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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진기행 김승옥 소설전집 1
김승옥 지음 / 문학동네 / 200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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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승옥’의 이름은 많이 들었었습니다. 60-70년대의 소설가.

60년대의 감수성이 지금에도 와 닿는 것이 놀랍고, 그 감수성 문체, 이야기 등 무엇 하나 버릴 게 없었습니다. 그의 대표작이랄 수 있는 무진기행은 불과 24살 대학생 시절(1964년)에 씌여졌다는 사실이었습니다.

현대의 하루키적 감수성에, 언어표현은 시인과 같고, 깊이는 전형적인 한국작가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 시대에 이런 느낌을 표현했다는 것이 놀랍고, 그 시대와 변함없는 이 시대의 감수성이 존재한다는 것이 놀라웠습니다.

이야기들 하나하나가 깊고 구성도 단단했습니다. 상징과 의미가 적절히 조화를 이루면서 이야기 속에 녹아들어갔습니다. 작가가 빈 종이 위에서 거침없이 써내려간 듯한 시원한 기분도 들었습니다.

확실히 문장의 유려함과 치밀함에 있어서는 무진기행이 절정일 것입니다. 김승옥 작가의 이야기에 매료되어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소설가의 길로 가고 싶어했는지 이해할 수 있을 듯합니다.

무진기행은 서울에서 세속적으로 출세했다고 할 만한 주인공인 `나`가 휴가를 얻어 어머니의 묘가 있고 어린 시절을 보낸 무진으로 내려가 며칠을 지내면서 만난 사람과 겪은 일에 관한 이야기와 과거에 대한 회상을 담고 있습니다.

서울에서 무진으로 다시 서울로 올라오는, 영화로 치면 로드 무비 형식을 취하고 있습니다.

주인공 윤이 무진에서 일주일간 머무르는데, 회상 형식을 빌린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가 시공을 넘나들며 서로 뒤섞여 있습니다.

주인공인 ‘나’를 보면 사회적으로나 경제적으로 어느 정도 성공을 했지만 무진의 안개에 둘러싸여 희미하게 보이듯이 삶에 대한 애정이나 자신에 대한 만족감은 잘 느껴지지 않습니다. 무언가 알 수 없는 결핍이 느껴졌습니다. 인물들이 엮이는 과정에서 현실과 타협하며 일상을 사는 1960년대 현대인 모습이 겹쳐졌습니다.

캐릭터, 구성, 사건 등 소설의 모든 장치가 이야기의 표현에 효과적으로 부합되고 제 기능을 하고 있었습니다. 또, 구어체의 자연스러운 대화도 인상적이었습니다.

소설 또한 현실과 마찬가지로 하나의 세계라면, 그 세계의 대화 또한 마땅히 그 공간 속에서 살아숨쉬는 대화가 되어야 합니다. 단편답게 짧고 간결한 분량이지만 무진기행

은 기-승-전-결의 정석을 따라가면서 깔끔한 전개를 보여줍니다.

개인적으로 인상깊게 남는 작품으로는 무진기행 말고도 중국의 역사의 피를 이어받은 사내에 대한 이야기를 재치있게 꺼내는 '역사'와, 다양한 시점에서 한 인간의 변화와 타락을 서술하는 '누이를 이해하기 위하여', 시대를 말하지 않고도 시대의 음울함을 그려내는 '서울 1964년 겨울', 그리고 다소 도덕주의적인 성관념에 입각해서 씌여진 감도 있으나 그 자체로 훌륭한 드라마를 갖고 있는 '서울의 달빛 0章' 등이 있습니다.

김승옥 작가가 열고 닫는 이 창문(단편소설)은 독자들에게 잠깐이나마 그의 세계 속 찰나를 볼 수 있게 하지만, 그 창을 통해 보여지는 것은 그저 고향으로 떠난 여행이나 지저분한 술집에서 보낸 하룻밤만이 아니었습니다. 이 창으로 보이는 것은 ‘존재’라는 이분법적인 짐이었습다.

우리 인간의 존재를 그렇게 단순히 어떤 범주로 분류해버릴 수는 없습니다. 결국, 단편소설을 통해 우리가 보는 것은 이 세상에 대한 스쳐 지나가는 찰나일 뿐입니다. 단편소설은 등장인물들의 삶을 이해할 수 있는 작은 창문을 열어줄 뿐이고, 창문은 곧 닫힙니다. 우리는 태어나고, 그리고 우리는 죽습니다. 이것이야말로 궁극적인 이분법입니다. 설령 다른 작품들이 다 소각되고 망각되어 완전히 사라진다 해도, 무진기행만 남아있어도

이 분은 충분히 축복받은 작가가 아닐까 하는 생각마저 들었습니다.

