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처드 도킨스의 이기적 유전자는 인간을 비롯한 여타의 생물을 유전자를 성공적으로 운반하기 위한 생존기계로 묘사하였다. 이 묘사에 의하면 생명체의 목적은 유전자의 전달을 위해 번식이 가능한 시점까지 어떻게든 건강하게 살아남아 번식에 성공하고, 조금 더 나아간다면 자신의 대를 이은 후대 생존기계의 성장 및 번식까지 지원하는 것이 된다. 

 그리고 이 유전자 운반 과정에 필요한 기간이 바로 생명체의 수명이 된다. 이 기간이 지나가면 생명체는 모조리 죽음을 맞이하여 지구의 자원으로 돌아가 재순환한다. 그래서 책 '생물은 왜 죽는가'는 죽음을 진화의 산물, 즉 선택된 것으로 생각한다. 죽음은 유전자를 운반하는 생존기계 입장에선 존재의 사라짐을 의미하며 끔찍한 것이다. 하지만 유전자 입장에서 상당한 이점이 있다. 

 만약 생존기계가 계속 존속한다면 진화가 일어나지 않게 된다. 진화는 유전자의 복제과정에서 일어난 긍정적 변이가 후세대로 이어져 적응도를 높여 생존기계가 번식 때까지 성공적으로 살아남을 확률을 높이는 것이다. 생존기계는 번식과 생존에 어려움이 많은데 갖가지 기생충과 질병, 경쟁, 환경의 압박 등으로 인해서다. 진화는 이런 어려운 환경 속에서 생존기계의 유전자 복제 성공 확률을 높여나가는 과정이다. 그리고 이는 앞 세대의 계속된 사라짐과 그를 닮은 후세대의 영속적 등장하에서만 가능하다. 

 그리고 앞 세대의 죽음은 다음 생존 기계가 살아나가는 터전을 제공한다. 지구상의 생물체가 모두 죽음을 맞이하지 않고 생태학적 자리를 차지 하고 있다면 다음 세대는 다른 누구도 아닌 앞세대와 자원을 놓고 경쟁해야 한다. 때문에 앞선 세대의 죽음은 다음 생존기계의 번영에 역시 반드시 필요한 전제다.   

 그래서 유전자는 생존기계가 생존과 번식을 마치면 사라지게 끔 만들어 놨다. 그리고 그 죽음으로 가는 과정은 노화로 나타난다. 노화는 생존기계의 여러 작동 매커니즘에 손상이 생기고 죽음으로 이어지는 치명적 질환이나 결함이 나타나는 상태다. 책 '노화의 종말'에서는 생명과 건강을 연장하는 방법이 등장한다. 이 방법은 세포의 수선 기능을 활성화하는데 춥게 지내기, 소식하기, 격렬히 운동하기 등이다. 그런데 이 일련의 과정은 바로 혹독한 외부 환경을 의미한다. 식량의 부족과 추위, 먹잇감의 부족으로 인한 오랜 사냥과 채집으로 인한 에너지 소모, 딱 빙하기가 떠오른다. 그리고 이런 혹독한 환경은 개체로 하여금 아직 번식에 적합한 시기가 아님을 깨닫게 하고 더 나은 시기를 위한 수선의 시기를 맞게 한다. 이로 인해 젊음이 좀 더 유지되고 수명이 연장되는 것인데, 이것만 봐도 생존 기계의 목적과 노화가 유전자의 복제에 맞춰져 있음을 알 수 있다.

 지구상의 생존 기계들은 상이한 환경에서 무척이나 다양하게 진화했다. 이들은 에너지를 얻는 방식(생산, 착취), 사는 환경(땅속, 물, 하늘, 육상), 크기 등이 매우 다양하다. 그리고 그 서로 다른 모습 만큼이나 수명도 천차만별이다. 책' 사피엔스의 죽음'은 바로 이런 생존기계들의 노화와 죽음, 수명에 대한 이야기를 담고 있다. 생존 기계들은 불과 몇 시간이나 하루 만을 생존하는 것이 있는가 하면 일부는 마치 영원히 살 것 마냥 수 백년을 존속하기도 한다. 식물은 차치하고 육상생물의 경우 대개 수명은 성장을 마무리 하고 첫 번식에 성공하는 시점의 3배 정도가 된다. 그래서 생쥐는 성년이 되어 첫 번식을 하기까지 1년 정도가 걸리기에 수명이 3년 정도이고, 인간은 20-25년 정도가 걸리기에 70세 정도가 자연적 수명이 된다. 딱, 1배가 아니고 3배 정도 되는 것은 번식이라는 것이 한 번에 성공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자연은 아무래도 생존기계에게 2-3번 정도의 번식 기회를 더 주는 것 같다. 

 재밌는 것은 매우 빨리 사망하는 생쥐나 인간만큼이나 오래사는 코끼리 같은 종들의 평생 심장 박동수가 비슷하다는 것이다. 이는 신진대사의 차이로 생쥐는 심장 박동이 매우 빠르고 높은 신진대사를 보이며, 코끼리는 느린 심장박동과 낮은 신진대사율을 보인다. 그만큼 생쥐는 활성산소가 몸에 빠르게 축적되어 노화가 훨씬 빠르게 일어나고 코끼리는 그만큼 노화가 늦다. 더군다나 생쥐는몸의 크기가 작기에 몸의 부피에 비해 표면적이 넓어 외부공기와 닿는 신체면적이 넓다. 즉, 체온 유지를 위해 더 높은 신진대사가 필요할 수밖에 없는 구조다. 반면 코끼리는 몸의 크기가 크기에 부피가 크고 그에 비한 표면적인 상대적으로 작아 외부 공기에 노출되는 범위가 적다. 체온 유지에 더 유리한 셈이다. 

 작은 동물의 수명이 대개 짧은 것은 이들의 생존율이 훨씬 작기 때문이다. 이들은 언제든지 포식될 확률이 높기 때문에 빠르게 성장하고, 또 빠른 성장을 위해 신진대사가 높으며, 가급적 한 번에 많은 새끼를 낳는다. 하지만 큰 동물은 포식될 확률이 낮거나 자신이 포식자일 확률이 높고, 그렇기에 오래도록 성장하는 것이 가능해, 몸의 크기를 더욱 크게 할 수 있다. 성장에 오랜 시간이 걸리고 생존율이 높기에 자식을 적게 낳고, 양육기간도 길어진다. 때문에 자연스레 수명이 길어지게 되는 것이다. 여기서 하늘을 나는 조류는 조금 경우가 다르다. 그들은 크기도 작고 하늘을 날기에 높은 신진대사를 보이지만 수명이 길다. 이는 이들이 작음에도 하늘을 나는 이점으로 인해 포식자를 만날 확률이 극히 낮아 오래도록 생존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책 사피엔스의 죽음에는 재밌는 구절이 나오는데 자연상태에서는 완벽한 것과 죽음, 두 개만이 존재한다는 것이다. 즉, 노화와 질병으로 인해 망가진 상태의 생존기계는 거의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실제로 한 개체가 오래도록 살아남아 노화나 질병의 조짐이 보이면 약해지게 되고 이로 인해 바로 사냥감이 되거나 무리에서 쫓겨나게 된다. 때문에 자연상태에서는 늙음이나 노화는 잘 관찰되지 않는 것이다. 그래서 어찌보면 노화와 질병은 이런 자연의 압박에서 벗어난 인간 문명의 발명품이라고도 할 수 있다. 

