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어디서 살아야 하는가 - 인문학자가 직접 고른 살기 좋고 사기 좋은 땅
김시덕 지음 / 포레스트북스 / 202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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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과 경기, 그리고 전국을 누비는 소위 임장학자? 김시덕의 책이다. 그의 책을 꾸준히 보다 몇 년 소홀했는데, 그 사이 상당히 유명해졌다. 전국을 임장한 경험과 설명이 아무래도 부동산 투자와 그 궤를 같이 할 수 밖에 없고, 그래서 주목을 받게 된게 아닌가 싶다. 책만 쓰는 학자 느낌의 저자가 마치 투자설명을 하는 듯한 유튜브 영상에 나오는 걸 보니 뭔가 어색하면서도 잘 된 것이란 생각이 든다.

 책 '어디서 살 것인가'는 역시 전국을 돌고, 문헌학자 답게 과거의 국토개발 계획등을 비교하며 과거의 흔적이 지금에 상당한 영향을 미치고 있고, 그것이 사람들이 살만한 곳을 어떻게 정하고 바꾸는지를 보여주는 책이다. 여러 몰랐던 사실을 알게 되어서 의미가 있었다.

 저자는 과거 한국의 부동산 개발이 지금과 무척 달랐음을 말한다. 한국의 국토는 식민지 시기 일본과 가까운 지역이 개발의 수혜를 입었다. 그들이 만들어 놓은 경부축도 그렇다. 하지만 광복이 되면서 중국과의 교역이 많아져 서해안 지역이 잠시 빛난다. 하지만 국공내전에서 공산당이 승리하며 이것들은 모두 사라지게 되고, 한국전쟁까지 일어나며 결국 안보상의 이유로 한국은 동남권이 공업지로 채택되어 발전하게 된다.

 과거 한국 정부가 수립했던 주요 개발 프로젝트는 3가지로 경인 운하와 한강 다목적 댐, 행정수도 백지계획이다. 이들은 모두 아라뱃길과 신곡보, 세종시로 어느 정도 실현되었다. 저자는 행정의 관성과 지속성을 지적하는데, 이는 과거 행정이 계획하거나 발표했던 개발 계획은 지속적으로 후대에 정치권과 지역 사회에서 언급되고 결국 실현되는 경우가 많다는 의미다. 

 경인운하는 1920년엔 홍수방지, 30년대는 경성과 인천을 아우르는 대개발, 1939년엔 규모가 크게 축소되어 김포-검단을 잊는 정도, 2012년엔 아라뱃길로 18.8km로 조성되었다. 경인지역의 종합 개발 핵심은 경인운하 건설과 한강쪽 입구의 한강다목적 댐 건설, 경인운하 양안에 인천항과 서울항의 건설, 중간에 도시 건설, 서울 주변의 여러 위성도시의 건설이었다. 

 하지만 한강다목적댐은 무산되었고, 교통의 수단으로 생각했던 수운도 도로 교통의 발달로 무산되었다. 중간도시라 할 수 있는 곳이 부천과 부평인데 이 것만 현실화 된 셈이다. 당시 주목했던 위성도시는 미금과 능곡, 양곡, 광주, 둔전인데 미금은 지금의 남양주, 능곡은 고양, 양곡은 김포, 둔전은 성남이다. 이 중 초기에 주목한 곳은 능곡인데 수색과 신촌을 연결하여 한강다목적댐의 동쪽이고 수색변전소의 사이에 있어 공업입지로 좋아보였다. 

 베트남전이 종결되자 한반도의 전운이 드리운다. 박정권은 당시 미군의 철수 움직임과 북한의 군사고도화로 위기감을 겪고 있었다. 그래서 수도권인주 재배치 계획을 세운다. 한국전 당시 수도 서울이 점령당하고 다리가 끊기면서 도강파와 그것을 하지 못한 사람들이 훗날 큰 갈등을 겪었다. 그리고 당시 서울인구가 100만 정도였는데 이미 500만을 넘긴 상황은 안보상 큰 우려였다. 

 새 행정수도의 조건은 철저히 안보로 휴전선에서 70km이상 해안에서 40km이상으로 이것은 북의 지상포와 해상포의 당시 사정거리였다. 그리고 국토와 면적의 중심이자, 제조업의 중심에서 30km이내가 조건이었다. 그리고 가로림만 프로젝트도 같이 움직였다. 서산과 태안의 사이로 천혜의 항구입지를 갖췄다. 여기에 산단을 조성해 3-4백만이 거주하는 중부종합산단을 건설하는 것이 목표였다. 하지만 행정수도 이전과 가로림막 프로젝트는 모두 박정권 말기의 것으로 그가 살해되면서 모두 좌초한다. 

 하지만 행정의 관성상 세종시는 결국 탄생하고 가로림만 프로젝트는 대산공단으로 어느 정도 실현된다. 세종시는 2012년 연기군과 공주, 천안의 일부 흡수하여 탄생한다. 세종은 인근에 대전과 조치원, 공주, 청주가 있는데 이런 인접성은 중부권의 메가시티를 연상하게 한다. 실제 제4차 국가철도망구축계획이 실현하면 대전반석-정부세종청사-조치원-청주공항이 광역철도로 연결되어 이것을 촉진할 가능성이 있다. 그러나 청주는 오송에 KTX역을 유치하고 청주공항을 확보하여 중부권 대도시로 세종을 견제하고 있고 대전과 공주, 조치원 등도 서로 독자적으로 움직이려는 경향이 강하다.  

 한국에서 안보는 개발의 주요 동력이었다. 전국 곳곳 대도시에는 항상 지하상가가 있는데 이는 공습시의 대피소 역할이다. 압구정 현대아파트에는 저격수의 비밀기지가 조성되어 있으며, 서래 마을에는 벙커가 있고, 서울 주요 빌딩에는 대공포 GOP가 있다. 잠수교는 반포대교가 파괴되는 것을 댑비한 것이며, 과천 서울 대공원은 본래 국방연구기지로 조성하였다 미국과의 갈등으로 대전으로 옮기면서 졸지에 공원이 된 것이다. 한국에서 개발이 안보에서 벗어나게 된 것은 노태우 대통령 시절로 당시 인천 공항과 일산신도시의 건설이 그 증거다. 

 저자는 책에서 피해야 할 지역을 잘 알려주는데 우선 군사공항지역이다. 수도권에는 성남과 김포, 서울공항이 있는데 이들은 군사공항으로 안보상의 이유로 설치되었고, 여러 작전 수행 및 인근 지역과의 연계로 인해 이전이 쉽지 않다. 그리고 최근 군부대가 이전하거나 없어지는 경우가 많은데 도심에 이런게 없어지면 그 토지에 대한 개발 붐이 일어난다. 하지만 부대지역은 토양오염문제를 살펴야 한다. 미군부대의 토양오염만 쟁점화되어서 그렇지 한국부대 역시 그 못지 않을 수 있다.