바람은 무수히 작은 입자로 되어 있고 그 입자들은 할 수 있는 한, 욕심껏 수면제를 품고 있는 것처럼 내게는 생각되었다. 그 바람 속에는, 신선한 햇볕과 아직 사람들의 땀에 밴 살갗을 스쳐 보지 않았다는 천진스러운 저온, 그리고 지금 버스가 달리고 있는 길을 에워싸며 버스를 향하여 달려오고 있는 산줄기의 저편에 바다가 있다는 것을 알리는 소금기, 그런 것들이 이상스레 한데 어울리면서 녹아 있었다.
- P11

어떤 사람을 잘 안다는 것 – 잘 아는 체한다는 것이 그 어떤 사람의 입장에서 보면 무척 불행한 일이다. 우리가 비난할 수도 있고 적어도 평가하려고 드는 것은 우리가 알고 있는 사람에 한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 P33

추억이란 그것이 슬픈 것이든지 기쁜 것이든지 그것을 생각하는 사람을 의기양양하게 한다. 슬픈 추억일 때는 고즈넉이 의기양양해지고 기쁜 추억일 때는 소란스럽게 의기양양해진다

- P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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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장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
조세희 지음 / 이성과힘 / 200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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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을 처음 접했던 것은 교과서에서였던 것으로 기억납니다. 70% 이상의 중학교, 고등학교의 국어와 문학 교과서에 수록된 ‘난쏘공’은 시험 문제에도 단골손님으로 등장하곤 했었습니다. 특히, 문학 추천 도서로 유명한 도서였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난쟁이인 아버지, 그리고 어머니와 영수, 영호, 영희는 온갖 어려움을 극복하며 매일을 힘겹게 살아가는 도시의 소외 계층입니다. 아버지는 ‘키 117cm, 몸무게 37kg’의 왜소한 체격을 할아버지의 할아버지 때부터 물려받았습니다. 그의 가난도 그렇습니다. 하수도 오물을 뒤집어쓰고, 부엌칼을 갈아주고, 건물 유리창을 닦으며 뼈빠지게 일해도 갈수록 더 궁핍해집니다. 살던 판잣집마저 아파트 개발로 철거됩니다. 대가로 입주권을 받지만 입주비가 없습니다. 입주권은 결국 돈 있는 거간꾼의 차지가 됩니다. 실낱 같은 기대감으로 천국을 꿈꾸지만 통장으로부터 재개발 사업으로 말미암아 철거 계고장을 받는 순간 이들의 비극은 시작됩니다.

영수네 동네인 낙원구 행복동주민들 역시 다르지 않습니다. 입주권이 있어도 입주비가 없는 마을 빈민들은 시에서 주겠다는 이주 보조금보다 약간은 더 받고 거간꾼들에게 입주권을 팔고 맙니다. 그 동안 난쟁이 아버지가 채권 매매, 칼 갈기, 건물 유리창 닦기, 수도 고치기 등으로 어렵게 생계를 유지했으나 어느날, 아버지는 병에 걸려 일을 할 수 없게 됩니다. 어머니는 인쇄소 제본 공장에 나가고 영수는 인쇄소 공무부 조역으로 일하며 생계를 이어가고, 영호와 영희도 몇 달 간격으로 학교를 그만둡니다.

투기업자들의 농간으로 입주권의 값이 뛰어오르고 영수네도 승용차를 타고 온 사내에게 입주권을 팝니다. 그러나 명희 어머니에게 전셋값을 갚고 나니 남는 것이 없게 됩니다.

영희는 집을 나갑니다. 영희는 승용차를 타고 온 그 투기업자 사무실에서 일하며 함께 생활하게 됩니다. 그러다가 그에게 순결을 빼앗긴 영희는 투기업자가 자기에게 했듯이 그의 얼굴에 마취를 하고 가방에 있는 입주권과 돈을 가지고 행복동 동사무소로 향합니다. 서류 신청을 마치고 가족을 찾으러 이웃에 살던 신애 아주머니를 찾아갑니다.

이 소설이 다루는 사회적 문제는 크게 두 가지로 구분됩니다. 첫째는 도시 개발이라는 명목 하에 빈민들의 생존권은 무시당한 채로 이뤄지는 철거정책과 그 사이에서 농간을 부리는 악덕 부동산업자를 고발하는 것입니다. 그리고 또 다른 하나는, 난장이의 큰 아들 영수를 통해 시대와의 대결을 보여줍니다. 영수와 은광그룹의 대결은 노동쟁의를 막으려는 기업의 횡포와 여기에 항거하는 노동자들의 비참한 현실을 나타냅니다.