 암이나 치매, 심혈관 질환 같이 나이가 들어 대부분의 인간에게 나타나 그들을 죽음으로 이끌고 가는 치명적인 병들은 대부분 번식기인 젊은 시절엔 드러나지 않는다. 때문에 이런 발병 유전자들은 그 생존기계를 반드시 죽음으로 몰고가는 치명성에도 진화의 과정에서 걸러지지 않고 그대로 유전되어 문명사회의 인간을 괴롭히고 있는 것이다.

 언급한 것처럼 생존기계의 죽음은 복제를 해야하는 유전자의 입장에선 반드시 일어나야 하는 것이지만 번식의 성공 이전에는 유보되야만 하는 것이다. 때문에 생존기계는 죽음에 대해 양가적인 생각을 갖는 것 같다. 죽음을 매우 두려워하면서도 일면 받아들이는 부분도 있는 것이다. 실제 인간은 고통과 죽음을 근심하면서도 사회문화 전반에 걸쳐서 이를 금기시하거나 거부하는 부분이 거의 없다. 때가 되면 마땅히 받아들여야 하는 것을 의무나 순리처럼 여기거나 오히려 유한하기에 인간의 짧은 삶은 빛내주는 것처럼 여기는 경우도 상당하다. 

 이런 생각은 미래 문학에서도 많이 반영되는 것 같은데 책 '작별 인사'와 책 '어딘가 상상도 못할 곳에 많은 순록떼가'에서는 공통적으로 미래 사회 인간이 영원한 삶을 사는 것이 가능해짐에도 이럴 거부하고 자연적인 죽음을 선택하는 집단과 그렇지 않은 집단간의 갈등 상황이 늘 등장한다. 이런 점들을 볼 때 인간에게는 때가 되면 죽음을 마땅히 받아들일 수 밖에 없는 생존기계로서 그것을 강하게 거부하면서도 의외로 순순히 받아들이는 정신적 적응이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 때가 있다. 또한 인간은 사회문화적으로도 죽음이 많이 권장되어 왔는데 이는 과거 문명의 과학기술 수준이 지금처럼 그다지 높지 못할 때 생산성이 떨어지고 부양의 대상이 된 노인은 죽음을 맞이하는 것이 사회의 존속에서 더 유리했기 때문이 아닌가 생각된다. 이 양자가 동시에 그리고 서로 맞물려 작용해서 인간이 죽음을 초연히 맞는 태도를 형성하는데 기여한게 아닌가 싶다.     

 그리고 먼 훗날, 아니면 생각보다 가까울 수 도 있는 미래에 개개인의 인간이 영속성을 선택할 수 있어 마침내 생존 기계의 굴레에서 벗어나게 되었을 때, 소설에 등장하는 것처럼 오히려 그것을 기쁘게 벗어나는 것을 스스로 거부하는 장치로 작동할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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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은 왕녀를 위한 파반느
박민규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0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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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건축학 개론은 로맨스를 다룬 영화로는 의례적으로 남성관객의 반응을 이끌어 낸 작품이다. 아름답고 순수하고, 성실함을 보이는 연애물은 주로 여성의 심리를 자극하는데(남성은 이런 것에 별 관심이 없다), 영화 건축학 개론은 연애 과정에서 남자 존재의 어리석음과 순수함, 젊음이 보이는 실수를 마음껏 드러내며 남성의 공감을 이끌어 냈기 때문이다.

 남녀를 통틀어 어린 날의 연애는 큰 생각(미래에 대한 현실적 고민) 없음과 무수한 실수, 잘못된 생각, 그리고 그렇기 때문에 순수하고 아름다우며 후회가 많이 남는 것이란 생각이다. 그래서 어린 날의 연애물은 대개 재밌고 공감을 많이 이끌어낸다. 

 책 '죽은 왕녀를 위한 파반느'는 사놓고 무려 10년을 보지 않은 책이다. 보지 않은 건 제목이 주는 부담감(지극히 개인적이다), 심리의 자세한 묘사, 두께 때문이 아닐었을지. 최근 좀 시간이 나서 큰 마음을 먹고 펼쳤는데 이 책을 왜 그동안 보지 않았을까라는 후회가 들었다. 책은 생각만큼 무겁지도 공감이 어렵지도 않은 책이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소설책이 갖는 공감과 충분한 재미, 감동을 주었다. 다른 분야의 책은 10년 정도 묵으면 세월로 인해 뒤떨어짐이 발생하지만 이 책은 문학인 만큼 그런 것이 없었다.

 이 책의 주제는 20살의 사랑으로 지극히 큰 어둠을 갖고 있는 사람들 간의 이야기다. 어쩌면 둘 다 그렇기에 끌렸을지 모른다. 사실 둘은 사랑에 빠질만한 이렇다 할 계기가 없었기 때문이다. 책은 특이하게도 비교적 잘생긴 남자와 상당히 못생긴 여자와의 사랑을 다룬다. 연애물에서 남성은 좀 그렇다쳐도 여성의 외모가 못생긴 경우는 상당히 드물다. 몇몇 순정만화에서도 여주인공을 못생긴 사람으로 설정하면서도 사실 준수하게 그리는 경우가 많으며, 그런 경우에도 주인공은 몇몇 계기로 제대로 꾸미거나 상당한 매력을 갖는다. 정말 외적인 매력이 전혀 없는 주인공은 사실상 본적이 없는데 이 책은 여주인공을 정말로 그렇게 설정한다. 어쩌면 영화 만화와는 다르게 직접 보지 않고 상상만 해도 되는 소설이라 가능했을지도 모른다.