 광산이나 공단, 발전소, 수도권 매립지 부근도 오염이 심할 수 있으므로 주의의 대상이다. 또한 온난화로 인해 침수피해가 커질 가능성이 높은데 지명에 , 범자, 지자, 천자, 호자가 들어가는 곳들은 모두 물과 관련한 곳으로 위험할 수 있다. 미국이나 일본 등은 국민의 안전을 위해 위험지역에 대한 정보를 공적으로 제공하나 한국은 부동산 가격과 민감하게 얽혀서 이를 잘 공개하지 않는다. 오죽하면 아파트의 중대한 하자를 쉬쉬하며 살까. 

 저자는 서울에 대해서도 고밀도 개발을 해야한다고 주장한다. 수요가 많은 서울지역의 층고와 용적률을 제한하는 것은 오히려 서울 외곽으로 수요를 밀어내어 그 지역을 파괴한다는 것이다. 대신 기부체납형식으로 임대주택을 많이 받고 개발을 유도하는 것이 이득이라고 보는 편이다. 그리고 도시의 원도심을 개발하자는 이야기에 대해서는 반대하는 편이다. 구도심은 그 자체로 과거의 향수를 갖고 있고, 도시의 개성이 반영되어 신도심 사람들이 즐기는 상권이 되는 경우가 많다. 또한 구도심은 역사가 오래되어 소유권 관계도 복잡해 개발이 쉽지 않기도 하다. 

 책을 읽으면서 우리 나라 다양한 지역을 살피는 눈과 여러 역사적 문헌, 그리고 국토 개발과 관련한 지금의 모습을 어느 정도 연결지을 수 있었다. 저자 말처럼 부동산은 투자도 좋지만 내가 진정으로 살만한 지역을 살피는게 중요하단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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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지대 (리커버 특별판)
헤르타 뮐러 지음, 김인순 옮김 / 문학동네 / 201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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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책은 전체를 아우르는 서사는 없다. 아주 어릴 적부터 시작해서 책 말미가 되면 청소년기가 된 듯 했고 갑작스레 어른이 되어 사회의 이런 저런 면을 평하는 식으로 책이 진행된다. 다만 어릴 적부터 자신을 둘러싼 세계와 어른에 대한 단상이 일관적이고 자세히 서술된다. 그 일관성은 어두움과 죽음, 그리고 불만 같았다.

 저자가 묘사하는 주변의 자연환경은 항상 지저분하고 어둡다. 꽃이나 나무는 썩고 시들고, 애벌레는 즙을 내고 터져있고, 주위의 동물들도 계속 죽음을 맞는다. 표현하는 어른들도 그렇다. 그들은 아이를 존중하지 않고 폭력적이며, 원하는대로 아이가 해주기만을 원한다. 말을 듣지 않으면 폭력을 행사하고, 그래서인지 저자는 늘 그들의 늙음과 삶의 피폐함, 같이 다니는 죽음을 그들에게 묘사한다. 

 그래서 책은 항상 어둡다. 집에 송아지가 죽는 장면이 있었다. 왜 인지 모르지만 당시 마을엔 가축을 죽이는게 불법이었다. 하지만 어른들은 고기가 먹고 싶었다. 그래서 아버지는 삼촌과 작당해 멀쩡한 태어난지 얼마 안된 송아지의 다리를 가격한다. 그리고 잘 회복되지 않게 밀기울을 발라 버리고 수의사를 부른다. 그도 공범이다. 그는 이런 일이 자주 일어나는 듯, 대충 보더니 송아지가 살기 어렵다고 진단하고 그들이 원하는 합법적 살상을 허락해준다. 죽이는 건 불법이지만 병들어 죽을 수 밖에 없다면 도살해서 고기로 먹기 위해 죽일 수 밖에 없지 않은가. 그렇게 송아지는 도살되고 가족은 만찬을 즐긴다. 그리고 이후 어미소는 새끼를 그리워하며 빈 축사를 보고 운다.

 주인공은 이런 장면을 무척이나 충격으로 받아들인다. 어릴 적의 감수성과 윤리성이다. 이런 저자가 보기에 세상은 온통 더럽고 불친절하고 사랑이 없으며 죽음으로만 가득차 있다. 그걸 좀 담담하고 독특한 문체로 서술하는데 이걸 이해하기 좀 힘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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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ook] 도둑맞은 집중력 - 집중력 위기의 시대, 삶의 주도권을 되찾는 법
요한 하리 지음, 김하현 옮김 / 어크로스 / 202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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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현대 사회를 디지털 사회, 인공지능의 사회, 4차 산업혁명 시대 등등 여러 가지로 묘사할 수 있겠지만 현대는 사실 집중력 상실의 시대이기도 하다. 그리고 책 '도둑 맞은 집중력'은 이 집중력 상실의 시대를 매우 잘 분석했다. 집중력이 도둑 맞았다는 표현은 집중력의 사실 원인을 개개인이 아니라 사회적인 현상으로 파악한다는 의미다. 귀인을 개인이 아닌 사회인 외부로 향하게 하는 것이다. 그리고 이 말은 사람들이 집중력을 다시 되찾기 위해서는 개인의 노력이 아닌 사회의 변화가 필요하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오늘날이 집중력 상실의 시대가 된 이유로 저자는 전환의 엄청난 증가, 수면의 감소, 딴 생각의 부족, 감시 자본주의의 막대한 영향, 경제적 불안정의 증가, 휴식의 부족, 환경오염 등을 제시한다. 그리고 이런 집중력의 상실은 개개인의 잠재적 성장 손실 외에도 막대한 사회적 손실도 가져온다는 것이 저자의 견해다.

 전환은 인간이 무언가를 하다가 집중이 다른 곳으로 가는 것을 말한다. 책을 보다가 스마트 폰을 보고 다시 책을 보는 그런 행위다. 사람은 전환을 대수롭지 않게 여기는 경향이 있으며, 심지어 자신이 컴퓨터 조차 못하는 멀티 태스킹이 가능하다고 여기는 사람도 있다. 하지만 연구 결과 전환은 엄청난 수행 저하와 집중력 저하를 낳는다. 인간이 집중상태에서 방해를 받는 경우 다시 집중상태로 돌아오는데는 개인차는 있지만 평균 23분이 걸린다. 자신이 멀티태스킹이 된다고 착각하는 경우는 이 전환시간이 빠르다고 보면 될 것 같다. 

 그런데 최근 사회는 인간을 전환시키는 것이 너무나도 많다. 대표적인 것이 스마트폰이다. 스마트폰의 앱들은 수많은 알림을 보내고 사람을 전환시킨다. 미국인들은 24시간 동안 평균 스마트폰을 무려 2617번 만진다고 한다. 

