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리의 역습 - 금리는 어떻게 부의 질서를 뒤흔드는가
에드워드 챈슬러 지음, 임상훈 옮김 / 위즈덤하우스 / 202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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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1세기 들어 금리는 철저히 외면 받았다. 저금리 때문이다. 사람들은 물가 상승률이나 경제 성장률에도 턱없이 못 미치는 금리에 관심이 없었다. 심지어 일본 같은 몇몇 나라에서는 이론상 도무지 불가능해보이는 마이너스 금리마저 있었을 정도였다. 사람들에겐 나날이 폭등하고 자산을 불려주는 주식, 코인, 금, 부동산, 펀드 같은 것들이 훨씬 주 관심사였다. 도무지 어디 어디가 금리를 얼마나 더 주니 하는 이야기는 부모님 세대의 일인 것만 같았다. 돈도 마구잡이로 빌렸다. 금리가 싸기 때문이다. 그래서 전 세계적으로 부채는 언제 터져도 이상하지 않을 사상 최대 수준이다.  

 그러다 조금 반전이 일어났다. 코로나 19 이후, 미중 경제 전쟁과 러-우 전쟁 등으로 공급망에 차질을 빚자 세계적인 물가 상승이 있었던 것이다. 물가가 심상치 않자 미국은 매우 오래 간 만에 금리를 크게 인상했다. 물론 그 올린 금리라 봤자 종국에는 5%정도 였다. 하지만 그 정도 수치는 다른 여타 자산들의 가치를 깎아 내렸기에 모처럼 금리는 다시 주인공이 될 수 있었다. 책 '금리의 역사'는 금리의 개념과 탄생, 역사적 역할을 살펴보고 지금의 경제를 꼬집는 내용이다. 


1. 금리란 대체 무엇일까?

 지금은 금리를 당연시 여기며 그 수치 정도가 문제지만 오래 전에 금리는 동아시아나 서아시아에서 하나의 금기였다. 이는 경제적인 측면보다 도덕적 잣대를 우선시 한 것으로 하나의 죄악처럼 여겨졌다. 하지만 경제가 제대로 돌아가기 위해서는 누군가는 돈을 빌려야만 했고 그러기 위해선 빌려주는 사람이 반드시 있어야만 했다. 그런 측면에서 돈을 빌려주는 사람에 대한 대가인 금리는 실질적 필요성에 의해 점차 받아 들여질 수 밖에 없었다. 

 금리는 여러 가지 정의가 있다. 우선 절제에 대한 보상이란 생각이다. 그리고 레버리지의 비용이자 리스크의 대가로 보기도 한다. 또한 자연성장의 관점에서 금리를 보기도 한다. 자연은 가만히 내버려둬도 시간이 지나면 열매가 더 생겨나고 동물도 새끼를 낳는다. 즉, 지금의 토끼 두 마리가 가까운 미래에 새끼를 쳐서 서너마리가 될 수 있는 것인데 금리는 그런 미래에 대한 대가다. 실제로 고대세계에서 금리는 출산이나 동물의 새끼를 어원으로 갖는 경우가 많다.   

 그리고 금리는 대부자에 대한 혜택의 나눔으로 받아들여지기도 한다. 대출한 사람이 그 돈으로 이익을 얻었다면 마땅히 그 이익의 절반 가까이를 빌려준 사람과 나눠야 한다는 자연스런 생각에서다. 

 현대의 금리는 이런 개념들을 어느 정도 모두 포괄하고 있다. 현대의 통화정책 입안자들은 금리를 주로 소비자 물가를 조절하는 수단 정도로 파악한다. 이런 관점이기에 디플레를 막기 위한 마이너스 금리나 제로금리도 시행이 가능하다. 그리고 금리는 외환에서 나라 간 오가는 자본 흐름의 균형을 맞춰주기도 하며 책의 주장에 의하면 소득과 부의 분배에 큰 영향을 미친다.


2. 고대의 금리

 금리의 역사는 화폐보다 오래되었다. 화폐보다 물물교환이 먼저 있었으며 그 과정에서 뭔가를 서로 빌리는 일은 당연히 있었을 것이기 때문이다. 이 과정에서 빌려주는 것에 대한 대가는 자연스럽게 생겼을 것이다. 태초의 이자다. 

 고대메소포타미아에서는 채권, 채무자, 대출금, 상환기한, 이자 내역을 적은 점토판이 다량 존재했다. 계약의 이행과 동시에 채무의 증거인 점토판은 파괴되었기에 오늘날 남아 있는 것들은 채무 이행이 되지 않은 것들이라 볼 수 있다. 메소포타미아에서 신용대출은 매우 많았고 이유도 다양했다. 그 지역은 부족한 원자재가 많아서 삼나무, 대리석, 구리, 석고 등을 수입해야 했는데 그 과정에서 대출이 필요했을 것이다. 

 이자를 계산하려면 시간과 가치가 표준화 되어야 한다. 그래야 이자 계산이 되기 때문이다. 수메르 달력은 한 달 30일, 1년 12개월이었다. 그래서 시간, 거리, 무게, 돈과 이자는 모두 60을 기준으로 측정했다. 

 메소포타미아 지역은 복리도 개발했다. 복리로 인해 채무자는 부채가 폭발적으로 늘어나는 것을 경험하게 되었고 이는 당시 지역의 사회 문제였다. 그래서 지역에서는 새로운 정부들이 들어서면서 부채를 탕감해주는 것이 일종의 관례였다. 

 기원전 1750년 함무라비는 관례적인 이자율을 역사상 최초로 법문화한다. 은대출의 경우 최고 이자율을 20%, 보리는 33.33%로 정한 것이다. 다만 기간을 명시하지 않았기에 일부 대부업자들은 짧은 기간에 최고 이자율을 적용하는 편법을 부릴 수 있었다. 

 고대 세계의 금리는 지금처럼 변화무쌍하지 않았다. 오랜 기간 고정이었다. 경제요인보다는 측정기준에 얽매였기 때문이다. 60진법을 쓰는 바빌로니아는 매달 60분의 1, 10진법인 그리스는 연10%, 12진법의 로마는 12분의 1인 8.33%를 이자율로 정했다. 

 실제 국제결제은행은 지난 100년 간의 금리는 저축이나 투자 같은 경제적 요인보다는 금본위제, 금환본위제, 브레턴우즈체제 같은 통화체제의 영향을 받았다고 보고했다.금리는 고대 세계 건, 그 이후 이건 경제성장과 상관관계가 별로 없었다. 기원 후 1000년 간 세계 경제는 연간 0.01%성장했다. 하지만 그 기간 금리는 무려 6-12%에 달했다. 그리고 금리는 인구와도 상관이 없다. 인구가 증가하면 돈에 대한 수요가 증가해 금리가 증가할 것 같지만 역사적 연구는 인구증가와 금리는 오히려 반대방향이었음을 보여준다. 

 고대 세계의 금리는 정치와 관련이 깊었다. 금리는 대개 문명의 진로를 따라 U자형이었다. 문명이 막 시작한 후 번창할 때는 하락했다가 쇠락하여 멸망하게 되면 급상승하는 형국이다.


3. 중세의 금리, 시간과 이자의 결합

  이자는 필요와 탐욕의 결합이었다. 이자는 문명초기부터 있었는데 이는 자본이 항상 부족했기 때문이다. 공공기관들은 대출이자는 요구하는 방식으로 자원을 분배했다. 자본이 산업이나 무역, 생산에 묶여 있을 때 이자는 생산에 사용된 시간과 관련이 깊었다.    

 중세가 되어 시계가 개발되자 시간의 세속화가 시작디었다. 이탈리아에서는 시간의 상업적 중요성이 부각된다. 효율적인 화폐공급에 새로운 금융관행이 더해지면서 중세부터 금리가 하락한다. 1200년대 이탈리아 북부의 금리는 20%였으나 르네상스 때가 되자 제노바는 7%, 베니치아는 5%까지 하락한다. 

 시간에 가치가 부여되고 개인의 소유물이라는 관념이 확산하며 고리대금을 도덕적으로 금지하는 성직자들의 제재는 거의 유명무실해진다. 상인이 대출로 이득을 얻는다면 대출자가 그 이익의일부를 나누어야 한다는 생각이 일반화되었다. 즉, 이자에는 대부자를 손해에서 보호해야 한다는 생각이 담기게 되었다. 

 이처럼 이자와 시간이 관련되자 이자란 시간에 따른 화폐 가치의 차이로 현재 소비가 미래소비로 교환되는 비율이란 생각이 생겨났다. 이자가 돈의 시간적 가치를 의미하게 된 것이다. 실제 이자율은 사람의 시간 선호도를 반영한다. 노인은 소득이 더 이상 늘지 않기에 시간선호도가 낮고 대출도 잘 하지 않는다. 따라서 고령화 국가에서는 대출수요가 적이 금리가 낮다. 미래의 만족은 언제나 현재의 만족과 비교해 값이 할인된다. 이자는 특정 양의 가치를 특정 시간 동안 사용한 가격이 된다. 이로 인해 돈의 시간 가치인 이자는 가치 평가의 핵심이 된다. 

 그래서 이론적으로 투자는 수익률이 투자자들의 시간선호와 최소한 같을 때 이뤄질 수 있게 된다.  


4. 금리의 영향

 이상적인 금리는 다음과 같다. 상품처럼 시장에서 자유롭게 빌려주고 빌리는 개인이 정하는 이자율이다. 지나치게 많이 빌리거나 적게 저축하지 않은 자본을 반드시 효율적으로 사용하게 하는 이자율이다. 토지와 자산의 가치를 정확히 부여하는 이자율이고, 저축자들에게 공정한 수익을 제공하고 은행가와 금융계에는 보조금을 줄 정도로 낮지 않으며 차입자에게 지나친 고통을 주지 않는 이자율이다. 

 지나치게 높은 금리는 기업의 투자를 줄인다. 채권자는 채무자를 희생시켜 부당이득을 얻는다. 자본가치가 떨어지고 노동자는 실직하며 경기가 침체한다. 채권수익률이 국민소득을 웃돌면 기존 부채가 부담스러워지고 파산이 시작된다.

 반면 지나치게 낮은 금리는 인플레이션을 유발한다. 자산가격에 거품이 생기고, 대출이 급증하며, 금융이 노력을 밀어내고 저축이 붕괴한다. 은행에 돈이 쌓여 유통속도를 늦추어 오히려 디플레를 유발하기도 한다. 초저금리는 생산성 증가를 낮추고, 자산가격을 부풀리며, 부채 수준을 높이고 저축률을 하락시키고 저축에 불충분한 수익을 주어 불평등을 확대시키고 금융취약성을 높인다. 