소외된 근로자의 여러 문제는 우리 사회가 당면하고 있는 생존에 필요한 최저 수준에도 못 미치는 저임금, 열악한 작업 환경, 고용자로부터 강요되는 부당한 노동 행위, 노동 조합에의 탄압, 폭력으로 저항할 수밖에 없는 그들의 극한적 심리 상태, 그리고 가진 자들의 위선과 사치, 그들의 교묘한 억압 방법 등 산업 사회의 부정적 현실을 나타내고 있습니다.

작가는 독자에게 밝은 미래, 희망도 던져주지 않습니다. 그저 담담하게 그들의 모습을 그려내고 있을 뿐입니다.

1970년대를 경험하지 못한 요즘 젊은 세대들에게는 다소 어렵게 느껴질 수 있을 듯 합니다. 소설이 쓰이게 된 시대적 배경에 대해 잘 알지 못한다면 이 책을 완벽하게 소화해 내기란 상당히 어렵기 때문입니다.

서로 다른 내용의 소설처럼 보이지만, 개별 작품 하나하나에 난장이 가족과 그 주변 인물의 사연이 녹아 있습니다. 이러한 사연을 모아 낸 난쏘공 초판 1쇄가 나온 시점은 1978년 6월이었습니다. 무려 40년 전에 나온 책이지만, 수많은 사람이 그 책을 공유했습니다. 아직까지도 많은 관심을 받는 이유는, 그러한 비극이 끝나지 않았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어쩌면 지금 이 순간에도 어디선가 누군가는 자신의 터전을 빼앗길 위기에 처해있을지 모릅니다. 1970년대보다는 근로조건이 향상되었다고는 하지만, 그때와는 달리 지금은 또 다른 성격의 불평등 사회가 진행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2020년 도시의 박탈감은 오히려 행복동보다 초현실적입니다. 유례없는 전염병이 가진 자와 없는 자의 간극을 더 헤집어놓았고 각종 사고에 노출된 노동자들에 삶은 변함이 없습니다. 공동체의 위기나 비상 상황에서는 가진 것 없고 소외돼 있는 약자들의 고통이 가중되는 마련이기 때문입니다.

막내 영희는 큰 오빠를 다그치며,

“화도 안나?”

라고 말합니다. 영희의 절규는 더 이상 난쟁이로 남지 않겠다는 의지를 드러내고 있는 것 같았습니다.

우리의 암울한 시대를 보여주는 과거이자 현재, 혹은 미래의 이야기입니다. 앞으로 더 나은 미래를 위해 아직 많은 사람들은 이 책을 읽을 필요성이 있습니다.

각자의 상황에 따라 ‘난쏘공’을 느끼고 그것의 의미를 계속 질문하는 것이야말로 ‘뫼비우스의 띠’처럼 우리 사회가 이쪽과 저쪽으로 양분된 것이 아니란 것을 드러내면서 타인을 공감하기 위한 노력과 사람에 대한 사랑이 얼마나 중요한 지를 깨닫게 해줄 것입니다.

의사들은 아버지가 아무도 찾아낼수 없는 병으로 곧 돌아갈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아버지는 그뒤에도 무서운 동통과 싸우며 두 해나 더 살았다. 아버지는 전생애를 통해서 그의 시개 사회와 불화했던 사람이다. 신애는 남편이 같은 형통의 사람임을 잘 알았다. 좋은 책을 쓰는 것이 가장 큰 소망이라던 남편은 단 한줄의 글도 쓰지 못했다. 그는 자신을 실어증 환자로 생각했다. 중오하는 돈도 죽어라 벌었으나 남은 것은 빚뿐이었다. 부모의 병을 고쳐주지도 못하면서 병원은 그가 죽어라 하고 벌어들이는 액수로는 도저히 감당할 수 없는 돈을 늘 요구했다. 아버지가 돌아갔을 때 그에게는 울 힘조차 없었다
- P29

아버지의 신장은 백십칠 센티미터, 체중은 삼십이 킬로그램이었다. 사람들은 이 신체적 결함이 주는 선입관에 사로 잡혀 아버지가 늙는 것을 몰랐다. 아버지는 스스로 황혼기에 접어들었다는 체념과 우울에 빠졌다. 실제로 이가 망가져 잠못 이루는 밤이 많았다. 눈도 어두어 지고, 머리의 숱도 많이 빠졌다.의욕은 물론 주의력과 판단력도 줄었다
- P95

