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지 12 - 3부 4권 박경리 대하소설 토지 (마로니에북스) 12
박경리 지음 / 마로니에북스 / 2012년 8월
평점 :
구판절판


초반에는 좀처럼 진도가 나가지 않아서 읽기가 좀 힘들었습니다. 빼앗긴 나라에서 현실과 이상에 흔들리는 인물들의 모습, 일본의 앞잡이가 되어 살아가는 이들을 보면서 마음이 무거워지는 듯했습니다.

"초상났구나."

박경리 작가는 죽음에 대해선 언제나 긴 말을 하지 않았습니다. 이와는 반대로 결혼은 훨씬 길게 묘사하고 있습니다. 아마도 독자들이 슬픔은 짧게, 기쁨을 길게 기억하길 바라는 작가님의 소망이 아니었을까 짐작해봅니다.

<줄거리>

지삼만의 청일교는 봄의 대제와 교주의 탄일로 종일 잔치를 벌였고, 밤에는 모두 곯아 떨어졌다. 강쇠와 짝쇠는 어둠 속을 더듬어 지삼만의 거처로 가는데 인기척에 놀란다. 지삼만의 심복 지 서방이 얼른거리고 뒤어어 고함이 터져나왔다. 숨죽이며 이 광경을 지켜보던 강쇠와 짝쇠는 알 수 없는 느글거림에 물러나오고 만다. 여자를 밝히는 지 서방이 임가의 사주를 받아 지삼만의 여자를 가로채려고 일을 저지른 것이다. 강쇠는 짝쇠에게 다시 산으로 돌아가 화전을 일구며 살라하고 남원을 빠져나온다. 강쇠는 비연의 주막에서 낯선 사람들이 봉순의 익사체를 건져냈다는 소식을 들었으나 별 관심이 없다. 죽음이란 항상 강쇠 곁에 있는 일일 뿐이다.

강쇠는 혜관 스님과 마주 앉아 앞날을 이야기한다. 부산에서 장사를 하던 관수가 작은 실수로 쫓기는 몸이 되자 석이와 관수는 장차 간도로 가야하며 강쇠는 부산에 가서 부두 노동자 조직을 이끌어야 된다는 내용이다. 혜관이 방을 나오자 석이가 기다리고 있다. 강쇠는 석이에게 봉순이 물에 빠져 죽었다는 말을 꺼내고, 석이는 하얗게 질린 얼굴로 평사리로 달려 간다. 용이는 봉순의 얼굴을 덮은 천을 벗겨주는데 그 얼굴이 마치 잠든 것 같이 평화롭다.

부산에 온 홍이는 그옛날 삼석이의 친척 된다는 자전거포에서 반 년동안 일한 곳을 들여다보고 친구 상길을 찾아보낟. 상길은 여전히 반짝거리는 머리에 창백한 얼굴로 이발소에 앉아 있다. 반갑게 홍이를 만나 상길은 저녁에 여관으로 오라고 이른다. 천천히 부둣가를 걷는 홍이는 건달처럼 카페를 찾아가서 공연히 싸움을 벌인다. 밤늦게 상길과 약속한 여관에 가니 상길은 시퍼렇게 멍든 홍이의 얼굴을 보고 분개한다. 둘은 술과 고독으로 밤을 채운다.

혜관은 소지감 집에 묵었다가 공 노인을 만나러 간다며 떠나고, 관수와 소지감, 이범준, 권오송이 술자리에 앉았다. 소지감은 누구인가. 이범준의 외사촌형이며 세상에서는 기인이라 부르기도 한다. 아버지는 을사보호조약체결 후 자결하고 형은 의병으로 포살 당하는 격랑을 겪었으며 그 자신은 산으로 도시로 일본으로 떠돌아다녔다. 권오송이 찾아온 것은 아직 결혼하지 않은 소지감에게 강선혜를 소개하려는 의도였으나 소지감은 거절한다. 어디에도 정착하지 못하는 자신의 성미를 알기 때문이다. 권오송과 소지감은 사회주의와 민족의 앞날에 대해 토론하고, 관수는 서울 사람들은 입으로만 일을 다 하는 것 같다며 웃는다.

혜관은 공 노인의 집에서 한담을 즐긴다. 방씨 부인은 중풍으로 앓아 누워있다. 육덕이 좋던 혜관도 살이 빠져서 가죽만 처져있고, 입담 좋고 총기 있던 공 노인도 팔순을 이삼 년 앞둔 지금 같은 말을 반복하고 지난 날을 골라서 회상하는 것이 늙음은 어쩔 수 없는 것인듯 하다. 핏줄이 없는 공 노인은 송애나 임이에게서 좋은 일을 못 봐서 속이 끓는다. 용이를 봐서 거둬 준 임이가 염탐꾼이 되어 길상이 잡혀갔던 것이다. 공 노인과의 대화가 지루하고 짜증이 난 혜관은 용정거리를 걸으며 속도 아니고 중도 아니였던 자신의 일생을 반추해본다.

주갑은 술집 앞에서 홍 서방을 만나 함께 술집으로 들어간다. 용이가 조선으로 나갈 때 월선이 살던 집을 박 서방과 홍 서방에게 주었는데 박 서방은 근검 절약하여 살 만하게 되었으나 홍 서방은 그렇지 못해 늙그막에 잡역부로 다니는 아들에게 술값을 닥달하여 보는 이들이 딱하게 생각하는 처지였다. 서로 다 아는 처지라 주갑은 술집에서 새타령을 부르고 술집을 나설 때 주모의 손목을 와락 잡는다. 오십이 넘어도 장가를 가지 못한 주갑은 주모가 얼굴을 붉히나 안 붉히나 보고 싶어 그랬다며 건들거리며 술집을 나선다. 공 노인 집에서 혜관을 만난 주갑은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눈다. 두매가 길상의 중매로 옥이와 결혼한 지도 삼 년이 지났다. 홍이가 한 번 찾아오지 않는다고 섭섭해하는 공 노인에게 혜관은 부친상을 치르고 나면 아주 온다는 이야기를 하고, 공 노인의 얼굴엔 화색이 돈다.

혜관과 주갑은 마차를 기다리다가 걷기로 한다. 혜관은 웬지 조선에 돌아가기가 싫어 흑룡강을 따라 정처없이 떠나는 길이고, 주갑은 왕청에서 송장환을 만난 뒤 연추로 갈 작정이다. 두 사람은 이러니저러니 잡담을 하며 걷는데 나이가 들어선지 희망에 찬 내용은 보이지 않고 저승길 잡담이다. 주갑의 생각 속에 봉순이 들어 있음을 혜관도 안다. 한바탕 악을 쓰듯 "사향가"를 불러젖힌 주갑은 혜관더러 위험하니 그만 용정으로 돌아가는 게 좋다는 말을 남기고 왕청으로 떠난다.

상현은 공산주의자 신태성의 집에 얹혀 살고 있다. 그가 다시 간도에 왔을 때 짐작은 했으나 아버지 이동준의 자리를 길상이 대신 하고 있음을 느끼고 자학에 빠져 점점 더 피폐해지고 있던 중이다. 이런 때 송장환이 찾아오고, 상현은 원군이나 된듯 신태성을 공격하고 다투다 신태성의 집을 나온다. 아닌게 아니라 송장환은 상현을 데리고 나오려 신태성을 방문한 것이다. 상현은 기화와 명희를 생각하며 다시는 가족에게 돌아갈 수 없으리라는 절망감에 피로한다.

송장환이 연추에 있는 정호네로 오면서 주갑에게 방씨 부인의 죽음을 알린다. 정호는 귀화하여 모스크바에 있다. 주갑은 공 노인이 자신에게 부고 한 장 보내지 않고 장사 지낸 것을 섭섭해하며 우는데 정호모친 신씨 부인은 공 노인의 깊은 뜻이 따로 있음을 말하며 주갑을 달랜다. 송장환과 함께 연추로 온 상현은 주갑으로부터 봉순의 죽음을 전해듣고 아연실색한다.

상현은 송장환과 함께 쎄리판 심의 집으로 초대받아 가는 길이다. 가는 도중 상현은 기화 이야기를 하며 눈물을 흘린다. 쎄리판 심은 러시아에 귀화한 사람으로 본명은 심운회다. 딸 수앵은 윤광오와 결혼했으나 쾌활하고 자유로운 것이 나이를 잊게 했다. 그들말고도 손님으로 묵당이 있었는데 묵당 손유진은 석학으로 널리 알려 진 인물이며 이집에서 허물없는 처지였다. 상현은 평화로운 심운회 가정의 분위기에 안정감을 느끼며 이광수의 민족개조론에 대한 토론을 나누고 있는데 주갑이 찾아온다. 누군가의 밀고에 의해 공 노인댁에서 두매가 잡혀가고 권필응의 거처에도 왜병들이 진을 치고 있다는 것이다. 송장환은 신태성을 떠올리며 냉정해지려고 애를 쓴다.

동경에서 공부하던 환국이 방학을 맞아 돌아와 서희와 함께 길상을 면회하고 집으로 돌아가는 기차 안이다. 환국은 서희의 창백한 손을 보며 외로움을 보는 듯해서 안쓰럽다. 어머니가 마치 창밖을 날아가는 하얀 새 한 마리 같다고 생각하는 중이다. 환국은 어머니를 위해서, 서희는 아들을 생각해서 늦은 점심을 먹으려고 식당칸으로 옮겨 앉아 있는데 거기에서 홍성숙을 만난다. 소림이 박 의원의 허군과 결혼한다는 홍성숙의 말은 서희나 환국에게 뜻밖이다. 부산에 내린 서희는 여관에 들자마자 안색이 변하는데 급히 온 의사는 맹장염이라 진단한다. 의사를 기다리느라 마당에 섰던 환국은 홍성숙과 조찬하가 함께 여관에 드는 것을 의아하게 생각하지만 경황이 없어 마음에 두지는 못한다.

숙희는 정윤이 양소림과 혼담이 진행 중이라는 사실을 알고는 병원을 그만두고 자리에 누웠다. 아버지와 남동생은 정윤이 돌아오기만 하면 가만 두지 않겠다고 벼르고 있는 중이고 어머니는 현실적으로 딸의 장래를 생각해 위자료를 받아내라고 한다. 동생댁만은 숙희를 지키며 죽을 끓여주고 마음의 위로를 해준다. 정윤이 대구에서 돌아왔다는 소식을 들은 숙희는 어쨌든 당사자와 부딪혀 볼 작정으로 병원에 가서 기다린다. 양소림의 친척오빠와 술에 취해 돌아온 정윤은 숙희와 결혼 할 생각이 없었노라 잘라 말한다.

