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어디서 살아야 하는가 - 인문학자가 직접 고른 살기 좋고 사기 좋은 땅
김시덕 지음 / 포레스트북스 / 202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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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과 경기, 그리고 전국을 누비는 소위 임장학자? 김시덕의 책이다. 그의 책을 꾸준히 보다 몇 년 소홀했는데, 그 사이 상당히 유명해졌다. 전국을 임장한 경험과 설명이 아무래도 부동산 투자와 그 궤를 같이 할 수 밖에 없고, 그래서 주목을 받게 된게 아닌가 싶다. 책만 쓰는 학자 느낌의 저자가 마치 투자설명을 하는 듯한 유튜브 영상에 나오는 걸 보니 뭔가 어색하면서도 잘 된 것이란 생각이 든다.

 책 '어디서 살 것인가'는 역시 전국을 돌고, 문헌학자 답게 과거의 국토개발 계획등을 비교하며 과거의 흔적이 지금에 상당한 영향을 미치고 있고, 그것이 사람들이 살만한 곳을 어떻게 정하고 바꾸는지를 보여주는 책이다. 여러 몰랐던 사실을 알게 되어서 의미가 있었다.

 저자는 과거 한국의 부동산 개발이 지금과 무척 달랐음을 말한다. 한국의 국토는 식민지 시기 일본과 가까운 지역이 개발의 수혜를 입었다. 그들이 만들어 놓은 경부축도 그렇다. 하지만 광복이 되면서 중국과의 교역이 많아져 서해안 지역이 잠시 빛난다. 하지만 국공내전에서 공산당이 승리하며 이것들은 모두 사라지게 되고, 한국전쟁까지 일어나며 결국 안보상의 이유로 한국은 동남권이 공업지로 채택되어 발전하게 된다.

 과거 한국 정부가 수립했던 주요 개발 프로젝트는 3가지로 경인 운하와 한강 다목적 댐, 행정수도 백지계획이다. 이들은 모두 아라뱃길과 신곡보, 세종시로 어느 정도 실현되었다. 저자는 행정의 관성과 지속성을 지적하는데, 이는 과거 행정이 계획하거나 발표했던 개발 계획은 지속적으로 후대에 정치권과 지역 사회에서 언급되고 결국 실현되는 경우가 많다는 의미다. 

 경인운하는 1920년엔 홍수방지, 30년대는 경성과 인천을 아우르는 대개발, 1939년엔 규모가 크게 축소되어 김포-검단을 잊는 정도, 2012년엔 아라뱃길로 18.8km로 조성되었다. 경인지역의 종합 개발 핵심은 경인운하 건설과 한강쪽 입구의 한강다목적 댐 건설, 경인운하 양안에 인천항과 서울항의 건설, 중간에 도시 건설, 서울 주변의 여러 위성도시의 건설이었다. 

 하지만 한강다목적댐은 무산되었고, 교통의 수단으로 생각했던 수운도 도로 교통의 발달로 무산되었다. 중간도시라 할 수 있는 곳이 부천과 부평인데 이 것만 현실화 된 셈이다. 당시 주목했던 위성도시는 미금과 능곡, 양곡, 광주, 둔전인데 미금은 지금의 남양주, 능곡은 고양, 양곡은 김포, 둔전은 성남이다. 이 중 초기에 주목한 곳은 능곡인데 수색과 신촌을 연결하여 한강다목적댐의 동쪽이고 수색변전소의 사이에 있어 공업입지로 좋아보였다. 

 베트남전이 종결되자 한반도의 전운이 드리운다. 박정권은 당시 미군의 철수 움직임과 북한의 군사고도화로 위기감을 겪고 있었다. 그래서 수도권인주 재배치 계획을 세운다. 한국전 당시 수도 서울이 점령당하고 다리가 끊기면서 도강파와 그것을 하지 못한 사람들이 훗날 큰 갈등을 겪었다. 그리고 당시 서울인구가 100만 정도였는데 이미 500만을 넘긴 상황은 안보상 큰 우려였다. 

 새 행정수도의 조건은 철저히 안보로 휴전선에서 70km이상 해안에서 40km이상으로 이것은 북의 지상포와 해상포의 당시 사정거리였다. 그리고 국토와 면적의 중심이자, 제조업의 중심에서 30km이내가 조건이었다. 그리고 가로림만 프로젝트도 같이 움직였다. 서산과 태안의 사이로 천혜의 항구입지를 갖췄다. 여기에 산단을 조성해 3-4백만이 거주하는 중부종합산단을 건설하는 것이 목표였다. 하지만 행정수도 이전과 가로림막 프로젝트는 모두 박정권 말기의 것으로 그가 살해되면서 모두 좌초한다. 