5. 저금리로 인한 금융 붕괴의 역사

 로는 프랑스에서 미시시피 주식회사의 주식을 액면가 500리브르로 발행한다. 그리고 처음 몇 년간 회사의 주가는 거의 변동이 없었다. 로는 발행가능한 돈의 양에 대한 제한을 철폐하다. 그러자 1719년 1년 간 주가는 20배가 상승한다. 풀린 돈은 광란의 인플레이션을 일으켰는데 물가지수가 2배 상승하고, 지폐에 대한 신뢰가 사라지자 돈이 해외로 유출되어 버린다. 로는 여기서 돈을 더 찍어내어 문제를 해결하느냐 아니면 회수하느냐의 갈림길에서 돈의 회수를 선택한다. 주가는 결국 붕괴되고 90%를 폭락 후에 이전 수준으로 회귀했다.

 1826년에도 심각한 금융위기가 있었다. 남미 신생 독립국들은 금광을 비롯한 여러 투기 산업을 위해 발행한 채권투기 열풍이 일었다. 그 배경에는 금리하락이 있었다. 1825년 이전 런던으로 막대한 금이 유입되었다. 재무장관 윌리엄 로빈슨은 수익률 하락을 이용하여 미지급 정부부채를 더 낮은 수익률의 새로운 채권으로 전환한다. 금리의 감소로 고객들은 예금을 인출해 합자회사투자나 형편없는 담보로 건설업자에 직접 대츨한다. 전국에 은행이 증가했고 낮은 금리로 안전한 투자처를 빼앗긴 사람들이 해외 증권으로 몰리게 되었다. 그러다 1825년 12월 런던에 맹목적 공포가 일어나 신용이 고갈하게 된다. 

 

6. 새로운 경제 질서의 탄생

 19-20세기 초반의 금본위제에서는 금은 이자율 조정 역할에 충실했다. 경제 과열로 총지출과 투자가 소득과 저축을 초과하면 금이 국외로 유출되었다. 그러면 금보유고 확보를 위해 중앙은행은 금리를 인상하여 사태를 되돌렸다. 반면 금보유고가 충분하고 경기가 부진하면 저금리를 유지했다. 그래서 금본위제에서는 유통되는 신용의 규제가 상대적으로 쉬웠다.

 하지만 1914년 1차대전으로 각국의 중앙은행들은 대부분 금지급을 중지한다. 결국 1922년 금본위제를 수정하여 중앙은행이 보유한 정부증권이 금과 더불어 준비금으로 수용된다. 이것이 금환본위제다. 그리고 이 시기부터 금리는 국제적인 금의 흐름과 무관하게 되었다. 

 금환본위제로 인해 각국의 중앙은행 총재들은 처음으로 적극적인 통화정책의 구사가 가능하게 되었다. 금리설정이 정치화한 것이다. 새로운 금융질서는 금의 절약과 소비자 물가의 하락 예방이 목표였다. 디플레이션의 회피가 주 목적인 것이다. 

 1920년대 미통화정책의 목표 중 하나는 농업 사이클로 인한 계절적 금리 변동의 억제였다. 특정 시기에 대출 수요가 몰려 돈이 고갈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역설적으로 그 개입은 이자율을 낮춰 투자붐을 낳아 광란의 20년대 거품으로 이어진다. 1920년대 미국의 경제는 연 8% 성장했지만 금리는 과도하게 낮아 경제성장률의 절반에 불과했다. 하지만 다행히 경제성장으로 대출공급이 늘어나 생산성 향상으로 인플레이션은 억제되었다. 하지만 투기가 과잉되어 초고층건물과 폰지사기가 성행한다. 주식시장에도 돈이 쏟아져 들어와 주가도 폭등했다. 

 미국의 상대적으로 나은 이자율로 인해 자본이 해외로 유출되었다. 그리고 외국인의 미수출상품 소비로 미국의 거품을 더욱 커지게 되었다. 그러다 연준은 1928년 할인율을 3.5%에서 5%로 인상한다. 이 긴축이 국제 자본 흐름을 돌려 미투자자들이 유럽에서 대출을 하게 되었다. 유럽의 미국산 상품 수입이 감소하고 신용공급이 감소하여 미경제가 위축해 붕괴가 시작되었다. 

 결과적으로 월가의 투기 광풍에 겁이 난 연준의 긴축통화정책이 급격한 경기침체를 유도한 것이다. 

 일본은 1980년대 중반까지 인플레이션이 완전히 통제되고 있었다. 경제는 탄탄대로로 제 2의 경제 대국이었다. 일본 GDP는 1980년대까지 매년 5%성장했다. 1987년 협정으로 달러 약세를 위해 할인율을 전후 최저치인 2.5%까지 내렸다. 그리고 1987년 글로벌 증시 폭락으로 일본은 내수 진작과 세계경제성장을 목표로 신용조건을 크게 완화한다. 금리가 실제 성장률보다 낮게 유지되자 통화공급과 대출, 기업투자가 급증한다. 그리고 주식과 부동산 가격이 폭등하고 물가상승이 일어난다. 1989년 일본 중앙은행 총재인 미에노 야스시는 거품을 끄기로 결정한다. 그는 그해 3차례 할인율을 인상한다. 그러자 경기가 급격히 둔화한다. 그는 6%까지 올렸던 할인율을 1995년 다시 0.5%로 내리나 경제의 활력은 사라진 후였다. 

 1995년 이후 일본 경제는 부동산 가치하락, 부실대출을 한 허약한 은행, 자본 수익 감소, 과도한 레버리지 차이으로 기업의 부채 부담을 줄이려던 지속적 디플레이션에 짓눌리게 된다. 

 이런 미국과 일본의 실책은 공통점이 있다. 양국 모두 처음엔 낮은 물가상승률에 경제가 탄탄했다. 물가안정에만 관심을 두고 강력한 신용성장과 투기에 무관심했다. 자국의 인플레를 통제한 상황에서 국제협력을 위해 국내통화정책을 조정했다가 호황 말기 거품이 지나치게 심해졌고 이를 통제하려고 금리인상을 단행한다. 그리고 거품 경제 붕괴 후 디플레이션을 방치한다. 

 

7. 미연준의 정책 전환

 미국은 1970년대 후반까지 인플레이션의 통제가 어려웠다. 경제성장 둔화로 사회가 불안정했고 스태그 플레이션에 빠져있었다. 1979년 말 카터는 폴볼커를 연준의장으로 임명하고 그는 통화공급량을 줄여 인플레이션을 억제했다. 그의 체제하에서 연방기금금리는 10%에서 19%까지 상승했다. 장기국채는 15%수익률이었다. 하지만 이후 미국경제는 살아날 수 있었다.

 1987년 주식시장의 붕괴 이후 볼커의 뒤를 이은 그린스펀은 연방기금금리를 인하하며 유동성 홍수로 위기에 대응한다. 그리고 이후 연준은 은행 차입에 영향을 미치려는 시도에서 방향을 전환해 금리 자체를 목표로 삼기 시작한다. 통화정책은 이제 눈앞의 인플레이션만 통제 수단으로 다루었다.그린스펀 풋이란 용어가 있는데 이는 주식 시장이 하락할 때마다 연준이 개입한다는 월가의 불문율이다.

 그린스펀의 뒤를 이어 2002년 버냉키가 취임한다. 그는 디플레이션에 대해 선제적 공격을 주장한다. 2003년 봄 연준의 지급금리가 1%로 인하되었고 이지머니의 시대를 알리게 되었다. 금리인하에도 불구하고 물가는 통제되었다. 선진국 전역이 2000년대 초반 낮은 물가상승과 완만한 경기침체를 겪었는데 이를 대안정기라 부른다. 

 하지만 위기는 누적되고 있었는데 2006년 BIS의 수석 경제학자 윌리엄 화이트는 '물가안정만으로 충분한가'라는 논문에서 물가 안정만으로는 거시적인 경제 혼란을 회피할 수 없다고 주장하였다. 그는 하이테크처럼 생산성 향상에서 발생하는 좋은 디플레이션과 신용 붕괴에 의한 나쁜 디플레이션을 구분하였다. 

 결국 이런 경고가 무시되어 2007년 서브프라임 모기지 위기가 미국에서 발생한다. 미국에서 발행한 부실한 모기지 증권을 유럽이 대량으로 사고 이것이 부실화하면서 전 세계적인 금융 위기가 발생한 것이다. 

 1990년대 부터 세계 중앙은행들은 인플레이션 목표를 정하기 시작했다. 특별한 근거 없이 2000년대 들어 그것은 2%로 정해지고 이 수치는 지금도 유효하다. 딱히 근거가 없는 이런 기계적 설정은 단기주의, 관료주의로의 자원 전환, 리스크 회피, 정당하지 못한 보상, 창의성과 혁신을 억압한다. 2%타케팅은 중앙은행들이 금리를 극도로 낮추고, 투기적인 차입과 리스크를 감수하게 하였다. 수입가격이 하락하면 중앙은행 총재들은 일반 물가 수준이 하락하지 않도록 의료, 교육, 건설 같은 비무역 상품의 가격을 부풀려야 했다. 

 결국 2008-2009년의 대침체 이후 5년이 지난 2014년에도 미국의 생산성 성장률은 역사상 평균의 절반에 불과하게 되었다. 일부 경제학자들은 이를 세속적 정체라 부르기 시작했다. 세속적 정체는 미국와 유럽의 인구 증가세가 둔화하여 노동력이 고령화하고 신기술이 기존 기술보다 투자를  덜 요구하여 기존 기술보다 생산성을 떨어뜨리고 세계가 글로벌 과잉저축으로 인해 금리가 내려간다는 것에서 정체의 원인을 찾는다.  

 하지만 실질경제를 살피면 세속적 정체이론은 힘을 잃는다. 오히려 세속적 정체 내러티브는 경제학자들이 저축, 인구, 투자의 실질 요인에서 경제의 원인을 찾고 통화와 금융요인은 간과하게 만든다. 


8. 부채사이클과 창조적 파괴

 2013년부터 BIS 통화경제부장을 역임한 보리스는 금융시스템이 자원배분에 그치지 않고 구매력까지 창출한다고 주장했다. 금융이 현실을 반영하는 것이 아니라 그것을 넘어서 현실에 영향을 미치기 시작한 것이다. 보리스는 이자율이 실질적 요인에 의해 결정된다는 흄의 주장을 입증하고자 역사적 자료를 찾았지만 연구결과 금리와 저축, 투자, 이익, 인구와의 관련성은 발견되지 않았다. 결국 BIS는 금리는 통화체제의 영향을 받는다고 결론내렸다. 

