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악한 여왕 디즈니의 악당들 1
세레나 발렌티노 지음, 주정자 옮김 / 라곰 / 201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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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과거 디즈니의 만화영화들은 뻔했다. 서구구전동화를 원작으로 하다보니 권선징악의 주제에서 벗어날 수 없었고 인물들은 선이면 선, 악이면 악인 식으로 상당히 평면적이었다. 그래도 그림책에서만 보던 것들을 예쁜 만화로 제작해주니 인기가 좋았었고, 기술이 발전하면서 이것들을 새롭게 리모델링하면서 수명을 연장해가는 수준이었다.

 이런 추세에 으름장을 놓은 것은 슈렉이었다. (물론 슈렉은 디즈니의 것은 아니다. 그리고 그래서 혁신적이었을지도 모른다.) 슈렉의 결말부분을 보면서 사람들은 피오나의 저주가 풀리면 아름다운 공주로 돌아올 것을 기대했었다. 하지만 피오나가 저주가 풀리는 것은 피오나가 다시 괴물로 변하는 것이었고 사람들은 이를 보고 경악하기도 또는 기존 공식의 파괴에서 오는 신선함을 느끼기도 했다. 거기에서 더 나아가 슈렉은 후속편에서 아이들을 키우고 서로 싸우는 현실부부의 모습을 보여주며 행복한 결혼으로 모든게 포장되는 왕자와 공주의 결혼이야기 공식마저 파괴했다.

 디즈니도 이것에 질수 없었는지 디즈니의 악당들이란 책을 내놓았다. 디즈니가 이 책에서 다룬 것은 악당이다. 기존 디즈니 만화에선 악당은 원래부터 절대악인 마냥 철저한 악인이었고, 주인공은 피해자이자 절대적 선인이었는데 이번 책에선 악당이 악당이 될 수 밖에 없었던 이유가 나온다. 드라마이건 영화이건 악인이 공감을 얻고 사랑을 얻으려면 어벤져스의 타노스처럼 매력적이거나 공감이 가는 부분이 있어야 하는데 책은 그런 부분을 잘 살린 것 같다.

 사악한 여왕에서 여왕은 백설공주의 계모다. 거울과 사과, 마녀하면 떠오르는 바로 그 사람이다. 거울에서 힌트를 얻었는지 여왕은 왕국 최고의 거울 장인의 딸로 등장한다. 백설공주의 아버지이자 왕국의 왕은 거울 때문에 장인의 집을 들렀다고 딸을 마주하게 되는데 그 미모에 반해 여러차례 장인의 집을 방문한다. 딸은 그 어미를 닮아 절세미인이었는데  딸은 왕이 자신에게 반한 이유를 이해하지 못한다. 왜냐하면 자신이 매우 못생겼기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딸의 이런 왜곡된 생각은 다름 아닌 아버지에게서 기인한 것으로 아버지는 딸을 출산하려다 죽은 아내에 대한 슬픔을 딸에 대한 미움과 저주로 투사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집에만 갇혀살며 매일 저주를 듣는 사람이라면 당연히 자신에 대한 자존감이 낮을터였다.

 하지만 웬일인지 아버지는 갑자기 죽고 딸은 왕국의 왕비가 된다. 아름답지만 희안하게도 그녀의 드레스 코드는 항상 진홍색이나 보라색, 검은색등 강렬한 코드였다. 불행의 전조랄까. 그래도 왕비는 왕과 그 딸인 백설공주를 매우 사랑했다. 시녀와도 절친했다. 왕은 왕비를 너무나도 사랑한 나머지 왕비의 원래집에 있던 거울들을 성에 들여놓았는데 왕비는 그것이 매우 싫었다. 특히 아버지의 최고 걸작인 화려한 장식이 달린 거울은 섬뜩하기 까지 했다.

 둘의 행복한 결혼 생활은 오래지 않았다. 왜 인지 왕은 전쟁터에 자주 나갔고, 돌아올때마다 영혼은 지쳐가고 몸엔 상처가 늘어갔다. 왕비와 백설공주는 서로에게 의지하며 외로움을 달래가지만 워낙 상처가 큰 두 영혼의 빈자리를 메꾸긴 역부족이었다. 그리고 왕에게는 특이하게도 마녀인 사촌 세명이 있었다. 그리고 그녀들은 웬지 왕비에게 많은 관심을 보이고 이상한 소리를 지껄여댄다.

 왕의 드문 귀환과 잦은 원정에 지쳐갈무렵 왕비는 섬뜩한 거울을 열어보고 거기서 웬 남자를 발견하고 소스라치게 놀란다. 그리고 거울과 대화하기 시작하면서 거울이 거짓말처럼 왕의 위험을 경고하는 그 때 왕은 시신이 되어서 돌아온다. 유일한 버팀목이 부러진 그녀는 그날부터 이상해지기 시작한다. 유난히 자신의 아름다움에 집착하기 시작했고, 거울에게 그것을 자꾸 인정받으려 한다. 사실 거울의 남자는 왕비의 죽은 아버지였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야기는 우리가 아는 백설공주의 동화로 나아가기 시작한다.

 책은 주인공의 뒷 이야기나 다른 면을 다루는 것을 넘어서 악당의 원래 이야기를 다룬다. 작가는 몇 안되는 악당에 대한 원전의 서술에서 악당의 이전 이야기를 잘 이끌어내어서 비교적 억지스럽지 않고 잘 읽힌다. 동화의 다른 면을 보여주고 새로운 이야기를 써나간다는 면에서 아이들에게도 보여주고 싶은 책이다. 다른 책은 인어공주의 악당과 미녀와 야수의 야수편도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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