리는 출생부터 달랐다. 나의 첫 울음은 비명으로 들렸다고 어머니는 말했다. 나의 첫 호흡이 지옥의 불길처럼 뜨거웠을지도 모를 일이다. 나는 모태에서 충분한 영양을 보급받지 못했다. 그의 출생은 따뜻한 것이었다. 나의 첫 호흡은 상처난 곳에 산을 흘려넣는 아픔이었지만, 그의 첫 호흡은 편안하고 달콤한 것이었다. 성장 기반도 달랐다. 그에게는 선택할 것이 많았다. 나나 두 오빠는 주어지는 것 이외의 것을 가져본 경험이 없다. 어머니는 주머니가 없는 옷을 우리들에게 입혔다. 그는 자라면서 더욱 강해졌지만 우리는 자라면서 반대로 약해졌다. 그가 나를 원했다.
- P131

동생은 병실 침대 위에서 잠을 자고 있었다. 간호사가 나가면서 손가락을 입에 댔다. 동생 머리맡에 사진 한 장이 놓여 있었다. 아내가 갖다놓은 것이다. 동생의 아이들이 사진 속에서 웃고 있었다. 사람을 제일 약하게 하는 것들이 아무것도 모르는 채 웃고 있었다.
- P158

나에게는 우연 같지가 않았다. 더욱 알 수 없는 것은 그림 ③의 실체가 내 눈앞에 있는데 그 실체를 무시하고 상상의 세계에서만 그 존재가 가능하다는 것이었다. 그래서 그림 ③을 들고 "그럼 이것은 뭡니까?" 내가 물었는데 그는 간단히 "그것은 없다"고 잘라 말했다
- P260


p300 "정말 끔찍한 건 이 세계라구요. 몇몇 나라들이 그들의 사회제도로 부터 이탈하려는 사람들에게 이미 약물을 투여하기 시작했어요."
"병이 난 사람들이겠지"
"질병하곤 상관이 없는 일예요."

- P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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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2호에서는 303호 여자가 보인다
피터 스완슨 지음, 노진선 옮김 / 푸른숲 / 2018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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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은 아파트 공화국입니다. 그 아파트가 가장 두려운 장소가 되면 어떻게 될까요? 나를 보호해야 할 집이 가장 위협적인 공간이 된다면 도망갈 곳은 사라지고 맙니다. 가장 보편적인 주거지 ‘아파트’를 배경으로 한 스릴러 소설이 있습니다.

런던에 사는 '케이트'는 보스턴에 사는 육촌 '코빈'과 육개월 동안 집을 바꿔 지내기로 합니다. 그러나 사실 케이트는 코빈을 어렸을 때 본 적이 있지만, 잘 기억이 나지 않는 친척입니다.

코빈이 일 때문에 한동안 런던에 머물러야 한다는 이야기를 케이트의 엄마가 듣게 되면서, 케이트와 둘이 집을 바꿔 지내는 것을 제안했던 것입니다. 케이트는 과거 전 남자친구에게 감금당해 살해 당할뻔한 사건을 겪었고, 그 이후 불안장애를 겪으며 살아왔기에, 이번 시도는 상당히 용기를 낸 것이었습니다.

보스턴의 부촌에 있는 코빈의 아파트는 ‘ㄷ’자 모양의 특이한 구조를 가진 고급 이탈리아 식 건물로 이루어진 건물이었습니다. 케이트가 처음 건물에 들어오던 때, 한 여자가 303호의 문을 두드리며 ‘오드리’란 여자를 애타게 부르는 것을 보게 됩니다. 그리고 결국, 303호에 살던 오드리 마셜은 죽은 채로 발견됩니다.

첫날부터 마주한 사건에 케이트는 불안함을 느끼지만, 본인의 불안 장애 때문이라고 여기며 애써 무시합니다. 그러나 코빈의 아파트에서 케이트는 열쇠 하나를 발견하고, 그 열쇠가 살해당한 오드리 마셜의 집, 303호의 열쇠임을 알게 됩니다.

정황은 코빈을 용의자로 가리키고 있습니다. 303호의 맞은편 312호에서 오드리를 쌍안경으로 매일 훔쳐본 관음증 환자는 그녀와 코빈이 연인이었다고 말합니다. 코빈이 그녀를 죽였다고 주장하는 전 애인도 나타납니다. 코빈은 부인하지만, 그의 집에서는 수상한 단서들이 계속 발견됩니다.