 BIS는 이자를 레버리지 가격으로 정의 내렸다. 그리고 부채 수퍼사이클을 제시했다. 금리가 내리면 부채가 급증한다. 그리고 더 많은 부채는 상환의 어려움 혹은 자산 가격등의 폭등으로 더 낮은 금리를 요구한다. 그리고 이로 인해 부채는 더욱 많아지게 된다. 이렇게 경제가 일단 부채의 함정에 빠지게 되면 금리 인상이 사회 전반에 막대한 피해를 입히기에 금리 인상이 사실상 불가능해진다. 이것이 초 저금리 정착의 원인이고 오늘날 우리가 목도하고 있는 세계의 현실이다. 

 저금리에는 자산가격이 폭등하고 그 중 하나인 부동산이 폭등해 건설로 자금이 몰리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건설업은 생산성 향상에 거의 기여하지 않는다. 그리고 부실좀비기업이 급증한다. 좀비기업은 낮은 신용으로 연명하는 기업으로 생산성 향상에 거의 기여하지 않으며 자원을 차지해 경제의 효율적 자원 배분도 막는다. 

 슘페터는 창조적 파괴를 주장했다. 그는 새로운 기술과 비즈니스가 낡고 비효율적인 것을 대체한다고 하였다. 그는 이자가 가장 유능한 고용주와 가장 좋은 과정을 채택하고 덜 유능한 고용주와 나쁜 과정의 제거에 도움이 된다고 주장하였다. 즉, 이자는 창조적 파괴의 과정에서 효율성을 추진하는 힘이고 투자실행 여부를 결정하는 장애물이 되는 것이다. 공황도 창조적 파괴를 촉진한다. 미국의 대공황은 산업수준을 고통이었으나 산업수준 전반을 향상시킨 사건으로 이후 미국의 생산성은 크게 향상된다. 

 미국과 유럽연합은 금융위기 이후 10년간 저금리로 생산성 성장이 붕괴한다. 미국의 연간 생산성 증가율은 0.5%로 20년 전의 1/4 수준에 불과하다. 그 이면에는 좀비기업이 자리한다. 이들은 경제전반에 생산과잉과 낮은 수익률을 퍼뜨린다. 그래서 새로운 기업의 진입이 줄어든다. 또한 신기술의 혜택이 그로 인해 감소하기까지 한다. 

 또한 사모펀드도 문제다. 이자는 금융비용의 대분을 차지한다. 저금리는 이지머니를 낳고 기업합병과 레버리지 매수가 성행한다. 그 결과 2018년 사모펀드는 1조달러에 달하게 되었다. 문제는 이들은 금융붕괴의 화약고이기도 하면서 경제의 활력을 떨어뜨린다는 점이다. 사모펀드는 수익을 빠르게 얻기 위해 단기적 안목에 집착해 회사를 사자마자 쥐어짠다. 장기적 기업 운영이나 사업전략은 그들의 고려 대상이 아니다. 

 그리고 저금리는 기업자체의 화력도 떨어뜨린다. 21세기 미국의 부채비용은 자본비용보다 낮게 유지되었다. 이러한 펀딩갭은 자사주 매입을 부추겼다. 기업이 자금을 기업발전에 투자하지 않고 자사주 매입에 쓰게 되면 주가가 상승하게 된다. 그러면 경영진과 회사는 단기적으로 큰 이득을 취한다. 하지만 그 기업자체는 실질적으로 어떤 이익의 향상이나 비전, 기술개발, 연구개발도 없게 된다. 행동주의 투자자들은 이를 더욱 부추기고 있다. 그 결과 지난 16년간 미국의 가장 큰 상장 기업을은 총이익의 절반 이상을 자사주 매입에 사용했다. 

 이런 초저금리로 금융은 결과적으로 실물 경제를 몰아내고 있다. 대출 대부분이 부동산이나 좀비기업, 자사주매입에 사용되고 기업의 효율성 개선에는 사용되지 않는다. 제조업과 연구개발이 필요한 사업은 오히려 당장의 수익성이 낮아 대출에 굶주리게 된다. 

 

9. 금융억압과 불평등

 경제학자들은 인플레이션보다 낮은 단기금리의 유지를 금융억압이라 한다. 미국은 저축률이 낮은 국가로 금융억압으로 인한 불만이 상대적으로 덜하다. 저금리는 자산가격을 상승시키는데 문제는 이것이 실제로 나라를 부유하게 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언론에서는 주가가 하락하면 시총 수십조가 증발했다 표현하는데 이는 가상의 심리적 돈에 가깝다. 일부 상승기에 자산을 판매하는 자산가가 거액의 자본이득을 얻을 뿐이다. 투자자 전체가 이런 거액의 자본이득을 얻는건 불가능하다. 모두 거액에 파려는 순간 자산가치는 폭락할 것이기 때문이다. 결국 돈은 이익이 낮은 투자수익을 보이게 된다. 

 연금업계는 정부채권과 기타우량채권에 투자한다. 금융위기 이후 채권의 수익률이 크게 하락해 연금소득도 동반 하락했다. 2016년 미공공기관의 연금적자는 3조 달러였다. 연금적자의 팽창원인은 금리하락이다. 연금적자는 큰 구름이 되어 수조 달러의 지방채 시장을 위협하고 있다. 모든 확정 급여연금은 더 이상 신규가입자를 받지 않는다. 모든 연금 상품은 혜택이 적은 상품으로 대체중이다. 그렇다고 금리를 올릴 수도 없다. 연금적자가 커서 금리 상승은 연금업계에 상당한 타격을 주기 때문이다. 여기에 사람들의 기대수명이 늘어나 연금은 진퇴양난이다. 

 이지머니 시대는 불평등의 시대다. 1987-2013 전세계 억만 장자는 10배 증가했고, 이들의 전 세계 자산 점유율은 4배 늘었다. 2015년 세계 총재산의 절반을 고작 62명이 차지했다. 2018년 미국의 실업률은 반 세기만에 하락했다. 하지만 내용이 좋지 못하다. 저임금 일자리가 고임금 일자리보다 두 배 넘게 상승하며 달성한 수치이기 때문이다. 반면 의료비를 포함한 기타 생활비가 물가상승으로 빠르게 오르고 있다. 

 자산가격과 저금리로 젋은 세대는 주택구매를 못하고 있다. 2018년 미국 주택 구매자의 평균 연령은 무려 46세였다. 역사상 최고령이다. 주택은 선진국에서 빠르게 전문직의 전유물화하고 있다. 그리고 주택 가격상승으로 새로운 일을 위해 이사하는 노동자의 수가 줄어 들어 경제의 활력을 떨어뜨리고 있다. 사업 비용이 오르고 내부 이주가 줄면서 수도권은 밀폐형 도시가 되어가고 있다. 가난한 사람들은 더 이상 출산하지 않는다. 높은 수준의 학자금, 미미한 소득 증가, 과도한 부동산 가격으로 가정꾸리기 자체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실제 영국의 출산율은 부동산 가격고 반비례하고 있으며 이는 한국도 마찬가지다. 

 

10. 새로운 불평등 공식

 토마 피케티는 불평등을 설명하는 전통적인 입장을 거부하고 근본적 법칙을 제시했다. 그는 자본수익률이 경제성장률보다 큰 경우 불평등이 심화한다고 보았다. 하지만 책은 이를 반박한다. 불평등의 철칙은 반대로 자본수익률(금리, 이익, 임대, 배당 등)이 경제성장률보다 작을 때 일어난다. 그리고 이는 금융억압과 같다. 

 중국은 금융억압을 실시했다. 자본을 국내에 묶어 저금을 통제했고, 가계는 몇몇 대형 은행에 예금을 예치하는 것 외에 다른 선택지가 없었다. 금리가 경제성장률보다 작아 은행은 막대한 이익을 보장받고, 정부가 통제하는 기업이 저금리로 혜택을 얻었다. 가정이 피해자가 된다. 중국은 수출을 위해 위안화의 절상을 막고자 위안화를 팔고 달러를 매입했다. 이런 미증권의 대량 매입은 미국의 장기금리의 하방압력이 되었다.

 금융억압으로 중국의 은행과 기업은 연간 GDP의 3-8%의 부를 차지한다. 그리고 금융억압이 신용성장을 자극한다. 2008년 위기에 4조위안을 은행에서 조달하여 대규모 부양정책을 펼친다. 2009년 신용은 GDP의 30%에 달한다. 이 막대한 자금으로 거대 국영기업들은 과잉생산을하여 대규모 미분양 유령도시를 건설한다. 

 중국의 부동산 가치는 2016년 43조 달러라 GDP의 4배다. 중국은 도시외에도 인프라도 과도하게 건설했으며 각종 산업에도 과도한 투자를 실행했다. 그 결과 좀비기업이 크게 늘어 2016년 국제통화기금은 중국 11개 성에서 3500개의 좀비기업을 확인했다. 중국의 경제는 부채로 가득하여 은행시스템의 부채는 경제규모의 3배에 달한다. 2012년 이후 총부채상환비용이 경제성장을 넘어섰다. 즉, 성장으로 부채탕감이 불가능해진 것이다. 부실채권은 탕감되지 않는다. 국유자산 관리회사에서 이 부채를 액면가로 판매한다. 그리고 이 회사들은 국영은행에서 인수한 10년물 채권을 발행하여 대금을 지급한다. 사실상 지급 불가능한 단기채권을 장기부채로 전환하는 것이다. 그리고 이런 부채로 인해 항상 저금리가 필요해진다. 

 서구에서도 금융억압은 자행되었다. 서구는 전후 인플레가 두 자리수임에도 국채수익률을 낮게 유지했다. 그러면 시간이 지나며 부채가 탕감되는데 서구 국가들은 이런 식으로 전쟁의 빚은 제거했다. 오랜 양적완화로 정부와 각 지방의 부채가 많아지자 금리가 조금만 상승해도 큰 문제가 되었다. 때문에 금융억압은 정치의 필수조건이 되어 버렸다. 