조준구는 갖은 모욕을 감내하며 최서희에게서 받아 낸 오천 원을 고리대금으로 굴려 사오만 원으로 만들었으나 그가 생각한 대로 서희에 대한 복수의 결행은 꿈도 못꾸고 있다. 모든 재산을 관리하기에도 급급한 지경이다. 우연히 만난 처가의 친척으로부터 홍씨 부인이 아주 참혹하게 죽었다는 소식을 듣고 나서는 검소하게 살던 살림에서 예전처럼 좋은 옷과 음식을 탐미하기 시작한다. 전당포 직원과 일 봐주는 이들에게 목적을 알리지 않고 부산행 열차에 탄 조준구는 뜻밖에도 김두수와 마주 앉게 되고 김두수가 조준구의 살인교사를 입에 담자 기겁을 한다. 김두수를 피해 중간에 내린 조준구의 등에 식은 땀이 흥건하다.

조준구는 통영에 내려 제일 좋은 여관에 든다. 시원한 화문석에 비대한 몸을 뉘인 채 지난 십 년을 구질구질하게 살아온 데 대해 억울해 하며 현재를 즐기고 있다. 조준구는 일하는 아이를 앞세우고 통영에서 제일 가는 소목쟁이 병수를 찾아간다. 느닷없이 들이 닥친 시아버지를 병수댁이 놀라서 보고, 보다 침착하게 조준구를 맞이한 병수는, 손주 하나를 서울로 데려가 공부시켜 보겠다는 조준구의 말에는 그러지 않겠다고 잘라 말한다.

환국과 순철은 모랫사장에서 한바탕 치고 박으며 딍군다. 그리고 어느 사이 일어나 순철의 친구집으로 가 술을 마시며 소림의 얘기를 나눈다. 양소림이 허정윤과 결혼한다는 것은 모두에게 화젯거리가 되고 있으며 소림을 짝사랑한 순철은 소림이 약점 때문에 정윤과 결혼한다는 사실이 괴롭기만 하다. 환국은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구역질을 하면서 소림의 손등에 있던 혹을 잊으려 애쓴다.

조용하와 임명희의 아침 커피 시간은 삭막하다. 강선혜는 홍성숙과의 불륜을 이야기하며 분노하지만 당사자인 명희는 오히려 담담하다. 용하는 일본인 제수씨인 노리코라도 오는 날이면 찬하와 명희를 함께 앉혀 정신적 학대를 한다. 찬하도 명희도 용하의 행동에 동정을 보낼 뿐 무감각하다. 이른 아침에 양소림이 홍성숙의 심부름으로 용하를 찾아온다. 성숙은 신문에 자신들의 일이 실릴 것 같으니 이혼하겠다고 하고 용하는 그런 성숙을 딱한 듯 싸늘하게 외면한다. 회사에 돌아와보니 임명빈의 사직서가 놓여있다. 용하는 그것을 휴지통에 꾸겨 던진다.

명희가 친정에 오자 명빈은 망설이다 편지 한 장을 내민다. 상현이 명희 앞으로 보낸 편지다. 이런 때 인실이 명빈을 찾아와 취직을 부탁하고 명빈이 학교를 그만두었다고 하자 명희가 알아봐 주겠다고 한다. 집에 돌아와 편지를 펼쳐보는 명희. 내용은 봉순과 그의 딸에 관한 이야기, 그리고 앞으로 원고를 계속 보낼 테니 그 고료를 아이의 양육비로 써달라는 것이다.

십 년을 병고에 시달리던 용이 죽었다. 사무치게 우는 홍이와 호들갑스러운 보연의 호곡소리를 빼면 미리 준비 된 상가는 차분하게 진행되어 갔다. 모두들 호상이라 한다. 자신이 병에 시달린 것 빼면 아들이 효성스럽고 양반 며느리의 시중을 정성껏 받고 맘에 꺼리는 것 없이 눈을 감았다고 하는 말이다. 연학이 일을 처리하고 영팔 노인도 오고 모처럼 두만 아비도 와서 용이 얘기를 나누는데 새벽녘에 봉기 노인이 슬며시 들어와 문상한다. 그의 트집 부리는 모양은 여전해도 그도 이제는 저승길을 생각하는 노인이다.

보연은 홍이가 자신에게 탈상을 맡기고 만주로 떠나가 버릴까 전전긍긍한다. 고종사촌 오래비인 범석이 찾아오자 남편의 마음을 한 번 떠보라고 보연이 애걸을 하고, 그런 보연을 범석은 경망하다며 못마땅해 한다. 삼오제가 끝난 후 관수가 찿아오고 홍이가 식솔들을 데리고 공 노인에게 갈 것을 권한다. 영팔 노인과 범석도 동조한다.

관수는 홍이 집을 나와 한복에게 간다. 석의 처 을례가 나 형사에게 그동안 석의 미심쩍은 부분을 귀뜸해주고 나 형사가 부산으로 온 게 화근이 되어 석이 쫓기는 신세가 되었다. 관수는 한복에게 석을 간도로 데려가 줄 것을 지시한다. 지난 번 간도로 간 혜관의 연락이 끊기자 관수는 초조해한다.

인성은 오가다 지로 때문에 결혼하지 않겠다는 누이 인실에게 분노를 느낀다. 보다 더 크게는 평소 민족을 뛰어넘어 동생 같이 사랑하던 오가다가 갑자기 흉측한 괴물로 다가오는 것이다. 인실은 야간 여학교에서 가사를 가르친다. 수업을 마치고 운동장을 가로질러 나오는데 어둠속에서 오가다가 인실을 기다리고 있다. 한강 백사장에서 둘은 마주보지만, 사랑하지만 인실은 오가다를 용납할 수 없는 자신을 안다. 그는 침략국의 국민인 것이다. 인실은 오가다를 위해 결혼하지는 않을 것을 약속한다.

숙희네는 양 교리댁에 가서 돈 오백 원을 받아왔다. 숙희의 앞날을 생각해서 눈물을 머금고 한 행동이지만 그집 대문을 나설 때는 칼을 물고 죽어버리고픈 심정이었다. 숙희는 넋을 빼앗긴 듯 아무런 반응도 보이지 않는다. 허정윤과 양소림의 결혼식 날. 신랑 정윤은 의전 학생이라 손색이 없지만 상객으로 온 형의 초라함에 대한 양씨 집안의 경멸은 차갑기만 하다. 신방에서 정윤은 한숨을 쉬며 자신은 진실을 희생하면서까지 양소림과 혼인한 것은 아니라 외친다. 숙희는 강가에서 밤을 새우고 온 후 외지로 나가겠다고 말한다.

홍이가 영팔의 집에 가자 영호만이 홍을 반긴다. 모두 제술의 돌잔치에 갔다는 영호의 말이다. 한복의 아들 영호는 함안댁을 닮았는지 머리가 명석한 편이다. 영호가 홍이에게 자랑삼아 자신들도 작은 모임을 가지고 있다고 하자 홍이는 그말에 일하는 사람들이 얼마나 끌려들어갈 줄 아느냐고 호통을 치고 나온다.

양현은 서희의 집에서 꽃처럼 별처럼 사랑 받는 존재다. 윤국은 특히 양현을 귀여워한다. 서희는 집안 누구도 양현을 소홀히 하지 못하게 한다. 서희의 몸은 쇠약해 있으나 정신은 오히려 투명하다. 명희가 서희를 찾아와 양현을 기르고 싶다고 제안하다. 서희는 아버지가 찾으면 모를까 그럴 수 없다고 하고, 명희도 막상 내려와보니 양현이 이곳에 머무는 것이 더 행복할거라 결론 짓는다. 윤국은 이제 어미 품에서 떠날 차비를 하는, 다 자란 한 마리 매로 성장해 있다.

<밑줄긋기>

16장 안 좋은 일이 있으믄 좋은 일도 있겄지

17장 아무리 교육을 받고 높은 지위에 있다 하여도 비천함은 고쳐지지 않는 법이다. 그것은 인성이 나쁘다는 것이며 근본적으로 인간에 대한 애정이 없다는 것이다.

5편 4장 갈등이나 압력으로 힘을 소비하지 않는 것은 바람직한 일이겠지만 때론 그런 갈등 때문에 힘이 솟는 경우도 있지요

7장 불운할 때는 불운만 찾아온다

10장 돼지우리 속에선 돼지로 살았으나 돼지우리 밖에선 모든 것이 새로워야 하는가

16장 사람 살아가는 이이 참으로 기기묘묘하다. 검정과 흰빛으로 구별지을 수 없는 거이 인간사라

17장 참된 삶이란 반드시 사회의 요구와 부합되는 건 아니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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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지 11 - 3부 3권 박경리 대하소설 토지 (마로니에북스) 11
박경리 지음 / 마로니에북스 / 2012년 8월
평점 :
구판절판


1919년 3․1운동 이후에서부터 1929년의 원산 총파업, 광주 학생 사건 무렵까지가 시간적 배경이고, 소설 안에서는 사회주의 성향의 독서 단체인 계명회 사건이 1929년에 일어나는 것으로 되어 있습니다. 복수 후 허무에 부딪친 최서희가 지어미의 삶을 살게 되고, 김환이 죽음에 이르면서 이야기의 중심은 송관수 등의 민중적 삶과 서울의 임명희를 둘러싼 지식인과 신여성들의 삶으로 이동합니다. 사건의 중심이었던 기화, 김환의 죽음과 함께, 서희의 두 아들, 윤국과 환국, 용이의 아들 홍이, 조준구의 아들 꼽추 조병수 등이 소설의 중심을 차지하고 있습니다. 이와 함께, 임역관의 딸 명빈과 명희를 비롯해 귀족층의 조용하, 급진적 사회주의 사상가 서의돈 등 새로운 인물들이 많이 등장하는데, 대부분 인텔리 계층으로 이들을 통해 희망 없는 식민지 상황의 암울함을 드러내고 있습니다.