 전환은 사회적으로도 더 자주 행해진다. 이는 뉴스의 전환이 너무나도 빠르기 때문이다. 2013년 한 가지 주제에 사회가 집중하는 시간은 17.5시간 정도였다. 하지만 2016년은 11.9시간이고 지금은 아마 한 자릿 수로 추락했을 가능성이 높다. 130년의 기간 동안 주제들이 등장했다가 사라지는 속도는 10년 단위로 빨라지고 있다. 이는 통신 기술과 그 전달 수단의 발달 때문이다. 1986년 인간에서 쏟아진 정보는 85쪽 신문 40종이 매일 전달되는 수준이었다. 그리고 2007년엔 이런 두께의 신문이 무려 174종으로 늘었다. 

 이처럼 정보는 넘쳐나나 인간의 인지력이 이를 따라가지 못한다. 인간의 정보 흡수에는 한계가 있으며 그 이상이 되면 능력이 저하한다. 

 수면은 역시 집중력에 중요하다. 19시간을 내내 깨어 있으면 술에 취한 정도로 인지력이 하락한다. 오늘 날은 수면 부족의 시대다. 미국인의 40%가 수면이 부족하고 이들은 최소 수면필요시간인 7시간 미만을 잔다. 1942년 이래로 평균 수면 시간은 무려 1시간이 감소했다. 그리고 수면의 질도 하락하여 겨우 15%만이 개운함을 느끼며 일어난다. 아동의 경우는 더 심각한데 지난 1세기 동안 아동의 수면시간은 평균 88분이나 감소했다.성인의 경우 수면이 부족하면 졸게 되는데 아동은 뇌가 각성하여 행동과잉상태가 되어 집중력이 더욱 부족해진다. 

 수면을 줄이면 교감 신경계가 활성화한다. 뇌는 이를 비상상황으로 인식한다. 잠을 못잔다는 것은 기후가 안좋거나 위협을 받는 상황이니 이는 당연하다. 그리고 혈압이 상승하고 심박수가 올라가며 당이 있는 음식을 추구한다. 그래서 뇌는 단기적 집중력만 추구하게 된다. 장기적 행태의 집중력에는 자원을 줄이는 것이다. 

 인간의 수면은 뇌에도 중요하다. 뇌에는 하루 종일 아데노신이 쌓이고 그것이 졸립다는 신호로 연결된다. 카페인은 아데노신의 양을 파악하는 수용체를 차단하여 졸음을 막는다. 수면 중 뇌는 이 찌꺼기를 청소한다. 뇌파수면이 발생하면 뇌척수액의 경로가 넓어져서 뇌의 대사 부산물을 제거하는 식이다. 인간은 꿈을 꿀때 스트레스 상황을 다시 떠올리지만 놀랍게도 스트레스 호르몬이 나오지 않는다. 그리고 잠을 자면서 인간은 그날 경험한 일의 연결고리와 패턴을 찾는다. 이는 창의력의 핵심이다. 

 인간은 해가 질 무렵 힘이 솟는다. 이는 어두워지기 전에 일을 마무리 해야 개인이 안전해지기 때문에 진화상 생겨난 이점이다. 하지만 인간이 만들어낸 인공 조명은 인공적으로 바로 이 해질 무렵의 상황을 계속 만들어낸다. 그렇기에 사람은 저녁이 되어도 좀처럼 졸리지 않고 오히려 힘이 솟는 경우가 많아진다. 그로 인해 수면은 더욱 줄어드는 악순환이 시작된다.  

 사람들은 딴 생각을 나쁘게 여긴다. 누구나 수업 시간에 엉뚱한 상상을 하다 혼난 경험이 있을 것이다. 그런데 이 딴생각이 집중력과 인간의 인지력에 큰 도움이 된다. 우선 인간은 보통 딴 생각을 하면서 세상을 천천히 이해한다. 인간이 책을 이해하려면 방황할 정신적 공간이 반드시 필요하다. 딴 생각은 상황 이해에 요구되며 그것을 많이 할수록 오히려 사람이 더 체계적인 목표를 세우고 더 더 창의적이며 더 끈기 있는 장기적 결정을 한다. 그리고 딴 생각은 마치 수면처럼 서로 다른 것을 연결하여 문제의 해결책을 떠오르게 한다. 그리고 딴 생각을 하는 동안 우리의 정신은 머릿속 시간 여행으로 과거를 더듬어 미래를 예측하고 대비한다. 즉, 딴 생각은 집중의 반대말이 아니라 집중을 향상시키기 위한 집중의 다른 형태가 된다. 하지만 현대 사회는 도무지 딴 생각을 할 여유가 없다. 계속 스마트 폰과 컴퓨터가 알림을 보내고, 여러 종류의 매체가 꾸준히 뉴스를 보내 나를 소비시키기 때문이다.

 다음은 감시자본주의다. 감시자본주의는 바로 테크기업들이 만들어내고 부를 누리는 근본 행위다. 테크기업들은 각종 게임이나 SNS, 앱등을 만들어 인간의 주의를 꾸준히 빼앗는다. 그들의 개발 품은 대부분 사람의 주의를 꾸준히 강하게 빼았는데 그렇게 해서 자신들의 수단에 주목을 시켜야만 그들이 돈을 버는 구조이기 때문이다. 

 과거 이들은 단순히 재밌게 만들어 주의를 빼앗았지만 최근엔 개개인의 데이터를 분석하여 더욱 주의를 빼앗는 방향으로 진화하고 있다. 그래서 저자는 이를 감시 자본주의라고 부른다. 개개인의 정보를 빼가서 더욱 시간을 강탈하는 것이 승자가 되는 게임의 구조이며 아직까진 이에 대한 어떤 사회적 감시와 부정적 인식도 부족하다보니 이는 제약이 없는 상황이다. 과거 사회에서는 대기중에 납을 뿜는 행위, 담배를 피는 행위, 탄소를 배출하는 행위도 나쁘다고 생각하지 않고 제약이 없었다. 하지만 가까운 미래에 인간의 집중력을 빼앗는 이런 행위에 대한 개인적, 사회적 해악이 알려진다면 규제될 것이라는게 저자의 생각이다.

 인간은 부정편향을 갖고 있는데 그로 인해 긍정적이고 잔잔한 것 보다는 부정적이고 충격적인 것을 찾게 된다. 그렇다보니 리트윗을 높이는 것들은 핵심어가 공격, 나쁜, 비난이다. 많은 사람들이 많은 시간을 분노하는데 쓰게 되면 그 문화자체가 증오의 문화로 바뀔 가능성이 있으며 지금의 정치적 양극화는 이미 그런 점을 보여주고 있다.

 웹사이트와 앱은 집중력을 크게 훼손하는데  6가지 방식이 있다. 첫째, 우리의 정신을 붙들어 잦은 보상을 갈망하게 한다. 좋아요, 하트, 조회수 등이 그것이다. 잦은 보상의 즉각적 부여로 사람은 일과관계에서 벗어나게 된다. 두 번째는 전환을 자주하게 하는 것이고 셋째는 우리의 데이터를 학습해 내침하는 것이며, 넷째는 우리를 자주 화나게 만드는 것이다. 다섯째는 분노의 정보로 둘러싸 우리가 타인의 분노에 에워싸여 있다고 만드는 것이고 마지막은 사회 전체에 이렇게 불을 지르는 것이다.  