 신용은 놀랍게도 민간이 아닌 정부가 창출하고 조정한다. 신자유주의란 말이 무색할 정도다. 지금의 머니 마켓은 국채로 가득한 정부한정 펀드로 가득하다. 중앙은행은 단기 이자를 설정하여 장기금리를 조정하고 경제전망의 신용 배당에도 관여하고, 국가 신용의 최후의 중재자다. 그리고 유럽의 중앙은행은 원내의 특정 국가를 지원할지 말지도 결정한다. 사실상 권력이 선출직에서 비선출직 경제전문관료로 넘어간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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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andante 2024-12-03 10:2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마이너스 금리는 이론상 충분히 가능합니다. 이론상 명목금리가 아무리 높아도 인플레이션율이 높으면 충분히 가능하지요.

북다이제스터 2024-12-03 20:5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금리가 있는 사회가 이상한 사회고 금리가 전혀 없는 사회가 진정 바람직한 사회라고 하던데요.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
 
채식주의자 (리마스터판) - 2024 노벨문학상 수상작가 창비 리마스터 소설선
한강 지음 / 창비 / 202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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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람은 남들이 하려는 걸 같이 하며 체제, 집단에 순응하고 싶어한다. 그리고 정반대로 남들이 안하는걸 해서 차별성을 드러내고 싶어하는 욕구를 갖기도 한다. 모순되는 측면이지만 각각이 진화상의 적응도를 높이기에 개인은 양극단의 스펙트럼 어느 한 곳에 위치한다. 그리고 그 판단은 각 사안마다 또 달라지기도 할 것이다. 나라는 사람은 차별성을 조금 더 중시하는 쪽에 가깝다. 그래서 10년 정도 전에 부커상 수상으로 한강 작가가 떠들썩 했을 때 정작 그 책을 보지 않았다. 그러면서 작가의 다른 책은 몇 권 보았다. 이건 또 순응적인 면이다. 

 그리고 노벨상 수상이라는 커다란 대세가 나타나자 더 순응성을 발휘해 작가의 대표작인 채식주의자를 읽었다. 이것이 가능했던 건 나보다 대세를 따르는 경향이 강한 아내가 이것을 당시 구매해두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책이 오래되고 바랬다.

 책은 충격적이고 치밀하고 끔찍했다. 주제를 잘 드러내기 위함이다. 하지만 여러 사람들이 느낀 것 처럼 기분이 전혀 나쁘진 않았으며 인상적이었고 책이 전달하고자하는 바를 꾸준히 생각하게 하는 느낌이 있었다. 책은 3개의 장으로 구성되었는데 채식주의자, 몽고반점, 나무불꽃이다. 재미있는 점은 주인공은 삼남매의 둘째인 영혜일진데 그녀의 시점으로 서술되는 장은 단 하나도 없다는 것이다. 이것도 작가의 장치라 생각된다. 그래서 이해하기 어려운 영혜는 철저히 타자의 시선으로 그려진다. 

 책을 다 읽고나니 이 소설에 새겨진 장치는 세 가지 인 것 같다. 첫번째는 주인공 영혜가 점자 주체이자, 비파괴적인 존재로 나아간다는 것이다. 처음엔 채식주의자, 그 다음엔 식물로 변해가는 과정 마지막엔 모든 섭식을 거부하며 정신마저 정말 식물이 되어가는 과정이다.두 번째 장치는 영혜의 이런 변화를 모두 타자가 관찰 서술한다는 점이다. 하지만 이 역시 주체로 완성되가는 과정을 보여주는 장치라 할 수 있다. 타자는 영혜의 남편, 누나의 남편, 누나로 이어진다. 이들은 모두 영혜를 이해해자 못하고 받아내지 않지만 점차 그녀를 이해하는 관점이 깊어진다. 마지막은 잔혹성이다. 아주 끔찍하진 않지만 육식의 거부와 자해, 바람 등은 한국에서 문화적으로 허용되기 어려운 것들이다. 소설을 보고 기분이 나쁘거나 언짢은 사람들이 많은 이유는 이 때문이다. 이는 인간의 파괴적인면과 비주체성을 초점화하기 위한 장치라 생각된다.

 책 내용은 이렇다. 채식주의자의 아내 영혜는 평범한 전업주부 아내다. 남편이 그녀를 선택한 이유도 바로 그것이다. 어디 내놓아도 튀지 않고 지적, 미모, 능력, 성격면에서 극히 평범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무난하고 자신감 없는 남자는 이런 이유로 그녀를 선택한다. 그리고 지금까진 아무런 문제가 발생하지 않는다. 어느날 고기를 매우 잘 먹던 그녀가 잔혹한 꿈을 꾸고 채식주의자로 돌아서기 전까진. 영혜는 밤에 누군가를 죽이고, 혹은 자기가 죽는 듯한 꿈을 꾸고 이후로 고기를 먹지 않게 된다. 거기에 남편과의 잠자리도 거부한다. 그에게서 고기냄새가 났기 때문이다. 남편은 처음엔 그려려니 했으나 심각해지자 이를 처가식구들에 알린다. 아내가 잠자리를 거부하는건 짜증이 났는데 강제적으로 성교를 시도했고 몇 차례 성공하면 오히려 강한 쾌감을 갖기도 한다. 

 가족간의 모임에서 장인은 영혜에게 강제로 고기를 먹인다. 극심한 충격에 영혜는 과도로 손목을 귿고 모임은 난장판이 된다. 영혜는 병원에 입원하게 되고 남편은 그녀와 이혼하게 된다. 여기까지가 1장 채식주의자의 내용이다

 2장 몽고반점은 영혜 언니의 남편 시점이다. 그는 아내보다 처제인 영혜가 마음에 든다. 이상한 일이다. 도무지 예쁜 구석이란 걸 찾아보기 어렵기 때문이다. 그러다 어린 시절 사진을 보다 영혜가 가진 몽고반점에 눈이간다. 그의 작업은 예술가로 여러가지 사진, 비디오 작업을 한다. 그는 영혜를 찾아가고 자신의 모델이 되어줄 것을 요구한다. 영혜는 놀랍게도 이를 받아들여 그 앞에서 전라가 된다. 그는 영혜의 몸에 무엇에 홀린듯 그림을 그리고 사진 작업을 한다. 다른 업계 동료들은 한물 간듯한 그가 보여준 놀라운 색감과 작업에 감탄한다. 하지만 그는 무언가 부족함을 느낀다. 그가 생각한 완성은 영혜와 남자와의 성교였다. 그것이 작품을 완성시킬 것만 같았다. 자신이 되고 싶은 마음이 굴뚝 같았으나 자신은 영혜와 도무지 그림이 되지 않았다. 그래서 다른 모델을 시켜 작업을 했지만 결국 그가 성교를 거부한다. 영혜의 방을 찾는 그는 결국 자신의 몸에 그림을 그리고 비디오로 촬영하며 영혜와 성교한다. 그것은 성적인 욕망보단 뭔가 그 이상의 것이었다.

 그리고 이 모든 것을 아내가 목도한다. 아내는 실성한 동생 영혜와 도무지 용서할 수 없는 자신의 남편을 정신병원에 입원시킨다.

 3장은 나무불꽃이다. 정신병원에 입원한 영혜는 마침내 모든 음식을 거부하는 지경에 이른다. 그리고 언니는 그런 영혜를 살리려고 노력하면서도 자신의 비주체적인 삶에 대해서 깨닫고 영혜의 삶을 이해하고 다소 부러워하기까지 한다. 하지만 그것이 향하는 점은 죽음이라는 점에서 그 모순에 경악한다. 

 저자는 인간이 가진 비주체성과 폭력성에 천착한 것 같다. 책에 등장하는 영혜와 그 언니는 매우 비주체적인 존재다. 결혼생활, 그리고 직업, 어려서 가족관계 모두가 그렇다. 그럼에도 그냥 남들처럼 결혼해서 아이를 낳고 자신을 억지로 잊어가며 살아가는 그런 비주체적 존재로의 삶을 저자는 드러내고 싶었던 것 같다. 그리고 폭력이다. 인간 존재는 육식을 하고 성경쟁과 자원경쟁을 하기에 본질적으로 폭력적 존재다. 하지만 그런 필수적인 생존을 위한 폭력 이외에도 인간은 많은 폭력을 휘두른다. 저자는 인간 존재의 이 두 가지 면을 이런 여러 장치를 통해 부각하고 싶었던 것 같다. 채식주의자는 그런 면에서 작가 한강의 여러 책 중 가장 좋았으며 그렇기에 주목받을 만한 책이란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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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레이스 2024-11-27 15:0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충격적이고 치밀하고 끔찍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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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술전쟁 - 국익 최우선 시대, 한국의 운명을 바꿀 6개의 전장
윤태성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2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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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 CNN은 2020년을 기술 전쟁의 시작으로 선언했다. 사실 기술전쟁은 처음 있는 일은 아니다. 1960년대에 자동차 로터리 엔진 개발에 독일, 일본, 미국, 영국, 이탈리아 기업들이 참가했고, 승자는 일본이었다. 그 결과 향후 자동차 시장은 일본이 장악하게 된다. 그리고 1990년대는 미국이 일본과 반도체 기술 대결을 벌였는데 승자는 이번엔 미국이었다. 1990년 세계 반도체는 일본이 장악하고 있었지만 이 패배로 인해 지금의 일본 반도체는 매우 초라한 지경에 놓이게 되었다. 

 그리고 지금은 미국과 중국 간의 진영대결로 기술전쟁이 벌어지게 되었다. 저자는 책에서 6곳에서 전장이 벌어질 것으로 보았는데 피지컬, 사이버, 스페이스 배틀필드와 글로벌 특허, 스탠다드, 인재 영역에서이다. 전자의 3개가 물리적이라면 후자의 3개는 무형의 것들이다.


1.피지컬 배틀필드

 피지컬 배틀필드는 제조 영역에서의 경쟁이다. 현재 제조업 경쟁력 순위는 독일, 중국, 한국, 미국, 일본의 순위다. 중국은 제조업에서 상당한 강점을 보이지만 최첨단 기술 부분에서는 그렇지가 않다. 그리고 반도체의 생산은 한국과 대만, 중국이 담당하지만 이들은 모두 미국에 제작한 소프트웨어를 이용해 반도체의 구조, 기능, 제조 검사 같은 공정을 실행한다. 반도체의 발전은 과거와 이어지기에 갑작스레 고성능의 소프트웨어를 다른 나라가 개발한다 하여도 미국 것에서 벗어나긴 어려운 경로의존성을 띤다. 