토지시리즈에 등장하는 인물만 해도 800여명이라고 하는데, 어느 하나 똑같은 성격과 신분을 가진 사람이 없는듯합니다. 등장인물의 수가 많긴 해도 모두 저마다 사연이 있어서 읽다보면 이해가 되기도 합니다. 또, 내용도 감정보다는 사건위주로 전개하기 때문에 더 잘 읽힙니다. 읽으면서 인물의 모습이 떠오를 정도로 ‘살아 숨쉬는’ 인물들을 저렇게 많이 만들었다는 것만으로도 작가의 위대함이 느껴집니다

<줄거리>

명희는 여옥과 헤어져 친정으로 걸음을 옮긴다. 사랑에 와 있는 환국이도 보고 조카들도 볼 작정이다. 마침 명빈을 찾아가던 상현과 만난 명희는 내외하지 않고 지난 날을 담담하게 얘기한다. 상현은 곧 서의돈과 함께 간도로 떠나기로 하고 인사차 명빈을 찾은 것이다. 술상을 앞에 둔 상현과 명빈의 자리에 명희가 앉는다. 문학청년 같은 감상이 남아 있는 명빈은 두 사람의 애틋한 사랑에 추억을 보태주려는 듯 명희더러 이별주 한 잔 상현에게 권하라 이른다. 상현은 이미 집앞에 도착하기 전에 명희도 사랑한 여자였노라 말했었다.

윤씨 부인의 제삿날이 돌아오자 용이와 연학이 대청마루에서 밤을 치고 있다. 용이는 꿈에 소동이를 봤다고 하고, 수동이가 누군지 모르는 연학은 죽은 수동의 제삿날을 누가 챙기냐며 힐난한다. 용은 작년 봄에 죽은 임이네와 또 강청댁, 월선이를 생각하고 먼저 죽은 많은 사람들을 돌아보는데 서울에서 석이가 내려온다. 석이와 연학은 사는 일이 답답하다. 희망은 어디서도 보이지 않고 베고픈 사람들은 제 가솔 챙기기도 급급한 세상에 자신들 하는 일이 답답하기만 한 것이다.

떠돌던 김환이 돌아와보니 모친 윤씨 부인의 기일이다. 환은 평사리 최 참판댁 높은 대청마루에 서희와 두 아들이 서 있을 것을 생각하며 자신도 그 젯상 아래 엎드리고 싶다는 생각을 하며 윤씨 부인의 무덤에 절을 한다. 강쇠와 주막에 든 김환을 본 한 서방은 그길로 남원의 지삼만에게 가서 알린다. 한 서방은 강쇠의 수하였는데 돌아오지 않는 김환을 언제까지나 기다릴 수 없어 지삼만에게 붙은 인물이다. 이삼 년 사이 지삼만은 청일교란 사이비교를 조직하여 환이의 세력을 무너뜨렸으며 무지한 사람들을 끌어들여 세를 확장하는 중이다. 지삼만은 자신의 왼팔 노릇을 하는 보부상 임가에게 김환을 경찰서에 밀고하라고 한다.

윤씨 부인 제삿날에 복동네가 양잿물을 마시고 죽었다. 사람들은 영문을 몰랐으나 평소 내왕이 있었던 마당쇠댁이 야무네에게 복동네의 억울한 죽음을 이야기한다. 원인은 봉기노인에게 있은 것이나 양자인 아들 복동과 그의 처 며느리조차 복동네를 그 옛날 삼수와 정을 통했다는 의심을 하니 분에 못이겨 자살한 것이다. 봉기는 삼수에게 당한 딸 두리를 보호하겠다는 일념으로 복동네에게 누명을 씌운 것이다. 석이는 앞장 서 봉기를 닥달하고, 복동네의 출상 전에 죄를 자복하게끔 일을 꾸민다.

석이는 강가를 기다시피 엎드려 가는 봉기를 보자 그도 그저 자식을 몹시 사랑하는 짐승에 지나지 않는다는 생각에 슬픔에 잠긴다. 서울에서 사회주의 운동을 하는 이범석에게 농촌은 건드리지 말라고 한 관수의 이야기도 되새기며 마을로 돌아오자 용이와 한복이 기다리고 있다. 봉기가 타작마당에서 발명하기로 했다고 하자 모두 반가워하지만 한복의 처지를 생각해 이야기는 길어지지 않는다. 복동네의 죽음으로 인해 모두 함안댁을 생각하던 참이었기 때문이다. 한복은 그의 둘째 아들 영호의 진학문제를 석이에게 상의하고 돌아간다. 석이는 용이에게 봉순이가 평양에서 아편쟁이가 되어 있더라는 서의돈의 말을 꺼낸다. 용이는 서희에게 봉순의 처지를 알리기로 한다. 석이에게 있어 봉순은 사랑이었고 청춘이었으나 입밖에 내서는 안되는 마음이기도 했다.

타작마당에 모인 마을 사람들은 봉기가 자복하기만을 기다리고, 봉기는 석이가 알려준 것을 밤새 연습한 듯 눈물을 흘리며 자신이 복동네에게 누명을 씌웠노라고 한다. 봉기의 자복엔 딸 두리의 내용이 쏙 빠져있다. 자신감을 얻은 봉기는 고개를 들어 애맨소리에 저저이 다 죽느냐며 오히려 자신이 운수가 나쁜 편이라고 발뺌을 하고 차마 노인을 바로 때리지 못한 군중 속에서 돌멩이가 날아든다. 피가 흐르는 봉기를 보호하려고 석이가 나서려는데 봉기 아들이 울면서 뛰어든다. 사람들은 자식 없는 복동네를 동정하며 아들에게 업혀가는 봉기와 복동네의 양자 부부를 비교한다. 용이에게 봉순의 처지를 들은 서희는 석이에게 평양에 가서 봉순을 데려오라고 부탁한다.

석포의 객주집에서 술을 마시던 환이가 석포와 함께 경찰서에 끌려간다. 어떻게 해서 환이가 잡혀갔는지 연유를 알 수 없는 강쇠는 앞이 캄캄하다. 광주리 장사로 변장하여 연학을 만난 강쇠는 연학을 따라 남강 백사장을 걷는데 발밑의 모래알이 뜨겁기만 하고 의지하던 환이 걱정 때문에 하염없이 눈물이 흐른다. 환이에 대한 강쇠의 사랑은 육친 이상인 것이다.

환국은 생인손을 치료하기 위해 박 외과에 갔다가 양소림과 부딪치게 되고, 뜻밖에 양소림의 손등에 붙은 징그러운 혹을 보고 놀란다. 서울을 오가며 몇 번 지나친 적이 있었기에 모르는 사이는 아니었으나 손등의 혹을 보자 다시는 소림과 만나지 않기를 바라는 자신의 마음이 스스로 혐오스럽다. 환국을 찾아 온 순철은 양소림과 혼담이 있었는데 손등의 혹 때문에 무산 됐다며 씁쓸해하며 몰래 사온 소주를 밥그릇의 뚜껑에 부어 마신다.

방직회사 사장인 황태수가 수년만에 임명빈을 찾아온다. 계명회 사건으로 서의돈을 비롯하여 선우일 형제, 유인성 남매, 오가다 지로, 그리고 간도의 길상까지 붙잡혀 서대문 형무소에 갇혔다. 황태수는 남 모르게 계명회에 기부한 적도 있고 잡혀간 사람 모두 친구요 동생 같은 사람이라 그 자신이 뒤바라지는 못하고 임명빈에게 그일을 부탁하러 온 것이다. 계명회란 사회과학의 연구단체로 일본 유학생들과 비밀결사 성격을 띠고 있는데 오가다와 길상의 연루는 좀 이채롭다고 할 수있다. 연락을 받고 임명빈의 집에 온 서희는 길상의 수감 소식에 놀란다.

일본에서 돌아온 홍이는 화물 회사에 취직해서 마당쇠의 아들 천일을 조수석에 앉히고 일한지도 일년이 넘었다. 임이네가 고통스럽게 죽고 난 후 홍이는 생모에 대한 격렬한 증오심을 버리고 연민으로 기억한다. 일을 마치고 여관업을 하는 삼석과 근태와 함께 술을 마시며 이들은 내 땅에서 마음대로 하지 못하는 처지에 울분을 토한다.

석이가 봉순을 진주로 데려와 정성껏 간호한 것 때문에 석이의 처 을례는 화가 나 있고 이들 부부의 불화는 끊이질 않는다. 을례는 을례대로 별로 나아지지 않는 형편과 시모와 남편의 전력에 넌더리를 내던 차에 남편의 마음이 봉순에게 이어져있는 듯하여 악을 쓰고, 석이는 그런 을례에게 정이 떨어진 상태라 그 사이에 낀 석이네만 발을 구른다. 데리고 있던 한복의 아들 영호도 을례의 구박에 영팔의 집에 데려다 놓은 상태다. 홍이는 석이의 마음을 알 듯도 하다. 봉순은 홍이에게는 예쁜 누님이었지만 석이에게는 사랑인 것이다.

조용하는 커피를 마시며 조용히 명희를 고문하기 시작한다. 늘상 있은 일이기에 명희는 담담하다. 동생 찬하가 명희를 사랑한다는 상상은 급기야 용하의 머릿속에서 사실로 변하고 은근히 명희를 떠보는 것이 조용하가 명희에게 가하는 정신적 학대인 것이다. 평야으로 가는 용하를 배웅하고 선혜집에 들렀다 집에 오니 평양에 간다던 용하가 차갑게 명희를 쏘아보고 있다. 늘 이런 식이다.

선혜는 문인들에게는 눈에 가시 같은 존재고 기피대상자다. 권오송이 운영하는 잡지 "청조"에 기부할 것을 작정하고 권오송의 사무실로 찾아가서도 선혜는 그곳에 앉아있는 극단 단원을 울려서 내쫒았다. 권오송을 결혼 상대로 탐색하고 있는 선혜는 권오송과 다음날 창경원에서 만나기로 하고, 이런 사실을 명희에게 이야기하고 싶어 명희 집으로 간다. 전날 성악가 홍성숙의 독창회에 조용하가 커다란 꽃다발을 보내 세간의 화제가 분분하던 참이다. 명희 집에는 뜻밖에도 홍성숙이 찾아와 있다. 이들은 여학교 선후배사이가 된다. 홍성숙은 명희에게 감사를 표한 뒤 나가고, 선혜와 명희는 자신들의 미래를 우울하게 그려본다.