 이렇게 웹사이트는 많은 정보를 제공하고, 전환을 하게 하고 개개인을 분노하게 만들고 파편화하여 한 사회로 힘을 합쳐 문제를 파악하고 해결책을 찾아내는 인간의 능력을 심각하게 훼손한다. 저자는 과거 오존층을 보호하게 된것이 과거 였기 때문에 가능하다고 본다. 당시만 해도 정보는 아날로그로 적게 제공되었고 사회는 이걸 충분히 고민했으며 사람들은 다른 사람에게 화가 나있지도 않았기에 과학적인 논거에 귀를 기울이고 사회적으로 정치적으로 해결방안을 관철 시킬 수 있었다. 하지만 지금이라면 어떨까? 일단 이 문제는 충분히 오래 제공되지 않고 금방 다른 정보로 전환 될 가능성이 높다. 또한 논의가 지속되어도 가짜 정보와 분노한 사람들이 만들어낸 거짓 정보로 과학적 논거가 가려지고 쓸데없는 논쟁에 휩싸일 가능성이 높다. 그렇게 되면 단일한 합리적인 사회적, 정치적 요구가 만들어지지 않고 기업은 자신의 이익만을 추구할 가능성이 높아지는 것이다.

 현대 사회의 스트레스는 집중력을 저하시키는 또 다른 요인이다. 연구 결과 네 개 이상의 트라우마를 겪은 아이들은 트라우마가 전혀 없거나 적은 아이들에 비해 집중력이나 행동상의 문제가 나타날 확률이 32.6배나 된다. 영국 통계청의 연구에서 가정이 재정적 위기에 처하면 아이가 집중력 문제를 가질 확률은 75%나 증가한다. 

 문제는 현대 사회의 경제적 어려움이 스트레스를 가중한다는 것이다. 사람은 스트레스 상황에 처하면 집중력이 크게 하락한다. 실제로 경제적 스트레스를 겪는 지역에 기본 소득을 제공하자 사람들의 집중력이 크게 상승하는 연구가 있었다. 현대 사회는 신자유주의로 인해 그리고 자동화로 인해 인간 노동이 감소하고 그 안정성도 크게 흔들리고 있다. 이로 인해 부모는 경제적 스트레스를 받는 경우가 많고 그 불안이 자신의 아이에게 향하는 경우가 많다.

 휴식의 부족도 집중력을 저하한다. 켈로그사는 1920년대 하루 근무시간을 8시간에서 6시간으로 줄이자 작업 중 사고가 41%나 감소했다. 2019년 일본의 MS는 주 4일 근무제를 도입했다. 그러자 생산성이 무려 44%나 향상디었다. 즉, 일을 줄이자 생각과는 다르게 집중력이 크게 개선되어 생산성이 향상되고 사고가 줄어든 것이다. 하지만 오늘날 미국인은 56%가 1년에 단 1주의 휴가만을 사용한다. 

 여기에 기술의 발달로 이메일, SNS등으로 인해 사람들은 휴식시간에도 제대로 휴식을 취하지 못하고 항상 근무대기 상태가 된다. 때문에 모두가 연결되지 않을 권리가 필요하며 충분히 휴식을 취할 시간과 공간이 필요하다. 

 환경오염도 집중력을 저하한다. 오늘날 대도시에 거주하는 것은 매일 다량의 화학물질을 흡입하게 됨을 의미한다. 캐나다의 연구에 의하면 도로 50미터 이내에 거주하는 경우 다른 사람보다 치매확률이 15%높다고 한다. 과거 납에 대한 규제가 없을 시절 대규모로 공기중에 납이 살포되었다. 그래서 1927-1987년 사이 미국에서 6800만의 어린이기 유연휘발유를 통해 유해한 납수준에 노출되었다. 납은 집중력에 치명적 영향을 미친다. 어린 시절 납에 노출되면 ADHD확률이 2.5배 상승한다. 오늘 날은 납에 대한 문제는 거의 해결되었지만 각종 새로운 화학물질이 꾸준히 개발되고 있으며 충분한 검증없이 유통되고 있다. 현대 사회에서 집중력이 적고 과잉행동이 많은 아이들이 점차 많아지고 있는 것은 이와 관련이 있을지도 모른다  

 마지막으로 저자는 집중력에는 4가지 형태가 있다고 한다. 스포트라이트는 단기적 수행을 위한 집중이며, 스타라이트는 장기적 목표의 실행을 위한 집중력이고, 데이라이트는 자신의 장기적 목표를 파악하게 해주는 집중력이다. 마지막은 스타디움 라이트로 서로를 보고 듣고, 집단의 목표를 위해 함께하는 집중력이다. 저자는 이 마지막 형태의 집중력의 훼손에 대해서 상당히 우려한다. 그리고 그 해결을 위해 각종 앱이나 SNS에 대해 그것을 공영화하거나 구독등의 형태로 유료화하고 사용하게 하여 그 중독성을 줄이는 형태로 개선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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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을 찍어내는 제왕, 연준 - 미국 중앙은행은 어떻게 세계 경제를 망가뜨렸나
크리스토퍼 레너드 지음, 김승진 옮김 / 세종(세종서적) / 202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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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연방준비제도는 사실 중앙은행 같지만 그렇지가 않다. 이곳은 반은 민간은행이며 반은 정부기관이다. 이는 미국의 역사와 관련이 깊다. 미국은 유럽의 왕정에 반발하여 생겨난 국가로 태생자체가 중앙집권을 싫어한다. 그렇기에 미국은 역사상 중앙은행을 두 번 만든 적이 있지만 단기간이었고 조건을 제한하고 기간이 지나자 바로 없앴다. 그래서 지금의 연준은 하나가 아니라 지역 연방준비은행의 네트워크다. 그래서 각 지역엔 지역 연방준비은행이 존재한다. 그리고 이들은 전체적으로 워싱턴의 지휘를 받는다. 물론 이 연방준비은행은 전체를 아우를 필요가 강해지면서 워싱턴의 입김이 강해져왔다. 워싱턴의 연준 이사회에는 7명의 이사가 있다. 이들은 대통령이 지명하며 의회의 인준을 받는 공직자다. 이들은 이사회의 과반을 차지하기에 사실상 안건설정을 한다. 

 연준은 틍화공급과 관련한 전권을 갖는다. 하지만 이 과정을 민간은행을 거쳐서 한다. 그리고 선출기구가 아니기에 유권자의 영향을 받진 않지만 자신들의 통화 정책에 대해서 정치인들에게 설명할 의무를 갖는다. 

