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순한 열정 (무선) - 문학동네 세계문학전집 99 문학동네 세계문학전집 99
아니 에르노 지음, 최정수 옮김 / 문학동네 / 201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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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없을 때 그(그녀)의 전화가 올까 봐 그가 알고 있는 일정에 한해서, 일에 관계된 어쩔 수 없는 용건을 제외하고는 가능한 한 외출하지 않은 적이 있으신가요? 행여 전화 벨 소리를 못 들을까 봐 진공 청소기나 헤어 드라이어를 사용하는 일조차 하지 않은 적이 있나요?


p11 작년 9월 이후로 나는 한 남자를 기다리는 일, 그 사람이 전화를 걸어주거나 내 집에 와주기를 바라는 일 외에는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사랑에 빠진 사람이라면 이런 경험은 한번쯤은 해본 적이 있을 것입니다. 이 소설은 1980년대 후반 매력적인 기혼 남성과의 2년 간의 연애 이야기를 담고 있습니다.

소설의 1인칭 서술자인 여자 주인공은 그를 사랑합니다. 언제나 그를 생각하고 그에게 잘 보이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입니다. 무슨 일을 하건 그 남자만을 생각하고 대화에서도 그와 관계된 화제에만 흥미를 보일 정도입니다. 그는 유부남이어서 어쩌다가만 만날 수 있었고 그나마 몇 시간만 같이 있었지만 주인공은 세심하게 준비하며 그 순간을 기다립니다.


p33 때로, 그 사람이 내 생각을 전혀 하지 않고 하루를 보내는 건 아닐까 자문해보기도 했다. 나는 존재하지도 않는다는 듯이 태연히 잠자리에서 일어나 커피를 마시고 이야기하고 웃는 그 사람의 모습이 눈앞에 보이는 듯했다. 한시도 그 사람에 대한 생각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나와의 차이 때문에 너무나 불안해졌다. 어떻게 그럴 수가 있을까.

그와 함께 있을 때는 행복했지만 떠나고 나면 다시 불안해졌고 그와의 만남을 준비하면서만 불안을 잊을 수 있었습니다. 주인공에게 일상적인 일들은 모두 무의미해졌고 아들들도 방해가 될 뿐이었습니다. 그와 만나면서 예술 취향도 달라지고 만남을 기원하며 선행을 하는 등 그는 주인공의 삶의 중심이 되었습니다. 그의 실수나 그와 함께 있다 타버린 카펫 같은 것까지 아름답게 보일 정도였습니다.


p47 내가 그 사람을 떠올리는 행위와 환각 사이에, 그리고 그 사람에 대한 나의 기억과 광기 사이에는 차이점이 전혀 없는 듯했다

주인공 여자는 그 남자 외에는 생각할 수 없었습니다. 그들이 어떻게든 그녀에게 그를 상기시키거나 그와 공통점이 있지 않는 한 다른 어떤 것 또는 다른 사람에게 관심을 찾을 수 없었습니다. 그녀는 온종일 전화기 옆에 앉아 그의 전화를 기다립니다. 그녀는 남자에게 완전히 의존하고 있으며 다른 것들은 그들의 만남 외에는 존재하지 않습니다.

그녀의 약점, 그녀의 의존, 그녀의 욕망, 그녀의 집착. 마약 중독자의 이야기를 읽는 것과 같습니다. 그녀 자신도 그것을 알고 있지만 그녀가 할 수 있는 일은 아무것도 없었습니다. 그녀는 때때로 그가 같은 감정을 느끼는지 궁금해하지만 그녀는 전혀 모릅니다.


p31 그 사람의 질투는 나에 대한 사랑의 유일한 증거라는 생각에, 나는 그 사람이 하는 말 중에서 질투의 증거로 생각되는 것은 탐욕스럽게 기억해두려고 노력했다. 그러나 오래지 않아, "크리스마스 휴가에 여행 떠날 거야?"라는 그 사람의 물음이 그저 흔한 일상적인 물음일 뿐이지 내가 누구와 스키를 타러 갈 것인지 알아보기 위해 우회적으로 하는 질문은 아니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그녀는 언제 전화가 올지 몰라서 전화를 기다리는 불안함을 포착합니다. 그리고 그가 떠난 후 그녀가 경험하는 압도적인 피로감, 곧 부재의 고통이 뒤따릅니다. 가장 중요한 것은 그녀의 기분을 결정하는 핵심 요소, 즉 연인의 부재와 존재의 구분을 반영하는 것입니다.


p59 그런데도 나는 그 사람을 끊임없이 기다리고 갈망했던 지난해 봄 그 사람을 떠날 수 없었던 것처럼, 지금도 여전히 그 사람에게서 떠나지 못하고 있다. 이 글을 쓰면서 내가 바라는 것은 아무것도 없음을 나는 알고 있다. 글에는 자신이 남겨놓고자 하는 것만 남는 법이다. 그런데도 계속해서 글을 찬찬히 읽어보니 다른 사람에게 읽힐지도 모른다는 고통을 연장시키는 것과 같다. 하지만, 내가 글을 써야 한다는 필요성을 절실하게 느끼고 있는 한, 그런 건 개의치 않는다

6개월 정도 지난 후, 주인공은 그가 다시 나타났을 때 그와 같은 방식으로 그의 사귐을 즐길 수 없을 정도로 다른 여자를 만나고 있다는 것을 확신하게 됩니다. 사실, 그녀는 그가 결국 떠나는 것을 두려워하고, 순간의 쾌락은 미래의 고통으로 물들게 됩니다. 시간이 흐르면서 그는 프랑스를 떠나 고국으로 돌아갑니다.


p74 어렸을 때 내게 사치라는 것은 모피 코트나 긴 드레스, 혹은 바닷가에 있는 저택 같은 것을 의미했다. 조금 자라서는 지성적인 삶을 사는 게 사치라고 믿었다. 지금은 생각이 다르다. 한 남자, 혹은 한 여자에게 사랑의 열정을 느끼며 사는 것이 사치가 아닐까

이 책은 삶, 사랑, 그리움, 기다림, 이별의 고뇌에 대한 화자의 생각을 주로 다루고 있습니다. 불륜을 해본 사람이나 심지어 사랑에 ​​빠진 적이 있는 사람에게도 깊이 반향을 일으킬 것이라고 확신합니다.

모든 페이지에 아름다운 문장이 있습니다. 앉은 자리에서 읽었지만 아주 천천히 읽었고 아름다운 문장들에 여운이 남았습니다.