 미국은 직접 제조는 약하지만 소프트에서는 상당한 강자다. 전세계 소프트웨어 시장은 미국이 50%이상을 점유한다. 여기에 소프트엔지니어의 수도 전 세계에 18만 7천 명이 있는데 미국에만 6만, 중국 5만 2천, 인도 3만 5천, 한국 7천명 수준이다. 중국은 이런 열세를 만회하기 위해 산업용 앱을 100만개 이상 만들고 SW산업을 육성중이다. 

 중국은 자원에서 강점이 있다. 세계 리튬 생산량의 80%이상이 중국이다. 이는 생산과 투자를 통한 생산 모두를 합한 것이다. 광물 가공 제련도 중국에 집중되어 있다. 한국은 중국 의존도가 매우 높은데 리튬58%, 코발트64%, 흑연70%로 이차전지에 원료가 중국에 몰빵되어 있다. 

 반도체는 설계는 미국이, 소재는 중국과 일본이, 제조는 대만과 한국, 장비는 미국과 유럽, 일본이 담당한다. 중국은 전 세계 반도체의 무려 60%를 소비한다. 그렇기에 반도체 장비 기업이 중국을 떠나기란 매우 어렵다. 


2. 사이버 배틀필드

 5G는 2019년 시작했다. 고속대용량, 고신뢰 저지연, 다수층의 접속, 가상 현실, 원격 의료, 드론, 로봇, iot, 자율주행차가 가능해졌다. 6G는 2030년 상용화 예정이다. 기술이 더욱 진화하여 낮은 전력 소모와 자율성, 신뢰가 추가된다.

 세계 각국은 6G를 향해 경쟁중이다. 통신 속도가 10Gpbs에서 최대 1Tbps로 향상할 전망이고 범위도 사막과 숲, 바다 속까지 확장할 것이다. 위성 및 성층권 통신 시스템과 위성 광대역 중심으로 실현될 전망이다. 

 6G 시장은 그 자체도 대단하지만 관련한 데이터에서 부가가치를 얼마나 끌어내느냐가 수익성과 직결된다. 그리고 여기선 미국이 단연 앞서있다.

 인터넷은 크게 3층으로 구성된다. 저층부 네트워크, 그 위의 웹, 가장 상층부의 앱이다. 미국과 중국은 네트워크에서 앱까지의 모든 층에서 서로 다른 인터넷 생태계를 구축 중이다. 때문에 막강한 시장과 경제력을 가진 이들에게 편승하기 위해 다른 나라들은 양자택일을 해야 하는 상황이다. 

 미국은 각종 해저케이블 사업에서 중을 배제중이다. 해저케이블은 전 세계 464개로 길이만 130만 km다. 메타는 우주 인터넷에서 최근 해저케이블로 사업을 선회했다. 

 중국은 인터넷을 감시하고 법으로 규제하는 디지털 감시국가의 선두다. 하늘의 그물이라는 스카이 넷을 운영중이고 안면인식과 보행분석 기술로 개인을 인증, 추적한다. 중국은 사이버주권을 지킨다는 명목으로 인터넷을 규제한다. 그리고 인터넷이 나쁜 여론을 만들고 권력에 대항한다고 여긴다. 그래서 이들은 만리방화벽을 1990년대 후반부터 구축하여 구글, 유튜브를 차단하고 콘텐츠를 사전 검열한다. 

 다음세대의 통신 전쟁은 양자영역에서 이뤄질 것이다. 양자컴퓨터는 2030년 실용화 예정이다. 현재의 암호체계는 두 소수의 곱을 이용한 것이다. 곱은 쉽지만 반대로 곱한 수를 다시 두 소수로 나누는 소인수 분해가 거의 불가능하다. 다만 양자컴퓨터는 이것이 쉽다. 그렇기에 미래의 암호는 양자컴퓨터로도 해독이 어려운 양자내성암호가 될 것이다. 

 양자통신은 양자얽힘현상을 이용한다. 그리고 중국은 여기서 미국을 앞서고 있다. 유선양자암호통신에는 양자신호의 유무를 확인하는 양자중계기기가 필요하다. 해킹이 불가능한 양자 중계기는 아직 개발되지 않았다. 양자암호통신은 여러 상태가 중첩되 얽혀있는 양자상태서 광자에 정보를 담아 전송한다. 이 때 송수신자가 안전하게 정보를 주고 받을 수 있도록 암호키를 사용하고 암호키를 나눠갖게 하는데 양자키 분배방식이 이용된다. 한국의 양자정보통신기술은 현재 미국의 63%수준으로 무려 4.5년 격차에 달한다.


3. 스페이스 배틀필드

 1950년대만 해도 발사체 성공률은 50%에 불과했다. 하지만 지금은 94%다. 발사체 기술은 11개국이 보유했다. 한국은 누리호 개발에 2조를 썼고 11번째 발사체 기술 획득 국가다. 발사체 기술은 미국이 최고다. 한국은 현재 미국의 60%, 중국은 85%, 일본도 85%, 유럽연합은 92% 수준이다. 

 미국은 과거 정부주도의 우주기술개발방식에서 벗어나 기업 발주로 방식을 바꿨다. 스페이스x는 스타링크 위성을 3천기 이상 운용중이고 목표는 4만2천기다. 중국도 500기가 넘는 인공위성을 운용중이며 이중 절반이 감시용이다. 아마존도 카이퍼 프로젝트로 2030년까지 3236기 위성을 계획중이다. 현재는 위성과 기지국 간의 전파 통신을 하지만 미래는 레이저 통신망으로 100만배 빨라지고 전파간섭도 없을 예정이다.

 현재는 기업의 위성이지만 전시에 이 위성들은 모두 군사무기가 된다. 위성은 미사일로 파괴하거나, 10초 이상 레이저를 쏘아 기능을 마비시키거나 방해전파를 지상에서 발사하거나 위성끼리 충돌시켜 제거할 수 있다. 미국은 GPS를 개발하여 사용중이며, 유럽은 갈릴레오, 일본은 미치미키, 중국은 베이더우를 사용한다. 한국도 2035년까지 독자적인 KPS를 개발계획이다. 

 미국은 우주주유소도 개발중이다. 위성에 연료를 추가 공급하며 수명이 크게 늘어난다. 위성은 궤도나 자세를 바꾸며 연료를 소모하는데 미국기업인 오비드펩이 여기에 연관 중이다. 

 세계 유수의 기업들은 상업용 우주정거장에 관심이 많다. 이것은 과학실험과 상품개발, 우주여행의 거점으로 이용될 예정이다. 중국은 우주정거장 건설에 박차중이다. 2022년 우주정거장 텐궁의 마지막 핵심모듈을 토킹시켰다. 텐궁은 작고 가벼우며 우주인은 모두 인민해방군이다. 중국은 러시아와 함께 2036년까지 달기지 건설에 합의했다. 한편 미국은 아르테미스 계획으로 2025년 달에 사람을 보낼 예정이며 자금압박을 해결하기 위해 우방들과 함께한다.달에는 헬륨3가 100만톤 축적되어 있다. 헬륨3는 1g이 석탄 40톤과 비슷한 에너지를 낸다.  

 달기지 건설을 위해서 재료가 중요하다. 맨체스터 연구팀은 우주 콘크리트를 개발했다. 이는 우주에서 조달 가능한 재료에 사람의 분비물을 섞에 만든다. 애스트로콘크리트라 한다. 지구와 달을 연결하는 인터넷인 루나넷도 개발중이다. 현재는 우주선이 지구를 바라볼 때만 데이터를 전송해 비효율적이다. 루나넷은 우주선이 달이 가려도 이용이 가능하다. 


4.글로벌 특허

 발명자의 권한을 20년간 독점적으로 보호하는 것이 카피라이트, 발명을 공유하는 방식을 카피레프트라 한다. 중국은 2021년 지식재산권을 보호하는 특허법을 미국보다 높은 수준으로 제정하였다. 징벌적 손해배상제도로 고의로 특허를 침해할 시 침해금액의 최대 5배를 물어야 한다. 미국은 3배 정도다. 미국은 이를 고등법원에서 다루지만 중은 법개정으로 세계 최초로 이를 대법원에서 다룬다. 특허권에 대한 생각이 과거와 크게 바뀐 것이다. 이는 자국의 기술력 강화와 미국으로부터의 영향력에서 벗어나기 위함으로 보인다.

 국제특허 출원수는 2020년 중국이 68923개로 미국의 58477건을 앞선다. 한국은 20045건이다. 특허 소송전은 대개 다국적이나 미국에서의 판결이 가장 중요하다. 중국은 자국의 법과 영향력을 강화하여 여기서 벗어나려 한다. 

 이런 중국의 변화로 그간 중국 진출 외국 기업은 자신들의 기술 유출 염려에서 이젠 중 기업의 기술 침해를 걱정해야 하는 처지에 놓였다. 특허자산관리회사인 NPE는 다양한 특허를 매입한 후 기업을 상대로 소송한다. 전체 특허 소송의 70%가 하이테크 소송으로 이 중 87%가 NPE와 관련한다. 특허 관리는 매우 어렵다. 스마트폰 하나에만 특허가 25개 이상 필요하다. 그리고 세상 어느 기업도 이를 모두 소유하진 못한다. 그래서 기업끼리 서로 간의 특허를 나누는 특허풀, 크로스라이센스 계약이 성행이다. 


5.글로벌 스탠다드

 세상 모든 국가들은 자국기술을 표준으로 하려 노력한다. 그래야 다른 국가들이 이를 따라와 자신들이 시장을 주도할 수 있기 때문이다. 표준경쟁은 승자독식의 구조다. 1970년대 비디어 카세트레코더는 마쓰시타의 VHS방식과 소니의 베타방식이 경쟁했다. VHS가 승리하자 이것이 세계의 표준이 되었다. 

 지금까지 세계의 표준은 유럽연합과 미국이 주도했다. 표준은 자국 산업 경쟁력의 핵심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중국과 일본이 여기에 강력 저항하고 있으며 도전하고 있다. 

 국제표준이 되려면 무엇보다 기술력 그리고 다른 국가의 동의가 필요하다. 그래서 표준화 경쟁은 국제전이 된다. 그래서 표준화 조직에 계속 참여하여 타국과의 유대를 쌓는 것이 중요하다.


6.글로벌 인재

 미래 경쟁엔 어찌보면 인재가 가장 중요하다. 2019년 각국의 연구비는 미국이 6575억 달러, 중국이 3205억 달러, 일본이 1647억 달러, 한국이 789억 달러로 5위였다. 2000-2017년 미국에서의 과학기술 박사학위 취득자는 중국이 7만, 인도 3만 5천, 한국이 1만 8천명이었다. 한국은 인구 100만명당 연구자의 수가 7980명으로 세계 1위다.   