 연준은 단 한 가지 방법으로 돈을 창출한다. 뉴욕 연방은행의 트레이더들은 프라이머리 딜러라고 불리는 약 24곳의 금융기관들과 늘 금융거래를 한다. 프라이머리 딜러 등 은행들은 연준에 계좌를 가지고 있으며 이것을 지급준비금 계좌라고 한다. 연준은 이 프라이머리 딜러들이 갖고 있는 채권을 구매하거나 이들에게 채권을 파는 형식으로 이들의 지급준비금 계좌의 통화량을 조절한다. 이 방식으로 통화량이 결정되고 금리가 결정되는 형식이다. 

 1970년대는 미국은 자산과 물가가 모두 오르는 대인플레이션 시대였다. 당시는 연준이 은행들을 철저히 통제하는 시대였다. 은행들은 대출을 해주고 담보를 잡는데. 이 담보가 자산이 된다. 담보 가치가 높으면 은행은 더 높은 대출이 가능했다. 연준은 이를 감시하는 과정에서 담보가치가 은행이 생각하는 것보다 낮다고 생각하면 은행은 반드시 그 차이 만큼 위험을 보충하기 위해 대손충당금을 준비해야만 했다. 

 70년대 미국은 자산이 인플레되면서 은행이 잡고 있던 담보가치도 자연히 커지게 되었다. 그러다보니 은행은 더욱 공격적으로 대출을 하게 되었는데 연준은 그럼에도 낮은 금리를 유지하여 사태를 키워나갔다. 금리가 낮으니 가계와 기업을 저축도 하지 않았다. 당시 연준이 이런 인플레에도 불구하고 금리를 낮춘것은 실업률이 높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것은 소비재와 자산의 가격을 계속 끌어올렸다. 

 70년대 펜스웨이 은행은 저금리 시대에 지나치게 위험한 사업을 벌였다. 대출을 증권화하였고, 페이퍼 컴퍼니등을 동원해 갖은 금융수법으로 자기 자본금 이상의 대출을 벌였다. 결국 금리가 인상되자 도산의 위험에 처했다 연준은 펜스웨이를 망하게 두기로 결정하였다. 하지만 생각지 못한 문제가 있었다. 지루하고 안전한 은행으로 생각한 콘티넨탈은행이었다. 여기는 미국에서 가장 큰 상업, 산업대출은행이었다. 콘티넨탈은 은행과도 거래가 많았는데 무려 2300곳이었다. 콘티넨탈은 펜스웨이와 거래가 많았다. 그래서 같이 위험에 처한 것이다. 콘티넨탈의 예금 중 절반 이상이 예금자보호제도의 보호대상이었다. 때문에 펜스웨이 사태로 예금자보호제도는 유례없는 압박을 겪게 되었다. 콘티넨탈마저 버릴 수 없었던 연준은 역사상 처음으로 콘티넨탈에 15억 달러를 구제금융패키지로 제공한다. 이러한 콘티넨탈 구제금융은 어떤 은행이 충분히 크고 다른 은행과 연루되어 위험을 많이 퍼뜨릴수록 연준에 의해 구제될 것이라는 안 좋은 선례를 남기게 된다.

 80년대 폴볼커의 고금리 시대를 지나자 어느 정도 회복된 월가는 80년대 중후반 막대한 대출과 펑펑쓰는 소비가 특징인 골드러시 시대를 경험한다. 이 시기는 기업사냥꾼의 시기다. 영화 귀여운 여인에서 리처드 기어가 바로 이 기업사냥꾼으로 나왔다. 이들은 싼 비용으로 회사를 사들인 뒤 다른 회사와 합병 분할 후 되팔아 막대한 이득을 챙겼다. 

 미국의 90년대는 더 좋아보였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경제가 꾸준히 성장하고 있음에도 고용이 증가하지 않았다. 이는 70년대 부터 이어진 타격으로 80년대의 고금리로 인해 그 때의 빚을 가계와 기업이 아직도 상환중이기 때문이었다. 당시 연준 의장인 그린스펀은 경제가 성장함에도 금리를 낮추어 돈을 쉽게 쓸 수 있는 이지머니 시대의 시작을 열게 된다. 90년대의 연준은 과거와 달리 인플레에서 자산을 제거하고 소비자 물가 인플레이션만 산정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이로 인해 이전과 달리 소비자 물가만 오르지 않는다면 연준은 얼마든지 통화 공급을 늘리고 금리를 내릴 수 있게 되었다. 

 90년대 말 그린스펀은 소비자 물가 상승없이도 경제성장을 촉진하여 칭송을 받았다. 하지만 90년대 내내 이뤄진 낮은 금리로 자산가격이 상당히 올랐다. 99년 S&P 지수가 19.5%상승하였고 나스닥은 무려 80%나 올랐다. 그 결과 2000년의 주식시장 붕괴가 일어난다. 3-11월 사이 280개 인터넷 주식 1조 7600억 달러 가치가 증발한다. 그린스펀은 그간 자산 인플레는 무시해왔고 막상 자산 가격이 붕괴하자 개입해서 시스템을 구제한다.

 이런 버블위기 국면 타개를 위해 연준은 지속적으로 금리를 더 인하하였고 이는 2000년대 미국주택가격상승으로 이어진다. 2003-2007년까지 미국의 주택시장은 무려 38%나 상승한다. 주식시장 붕괴를 막기 위해 금리를 6년 간 낮게 유지하자 미국의 금융시스템은 다시 값싼 돈이 풍부히 흐르는 환경이 되어버린다. 그리고 작은 파장이 일어나는데 2007년 8월 프랑스의 거대은행인 BNP파비라바 주택대출에 기반한 몇몇 파생 상품의 정확한 가격에 대해 의문을 표현한 것이다. 이는 은행 건정성의 기저인 자산 가치에 대한 의구심으로 이어진다. 거대한 파장이 흘러 1년 사이 미국 주택가격의 10%가 빠졌고 2009년엔 20%가 하락한다. 그 2년 사이 주택가격 하락으로 미국인은 10조 달러의 부를 상실하게 된다. 

 이 위기에 대처하기 위해 연준은 1조 달러를 찍어보낸다. 하지만 이 돈은 대부분 주택가격으로 고생하는 서민이 아니라 도산위험에 처한 은행으로 흘러들어간다. 결국 주택담보부실로 인해 미국에서 무리하게 집을 구매한 수백만 가구가 퇴거당하게 되고 이 고통은 무려 10년 간 이어진다. 2009-2016년까지 미국에서 무려 800만건의 주택 압류가 이뤄진 것이다. 

 이런 일련의 경제 혼란이 수십년 간 이어짐에도 미 정치권과 여론은 연준에 무관심했다. 사실 미국의 대공황을 극복한 것은 연준의 힘이 아니라 미국 정치권이었다. 하지만 연준이 점차 경제의 전권을 시행하면서 선출된 재정당국은 무언가를 할 유인이 작아지게 되었다. 중앙은행은 또한 잘못된 행위에 대해 정치적 책무를 지는 다른 정부기관과는 다르게 소수 경제 엘리트로 구성되었으면서도 전문성 뒤에 숨어 책임은 지지 않는 전능한 기관이 되어 가고 있었다. 양적완화라는 시대에도 2007-2011년 미국에서 나온 30만건의 기사 중 오바마는 8%였던데 반해 당시 연준 의장인 버냉키는 고작 0.13%밖에 관련하지 않았다. 심대한 의사결정을 내림에도 여론의 영향을 지나치게 덜 받는 셈이었다.