책 제목 그대로 ‘단순한 열정’ 그 자체를 보여줍니다. 솔직하게 내면의 심리와 감정, 생각을 그대로 보여줍니다. 주인공이 남자와 어떻게 사랑에 빠지게 되었는지에 대한 자세한 설명은 없습니다. 사랑에 빠져드는 과정은 설명하지 않았지만, 사랑에 빠진 상태에 대해서는 아주 사실적으로 나열해 놓았습니다.

사실 줄거리 자체는 그다지 흥미롭지는 않았습니다. 그렇다고 절대로 불륜을 미화하지는 않습니다. 소설의 끝 부분 역자 후기에서 이 이야기가 사실이었고, 이 소설이 발표될 당시 상당히 논란을 일으켰음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럼 저자는 이 이야기를 책으로 왜 썼을까요?

육체적인 쾌락만을 위한 만남에 느껴지는 것이 논란거리가 된 것일 뿐이지, 그녀가 느낀 감정은 지극히 평범하고 아주 ‘단순한 열정’ 이었을 뿐이었습니다.

 가끔은 기다림이 집착이 되고 그 집착이 상처가 되는 관계를 보게 됩니다. 정말 사랑하는 관계라면 상처가 없는 관계가 아닐까라는 생각이 듭니다. 소설 속의 주인공들은 정말 사랑한 것일까요? 정말 사랑했다면 그 사람의 빈자리가 아름답고 지나간 순간만으로도 가슴 벅찬 따뜻함을 느껴야 하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약속시간을 알려올 그 사람의 전화 외에 다른 미래란 내게 없었다. 내가 없을 때 그의 전화가 올까봐 그가 알고 있는 일정에 한해서, 일에 관계된 어쩔 수 없는 용건을 제외하고는 가능한 한 외출을 하지 않았다. 행여 전화벨 소리를 못 들을까 진공청소기나 헤어드라이어를 사용하는 일조차 피했다.
- P13

그 사람과 사귀는 동안에는 클래식 음악을 한 번도 듣지 않았다. 오히려 대중가요가 훨씬 마음에 들었다. 예전 같으면 관심도 갖지 않았을 감상적인 곡조와 가사가 내 마음을 뒤흔들었다.
- P23

어느덧 4월이다. 이제는 아침에 잠에서 깨어나자마자 곧바로 A생각을 하지는 않는다. 친구들과 이야기를 한다거나 영화를 본다거나 외식을 하는 등 ‘일상의 작은 기쁨‘을 누려보겠다는 생각에도 거부감을 덜 느끼게 되었다. 나는 지금도 여전히 열정의 시간을 살고 있다. (잠에서 깨어나도 더이상 A생각을 하지 않는다고 공언하게 될 언젠가에 비한다면 말이다.) 그러나 그 사람이 예전처럼 그렇게 내 일상을 집요하게 차지하고 있지는 않다.
- P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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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지 7 - 2부 3권 박경리 대하소설 토지 (마로니에북스) 7
박경리 지음 / 마로니에북스 / 201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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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권은 서울과 용정을 두 곳을 주요 배경을 하며, 이 과정에서 두 공간적 배경을 이어주는 매개로 역할을 하는 것은 혜관과 기화(봉순이)입니다. 유난히도 ‘만남’이라는 요소가 많이 등장하는데 혜관의 여정에 동행하는 기화와 평사리마을 사람들의 만남이 그렇고, 강포수의 귀환(직접적 만남은 아니지만), 그리고 길상과 김두수의 대면까지 나옵니다. 거복이(김두수)가 주는 긴장감은 팽팽하여 이야기를 더욱 극적으로 만들어줍니다. 무엇보다 중심이 되는 이야기는 항일투쟁을 벌이는 이들의 다양한 모습이며 이에 맞물려 복수의 칼날을 갈고 있는 서희의 공노인을 위시한 물밑 작업입니다.

서희와 길상을 중심으로 해서 토지를 되찾으려는 큰 줄기의 얘기와 함께 또 다른 이야기들이 함께 흐르고 있습니다. 특히 기화(봉순이)의 이야기가 기억에 남습니다. 서희가 용정으로 올 때 봉순이는 조준구를 유인하느라 함께 오지 못하고, 진주에서 기화라는 이름으로 기생이 되었습니다. 그리고, 서울에서도 술을 따르는 일을 했는데, 혜관 스님과 함께 용정에 와서 서희, 길상과 만납니다. 사랑하는 남자가 모시던 사람의 남편이 되었을 때의 마음이 어땠을지 정말 안타까웠습니다.

<줄거리>

환이는 혜관을 만나 서울로 가려는 도중 최 참판댁 별당에 이른다. 별당은 쇠락하여 볼품 사납게 변해있다. 새벽에 일어난 육손이는 환이를 보고 기겁을 한다. 환이는 병수가 혼인했음을 들었다. 영산댁 주막에서 혼자 술잔을 기울이고 있는 환이를 봉기를 비롯한 마을 사람들이 몽둥이를 들고 와 덮친다.

혜관은 화엄사에서 만나기로 한 환이가 오지 않아 걱정이다. 기다리다가 진주 관수 집에서 하룻밤 묵는다. 혜관은 관수에게 석이를 공부시켜 보자고 제안한다.

환이는 마을사람들에게 몰매를 맞고 기다시피해 춘매의 오두막에 와 쓰러진다. 그나마 영산댁이 말려서 목숨이 붙어있는 것이다. 강쇠는 환이의 모습이 의외다. 강쇠 집으로 옮겨 온 환이는 심하게 앓는다.

혜관은 서울로 와서 봉순을 찾는다. 봉순은 함춘관을 운영하는 추산의 눈에 들어 상당히 좋은 대우를 받고 있다. 혜관이 봉순의 집에 가니 미리 기별을 받은 상현이 와 있다. 혜관은 두 사람에게 석이 일을 부탁한다. 봉순은 혜관이 간도에 간다는 말에 따라나서기로 작정한다.

혜관과 봉순이 찾아왔다는 전갈을 받고도 서희는 선뜻 일어나지 못한다. 길상과 혼인한 일이 서희의 권위 의식을 흔들고 있기 때문이다. 자신의 권위가 흔들리지 않는다는 자신감이 생겼을 때, 서희는 혜관과 봉순을 맞아들인다. 혜관은 오는 길에 묘향산에 들러 별당 아씨 묘를 찾아보았노라 전하고 서희는 발끈한다. 서희와 봉순은 어린 시절로 돌아가 이야기 속으로 들어가고 혜관은 월선을 찾아간다.

