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책] 인구가 줄어들면 경제가 망할까 - 저출산 고령화 시대, 경제 성장의 비밀 맬서스부터 케인스, 슘페터까지 다시 배우는 인구의 경제학
요시카와 히로시 지음, 최용우 옮김 / 세종서적 / 2017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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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현재 전세계 인구는 어느덧 80억을 향하여 순항중이지만 한국을 포함한 상당수 선진국에서는 출산율 저하와 이로 인한 고령화, 그리고 결국 인구감소로 이어지는 역방향 흐름을 자국의 위기로 받아들이고 있다.  어느 덧 한국은 출산율 세계최저를 찍고 말았는데, 예상보다 연간 촐생아 30만선이 5-6년 빠르게 붕괴되었다. 지난 10년간 정부가 생색만 낼뿐 시민들이 이렇다할 살만한 복지환경을 구축하지 못하고, 성장을 위한 차세대 산업을 육성하지 못한 대가가 크다. 10여년간 저출산대책으로 100조정도를 썼다는데 그 돈은 모두 어디로 휘발된 것일까?

 어쨌든 이런 인구의 감소는 한 나라의 노동공급과 소비재에 대한 수요를 모두 떨어뜨려 결국은 그 나라의 경제성장을 멈추고 쇠퇴시킨다는 점에서 문제로 다가온다. 적어도 산업혁명 이후, 일시적인 전쟁이나 경제불황이 아니었다면 인구가 장기적으로 줄고 따라서 경제도 쇠퇴한 예는 없다는 점에서 이런 환경변화는 당혹스럽게 다가온다.

 이 책의 저자는 일본인으로 다양한 통계자료와 역사적 고찰을 통해 인구감소가 반드시 경제쇠퇴를 가져오는 것이 아님을 주장한다. 우선, 인구증가와 경제성장의 관계다. 흔히, 인구가 늘어나면서 노동공급과 수요가 빠르게 늘어나 경제도 더불어 성장한 것으로 생각하기 쉽다. 하지만 저자가 책에서 보여주는 그래프를 보면 적어도 산업혁명 이후 시기 인구의 성장과 경제성장은 상관관계가 크지 않다. 실제로 그 기간동안 대부분의 선진국들은 인구가 겨우 2배정도 성장한 반면 경제는 수십배 성장했다. 그리고 아프리카나 아시아, 남미의 여러 가난한 나라들이 인구가 선진국 이상으로 짧은 기간안에 폭발적으로 성장했음에도 여전히 빈국상태에 남아있는것도  좋은 반례다.

 저자는 결국 경제를 성장시키는 것은 단순한 인구증가가 아닌 혁신임을 강조한다. 혁신은 산업혁명처럼 하드웨어적인 부분이 크게 바뀌는 것도 있지만 소프트한 것도 있다. 가령 대부분의 선진국시장에서 출산률의 감소로 기저귀 시장은 진즉에 수요포화에 이르렀지만, 기저귀 회사들은 고령층을 겨냥한 어른용 기저귀의 출시로 수요포화를 해결했다. 저자는 이런 스프트적인 방법도 혁신에 포함된다고 본다. 그리고 이런 혁신이 인구와는 큰 상관없이 경제성장을 이끌어낸다는 것이다.

 그래서 저자는 인구가 크게 줄어듦에도 인간은 혁신에 의해 지속적인 경제성장이 가능할 것으로 본다. 물론 인구가 줄면 소비가 줄어드는 측면이 분명히 있다. 한 사람이 하루에 먹을 수 있는 빵의 갯수가 정해진 것처럼 말이다. 하지만 저자는 사람이 이런 반드시 필요한 것만 소비하는 동물이 아님을 지적한다. 실제로 인간은 필요하지 않은 많은 것들을 다양하게 소비한다. (나만해도 굿즈와 책에 대한 욕심에 사로잡혀 내가 읽어낼수 있는 이상의 책을 구매하고 만다.) 이런 유혹적인 소비들은 광고나 유혹에 의해서도 생겨나지만 앞서말한 소프트적 혁신에 의해서도 생겨날 수 있다. 때문에 인구가 줄어들어도 혁신이 여전하다면 여전히 경제는 성장할수 있으리란게 저저의 주장이다.