이 소설에서는 중요한 설정 2가지가 있습니다. 하나는 독특한 구조의 아파트에서 벌어지는 사건을 그리고 있다는 것입니다. 서로 마주 보도록 설계된 독특한 아파트 구조는 작품 전반을 관통하며 특별한 긴장감을 부여합니다. 다른 하나는 케이트가 앓고 있는 불안 장애입니다. 이 증상은 케이트를 ‘믿을 수 없는 화자’로 만들어 줍니다. 케이트가 하는 의심을 의심하게 만들고, 케이트가 느끼는 불안함을 의심하게 만드는 요소가 됩니다. 그래서 독자로 하여금 ‘그녀의 서술을 믿어야 할까’ 하는 혼란스러운 상황을 만들어 줍니다.

빠른 전개보다 한 장면을 다른 인물들의 시점에서 끊임없이 바꿔가며 보여주는 방법을 택하고 있습니다. 312호에 사는 관음증 환자처럼 이를 훔쳐보던 독자는 결국 자신이 소설 속 인물 중 한 명이라는 착각에 빠지게 됩니다.

점점 범인으로 의심되는 용의자가 좁혀져서 과연 이들 중 누가 범인일까 긴장하며 읽게 되었습니다. 마지막이 어떻게 될지 너무 궁금해서 순식간에 다 읽어버렸습니다. 대부분의 연쇄살인 소재의 소설이 그렇듯 여성혐오적 범인과 그에 따른 결말은 다른 소설과 비슷했습니다. 그러나, ‘아파트’라는 공간으로부터 독특한 공포를 자아냈다는 점에서 독특한 소설이었고, 순식간에 읽히는 작가의 필력에는 감탄을 금할 수 없습니다. 아마 앞으로도 이 작가 책은 계속 읽게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그가 오드리의 집을 보고 있었던 건 당연하다. 살인 사건 현장이니까. 그도 분명 소문을 들었을 테고 궁금했으리라. 궁금하면서 불안했겠지, 아마도. 당연하다. 나쁜 일이 터지면 사람들은 늘 지켜보는 법이다. 케이트는 누구보다도 그 사실을 잘 알고 있었다
- P110

앨런은 자신이 잘 알지도 못하는 여자를 미행하느라 긴장하면서도 흥분된 상태임을 깨달았다. 대체 왜 이러는 걸까? 어쩌면 그가 오드리에게 집착한 이유는 오드리 때문이라기보다 그녀를 멀리서 훔쳐볼 수 있다는 사실 때문인지 모른다
- P128

오드리는 창밖을 내다봤다.
"우리 집 맞은편에 사는 남자네. 여기서도 그 집이 보여. 그러니까 아마 그 사람도 우리집을 보다가 당신을 봤겠지. 그뿐이야."
코빈은 거실 창밖으로 안뜰 건너편 건물의 불 꺼진 창문을 바라보며 물었다.
"정말 그럴까?"
- P222

가시는 꽤 깊이 박혀 있었다. 그 자리를 빨았더니 비릿한 피 맛이 날 뿐 가시는 꼼짝하지 않았다. 족집게를 찾아야 했지만 찾을 생각을 하니 피곤했다. 가시를 그대로 두면 어떻게 될까? 결국 저절로 빠질까? 아니면 영원히 남아 살이 될까?
- P312

실룩이는 그녀의 얼굴을 바라보고, 숨 쉬는 그녀의 모습을 보고 싶었다. 그녀의 일부, 동물적인 본능은 누군가 자신을 지켜보고 있음을 알 터였다.
- P4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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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는 증인의 얼굴을 하고 있었다
피터 스완슨 지음, 노진선 옮김 / 푸른숲 / 202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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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을 읽는다는 건, 세상에서 가장 위대한 감정을 경험하는 것과 같습니다. 저는 영화도 즐겨보고 TV 드라마도 종종 보는 편입니다. 하지만 책 읽을 때의 쾌감과 비교할 수는 없습니다. 나만의 상상력의 세계를 만들고, 다음에 무엇이 일어날지를 먼저 생각하고 설계하는 즐거움은 다른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삶의 작은 기쁨입니다.

사건의 시작은 9월 셋째 주 토요일, 동네 주민들을 위한 파티에서 시작됩니다. 그 파티에서 한 부부를 만난 주인공 헨은 그 부부의 집을 구경하다 남자의 서재에서 의미심장한 물건을 발견합니다. 그것은 이 동네에 이사 오기 전 동네에서 일어난 살인사건에서 없어진 트로피였습니다. 헨은 정신을 잃을 정도로 놀랬으며, 이 집의 남자 매슈는 헨이 그 물건을 알아본다는 사실을 알아차렸습니다. 또한 헨의 부부가 돌아간 후 그 물건을 들고나가 아무도 모르는 곳에 숨겨 놓았습니다.