서희와 결혼한 길상은 쓸쓸하다. 자유를 빼앗긴듯 하기 때문이다. 이대로 주판알을 퉁기며 살아야하는지 자문해보고 돌아보는 중이다. 서희는 남편에게 공손하게 대하지만 왠지 모를 벽을 느낀다. 회령에 온 길상은 여관에서 추풍을 만나 김두수가 아편장사와 밀정을 겸한데 대한 분노를 듣는다. 여관으로 찾아온 응칠에게 혜관과 봉순이 와 있다는 소식을 들은 길상은 마음이 착찹하다.

연추에 있는 윤이병은 금녀의 소개로 학교에 나가고 있다. 김두수는 윤이병에게 금녀를 데리고 나오라 하지만 이미 금녀는 윤이병에게 정이 없어진 상태다. 윤이병은 어쩔 수 없이 김두수의 손이 닿이 않는 곳으로 떠난다.

회령에서 돌아온 길상은 집으로 가지 않고 월선의 주막에서 술을 마신다. 주막에는 집을 지을 때 날품을 팔던 사람들이 앉았다가 길상을 어색하게 대한다. 길상은 집으로 돌아가 혜관과 봉순을 만난다. 이들은 서로 옛날의 감정에 빠지지 않으려 애를 쓴다.

길상은 혜관을 모시고 김 훈장께 간다. 혜관이 김 훈장의 양자 한경의 소식을 들려 준다. 이미 두 아들을 낳아 바지런히 잘 살고 있다는 아들 소식에 김 훈장의 얼굴에 모처럼 환한 웃음이 피었다. 그동안 서희와 결혼한 길상을 못마땅하게 여긴 것은 사실이나 지금은 길상에게조차 따듯해지는 심사다.

서희는 봉순을 데리고 절에 간다. 봉순은 서희에게 왜 군자금을 도와주지 않느냐고 묻고, 서희는 고향에 가기 위해서라고 잘라 말한다. 서희의 집념은 단 한 가지. 최 참판댁의 모든 것을 되찾는 것이다.

월선은 홍이 손을 잡고 봉순과 함게 통포슬로 간다. 홍이는 봉순을 누님이라 부르며 자랑스러워 한다. 용이와 영팔 내외는 봉순을 보고 눈물을 흘린다. 임이네와 임이는 월선이 가지고 온 보따리로 시끄럽다.

통포슬에 남은 봉순은 영팔의 집에 묵으며 하루에 한두 번 용의 집에 들른다. 마침 아무도 없는 집 부엌에서 무엇을 먹던 주갑은 봉순을 보고 무안해 한다. 솥안에는 월선이 가지고 온 고기가 양념되어 들어 있다. 주갑의 말을 빌면 임이네가 고기를 감춰두고 혼자 먹는 것이 괘씸하여 고기를 다 먹고 솥을 부술 작정이라는 것이다. 봉순은 웃고 주갑도 한바탕 웃는다.

한밤중, 주갑은 식은 땀을 흘리며 방안을 맴돈다. 급체다. 용이와 영팔은 당황하여 어쩔 줄 몰라하는데 임이가 노 대인집에 와 있는 의원을 모셔온다. 의원은 침을 몇대 놓고, 급체가 가라앉은 주갑은 의원의 말을 깊이 새겨듣다가 함께 길을 나선다.

강 포수가 아들 두메를 데리고 공 노인 객주집에 나타난다. 강 포수는 두메나 자신의 과거가 드러나지 않기 위해 자신의 생명도 단축할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공 노인에게 두메를 부탁하자 공 노인은 흔쾌히 머물 곳을 알아봐주겠다고 한다. 송애는 두수에게 매달리고 두수는 송애와의 정사 중에도 윤이병의 마지막을 생각하며 금녀에 대해 이를 간다.

송영환은 부친의 장례가 끝나자 장씨를 더욱 혹독하게 다룬다. 집안은 어수선하여 차츰 한 일가가 망해가는 징조가 나타난다. 송장환은 두메 문제를 의논하러 온 공노인에게 송애가 누군가에게 이용당하고 있다고 귀뜸한다. 강가 주점에서 김두수와 송애가 함께 있는 걸 안 공 노인은 길상과 함께 가서 김두수를 붙든다.

이동진과 장인걸은 쉐리판 심의 집에 왔으나 마음이 편하지는 않다. 금녀는 교사로, 학생으로 차근히 변모해가고있다. 장인걸은 술집에서 이동진에게 고향으로 돌아가는 것이 더 애국이라고 일갈하고 이동진은 조용히 장인걸의 뺨을 친다. 자신이 사내장부임을 내세우며. 이튿날 이들은 담담한 마음으로 공 노인과 혜관을 만나 서희의 생남 소식도 듣는다.

서의돈은 기화가 소리 공부하기 위해 전주로 내려가는 것이 서운하지만 말리지는 못한다. 추산은 은근히 황태수와 기화가 인연 맺기를 가다렸는데 볼 품없는 서의돈이 기화와 관계 한 것이 못마땅한 차에 운삼의 독려로 기화를 전주로 내려보낼 작정을 한 것이다. 서의돈은 임 역관에게 공 노인을 만나 달라고 부탁한다.

공 노인은 두 번 임 역관을 만나서 일이 거진 성사된 것을 알고 호기롭게 여관으로 돌아온다. 여관에는 봉순이와 석이가 기다리고 있다. 석이는 공 노인에게 아버지 원수를 갚을 수 있게 조준구 집에서 일할 수 있게 해달라고 조른다. 공 노인은 일의 전모를 발설한 봉순을 야단친다. 서의돈은 봉순에게 함께 일본에 가자고 하고, 봉순은 함께 만주로 가자고 해보지만 실상은 둘다 이야기 일 뿐이다. 화류계의 사랑은 이렇듯 남자에게나 여자에게나 소나기 같은 것을 서로 느끼는 것이다.

조준구의 기생첩인 향심은 홍씨에게 불려가 매를 맞고 생각에 잠긴다. 조준구에게 정이 있어 첩노릇하는 것도 아니나 달리 수가 없으니 조준구가 내치지만 않는다면 굳이 나가지는 않겠다는 생각이다. 조준구가 임 역관과 공 노인의 술책에 넘어가는 것을 보면서도 나서지 않는 것은 그런 사이기 때문이다. 조준구는 공 노인의 입담에 속아 폐광을 사들일 작정이고, 공 노인은 능청스레 임 역관과 더불어 조준구를 망하게 하려고 일을 도모한다.

<밑줄긋기>

10장 도둑이라도 사람이니 죽이면 살생이요, 아니 죽여도 살생인 것이오. 도둑으로 인하여 죄없는 백성이 얼어죽고 굶어죽는다면 그 도둑을 죽이지 아니하였던 자는 도둑의 손을 빌려 백성을 살해한 것이오!