 2008 금융위기 국면에서 연준은 과거에서 교훈을 얻지 못하고 양적완화라는 정책을 최초로 도입한다. 이는 과거의 저금리와는 차원이 다른 정책이다. 양적완화의 방법은 이렇다. 연준의 트레이더들은 프라이머리 딜러들의 채권을 매입한다. 과거 이렇게 통화량을 공급해 금리를 낮추었는데 채권의 양이 물리적 한계가 있었기에 더 나아갈 수 없었다. 하지만 이번엔 프라이머리 딜러를 활용해 그 한계를 한참 뛰어 넘는다. 먼저 헤지펀드 회사가 미국채를 매입한다. 그리고 프라이머리 딜러로 하여금 그 국채를 연준에 팔게한다. 그리고 헤지펀드는 프라이머리 딜러가 연준에 국채를 판 대금을 다시 빌려 이걸로 또 국채를 산다. 이 과정을 무한히 반복하면 사실상 제한없는 통화공급, 즉 양적완화가 가능해진다. 

 양적완화로 인해 금융계의 규칙은 완전히 달라진다. 그간 연준은 미국채를 매입할 때 단기국채를 주로 매입했었다, 히자만 양적완화로 인해 모든 채권, 즉 10년 만기 장기국채도 매입하게 되었다. 연준이 장기국채를 대량으로 모두 매입하자 장기국채가 희소해져 가격이 상승했고 그로 인해 수익률이 크게 떨어지게 되었다. 이는 모든 금융주체들에게 안전하게 어느 정도 수익성을 보장하던 상품이 사라진 것을 의미해다. 금리도 제로 금리이다보니 모든 경제주체들은 수익률을 찾아 헤메게 되었고 이것이 회사채, 주식, 부동산, 미술품, 암호화폐등으로 향하게 되었다.  

 자산 가격은 그 어느 때보다 실물경제와 유리되었고 각종 위험한 금융거래가 생성되었다. 기업은 두 가지 방식으로 부채를 갖는다. 하나는 회사채로 금리와 만기가 정해져있다. 대출과의 차이점은 일반 대출은 이자와 원금을 같이 조금씩 상환해나가는 반면 회사채는 만기일전까지 이자만 지급하다 만기일에 원금을 모두 갚는 형식이라는 점이다. 그러다보니 회사들은 회사채 만기일이 도래하면 원금을 모두 갚기 보다는 다른 회사채를 만들어 원금을 갚고 새로 갈아타는 행위를 주로 한다. 다른 하나는 레버리지 론으로 은행이 해당기업에 맞게 직접적으로 발행한다. 그렇다보니 회사채와는 다르게 표준화가 어렵다. 

 CLO가 바로 이 레버리지 론과 관련한다. MBS는 2008금융위기 당시 주택담보부실과 같이 무너져 내렸지만 CLO는 살아남았다. 그런 잔상때문인지 이 상품은 조금 더 안정적으로 보였다. CLO는 여러 레버리지 론을 합쳐서 증권으로 표준화한 것이다. 하나의 CLO 꾸러미에는 세 등급이 있는데 가장 안전한 트리플 에이, 메자인, 에퀴티 순이다. 아래로 내려갈수록 위험도가 커져서 이자율은 큰 반면 원금 손실시 상환에 위험이 따른다. 

 제로금리로 수익률 추구에 떠몰린 투자자들이 이 CLO로 몰렸다. 하지만 레버리지 론은 변동금리가 적용되기에 금리 상승시에 차입자가 위험을 떠 맡는다. 하여튼 CLO는 이런 위험에도 2010년 3천억달러에서 2018년 6170억 달러로 규모가 커진다. 좋은 투자처가 씨가 마르면서 레버리지 론을 제공하는 사모펀드 같은 것들이 소위 갑이 위치를 갖게 된다. 이들은 투자자를 보호하는 약정인 코버넌트를 매우 약화시키고 차입자에거 더 큰 유연성을 주는 방향으로 유도한다. 이걸 코버-라이트라고 하는데 이것이 일반화하여 2019년엔 무려 85%까지 상승한다. 

 양적완화시대에는 소위 말하는 자사주 매입도 유행한다. 지금은 안하면 이상할 지경인데 역사상 이걸 하는 편이 오히려 이상한 일이었다. 자사주 매입이 합법화한 것은 1982년의 일이다. 자사주 매입은 주식 수를 줄이므로 기업의 경영실적과는 무관하게 주당 순이익을 높인다. 대신 회사 여유자금을 사용하기에 회사의 부채를 늘린다. 그래서 기업의 잠재적 성장력과 재무건정성을 약화시킨다. 자사주 매입엔 대규모 자금일 필요한데 양적완화시대의 싼 돈에서는 웬만한 기업이 이를 쉽게 실행할 수 있게 되었다. 

 그리고 헤지펀드들은 어느 덧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며 사실상 은행 역할을 하는 그림자 은행으로 취급되기 까지 한다. 헤지펀드는 위험한 거래인 베이시스 거래를 행한다. 이는 미국채 현물과 선물 사이의 가격차를 이용하는 것이다. 이들은 미국채 현물을 매수 후 선물과의 가격 차이를 이용해 이득을 챙긴다. 하지만 그 차이가 미미하여 수익이 적은데 이를 횟수로 만회한다 현물로 매수한 미국채를 미국 레포시장에 담보로 내놓아 거액을 대출하여 다시 투자한 것이다. 이는 미국 레포시장을 흔드는 행위로 매우 위험했다.

 미 레포시장은 금융기관의 자금 정리를 위한 현금융통시장이다. 매일 거래를 정산하며 은행은 남는 금액을 빼고 모자란 금액을 일시적으로 채워야 했는데 그것을 위함이다. 그래서 이들은 가장 안전한 자산인 미국채를 담보로 돈을 빌렸다. 리스크가 낮은 담보이기에 레포시장의 금리는 낮은 편이었다. 하지만 헤지펀드들의 위험한 거래로 인해 미 레포시장의 금리가 크게 뛰어오르는 일이 있었고 연준은 이를 막기 위해 레포시장에 대규모 공적자금을 투여한다. 이 일련의 과정에서 헤지펀드들은 큰 이득을 보게 된다.

 책을 정리하면 연준은 1980년대 후반 또는 1990년대부터 자산 가격을 인플레 요인에서 제거하고 저금리 기조를 유지한다. 이는 자산가격을 부풀렸고 자산가격은 관리를 하지 않다보니 2000년 주식 버블, 2008 금융위기, 2019코로나 위기를 맞게 된다. 이 때마다 연준 일부에서는 금리를 올릴 것을 주문했지만 반대세력이 주류였으며 이런 중요한 의사결정에 미국 정치권이나 여론은 무관심했다. 그 결과 고통스러운 위기를 겪을 때마다 돈을 공급하는 미봉책을 쓰게 된다. 이는 갈수록 그 규모를 크게 할 수 밖에 없었는데 그렇다보니 유례없는 통화량을 전세계에 뿌려지게 되었다. 이는 매우 큰 불평등을 야기했고, 상당한 위험을 미래로 전가하게 되었다. 