 남녀 주인공 둘은 1985년에 만나 1986년에 헤어진다. 85년에 백화점에서 일하며 만나게 되는데 둘 다 큰 어두움을 갖고 있다. 남자 주인공은 아버지에게 버림 받은 존재였다. 그의 아버지는 탈렌트로 평생을 무명으로 살았지만 뒤늦게 성공하며 아내와 아들을 버리고 새장가를 든 인물이다. 여주인공은 못생긴 외모로 태어나 이로 인해 평생 고통을 받는다. 어릴 적엔 주변의 남자들 커서는 외모로 인해 능력이 있어도 취직과 직장생활에서 고통을 겪는다. 그리고 백화점엔 요한이 있다. 이 인물 역시 그림자가 짙다. 자기가 일하는 백화점의 아마도 창업주였을 늙은이가 요한의 아버지다. 요한의 어머니는 그의 수 많은 여자중 하나였는데 버림받고 자살해버린다. 요한은 그래도 백화점 사주 일가의 챙김을 받아 강남으로 추정되는 지역에서 아파트를 갖고 살아가며, 백화점에 꽂아준 것도 그들이다. 처음에 그들은 요한을 그럴듯한 사무직에 배치했지만 요한은 견디기 어려워 지하 주차장에서 일한다.

 남자주인공은 여자주인공을 보고 묘하게 신경이 쓰인다. 그리고 그녀를 돕다 갑작스레 친구를 하자는 제안을 하게 된다. 남주의 마음을 꿰뚫은 요한이 둘을 연결시켜주고 그렇게 둘은 연애를 하게 된다. 하지만 여자 주인공은 잘생기고 인기 많은 남자주인공에게 자신이 도무지 어울리지 않는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둘을 잘 지내는 듯 했지만 남자는 대학을 가고, 여자는 백화점을 그만두고 사라져버리며 헤어지게 된다. 훗날 남자주인공은 여자의 주소를 알아내 편지를 보내 겨울날 버스를 타고 찾아가며, 그것이 이 소설의 첫 장면이다. 

 이후 둘은 헤어지게 되는데 그러면서 첫 장면 이후, 나이가 들어 작가가 된 남자주인공의 장면이 등장한다. 86년의 헤어짐-현재-85년의 연애-이후의 과정이 소설의 순서다.

 소설엔 특이하게 남주와 여주의 이름이 나오지 않는다. 그저 중심인물이면서 그 둘을 연결한 요한의 이름만이 나올 뿐이다. 이 또한 특이한 점다. 소설은 재밌고, 80년대의 정서와 사회분위기 향취를 느낄수 있다. 앞부분엔 주인공의 심리묘사와 정서가 좀 독특해 몰입을 방해했는데 후반부로 갈수록 그런 부분은 적고 서사가 길어지며 읽기가 편했다. 괜찮은 소설로 누구나의 과거를 상기하며 재미나게 볼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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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 대한민국 산업지도 - 투자자를 위한 업종별 투자 가이드
이래학 지음 / 경이로움 / 202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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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은 농수산물과 연료자원, 광물 등이 모두 부족하다. 즉, 원자재가 거의 나지 않기에 이를 사용하기 위해 수입하고, 일부 수입한 것을 가공하여 고부가가치 상품으로 판매하여 국부를 쌓는 나라다. 쉽게 말해 대외 의존도가 수출, 수입 측면에서 모두 높으며 가공 후 수출을 통한 고부가가치를 누리기 위해 다양한 산업군이 발달한 나라다. 물론 국민경제도 상당히 성장하여 내수의 비중도 높다. 한국의 내수는 방대한 내수시장을 자랑하는 유럽권이나 일본, 미국, 중국에 비해 과소 평가받는 경향이 강하지만 이미 국내 GDP의 54%가 내수시장에서 발생한다. 

 책 2023 대한민국 산업지도는 이러한 한국이란 나라에 어떤 산업군이 발달했고 그곳은 어떻게 운영되며 유망한 기업을 무엇이고, 향후 미래엔 어떤 것이 더욱 유망해질지를 분석한 책이다. 투자관점으로 보는 사람들도 있겠지만 한국에 특정 산업군이 돌아가는 방식과 어떤 기업이 그곳에서 활약하는지를 알게되는 재미가 있는 책이다.


1. 에너지 자원

 전통적 산업 섹터로 한국은 한전, 한국가스공사, 지역난방공사가 대표적 기업이다. 최대 주주가 정부부처이고 필수 공공재를 생산하는 만큼 정부에서 출자한 공기업이 이를 담당한다. 이들은 당연히 자원을 수입하여 전기와 에너지를 생산하므로 국제 에너지 가격에 큰 영향을 받는다. 하지만 그에 걸맞게 가격을 올리는 것은 정부의 허락이 필요하기에 수익을 얻기 쉽지 않다. 최근 한전의 막대한 적자만 해도 그렇다. 

 LS전선은 전신 시술을 활용해 전기차 부품산업에 진출했다. 이 기업이 생산하는 구동모터용 권선은 전기에너지를 기계 에너지로 전환한다. 효성중공업은 그룹 차원에서 수소를 미래 성장 동력으로 보고 수소충전소 건설을 하고 있다. 

 친환경 에너지 분야로 풍력발전이 있는데 지상보다는 점차 해양발전으로 나아가는 추세다. 한국은 씨에스 윈드가 풍력발전타워에서 점유율이 높다. 하지만 풍력발전은 해외기업이 전적으로 주도하고 있다. 

 태양광 발전은 업스트림, 미드 스트림, 다운 스트림으로 나뉜다. 업스트림은 태양전지의 소재를 제조하는 것으로 폴리실리콘으로 잉곳, 웨이퍼를 제작한다. 미드 스트림은 실리콘 웨이퍼로 태양전지 셀과 모듈을 만든다. 다운 스트림은 가정과 산단에 태양광 모듈과 태양광 발전소를 설치하는 것이다. 중국이 이 모든 과정을 세계적으로 장악하고 있다. 다만 미중 갈등으로 OCI같은 한국 기업에도 기회가 올 가능성이 있다. 

 수소는 생산 방식에 따라 개질수소, 부생수소, 수전해 방식으로 나뉜다. 개질수소는 화석연료 생산과정에서 발생하는 것이며, 부생수소는 석유화학 공정 및 제철 공정에서 부수적으로 수소가 발생하는 것이다. 양자 모두 탄소를 배출하는 단점이 있다. 수전해 방식은 탄소 배출이 없지만 전기에너지가 필요하다. 관련 기업으로 SK, POSCO, 현대, 효성이 있고 연료전지의 생산은 두산퓨얼셀, 에스퓨얼셀, 비나텍이 있다. 


2. 통신

 전기통신법상 통신 설비 유무에 따라 사업자가 3개로 나뉜다. 기간통신 사업자는 익히 알려진 통신 3사로 자체 통신 설비를 보유한다. 별정통신 사업자는 통신 설비가 없어 기간 통신 사업자의 설비를 대여하고 서비스를 제공한다. 부가 통신 사업자는 인터넷 접속 및 관리와 부가통신업을 하는 곳이다. 