4편 2장 도대체 운명의 실꾸리를 어디다 숨겨놨기에 얽히고 설키고

8장 언젠가는 돌아가야지요

13장 사람의 인연이라는 게 도시 뭔지 알다가도 모를 일이 한두 번

15장 뉘우침 말고는 악이란 결코 용서받을 순 없는 게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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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지 6 - 2부 2권 박경리 대하소설 토지 (마로니에북스) 6
박경리 지음 / 마로니에북스 / 201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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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제강점기라면 모두가 다 독립운동을 위해서 싸워야하고 희생해야할 듯 보이지만 실상 등장인물들은 그렇지 않았습니다. 나라보다 그저 개인의 저마다의 삶 속에서 아등바등하며 살아내고 있는 것을 볼 수 있었습니다.

그 속에서도 사랑하지만 함께할 수 없는 그래서 더 아쉽고 안타깝기만 한 사랑이 있었습니다. 용이는 월선이를 위해서 홍이를 두고 떠났었죠

또, 좋아하는 여인을 가질 수 있지만, 이성과 윤리에서 갈등하는 길상의 모습도 안타까웠습니다. 그의 모습은 일제강점기 시대에서 먹고 사는 것이 중요한지 아니면, 나라를 지켜야 하는 것이 옳은지 생각하게 했습니다.

큰 사건은 없었지만, 그동안 소식이 궁금했던 환이와 기화로 이름을 바꾼 봉순이가 등장하여 다음 이야기를 기대하게 합니다.

<줄거리>

길상은 이동진에게 보낼 편지를 받아들고 송 선생을 찾는다. 송 선생 집에 권필응이 와 있기 때문이다. 윤이병은 금녀로 인해 김두수의 하수인이 되었다. 길상의 마음은 갈 바를 모르고, 회령에 가서는 옥이네를 찾는다.

주갑은 홍이를 데리고 냇가로 간다. 냇가에서 머리를 감고 목욕을 한 뒤 하얀 무명옷을 입은 주갑은 어린 홍이가 보기에도 한 마리 슬리로운 학 같다. 빨래를 마친 주갑은 목청껏 노래를 한다. 기막힌 명창이다. 이튿날 용이는 통포슬로 이사를 한다. 홍이를 월선에게 맡긴 채.

이동진과 권필응은 훈춘에 들른다. 연추에서 편지를 받았으니 용정에도 가봐야 한다. 이들은 오득술의 집에서 하룻밤 묵는다. 오득술은 청국에 귀화하였으나 제 국적을 버린 일을 불미스럽다 여겨 독립지사들에게 떳떳하지 못하다. 그러나 이들 내외는 음양으로 동포들의 편리를 봐주고 있으며 독립지사들에게도 마찬가지다. 이들은 오득술과 허묵과 함께 밤새 술판을 벌인다. 허묵은 거만한 사내로서 이동진과 시중의 일들을 논하다. 그러나 권필응에게 호되게 당하고 만다.

이동진은 용정에 와서 길상과 함께 김 훈장을 찾아간다. 가는 길에 두 사람은 뭔지 모를 벽을 느끼며 침묵으로 일관한다. 이동진은 아들 상현에게는 길상이보다 더 좋은 신랑감은 없을 것이고 단언했지만, 막상 길상을 대하고 보니 상현의 심정과 일맥 통하는 감정이 남아 있는 것이 괴롭다. 김 훈장은 이동진을 반갑게 맞이하나 이동진이 길상과 서희의 혼인 문제를 꺼내자 흥분한다. 길상이 자신에게는 다른 여자가 있다고 말하자 이동진과 김 훈장 모두 안도하는 분위기다.

서희는 길상과 둘이서 회령으로 떠난다. 몸이 아파서 병원에 간다는 서희를 길상은 어쩌지 못해 동행하지만 마음은 착찹하다. 서희는 여관에 들면서 길상에게 옥이네를 만나고 싶다고 한다.길상은 서희 곁을 떠나야지 하면서도 떠나지 못한다.

서희는 옥이네가 살고 있는 오막살이를 물어 찾아간다. 옥이네 벽에 걸려 있는 길상의 목도리를 본 서희는 길상의 슬픔을 보는 듯하다. 옥이네는 길상이 혼인하고 싶어하더라는 서희의 말을 믿지 않는다. 서희는 거리로 나와 고급 목도리를 하나 산다. 여관에는 길상이 술에 취해 서희에게 주정을 하고 서희는 울면서 목도리를 던진다. 이튿날 길상과 서희는 어색한 채 용정으로 돌아오다가 마차 사고를 당한다.

길상은 병실 의자에 앉아서 잠이 든다. 꿈에 귀마동이란 동네를 지키고 있는 노인을 만나는데 그 노인은 우관 스님이 된다. 서희는 회령의 병원에 누워있다. 서희의 간병을 위해 용정에서 월선이 온다. 월선은 길상에게 윤이병과 김두수에 관한 얘기를 한다.

회령 여관에 든 김두수와 윤이병은 훈춘에 있는 금녀를 끌어내기 위한 계책을 세운다. 윤이병은 김두수의 하수인이다. 김두수는 용정에 평사리 사람들이 살고 있는 것이 못내 불안하다. 밀정일 망정 살인죄인의 자손이 아니라 번듯한 무관의 자손이 되기를 원했던 김두수였기 때문이다. 김두수는 양 경부에게 윤이병의 자리를 부탁한다.

김두수는 윤이병의 편지를 미끼 삼아 송애를 윤이병의 하숙으로 유인한다. 김두수는 윤이병이 보낸 거라며 금반지를 내밀고, 송애가 반지를 끼는 사이 송애를 덮친다. 월선옥에 온 길상은 송애에게 윤이병을 조심하라고 이르지만 김두수에게 이미 당한 송애는 길상에게 아는 척 말라 한다. 길상은 송애가 이미 당한 것이라 짐작하고 서글퍼한다.

상현이 서울의 이 판서댁에서 기식하고 있는데 하동에서 혜관이 찾아온다. 혜관은 상현에게 간도의 소식을 조목조목 따져 묻고 상현은 생각나는 대로 들려 준다. 서희 소식을 묻자 상현은 길상과 혼인을 할 거라는 얘기는 뺀다. 상현은 혜관으로부터 봉순이 기생이 되어 진주에 있다는 말을 듣고, 진주에 한번 갈 것을 작정한다.