 이런 거대한 풍선은 아직도 유지 중이다. 미 주식시장 및 코인 등 자산 가격은 유례 없이 최고치다. 하지만 이를 뒷받침해야 하는 실물경제는 이렇다하게 좋은 적이 단 한번도 없었다. 언젠간 터질 가능성이 높은데 그 때 저런 결정을 내린 연준의 관계자들은 어떻게 될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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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들어진 붕괴 - 역사상 최악의 인플레이션 공격에서 당신의 돈을 지키는 법
데이비드 A. 스톡맨 지음, 한다해 옮김 / 한즈미디어(한스미디어) / 202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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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의 한국은행이 있듯 미국엔 연방준비제도란게 있다. 이들은 사실상 중앙은행 역할을 하는데 사실 중앙은행은 아니다. 아마 한국인이더라도 경제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연준기사를 더 많이 보았을 것이며, 연준의 정책에 더 관심이 있을지도 모른다. 그도 그럴 것이 그들이 만들어 내는 게 기축통화인 달러이기 때문이며 전 세계의 경제를 흔들어 놓기 때문이다. 

 미국의 연방준비제도의 목표는 미국 경제의 안정이다. 그리고 그 지표로 삼는 것은 고용 극대화, 즉 낮은 실업률과 물가 안정이다. 그런데 물가 안정과 실업률은 전통 경제학에서 반비례 관계다. 그래서 이걸 적절히 조절하는게 연준의 역할 인 것이다. 그 방법은 통화 공급을 통한 금리 조절이다. 연준은 실업률이 높다 싶으면 금리를 내려 경기를 활성화해 고용을 촉진한다. 그리고 인플레이션이 심상치 않다 싶으면 금리를 올려 물가를 하락 시킨다. 연준은 이런 방식으로 통화를 공급해왔다.

 그런데 현재 이 통화공급이 심상치가 않다. 미 경제의 평균성장률인 연 3%성장에 따라 통화를 정상 공급해왔다면 현재 미국의 통화량은 1조3천억 달러가 적당하다. 하지만 실제는 8조 8천억 달러에 달한다. 이런 과잉통화공급은 저금리를 초래했고 각 경제 주체의 부채를 엄청나게 증가시켰다. 2000년엔 연방정부의 GDP대비 부채가 54.9%였으나 2021년엔 129%로 상승했다. 막대한 통화공급은 자산가치도 폭등시켰다. 미 전체의 소득대비 자산비율은 현재 9.6배다. 1959-1970년은 5.8배였는데 이에 비하면 엄청나게 상승한 셈이다. 다른 수치는 더 엄청나다. 미국의 GDP가 5배 성장할 동안 명목화폐는 33배나 상승했다. 공공민간부채는 1987년 11조 달러였으나 지금은 94조 달러다. 

 이런 팽창은 현재 과거와는 상당히 다른 부의 분배를 가져왔다. 이 유동성 대잔치로 인해 자산가는 돈 방석에 앉게 되었으며 노동자, 저축가, 은퇴자, 소상공인을 비롯한 중산층은 경제적으로 상당히 불리한 위치에 처하게 되었다. 

 물론 연준은 아무런 근거 없이 돈팽창을 하진 않는다. 언급한 것처럼 이들에겐 실업률과, 인플레이션의 통제가 중요하며 이 수치에 따라 경제정책을 행한다. 저자가 책에서 지적하는 문제는 바로 이 수치가 틀렸다는 점이다. 연준은 실업률에 대해선 일반 실업률 수치를 사용한다. 하지만 여기엔 실업자와 시간제 근로자가 포함되지 않는다. 즉, 구직 활동자만 집계되어 허수가 많다. 더 큰 문제는 물가를 산정하는 PCE디플레이터다. 이 수치는 여러가지 요인으로 인해 제대로 된 인플레이션을 감지 하지 못하게 한다. 그 결과 연준은 통화를 팽창해도 괜찮다고 생각하고 오늘날 이 지경에 이르고 만다.

 PCE디플레이터는 고정된 재화와 서비스의 가격을 측정하지 않는다. 계속 변화하는데 그렇다보니 누락과 임의 조정이 많다. 이것의 문제는 100%로 본다면 가장 큰 문제는 53%를 차지하는 헤도닉 기법이다. 이는 물건의 품질이 향상되었다면 오른 가격을 상쇄해버리는 놀라운 기법이다. 가령 자동차 가격은 해마다 6%가량 올라왔다. 하지만 연비나 내구성, 탑재되는 소프트웨어나 각종 안전도, 기능이 향상되면 그걸 상쇄하는 것이다. 이는 말이 안된다. 성능이 아무리 우수해져도 소비자는 여전히 자동차 한 대가 필요하다. 성능이 아무리 좋아져도 1대가 10대 역할을 하진 못하기 때문이다. 여기에 17%는 주택 임대료인데 정밀하게 측정하는 것이 아니라 집주인에게 자가 임대료를 추측하게 한다. 마지막은 30%정도로 공공재화와 기업 중간재 가격에 대해 노동 통계국이 추측을 한다. 이는 상당히 어려운 일이다. 

 연준이 처음부터 돈을 마구 뿌린 것은 아니다. 베트남 전의 여파로 미국은 감히 금본위제를 폐기한다. 그러자 달러 구매력이 극심한 타격을 입는다. 1970년대는 인플레이션이 극심했는데 1980년대 연준의장 폴볼커가 강력한 고금리 정책으로 이를 바로잡는다. 문제는 후대 의장인 앨런 그린스펀때부터다. 그는 놀랍게도 인플레이션의 개념에서 소비재 및 서비스와 자산을 분리해냈다. 즉, 소비재와 서비스 가격이 올라가는 것을 인플레이션으로 생각하고 이는 통제해야하며, 자산 가격은 얼마든지 상승해도 그다지 상관이 없다는 것이었다. 그리고 이 때부터 연준의 목표 인플레이션 수치는 2-3%정도로 고정된다. 이는 금과옥조처럼 적용되어 이것이 넘지만 않으면 돈을 얼마든지 풀어도 된다는 논리로 고착한다. 