 책도 얕고 주장도 쉬운 편이지만 이런 쉬운 주장을 위해 너무 다양한 과거 인구론이나 과거의 여러 통계추이를 살피는 듯 한 느낌이 많이 든 책이다. 할말이 너무 간단한 나머지 여러 근거를 찾은 셈인데, 그 근거가 주장과 많이 관련이 없어 보이는. 그런 느낌이다. 책은 많은 시간을 들이지 않고 통념에 대한 반대생각을 접할 수 있다는 접에서 가볍게 일독할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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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년의 밤
정유정 지음 / 은행나무 / 201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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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초등학교때부터 배운 동고서저의 지형으로 우리나라의 강은 대개 동에서 서로 흐르며 동과 서의 고저차를 이용해 강에 설치한 다목적 댐이 나라에 많다. 전기의 생산과 강우의 편차로 인한 가뭄과 홍수를 막는 일, 식수의 확보등 여러 역할을 동시에 하기도 해 다목적댐이라 부르지만 자연스런 강의 흐름을 막아 인공호수를 생성하고 수몰지역을 낳아 많은 실향민을 낳기도 했다.  

 소설 7년의 밤은 바로 한국에 비교적 흔한 이 댐을 소재로 한다. 댐은 많은 영화나 소설등 여러매체에 활용되어 왔는데 댐이 무너지는 경우의 참사가 스펙터클을 자아내는게 첫번째고, 댐이 만들어낸 거대한 호수와, 그 호수가 뿜어내는 안개, 그리고 호수 안의 수몰지역이 묘한 분위기를 뿜어내기 때문이기도 하다. 그리고 이 소설은 댐이 가진 이런 두가지의 매력요소를 다 활용한다.

 작가는 세령호라는 한국에 흔하게 있을 법한 가상의 장소를 만들어낸다. 하류엔 드넓은 곡창지대인 세령평야가 있고, 댐으로 인해 생겨난 세령호가 있다. 다소 먼거리에는 세령시가 있으며 댐에서 가까운 위험한 저지대에는 아마도 댐 실향민들이 다수를 이룬 저지대 마을이 있다. 세령시와 저지대 마을을 인근에는 고속도로가 지나고 있으며 세령IC가 인근에 있고, 휴게소가 있다. 시골지역이라 이렇다할 유흥시설이 없는 저지대 마을 사람들에게는 바로 이 휴게소가 오락과 휴식의 공간이 된다. 그리고 댐 근처엔 수목원이 있으며 그 인근에 댐을 관리하는 보안요원들의 관사가 3동 존재한다.

 이 세령호를 두고 세사람의 운명이 얽힌다.

 한 놈은 오영제다. 놈이란 칭한 것은 나쁜 놈이기 때문이다. 타고난 금수저에 비상한 두뇌의 소유자로 치과전문의다. 대대로 지역의 유지여서 그 넒은 세령평야가 이녀석의 것이고 그것도 모자로 세령시에 5층짜리 메디컬 센터가 있으며 전국 곳곳에 10개 정도의 병원체인을 운영한다. 미모의 아내와 세령이란 이름의 딸이 있지만 워낙 사이코 패스기질이 있고 자기 중심적인 녀석이어서 아내와 딸을 수시로 폭행한다. 엄마가 이혼소송에서 승리하고 영제의 손길에서 벗어나자 영제의 폭력성은 딸 세령에게 집중된다. 세령은 폭력을 견디다 못해 비내리는 밤에 아버지의 손길에서 벗어나고자 어두운 세령호로 도망간다.