혜관은 산으로 가기 위해 나룻배를 탄다. 배 안에서 봉기와 농부들은 두만이가 막딸이와 서울댁을 함게 얻은 이야기를 나눈다. 두만네는 진주로 이사를 했다. 산속에 온 혜관은 환이를 만난다. 환이는 간도에서 잘 살고 있다는 서희 소식을 전해 듣는다.

환이는 억쇠와 함께 목기를 짊어지고 산청장에 간다. 대낮, 사람들이 득실거리는 장터에서 왜순사 한 명이 등에 칼이 꽂힌 채 죽는다. 혐의는 용줏골 화적떼들에게 돌아간다.

임명빈을 선생으로 황태수, 서의돈, 이상현이 일본말을 배우고 있다. 황태수가 그의 아버지 집으로 간 사이, 세 사람은 술판을 벌인다. 임명빈은 일본에도 무당이 있어 천황까지 참배하는데 우리나라 민족 고유의 것은 무엇이나 미개하다며 없애버리려는 일본의 속셈에 넘어가지 말아야 한다고 열을 낸다. 서의돈과 이상현은 곯아 떨어진 임명빈을 황태수의 사랑방에 둔 채 명빈의 누이동생 명희를 보러 간다.

상현은 집에 돌아와 있으나 새댁과의 사이는 "예의"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며칠 집에 머물더니 억쇠와 함께 진주 봉순의 집을 찾아간다. 봉순은 기생 기화가 되어 번듯한 기와집에 살고 있다. 상현을 본 봉순은 울음을 터트린다.

정한조의 아들 석이는 봉순이 집에 물을 길어주고 두만이 작은댁이 하는 식당에도 물을 길어준다. 두 모자가 부지런히 품을 팔아도 어린 누이동생들과 배불리 먹을 수 없는 고단한 살림이다. 길거리에서 관수를 만난 석이는 관수가 사 주는 국밥을 얻어 먹지만 서울댁의 괄시가 이만저만 아니다. 관수는 서울댁을 나무라고 석이에겐 저녁에 집에 오라고 이른다.

석이네는 이른 아침을 먹고 봉순이한테 간다. 석이네가 봉순이 집에 가는 날이면 아이들의 얼굴이 밝아진다. 석이네가 먹을 것을 넉넉하게 가져오기 때문이다.

관수는 석이를 데리고 구례 윤도집의 집으로 간다. 윤도집과 혜관은 석이를 마음에 둔다. 석이는 이들이 시키는 대로 하리라 작정하고 관수와 아비 묘소를 찾아가는데 배 안에서 야무네를 만난다. 야무네는 떡을 사다가 석이에게 쥐어준다.

환이와 강쇠는 죽은 인이 집에서 묵는다. 강쇠는 인이 처에게 마음이 있으나 말을 꺼내지 못한다. 환이는 별당아씨 생각에 잠을 이루지 못하고 마을 밖으로 빠져 나와 앉아 있다. 인이 처 선산댁이 따라 나와 애정을 고백한다. 환이는 매몰차게 거절하고 선산댁은 목을 맨다.

구례 윤도집의 집에 사나이들이 모여 환이를 기다리리고 있다. 그림자 같이 숨어 있던 환이를 궁금해 하던 참이다. 사나이들은 동학의 앞날과 자신들의 처신에 관해 이런 저런 의견을 나눈다.

<밑줄긋기>

9장 미움은 자꾸자꾸 피어오른다. 뭉게구름 같이 부풀어 오른다. 억울하고 괘씸하다

11장 신발이란 발에 맞아야 하고 사람의 짝도 푼수에 맞아야 하는 법인데

14장 그들은 더 깊은 고뇌를 안고 돌아가는 것이다. 흔들리는 마차 속에서 때론 절망이, 때론 희망이 교차하는 마음은 끝없이 방황하면서

4편3장 악락한 왜놈들이 노리는 게 바로 그것. 민심이 깨어지고 흩어지고 종래는 왜병들에게 협력하는 사태까지 빚어진다. 생각할 수 있는 일이지요

8장 천한 백성들은 그렇기 자파하고 살아왔다. 그러나 꿈이라고만 할 수는 없제. 세상이 한 번 바뀔 뻔했거든. 왜놈만 아니었이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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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지 5 - 2부 1권 박경리 대하소설 토지 (마로니에북스) 5
박경리 지음 / 마로니에북스 / 2012년 8월
평점 :
구판절판


2부에서는 배경이 하동 평사리에서 간도 용정촌으로 바뀝니다. 시대적상황이나 등장인물들도 바뀌었습니다. 장소가 옮겨진 만큼 새로운 인물들도 많이 등장했습니다. 그 중 한 사람, 바로 김두수라는 인물입니다. 1부에서 최치수를 살해했던 김평산의 첫째아들이죠. 집안이 풍비박산이 나고 외가로 갔지만 집을 나가버렸는데, 다시 등장했습니다. 왠지 먹구름을 몰고 올 것 같은 언짢은 기분이 듭니다.

뿐만 아니라, 간도 이민현상과 독립운동, 간도 한인사회의 삶의 모습이 자세히 묘사되어있습니다. 5권의 주된 내용은 서희와 길상의 이야기입니다. 평사리에서는 양반과 종의 신분이 서로의 마음을 가로막고 있었지만, 용정촌에서는 그런 신분제도가 무너지고 있는 모습이 간혹 보입니다. 그러나 여전히 나이는 많아도 종은 종으로 부리고 하대하는 모습은 그대로였습니다.

읽을수록 대단함을 느끼는 것은 멋진 문체와 글귀, 세세하고 구체적인 묘사였습니다. 역사적 사건 뿐만 아니라 자연에 대한 묘사, 인물의 심리적 갈등은 읽을수록 감탄을 자아내게 합니다.

<줄거리>

1911년 5월 용정촌에서 대화재가 발생한다. 서희 일행이 간도에 도착한 지 만 이태만이다. 영팔이는 통포슬 근처에서 땅을 부치고 있고 임이도 그곳으로 시집을 갔다. 월선은 삼촌인 공 노인의 도움을 받아 국밥집을 차려서 나날이 번성하나, 실은 가겟세 낼 돈도 빠듯한 지경이 된다. 임이네가 돈을 빼돌리기 때문이다. 임이네는 점차 돈에 의지하게 되고 용이나 홍이보다 돈을 더 믿는다. 용이는 이런 임이네한테 넌더리를 내고, 임이네는 이잣돈 굴리는데 궁리할 무렵 용정에 불이 나고 베개안에 감춘 돈을 다 태워버린 임이네는 죽을 듯 버둥거렸다.