서대문 형문소로 길상의 면회를 다녀오는 서희. 그런 서희를 감싸듯 지켜보는 환국은 서울의 임명빈 집에서 중학을 다니고 있다. 서울에서 바로 평사리로 걸음하는 서희를 본 동네 사람들은 놀라고, 평사리 집에는 봉순이와 딸 양현이 육손의 일가와 생활하고 있다. 양현에게 깊은 애정을 표현하며 진주로 데려가서 학교에 보내겠다는 서희의 말에 봉순은 양현을 서희에게 맡기고 떠나고자 한다. 한때 다정다감하고 조신스러웠던 봉순은 아편쟁이가 되어 심신이 병들어 있다. 그런 봉순을 서희는 안타깝게 지켜본다.

선혜는 창경원에서 권오송을 만난다. 권오송은 선혜가 잡지에 투자하고 싶다는 말에 이틀 후 다시 만나 의논하자며 한 발 빼는 모양새다. 다시 만난 자리에서 권오송은 출자는 하되 경영에는 참가할 수 없음을 못박고 선혜도 그러겠다고 하지만 웬지 눈물이 고인다.

봉순은 기생어미였던 연홍을 찾아 가 운삼이 죽었다는 소식을 듣는다. 무던히도 기화에게 소리를 배워주려고 애썼던 운삼은 기화가 결국 명창도 되지 못하고 딸아이를 둔 사실을 알고도 단념하지 않고 기화에게 지순한 사랑을 보여 준 스승이다. 그런 운삼이 죽었다는 소식에 기화가 놀라고 슬퍼하는 일은 당연하다.

봉춘네가 일직을 서고 있는 석이를 찾아와 봉순이 나와 있다고 말한다. 석이는 봉순이 마음을 잡지 못하는 것에 화를 내며 함께 운다. 예배당에 다녀 온 봉춘네는 석이와 봉순이 함께 운 듯하여 의아하다. 봉순은 석이에게 평사리로 돌아가겠다 약속하고, 석이는 다시 학교로 돌아간다. 봉춘네는 길에서 만난 석이 장모에게 지금 석이가 자신의 집에 와 있다고 말했지만 하고보니 안한만 못한 것 같아 마음이 편하지 않다.

판술의 집에서 저녁을 먹고도 석이는 집으로 돌아가지 못하고 술집으로 향한다. 봉순에게 한 번 더 가보고 싶으나 독한 소줏잔만 들이키는 것이다. 주모의 걱정을 뒤로 하고 한껏 취해 집에 돌아오니 반기는 식구는 아무도 없고 석이네가 노발대발이다. 장모가 와서 을례와 아이들을 데리고 간 것이다. 석이네가 봉순이 욕을 하자 석이는 그런 봉순이가 아니라며 석이 역시 시어머니와 남편을 우습게 아는 아내는 필요없다고 말한다. 석이네는 손자 손녀 생각에 안절부절 어쩔 줄 몰라한다.

소림의 모친 홍씨와 이모 성숙이 박 욋과에 간다. 성숙이 감기 기운이 있기 때문이다. 성숙은 박효영의 거만스런 태도에 화를 내고, 허정윤을 유심히 살핀다. 집에 돌아온 성숙은 언니 홍씨에게 소림의 신랑감으로 정윤을 이야기하고 홍씨는 마땅찮아한다. 그날 저녁 남편 양재문이 소림의 신랑감으로 정윤이 어떠냐고 묻자 홍씨는 소림의 혹 때문에 이런 혼사도 마다하지 못하는 처지가 씁쓸하다.

석이네는 손녀 남희를 데리고 영팔이와 함께 박 의원에 간다. 박 의사는 남희의 사타구니에 난 종기를 보고 화를 낸다. 아이를 이 지경까지 버려뒀다는 것에 화가 난 것이다. 석이네가 사돈집에 가서 을례 모친에게 악문만 듣고 남희가 우는 것을 보고 놀라서 아이를 데려오는 길이다. 남희의 울음소리를 듣자 비로소 서기네도 며느리 을례를 욕하며 눈물 짓는다. 박 의사는 양재문이 만나자는 전갈을 받고 요릿집으로 간다. 양재문이 정윤의 얘기를 내비칠 때 자꾸만 피하게 되는 심사는 박 의사 자신도 납득할 수 없다. 정윤은 곧 의사가 되고, 학비를 보태고 사랑을 바친 숙희는 노처녀가 되어 버림 받을 처지에 있는 것이다. 박 의사는 정윤과 숙희를 보며 자신이 왜 혼자 사는가 생각해본다.

강쇠는 해그름에 하염없이 산턱에 앉아 있는 안또병 식구들을 이끌고 함께 산막으로 돌아온다. 항상 사람이 그리운 모친과 아내는 안씨 일가를 반긴다. 빚에 쫓겨 대책없이 도망 나온 이들은 강쇠가 시키는 대로 움막을 짓고 강쇠를 형님 같이 여긴다. 이튿날 새벽참에 남원으로 나온 강쇠는 짝쇠를 찾아간다. 그날 주막에서 경찰에 연행되어 환이가 잡혀간 후 혹시라도 강쇠에게 손이 뻗칠까봐 부산에 있는 관수에게 가 한 일 년 도회 바람을 쐰 강쇠는 복수를 위해 다시 산으로 온 것이다. 와서 맨 먼저 한 일은 주막의 비연을 구슬러 그날밤에 함께 있던 사내가 한 서방임을 알아내 처단한 일이다. 그리고 강쇠는 짝쇠를 지삼만이 있는 남원에 심어둔 것이다. 강쇠는 밤을 기다리며 술을 마신다.

<밑줄긋기>

3편 12장 사람마다 집집마다 알고 보믄 사연이야 기맥힌 것 아니겄나

14장 곧이듣건 곧이듣지 않건 사람이란 항상 남의 일에 대해선 무책임하게 마련이다

4편 3장 우리는 자신의 감정에 이겨야해

4장 모르게 모르게, 아무도 모르게, 사람들이 변해가고 있는 것이다

7장 과거는 무의미한 것이며 없는 것이며 죽은 것이다. 현재만이 살아 있는 것, 미래만이 희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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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지 10 - 3부 2권 박경리 대하소설 토지 (마로니에북스) 10
박경리 지음 / 마로니에북스 / 2012년 8월
평점 :
구판절판


소설의 초반부보다는 점점 역사적인 사건들이 소설의 줄거리의 큰 비중을 차지하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10권은 신여성에 대한 이야기가 제법 많았습니다. 조선 오백 년 동안 굳어진 여성의 이미지가 유학 등 고등교육을 받으면서 신여성이라는 이미지로 변화되어가는 과도기 속에서 여성들 그리고 남성들의 의식들을 엿볼 수 있었습니다. 소설이지만 당시 시대적 상황이 생생히 살아 있었습니다.

<줄거리>

강선혜는 명희를 데리로 조병모 남작의 집을 찾아간다. 그곳에 있는 덕화와는 대학 동창이다. 덕화는 불임 치료를 위해 외가에 와 있던 참이다. 얼떨결에 덕화의 이종사촌들인 조찬하와 조용하에게 인사를 한 명희는 편하지가 않다. 덕화와 헤어진 선혜와 명희는 본정통을 걷는데 양품점 안에 있는 이상현을 만난다. 상현은 봉순과 함께였다. 명희는 다음에 상현을 한 번 찾아본 후에 결혼을 하든지 말든지 결정하리라 생각한다.

명희는 상현의 하숙을 방문한다. 의아해하는 상현에게 명희는 뜻밖의 말로 상현을 화나게 한다. 상현의 태도 여하에 따라 자신의 결혼을 결정하겠다는 것이다. 상현은 평소 단정하던 명희가 자신의 하숙집까지 찾아온 것에 화를 내며 비 내리는 거리로 명희를 내몬다. 상현은 비를 맞으며 봉순의 집을 찾아가는데 봉순은 상현을 남편 대하듯 한다. 그런 봉순이 상현은 가엾기만 하다.

상현은 소설을 쓴다. 독립지사 이동진의 아들이 할 수 있는 것은 소설쓰는 일뿐이라 생각한다. 어느 날 주갑과 석이가 찾아와 기화의 집을 묻는다. 며칠 후 기화의 집에 찾아 간 상현은 주갑이 그곳에 머물러 있는 것을 이상하게 생각한다. 저녁무렵 담 벼락에 붙어 울고 있는 주갑. 모시고 다녔던 강우규 의사가 사이또 부임시 폭탄을 터뜨린 뒤 체포되어 처형당한 것이다. 주갑은 다시 만주로 떠나고 상현은 충격을 받는다.

일본과 중국을 두루 다녀 보고 온 서의돈을 위해 황태수가 술자리를 마련했다. 상현을 본 의돈은 참지 못하고 상현을 공격한다. 의돈의 첫정이 기화이고 보면 상현을 보는 심사가 편할 리 없다. 방안에 있던 사람들이 서의돈과 상현의 싸움을 말려보려 하나 의돈의 주정은 원래 심한 편이라 거침이 없다. 밖엔 바람이 부는데 의돈과 상현은 쓸쓸한 마음을 안고 거리를 걷는다.

야무네는 작은 아들 딱쇠와 함게 오리섬으로 푸건이를 데리러 간다. 지난 가을 병중의 딸을 한번 보고 와서 늘 가슴을 졸이며 살아 온 야무네는 갑자기 들어선 중신 할미가 사위까지 병 들어 시댁에서 푸건이를 데려가라는 전갈을 보냈다는 말을 전한다. 부랴부랴 섬으로 들어가니 사돈댁에서 굿을 한다고 북적인다. 딱쇠는 사돈의 푸대접과 푸건이가 거처하는 골방을 보고는 화가 나 푸건을 업고 나온다. 고갯길에는 갯바람, 솔바람이 싸아하니 불고 있다.

홍이는 삼석이와 일본에 가기 위해 부산으로 나오지만 일본엔 삼석이만 가고 홍이는 삼석의 친척집인 자전거포에 주저앉는다. 일본에 가지 못한 것은 아버지와 장이 때문이다. 상주 없이 아버지를 보낼 수 없다는 홍의 의식 때문이다. 바람결에 들리는 소문은 장이가 홍이와의 관계가 알려져 일본으로 시집간다고 한다. 홍이는 장이를 데리고 간도로 가고 싶지만 몸이 아픈 아버지 때문에 그럴 수는 없고 갈팡질팡 어쩔줄 몰라한다.