 다른 한 사람은 최현수다. 전직 프로야구선수지만 2군을 전전했다. 아버지가 월남에서 팔을 읽고 온 최상사로 어릴적 부터 현수를 때리고 가족에 대한 짐을 많이 짊어지게 한다. 현수에게는 아내 은수와 아들 서원이 있는데, 역시 불우한 가정환경에서 자란 은수의 악착같음은 가정의 버팀목이지만 현수에겐 벗어날수 없는 족쇄였다. 현수가 가정에 충실한 것은 아들 서원때문이다. 선수생활 은퇴후 보안회사에서 근무하던 현수는 은수가 무리해서 일산의 아파트를 하나 장만하자 대출이자를 감당하기 위해 지방근무를 자처한다. 그리고 하필 발령받은 곳이 세령호다. 댐관리 보안요원으로 말이다. 아내 은수의 독촉으로 현수는 자신들이 머물 관사에 먼저 살고 있는 젊은 녀석과 소위 밀당을 하러 세령호로 향한다. 비오는 날, 그리고 무면허 상태에서 술에 만취한체.

 마지막 사람은 승환이다. 이상스레 성이 나오지 않는다.  승환의 가장환경도 불우하다. 아버지가 한강에서 잠수부로 활동하며 시체를 건지는 일로 먹고살았다. 잠수가 집안 내력인지 큰형도 작은형도 잠수부가 된다. 막내만큼은 이런 집안의 숙명에서 건져내고 싶은 가족들의 열망에 승환은 원치도 않는 대학진학을 하게 되지만 숙명은 숙명인지라 결국 군에서 잠수부 활동을 하게 된다. 글에 대한 열망이 있어 작은 신문의 신춘문예로 등단하지만 거기까지였다. 글을 더이상 토해낼수 없었고, 승환에겐 뭔가 전기가 필요했다. 그래서 가게 된곳이 세령호였다. 처음엔 깊은 산중에 들어가 자연을 벗삼으로 글을 쓰기 위함이었지만 그것으론 충분하지가 않았다. 결국 승환은 잠수부경력을 살려 수몰된 세령마을을 보기로한다. 그곳을 본다면 막힌 글도 뚫릴것만 같았다. 승환은 그렇게 비오는 어두운 밤 다른 직원들 몰래 세령호로 잠수한다. 그리고 그날은 하필 영제의 손길을 피해 세령이가 도망나간 날이었고, 또 다시 하필 현수가 소위 밀당을 하러 승환을 보러 세령호로 향한 날이기도 했다.

 7년의 밤은 이 세사람의 이야기다. 이야기는 사소하고도 매우 불행한 실수와 불우한 가정사가 겹쳐 끔찍한 사건을 낳는다. 그리고 영제라는 재력과 끔찍한 성격을 가진이가 얽히면서 다수의 사람이 죽음을 맞는 대사건으로 번져나간다. 책은 독특한 전개를 갖는데, 현수의 아들 서원이 승환이 쓴 소설을 우연히 보게되면서 7년전의 과거를 알게되는 형식이다. 주요 사건은 사실 이 소설의 내용이다. 물론 소설이라기 보단 사실이지만. 책은 제법 두껍지만 빠르게 몰입해서 읽을 수 있었다. 휴가지 댐인근에서 읽는다면 더욱 환상적일듯. 아쉽게 영화는 실패한듯 하지만 책은 무척 재미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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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알벨루치 2018-08-10 08:2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다시 제가 이 책을 읽은 느낌이 들어 너무 좋네요! 잘 읽었습니다~어제 바로 댓글을 남길라했는데 늦었습니다^^

닷슈 2018-08-10 13:20   좋아요 1 | URL
댓글 달아주셔서 감사합니다. 요즘 벨루치님 글 잘 보고 있습니다.
 