 국내 휴대폰 시장은 이미 포화상태로 오히려 최근 가입률이 줄고 있다. 다만 IOT사업자가 1532만 건으로 급증 추세다. 그래서 통신 3사는 사물인터넷과 OTT로 수익을 창출하려 하고 있다. 기술 발전에 따라 통신 속도를 점차 빠르게 늘리고 있는데 이는 많은 시설투자를 요구한다. 그래서 수혜는 단기적으로 통신설비 사업자가 얻는다. 5G가 되면서 케이엠더블유 같은 소형기지국 설비업체의 주가가 크게 올랐다. 전송속도가 빠를 수록 전파파장이 짧아 소형기지국이 근거리에 많이 필요해진다. 


3. 의료

전 세계적인 고령화의 추세로 의료기기는 큰 이익을 볼 것으로 예상된다. 치과용 의료 기기, 미용 의료 기기, 영상 진단기기 등이 안티에이징 시장과 함께 급성장 할 것이다. 한국은 이 분야가 약한데 체외 진단 기업인 에스디바이오센서, 씨젠등의 몇몇 기업을 제외하고 대부분 시가 총액 1조 미만이다. 

 체외 진단 시장은 인구 고령화와 감염병의 창궐로 급성장하고 있다. 체외진단은 면역화학진단, 자가혈당측정, 현장진단, 분자진단, 혈액진단, 임상미생물학진단, 조직진단, 지혈진단으로 나뉜다. 국내기업은 미미하고 글로벌 기업이 장악하고 있는데 스위스의 로슈, 미국의 애보트와 다나허, 독일의 지멘스 등이 그렇다. 장차 종양학 진단기기와 심장학 진단기기가 급성장할 것으로 보인다. 고령화 때문이다. 

 치과 진료도 급성장하고 있다. 인구 노령화와 소득 수준의 향상으로 치료와 미용 두 마리 토끼가 같이 뛰고 있기 때문이다. 치과 진료의 주 수요층인 65세 이상 노인은 2020년 7억 2천만 명이다. 2060년이면 15억 4천으로 두 배 넘게 증가한다. 특히, 중국과 인도에서 엄청난 인구가 노인으로 이 기간 진입할 예정이다. 국내 기업중엔 오스템 임플란트가 유망하다.

 비대면 의료 서비스도 장차 유망하다. 현재 미국과 중국에서 활성화하였는데 미국은 코로나 19기간 비대면도 대면과 같은 의료수가를 책정하였고 중국은 인터넷 진료도 의료보험 적용대상으로 추가하였다. 반면 한국은 의료법상 비대면 의료를 허용하지 않는다. 국내의 경우 법개정이 주요 변인이 될 것이다.  

 의약품은 화학합성의약품과 바이오의약품으로 나뉜다. 화학합성은 소품종 대량생산으로 개발도 쉬운 편이다. 바이오는 미생물, 동식물 세포 같은 살아있는 생물체를 이용한 것이다. 개발이 어렵지만 부작용이 적고 치료효과가 높다. 바이오 의약품은 1세대 인슐린, 성장호르몬, 백신에서 2세대 항체의약품 3세대인 세포치료제와 유전자 치료제로 나아가고 있다. 향후 면역계 질환 치료제는 1750억 달러, 당뇨는 1480억 달러, 신경계 질환은 1430억 달러, 심혈관 질환은 740억 달러의 시장규모를 형성할 것으로 보인다. 

 미국에서 하나의 신약이 통과되려면 대개 10년이 걸린다. 단계는 전임상, 임상1-3단계, FDA의 승인이다. 전임상은 인간 이전 동물 실험이다. 임상1은 안전성 시험, 임상 2는 치료효과의 확인, 임상 3은 실험대상자를 크게 늘려 안전성과 치료효과 두 개를 모두 검증한다. 이후 FDA 허가가 나면 신약이 통용된다. 임상1은 52%정도의 성공률, 임상2는 28.9%, 임상3은 57.8%, FDA허가는 90%이상이다. 즉, 임상이 가장 넘기 어려운 벽인 셈이다.  


3. 해운

 해운은 경기를 많이 타는 산업이다. 수요와 공급의 불일치가 큰 편인데 이는 선박의 건조시기 때문이다. 선박은 통산 1척 건조에 2-3년이 필요하다. 즉, 호황기의 주문이 불황기에 마무리되는 셈이다. 2021년 기준 세계 해운1위는 스위스의 MSC, 2위는 덴마크의 머스크다. 한국은 최대 해운사가 HMM인데 8위 수준이다. 선박은 컨테이너선과 탱커선, 벌크선, 오프쇼어로 구분한다. 컨테이너선은 말 그대로 컨테이너에 물건을 담아 운반하는 것이고 탱커선은 주로 액체연료를 수송하며, 벌크선은 곡물이나 광물, 오프쇼어는 해양유전이나 해양플랜트에 사용하는 배다. 컨테이너선은 1척 가격이 무려 2천억이다. 그리고 고부가가치 LNG선은 3천억이나 한다. 그래서 해운사는 큰 비용으로 인해 선박을 보유하는 사선과 대여하는 용선을 적절히 섞는다. 해운사의 실적엔 무엇보다 운임이 중요하다. 

 한국의 조선은 중과 엎치락 뒤치락 하나 1위 수준이다. 한국은 특히 고부가가치인 컨테이너선과 LNG선을 주로 수주하며 중국은 값이 싼 벌크선과 탱커선인 주류다. 이는 기술력의 차이 때문이다. 통상 선박의 수명은 25년 정도로 2000년 초반 호황기에 대거 주문된 선박의 수명이 다가왔다. 때문에 조선사업은 향후 활황을 맞을 가능성이 높다. 

 다만 지구온난화로 선박에도 환경의 압박이 큰데 이는 선박이 내뿜는 황산화 물질이 휘발유의 무려 1천-3천배에 달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향후 선박은 탈황이 중요하다. 황산화물을 감축하는 방법은 3가지로 탈황장치의 장착이 있다. 이는 설치비용이 들고, 공간을 차지해 화물 선적이 줄어들며 일부국가는 입항을 거부하는 단점이 있다. 다음은 저유황유를 쓰는 것으로 연료비가 올라간다. 마지막은 LNG추진선의 사용이다. 이는 선박의 가격이 비싸지만 위의 장점을 모두 상쇄한다. 


4. 로봇, 기계

 항공우주는 20년 안에 24-60배 성장할 영역이다. 항공우주는 위성제작, 지상장비, 발사시스템, 위성서비스로 구분된다. 위성제작은 위성 및 위성 부품의 제작, 지상장비는 지상 네트워크 및 통신장비로 위성과 발사체와의 송수신 장비, 발사시스템은 발사체를 만들거나 서비스 제공, 위성서비스는 위성통신, 원격탐사, 위성항법을 아우른다. 이 중 가장 돈이 되는 곳은 위성제작과 지상장비다. 

