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심의 철학 - 이진우 교수의 공대생을 위한 철학 강의
이진우 지음 / 휴머니스트 / 2017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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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양 철학사를 정리하는 방법엔 여러가지가 있겠지만 이 책은 의심에 초점을 두어 정리한 책이다. 남들은 크게 의식하지 않거나 당연하게 여기는 부분에 대해 문제점을 갖고 자신만의 사상을 만들어간 철학자들이 등장하는데 총 10명이다. 마르크스, 니체, 프로이드, 하이데거, 샤르트르, 비트겐슈타인, 호르크하이머와 아도르노, 벤야민, 포퍼, 아렌트다. 책 자체도 두껍지 않고 한 철학자당 짧게 두 항목정도의 핵심사안만 다루어 이해가 쉽진 않았지만 그래도 재밌는 책이었다. 인상적인 부분만 정리해보았다.

 

1. 마르크스

"자유로운 개인을 탄생시키면서 동시에 사회를 변화시킬 개인의 자유와 역량을 퇴화시키는 것이 현대의 패러독스다."

- 실제로 그렇다. 지금 사회가 딱 그렇지 않은가. 자본주의는 돈과 여가, 상품들을 주지만 딱 그걸로 우리를 노예로 만들고 종속시킨다.

 

"생산력 발전이라는 역사 과정은 마치 생산력을 가장 많이 확장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진 계급을 선택하는 것처럼 보인다."

"그런데 역사발전 과정에서는 지배적인 생산관계가 생산력의 성장에 기여하기 보다는 오히려 장애가 되는 시점이 있다. 이 시기 생산력과 생산관계가 모순으로 치닫고 사회적 혁명의 기준이 싹트게 된다."

- 분배가 안정되고 사회정의가 나름 실현되면서 새로운 왕조가 들어서고, 다시 이 왕조의 지배층에 의해 분배가 뒤틀리고 불의가 커지면서 생산력이 떨어지고, 이로 인해 착취가 더욱 커져 다시금 망해고 새 왕조가 들어서는 중국과 한국의 왕조 교체공식은 이 통찰에 거의 합치한다. 왔다 갔다 하는 면도 있지만 생산력 발전이라는 측면으로 인류가 향해간다는 점도 부인하긴 어렵다.

 

2. 니체

"기독교는 사람들의 신앙을 영원히 유지하기 위해 항상 구체적 현실속의 궁핍과 위기의 비상사태를 만들어낸다."

"현실의 삶을 지옥으로 그려야 사람들은 천국을 기원한다."

"사람들은 허무주의가 기독교의 토대를 허물고 있다고 하지만 니체는 기독교가 허무주의의 근원이라고 단언한다"

"인간은 특정 의도, 의지, 목적의 결과가 아니다. 자신의 존재를 어떤 목적에 전가하는 것은 어처구니 없는 일이다. 목적의 개념은 사실 우리가 고안한 것이며 사실은 없는 것이다"

- 신에게 사망선고를 내린 철학자 답게 종교에 대한 독설이 강하다. 종교가 척박한 현실을 정당화하고 이로 인해 기득권의 유지를 돕는다는 속성에서 위 말은 정말 옳다. 현세가 아름답다고 하는 종교는 아마도 없는 것 같다. 종교의 없음이 사람들에게서 윤리와 존재의 이유를 허문다는 점에서 목표를 상실한 허무주의를 상실한다고 말하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아보인다. 오히려 내적으로 그런 것을 찾을 필요도 없는데 찾으려하고, 그런 것을 받아들일 수 없기에 종교를 찾는 다는 면에서 허무주의에 빠진 사람이 종교를 찾는 것일지도 모른다는 역발상이 맘에 든다.

 인간은 누구에 의해서 만들어진것도 아니고 목적을 스스로 만들어냈다는 발상도 좋다. 하라리가 인류3부작에서 지적해 많은 이들의 고개를 끄덕이게한 허구와 비슷하다고 본다. 삶의 목적, 가치, 등 여러가지는 행복해지고 오래 살기위한 본능을 충족하기 위해 결국 우리가 만든거고 사실 없는 게 맞다.

 

3 . 프로이드

"행복이 영원히 충족되지 않기 때문에 문명이 발전"

"개인은 행복을 추구하기 위해서는 쾌락원칙을 따르나 이 목적을 실현하기 위해서는 인간공동체에 순응해야 한다"

"우리는 진화과정을 통해 너무 행복하지도 불행하지도 않게 만들어졌다"

"프로이트에 세명제"

1. 인생의 목적을 결정하는 것은 쾌락 원칙의 프로그램이다

2. 쾌락 원칙은 행복해지기 위한 프로그램을 우리에게 부과하지만 이 프로그램은 완수될 수 없다

3. 성본능을 목적달성이 금지된 충동으로 바꿈으로써 행복을 찾을 수 있다.