그리고 아무도 없었다 (리커버 특별판. 페이퍼백) 애거서 크리스티 리커버 컬렉션
애거서 크리스티 지음, 김남주 옮김 / 황금가지 / 2018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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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전에 읽은 아가사 크리스티의 오리엔트 특급살인 이후 또다른 리커버 판인 "그리고 아무도 없었다"를 읽었다. 아무생각없이 봤던 책 표지는 일독 후 보니 사건의 모든 것을 보여주는 장면이었다. 아는 만큼 보이는 것다. 이번 책은 대표작이 아닌만큼 다소 기대를 떨구고 보았지만 오산이었다. 흡입력과 꽉 짜여진 살인구조는 오리엔트 특급 살인 이상으로 보인다. 책을 읽으면서 그동안 살면서 봤던 여러 추리 소설과 명탐정 코난같은 작품에서의 살인사건같은 유사한 느낌이 많이 들었다. 아마도 크리스티의 것이 원작이고 내가 이전에 봤던 것들이 이를 벤치마킹 한 것일 것이다. 그렇다면 이 책은 더욱 대단하다.

 이번 작품의 배경은 영국이고 영국 근해에 니거란 섬이 하나 있다. 흑인을 비하하는 니거란 용어에서 나온 섬 명칭인데 섬이 흑인의 두꺼운 입술을 연상케해 붙인 이름이었다. 그 섬엔 이상한 소문이 붙는데 한 부유한 사람이 섬을 사들이고 고급 저택을 지었다는 것이다. 섬의 주인은 유명배우란 소문도 있고, 여러 명의 아내를 맞이했던 부자란 소리도 있었다. 그리고 섬의 주인인 오웬이란 사람이 10명의 사람에게 편지를 보낸다. 편지는 이번 여름휴가를 맞이해 자신의 저택으로 편지의 수신인을 초대한다는 것. 초대받은 이들은 판사, 의사, 전직경찰관, 전직가정교사, 이번에 고용된 하인둘 등 다양한 배경을 가진 총 10명이었다.

 섬에 도착한 이들을 맞이한건 보다 빨리 도착한 고용 하인 부부 둘뿐이었고 놀랍게도 이들은 겨우 이틀전에 고용된 상태였다. 주인인 오웬은 없었고 하인 부부도 그를 보지 못했다. 그져 잠시 후에 도착한다는 소문 뿐. 섬은 을씨년 스러웠지만 저택은 고급이었다. 저택의 한 가운데에는 이상하게도 도기로 만든 흑인인형이 10개 있었고 방마다 흑인 소년에 대한 노래가 있었다. 노래내용은 흑인소년들이 하나하나 차례로 기묘하게 사라지는 이야기였다.

 여기까지 읽으면 누구나 예상할 수 있는 것처럼 10명의 손님들은 차례로 노래내용처럼 죽음을 맞이하고 그때마다 놀랍게도 흑인 도기 인형은 하나씩 차례로 사라진다. 처음엔 단지 놀라기만 하고 우연이라 애써 믿었던 초대손님들은 그들의 수가 하나하나 줄어가자 차츰 이것이 살인임을 확신한다. 섬을 샅샅이 수색한 그들은 자연스레 살인마인 오웬이 그들 중 하나임을 확신하게 되고 서로에 대한 의심과 불신으로 경계하며 극도로 신경질적으로 변해간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도기 흑인인형의 수가 줄어드는 것을 막을 수 있는 것은 아니었다.  

 책은 미스터리 소설로 흡입력이 매우 높았고, 서로를 극도로 의심하게 되는 심리와 그들이 초대된 동기를 잘 표현한다. 의외로 범인은 끝까지 나오지 않고 최후의 생존자까지 요상하게 처리되는데 범인의 정체는 마지막 부록 부분에 나온다. 세월의 흔적이 느껴지지 않는 범죄스럴리이며 이정도의 작품이니 아무래도 많은 후속 작품에 영감을 미친 것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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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삭매냐 2018-08-08 09:0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오래 전에 읽은 책이라고 생각했는데
아닌가 봅니다.

기회가 되면 다시 한 번 읽어 보고 싶네요.