이제 헨과 앞집에 사는 매슈의 신경전이 벌어지고 그들 주위에서 살인사건은 계속 일어납니다. 헨은 매슈가 연쇄살인자라는 것을 알고, 또 그가 사람을 죽이는 것도 보았지만, 아무도 헨의 말을 믿어주는 사람이 없습니다. 바로 과거일로 인해서 헨이 정신적으로 온전한 사람이 아니라는 이유에서였죠. 그리고 매슈는 헨의 이야기를 경찰들 조차도 믿지 않는다는 것을 알고 서슴없이 또다른 살인을 저지르고 그 모든 것을 헨에게 고백합니다. 매슈가 하는 살인에는 다 이유가 있었는데, 자신의 주변의 여자들에게 나쁜짓을 하는 남자만 골라 살인한다는 것이었습니다.

어찌보면 아주 무서운 연쇄살인마인데, 책에서는 정작 그를 아주 나쁜 인간으로 분류하지 않는듯 합니다. 매슈에게는 부모로 인한 불행한 과거가 있으며, 그 불행으로 인해 올바른 인격이 형성되지 않았고, 그로 인해 살인을 저지르게 되었다는 식의 결론이 그것입니다.

그의 상황들을 고려하여 자꾸 이해하려 하는 듯한 부분도 나오고, 분명 살인자인데 그의 살인을 정당화시키는 듯한 느낌이었습니다.

결코 독자를 실망시키지 않는 작가’로 확고히 자리잡은 작가 피터스완슨의 최신작이라는 명성에 걸맞게, 잘 짜인 구성과 뒤통수를 탁 내려치는 것 같은 충격적인 결말은 마치 시속 100㎞로 질주하던 차가 일순간 급정거를 하는 듯한 충격을 안기며 '심리 스릴러'로서의 뛰어난 면모를 자랑하는 소설이었습니다.

"설사 더스틴 밀러가 정말로 성폭행을 했다고 해도, 매슈가 그를 죽이고 트로피를 기념품으로 가져왔다는 뜻은 아니잖아."
"그냥 그럴 가능성이 있다는 말이야."
"그렇다면 굉장한 우연의 일치로군."
"뭐가 굉장한 우연의 일치야? 더스틴 밀러는 정말로 살해됐어."
"그게 아니라 우리가 처음에는 피해자와 같은 길에 살다가 이번에는 범인 옆집으로 이사를 왔다는 거 말이야."
- P81

어머니의 얼굴은 자신에게 벌어지는 일을 지켜보는 증인의 얼굴이었다. 그 일을 겪는 게 아니라 그냥 바라보는 사람의 얼굴. 그게 바로 헨리에타의 표정이었다. 그녀 역시 증인의 얼굴을 하고 있었고, 매슈는 그 순간 그녀가 모든 걸 알고 있다는 느낌을 떨칠 수가 없었다
- P200

그들은 세상에 불행을 퍼뜨렸을 겁니다. 다른 사람의 삶을 불행하게 만들었을 거예요.
그런 자들을 세상에서 삭제하는 건 곧 세상에 행복을 더하는 겁니다
- P26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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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의 방문자들 - 테마소설 페미니즘 다산책방 테마소설
장류진 외 지음 / 다산책방 / 201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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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30대 여성들의 현주소를 보여주는 ‘82년생 김지영’ 출간 이후 페미니즘은 더욱 다양한 방식으로 논의되었으며, 관련 서적의 연이은 출간으로도 이어졌습니다.

여성들의 불평등한 사회적 지위에 대해 세계의 여성들이 여성의 올바른 권리를 되찾고자 노력했지만 아주 조금씩 조금씩 나아지고는 있으나 여전히 갈 길이 멀고, 우리가 알지 못하는 다양한 방식으로 여러 곳에서 여성을 상품화하거나 비인간적인 대우가 비일비재하게 일어나고 있습니다.

책에는 젊은 20, 30대 작가들이 주축이 되어 실린 작품들로, 소설로 정의하기 어려울 만큼 우리 이웃이나 가족에게 일어났을 법한 실체적 이야기가 담겨있습니다. 단순히 선악 구도로 ‘편’을 가르지 않고 사건 발생 이후의 혼란과 심리적 갈등, 주체와 객체를 분별하기 어려운 희미한 회색 지대를 탐구합니다. 가해자와 피해자가 불분명한 사건들, 누구에게 책임을 물어야 하는 건지 분간하기 어려운 사건들에 주인공(그녀)들이 있습니다.

새벽의 방문자들

주인공의 오피스텔에 새벽마다 낯선 남자들이 초인종을 누른다. 주인공은 자신의 오피스텔을 성매매업소로 착각한 것이라고 생각한다. 새벽의 방문자들을 사진으로 남기고 관찰하는데 어느 날 헤어진 전남친도 찾아온다.