서희는 불이 났는데도 와보지 않는 상현을 원망한다. 김 훈장은 서희의 처사에 불마을 나타내고 길상은 이들을 돌본다. 회영루에 마주 앉은 길상과 상현은 서희를 두고 서로 말다툼을 한다.

상현은 회영류 술집에 혼자 남아 자신의 처지를 돌아본다. 삼년을 간도와 연해주를 오갔으나 자신이 무엇을 해야할 지 명확하게 알지 못하고 있다. 이동진도 아들이 집으로 돌아가 일본으로 유학가기를 권한다. 복잡한 생각을 정리하고 있을 때 송 선생이 지나가자 불러세운다. 송 선생은 상의학교의 실질적 경영자고 상현은 그곳의 교사다. 송장환은 화재로 학교 운영이 더 어려울 것 같다며 탄식을 한다. 그러지 않아도 일본이 간도 보통학교를 지어놓고 학생을 뺏는 와중이다. 상현은 자신이 송장환과 같은 열의의 없음을 깨닫는다.

길상은 객주집에서 자다 일어난다. 꿈 속에서는 지난 시절의 사람들이 우울하게 되살아나곤 한다. 혜관 스님이 나타났다가 상현이 서희를 안고 있는 모습도 보인다.

용정에 온 서희는 윤씨 부인이 서희를 위해 농발 대신 걸쳤던 막대기 안의 금과 은으로 곡물 매매와 땅투기를 해서 부자가 되었다. 길상은 새 건물을 지을 나무를 사기 위해 회령으로 가려고 길을 나선다. 신흥평에 도착해 요기를 하던 길상은 배 고프다고 떼쓰는 옥이와 옥이 엄마를 측은하게 여긴다. 함께 동행한 응칠로부터 바느질하던 가스댁(과부)이란 말을 듣는다.

공 노인 집으로 김두수가 찾아온다. 김두수가 어쩐지 못미더운 공 노인은 쓸데없는 소리만 늘어놓아서 김두수의 화를 돋운다. 김두수는 거리에서 월선을 보지만 알아보지 못한다. 용이를 만난 김두수는 회한에 찬 술잔을 나눈다. 김두수는 한복이 형인 거복이였다.

김 훈장은 송병준의 식객으로 눌러 있다가 길상이가 얻어 준 시골 하숙집으로 자리를 옮겼다. 채소를 파는 아낙인 정호네는 뜻밖에도 범절을 차리는 집안이어서 김 훈장은 이사온 집이 몹시 마음에 든다. 특히 홍이와 같은 학교에 다니는 정호를 귀여워해서 글을 가르친다.

김두수는 용정 거리에서 그를 노리는 사람에게 쫓기다 서울댁 집으로 숨는다. 서울댁과 술상을 마주하고 앉아서 객담을 늘어놓던 김두수는 한밤이 돼서야 변장을 하고 일본인 관사로 들어간다.

새 집과 가게터가 올라가고 있다. 사람들이 길상의 존재에 대해 추측해본다. 용이는 공사가 끝나는 대로 정 목수를 따라가서 벌목일을 해볼 생각이다. 화재 소식을 들은 영팔이 용정으로 찾아온다.

송 선생은 아이들에게 역사를 가르친다. 배우는 것은 나라를 지키기 위해 싸우는 것의 준비라고 말한다. 정호는 김 훈장께 배울 때에는 배움이 도덕을 지키는 것이라 들었다며 어느 것이 맞느냐고 질문하다. 송장환은 정호에게 지식도 연장처럼 쓰기 나름이라고 일러 준다.

회령으로 온 송장환과 길상은 한 여관의 같은 방에 든다. 송장환은 상의학교로 모시고 갈 김 선생 때문에 와 있다. 밤 비가 내리던 시각, 옥이 엄마가 뜻밖에도 여관에서 시중을 들다 봉변을 당하고 송 선생이 끼어들어 참견을 한다. 송 선생과 길상은 밤새 술을 마시고 서희 이야기며 옥이 엄마 이야기를 두서없이 해 댄다.

상현이 떠나자 서희는 더위에도 수틀을 매고 열중하고 있다. 회령에서는 길상과 옥이네의 소문이 심상치 않다. 서희는 상현을 멀리하고 길상과 혼인하려 작정했는데 길상의 태도가 어딘지 달라졌음을 느낀다.

공 노인은 그동안 돌봐준 권 서방이 김두수의 거간꾼 노릇한 것을 알고 꾸짖는다. 두수는 밀정이며 조선사람끼리 뭉쳐야 살 것인데 어찌 그리했냐는 것이다. 임이네한테 가서는 서희가 말한 것이라며 새 가겟방에는 들지 못하도록 이른다.

송영환은 매일 아내 장씨를 몰아 세운다. 운흥사 중 본연과의 관계가 심상치 않다는 시중의 소문 때문이다. 송장환은 아무 영문도 모른 채 매를 맞는 형수가 딱하고, 자신의 체면을 손상시킨다며 아내를 들볶는 형 영환도 보기 딱하다. 마침 윤이병이 찾아온다. 함께 언덕에 앉아있는데 똬리를 튼 뱀을 보고 윤이병이 돌로 쳐 죽인다. 야소교인은 원수인 뱀을 죽여야 하는 의무가 있다는 것이 윤이병의 말이다. 윤이병은 찾아 온 옛 애인인 금녀를 돌려보내기 위해 노잣돈 이십 원을 송장환에게 빌리나 금녀를 돌려보내지 못하고 방학을 맞는다. 김두수는 금녀 아버지와 함께 금녀를 찾으러 윤이병의 집으로 온다.

용이는 통포슬의 영팔이 집에서 싸주는 주먹밥을 망태에 챙겨넣고 용정으로 길을 떠난다. 영팔은 용이와 함께 벌목 일도 하고 농사도 짓게 된 것이 여간 반갑지 않다. 임이와 허 서방도 용정 가는 아비를 배웅한다. 용정길을 반 정도 걸었을 때 영팔이를 찾아가는 허기진 주갑을 만나 주먹밥을 나누어준다. 용이와 주갑은 서로 뜻이 맞아 함께 용정으로 간다.

두수는 금녀를 잡아서 여관에 든다. 두수는 금녀에 대한 자신의 집착이 유별난 것이 이상하다. 여관에 든 두수는 한 마차를 탄 나그네와 같은 여관에 든 것이 이상해 경계를 한다. 밤이 되자 나그네는 두수의 방을 덮치나 이미 두수가 자리를 피한 뒤다. 대신 금녀를 인질로 끌고 가는데 금녀는 뜻밖의 행운에 기뻐한다.