 국내 항공우주기업은 대개 전투기, 유도무기, 자주포 등 방위산업도 병행한다. 박정희의 자주국방에서 초래되어 한국을 오래도록 족쇄던 한미 미사일 협정이 문재인 정부시절 한미 합의간 2017년 폐기되었다. 이후 한국의 미사일 사거리가 크게 늘어 이 부분이 활성화 되었다. 사실 미사일과 위성은 첨탑에 무엇을 다느냐의 차이에 불과해 위성과 무기의 병행은 매우 당연하다.

 로봇 시장은 2020년 478억 달러에서 2028년 1889억 달러에 달할 예정이다. 오늘 김어준의 유튜브 방송을 보며 구글에서 개발한 로봇을 보았다. 자유자재로 어색하지 않게 사람처럼 3가지의 요리를 수행했다. 이 로봇은 50번 정도의 트레이닝을 했다고 하는데 가격이 놀랍게도 3만 2천달러, 한화 4천만원에 불과했다. 구글이 이 로봇을 이렇게 싸게 내놓은 이유는 이 로봇의 작동 및 학습방법 때문이다. 이 로봇은 사람이 직접 조종하며 해당동작을 학습시키는데 이 것이 로봇을 가진 모든 사람에게 공유된다. 로봇이 전세계적으로 50만대 파리면 각 주인이 50만번 학습을 시키고 이것이 공유되는 것이다. 인간의 일자리가 매우 걱정되는 순간이었다. 

 로봇은 산업, 서비스, 의료 부분에서 만들어지고 산업은 연27%, 서비스는 연46%, 의료는 연12%성장할 예정이다. 


5. 엔터테인먼트

방송사는 지상파와 유선방송, 위성방송, 인터넷 영상물 제공업으로 분류한다. 지상파는 공중파로 방송 3사이며, 유선방송은 유료로 사용하는 케이블 티비, 위성방송은 위성을 통한 방송으로 스카이라이프, 인터넷 영상물 제공업은 통신 3사가 주로 하는 아이피티비다. 방송사는 제작사에 콘텐츠를 의뢰하며 70%의 제작비를 지원한다. 그리고 제작사는 간접광고와 협찬, OST 등으로 나머지 30%의 제작비를 충당한다. 

 방송사와는 다르게 국내 시장은 OTT의 이용률이 급성장하고 있다. 2016년 이용률은 35%였으나 2020년은 무려 66.3%나 된다. 게임산업처럼 방송콘텐츠 시장 역시 IP의 확보가 중요하다. 이들은 웹툰, 웹소설을 영상으로 제작하는 원소스 멀티유즈가 일반화되었다. 이럴 경우 성공한 IP덕분에 실패가능성은 크게 줄고 스토리 제작을 위한 돈은 사실상 들지 않는다. 

 게임산업은 인터넷으로 인해 사용자가 급증하며 레버리지가 매우 커졌다. 경기영향도 거의 받지 않는다. 2020년 글로벌 게임산업의 규모는 2283억 달러다. 게임은 여러 분야인데 모바일이 42.6%, 게임기를 사용하는 콘솔이 26.6%, 컴퓨터 16%, 아케이드가 14.8%로 모바일이 압도적으로 크다. 게임산업은 미국이 21.9%, 중국 18.1%, 일본 11.5%, 한국6.9%를 각각 점유하고 있다. 

 게임산업은 개발사와 퍼블리셔, 플랫폼으로 역할이 나뉜다. 개발사는 글자 그래도 게임을 개발하는 곳으로 초기 28%에서 후기 42%의 개발 이익을 얻는다. 퍼블리셔는 개발사가 만든 게임을 유통, 광고하는 곳이다. 초기 42% 이익을 얻다가 손익분기점을 넘기면 28%로 이익을 줄인다. 플랫폼은 게임의 채널을 구성하는 곳이다. 30%의 이익을 가져가는데 구글 플레이스토어나 컴퓨터의 스팀이 그런 곳들이다. 

 게임업계는 메타버스가 잠재적 시장이 되다. 이곳에서 유통될 NFT는 게임업계에 이익이 될 예정이다. 


6. 자동차, 2차전지

 전 세계 자동차 판매량은 연간 2000조에 달한다. 향후 모든 차량이 전기차로 전환될 예정인데 차량 가격의 40%가 배터리인걸 감안하면 미래 배터리 시장의 규모는 800조 정도로 예상된다. 한국의 2차전지 기업은 LG에너지 솔루션, 삼성SDI, SK온이 있다. 2022년 세계 배터리 시장 점유율은 중국의 CATL가 34.8%, LG에너지 솔루션이 14.4%, SK온이 6.5%, 삼성SDI가 4.9%였다.

 2차전지는 원통형과 각형, 파우치형으로 구분한다. 원통형은 원기둥 모양으로 기존 배터리가 커진 것이다. 사이즈가 규격화하여 대량생산에 유리하다. 하지만 부피당 에너지 밀도가 낮고, 차량 장착을 위해 여러 개를 하나로 묶어야 한다. 테슬라가 사용한다. 각형은 납작하고 각진 상자모양으로 알루미늄 캔으로 배터리를 싸고 있어 견고하다. 하지만 네모진 상자에 원형 배터리를 넣은 것이라 공간이 낭비된다. 제조 공정도 복잡하고, 무겁다. 독일과 일본의 전기차 업체가 사용한다. 파우치형은 얇은 판으로 소재를 층층이 쌓아 내부공간에 빈틈이 없다. 공간활용도도 우수하고 에너지 밀도도 높지만 필름으로 배터리를 싸서 충격에 약하다. 국내 전기차 업체와 미국 포드, GM이 사용한다. 시장 점유율은 각형-파우치-원통형의 순이다. 다만 파우치형이 장점이 커서 급격히 점유율을 확대중이다.

 배터리의 성능을 높이기 위해 양극재는 수급이 불안하고 비싼 코발트 대신 니켈의 비중을 높이고 있으며 음극재는 흑연에서 실리콘으로 바꾸고 있다. 실리콘은 밀도가 10배나 높고 충전 방전 속도도 높지만 부피팽창으로 인해 안전성이 낮다. 그래서 2차 전지 제조사들은 CNT도전재 첨가로 이 문제를 해결해나가고 있다. 리튬이온전지 이후의 전지는 리튬황전지가 될 가능성이 있다. 에너지 밀도가 5배 높기 때문이다. 하지만 안전성이 낮고 수명이 짧으며 황에 의한 부식을 해결해야 한다. 