추석을 쇠기 위해 부산에서 진주로 나온 홍이는 우선 장이를 만난다. 장이는 이미 일본으로 시집가려고 혼사일을 받아 놓은 상태다. 홍이는 마음에도 없는 모진 말로 장이를 울리지만 마음은 심란하다. 장터에서 산 예쁜 당혜 한 켤레를 장이에게 주는 대신 그대로 강물에 띄워보내고 만다.

친정으로 업혀 온 푸건이가 여름을 나고 추석이 되도록 별탈없이 지내니 야무네는 마음을 놓는다. 앓던 사위도 자리를 털고 일어나 이따금 푸건이를 보러오니 그것도 야무네에겐 더없이 고마운 일이다. 야무네로 마실 온 복동네는 은근히 홍이와 김 훈장댁 외손녀 복연과의 혼담을 꺼내 본다. 김 훈장의 외동딸 점아기가 산청으로 시집가 여렵사리 살다가 시댁 외가의 도움으로 통영에서 자리를 잡은 것도 근년의 일이다. 산청댁은 맏딸 복연의 성정이 사나와 고민 중이었는데 범석을 친구 삼아 드나들던 홍이가 마음에 들어 말을 꺼내 본 것이다.

이십 년만에 평사리 들판이 풍년으로 누렇게 출렁거렸다. 서희가 두 아들을 앞세우고 평사리로 오면서 선물인듯 마을에 전곡도 많이 풀어 어느 해보다 풍성한 추석이다. 강가 백사장에는 오광대까지 불러 마을 사람들이 구경에 열중하고 있는데 최 참판댁에 김환이 찾아와 사당 마루 밑에 숨는다. 곧 들이 닥친 군인들이 백사장의 놀음을 중지 시키고 그 와중에 마당쇠가 총 맞아 죽는다. 최 참판댁에 몰려간 군인들은 서희의 기세에 눌려 예의껏 집안을 수색하나 아무 것도 찾지 못한다. 백사장으로 나온 군인들은 홍이를 비롯한 장정 십여 명을 끌고 간다. 홍이를 보러 나온 점아기는 홍이가 잡혀가자 가슴 아파하고, 그말을 들은 용이와 영팔은 혹시나하는 마음으로 혼담에 희망을 건다. 군인들이 얕잡아보며 의심하지 못한 광대들은 짝쇠와 강쇠를 비롯한 동학군들이다.

홍이는 헌병대에서 심한 고문을 받지만 달리 할 말이 없다. 젊다는 이유로, 곱상하게 생겼다는 이유로 남들보다 더 심한 고문을 받는 이홍. 그러나 임실에서, 산청에서, 합천에서, 동시에 살인 방화 사건이 일어나 잡혀온 이들이 의병과 관계가 없는 것이 판명나 이들은 풀려나게 된다. 경찰서 앞에서 연학을 만난 홍이는 연학에게 잘난 척해서 뺨하나 더 맞는 것이 얼마나 어리석은 짓인가를 깨달았다고 한다. 벌써 가을이 깊어가는 중이다.

보연의 집안에서는 모두가 마뜩찮아 하는 혼삿날. 날씨맞 궂어 산청댁의 입술은 파랗게 질려있다. 혼례청이 들썩거릴 정도의 바람과 함게 빗줄기까지 내리니 혼례집이 아니라 마치 상가 같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별 기대로 않던 사위가 헌헌장부여서 장인인 허윤균이 흡족해 했고, 보연도 홍이에게 기가 죽은 것이다. 이튿날은 화창하여 평사리로 돌아온 신혼부부는 폐백을 마치고 혼사는 마무리 된다.

서의돈은 선우일이 동생 선우신과 함께 일본에서 돌아오는 길이다. 이들이 함께 동행한 까닭은 서의돈이 선우신의 하숙을 찾아가서 기숙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며칠 후인 구월 초하루 열두시경에 동경을 쑥밭으로 만든 관동대지진이 일어나 조선인드이 무참하게 살해당하던 무렵, 무사히 일본을 빠져나온 길이다. 관동대지진으로 민중들이 선동을 염려한 위정자들은 조선인들을 희생양으로 삼았다. 조선인들이 혼란을 틈타 우물에 독약을 뿌렸다는 유언비가를 퍼뜨렸고 성난 군중들은 닥치는 대로 조선인을 학살했던 것이다. 서의돈은 선우일을 상대로 여러 가지 이야기를 하고, 선우신은 못마땅하지만 형의 친구인 서우돈의 이야기 상대가 돼 준다. 이무렵 지식인들은 심한 회의와 열등감에 사로 잡혀 있다.

인실을 보러 온 언니 인경은 선혜와 함께다. 선혜로부터 명희가 조용하와 결혼했다는 얘기를 듣는다. 동행 찬하는 형이 갑자기 이혼을 하고 자신이 마음에 둔 명희와 결혼하자 일본으로 건너갔다. 인실은 오가다가 자신에게 품은 감정을 알기에 선혜가 하는 이야기가 예사로 들리지 않는다. 이때 마침 오가다가 인성을 찾아 집으로 오고 인실은 오가다를 오빠에게 데려다 주기 위해 집을 나선다. 둘은 추운 거리를 걷다가 창경원으로 들어간다. 인실은 오가다의 마음을 알지만 그가 일본인라 스스로에게 모멸감을 느낄 뿐이다.

상현은 모처럼 원고료를 받아서 동료 문인들과 술집을 찾는다. 그곳은 뜻밖에도 산호주가 경영하는 기생집이다. 산호주는 상현에게 봉순이 상현의 아이를 낳아 기른다고 전한다. 상현은 이미 버린 기생이라 하고 쓰러진다. 몸과 마음이 피로한 상현은 그대로 산호주의 집에서 사흘을 앓다 떠난다.

상현의 병문안을 온 선우일과 성삼대는 사회 일각에서 번지고 있는 물산장려 운동에 관한 이야기며 공산주의 사회주의에 대한 이야기를 나눈다. 상현은 이들이 돌아간 후문득 생각난 듯 임명빈의 집을 찾는다. 임명빈은 조병모 남작이 세운 영화중학교의 교장으로 재임 중이다. 명빈에게 상현의 서의돈을 따라가고 싶다고 말한다. 상현은 이제야 아버지의 굴레에서 벗어났음을 느끼고 신기해한다.

환국은 서점에서 책을 사 돌아오는 길에 순철을 만난다. 순철은 진주에서 다섯 손가락 안에 드는 부잣집 아들이여서 항상 제가 우선이어야 직성이 풀리는 성미다. 공부도 곧잘하지만 환국이 때문에 한 번도 일등을 한 적이 없다. 환국이에게 좋은 감정일리 없는 순철이 환국을 붙잡고 시비하다가 종의 아들이라고 내뱉는다. 환국은 그대로 돌을 줏어 순철의 이마에 찍고 새파랗게 질려 집으로 간다. 곧이어 순철의 어머니가 기세등등하여 환국을 내놓으라 달려오고 서희는 병원으로 달려간다. 병원에는 약간의 상처를 입은 순철이가 앉아 있고 서희는 순철에게 싸움이 난 이유를 묻고는 조용히 돌아온다. 강가에서 오랫동안 서서 흐느껴 운 서희는 길상이 왜 함께 돌아오지 않았는지 그 뜻을 깨닫는다.

환국이 서울의 중학에 합격하자 임명빈의 집에서 다니기로 이야기가 되었다. 서희는 환국이 지난 번 순철의 일로 상처받았을까 싶어 함께 동행한다. 한편 느닷없이 찾아온 혜관은 임명빈의 집 입구에 있는 선일여관에 서희가 들기를 귀뜸한다. 서희는 길상이 서울에 있을 거라고 짐작하면서도 더 이상은 묻지 않는다. 임명빈의 집에 묵으면서 서희는 끊임없이 입구에 버티고 있는 여관을 의식하는 자신이 길상을 길이 사랑하고 있음을 느낀다. 진주로 내려오기 하루 전 조용하는 명빈과 서희를 초대한다. 조용하는 서희에게 물산장려운동에 관해 말하며 상업에 투자함이 어떠냐고 묻지만 서희는 농토를 중요시한다며 거절한다. 돌아오는 자동차 안에서 비로소 여관을 올려다 본 서희는 그곳에 아무도 없음을 보고 허탈해한다.

박효영 의사는 도망간 처를 생각하고 탱자 울타리 같이 빈틈없는 서희를 떠올린다. 조수 허정윤과 간호부 숙희와의 관계를 어렴풋이 눈치 채면서 자신의 고학 시절도 돌이켜보곤 한다. 박 의사의 병실에 임이네가 입원해 있다. 천년 만년 살 것 같았던 임이네는 결핵성 복막염으로 수술하고 가망없다는 진단 아래 퇴원을 종용 받던 참이다. 홍이와 복연이 임이네를 간호하고 있으며 임이네는 아픈 중에도 끊임없이 홍이를 괴롭힌다. 아직 용이는 생존해 있다.

관수와 연학은 서울네 집으로 가서 두만을 불러낸다. 진주에서 조직된 형평사는 백정의 자식에게도 똑같은 교육의 기회를 주자는 취지에서 조직된 것인데 두만이 이 운동의 반대편인 농청원에 술말을 냈다하여 관수가 못마땅하게 생각한 것이다. 관수의 아들도 진주에서는 공부를 시킬 수 없어 남몰래 부산에서 학교를 다니는 형편이다. 시민들은 형편사 운동을 지지하는 사람들을 새백정이라 부르며 멸시하지만 이 운동은 시나브로 전국으로 확산되고 있었다. 시대의 흐름인 것이다. 관수는 두만의 사돈인 연학을 핑계 삼아 두만의 안방에서 술상을 받고, 두만에게 하동 사람들을 경시하거나 최 참판댁을 욕하지 말라고 나오지만 웬지 뒷끝이 쓴 것을 느낀다. 연락이 끊긴 김환에 대한 불안과 차츰 무너져가는 동학에 대한 대책이 없음에 허전한 것이다.

장이가 일본에서 친정 다니러 온 것을 안 홍이는 방패 삼아 보연에게 임이네 간호를 시키고 통영으로 간다. 통영 차고에서 생활하는 홍이를 장이가 찾아오고 , 밀폐된 차고 안에서 두 사람의 열정은 타오른다. 그러나 장이의 시고모와 두 아들에게 불륜의 현장을 들킨 이들은 몸이 망가지도록 매를 맞고 사람들에게 구경감이 된다. 장이는 전보를 받고 온 신랑과 함께 일본으로 돌아가고 홍이는 음식을 거부한 채 미친 듯 날뛴다. 보연은 장이가 일본으로 돌아가자 마음을 놓고 홍이에게 정성을 다한다. 홍이 이가는 진주로 옮겨오고, 임이네는 실낱 같은 목숨을 부지하며 지낸다.