 하지만 행정의 관성상 세종시는 결국 탄생하고 가로림만 프로젝트는 대산공단으로 어느 정도 실현된다. 세종시는 2012년 연기군과 공주, 천안의 일부 흡수하여 탄생한다. 세종은 인근에 대전과 조치원, 공주, 청주가 있는데 이런 인접성은 중부권의 메가시티를 연상하게 한다. 실제 제4차 국가철도망구축계획이 실현하면 대전반석-정부세종청사-조치원-청주공항이 광역철도로 연결되어 이것을 촉진할 가능성이 있다. 그러나 청주는 오송에 KTX역을 유치하고 청주공항을 확보하여 중부권 대도시로 세종을 견제하고 있고 대전과 공주, 조치원 등도 서로 독자적으로 움직이려는 경향이 강하다.  

 한국에서 안보는 개발의 주요 동력이었다. 전국 곳곳 대도시에는 항상 지하상가가 있는데 이는 공습시의 대피소 역할이다. 압구정 현대아파트에는 저격수의 비밀기지가 조성되어 있으며, 서래 마을에는 벙커가 있고, 서울 주요 빌딩에는 대공포 GOP가 있다. 잠수교는 반포대교가 파괴되는 것을 댑비한 것이며, 과천 서울 대공원은 본래 국방연구기지로 조성하였다 미국과의 갈등으로 대전으로 옮기면서 졸지에 공원이 된 것이다. 한국에서 개발이 안보에서 벗어나게 된 것은 노태우 대통령 시절로 당시 인천 공항과 일산신도시의 건설이 그 증거다. 

 저자는 책에서 피해야 할 지역을 잘 알려주는데 우선 군사공항지역이다. 수도권에는 성남과 김포, 서울공항이 있는데 이들은 군사공항으로 안보상의 이유로 설치되었고, 여러 작전 수행 및 인근 지역과의 연계로 인해 이전이 쉽지 않다. 그리고 최근 군부대가 이전하거나 없어지는 경우가 많은데 도심에 이런게 없어지면 그 토지에 대한 개발 붐이 일어난다. 하지만 부대지역은 토양오염문제를 살펴야 한다. 미군부대의 토양오염만 쟁점화되어서 그렇지 한국부대 역시 그 못지 않을 수 있다.

 광산이나 공단, 발전소, 수도권 매립지 부근도 오염이 심할 수 있으므로 주의의 대상이다. 또한 온난화로 인해 침수피해가 커질 가능성이 높은데 지명에 , 범자, 지자, 천자, 호자가 들어가는 곳들은 모두 물과 관련한 곳으로 위험할 수 있다. 미국이나 일본 등은 국민의 안전을 위해 위험지역에 대한 정보를 공적으로 제공하나 한국은 부동산 가격과 민감하게 얽혀서 이를 잘 공개하지 않는다. 오죽하면 아파트의 중대한 하자를 쉬쉬하며 살까. 

 저자는 서울에 대해서도 고밀도 개발을 해야한다고 주장한다. 수요가 많은 서울지역의 층고와 용적률을 제한하는 것은 오히려 서울 외곽으로 수요를 밀어내어 그 지역을 파괴한다는 것이다. 대신 기부체납형식으로 임대주택을 많이 받고 개발을 유도하는 것이 이득이라고 보는 편이다. 그리고 도시의 원도심을 개발하자는 이야기에 대해서는 반대하는 편이다. 구도심은 그 자체로 과거의 향수를 갖고 있고, 도시의 개성이 반영되어 신도심 사람들이 즐기는 상권이 되는 경우가 많다. 또한 구도심은 역사가 오래되어 소유권 관계도 복잡해 개발이 쉽지 않기도 하다. 

 책을 읽으면서 우리 나라 다양한 지역을 살피는 눈과 여러 역사적 문헌, 그리고 국토 개발과 관련한 지금의 모습을 어느 정도 연결지을 수 있었다. 저자 말처럼 부동산은 투자도 좋지만 내가 진정으로 살만한 지역을 살피는게 중요하단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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