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지 16 - 5부 1권 박경리 대하소설 토지 (마로니에북스) 16
박경리 지음 / 마로니에북스 / 2012년 8월
평점 :
구판절판


이야기의 무대는 4부에서 보았던 만주, 서울, 진주, 평사리, 일본 등으로 서로 연결되지 않은 채 무작정 확대되는 현상을 보이는데, 이러한 분산은 5부에서도 계속됩니다.

누구에게나 일제 말기의 상황은 암담하고 절망적으로 다가옵니다. 이와 같은 현실에서 살아남는 길은 만주로 망명하거나, 적극적으로 친일을 하거나, 아니면 폐인처럼 그날그날 견디거나 하는 것뿐입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오는 참담하고 허무한 느낌은 모든 등장인물에 공통된 정서이며, 언제 올지 알 수 없이 아득한 일제의 종말을 고대하는 당시의 시대적 분위기를 전달해 주고 있습니다.


<줄거리>

홍이는 좀 예민해져있다. 물자가 부족해 운영하던 정비공장을 정리해야하고 무엇보다 자신이 죽으면 염해달라던 주갑의 소식을 몰라 애가 탄다. 4년전 송영광이 만주에 왔을 때 송관수와 화해시켜 주지 못한 것도 하나의 짐으로 남아있다. 관수는 점점 자신의 할일이 없어진 것에 예민해 하지만 실상은 아들 영광이 보고 싶어 술이 과해지고 식구들에게 주정을 한다. 관수가 목단강으로 간 후 영광이 악극단을 따라 신경으로 오자 홍이는 "이번에는 꼭"이란 심정으로 영광을 만난다. 영광은 순순히 아버지를 만나겠다고 하며 마치 어리광을 부리듯 홍이에게 많은 이야기를 하고 술이 깬 후엔 후회를 한다. 신경의 공연을 마치고 길림에서 공연을 하는데 마천일이 영광을 찾아온다. 유행하는 호열자로 송관수가 죽었다는 기별을 갖고.

선혜는 오랜 만에 명희가 원장으로 있는 유치원으로 찾아 가 안부를 물으며 한담을 나눈다. 조용하가 죽고 그 유산 문제로 또 한 번 시끄러울 때 조찬하는 단호히 형의 유산을 거부하며 명희에게 적잖은 유산이 돌아가게 해주었다. 명희는 조용하가 죽은 후 5년 만에 통영의 구석진 곳에서 나와 서울로 돌아왔다. 명희가 선혜와 더불어 시국 이야기를 나누며 곧 권 선생과 강원도 산골로 들어가야하는 선혜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고 있는데 무용가 배설자가 들어온다. 선혜는 배설자의 교활함을 잘 알고 있던 터라 명희에게 교분을 짓지말라 충고한다. 배설자는 선혜와 한바탕 입씨름을 한 후 돌아간다. 선혜가 돌아간 후 명희는 양현과 함께 혜숙의 양장점에 들른다. 환국의 집 근처에서 양장점을 운영하는 혜숙을 양현과 다른 식구들은 환국의 친구 미망인으로 알고 있다. 영광은 혜숙에게는 죽은 사람과 다름 없으니 틀린 말이 아니랄 수도 있겠다. 재영(환국의 아들)의 첫돌이라 환국의 집에는 손님들이 여럿 와 있다. 환국은 황태수의 막내딸인 덕희와 혼인했다. 덕희는 막내딸답게 사랑을 독점하려는 욕심이 있다. 그래서 피도 섞이지 않은 양현에게 식구들의 사랑이 쏠리는 것을 못참아 한다. 여의전에 다니고 있는 양현을 서희는 두 아들 못지 않게, 아니 아들들보다 더 사랑하였으며 그런 시어머니의 사랑을 시샘한다. 사랑방에는 길상과 황태수, 서의돈, 임명빈이 술상을 마주하고 앉았으나 분위기는 침울하다. 시국은 나날이 어두워지고 일본의 침몰에 조선 민족이 얼마나 희생될지는 아직 아무도 모른다. 길상은 관수의 죽음으로 더욱 침울해져 있으며 자신이 지리산 골짜기도 만주 벌판도 아닌 서울의 넓은 집에 앉아 있는 처지가 뼈아픈 것이다.