명희는 교회에서 여옥을 만나 여학교 때 둘을 사랑해주던 선교사 미스 헤이워드를 방문한다. 여옥은 남편이 동경 유학 중에 연애를 해서 이혼을 당한 슬픔을 딛고 전도부인으로 활동하고 있다. 독신녀인 헤이워드는 식민지 신여성들의 허심탄회한 상담자가 되어 대화를 나눈다. 여옥은 민족애와 선교 사업의 병행에 관한 내용을, 명희는 자신의 신앙에 대해.

일본으로 출장 간 조용하나 시집 식구 모두 귀족이라는 옷을 입고 박제된 듯 서로에게 무심하게 지내는 것처럼 명희는 자신도 그 안에서 박제된 한 마리 학이라 생각한다

<밑줄 긋기>

2편 8장 모두가 다 그런 생각이야 하지요, 이래도 좋은가, 이래도 좋은가, 이래도 좋은가

9장 평생 가도 남의 덕 보자는 거지 뭐. 한마디로 강대국들 성쇠에 달린 것이 조선의 운명이야

12장 날짐승이지만 거룩하다. 사람도 저만 못한 것이 있지. 자식을 낳아 버리는 부모도 있으니 말이야

16장 뜨겁게 살 수 없다 하여 차갑게 살아야 한다는 법도 없는 것이다. 사랑할 수 없다고 미움으로 살아도 아니될 것이다

3편 1장 주권이 없는 곳에 민족자본을 육성한다는 것은, 뿌리 없는 나무에 열매 맺기를 바라는 것과 다를 것이 없다

7장 의사란 몸의 병을 고치는 동시에 마음의 병도 고칠 수 있다면 더할 나위 없는 게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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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지 9 - 3부 1권 박경리 대하소설 토지 (마로니에북스) 9
박경리 지음 / 마로니에북스 / 2012년 8월
평점 :
구판절판


문중 재산을 빼앗은 조준구를 반드시 무너뜨리겠다는 서희는 둘 다 ‘욕망의 화신’이었습니다. 복수를 위해 악착같이 재산을 모으면서도 평사리 사람들과 함께 살아갔습니다. 결국 두 아들과 함께 진주 집에 자리를 잡고 조준구에의 복수를 마무리를 하게 됩니다. 조준구에게서 평사리의 집문서를 인계 받음으로써 빼앗겼던 최 씨 집안의 모든 재산을 되찾아 가문의 재건이라는 자신의 사명을 다합니다. 그 이후의 서희의 생활은 복수와 재건의 과정에서 뿌려놓은 씨에 대한 뒤처리로 일관됩니다. 다시 말하면, 두 아들 환국과 운국의 양육과 기화가 되어 비극적인 삶을 사는 봉순이와 그의 딸의 생계를 보장해준다든가, 용이의 말년을 뒷받침 해준다든가, 남편 길상이의 옥바라지를 하는 등 모두 서희 자신의 가족사 성취 과정에서 맺었던 인연에 대해서 스스로 보상하는 것입니다.

그리고 복수 후 허무에 부딪친 서희의 삶과 동학 잔당의 세력을 규합하여 독립운동을 벌이려던 김환이 일제의 고문 끝에 죽음에 이르는 과정이 묘사됩니다. 서희가 빼앗긴 재산을 찾고 또 자신이 받았던 수모를 조준구에게 돌려주고 난 다음에도 '여한과 울분을 풀길 없는 밤'을 보내는 것으로 설명되고 있습니다. 이것은 지금까지의 삶의 목표가 정복된 다음에 오는 삶의 허무를 의미합니다.

서희의 복수가 성공한 이후에, 이야기전개가 다소 힘이 빠진 듯한 느낌이 들기는 하지만, 서희의 이후의 행보는 어떻게 될지 궁금합니다. 

<줄거리>

이 부사댁 억쇠는 상현을 찾아 나서며 거지꼴이 되었다. 하동에서는 상현이 만세 때 주모자로 붙잡혀갔다느니, 죽었다느니 하는 소분이 분분해 불길한 생각 끝에 억쇠를 올려보낸 것이다. 그러나 상현은 허약한 지식인이 되어 서울 한 켠에서 술만 들이키고 있다. 임 역관이 만세 때 대구에서 사살되었고, 임명빈이 형무소에 갇힌 걸 안 서희는 억쇠 편으로 거금을 보냈다. 상현이 무사함을 본 억쇠는 하동으로 내려가고 상현은 무거운 걸음으로 임 역관댁엘 간다. 마침 명빈의 처가 아들을 낳았다. 대문 밖에서 명희를 만난 상현은 돈을 전달한다.

전윤경과 함께 전주로 내려 온 상현은 봉순을 찾아 기거하게 된다. 세상에 외로움을 느낀 두 남녀는 오누이 같기도 하고 친구 같은 감정을 느끼지만 외로움에 지쳐 하나가 된다.

만세 사건 때 잡혀 갔던 영팔의 두 아들이 나왔다. 둘째 아들 제술의 혼사날이 잡혀 영팔의 집에는 사람들로 북적거린다. 석이는 주모자라 하여 아직 감옥에서 나오지 못해 석이네의 애를 태운다. 봉기는 조준구와 평사리 소식을 전해준다.

홍이는 마음을 잡지 못해 근태네 집에 간다. 만주에서 나올 때 총명하고 사려 깊던 소년은 나날이 황폐해져 가고 있다. 기다리던 삼석이와 남수가 숨을 헐떡이며 들어오는데 길거리에서 마주 친 관수와 낯선 사람을 순경들이 뒤쫓더라는 이야기를 한다. 이들은 관수가 거물 임을 짐작한다.

관수는 용이에게 주라며 약재와 오골계 한 마리를 놓고 간다. 임이네는 남몰래 오골계 진국을 마시고 입가심을 하는데그 모습을 본 홍이는 오골계 솥을 내던지고 임이네와 한바탕난투극을 벌이다 뛰쳐나온다. 야학당 앞에서 장이를 끌고온홍이는 외로운 마음에 거칠게 장이를 유린한다. 별빛이 쏟아지는 풀숲에서 홍이는 장이에게 어디로든 떠나자고한다.

만세 때 잡혀가 감옥에서 여덟 달을 보내고 나온 짝쇠를 강쇠가 마중나가 맞이 한다. 짝쇠는 어딘지 좀 모자라는 듯 하지만 마음은 어진, 강쇠의 이종사촌 동생이다. 둘이 영산댁 주막에 도착하는데 영산댁이 사람 하나 구하자고 다급히 부른다. 병수가 물에 빠졌는지 언 몸으로 쓰러져 있기 때문이다.병수의 난감함을 보고 기분이 착찹한 두 사람은 발걸음을 재촉해 윤도집의 집으로 향한다.

관수는 대문도 울타리도 없는 한복이 집을 찾아간다. 옛날하고 달라진 것이 있다면 함안댁이 목 맨 살구나무가 뽑혀져 없어졌을 뿐, 초라하기는 마찬가지다. 그새 한복은 처자식을 두었다. 장터를 돌던 거지 여자아이를 서서방이 데리고 왔고,동네 사람들이 목욕시켜 물 한 그릇 떠놓고 올린 혼례다. 한복의 처는 온순하고 부지런했다. 관수는 한복에게 만주에 있는 거복의 얘기를 하며 군자금을 옮겨 줄 것을 청한다.여태껏 부모의 일로 세상 일에는 고개 돌리지 않고 살려고 했던 한복은 그 일을 맡는다.

육손의 딸 언년이를 홍씨가 서울로 데려간 것은 언년이가 어렸을 때 일이다. 언년은 홍씨 밑에서 갖은 구박과 고통을 당하던 차에 석이를 만나 평사리에 내려와 있다. 처음 언년이를 뺏기고 몇 년 간을 반 넋이 나간 사람처럼 지냈던 육손은 서울 말씨가 배인 다 큰 언년이가 영 낯설어 딸 같지가 않다.언년 역시 몇 해를 그리워하던 아비였으니 낯설긴 마찬가지다. 그럭저럭 평사리 황폐한 집에 동화되어 가려던 차에 조준구가 나타나 집을 매매하려하고 뒤이어 홍씨까지 나타난다.언년을 본 홍씨는 그 옛날 삼월을 모질게 다루듯 언년을 호되게 때리는데 반 정신이 나간 육손이가 몽둥이를 들고 휘두르니 조준구와 홍씨는 혼비백산하여 그집을 나온다.

진주에 나타난 조준구는 맨 처음 집을 흥정 붙이려던 장 서방을 찾아가나 장 서방은 본인과 거래하겠다는 서희의 말만 전한다. 점심대신 술을 한 잔한 조준구는 말끔한 차림새로 마침내 서희의 집 앞에서 섰다. 서희는 조준구를 사랑에 오래 기다리게 두고, 조준구는 자신이 함정에 빠지지나 않았나 두려워한다. 마침내 서희가 나타났을 때 조준구는 지난 일을 사과하지만 서희의 표정은 무심하다. 서희가 매매가를 묻자 조준구는 오천 원을 제시한다. 미리 준비한 보자기에서 절반을 갈라 놓을 때 조준구는 자신이 제시한 금액에 후회를 한다. 서희가 마지막으로 돈을 가져가든가 양심을 가져가라고 하자조준구는 허둥대며 돈에 손을 뻗는다. 서희는 회심의 미소를짓다가 마침내 커다란 웃음소리를 낸다.

서희에게 오천 원을 받아 간수한 조준구는 고급 술집에서 술을 마시는데 마침 관수와 석이가 들어온다. 조준구는 서울에서 심부름꾼하던 석이가 정한조의 아들이었음을 알고 파랗게 질린다. 관수는 석이가 일을 저지를까 애가 탄다. 석이가조준구를 후려치는데 술 손님 중에 관수가 백정의 사위임을알아보고 문제 삼는다. 일이 크게 벌어질 것을 염려한 관수는 곧장 서희에게 뛰어간다. 조준구에게 오천 원을 주고 평사리집을 산 서희는 울었던지 눈이 부어있다. 서희는 장연학을 불러 귀뜸한다. 주점에는 얼굴이 부어터진 조준구 옆에서 사람들이 석이와 관수를 성토하고 있다. 연학은 조준구가 서희로부터 오천 원을 강탈한 강도라 하며 조준구를 진주에서 몰아낸다. 사람들은 오천 원이란 금액에 놀라고 달아나는 조준구를 보며 연학의 말을 믿는다.