 국제공동연구에서 중국의 비율은 1996년 0.8에서 1.17로 상승했지만 한국은 1.44에서 1.16으로 오히려 후퇴했다. 한국인은 과학기술에 대해 회의적인 편인데, 과학기술이 다음 세대에 더 많은 기회를 제공하는가?, 우리 삶을 더 좋게 하는가라는 질문에 대해 상대적으로 낮은 긍정답변을 보였다. 한국은 과학기술에 상당한 투자를 하였고, 그 성과로 경제발전을 크게 이루었지만 의외로 국민들은 과학기술에 대해 다소 회의적인 편이다. 믿지 않는다기 보다는 그 폐해를 걱정하는 것으로 보인다. 

 한국은 연구에 문제가 많다. 예산이 관위주로 편성되는데 연구의 주제와 범위를 위임하지 않고 탑다운 방식으로 선택집중하여 지원한다. 그러다보니 창의적 모험적 연구보다는 예측이 가능한 연구만을 하게 되며 단기성과만을 노리게 된다. 미국의 IBM은 매년 10조원의 연구비를 투입하지만 성공률은 고작 3%다.  

 한국은 최상위 연구가 약하다. 2018-2022 120개 중점 과학기술에서 최고 수준의 기술은 미국이 97개, 유럽연합 28개, 일본 5개, 중국1개이고, 한국은 0개다. 한국이 글로벌 인재 경쟁에 더욱 노력해야 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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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도시의 미래 - 인문학자가 직접 탐사한 대한민국 임장 보고서
김시덕 지음 / 포레스트북스 / 202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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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가 김시덕님의 책을 여러 권 읽었다. 처음에 본 것은 '동아시아 해양과 대륙이 맞서다'였다. 그래서 일본에 저명한 학자라 생각했다. 책 내용이 깊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일본인 이야기 시리즈가 나오고 있었는데 뜬금없이 서울에 관한 책을 쓰기 시작했다. 스스로 발로 뛰며 서울의 이모저모와 발전상, 과거의 남아있음과 단절, 경기도와의 관련성을 다룬 '서울 선언' 이었다. 그리고 '갈등 도시', '우리는 어디서 살아야 하는가'에 이어 '한국 도시의 미래'가 나왔다.

 전국 방방곳곳을 누비며 느낀 통찰력을 담은 책들이 나오다보니 이게 자연스레 부동산투자와 연결된 듯 하다. 그래서 저자 자신은 그럼 낌새가 없음에도 투자 관련 유튜브에서 스타가 된 느낌이다. 저자의 책이 많이 팔릴 것이고 연구에도 도움이 될 것이기에 다행이단 느낌이다. 

 책은 핵심부터 제시한다. 13가지 인데 다음과 같다.

1. 인구감소, 지역소멸은 최근의 일이 아닌 역사적 되풀이 현상으로 인위적 공공기관 및 기업의 배치, 지방 정부로의 권한 이행으로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

2. 인구감소는 반드시 문제는 아니다. 오히려 생활이 쾌적해질 수 있고 인구 감소는 그 수혜를 보는 정치가와 행정가에게 문제가 된다. 주로 이들이 인구감소의 문제를 과장하고 이를 막기 위해 지역 이기주의를 조장한다.

3.기존 방식의 외곽 신도시 개발 대신 기존 도심을 압축개발해야 한다.

4.지역별 도, 시, 군단위 대신 메가 시티 개념으로 생각해야 한다.

5.도시민과 농산어촌 주민은 이해관계가 다르다. 그래서 도농연합 메가시티는 불가능하며 행정구역의 통합도 어렵다.

6. 한국의 인구는 3개의 메가시티와 소권역에 집중할 것이다.

7. 여러 지자체는 자기 지역이 지역소멸의 최대피해자이며 자기 지역의 혜택을 주는 것이 지역소멸의 해결책이라 주장한다.

8. 현대 한국의 문제는 시민 복지가 아니라 북한에 맞서 국가가 생존하는 것이다.

9. 북한의 핵무기 개발로 역설적으로 한강 이북지역의 개발 가능성이 높아진다. 반사이익을 얻어온 동남권 콤비나트는 축소 가능성이 있다.

10. 미중대립, 러시아 우크라니아 전쟁은 신 냉전의 시대를 의미한다.

11. 신냉전으로 남북 통일과 화해는 단기, 중기적으로 어려워졌다.

12. 마구잡이 개발보다 압축 개발을 해야한다. 뚜렷한 전망없는 SOC사업은 수십년내 각 지자체에 큰 재정부담을 지울 것이다.

13. 행정과 정치의 난맥상만 줄여도 한국 도시의 미래는 밝아진다. 


 저자는 현재의 정세가 신냉전시대라고 파악한다. 신냉전은 동구권 붕괴이후 미국 중심의 질서 속에서 안미경중 입장을 취하던 한국에 중국 특수가 끝났음을 의미한다. 이로써 남북간 평화체제도 상당기간 어려우며 서해안 시대 역시 중장기적으로 낙관하기 어려워졌다. 

 한국은 대만과 더불어 21세기의 석유인 반도체를 서방에 공급하는 기지다. 하지만 권위주의 진영과의 최전방에 있다. 삼성반도체와 디스플레이의 존재는 서방이 현재 한국을 반드시 지켜내야 하는 조건을 만든다. 그래서 대만과 한국은 실리콘 방패를 가진 셈이 된다. 한국은 이를 더욱 강화하기 위해 반도체 클러스터를 경기 수원, 용인, 이천, 화성, 평택, 충남 아산과 천안에 이를 정도로 구축하고 있다. 이는 대서울권의 확장이자, 강남의 확장이다. 

 미국은 일본의 군사력을 일본의 대외 정책 수단이 아닌 자국의 군사력의 확장 차원에서 바라본다. 한국은 일본에 대한 과거 식민지 경험으로 이를 군국주의의 발로로 우려하나 미국이 이런 차원을 허용하지 않는다. 

 저자가 생각하는 미래 한국의 3대 메가시티와 소권역은 다음과 같다. 

 -3대 메가시티

1. 서울시를 중심으로 강원도와 충남일부 도시부, 공업지를 포괄하는 대서울권

2. 북한의 공격에서 안전한 콤비나트로 구상된 포항, 울산, 부산, 창원, 거제, 사천, 진주, 하동, 여수, 순천, 광양에 이르는 동남권

3. 북의 재래식 공격에서 안전하고 남한 중심에 자리한 대전, 세종, 청주, 계룡, 논산에 국가기관을 집중한 중부권

 -소권역

1. 독립적 산업벨트를 구성한 구미, 대구, 김천 소권

2. 철도로 이어진 중부내륙 소권

3. 전주, 군산, 익산 등을 아우르며 중부권과 일부 겹치는 전북서부 소권

4. 광주, 목포를 아우르며 동남권과 일부 겹치는 전남서부 소권

5. 고성, 포항을 아우르며 동남권과 일부 겹치는 동해안 소권

6. 제주 소권


 대서울권 메가시티는 강남과 사대문 안팎, 영등포에서 뻗어나간 교통망이다. 여기에 인천, 시흥, 안산, 화성, 평택, 아산, 서산, 당진이 포함된다. 1970년대 강남에서 아파트와 바둑판식 도로, 외부와 구분된 단지, 단지내 공공편의시설, 대형 쇼핑센터라는 삶의 양식이 탄생한다. 이것이 서울 원도심과 영등포, 압구정, 반포로 확장되었다. 송파구의 잠실주공 아파트와 석촌호수, 백화점의 겷바이 결정적이었는데 이 양식이 이후 전국으로 뻗어나간다. 호수가 없다면 일산처럼 호수를 조성하기도 하며, 송도신도시나 한강신도시도 수로를 확보한다.강남에서 시작한 새로운 삶의 양식은 1기 신도시에 이어 2시 신도시로 확장한다. 

 동남권 메가시티는 포항에서 순천 광양까지이다. 북에서 가장 먹고, 미국 일본과 인접한다. 이런 지리적 특성으로 안보, 교통의 독립성이 있어 방위산업과 한국의 기간 산업에 형성된다. 

 중부권 메가시티는 아직 완성되지 않았다. 대전과 세종의 행정, 논산과 계룡의 군사, 청주는 경제가 특화한다. 하지만 서로 협력보다는 경쟁하는 것이 문제다. 그래서 중부권 메가시티의 실현을 위해서는 지역 감정과 경쟁의식을 넘어야 한다. 중부권은 인구는 다른 메가시티에 비해 상대적으로 적지만 국가라는 산업을 가진 곳이다. 여기가 성공해야 한국의 지역균형발전과 인구감소를 지연할 수 있다. 

 인구감소의 원인은 여러 가지고 성장시대에도 있어 왔다. 우선 전쟁이다. 분단으로 휴전선 인근 도시들은 철저히 파괴되어 인구가 소멸했다. 다음은 국가정책이다. 국가는 댐건설이나 화전민등의 이주로 지역을 소멸시킨다. 그리고 광산촌 소멸, 행정구역 개편이 있다. 실제 이리와 익산이 통합하고 순천과 승주가 통합되며 익산과 승주가 행정중심지가 사라지며 쇠락했다. 마지막은 군부대의 해체다. 강원 양구나 인제, 화천, 양양 등은 군부대에 경제와 인구를 크게 의지하고 있으며 50명짜리 관사의 위치를 갖고 아웅다웅할 정도로 중시한다. 

 이런 전국적 인구 감소 속에서 각 지자체는 속속 신도시를 건설 중이다. 과거 신도시는 인구를 성장시켜 새로운 중심지를 형성하는 순작용도 있었지만 지금은 도시 외곽에 건설하는 경우 도심과 주변의 농어촌 인구만 흡수하며 구도심과의 연담화도 잘 이뤄지지 않는다. 그리고 대개의 신도시는 인프라가 열악하다. 지역 행정가들은 인구감소가 구도심의 쇠락 원인이라 하나 사실 진정한 원인은 그들이 건설한 신도시에 있다. 