닷슈 2018-08-08 11:54   좋아요 0 | URL
재밌을겁니다
 
모든 것을 기억하는 남자 스토리콜렉터 49
데이비드 발다치 지음, 황소연 옮김 / 북로드 / 2016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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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너무나도 더운 여름이고 새로 태어난 둘째로 인해 책이 잘 손에 잡히질 않는다. 이것 외에도 여러가지 이유가 몇가지 있기도해서 이번 여름엔 소설을 좀 보고 있다. 모든 것을 기억하는 남자는 나온지는 좀 된 책인데 오래전에 봤던 영화 메멘토가 생각이 나서 잡았다. 메멘토의 남자는 모든 것을 까먹는 남자였다.  

 모든 것을 기억하는 남자는 에이머스 데커다. 미국인이고, 빌링턴이란 미국의 소도시에 산다.(진짜로 있는 도시인가?) 원래는 미식축구선수였고, 그에 걸맞는 지적인 능력을 가진 사람이었는데 경기중 사고가 발생한다. 상대 선수와 강하게 충돌한 후 뇌에 엄청난 충격을 받게 된 것이다. 두번이나 죽었다 살아날 만큼 큰 사건이었지만 데커는 회복한다. 하지만 그 사건 이후 데커는 책에 나온 표현처럼 이전에 자신이 좋아했던 자기 자신을 잃어버린다. 뇌에 변화가 생겨 후천적 서번트 신드롬이 그에게 찾아온 것이다. 그는 정상인에서 하루아침에 자폐에 가까운 공감능력의 상실을 겪게 되고, 과잉기억증후군으로 그날 이후 모든 보고 들은 것을 기억하게 된다. 거기에 공감각 능력까지 생겨 사물에 숫자가 겹쳐 보이기 시작하고, 자신의 판단과 감정 경험에 따라 사물이나 사람이 특정색으로 보이기까지 한다.

 그는 초기엔 절망하지만 이런 자신의 능력을 십분 활용해 경찰관이 된다. 경찰관의 최고 덕목이 수사능력이라면 모든 걸 기억하고 감정적으로 휘둘리지 않으며 판단하는 데커의 능력은 바로 그능력을 최고로 보증했다. 잘 나가는 수사관이 된 그는 선수시절 부상 치료를 돕던 물리치료사인 캐시와 눈이 맞아 결혼하고 귀여운 딸도 하나 둔다.

 하지만 범죄스릴러 소설인 만큼 사건이 벌어진다. 잠복이 끝난후 집으로 돌아온 데커는 놀랍게도 자신의 집에서 범죄현장의 색과 냄새를 맡는다. 자신만큼 덩치가 컸던 처남은 죽어있었고, 아내 캐시와 딸 몰리 역사 마찬가지였다. 다시 찾아온 절망에 데커는 경찰관도 때려치고 집은 압류당한 상태로 노숙자가 되어버린다. 몸은 더러워지고 살도 형편없이 쪄서 자신이 보기에도 심한 상태에 이른다. 하지만 이대로 죽기엔 가족에게 미안하다는 생각에 자신의 능력을 활용해 사설탐정이 되고 돈이 되는 더러운 의뢰를 받아 수행하며 연명해나간다.

 그런던 중 사건이 벌어진다. 범인을 검거하지 못했던 자신의 가족 살해사건의 범인이 경찰에 자진 출두하여 자백한 것이다. 이때부터 데커의 인생은 다시한번 범죄사건으로 송두리채 내쳐진다.

 책은 정말 재미있다. 제법 분량이 많지만 짤막하고 빠른 전환으로 마라톤 같은 책을 잘 완주하게 한다. 너무 상황이나 트릭이나 범죄를 꼬아내지도 않았고, 범죄자의 범죄동기가 좀 공감하기 어려운 부분도 있지만 아주 어려운 것도 아니다. 오히려 그러기에 더 분노가 느껴지기도 하고. 데커는 정말 범죄스릴러를 해결해나가는데 적합한 캐릭터란 생각이다. 망가진 몸과 거구, 그 엄청난 기억력을 보면. 모든 것이 해결되고 연방수사국이 데커에게 자리를 제안하고 데커는 이를 수락한다. 속편이 기대되는 부분이다. 그리고 이정도 이야기라면 이미 미국에서 영화로 만들어내지 않을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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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킨예 2018-10-04 09: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우 정리 잘하시네요