관수와 석이는 울분을 삭이며 밤길을 걷고 있다. 관수는 석이에게 조준구는 이제 잊어버리고 올바른 길을 위하여 몸을 바치자고 한다. 백정의 사위로 살아야하는 관수의 슬픔도 이제더이상 슬픔이 아니다. 하고많은 일 중에 이런 길로 들어선 것이 좋고, 살아 있는 것을 느끼게 해주는 것이라 생각하는 관수. 상민들과 예배당도 다닐 수 없었던 장인의 설움을 자식들에게는 물려주고 싶지 않은 바람이 그를 더욱 일에 내몰고있는지도 모를 일이다. 관수와 헤어져 집에오니 석이네가 근심스레 마루에 앉았다 일어선다. 물지게꾼 석이가정 선생이된 것이 꿈인냥 행복하건만 수시로 경찰서를 의식해야하니노모의 불안은 가시지 않는다. 석의 나이 스물 일곱. 석이네는 양을례와 혼인하라고 권해보지만 말 없이 제 방에 들어온 석이는 어둠 속에 떠오르는 봉순의 모습에 몸을 뒤챈다. 봉순은 석이에게 있어 지친 그를 쉬어갈 수 있게 해준 나무 그늘이었다.

봄이 오고 있다. 서희는 사랑 마루에 앉아 겨우내 견뎠던 번데기가 나비로 날아오르는 격정을 생각한다. 조준구와의 싸움이 끝난 지금 그는 한없이 허탈해하고 있으며 그것은 간도에 남아 있는 길장 때문이라는 것을 안다. 며칠전 간도에서 사람이 왔을 때 서희는 십 년전 이동진에게 한 것처럼하지는 않았다. 그러나 그는 아직은 친일을 해야한다고 생각한다. 혜관은 서희를 찾아와 군자금에 대한 감사의 인사를 하고 아이들은 혜관을 스스럼 없이 반긴다.

열 다섯에 시집을 가니 이제 손자까지 본 서른 여섯의 중년이 된 선이가 모처럼 독골로 친정 나들이를 왔다. 두만네를 닮아 너그러운 선이는 시댁도 부유해서 근동의 부러움을 사고 있다. 두만네와 햇살 좋은 마루에 앉은 선이는 친구이자 올케인 기성네 편역을 들며 서울댁과 읍내에 사는 두만이를 욕한다. 선이는 작은 집 시동생인 연학에게 옷을 전해줘야 한다며 기성네를 데리고 읍내에 갈 작정이다. 울고 갈 친정도 없는 기성네가 기도 펴지 못하고 일만 하는 것이 가여워 옷도 한 벌 사주고 서울댁이 하는 비빔밥 집에 가서 본댁 시늉이라도 내어보라는 배려에서다.

오랜만에 시누 올케가 읍내 나들이 길에 나섰다. 햇볕에 그을린 기성네 얼굴은 분단장을 마다해서 검었고, 작은 키는 보는 사람을 힘들게 하지만 선이는 아이를 업어도 부잣집 안사람 티가 났다. 읍내 도착해서 기성 애비에게 간다는 말을 들은 기성네는 기겁을 하고 겨우 선이의 호통에 가게까지 가기는하나 들어가지 못하고 바깥 담벼락에 몸을 붙인다. 선이가 가게에 들어가자 두만이 반긴다. 그러나 제 처와 함께 왔다는 말을 듣자 길길이 날뛴다. 선이는 두만의가게를 나와 연학에게 간다. 연학은 큰 집 형수인 선이와 흉허물 없이 지낸다. 세 사람은 용이에게 가본다. 용이는 지팡이에 의지해 간신히 지내고 있다. 용이와 세 사람이 서로 반가워하며 안부를 묻고 있을 때 임이네가 들어와 못마땅해한다. 용이를 찾아오는 사람을 적대시하는 것이 한층 심해진 임이네다.

홍이는 저물어 석이네를 찾아간다. 외로웠던 홍이는 위로 받고 싶은 마음에 텅 빈 방에서 석이를 기다리며 간도 생활을 떠올린다. 헌신적인 모성애를 보여 준 월선에 대한 그리움과 앓아 누운 아버지. 그리고 야차 같은 어머니 임이네 사이에서 움직일 수 없는 현실이 암담하기만 하다. 이런 홍이의 괴로움을 들은 석이는 용이를 평사리로 옮길 궁리를 한다.

하룻밤 자고 가려고 들렀던 주막집 주인의 눈빛이 심상찮다. 환이와 강쇠는 밤 늦도록 술잔을 비운다. 그새 장가를 간 강쇠는 술도 배워서 어지간히 환이와 동무가 된다. 환이는 러시아 정세를 들어 앞으로 농민보다 도시 공장 근로자들이 더 많아질 것이라는 말을 하며 자객이 들거란 귀뜸을 하곤 잠이 든다. 강쇠는 자객을 기다리며 잠들지 않으려고 애를 쓰다가 수마에 빠진다. 꿈속에서 인이 마누라가 던지는 돌팔매를 맞다 놀라 눈을 뜨는데 벌써 환이가 주막집 주인의 목을 누르고 있고 방에는 비수 한 자루가 떨어져 있다. 지삼만의 수하인 것을 안 환이는 그저 웃으며 새벽 술을 청해 마시고 그 주막을 떠난다.

굴 속에서 지삼만과 강쇠가 싸움을 벌이고 있다. 모닥불이 타고 있는 둘레에 앉은 장정들은 그저 보고만 있다. 패를 나눠 싸운다면 남는 것은 그마나 지탱해 온 동학의 패가 붕괴되는 것뿌닌줄 다 알기 때문이다. 왜놈과 붙어 김환과 혜관을 곤경에 처하게 한 행위를 두고 지삼만은 증거를 대라고 소리 치고 강쇠는 힘으로 누른다. 싸움은 윤도집의 일갈로 가라앉고 환이는 조용히 자신의 의견을 이야기 한다. 환이와 윤도집의 골은 메워지지 않는다.

우여곡절 끝에 용이가 평사리 최 참판댁으로 거처를 옮긴다. 조준구 며느리와 아들 둘의 거처가 병수의 처가로 옮겨지자 용이는 연학과 홍이와 함께 평사리로 돌아온 것이다. 이튿날 산소를 찾은 용이는 홍이에게 넓은 세상으로 나가라고 권한다.

허름한 품팔이 차림으로 용정에 온 한복은 용이가 적어준 약도를 들고 공 노인댁으로 찾아간다. 관수는 만주로 보내는 한복에게도 환이와 혜관 스님은 뒤로 빼고 용이에게 길을 물으라 했다. 공 노인은 한복이 전해 준 군자금을 받고는 열흘 뒤에 길상과 한복을 대면시킨다. 길상을 만난 한복은 공 노인의 의심이 서러웠다며 반가워한다. 길상은 만주의 넓은 들판에 단련된 듯 단단하고 깊이 있어 보였으나 한복에게는 다정한 형님이었다. 두 사람은 거복이를 만나기에 앞서 훈춘으로 간다.

훈춘에서 장인걸을 비롯한 거물들이 한복을 환대하며 주연을 베풀어준다. 한복은 분에 넘친 환대가 그의 형 두수로부터 비롯됐음을 깨닫고 관수와 길상을 원망한다. 길상은 한복에게 위축된 마음을 떨쳐버리라 말하고 아버지의 망령에서 벗어나 그 자신의 인생을 살라고 충고한다.

하얼빈에서 4년동안이나 사람을 시켜 금녀를 잡으려던 김두수의 집념이 이루어졌다. 양차생의 지하실에 금녀를 잡아 가둔 후 김두수는 마음이 안정되지 못함을 느낀다. 금녀를 자신의 여자로 만들 욕심과 금녀 배후를 캐보겠다는 두 가지 모두 이룰 수 없음을 어렴풋이 느낀 것이다. 김두수는 연거푸 술을 마시고 양치생이 자신에게 공손하지 않다는 구실로 그의 아내를 겁탈한다. 이 사실을 모른 채 양차생은 김두수가 이끄는 대로 금녀가 잡혀있는 자하실 문을 열지만 금녀는 벽에 머리를 부딪고 죽어있다.

공 노인의 객주집에서 두수의 연락을 기다리던 한복은 주갑을 만나 어울리게 된다. 한복이 고향으로 돌아갈 때 주갑과 동행하기로 약속하고, 한복은 찾아 온 최 서기와 함께 두수를 만나기 위해 최서기의 집으로 향한다. 금녀의 죽음으로 심사가 불편했던 김두수는 최서기가 한복을 객주집에 묵게 했다고 노발대발 난리를 친 것이다. 그리움으로 가득한 형제는 울음으로 서로를 격하게 끌어 안는다.

명빈이 형무소에서 출옥한 지 보름. 어머니 유씨는 남편의 죽음을 아들의 출옥 후에나 느꼈는지 자리에 누워있다. 아내 백씨가 약을 달여 명희에게 들여준다. 약을 가져 온 명희에게 명빈은 벼르던 이야기를 시작한다. 중인의 집에서 귀여움을 받으며 동경 유학까지 마치고 온 명희는 스물 다섯살의 노처녀다. 교직이 있어 결혼에 크게 마음을 두지 않는 누이에게 명빈은 상현을 마음에 두지 말고 그저 평범하게 결혼해서 살라고 한다. 남보다 뛰어났다는 생각은 하지 않았지만 막상 오라비로부터 그저 그러한 여자들처럼 결혼이나 하라는 지적을 받은 명희는 속이 상해 선혜를 찾아 볼 작정을 한다.

<밑줄긋기>

4장 앞으로 그런 일은 자꾸자꾸 생길 기거든. 우리가 모리고 있는 일도 많을 기라

4장 아무리 세상이 넓어도 근본은 못 속이는 법이라

6장 별고야 있다면은 있고 없다면은 없는 것일 거여. 사람 사는 것이란 노상 그런 거 아니란가?