베이비 그루피

락그룹 멤버들이 미성년인 소녀들을 하나의 인격체가 아닌 섹슈얼리티를 자극하는 성적대상으로 취급 하는 이야기다

유미의 기분

성소수자인 고등학교 교사 형석은 수업 도중 무심코 내뱉은 “여자는 꼬리가 아홉이라서 꼬리를 잘 친다”는 말 때문에 유미로부터 지적을 받는다. 유미는 교사들의 성폭력을 포스트잇에 써서 벽에 붙여 ‘스쿨미투’를 주도한 학생이다. 형석은 자신에게 그런 말을 하는 유미의 태도를 이해할 수 없다. 학교는 형식적으로 유미에게 사과하지만, 오히려 유미는 고립된다.성폭행을 당하는 피해자의 입장에서 이야기를 서술하고 있다

룰루와 랄라

노동자라는 이유로, 여자라는 이유로 받아야 하는 멸시를 그녀는 여성 연대(남편을 포함시키면 남녀 연대)를 통해 극복하려고 한다.

누구세요

주인공은 늘 밝히기만 하는 남자 친구 재영과 헤어진다. 직장 상사의 성추행 때문에 사표를 냈다고 하니 화를 내며 가버리고 그게 끝이었다. 문제는 월세 입금 독촉을 받지만 돈이 없다. 데이트 통장에 월급에서 많은 돈을 입금을 한 것이다. 통장 명의는 재영 이름으로 되어 있어 돈을 돌려달라고 하지만 위자료라고 생각하고 못 준다는 것이다. 성적 대상으로의 '여성'을 바라보는 시선에 대한 이야기이다

 

결말이 궁금한 나머지 단숨에 읽어 버렸습니다. 성매매, 직장 내 차별, 그루밍, 성희롱, 성적 대상화 등을 소재로 이 시대의 여성들이 겪는 불합리함을 고발하고 있습니다. 각 작품의 그저 평범한 우리 주변의 사람들이었습니다. 때로는 답답하고 화도 나기도 했지만, 결국 작품의 이야기는 우리 자신의 이야기입니다.

인간이 한 인격체로 존중받기를 바라며 서로를 조금만 더 배려하는 모습을 통해 지금보다 더 나은 세상이 되기를 소망하는 작가들의 목소리가 고스란히 전해집니다.

제 이야기를 살짝 덧붙여 보자면, 저는 종가집 장녀입니다. 할아버지가 살아계셨을 때에는 무엇이든지 오빠인 장남 먼저였습니다. 집안 어른들도 명절에 모이면, 한술 더 떠 남자로 태어났어야 했다는 말도 듣기도 했습니다. ‘여자답게 행동하고 해야지 얌전하고 조신하게’라는 성차별적인 이야기는 수도 없이 들으며 자랐습니다.

저는 페미니스트는 아닙니다. 누군가는 사회가 변해서 여성의 지위가 예전과는 다르다고 말하기도 합니다. 그럼에도 여전히 유리천장은 존재하고, 아직 이 사회에는 ‘여성’이라서 겪어야 하는 부당함이 자리잡고 있습니다.

여성인 저는 ‘인간’ 자체로 인정받길 바랬고 대접받고 싶었습니다. 우리는 절대 남자보다 못한 존재가 아니라고, 누군가가 함부로 대하고 깎아내리고 돈으로 살 수 있는 존재가 아니라고

기술이 발전했고 사람들의 시각도 많이 변했다고 생각되는 요즘이니 의식도 그만큼 발전되길 바래봅니다. 많은 생각거리를 던지는 소설이었습니다.

새벽의 방문자들은 잊을 만하면 한 번씩 찾아왔다. 여자는 초인종이 울릴 때마다 비디오 폰에 달린 모니터로 남자들을 관찰했다. 그들은 모두 약속이나 한 듯 비슷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별일 아니라고 주문을 거는 듯한 태연함, 남에게 들키기 싫은 일을 할 때의 부끄러움, 돌연 술이 확 깨면서 자기 자신을 돌아보는 순간의 주저함, 그러면서도 어쨌든 곧 벌어지게 될 눈먼 섹스에 대한 설렘 등이 복합적으로 섞여 있는 얼굴들. 머뭇거리는 그들의 얼굴이 비디오 폰의 카메라에 정면으로 잡히는 순간, 여자는 휴대폰 카메라로 모니터를 촬영했다. 그들이 포기하고 발걸음을 돌리고 나면 찍어둔 사진을 프린트했다
- P31