 전기차는 일반적으로 15만 -20만km를 주행하면 배터리의 성능과 수명이 떨어진다. 전기차 판매량은 2019년 210만대, 2030년 2600만대, 2050년이면 6200만대로 예상된다. 그래서 사용한 전기차가 남길 폐배터리 문제가 수면으로 떠오를 것이다. 폐배터리 시장도 커질 것인데 2050년 600조 규모로 예상된다. 관련 업체가 수혜를 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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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이는 세상은 실재가 아니다 - 카를로 로벨리의 존재론적 물리학 여행
카를로 로벨리 지음, 김정훈 옮김, 이중원 감수 / 쌤앤파커스 / 2018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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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양에서 과학 혁명이 일어난 이후로 우주와 세계를 보는 관점은 혁명적으로 변해왔다. 인간과 지구는 우주에서 상당한 우연으로 생겨난 매우 독특한 존재다. 하지만 이 무한에 가까운 방대한 우주에서 매우 작은 부분에 불과한 곳에서 일시적으로 생겨난 인간 존재가 우주 전체의 원리를 파악해 나간다는 것은 무척 놀라운 일이다. 이 책은 그 놀라운 과정과 최근의 논의를 정리한 책으로 무척 체계적이다. 

 우주와 세계를 파악하는 주요 패러다임의 전환은 뉴턴 역학-패러데이 맥스웰의 전자기학-아인슈타인의 특수상대성 이론과 일반 상대성 이론-양자역학-양자중력이론으로 이어진다. 책에 나온 도식을 정리하면 아래와 같다.


[뉴턴]                 (공간)       (시간)       (입자)


[페러데이, 맥스웰]   (공간)       (시간)       (장)     (입자)


[특수상대성이론]            (시공)              (장)       (입자)


[일반상대성이론]                     (공변장)             (입자)


[양자역학]                   (시공)               (양자장)


[양자중력이론]                         (공변양자장)


 위 도식을 보면 서로 별개의 것으로 바라보았던 공간과 시간, 입자가 결국 원리 상 통일 된 것으로 인식 과정이 변화해나가는 것임을 알 수 있다.   

 뉴턴 역학은 공간과 시간이 존재하고 물질은 원자 같은 작은 입자라는 전제로 만들어졌다. 이는 상당히 정확하고, 오늘날의 거시 세계에서도 사용된다. 뉴턴은 시간이라는 것은 결국 그 자체를 측정할 수 없다는 점에서 문제가 있다고 생각하긴 했지만 넘어갔다. 그리고 뉴턴 물리학에서 속도는 절대적이 아닌 모든 것에 대해 상대적인 것이었다. 

 다음 세대인 맥스웰의 방정식은 빛이 무엇이지 우리에게 말해 주었다. 그는 자신의 방정식에서 역선들이 파도처럼 물결칠 수 있음을 알아내고 그 파동의 움직이는 속도를 계산했다. 그런데 놀랍게도 이것이 빛의 속도와 일치했다. 결국 빛은 전자기파의 주파수였던 것이다. 그리고 맥스웰 방정식은 빛의 속도를 결정했다. 속도가 상대적이라는 개념이 흔들리는 것이었다. 

 아인슈타인은 상대성 이론으로 공간과 시간 개념을 흔들었다. 그는 절대적인 동시성은 없다고 판단했다. 우주는 지금 존재하는 사건들의 집합이 아니고 그래서 우주의 모든 사건들의 집합은 하나의 현자가 다른 현재를 뒤따르는 사건들의 연속으로 기술될 수 없다고 보았다. 사건은 빛으로 전달되는데 빛의 속도 제한으로 사건이 서로 멀리서 일어날 수록 상당히 큰 시간차를 두고 내게 일어나게 된다. 때문에 현재는 상당히 연장된다. 이것이 동시성의 상대성이다. 

 그리고 아인슈타인은 자기장이 전기력과 자기력을 나르는 것처럼 공간도 중력장임을 밝혔다. 공간은 장이기에 물결치고 요동치는데 이로써 공간은 더 이상 물질을 담는 비물질적인 것이 아니라 물질적인 것으로 전환될 수 있었다. 시공의 리만 곡률은 물질의 에너지에 비례하는데 이는 물질이 많은 곳에서 더 많이 휜다는 뜻이다. 그리고 휘는 것은 공간 뿐만 아니라 시간도 마찬가지다. 때문에 시간도 보편적인 것이 아니라 주변의 질량에 따라 늘고 줄고하는 것이 된다. 

 다음으로 양자역학이 등장한다. 양자역학의 기초 아이디어는 세 가지로 입자성, 비결정성, 관계성이다. 양자역학은 아인슈타인의 중요한 생각에서 촉발되었다. 아인슈타인은 브라운운동에서 물질의 입자구조에 대한 증거를 발견했으며 바로 그 가설을 빛에도 적용하여 빛도 입자구조를 가지고 있음을 밝혔다. 즉, 빛을 포함한 모든 사물의 바탕에는 입자성이 있다. 색은 빛의 진동수, 즉 빛을 방추하는 전하들의 진동에 의해 걸정된다. 이 전하는 원자 내부를 도는 전자들이다. 뉴턴 역학에 의하면 전자는 어떤 속도로든 원자 핵 주위를 돌 수 있고 그 어떤 진동수의 빛도 방출이 가능하다. 그러나 실제 원자는 특정색을 지닌다. 이는 그들이 가진 것이 연속이 아닌 불연속적인 특정한 것임을 뜻하는 것이다. 보어는 이를 전자의 에너지가 오직 양자값을 갖는다고 가정하여 해결하였다. 또한 전자도 핵으로부터 특정 궤도에만 존재하고 한 궤도에서 다른 궤도로 움직이는 불연속적인 양자도약만 가능하다고 보았다. 

 양자역학의 입자성은 입자가 특정 값만을 지닌다고 보는 것이다. 이것이 갖는 의미는 한 체계 내에서 존재할 수 있는 정보에는 한계가 있음을 의미하는 것이다. 한 계가 유한하고 그곳의 모든 물질과 에너지가 입자인 양자로 구성되고 그 양자가 불연속적이고 양자화한 특정 값을 갖는다면 당연히 정보는 유한해진다. 때문에 존재할 수 있는 가능한 상태들의 수에는 한계가 있는 것이다.

 비결정성은 장의 양자인 전자나 광자는 공간에서 경로를 따르는 것이 아니라 다른 어떤 것과 충돌할 때 특정시간, 특정장소에 나타날 확실한 예측이 불가능하다. 즉, 모든 변수가 끊임없이 요동치는 것이다. 

 관계성은 양자들이 사물을 있는 그대로 기술하지 않음을 의미한다. 입자가 어디에 있는지 기술하지 않고 입자가 어떻게 다른 것에게 자신을 드러내는지 기술한다. 존재하는 사물은 가능한 상호작용의 세계로 환원된다. 