관수의 유해를 안고 진주로 들어선 영광과 영선네를 이제는 시내 남강여관의 주인이 된 장연학이 맞이한다. 연학은 관수의 유해 앞에 향을 사르고 뜨겁게 운다. 진주에서 도솔암으로 간 영광 모자는 다시 강쇠네 집으로 간다. 그곳에서 비로소 강쇠 내외와 영선네는 사돈으로 대면하며 인사를 나누고 연락을 받은 영선과 김휘도 달려와 눈물을 흘린다. 다음 날 유해는 도솔암을 떠나 강가로 가고 도솔암의 주지가 된 소지감이 독경을 하는 가운데 영광과 휘는 나룻배에 앉아 유골을 강물에 뿌린다. 휘는 침묵으로 그 자리를 지켰으며 영광은 뱃바닥을 두들기며 통곡했다. 도솔암으로 돌아 온 일행에게 영광은 부친이 홍이에게 쓴 유서를 꺼내 보이고 강쇠는 길상에게도 보이라며 다시 영광에게 돌려준다. 영선네는 당분간 도솔암에 머물기로 하고 영광은 환국에게 가기 위해 강을 따라 걷는다. 영광이 바위에 앉아 시름에 젖어 있는데 양현이 조용히 나타나 미처 영광을 보지 못한 채 쓸쓸히 가져 온 꽃다발을 강물에 던지고 소리 없이 운다. 뜻밖의 상황에 영광이 숨을 죽이고 있는데 얼굴을 오랫동안 씻은 양현이 돌아서서 영광을 보더니 급히 스쳐 지난다. 영광은 마치 환상을 본 것처럼 어리둥절해 있다가 환국의 집으로 들어서는데 그곳에 양현이 윤국과 함께 있어 당황한다. 환국은 영광을 반갑게 맞이하고 둘은 다음 날 등산하러 간다며 산으로 간다. 윤국과 양현은 이 부사댁으로 간다. 그동안 이 부사댁의 요청으로 양현은 호적을 옮겨 최양현에서 이양현이 되었는데 양현을 끔찍이 사랑하는 서희의 행동으로는 뜻밖이라 환구과 윤국은 의아해했다. 이 부사댁에는 둘째 아들 민우가 방학이라 돌아와 있었고, 윤국을 보자마자 함께 나가자하여 나갔고, 박씨 부인은 양현을 따뜻이 맞이한다

통영에는 영선과 숙이가 이웃하고 살았는데 서로 사이가 좋았다. 그러나 영호는 휘를 얕잡아봤고, 그래서 그런지 남자들은 그저 인사나 나눌 정도였다. 어느 날 한복이 다니러 왔다가 영선을 알아보고 영호도 영선이 송관수의 딸이란 걸 알고는 한결 다정하게 군다. 조병수에게 소목일을 배운 휘는 병수가 부친 조준구의 시중을 들면서 독립시켜 준 가게에서 일을 하고 있다. 조준구는 쇠전 한 푼까지 다 털어먹은 뒤 병수에게 몸을 의지했는데 일 년동안 호의호식, 보약이다 뭐다 챙겨 먹으며 아들 살림을 뿌리째 뽑으려 들었고, 병수에게는 불구를 조롱하며 잔인하게 굴었다. 그후 조준구는 중풍으로 쓰러져 하반신이 마비되었는데 한층 잔혹해지고 광란스러워 별의별 요구가 많아 조병수는 하루도 편한 날을 보내지 못하고 있다. 휘는 이런 스승이 안쓰러워 찾아가서는 산에나 좀 다녀오시라든가, 경주를 함께 다녀오자며 위로하지만 병수는 부친의 병 때문에 움직일 수 없다고 거절하고 있다. 한편 몽치는 그동안 산에서 내려와 배를 탔는데 어쩌다 통영에 내리면 누이 숙이한테는 인사만 할 뿐 산에서 함께 자란 휘의 집에서 묵곤하여 숙의 애를 태운다. 몽치는 어렴풋이 영호가 처음 자신을 봤을 때 괄시하던 기억을 잊지 못한 것이다. 해도사가 왔다는 전갈을 받고 몽치는 휘의 집에 간다. 해도사가 한복이 권하더라며 혼인말을 꺼내자 몽치는 선주가 되기 전까지는 장가를 들지 않겠다고 잘라 말한다. 조병수 집에서 술상을 받던 해도사와 소지감은 조준구의 고함 소리에 놀란다. 해도사는 조준구의 행패를 듣고는 겁을 좀 주어서 집안을 조용하게 해주려고 조준구에게 자신을 도사라 칭하고 몇 마디 나눈다. 그러다보니 조준구가 미워지기보다는 떠날 길을 생각하지 않는 -구제받지 못하는 자에 대한- 측은함과 슬픔이 밀려들어 조용히 방을 나온다. 숙이는 배 타러 나가는 몽치를 붙들어 옷 한 벌을 갈아입혀준다. 그동안 자신이 돌봐주지 못했던 세월이 서럽고 원망스러웠는데 옷 한 벌이나마 새로 입혀주고 나니 조금은 마음이 흡족하다. 몽치는 몽치대로 얼른 돈을 벌어 어장애비가 되면 누나가 기펴고 살겠지라고 생각하며 주먹을 쥔다.