금녀를 데려 간 사람은 장인걸과 정호의 삼촌 박재연이다. 이들은 바닷가에 사는 정호의 누이집으로 가나 금녀의 처지를 듣고 난감해한다. 장인걸은 금녀를 데리고 연추로 가고 두수도 뒤를 쫓는다.

홍이와 함께 훈장 하숙집을 간 월선은 김 훈장은 만나지 못하고 정호네의 따스한 마음을 느끼며 저녁을 먹고 돌아왔다. 움막에 돌아오니 임이네의 패악이 이만저만 아니다. 자신을 밥집에 들지 못하게 된 데 대한 화풀이다. 임이네는 이가 오면 측은하게 보이려고 홍이와 움막에 남았다. 월선은 다시 국밥집을 시작한다. 임이네는 홍이를 월선의 근처에도 못가게 잡아두고 세 끼니를 월선이 가져오게 한다.

주갑이와 월선의 국밥집에 간 용이는 공연한 트집을 잡으며 술상을 엎는다. 영문을 몰라하는 주갑에게 용이는 정을 떼기 위해서라고 말하며 운다. 임이네는 그동안 설움이 많았다며 용이에게 엄살을 떤다. 용이는 이곳을 떠날 거라고 한다. 길상을 찾은 용이는 길상이 옥이네에게 장가가려 한다는 말을 듣는다.

서희는 초라한 몰골로 찾아 온 용이가 주정을 부리 듯 하자 꾸짖는다. 늘 주기만 해야하는 자기 처지가 짜증스러운 것이다. 길상도 서희 곁을 떠나야하는지 어떻게 처신해야하는지 마음이 심란하다. 지씨네 집에는 기생집이 들어서는데 일꾼들은 점심값 술값이 나오지 않는다고 감독하고 다툰다.

<밑줄 긋기>

3장 앞으로 얼마나 많은 세월을 기다려야 하는지, 또 싸워야 하는지...

6장 망하는 사람이 있어야 흥하는 사람이 있고 세상이란 다 그렇고 그런 것 아니겠소?

13장 살을 찢고 뼈를 깎고 피를 말리는 고초를 겪는 한이 있어도 나는 내가 세운 원을 잊어서는 안된다

17장 누구든 조선사람이면 잘 돼야지. 밀정 놈 앞잡이 빼놓고는.

2편 4장 희망을 가진다는 것은 인간에게 있어 얼마나 큰 약점인가. 절망에서의 탈출 뒤에 온 희열이란 또 얼마나 서글픈 찰나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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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지 4 - 1부 4권 박경리 대하소설 토지 (마로니에북스) 4
박경리 지음 / 마로니에북스 / 2012년 8월
평점 :
구판절판


조준구는 최참판댁의 모든 것을 자신의 소유로 만들어갑니다. 아직 어린 서희는 조준구에 대항하여 아무 것도 할 수 없었지만, 최참판댁에 기대어 역경을 넘겼던 주민들은 조준구의 횡포를 두고 보지 않았습니다. 결국 넘을 수 없는 선을 넘었고, 마침내 서희와 함께 평사리를 떠나 간도로 향합니다. 그러나 서희를 대신해 조준구의 시선을 따돌리기로 한 봉순은 간도행을 선택하지 않고 평사리에 남습니다.

1부는 이렇게 마무리되고 이제부터는 길상과 서희의 이야기가 시작되는 것일까요? 기대가 됩니다.

<줄거리>

김 훈장은 양자 한경을 집에 데려와 성례를 시킨 후 외동딸 점아기도 며느리의 친척 집으로 시집을 보냈다. 서 서방은 마누라를 잃고 실성하여 마을로, 읍내로 밥을 구걸하러 다닌다. 어느새 마을에는 불신의 벽이 생기고, 삼수는 봉기의 딸 두리에게 마음을 품는다.

조준구는 틀어진 김 훈장을 달래려고 화해주를 나누자며 방문을 청한다. 조준구는 이미 예전 식객의 처지는 아니었으나 마을에서의 김 훈장 영향도 무시할 수 없기 때문이다. 김 훈장을 우물 안 개구리라며 은근히 조롱하면서도 잦은 서울 나들이로 시국을 소상하게 아는 조준구는 되는 대로 자신이 아는 것을 김 훈장에게 들려주곤 한다.

김 훈장은 친일 성향의 조준구와 다시는 만나지 않을 것을 다짐한다. 수동이 앓아 눕자 조준구는 집 밖으로 내치라 하고 서희가 막아선다.

조준구는 일본이 정사를 독단으로 펴고 있을 1905년 무렵, 서울 교동에 집을 마련하고 세도가 행세를 한다. 일인들이나 친일파, 명문가의 자제 등을 집으로 초대하여 지난 세월의 설움에 대한 보복심리로 주연을 베푸는 것이 조준구의 일이라면 일이다.

윤보는 서울로 일을 맡아가면서 두만이와 함께 떠난다. 농사꾼보다는 나을 거라는 두만 아비의 생각에서다. 냉기가 도는 아침 나루터에 영만이가 형을 부르며 울고 두만네도 눈물을 훌쩍인다.

칠월 백중 날, 월선이는 재를 올리기 위해 선혜사로 간다.

절은 분빈다. 월선은 재를 지내고 돌아가지 않고 절에 남는다. 김 서방댁이 전해 준 말이 머리에서 빙빙 돈다. 지난 장날에 용이가 임이네 깔진을 사주었다고 했다. 월선은 새삼스레 자신과 용이의 관계를 되짚어본다. 꿈에 월선네가 나타나 용이를 해치려 한다.

임이네는 임이 몫으로 꽃신 한 켤레를 사달라고 해서 자신이 신고 다니며 위세를 떤다. 용이가 자신을 이만큼 생각해 준다는 것을 동네 사람들에게 보이기 위한 한 편의 희극이다. 어느새 동네 사람들은 임이네를 용의 아낙으로 인정하기 시작한다. 용이는 절에 가고 없는 월선을 기다리며 밤을 새운다. 월선은 해 돋기 전에 허겁지겁 돌아온다.

병수는 글 선생 이 초시가 잠든 틈을 타서 대숲을 지나다 서희가 있는 별당을 훔쳐보며 행복해한다. 별당에서는 봉순이와 김 서방 댁이 문에 새 종이를 바르고 있다. 병수의 모습을 본 길상은 꿈도 꾸면 안 되는 일이라며 병수를 몰아세우고, 병수는 서희를 누이동생 이상으로 생각해보지 않았다며 변명을 한다. 김 서방 댁은 서울 양반들의 처사를 흉보다가 서희 방의 장롱에 농발위 없는 것을 보며 참견하지만 서희는 화를 낸다.