 저자는 통화팽창이 미산업을 붕괴시켰다고 보기도 한다. 미국은 1965-1990년까지 대량의 산업재롤 전 세계에 값싸게 생산하는 국가였다. 국내생산능력과 노동이 국내에 모두 흡수된 시기 였다. 그리고 그 때만 해도 증가하는 미국의 수요가 딱히 없었고 있다 해도 이를 충족시켜줄만한 해외생산기지가 없었다. 이 상황에서 통화가 팽창하니 국내에는 수요가 과잉되었다. 그리고 유동성은 해외로 빠르게 이동하여 동아시아와 중국에 새로운 저비용 수출공장을 설립하게 된다. 여기서 생산도니 저비용을 내구재는 오랫동안 통화팽창에도 미국에 인플레이션이 일어나지 않는 것 같은 효과를 가져오게 된다. 반면 미국 국내는 임금과 비용, 가격이 상승하여 산업생태계가 붕괴되는 영향을 만들게 된다. 결국 미국산업의 붕괴는 자본주의나, 자유무역, 탐욕이 아니라 연준의 통화 정책 때문이라는게 저자의 독특한 시각이다.

 중국은 거대 흑자와 밀려드는 달러 홍수에 대비해 1993년 11월 환율을 달러당 8.3위안으로 고정한다. 때문에 중은 낮은 가격에 수출을 계속하게 되었는데 쌓이는 달러를 소화하기 위해 이를 위안화로 바꾸어 지역에 공급한다. 그 결과 중국의 지역은 막대한 부채에 휩싸이게 되었는데 가계, 기업, 정부의 총 부재는 1995년 5천억 달러에서 2020년엔 42조 5천억 달러에 이르게 된다. 그래서 저자가 보기에 중국은 경제적이지 않고 긍정적 현금흐름을 창출하지 않는 투자의 자금을 더 마련하기 위해 훨씬 더 많은 부채를 지속적으로 투입해야 하는 성장기계에 불과하다. 

 미국은 이런 정책으로 인해 산업이 붕괴하고, 꾸준히 적자를 내는 나라가 되고 만다. 인플레이션을 중국으로 수출하고 값싼 내구재를 소비했는데 그래서 물가는 양분된다. 서비스지수는 매년 2.52%상승하지만 내구재지수는 매년 1.83% 감소했다. 이는 인플레이션을 감추는 또 다른 요인이 되어 왔다. 

 하지만 이것도 한계를 맞이 하고 있다. 1995-2019년은 미중전쟁이 본격화 하기 이전으로 저자는 이 시기를 대인플레이션 안식 시대로 명명한다. 미국의 통화가 중국으로 흘러가 그곳을 생산기지화 하고 거기서 들어온 값싼 내구재로 넘치는 통화에도 미국의 인플레가 없던 시기다. 하지만 이것이 종말을 보이고 있다. 수입물가지수가 상승하고 있다. 중국은 이미 꽤 성장하여 잉여노동력을 거의 소진했다. 베트남도 이미 처지가 비슷해지고 있으며 중국같은 이렇다할 저임금 국가가 특별히 보이지 않는다는게 저자의 생각이다. 

 미국은 그 동안 값싼 중국 내구재로 인해 제조업 주급의 상승이 연 2%에 그쳐왔다. 그래서 고임금부분의 임금상승은 정체되어 왔고, 전체 고용에서 저임금 일자리의 비중이 커져왔다. 지금은 막대한 경기 부양비, 학자금 대출 채무자의 모라토리엄등으로 근로자가 노동시장에서 이탈하고 있다. 그래서 레저, 관광 등 서비스 업의 임금상승률이 지난 1년간 10%나 상승한다. 값싼 내구재의 압력도 감소하면서 제조업 임금상승률도 2%에서 5.4%로 50%가까이 증가했다. 

 이처럼 그동안 숨겨져온 인플레가 드러나고 있고, 그것을 감추는데 일조한 값싼 내구재의 시대도 끝이 나고 있다. 이는 결국 한계에 도달한 연준이 가까운 시일내에 강한 금리인상을 할 수 밖에 없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그런데 수십년간의 머니펌핑으로 자산시장에 낀 거품은 엄청나기만 하다.

 저자는 특히 미국의 테크기업들을 비판한다. 먼저 테슬라다. 테슬라는 잉여현금흐름대비 시가총액이 무려 470배에 달한다. 즉, 기업내 자유롭게 쓸 수 있는 잉여현금에 비해 지나치게 높은 가치를 지닌다는 뜻이다. 테슬라는 지난 5년간 탄소배출권의 판매로 33억달러의 이득을 얻었다. 미국의 정책으로 인해 내연기관차 업체는 내연기관차의 판매를 위해 탄소배출권을 테슬라에게서 구입했어야만 했다. 그리고 테슬라의 순이익은 7억 2100만 달러에 불과하다. 이는 전치가 판매로 결국 8역 7900만 달러의 손실을 보았다는 의미다. 이는 차량 한대당 1800달러의 손실을 의미한다. 이런 테슬라의 시총이 엄청나다는건 저자가 보기에 기가막힌 일이다. 테슬라는 주식수도 어마어마한데 무려 9억 9천만 주나 된다. 이런 회사가 글로벌 자동차 완성업체 전체 시가총액의 2배에 달하는 가치를 지녔다는게 넌센스자체다. 

 아마존도 껍데기다. 아마존의 잉여현금흐름은 매출의 1.5%에 불과하다.이는 그들이 자랑하는 전자상거래업이 아닌 거의 AWS즉, 클라우드 사업에서 나오는 것이다. 이는 로컬서버와 pc의 클라우드 전환때문으로 곧 경쟁과 기술창조가 없는 사업이라 포화상태에 이르게 도니다. 아마존의 전자상거래는 생각보다 많은 비용을 초래하는데 직영배송트럭, 물류센터, 배송드론개발비, 물류시스템 인력등에 많은 돈이 든다. 

 지금까지의 내용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미 연준은 1990년대 잘못된 인플레이션 수치 측정도구와 실업률 측정 도구를 가지고 진단을 잘못하고 통화팽창 정책을 꾸준히 추구했다. 이는 잘못된 경제진단과 값싼 중국산 내구재등으로 내부 산업의 붕괴에도 불구하고 경제를 비교적 건실하게 유지해왔다. 하지만 극도로 부푼 자산가격과 대인플레이션안식년의 종식으로 수입물가지수가 치솟고, 내구 서비스 물가도 상승일로로 가고 있다. 연준은 결국 금리를 올릴 수 밖에 없는데 자산가격이 버블수준으로 치솟고 있으며 그중에서도 테크기업들은 이렇다할 수익이 없는 매우 취약한 상태라는 것이다.

 저자는 이에 대비하기 위한 방법을 몇 가지 제시한다. 우선 장기적 금리 상승이 불가피하므로 빚은 더 부담되지 전에 상환하려고 노력하라는 것이다. 다음은 저축자들은 장기채권, 정크부채, 중국부실어음, 고평가 주식의 위협에서 자금을 빼내 양도성예금증서, 단기 국채 등을 통해 안정을 도모하고 어느 정도 수익을 노리라는 것이다. 세 번째는 횡보, 하락할 주가에 대비해 풋옵션 매수를 지속적으로 시도하라는 것이다. 마지막은 이런 상황에서 가장 안정적 자산인 금을 보유하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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