닷슈 2018-10-04 09:30   좋아요 0 | URL
감사합니다
 
당선, 합격, 계급 - 장강명 르포
장강명 지음 / 민음사 / 2018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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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개인이 현대사회를 살면서 겪는 평가는 수십회에서 많게는 수백회에 이를 것이다. 작게는 초등학교에서 본 받아쓰기부터 각급 학교의 중간고사와 기말고사, 수능시험, 입사시험, 승진시험, 각종 고시들까지. 이처럼 평가는 자원과 기회가 한정되고 경쟁사회인 자본주의 현대사회에서 살아가야하는 인간에게는 벗어날 수 없는 굴레이기도 하고 어찌보면 자신을 보여줄 수 있는 하나의 방법이기도 하다.

 교육학에서는 이 같은 평가가 갖춰야 할 원칙으로 두가지를 제시한다. 하나는 타당도이고 다른 하나는 신뢰도이다. 타당도는 이 평가가 애초에 평가하기를 원했던 속성이나 능력을 정확히 밝혀낼수 있느냐는 것이다. 그리고 신뢰도는 이 평가가 객관적이고 공정하냐는 문제다. 가령, 우리 회사에서 외국인 사업가와 무리없이 의사소통할 인재를 선발하기 위해 전통적인 한국의 문법위주 객관식 영어시험을 실행한다면 신뢰도에선 만점에 가까우나, 타당도는 매우 낮을 것이다. 또한 이 기업이 같은 인재를 선발하기 위해 외국인 면접관을 고용하여 직접 외국어 면접을 통해 인재를 선발한다면 타당도는 매우 높겠지만 신뢰도는 다소 떨어질 것이다. 그 외국인 면접관도 사람인지라 면접과정에서 인터뷰이의 외모나 경력등에서 편견을 느낄수도 있고 이 것이 평가에 공정하지 못하게 작용할 수 도 있기 때문이다.

 책의 작가 장강명은 한국의 이런 평가시스템의 맹점을 장편문학소설공모전과 전반적인 공채시스템에서 잡아냈다. 장강명은 매우 특이한 이력의 소유자인데 현재 소설을 주로쓰는 작가지만(이 책은 르포다.) 과거에 기자고시에서 한번 떨어져 삼성의 공채에 붙어 소속 건설사에서 반년간 일한적이 있었고, 이후엔 동아일보 기자시험에 붙어 십년이 넘게 기자생활을 했다. 그리고 글을 쓰는 것을 좋아해 한 장편문학소설 공모전에 붙어 등단하게 되었기 때문이다. 장강명이 이런 르포형식의 책을 내고, 사회를 비판하는 소재로 소설을 쓰는 것이 가능했던 건 이런 특이한 이력때문일 것이다.

 장강명이 보기에 한국의 문학공모전이나 각 기업의 공채나 공무원시험, 각종 고시들은 모두 똑같다. 비교적 대규모의 인원을 짧은 시간동안에 매우 공정하게 뽑아내는 것이다. 하지만 이는 한국과 일본에만 존재하는 제도이며 세계 다른 대부분의 나라는 어느 기관이나 기업이든 필요한 인원을 간단한 서류접수후 인터뷰를 통해 뽑는 방법을 채택한다.

 양자는 서로 장단점을 지니는데 한국의 공채시스템은 짧은 시간안에 대규모 채용이 가능하고 채용직군의 충성도가 매우 높고, 향후 유연하게 이들을 각 계열사나 업무조직으로 편성이 가능하다.(전문성이 없단 이야기다.) 그리고 이 체제는 앞서 말한 평가의 신뢰도가 매우 높다. 반면 외국의 수시 채용형태는 우수인재를 상시 채용할 수 있고, 직무적응력과 전문성이 매우 높은 인재를 확보하며, 채용비용이 적다는 장점이 있다. 그리고 이 체제는 타당도가 매우 높을 수 밖에 없다. 그리고 양자의 장점은 서로에겐 그래도 단점이 된다.

