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이는 세상은 실재가 아니다 - 카를로 로벨리의 존재론적 물리학 여행
카를로 로벨리 지음, 김정훈 옮김, 이중원 감수 / 쌤앤파커스 / 2018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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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양에서 과학 혁명이 일어난 이후로 우주와 세계를 보는 관점은 혁명적으로 변해왔다. 인간과 지구는 우주에서 상당한 우연으로 생겨난 매우 독특한 존재다. 하지만 이 무한에 가까운 방대한 우주에서 매우 작은 부분에 불과한 곳에서 일시적으로 생겨난 인간 존재가 우주 전체의 원리를 파악해 나간다는 것은 무척 놀라운 일이다. 이 책은 그 놀라운 과정과 최근의 논의를 정리한 책으로 무척 체계적이다. 

 우주와 세계를 파악하는 주요 패러다임의 전환은 뉴턴 역학-패러데이 맥스웰의 전자기학-아인슈타인의 특수상대성 이론과 일반 상대성 이론-양자역학-양자중력이론으로 이어진다. 책에 나온 도식을 정리하면 아래와 같다.


[뉴턴]                 (공간)       (시간)       (입자)


[페러데이, 맥스웰]   (공간)       (시간)       (장)     (입자)


[특수상대성이론]            (시공)              (장)       (입자)


[일반상대성이론]                     (공변장)             (입자)


[양자역학]                   (시공)               (양자장)


[양자중력이론]                         (공변양자장)


 위 도식을 보면 서로 별개의 것으로 바라보았던 공간과 시간, 입자가 결국 원리 상 통일 된 것으로 인식 과정이 변화해나가는 것임을 알 수 있다.   

 뉴턴 역학은 공간과 시간이 존재하고 물질은 원자 같은 작은 입자라는 전제로 만들어졌다. 이는 상당히 정확하고, 오늘날의 거시 세계에서도 사용된다. 뉴턴은 시간이라는 것은 결국 그 자체를 측정할 수 없다는 점에서 문제가 있다고 생각하긴 했지만 넘어갔다. 그리고 뉴턴 물리학에서 속도는 절대적이 아닌 모든 것에 대해 상대적인 것이었다. 

 다음 세대인 맥스웰의 방정식은 빛이 무엇이지 우리에게 말해 주었다. 그는 자신의 방정식에서 역선들이 파도처럼 물결칠 수 있음을 알아내고 그 파동의 움직이는 속도를 계산했다. 그런데 놀랍게도 이것이 빛의 속도와 일치했다. 결국 빛은 전자기파의 주파수였던 것이다. 그리고 맥스웰 방정식은 빛의 속도를 결정했다. 속도가 상대적이라는 개념이 흔들리는 것이었다. 

 아인슈타인은 상대성 이론으로 공간과 시간 개념을 흔들었다. 그는 절대적인 동시성은 없다고 판단했다. 우주는 지금 존재하는 사건들의 집합이 아니고 그래서 우주의 모든 사건들의 집합은 하나의 현자가 다른 현재를 뒤따르는 사건들의 연속으로 기술될 수 없다고 보았다. 사건은 빛으로 전달되는데 빛의 속도 제한으로 사건이 서로 멀리서 일어날 수록 상당히 큰 시간차를 두고 내게 일어나게 된다. 때문에 현재는 상당히 연장된다. 이것이 동시성의 상대성이다. 

 그리고 아인슈타인은 자기장이 전기력과 자기력을 나르는 것처럼 공간도 중력장임을 밝혔다. 공간은 장이기에 물결치고 요동치는데 이로써 공간은 더 이상 물질을 담는 비물질적인 것이 아니라 물질적인 것으로 전환될 수 있었다. 시공의 리만 곡률은 물질의 에너지에 비례하는데 이는 물질이 많은 곳에서 더 많이 휜다는 뜻이다. 그리고 휘는 것은 공간 뿐만 아니라 시간도 마찬가지다. 때문에 시간도 보편적인 것이 아니라 주변의 질량에 따라 늘고 줄고하는 것이 된다. 

 다음으로 양자역학이 등장한다. 양자역학의 기초 아이디어는 세 가지로 입자성, 비결정성, 관계성이다. 양자역학은 아인슈타인의 중요한 생각에서 촉발되었다. 아인슈타인은 브라운운동에서 물질의 입자구조에 대한 증거를 발견했으며 바로 그 가설을 빛에도 적용하여 빛도 입자구조를 가지고 있음을 밝혔다. 즉, 빛을 포함한 모든 사물의 바탕에는 입자성이 있다. 색은 빛의 진동수, 즉 빛을 방추하는 전하들의 진동에 의해 걸정된다. 이 전하는 원자 내부를 도는 전자들이다. 뉴턴 역학에 의하면 전자는 어떤 속도로든 원자 핵 주위를 돌 수 있고 그 어떤 진동수의 빛도 방출이 가능하다. 그러나 실제 원자는 특정색을 지닌다. 이는 그들이 가진 것이 연속이 아닌 불연속적인 특정한 것임을 뜻하는 것이다. 보어는 이를 전자의 에너지가 오직 양자값을 갖는다고 가정하여 해결하였다. 또한 전자도 핵으로부터 특정 궤도에만 존재하고 한 궤도에서 다른 궤도로 움직이는 불연속적인 양자도약만 가능하다고 보았다. 

 양자역학의 입자성은 입자가 특정 값만을 지닌다고 보는 것이다. 이것이 갖는 의미는 한 체계 내에서 존재할 수 있는 정보에는 한계가 있음을 의미하는 것이다. 한 계가 유한하고 그곳의 모든 물질과 에너지가 입자인 양자로 구성되고 그 양자가 불연속적이고 양자화한 특정 값을 갖는다면 당연히 정보는 유한해진다. 때문에 존재할 수 있는 가능한 상태들의 수에는 한계가 있는 것이다.

