시뻘건 땅에, 혹은 암벽 사이에서 비틀어지고 구부러져서 견디는 소나무, 그것은 바로 식민지 조선의 모습이 아닐까요?

4장 인간의 비극은 인류의 비극이요 민족의 비극도 인류의 비극이다. 개인이건 민족이건 생존을 저해하고 압박하는 것은 죄악이며, 근본적으로 부조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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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h William! (Paperback) - 『오, 윌리엄!』원서
엘리자베스 스트라우트 / Random House Trade / 202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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윌리엄은 루시의 첫 번째 남편으로 두 딸을 낳았습니다. 윌리엄은 결혼 생활에서 성실하지 않았고 마침내 루시는 두 딸을 데리고 그를 떠났습니다. 이것은 특히 아버지를 사랑하는 딸들에게 트라우마가 되었습니다. 결국 루시는 그들에게 꼭 필요한 남자와 다시 결혼했습니다. 그는 안정과 사랑을 제공했고 그와 루시는 매우 행복한 결혼 생활을 했습니다. 윌리엄은 학자이자 화학자이며 현재는 교수직에서 은퇴했지만 여전히 자신의 실험실을 가지고 있습니다.

윌리엄도 몇 번 재혼했고 그의 세 번째 아내와 딸이 있었습니다. 윌리엄은 자신에게 전혀 몰랐던 이복 여동생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녀는 메인에 살았습니다. 아내와 딸이 떠난 상황에서 그는 여동생을 만나러 가기로 결정했습니다. 하지만 혼자 가고 싶지 않았습니다. 그와 루시는 항상 우호적인 관계를 유지했고 그는 그녀에게 자신과 함께 가자고 요청했습니다. 이 소설의 주요 이야기는 그들의 여행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사건과 다양한 다른 등장인물에 대한 언급이 그녀의 기억을 자극하고 그녀와 윌리엄이 어떻게 만났고, 사랑에 빠졌는지, 그와의 결혼 생활은 어땠는지 자세히 설명합니다.

처음에는 글의 스타일이 다소 어색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마치 루시와 대화하는 듯한 느낌이 들었습니다. 그녀 자신과 그녀의 가족에 대한 그녀의 통찰력은 친밀하고 사려깊었고 책을 읽는 동안 그녀와의 대화를 즐기게 되었습니다. 처음에는 루시가 평범해 보이지만 책을 읽으면서 그녀가 얼마나 특별한 여성인지 깨닫게 됩니다.

오랫동안 잃어버린 여동생을 찾는 여정이 아니라 그와의 관계를 탐색하고 재정의하고 재협상하기 위한 여정을 보여줍니다. 또, 저자는 과거가 결코 진정한 과거가 아니라는 것, 트라우마의 지속적인 영향에도 불구하고 다른 사람들을 이해하려고 노력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을 말하고 있습니다.

관계의 신비를 능숙하게 풀어냅니다. 아마도 이러한 미스터리는 완전히 해결되지 않을 것입니다. 그러나 그들은 함께 살 수 있으며 그것은 이해와 수용을 향한 단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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