 이런 공채시스템은 고도 성장기 한국사회에 매우 적합한 제도였다. 또한 각종 지연이나 학연등에 얽메여 있던 사회에 공정성이란 신화를 제공하고 인맥이란 네트워크가 부족한 사람들에게 등용의 기회를 주는 순기능도 존재했다.

  하지만 이 체제는 고도 성장기가 끝나면서 한계를 드러내기 시작한다. 우선, 공채시스템으로 선발한 인원은 자연히 군대처럼 기수를 형성하게 된다. 그리고 그 기수가 한국특유의 장유유서 문화와 결합해 강한 선후배 문화로 정착해 어느 업계든 수직적 구조를 만들게 되는 것이다. 또한 경쟁이 지나치게 치열해지다보니 공채시스템을 통과하는것 자체가 하나의 간판으로 작용하게 된다. 이를 통해 간판을 통과한 사람들에게는 막강한 권한과 자기들만의 폐쇄적 경직성이 생겨나게 되며, 통과하지 못한 절대다수의 사람들은 거의 평생 패배의식과 열등감을 가지면서도 모순되게도 그 간판을 옹호하고 동경하는 자세를 갖게 된다. 마지막은 이 간판이 신뢰성만 높을 뿐 타당도가 지나치게 낮다는 점이다. 공채시스템의 시험은 대부분 객관식 지필평가이며 문제도 매우 지엽적이고 업무와 무관한 경우가 많다. 또한 각 업무에 필요한 인성이나 적성 역시 뒷전이다. 그렇다 보니 높은 성적으로 바늘구멍을 통과한 이가 막상 실제업무에선 잼병이 경우가 적지 않다. 또한 공채를 통해서만 인재를 확보하다보니 공채에 실패한 이들이 다른 경로를 통해서 접근하는 것도 불가능하며 그것이 설사 가능하더라도 편가르기나 계급이 생겨나버린다. 외국의 경우 외부 경력기자의 경력을 우대하고 존경하지만 한국의 경우 공채가 아닌 다른 지방이나 소규모 방송국의 경력기자가 경력직으로 올 경우 천대받는 것이 현실이다.

 작가 장강명은 책에서 이런 공채시스템의 역사적 형성과정과 문제점을 주로 장편소설공모전과 영화시나리오 공모전, 각 기업의 공채시스템과 언론사의 공채시스템의 통해 고찰한다. 물론 작가가 직접 경험하고 많은 관련자를 인터뷰하는 것이 가능했던 장편소설 공모전을 주로 다룬다.

 장강명은 이런 간판을 형성하는 공채시스템의 문제점을 지적하고 비판하면서도 이를 전면적으로 없애는 것을 주장하지는 않는다. 그러기엔 우리 사회가 너무나도 저신뢰 고경쟁사회이기 때문이다. 아무리 타당도를 높은 평가시스템이라도 이런 저신뢰 고경쟁적인 사회분위기속에서는 쉽게 받아들여지지 않는다. 교육부가 옳은 뜻과 포부를 갖고 수능을 절대평가화하고 학교생활기록부를 강화하려해도 강한 반대에 부딪히는 것은 이때문이다.

 그래서 그는 공채시스템의 유지를 주장한다. 공채시스템의 그간 인적 네트워크를 갖추지 못한 사람들에게 공정한 기회를 제공했던 순기능을 인정하는 것이다. 그리고 앞서 말한 저신뢰 고경재사회의 현실적인  부분도 있다. 그러면서도 소위 간판의 약화를 위해 정보의 공개를 제안한다. 우리 사회에서는 치열한 경쟁을 뚧고 공채를 통과해 간판을 획득하여 기자나 법조인, 의료인등이 되고나면 그 이후로는 언제그랬냐는듯 경쟁이 사실상 전무하다. 이는 평가자체가 가진 타당성의 결여와 더불어 그 해당분야의 전문성을 떨어뜨려 국민의 후생을 떨어뜨리는 요인이 된다. 하지만 정보가 공개가 됨다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어느 변호사의 승률이 높고, 어느 의사의 수술후 생존성공률이나 오진율이 공개된다면 공채후에도 경쟁은 유지된다. 또한 공채를 통하지 않았지만 강한 경쟁력을 가진 사람들에게도 기회가 주어지게 되면서 자연스레 공채와 수시채용 이나 다양한 경로로의 업무 접근이 가능해진다. 타당도도 높이고 신뢰도도 어느정도 현실적으로 유지하는 것이다.   