 비결정성은 장의 양자인 전자나 광자는 공간에서 경로를 따르는 것이 아니라 다른 어떤 것과 충돌할 때 특정시간, 특정장소에 나타날 확실한 예측이 불가능하다. 즉, 모든 변수가 끊임없이 요동치는 것이다. 

 관계성은 양자들이 사물을 있는 그대로 기술하지 않음을 의미한다. 입자가 어디에 있는지 기술하지 않고 입자가 어떻게 다른 것에게 자신을 드러내는지 기술한다. 존재하는 사물은 가능한 상호작용의 세계로 환원된다. 

 양자역학과 상대성이론은 세계를 다른 스케일에서 매우 잘 설명한다. 하지만 양자가 융화되지 않는 부분이 있었다. 중력장은 양자역학을 고려하지 않으며, 장들이 양자화된다는 사실은 고려하지 않고 기술된다. 그리고 양자역학은 시공이 휘어 아인슈타인의 방정식을 따른다는 사실은 고려하지 않고 공식화한다. 즉, 양자역학은 시공의 곡률을 다룰 수 없고, 일반 상대성 이론은 양자를 감안하지 않는다. 

 이는 공간이 무한하여 무한하게 쪼개질 수 있다는 가정에서 비롯되는 문제였다. 하지만 공간은 무한히 쪼개질 수 가 없다. 입자를 아주 작은 영역에 두고 관찰하려고 하면 매우 빠른 속도로 사라진다. 입자가 매우 빠른 속도를 가진다는 것은 매우 큰 에너지를 갖고 있음을 의미하는데 에너지가 큰 것이 있으면 해당 공간은 상대성이론에 의해 휘어지게 된다. 그러면 아주 작은 영역에 매우 큰 에너지가 있어 모든 지역에 블랙홀이 생길 수 있다는 말도  안되는 결론에 이르게 된다. 때문에 입자가 빠르게 움직이더라도 블랙홀로 변하지 않을 만한 최소 공간 크기가 전제될 수 밖에 없으며 이 공간의 최소 크기가 플랑크 길이다. 

 여기서 양자중력이론이 탄생한다. 양자중력의 기본 방적식은 훨러-드위드 방정식에서는 해가 나오는데 이는 닫힌선 또는 루프를 의미한다. 그래서 양자중력이론에서는 모든 것이 양자화하는데 이는 이 선들이 유한한 수의 별개의 가닥을 가진 실제 거미줄과 비슷해진다. 이는 공간 속의 장이 아닌 공간 자체를 이야기하는 것이다. 그래서 이 선들이 만나는 점인 노드가 존재하고 이 노드는 공간의 부피를 의미한다. 선들은 개별 부피를 연결하는 것이다. 각 노드들은 공간을 이루는 기본 양자가 된다. 때문에 공간은 당연히 불연속적인 값을 갖는다. 양자중력이론의 핵심은 공간은 연속적이지 않고 무한이 나눌수 없으며 공간의 원자로 이뤄진다는 것이다. 가장 작은 원자핵읜 10억분의 10억분의 1보다 작다. 

 공간의 양자상태를 기술하는 그래프는 각 노드에 대한 부피와 각 선에 대한 반-정수로 특정지어지는데 이런 그래프를 스핀 네트워크라고 한다. 스핀 네트워크는 중력장의 양자상태를 나타낸다. 공간의 양자들은 어느 공간의 양자와 인접해 있는지 어느 것이 어느 것 옆에 있는지에 대한 정보가 있다. 이 정보는 그래프의 링크로 표현되어 있고 링크로 연결된 두 노드는 인접한 두 공간의 양자다. 

 공간인 스핀 네트워크는 양자역학에 의해 고정적 실체가 아니다. 전 영역에 걸친 확률의 구름이다. 즉, 물리적 공간은 관계망을 통해 끊임없이 몰려드는 관계로 생겨난 조직이다. 이 선들은 그 자체로 어디에도 존재하지 않고 서로 간의 상호작용으로 장소를 만들어낸다. 

 전자는 양자역학에 의해 원자의 핵속으로 추락하지 않는다. 마치 양자가 본성적으로 반발력이 있어 전자가 핵에 너무 가까이 다가올 때 전자를 밀쳐내는 것만 같다. 때문에 양자역학에 의해 우주는 수축으로 인해 한없이 붕괴하지 않는다. 그래서 우리의 우주는 또 다른 우주가 공간과 시간의 확률 속에서 용해되어 있는 이러한 양자적 국면을 거쳐 붕괴한 결과물일지도 모른다.

 특수 상대성 이론은 최대 속도의 존재, 양자역학은 최소 정보의 존재, 양자중력은 최소 길이의 존재를 밝혀냈다. 시간은 공간과 다르게 직접 측정되지 않는데 시간의 단위는 빛이 플랑크 길이를 지나는데 걸리는 시간이라 할 수 있다. 시간의 기원은 열의 기원과 유사하다. 우리는 시간을 주변의 변화로 감지하는데 바로 이 시간의 흐름을 보여주는 현상이 벌어질 때마다 언제나 열이 발생한다. 그리고 열은 많은 변수들을 평균화한 것이다. 열의 개념은 우리가 많은 변수들이 평균량과 상호작용한다는 사실에서 나오며 열의 시간 아이디어도 시간의 개념 또한 우리가 많은 변수들의 평균량과 상호작용한다는 사실에서 나온다는 점에서 착안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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