7장 살아 있는 기이 죽은 것보다 못할 경우도 있긴 있제 하기야

15장 모든 것은 거짓이요 진실 아닌 것만 같다. 죽음도 삶도 비참한 건데, 비참하고 말고

16장 물이란 많으면 골짜기를 채우지만 적을 때는 깊은 곳에서만 넘쳐흐른다

17장 고생이란 혼자 짊어지는 한탄일 뿐이지 일이란 결과에서만이 나타나는 거 아니겠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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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지 8 - 2부 4권 박경리 대하소설 토지 (마로니에북스) 8
박경리 지음 / 마로니에북스 / 2012년 8월
평점 :
구판절판


8권은 서희 일행이 길상을 남겨둔채 평사리로 돌아가는 것으로 마무리됩니다. 용정에서의 이야기는 조국을 등진 사람들의 애환과 독립운동가들의 민중에 대한 이상과 같은 무거운 주제을 다루었습니다.

한 권 한 권 읽어갈 수록 박경리 작가가 정말 대단하다는 생각을 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하루에 1장을 쓰느라 허덕이는 경우가 많은데 어떻게 토지를 써 내려 갔는지, 그 원동력은 무엇인지 정말 대단한 분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한 시대에 담겨있는 시대상은 물론, 미시적인 디테일함을 배우고 싶어집니다.

또, 등장하는 어느 인물이든지 각각의 삶 속에서는 ‘조연’이 아니라 ‘주연’이자 ‘주인공’으로 살아가고 있는 것을 알 수 있었습니다. 아마도 ‘토지’가 주는 감동은 “가장 무력한 상황에서도 인간으로서의 삶을 찾아나간 사람들”에 있을 것입니다. 한치 앞 안 보이는 순간에도 한 발 한 발 내디딘 그들의 삶을 놓고, 우리는 감히 그들의 삶을 재단할 수 없을 것입니다.


<줄거리>

공 노인은 하동으로 내려와 이 부사댁을 찾는다. 형편상 인삼 장수라 칭하고 억쇠에게 월선의 소식을 묻는 척하니 억쇠는 반가워하며 이상현의 처가 태기가 있다는 소식을 전한다. 나릿선을 타고 평사리로 들어가니 마을은 조용하기만 하다. 공 노인은 영산댁이 가져다준 술잔만 비운다.

혜관은 윤도집의 집에서 자신이 간도와 연해주 등지에서 보고 들을 것을 밑천 삼아 윤도집과 환이의 거리를 좁히려 애쓴다. 하지만 윤도집은 수그려들지 않고 오히려 환이의 메마른 열정을 근심한다. 혜관은 공 노인을 운봉 노인에게 데려다 준 뒤 휑하니 가버린다.

공 노인은 영산댁에게 환이에 대한 소문을 듣는다. 그가 김개주의 아들이라는 것과 최 참판댁에 얽힌 이야기를 들으며 공 노인은 환이가 영웅의 아들임을 인정한다. 환이는 일이 끝나는 대로 회령으로 가는 공 노인과 동행하려 하고 함께 조준구의 집을 찾는다.

길상은 서희와 환국, 윤국 두 아들이 자신에게 있어 문어발이 되어 옥죄고 있다고 느낀다. 서희는 돌아갈 날만 손꼽고 있으나 길상에겐 의미없는 일이다. 권필응이 길상의 집에 묵고 있지만 길상은 어수선한 마음을 달랠 길 없다. 자유롭고 싶으나 서희와 두 아들이 사랑스럽지 않은 것도 아니다.

정호네가 연추로 이사간 후 두메는 용정에서 하숙을 하고 있다. 강 포수는 두메 학자금을 송장환에게 맡긴 후 산에서 죽는다. 오발사고라 하지만 미심쩍은 죽음이다. 열여덟의 두메는 어쩐지 쓸쓸한 마음이 들어 홍이를 찾아간다. 두메와 홍이는 강가에 나와 앉았는데 홍이가 서럽게 운다. 월선이 죽을 병에 걸렸기 때문이다. 사춘기인 이들은 모든 것에 예민해져있다.

서희 일가가 조선으로 돌아간다는 소문이 무성할 즈음, 권 서방은 서희가 내놓을 땅을 맡아 처분하고 싶어서 공 노인을 찾으나 공 노인은 조선에 나가고 없다. 늦장가에 자식들은 자꾸 생겨 권 서방의 앞날도 어둡기만 하다. 이 년 전 용정을 떠난 홍 서방도 별 수없이 돌아와 일을 찾고 있는 처지다. 박 서방도 손바닥만한 구둣방에서 하루 종일 일하지만 앞날이 불안하기는 마찬가지다. 몇 년만에 나타난 송애의 차림은 여염집 아낙 같지 않게 번쩍인다.

송애는 서희가 타고 가는 인력거 앞에서 트집을 잡다가 서희에게 면박을 당하고 물러선다. 영사관 안채에서 일본인들과 다과회를 즐기고 있는 서희는 도무지 감정을 드러내지 않고 능수능란한 것이 그 옛날 윤씨 부인을 닮은 듯하다. 집에 돌아온 서희는 길상이 하얼빈에 간다는 이야기에 긴장하지만 자신의 계획에 차질이 있을 거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하얼빈에서 송장환을 만난 길상은 서희와 함께 고향에 가진 않을 거라고 말한다. 송장환은 어쩌면 그럴지도 모른다는 기대를 했지만 막상 길상의 입에서 직접 그 말을 듣고나니 기뻐서 어쩔줄 모른다. 길상은 옥이네를 만나 회령에서의 일을 사과한다. 옥이네는 미국인 목사의 집에서 옥이와 함께 살고 있었다.

회령 여관에 있던 공 노인은 그곳의 순사부장으로 있는 김두수의 부름을 받고 그의 집으로 가 술잔을 나눈다. 집에는 네살 된 아들과 하녀가 있다. 김두수는 공 노인의 조선 출입을 다 알고 있다는 듯 대화를 나누다 결국욕설을 하며 다투고 만다. 일이 거진 끝난 마당이어서 그런지 공 노인은 한결 늙은 듯하다. 서희는 공 노인을 치하하고, 월선의 병은 깊어만 간다.

추수가 끝난 들판에서 용이는 가을걷이를 하고 있다. 월선이 아파 누운 것을 알면서도 벌목장으로 떠나는 용이의 마음을 영팔은 이해할 수 없다. 눈이 내리는 벌목장 오두막에서 일꾼들이 고단함을 나누고 있을 때 뜻밖에도 홍이가 찾아온다. 의아해하는 영팔에게 홍이는 월선이 죽어간다는 말을 전하나 용이는 벌목장 일이 끝나면 내려간다 하고, 영팔이가 홍이와 함께 용정으로 떠난다.

벌목장 일을 마치고 용정으로 돌아 온 용이를 월선은 기쁘게 맞이한다. 여한이 없음을 확인한 용이와 월선.

월선은 이틀을 더 살다 용의 품에서 죽는다. 예정된 죽음이라 장례는 차질없이 치루어지는데 서희가 찾아와 문상을 하며 눈물을 흘리니 모두 놀란다. 뒤늦게 달려온 임이네가 헛울음을 운다.

장례가 끝난 후 사흘동안 용이는 잠만 잔다. 임이네는 월선의 재산을 제것으로 만들기 위해 이리저리 뛰어다니나 손에 넣은 것은 아무 것도 없다. 월선이 길상에게 맡긴 돈과 집은 모두 좋은 일에 쓰라는 용의 고집을 이길 수가 없어 임이네는 자리에 눕고 만다.

용의 가족과 영팔의 가족은 그리던 고향으로 떠난다. 공 노인의 객주집으로 환이가 찾아온다. 환의 정체를 안 길상은 경악한다. 둘은 사흘 내리 술을 마시고 강가에서 헤맨다.

길상은 김환에게 인사하라며 서희를 부른다. 서희는 윤씨 부인의 친정 조카뻘이 된다는 길상의 말에 얼떨결에 인사를 하지만 떠오른 의문이 지워지지 않는다. 서희가 보기엔 그 옛날의 하인 구천인 것이다. 그러나 그 구천의 얼굴이 윤씨 부인과 닮았다는 것 또한 풀 수 없는 수수께끼다.

길상은 환과 하얼빈에 착하는동안 내내 즐겁기만 하다. 하얼빈 역에서 김두수를 만난 이들은 조심하기로 한다. 김환은 송장환을 만나 담소하고 손님을 위해 금녀가 시장엘 가는데 김두수가 쫓는 걸 눈치 챈다. 금녀는 김두수를 유인하여 총을 쏘고, 김두수는 쓰러진다.

금녀를 기어이 제 아이의 어미로 만들려고 하는 김두수. 그러나 그 금녀에게 총을 맞고 병실에 누운 김두수는 외로움에 짐승 같은 울음을 토한다. 다리를 스친 가벼운 총상으로 일찍 퇴원한 김두수는 용정의 최 서기로부터 서희가 고향으로 돌아 갈 것이란 말을 듣는다.

길상과 환이는 훈춘에 도착해 추 서방 집에 가서 하룻밤을 보낸다. 환은 왠지 의기소침해있다. 권필응과 장인걸을 만난 일행은 연추로 이동하고, 연추에서 이동진을 만난다. 이동진은 김환에게 깊은 분노를 느끼나 이미 자신의 분노가 아무 쓸모없다는 것을 깨닫고 오열한다. 권필응과 김환이 조심스럽게 대화를 이어간다.

길상은 봄에 하얼빈을 다녀온 뒤 서희에게 김환에 대한 얘기를 한다. 길상이 다시 하얼빈으로 떠나자 용정에서는 길상이 옥이네를 못잊어 떠났다는 풍문이 돈다. 서희는 공 노인에게 지난 수고를 치하한 뒤 마음을 잡아 용정을 떠난다.

<밑줄긋기>

16장 안 살 사람도 사게 하는 것이 장사아니오

5편 1장 사람이 미치듯이 역사라는 것도 때론 미치니까. 예측할 수 없는 일이란 얼마든지 있는 거구

7장 어쨌거나 시간은 간다. 인간사의 격동이 무슨 상관일까

8장 으레 길흉사가 있을 때마다 사람들의 감정이란 확대되기 마련이다. 그래서 좋은 것은 더욱더 좋게, 나쁜 것은 더욱더 나쁘게, 슬픔이나 기쁨도 표준을 잃기 쉽다

12장 절반의 운이라도 운은 운이야

13장 세상엔 제 가족이 없는 사람이 젤 불쌍하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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