수동이가 죽었다. 조준구와 홍 씨는 다행이라 생각하고, 서희는 담담하지만 원한을 잊지 않겠다고 다짐한다. 간난 할멈의 사여를 기억하던 마을 사람들은 초라한 수동의 상여에 실망한다. 삼수는 우물가에서 기다리다 기어코 봉기의 딸 두리를 범하고 만다. 봉기 노인에 대한 원한 탓이다. 봉기와 두리네는 이 일을 감추기 위해 전전긍긍한다.

병수는 매 자국이 가시지 않은 삼월을 동정한다. 글 선생의 친구가 찾아와 불확실한 별당아씨의 소식을 전한 뒤 열흘을 묵은 뒤 떠났다.

김 훈장은 서울에서 을사보호조약이 체결되고 민영환, 조병세 등이 자결했다는 소식을 듣는다. 울분에 찬 김 훈장은 조준구의 사랑에 가서 군자금을 대라고 하지만 조준구는 제 살 요량으로 서울로 피신해버린다. 김 훈장은 타자 마당으로 마을 사람들을 불러 모아 을사보호조약에 대해 이야기해 주지만 중구난방이 되고 용이는 윤보 목수를 아쉬워한다.

김 훈장은 유생 몇 명을 모아 마을을 떠났다. 이 부사 댁 억쇠는 나루터에서 만난 용이에게 이동진이 왜병과 싸운 이야기를 하며 자랑스러워한다. 천석이네가 없는 고적한 집 마루에 걸터앉은 용이와 월선은 한담을 나누며 행복해한다.

서희는 공연히 봉순이에게 짜증을 낸다. 봉순은 길상에게 마음을 주지만 길상은 모른 척한다.

삼수는 두리가 혼인 날을 받았다는 말에 심술이 나서 우물터에 온 두리네의 속을 긁는다. 길상은 한복의 집에 가는 길에 삼수와 두리의 비밀을 들었으나 두리를 가엾게 여기는 마음뿐이다. 길상은 한복의 집에서 나오는 길에 낯선 거지로부터 별당아씨가 오 년 전에 병으로 죽었다는 말을 듣는다.

거지가 되어 헤매던 환이는 산골에서 옛 동학군이던 노인을 만나 한 끼를 얻어먹는다. 노인은 환이를 보고 그의 부친 김개주를 이야기하지만 환이는 부인한다.

환이는 연곡사에 도착했다. 환이를 본 혜관은 환이가 다시 떠날까 봐 제 방에 앉혀놓고 달래듯 그동안의 소식을 묻는다. 환이는 혜관으로부터 최치수의 심상치 않은 죽음과 최 참판댁 소식을 들은 뒤 우관 선사가 있는 암자로 향한다.

추운 겨울, 봉순은 설운 맘에 집을 나섰다. 출가할 때가 지났지만 신경 써주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서희는 날마다 성질만 부린다. 월선의 집으로 가는 도중에 봉순은 소리꾼 배 서방 집에 들러본다. 하지만 배 서방을 보자 주춤하며 돌아서 나온다. 월선의 집에는 맨 몸으로 쫓겨난 김 서방 댁이 떡함지를 끌고 다니다 추위를 피해 와 있다. 월선은 봉순에게 따뜻한 국밥을 먹인다.

최 참판댁 하인들은 점차 허드레 일꾼이 되어가고, 집안은 서울서 온 하인들로 북적인다. 순이는 아기 낳을 일이 걱정이고 힘든 일상으로 몸과 마음이 지친다. 삼월이는 아기를 잃고 반 정신이 나갔다. 홍 씨에게 병수와의 혼인 이야기를 들은 서희는 기절을 하고, 당사자인 병수도 이 혼인은 안 된다는 말로 홍 씨를 자극해서 집안이 어수선하다. 이런 가운데 삼월이 우는 소리에 모두들 심란하기만 하다.

삼사 년만에 평사리로 돌아온 윤보의 행색은 초라하다. 연장 망태도 없는 것이 심상치 않아 보인다. 두만이를 딸려 보냈던 두만 아비는 놀라 쫓아와보지만 두만이는 돈 벌어 내려오겠다고 한다는 말만 듣는다. 윤보는 평사리 마을의 근황을 전해 듣고 김 훈장 댁으로 간다.

돌아온 윤보는 김 훈장을 설득하고 마을의 장정들을 모은다.

삼수는 마을 사람들에게 대문을 열어주지만, 한편으론 조준구를 살려주며 배수진을 친다. 소달구지에 군자금으로 쓸 피륙과 곡식들 싣고 떠나는 일행 속에 김 훈장도 끼여있다. 두만 아비는 마을의 분위기를 눈치채고 사돈댁으로 피신을 갔다. 조준구 내외를 찾지 못한 길상은 어쩔 수 없이 떠난다.

사당 마루 밑에서 떨며 목숨을 구걸하던 조준구 내외가 날이 밝자 나와서 왜군 순사들을 불렀다. 조준구는 맨 먼저 삼수를 의병으로 몰아 죽인다. 마을에는 남은 식구들이 뿔뿔이 흩어지고, 그 와중에 한조가 억울하게 잡혀 죽는다. 서희는 날마다 홍 씨 부인에게 시달린다.

월선은 나루터에 나가서 용이 소식을 기다리는 것으로 하루를 보낸다. 임이네는 홍이를 데리고 월선의 집으로 와 눌러 산다. 월선은 두만네 집에 온 김에 서희를 찾아가 인사를 한다.

월선은 집을 팔고 간도에 갈 채비를 한다. 아무것도 모르는 임이네는 이런 월선의 행동에 거품을 물고 덤빈다. 봉순은 길상의 마음이 서희에게 있는 것을 알고는 일행에서 떨어진다.김 훈장과 이상현, 용이 가족, 영팔이 가족, 서희와 길상 등은 간도로 가는 배에 몸을 싣는다.

<밑줄 긋기>

17장 아무리 세상이 변하기로 사람의 도리만은 버릴 수 없으니

5편 2장 아무래도 나는 니 없이는 못 살긴갑다

5장 세월은 바람일까? 바람이 사람들을, 이 세상에 있는 것을 어디로 자꾸 몰고 가는 걸가?

11장 앞으로 이 나라 백성들 살기가 매우 어려워질 게야

16장 농발 대신 저기 막대기를 괴었느니라. 후일 너에게 어려움이 있을 때...만일을 위해 마련해주는 게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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