 저자는 이런 상황에서 인구를 늘리는 방법을 제시한다. 우선 다양한 가족의 형태를 인정하는 것, 여성이 살기 좋게 하는 것, 비건과 할랄 등 외국인의 편의를 제공하는 것, 이민 사회로의 전환이다. 실제 한국은 이미 250만 외국인이 체류해 인구의 5%이상이 외국인인 다문화국가다. 이민자들이 성공적으로 정착할 경우 한국 시민이 되어 한국 사회에 문화적 다양성과 충격을 주어 한국이 보다 복합적이고 다층적 성격의 국가로 발전할 것으로 저자는 기대한다. 

 다시 메가시티와 소권역으로 돌아간다.

 대서울권의 중심지인 강남의 중요사업을 서울국제교류복합지구, 그레이트 한강 프로젝트, 서울리니어파크다. 서울국제교류복합지구 사업은 강남구의 코엑스에서 송파구의 잠실 종합 운동장에 이르는 지역을 마이스 산업 중심으로 재개발하는 것이다. 강남과 송파를 하나로 묶어서 개발 구상 중이다. 영동대로 복합개발 사업은 지하 5층가지의 통합철도역사와 버스환승장의 구축이다. GTX-A와 C가 교차하고 완성되면 교통중심지가 기존 강남역에서 봉은사, 삼성역으로 이동할 전망이다. 서울 리니어 파크는 경부고속도로 강남구간을 지하화한 후 그 위에 구축하는 것이 계획이다. 

 동남권 메가시티는 남해안을 따라 서진 중이다. 고흥에 나로 우주센터가 있고 창원-사천-진주-순천-고흥으로 이어지는 우주산업벨트가 추가될 가능성이 높다. 동남권은 안보문제로 형성되었으나 한국의 대표적 연약지반으로 지반 침하 문제가 있다. 그리고 대기오염도 심각하다. 포항은 주한미군이 사용하는 석유가 들어오는 군사거점이었다. 포스코의 탄생지지만 시설이 노후화해 포항시는 포스코의 거점이 서울이나 광양으로 이전할까 우려한다. 광양은 아산을 제치고 제철소가 되었다. 여기엔 아산이 북과 가깝다는 안보의식이 크게 작용했다. 광양만은 부산처럼 기능하기 위해 만든 제 2항이며 그래서 미군은 군사작전에서 두 항을 모두 사용한다. 포스코는 2차전지에 관심이 많고 광양만 여수공항의 인프로라 인해 광양항에 이차전지, 수소전지 기업들이 관심이 많다. 창원은 방위산업도시로 한화에어로스페이스, 현대로템, 키프코전자항공, 일신하이테크, 엘케이텍들의 방위산업체가 있다. 동남권에는 김해진영, 양산불금, 울산을 잇는 동남권 순환 광역 철도가 구상중이다. 이들이 완성되면 인근의 교통 개선이 예상된다. 김해는 부산에서 빠져나간 시민과 산업체가 많아 매일 김해-부산 교통체증이 심하다. 

 중부권 메가시티는 방해요인이 많다. 서울과의 교통이 개선되어 서울의 최전방으로 성격이 변질되었고, 세종남부 시내동과 북부의 조치원권이 융합해야하는데 세종 내부의 도농격차가 매우 크다. 또한 중부권 도시간 경쟁으로 사이가 좋지 못하다. 대전은 서남부 스포츠타운 예정지인 유성구 학하동주변에 나노반도체 국가산단이 확정되었다. 세종은 향후 대통령 제2집무실과 국회세종의사당의 건설이 중요 관건이다. 청주는 시내 북부에서 청주 테크노폴리스가 개발되었다. 율량, 사천동 지역에서 신흥 주거가 생겼고 현재 인구 85만으로 100만 돌파 가능성이 높다. 그래서 청주는 도심 지하철을 추진중이다. 

 소권중에는 새만금이 관심이 간다. 새만금은 그 기원이 일제시대 아베후사지로가 주도한 김제군 광활면 간척이다. 그러다 1960년대 계화도 간척을 이어받아 확장하여 오늘날에 이른 것이다. 새만금은 공단으로의 추진이 좌절된 역사다. 새만금은 매우 광활해 서울의 2/3크기인 4만 100헥타르에 이른다. 새만금의 북에는 군산공단이 있어 북으로 확장하는 추세였지만 최근 남으로 중심이 옮겨지고 있다. 2023년 7월 정부는 새만금 산단을 이차전지 국가첨단전략산업특화단지로 지정했다. 하지만 새만금은 개발 속도와 인프라 확충을 위한 잼버리가 처절한 실패로 끝났고 신냉전의 중심에 서있다. 

 제주는 철도 부설이 중요한 문제다. 제주 철도 역시 기원은 식민지시대로 올라간다. 그러다 1977년 수인선을 없애면서 그 남은 재료로 철도를 놓으려는 시도가 있었고 1980년 서울올림픽과 맞춰 관광지로 모노레일을 부설하려는 시도가 있었다. 제주는 섬전체 순환 철도를 계획하고 있다. 버스 교통이 좋지 못해 인구가 많음에도 대부분의 사람들이 자가, 택시, 렌터카를 이용하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교통체증, 사고, 대기오염 문제가 있다. 

 제주는 인구감소보다 증가를 걱정하는 지역이다. 다만 인구에 비해 인프라가 부족하다. 기본적인 상수공급, 하수처리, 쓰레기의 처리가 필요하다. 제주는 현무암 섬이기에 기본적으로 물이 부족해 논농사가 잘 되지 않는다. 하지만 1960년대 이후 수리사업으로 지금처럼 발달한다. 최근 도시화로 물이 부족해지며 지하수 고갈이 문제가 될 가능성이 높다. 제주는 일자리 부족, 인프라 부족, 물가와 집값의 상승으로 청년층의 이탈이 심해지고 있다. 제주는 북과 남의 격차와 격리가 심한데 이는 한라산을 가로지르는 도로의 완공에도 불구하고 상존한다. 제주는 제2공항을 남부 서귀포 지역에 추진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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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렌드 코리아 2025 - 2025 대한민국 소비트렌드 전망
김난도 외 지음 / 미래의창 / 202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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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격년정도로 트렌드 코리아 시리즈를 보곤 한다. 매년 볼 필요는 없을 것 같지만 그렇다고 지나치기는 좀 그런 느낌을 주는 책이다. 매년 일정 시기에 발간하기에 이것이 나오면 한 해가 가고 새로운 해가 다가옴을 자연히 느끼게 된다. 이젠 제법 자리를 잡아 트렌드 코리아 연속편의 기획은 벌써 10년이 넘은 것 같다. 처음 접한게 분명 2010년대 중반이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그 사이 사회는 많이 변했다. 현재의 기조는 고착한 저성장과 빈부격차, 최근의 인플레이션이다. 이번 시리즈도 이 세 가지 핵심어의 변주로 보인다.


1. 2024년 고찰

 책은 항상 전년을 살피는 것으로 30% 정도를 할애하고 나머지를 내년의 예측으로 이어간다. 작년 한국 경제는 높은 환율로 판매 가격이 낮아져 수출이 호조였다. 하지만 고금리와 물가상승으로 내수는 죽은 한해였다. 작년 폐업한 자영업자의 수는 거의 100만에 달한다. 

 사람들은 가성비와 가심비에 시성비에 주목하기 시작했다. 시성비란 시간에 주목해 들이는 시간에 비한 효용이 된다. 그래서 2024년 상반기엔 콘텐츠 요약에 대한 언급이 증가했다. 릴리스AI는 유튜브 영상을 요약해준다. 그리고 비슷한 것으로 네이버의 스노우, 딥클릭 등이 있다. 다소 긴 영상은 그래도 줄일만 한데, 요즘은 3-4분에 불과한 노래도 1.5-2배로 감상하는 것이 유행이다. 영화도 숏폼이 유행이라 13분짜리 영화 밤낚시가 제법 인기를 끌었다. 

 기업은 이제 최저가보단 다양한 가격과 소비층을 공략하기 시작했다. 이는 제품과 서비스의 가격을 조건, 시간, 대상에 따라 바꾸는 버라이이터 가격전략, 판매 단위를 쪼개거나 상품 용량을 변경해 소비자가 지불하는 기준 가격을 바꾸는 가격프레이밍 전략으로 나타난다. GS25는 마감할인 전략을 폈다. 이는 자사 전용앱에서 소비기한 임박 제품을 최대 45% 할인해주는 형식이다. 이로 인해 판매량은 무려 4개월만에 67%가 증가했다. 

 기업들은 스핀오프로 사업을 다각화했다. 분유는 저출산으로 판매가 잘 되지 않는다. 그래서 성인용 단백질 브랜드나 골다공증용 분유를 개발 출시하고 있다. 그리고 기저귀도 성인용으로 전환중이다. 성인용 기저귀 시장은 이미 유아용을 넘어섰다. 학습지도 고령층을 공략한다. 인지강화용으로다. 유산균 음료 윌은 반려견을 공략해 왈을 출시했다. 기가 막힌 이름 붙이기다.

 저성장 시대다 보니 사람들은 자극을 추구한다. 하지만 지나친 자극추구에 대한 반작용으로 평온과 안정을 추구하기도 한다. 그리고 완벽한 모습을 과시하기 위해 육각형의 완성을 추구하기도 한다. 그래서 마라탕이나 탕후루 같은 매운 맛과 단맛의 극단이 인기를 끌었다. 중동 초콜릿의 인기도 궤를 같이 한다. 유튜브에서는 자극적인 영상이 인기를 끌며 드라마도 마찬가지다.

 하지만 SNS피로증후군이 회자될 만큼 이는 피로도 준다. 그래서 최근 기초기능만 있는 덤폰이 유럽의 선진국에선 인기다. 사람들은 육각형 인간이 되기를 원한다. 하지만 이는 쉽지 않다. 그래서인지 눈동자 색을 바꾸거나 턱선 살리기 껍씹기 등 비교적 할만한 것들이 인기다.

 사람들은 불경기로 인해 확실한 시그니처 소비를 한다. 디토소비가 유행이다. 이는 상품, 정보, 선택지의 과잉 속에서 소비자들이 정보탐색, 대안평가 등 제대로 된 구매 의사 결정과정을 모두 생략하고 그져 특정 대리체가 제안하는 선택을 따르는 것이다. 이들은 인플루언서, 유명인, 유튜버들이다. 한편 시그니처 소비도 유행이다. 지역특색 시그니처가 인기인데 성심당, 양평 산나물 축제, 구미 라면 축제, 시몬스 테라스 등이 그것이다. 