 작가가 보다 집중한 문학 부분에 대해서 더 이야기하자면 장강명은 문학 부분에서도 이런 간판의 약화를 주장하면서도 장편소설 공모전의 폐지는 반대한다. 위와 마찬가지의 이유다. 문학계도 간판의 약화와 공채 이후의 경쟁을 유도하기 위해서는 역시 정보의 공개가 중요한데, 문제는 문학계에 공개할만한 정보란게 전무하다는 점이다. 영화만 해도 각종 영화에 수만개의 전문가 집단 리뷰 이외의 일반인들의 리뷰가 존재하며 평점이 존재한다. 반면 문학의 정보란건 기껏해야 극 소수 서평가들의 리뷰와 일반인들의 리뷰에 불과하며 문단전문가들이나 기자들이 쓰는 리뷰는 현실적인 이유로 오래전에 제대로된 정보공개 기능을 상실했다.  

 때문에 작가는 독자들의 문예운동을 제시한다. 여러가지 방안이 들어있는데 강력하고 전문적인 영화리뷰어가 존재하는 것은 영화리뷰작성만으로도 먹고 살수 있기 때문이다. 때문에 서적에서도 이런 서평 리뷰어가 먹고 살만한 기회나 시장의 제공이 필요하다고 본다. 이런 방식으로는 서로가 쓴 서평을 통해 다른 사람이 책을 구매하게 되면 일정 부분의 인센티브가 주어지는등의 형태다. 또한 서평 활성화를 위해 다양한 형태의 리뷰도 제시한다. 단순한 별점형식이 아닌 오락성과 감상성, 정보성, 지식성, 실용성 등의 오각형을 채워나가는 형태의 종합적인 책 리뷰, 그리고 등단하지는 못했지만 재밌는 소설을 소개하는 정부나 다른 기관에 발행하는 서평집이나 소설테마집등이 그것들이다. 이런 작은 노력으로 문학시장이 활성화나갈때 문학계에서도 문학독자집단의 생성으로 정부가 생겨나기 시작하고 공채에 통과하지 못한 이들에게도 더 많은 기회가 주어지는 선순환이 이루어질 것이라는게 작가의 생각이다.

 작가 장강명은 단순히 소설가로 알았는데 다양한 경험에서 이런 르포형식의 재밌는 글도 작성할수 있는 사람이었다. 작가의 다른 소설도 제법 궁금해진다. 아마 댓글부대랑 한국이 싫어서란 책이 있었던 것 같다.

 이 책을 통해 늘 나와 주변사람을 얽메는 평가에 대해 고민을 많이 해볼 수 있었다. 최근 교육계에선 교육과정의 목표로 과거 인간상에서 탈피해 역량을 강조하는데 여기서 말하는 역량은 실제할수 있는 능력을 말하는 것이며 곧 신뢰도보다는 타당도에 집중한다는 의미로 여겨진다. 가령 창의적 역량이 높은 인재라면 단순히 창의적인 객관식 문제를 풀수 있는 사람이 아니라 남들이 보지 못하는 문제의 다른 면이나 성질을 파악하고 이를 남다르게 해결하는 실제 능력을 의미하는 것일 것이다. 실제 학교현장과 사회의 평가가 이런 역량중심으로 이행하는 날을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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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8-05 14:50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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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8-05 17:44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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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8-07 10:35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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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8-07 23:35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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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8-10 09:10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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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8-10 13:21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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