 양자역학과 상대성이론은 세계를 다른 스케일에서 매우 잘 설명한다. 하지만 양자가 융화되지 않는 부분이 있었다. 중력장은 양자역학을 고려하지 않으며, 장들이 양자화된다는 사실은 고려하지 않고 기술된다. 그리고 양자역학은 시공이 휘어 아인슈타인의 방정식을 따른다는 사실은 고려하지 않고 공식화한다. 즉, 양자역학은 시공의 곡률을 다룰 수 없고, 일반 상대성 이론은 양자를 감안하지 않는다. 

 이는 공간이 무한하여 무한하게 쪼개질 수 있다는 가정에서 비롯되는 문제였다. 하지만 공간은 무한히 쪼개질 수 가 없다. 입자를 아주 작은 영역에 두고 관찰하려고 하면 매우 빠른 속도로 사라진다. 입자가 매우 빠른 속도를 가진다는 것은 매우 큰 에너지를 갖고 있음을 의미하는데 에너지가 큰 것이 있으면 해당 공간은 상대성이론에 의해 휘어지게 된다. 그러면 아주 작은 영역에 매우 큰 에너지가 있어 모든 지역에 블랙홀이 생길 수 있다는 말도  안되는 결론에 이르게 된다. 때문에 입자가 빠르게 움직이더라도 블랙홀로 변하지 않을 만한 최소 공간 크기가 전제될 수 밖에 없으며 이 공간의 최소 크기가 플랑크 길이다. 

 여기서 양자중력이론이 탄생한다. 양자중력의 기본 방적식은 훨러-드위드 방정식에서는 해가 나오는데 이는 닫힌선 또는 루프를 의미한다. 그래서 양자중력이론에서는 모든 것이 양자화하는데 이는 이 선들이 유한한 수의 별개의 가닥을 가진 실제 거미줄과 비슷해진다. 이는 공간 속의 장이 아닌 공간 자체를 이야기하는 것이다. 그래서 이 선들이 만나는 점인 노드가 존재하고 이 노드는 공간의 부피를 의미한다. 선들은 개별 부피를 연결하는 것이다. 각 노드들은 공간을 이루는 기본 양자가 된다. 때문에 공간은 당연히 불연속적인 값을 갖는다. 양자중력이론의 핵심은 공간은 연속적이지 않고 무한이 나눌수 없으며 공간의 원자로 이뤄진다는 것이다. 가장 작은 원자핵읜 10억분의 10억분의 1보다 작다. 

 공간의 양자상태를 기술하는 그래프는 각 노드에 대한 부피와 각 선에 대한 반-정수로 특정지어지는데 이런 그래프를 스핀 네트워크라고 한다. 스핀 네트워크는 중력장의 양자상태를 나타낸다. 공간의 양자들은 어느 공간의 양자와 인접해 있는지 어느 것이 어느 것 옆에 있는지에 대한 정보가 있다. 이 정보는 그래프의 링크로 표현되어 있고 링크로 연결된 두 노드는 인접한 두 공간의 양자다. 

 공간인 스핀 네트워크는 양자역학에 의해 고정적 실체가 아니다. 전 영역에 걸친 확률의 구름이다. 즉, 물리적 공간은 관계망을 통해 끊임없이 몰려드는 관계로 생겨난 조직이다. 이 선들은 그 자체로 어디에도 존재하지 않고 서로 간의 상호작용으로 장소를 만들어낸다. 

 전자는 양자역학에 의해 원자의 핵속으로 추락하지 않는다. 마치 양자가 본성적으로 반발력이 있어 전자가 핵에 너무 가까이 다가올 때 전자를 밀쳐내는 것만 같다. 때문에 양자역학에 의해 우주는 수축으로 인해 한없이 붕괴하지 않는다. 그래서 우리의 우주는 또 다른 우주가 공간과 시간의 확률 속에서 용해되어 있는 이러한 양자적 국면을 거쳐 붕괴한 결과물일지도 모른다.

 특수 상대성 이론은 최대 속도의 존재, 양자역학은 최소 정보의 존재, 양자중력은 최소 길이의 존재를 밝혀냈다. 시간은 공간과 다르게 직접 측정되지 않는데 시간의 단위는 빛이 플랑크 길이를 지나는데 걸리는 시간이라 할 수 있다. 시간의 기원은 열의 기원과 유사하다. 우리는 시간을 주변의 변화로 감지하는데 바로 이 시간의 흐름을 보여주는 현상이 벌어질 때마다 언제나 열이 발생한다. 그리고 열은 많은 변수들을 평균화한 것이다. 열의 개념은 우리가 많은 변수들이 평균량과 상호작용한다는 사실에서 나오며 열의 시간 아이디어도 시간의 개념 또한 우리가 많은 변수들의 평균량과 상호작용한다는 사실에서 나온다는 점에서 착안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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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엔 간신히 100권을 읽었다. 연간 책 100권은 늘 매년 나의 독서 기준이자 목표다. 늘 여러 곳에서 더 읽는 분들을 보며 따라가고자 하지만 나의 현실적 한계는 아무래도 연간 100권 안팎이다. 올해 읽은 책을 정리해보았다.


예술 건축[8권]-컬러의 말, 우리의 첫 미술사 수업, 조선미술관, 유현준의 인문건축기행, 인간다움의 순간들, 위대한 고독의 순간들, 구본준의 마음을 품은 집, 미학수업


사회[17권]-포르노 판타지, 반도체 삼국지, 미스터 프레지던트, 동자동 사람들, 가짜 행복 권하는 사회, 표류하는 세계, GEN Z, 우크라이나 전쟁과 신 세계질서, 검찰국가의 탄생, 대면비대면외면, 있지만 없는 아이들, 실직 도시, 차브, 악을 기념하라, 플랫폼은 안전을 판매하지 않는다, 일하는 딸, 일본이 온다


경영 투자[7권]-기후 위기 부의 대전환, k배터리 레볼루션, 파타고니아, 파도가 칠 때는 서핑을, 위기의 역사, 더 플로, 스포츠 카드


과학[18권]-빛의 물리학, 협력의 유전자, 리 스몰린의 시간의 물리학, 기후미식, 기후위기 인간, 생물은 왜 죽는가, 자신의 존재에 대해 사과하지 말 것, 별 너머에 존재하는 것들, 좋아요는 어떻게 지구를 파괴하는가, 최종경고 6도의 멸종, 문과 남자의 과학 공부, 기후 1.5도 미룰 수 없는 오늘, 뇌 욕망의 비밀을 풀다, 나우 시간의 물리학, 인간의 본능, 판구조론, 뇌는 왜 아름다움에 끌리는가, 아무도 본적 없는 바다