 반려개념도 확대중이다. 반려 동물에서 반려 가전과 로봇이 등장했다. 돌봄 개념도 변화중이다. 더 이상 가족만의 책임은 아니다. 그래서 돌봄 시장이 확대중이다. 한국인의 1/4는 반려동물과 같이 산다. 2023년 반려견 용품의 쇼핑거래는 2조 5329억이었다. 팻푸드 시장도 1조 9814억이다. 영양제는 최근 3년 간 두 자릿수 성장세다. 반려동물 동반 숙박시설, 카페, 레스토랑은 증가중이며 같이 탑승가능한 비행기도 등장했다. 

 돌봄 기업은 큰 성장세다. 주간 보호센터수가 2017년 2500개에서 5000개로 늘어났다. 하지만 비용이 무겁다. 월 평균 간병비용은 370만원인데 이는 65세 이상 고령가구의 중위소득인 224만원을 한참 초과한다. 그래서 가족이 돌보는데 가족돌봄으로 인한 GDP손실은 2022년 0.5%에서 2042년 3.6%로 폭증예정이다. 

 그래서 돌봄 가전이나 로봇 등 기술적 해결책이 주목받고 있다. 하지만 기술적 해결책은 효율성은 극도로 높이지만 사회적 고립과 양극화, 기술의존이라는 부작용이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

 2024년엔 C커머스가 유행했다. 이는 중국 전자상거래 플랫폼을 의미하며 알리익스프레스나 테무, 쉬인등이다. 알리익스프레스는 2024년 3월 2700억을 투입해 5만 4천평의 물류센터까지 한국에 구축할 계획이다. 이들의 최대 장점은 가격이다. 하지만 품질과 제품 안정성, 부족한 소비자 보호 인프라, 개인정보에 대한 문제는 해결과제다. 

 2024년엔 스포츠 관람도 인기였다. 양적으로 성장했는데 이는 두 가지 이유로 여성관객의 큰폭 증가와 가성비다. 2023년 축구국가대표 A매치에서 튀니지전은 59%, 싱가폴전은 65%가 여성 관객이었다. 스포츠 경기는 재미도 재미지만 상대적으로 가성비가 높다. 프로야구는 거의 3시간을 즐길 수 있는데 가격이 고작 1-2만원대다. 같은 시간 영화나 식당, 테마파트는 수배의 돈이 들어간다. 


2. 2025년은?

 옴니보어는 잡식성을 뜻한다. 책에선 여러 분야에 관심을 갖고, 특정 문화에 얽매이지 않고 자신만의 소비 스타일을 가진 자를 지칭한다. 여성의 경우, 스포츠관람에 적극 나서고, 클라이밍, 크로스핏처럼 근육량을 증가하는 거친 운동을 즐기는 것이다. 패션에서는 젠더플루, 젠더리스패션이 유행이다. 이는 남녀구분이 적은 형태로 그래서 매장도 같고, 그저 사이즈로만 구분한다. 최근 음주율도 남자는 감소하는 반면, 여성은 증가중이다. 이처럼 음식, 운동, 패션, 전 분야에서 탈젠더 현상이 일어나는 중이다. 

 옴니보어 시대의 장재 고객은 인구학적 분류로 정의가 되지 않는다. 삶의 형식, 가치, 취향, 기분, 상황을 파악해야 한다. 예를 들어 LG전자는 올레드 스마트 tv가 고가라 판촉에 고민이 많았는데 화면의 고품질을 중시하는 게이머 층을 공략해 성공을 거두었다. 

 아보하는 아주 보통의 하루, 아보행은 아주 보통의 행복이다. 이는 뭔가를 이루려는게 아니고 남에게 과시하지 않으면서도 그져 자신에게 집중하는 것이다. 등산이나 달리기 같은 별건 없어도 나만을 위한 운동, 도서의 필사, 나만의 위한 비싼 치약의 구매등이 이런 것이다. 이는 저성장의 고착화와 양극화, 빈부격차가 원인이다.

 인간은 우연히 일어나는 좋은 일에서 더 많은 행복을 느낀다. 그래서 운세, 점 관련 앱의 설치가 증가하고 있으며 네잎 클로버를 띄운 라떼가 인기다. 몽쉘통통은 일부 제품에 웃는 얼굴을 그려넣었는데 행복한 몽쉘로 불리며 인기를 끌었다. 

 토핑경제는 다양한 토핑 생태계를 구축해서 소비자가 상품을 재해석하고 참여할 여지를 제공하는 것이다. 3가지로 다양한 토핑으로 자신만의 스타일을 만드는 것, 최고보다는 최적을 찾는 것, 완성보다 변형을 추구하는 모듈이다. 1020세대를 중심으로 꾸미기 용 액세서리 전문 판매가 인기다. 그리고 얼굴에 스티커를 붙이는 것오 유행이며 SNS에서 스토리를 꾸미는 것도 인기다. 그리고 사람들은 자신에게 맞는 상품을 찾아다닌다. 스미스앤래더는 수많은 컬러 중 좋아하는 색의 가죽을 조합해 나만의 자동차 키커버나 폰케이스를 구성할 수 있게 하여 인기다. 모듈러 시장도 인기다. 천편일률적 아파트에서 최근 사용자가 공간을 변형할 수 있게 설계하는 아파트가 인기다. 

 소비는 소속과 차별에서의 줄다리기에 가깝다. 이를 통해 소속 욕구와 차별 요구가 모두 실현되지만 둘은 반대이기 때문이다. Z세대는 자극적인 것을 추구하기에 마라탕, 버블티, 요아징을 좋아하지만 이들은 소비자 개인이 나만의 구성을 할 수 있기에 인기가 좋았던 것이기도 하다. 이런 식의 토핑 소비가 패션, 뷰티, 인테리어, 건설, 금융 전반에 확대중이다. 

 하지만 토핑은 두 가지 문제가 있다. 스타벅스는 커스톰 음료를 제공하는데 판매량의 76%를 차지한다. 하지만 이는 사원에게 과중한 업무를 맡긴다. 그래서 업체는 이를 자동화 중이다. 또한 토핑엔 기본이 중요하다. 아무리 토핑이 우수해도 그것의 기본은 케이스나, 도우가 부실하다면 토핑은 아무 의미가 없게 된다. 

 OECD는 인구의 5%가 외국인이면 다문화국가로 분류한다. 한국은 합법체류외국인만 250만 이상으로 이미 그 비율에 도달했다. 충북음성은 인구의 16%가 외국인이다. 안산의 한 초등학교는 이주배경학생이 97.4%에 달한다. 이주배경학생의 비율이 30% 이상인 학교가 전국에 무려 350곳이다. 최근 채용시장에선 국적보다 능력과 적합성이 중시된다. 그래서 외국인은 더욱 늘어날 예정이다. 

 기업들은 이미 대비중이다. 삼성은 구내식당에서 한식, 중식, 일식과 함께 인도음식을 제공한다. 그리고 식자재의 구매부터 할랄인증 고기를 사용한다. 

 국내 거주 외국인은 수도 늘어나지만 소비력도 매년 급증중이다. 과거 외국인들은 적은 급여로 최소한의 생활을 하며 남은 돈을 본국으로 송금했다. 하지만 외국인도 Z세대다. 이들은 가족보단 자신을 우선시하여 송금도 자신의 계좌로 하는 편이다. 그리고 외국인의 소비는 과거 기초 의식주에서 교육, 건강, 의료로 확대중이다. 

 인간은 직접 만지고 체험하는 물건을 좋아한다. 그래서 콘텐츠에 물성을 부여해 소비자가 그것을 체험할 수 있는 사례가 늘고 있다. 물성화의 종류는 콘텐츠의 물성화, 브랜드의 물성화 ,기술의 물성화, 조직문화의 물성화가 있다. 케이팝 버추얼 아이들 플레이브는 미니 2집 앨범만 57만 장이 나갈만큼 인기다. 하지만 이들은 가상인간들인데 물성화로 홀로그램 사인부스를 마련해 같이 사진촬영이 가능하자 큰 인기를 끌었다. 

 2023년 겨울 선양 소주에 빠진 고래를 만나는 여정이란 행사가 있었다. 이는 실내에 물을 채우고 실제 배를 타고 여행하면서 즐기는 것이다. 관람과 간단한 게임의 결과에 따라 선양 소주를 체험하는 것이었다. 이는 브랜드의 물성화다. 

 기술의 물성화는 LG가 충북 진천에 지은 스마트 코티지다. 이 집은 작은 모듈러 주택으로 복층이다. 첨단 기술이 적용되 사용자는 기술을 직접 체험할 수 있다. 조직문화의 물성화로 최근 기업들의 사옥을 들 수 있다. 이들은 기업의 철학을 반영해 사옥을 디자인하고 구축한다. 

 트렌드 코리아도 기후위기에 주목한다. 기후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태도와 능력을 기후 민감성이라고 한다. 기후플레이션이란 말도 있는게 기후 변화로 인해 작물의 수확량이 줄어 물가가 오르는 현상이다. 기후위기는 산업 전반에 영향을 미친다. 벌레가 들끓어 봄에는 가정용 포충기와 벌레퇴치제 판매가 늘고, 집중호우에 대비해 차량용 탈출 망치가 인기이며, 뜨거운 아스팔트를 걷는 반려동물을 위한 신발도 인기다. 

 국내에선 이미 열대과일이 재배중이고 날씨 변덕이 심해 언제든 대응이 가능한 레이니 룩이 인기다. 기후 변화로 더위를 피해 떠나는 쿨케이션도 유행이다. 장소는 일본 삿포로와 북유럽이다. 기후비즈니스로 고단열 창호, 창문의 개폐없이 환기창 프로, 미국의 재난대비 돔주택이 있다. 볼보자동차는 열사병과 저체온증 대비 사용자의 실내데이터 시스템을 출시했고, 현대차의 나노쿨링필름은 기온을 여름에 10도나 내려준다. 

 기후복지도 각광이다. 고용노동부는 사업장의 폭염기준은 대기온도에서 체감온도로 바꾸었다. ILO는 향후 70%의 노동자가 폭염에 노출될 것으로 경고한다. 취약계층은 폭염과 혹한, 침수, 곰팡이에 더 취약하다. 그래서 경기도는 도민 전체 대상 기후 보험도 추진 중이다. 

 한편 대규모 기후재난에서 살아남고자 미리 대비하는 프레퍼족도 증가중이다. 이들은 동결건조식품, 통조림, 비상약품을 준비하고, 생존배낭도 갖고 있다. 코스트코는 소비연한이 무려 25년인 비상식량키트픞 판매했다. 150인분으로 물만 부으면 완성인데 가격이 11만원인데도 인기가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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