결국 삶이란, 일어난 일과 일어나지 않은 일의 덧셈이나 뺄셈이 아닐까. 했어야 하는 일과 하지 못한 일의 곱셈이나 나눗셈일지도 모르고.
- P52

지긋지긋하다고, 작작 좀 하라고 했다. 어느 순간부터 나도 내가 지겨워졌다. 평화와 고요를 원하는 사람에게 얘기 좀 하자며 추근거리기는 싫었다. 어차피 우리는 싸움닭 체질이 아니었다. 도전을 포기하자 관계는 안정기로 접어들었다. 결혼, 거기가 우리의 목적지일까. 그렇다면 우리는 전진했을까, 후퇴했을까. 아니면 결혼이란 관계의 제자리걸음인 것일까.
- P62

룰루의 눈 속에서, 조그만 꼬맹이가 조그만 손으로 터뜨린 조그만 폭죽 같은 불빛이 타올랐다가, 사그라졌다. 룰루의 그리움은 나의 고독이 되었다. 우리 것이 되었다. 나는 그 눈부시고 고결한 고통을 받아들였다. 내 뒤에 올 또 다른 여자의 고통을 향해 한 발을 내디뎠다. 룰루, 잊지 않고 기억하는 것은 당신의 권리예요. 그러니까 계속 싸워줘요. 공장에서 어떤 일을 겪었는지, 나는 룰루에게 말하게 될 것이다.
- P82

나는 사람이 사람에게 때때로는 절망일지라도, 대체로는 위로와 용기을 주는 노랫소리라고 믿는다. 이 소설 속에서 몇몇 사람은 노랫소리를 들었다. 당신도 그럴 것이다. 당신의 삶 속에서
- P87

초가 아니 진짜로, 하고 말하면서 몸을 돌려 내 앞에 와서 섰다. 교정의 가로등 불빛이 초를 희미하게 비췄다. 초가 내 눈을 똑바로 바라보았다. 나는 겨우 입을 열어 그러니까, 너도, 하고 답했다. 열여덟의 초와 지금의 초는 그다지 달라지지 않은 얼굴이었다. 쌍꺼풀이 없이도 큰 눈은 물론이고 입꼬리 양쪽으로 붙은 약간의 젖살과 그 주근깨들까지도. 나는 초의 얼굴을 새삼스레 살펴보다 비실 웃음이 터졌다. 잠깐 어리둥절해하던 초도 따라 웃기 시작했다. 초와 나는 그대로 자리에 주저앉아 웃었다. 뭐가 웃긴지도 모르면서. 웃음은 잦아든 뒤에도 딸꾹질처럼 입가에 남아 좀체 완전히 멎지 않았다. 초와 나는 여전히 웃음을 좀 흘리면서, 천천히 문을 밀고 찬바람이 부는 바깥쪽으로 걸어 나갔다
- P144

우리는 결코 우리일 수 없었다. 보라는 애써 잊고 있던 장면 하나를 불러온다. 그해 여름, 우리는 함께 걸었고 같은 구호를 외치고 있었다. 보라의 곁에는 그가 있고 돌아보면 지나가 있다. 그러나 지나는 틈만 나면 돌아보는 보라를 대놓고 외면한다. 행렬의 밀도가 낮아질 때마다 보라는 긴장을 풀고 생각한다. 내게 상처를 준 건 너희들이잖아. 보라의 상상 속에서 언제나 지나는 그의 은밀한 연인이다. 그들은 그토록 보라를 기만하는 중이다. 그런데도 그들은 보라와 보폭을 맞추어 걷고 같은 내용의 구호를 외치고 있다
- P188

그 종이 한 장 한 장은, 학생 한 사람 한 사람에게, 한 놈 한 놈을 떠올리게 했다. 그 노랗고 작은 것들이, 그 보잘것없는 종이 쪼가리가 한데 모이자 크고 넓고 거대한 것이 이루어졌다. 많은 여학생들이 포스트잇으로 이루어진 그 네모난 세계에 연결됐다. 그것이 마치 자유로의 입구라도 되는 양 환호했다. 또한 많은 남학생들이 포스트잇으로 이루어진 그 정체불명의 세계에서 눈을 돌렸다. 그것이 마치 자신들의 내면으로 향하는 입구라도 되는 양 헐, 존나, 대박, 메갈, 꼴펨, 진지충이라는 말을 내뱉고 사라졌다.
- P214

형석은 사과할 자격을 잃어버리지 않는 인간이야말로 자신을 만만히 여기지 않는 이라고 생각했고, 승우는 사과하지 못했다는 것을 평생 기억하는 인간이야말로 누군가를 만만하게 여기지 않는 이라고 생각했다
- P2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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