문학[12권]-원청, 쿼런틴, 당신 인생의 이야기, 백조와 박쥐, 매니페스토, 오늘 밤 세계에서 이 사랑이 사라진다 해도, 어딘가 상상도 못할 곳에 수많은 순록 떼가, 신들은 죽음 당하지 않을 것이다, 작별인사, 이토록 평범한 미래, 폴른, 파견자들


교육[20권]-왜 지금 국제바깔로레아인가, 미래학교 수업 생각의 힘 기르기, 다시 그리는 학교 공간, 2022년 이후 한국 교육을 말하다, 교사에게 강요된 침묵, 교사 수업하며 책을 쓰다, 블렌디드 수업디자인, 우리가 교문을 바꿨어요, 챗GPT 교육혁명, 비폭력대화, 그림책으로 펼치는 회복적 생활교육, 학습하는 학교, 미래교육, 학생중심수업을 위한 협력적 수업 설계, 천천히 스미는 독서교육, 진짜 이기적인 교사, 교사 교육과정과 수업디자인, 학습격차를 위한 새로운 도전, AI가 바꾸는 학교수업 쳇GPT활용 교육, 발도르프 학교 수학 수업


역사[5권]-한국 근대사를 꿰뚫는 질문 29, 박시백의 고려사1-4권


인문철학[5권]-현대 철학의 최전선, 문학이 필요한 시간, 줌인 러시아, 회복력 시대, 과자로 맛보는 와삭바삭 프랑스 역사


지리[2권]-심장지대, 러시아 지정학 아틀라스


미래[4권]-로봇의 지배, GPT제너레이션, 미래의 부, 인공지능 시대 돈은 어떤 모습으로 다가오는가


경제[2권]-장하준의 경제학 레시피, 세상 친절한 금리 수업


올해는 작년에 비해 과학책과 사회분야 책을 많이 보았다. 교육은 늘 그렇듯 많이 보았고, 문학은 다소 줄였다. 2023년 본 책 중 가장 인상 깊은 책 10권을 꼽아봤다.


10. K배터리 레볼루션

배터리 산업은 한국의 차세대 먹거리이며 이미 세계 최고 수준이다. 그 배터리의 원리와 경쟁력에 대한 것이다. 저자는 작년 초와 재작년 말 이미 한국 2차 전지 산업 주식투자를 요청했고, 그 말을 따른 자들은 상당한 수익을 얻었을 것이다. 최근 중국의 도전이 무척 크지만 한국 배터리가 향후 반도체 이상으로 한국 경제의 중심을 차지할 것을 강하게 역설한다.



9. 인간다움의 순간들

이진숙의 책이다. 개인적으로 미술사를 서술하는 작가 중 최고봉이라 생각한다. 시대의 미술을 통해 반했는데 이 책은 대충 인상주의 까지를 다룬다. 시대의 미술 만큼은 아니지만 다른 측면, 다른 작가에 집중해 또 다른 저작을 내는게 놀랍다. 






8.위대한 고독의 순간들

인상주의 부터 현대미술 직전까지를 다룬다. 근대 미술을 복잡하게 다루는 만큼 무척 재밌다. 101시리즈는 3권이 마지막으로 현대미술을 다룰 듯 하다. 기다려진다.\







7.유현준의 인문건축기행

               

준의 또 다른 건축책이다. 사실 난 이 책이 그의 책 중 가장 좋았다. 거장들의 다양한 건축물에 대해 그들의 철학과 삶을 잘 담아냈다. 유명 건축물이 생긴 이유와 그 사조에 대해 즐길 수 있다. 강력 추천이다.





6. 악을 기념하라

악을 기념하는 것은 쉽지 않은 문제다. 한국은 일제 강점기, 한국전쟁 등 굴곡진 역사로 국가권력에 의해 자행된 악의 시설이 많다. 이를 잘 보존하고, 기억하는 것은 힘들지만 그것을 방지하기 위한 과업이다. 독일의 훌륭한 사례를 들며 시민사회의 힘이 중요함을 역설한다.




5. 뇌는 왜 아름다움에 끌리는가

진화의 또 다른 촉발 요인인 성선택에 관한 책이다. 동물의 사례가 중심이지만 인간의 사례도 조금은 다루며 재미를 더한다. 생물은 유전자 전달을 위해 태어난 만큼 성선택은 무척 중요하며 강력한 진화유발 요인이다. 체계적으로 정리가 잘 되어 있다. 오래전에 본 연애 이후 상당히 재미난 성선택 진화론 책이다.




4. 뇌 욕망의 비밀을 풀다

책 자체는 나온지 조금 되었으나 진화상 형성된 인간의 감정, 그리고 그 감정은 크게 3가지로 모듈화하고 세분한다. 그리고 그 감정은 인간의 물건 구매와 직결된다. 사람의 성향을 나누어 이를 구분하고 이것이 성별과 나이에 따라 변화해감을 잘 보여주기도 한다. 경영을 하는 사람은 필독서다.




3.우크라이나 전쟁과 신세계질서

이스라엘 하마스 전쟁이 벌어지며 우크라이나 전쟁은 어느새 잊힌 전쟁이 되어가고 있다. 최근 젤렌스키가 무려 40만을 징병한다고 하며 이 전쟁은 벌써 2년차를 맞이하고 있다. 단기전으로 끝날 거랑 예상과 다르게 장기로 이어지고 있고 힘의 균형을 이뤄 양측간 피해가 커지고 있다. 책을 통해 악마화한 러시아와 푸틴, 그리고 선으로 보이는 젤렌스키 진영의 이면을 볼 수 있었다. 다문화 다민족 국가로서의 우크라이나와 나토의 무리한 동진등이 전쟁의 진짜 이면이다. 그걸 알 수 있어서 좋았다.



2. 회복력 시대

기후 위기가 심해지고 있다. 우리의 세계는 다시 회복력 사회로 접어들어 모든 것의 패러다임을 다시 바꿔야 한다는게 저자의 주장이다. 제러미 러프킨은 상당히 종합적인 학자로 모든 것을 꿰고 있단 느낌이 들 때가 있는데 이 책도 그렇다. 작년 엔트로피에 이어 이번 책도 인상깊게 보았다.




1. 리스몰린의 시간의 물리학

우주는 대체 무엇일까. 그것에 대한 어느 정도의 답을 주는 책이다. 아직 모든게 밝혀지지 않아 우주에 대해 갑론을박이 많은데 저자는 우주를 작은 격자가 이어진 구조로 본다. 이 격자로 이산이동을 하기에 원자는 점프를 할 수 밖에 없고, 빛은 유한한 속도를 지니며, 이 격자가 퍼지는 것이 우주의 팽창이다. 시간은 이 격자로 물체가 이동하기에 과정이 생겨 발생하는 부산물 같은 것이다. 무척 재미난 해석이었고 솔직히 충격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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