진주에서 하동으로 가기 위해 자동차를 탄 서희는 안자로부터 박효영 의사가 자살했다는 말을 듣고 충격을 받는다. 서희가 눈물까지 흘리자 안자도 놀라고, 서희는 평사리로 가는 대신 이 부사댁으로 간다. 박씨 부인은 늘 그렇듯이 의연하게 서희를 맞이하고 양현의 혼사에 관여하겠다는 뜻을 내비친다. 이 부사댁을 나온 서희는 자동차를 보내고 나룻배를 타고 평사리로 간다. 서희가 마을 길로 들어섰을 때 성환 할머니가 늙은 몸을 일으켜 서희를 부르는데 우 서방의 둘째 아들 개동이가 서희와 성환 할머니 사이로 자전거를 몰아 성환 할머니를 쓰러뜨린다. 그러고는 적반하장으로 성환 할머니를 몰아세운다. 동생을 지원병으로 보내고 면 서기가 된 개동은 서희가 어쩌랴하는 심정으로 시비를 거는데 서희는 개동에게 군수에게 따지겠다하고 개동은 군수라는 말에 허둥지둥 서희와 성환 할머니에게 사죄하고 물러난다. 멀리서 이 광경을 지켜보던 마을 사람들은 시원하다며 한바탕 떠들다 흩어진다. 넘어진 성환 할머니는 건이 아범이 업어서 집에 눕히고 약을 보낸다. 성환 할머니는 을례가 데려간 남희 때문에 눈물 짓고 남편이 바람이 나서 집 나간 지가 십 년이 다 돼가는 귀남네는 풀이 죽어있다. 다음 날 아침 도솔암에 도착한 서희는 길상이 그린 관음탱화 앞에서 예배를 하고 절에 머물고 있는 영선네의 인사를 받는다. 서희는 길상과 마주 앉아 양현을 윤국과 맺어주는 것이 어떻겠느냐고 운을 떼고, 길상은 두 애들이 선택할 문제라며 한숨 쉰다. 그날밤 서희는 법당에서 잠이 들고 길상은 해도사의 산막에서 술을 마시다 그곳에서 잔다. 이튿날 서희는 길상과 숲으로 산책을 나가 박효영 의사가 죽은 이야기를 하며 어린 아이같이 운다. 울고 나서는 무안하여 그랬던지 평사리로 돌아가겠다고 하고 서희가 돌아간 다음날 환국이 절문을 들어선다. 길상은 화가인 환국에게 관음탱화 보여주기가 쑥스러워 해도사의 산막으로 피하고, 환국은 천천히 관음상을 응시하다 전신이 뜨거워지는 감동을 느낀다. 법당문을 나선 환국을 본 소지감은 아버지가 퍽 외로웠던 것 같다는 말로 자신이 관음사을 본 감상을 대신한다.

<밑줄긋기>

1장 절대적 침묵이 냉혹한 것은 당연하다. 그리고 절대적 사실에는 누구든 길들여지게 마련이다

2장 세월이 무섭다. 늙는 것보다 사람이 변하는 게 무서워

4장 야차 겉은 어매 아배에서 태어난 사람도 부처같이 어진 경우가 있더마요. 하물며 착한 부모밑의 나쁜 자식은 아마 없을 기요

5장 다만 인간만은, 조선땅에 태어난 사람들만은 날로 찌들어가고 있었다. 아니 조선땅뿐이랴. 조선 사람 뿐이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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