- 인간을 포함한의 목적이 결국 유전자 전달과 그를 위한 성공적 번식과 생존이며 행복은 그 과정에서의 부산물이다. 우리에겐 결코 도달하기 어려운 목표지만. 이 목표에 도달하기 위해 우린 너무 행복해져서도 너무 불행해져서도 안된다. 경주마가 양극단에선 멈출것이기 때문이다. 프로이드는 이를 너무 잘 파악한듯하다. 거기에 인간의 행복이란게 집단 생활을 시작한 시점에선 그리고 협력이 공리를 더욱 크게 한다는 점이 유전자에 반영된 이후로는 인간은 집단을 떠나선 정의되기 어려워졌다.

 프로이드의 세명제는 정말 완벽해 보인다. 세번째 것을 성본능이 아니라 그냥 그것을 포함한 일반적 본능으로 했다면 말이다.

 

4. 아렌트

"경제는 필연성을 해결하고 정치는 자유를 추구한다"

"정치는 난민이나 잉여처럼 사회적으로 배제된 사람들의 삶의 문제를 단순히 행정적 기술적으로 보는 것이 아니다. 이들이 참여할 수 있는 공동세계를 함께 만들어나가는 것이 정치다"

"잉여존재가 즉면한 진정한 위태로움은 경제적 궁핍뿐만 아니라 공동세계를 상실한 무세계성이다"

"제3제국의 악은 대부분 사람들이 그 악을 인식하게 되는 특징을 상실한 것이다"

- 지금은 경제와 정치가 분리되는걸 상상하기 어렵지만 저때만 해도 그리고 좀 전에도 학자들은 둘은 분리해야 마땅하다고 본듯하다. 자본주의가 본격화하며 경제가 정치를 잠식하는 것을 우려했기 때문이다. 현재 거의 모든 국가가 그러하고 경제적 실패는 곧 정권의 상실로 연결된다는 면에서 이런 우려는 타당했다. 그리고 그렇기에 어느 나라건 정치가 잘 안되는건지도 모르겠다.

 사회 소외계층의 경제적으로 가난해질 뿐더러 자신들의 정치적 목소리를 낼 공간, 그리고 정치를 통해 이들이 함께 나아갈 공동공간을 만드는게 중요하다는 주장도 인상적이다. 자본주의가 발달할 수록 이게 안된다. 그리고 역설적으로 경제가 잘 나가다 어려워지면 우경화하여 이게 더욱 안되는 듯 하다.

 아렌트는 아이히만의 재판을 통해 악의 평범성을 발견했다. 정말 극악한 반인권적 행위에 대해 사람들은 국가나 법의 명령, 혹은 그걸 포장한 거짓말로 인해 악함에 대한 민감성을 상실하고 그 행위를 자행한다. 나치뿐만 아니라 우리의 가까운 일본이 그러하다. 그들은 대동아 공영권이란 허황된 주장에 말려 대부분의 국민들이 한국과 중국을 서양으로부터 보호한다는 논리에 묻혀 식민지배와 전쟁에 동조했다. 백여년이 지났고, 민주국가로 탈변했지만 무늬만 그런지라 여전히 자국 보수 우익의 논리에만 몰려 현재 갈등상황의 본질을 보지 못하고 있다. 평범한 악이 되지 않으려면 꾸준히 공부하고 진실을 탐구하는 자세가 필요한 것이다. 하긴 일본 탓만 하기도 그렇다. 우리도 여러번 잘못된 논리에 묻혀 잘못된 정치인을 뽑지 않았는가. 그가 우리 소외계층에게 한짓을 본다면 우리 역시 평범한 악이 된적이 있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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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트] 잠 세트 - 전2권
베르나르 베르베르 지음, 전미연 옮김 / 열린책들 / 2017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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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요즘 며칠을 못잤다. 더우니 게임에 삼매경에 빠져, 하루 밤을 세었다가 낮과 밤이 뒤바뀌어버렸다. 차츰 시차를 회복중인데, 그래서 어제 겨우 2시경에 잠들수 있었다. 휴가가 끝나기전 빨리 회복해야 한다. 이번 읽은 책은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잠과 관련한 소설로 소재도 독특하고 재밌었다. 잠을 못자는 시점에 잠에 관한 소설을 읽으니 남일 같지도 않았다.

 배경은 프랑스로 이 나라가 이리 잠을 못자는줄은 몰랐다. 20명 중 10명가량이 잠을 잘 못자고 상당수는 수면제를 정기 복용한다. 잠은 무려 인생의 삼분지 일을 차지하고, 장기기억의 형성과 창의적인 면, 건강 등 다수의 신체작용과 관련한 다는 점에서 매우 중요하다. 그런데도 우리나 프랑스나 잠을 천시하고 중요시하지 않는다. 너무 많이자면 안좋다는 우화나 동화도 참 많다. 잠을 자주자도 좋고 권장하는 문화적 흔적은 좀처럼 찾기가 어렵다.

 책에 의하면 잠은 5단계다. 잠이들려는 1단계와 얕은 잠의 2단계 느린잠의 3단계 깊은 잠의 4단계다. 꿈은 4단계에서 꾸기 시작하며 5단계에서는 꿈에서 일어나는 문제나 갈등이 해결, 해소된다. 5단계는 역설수면 단계로 잠이 깊어지면서 오히려 각성에 가까운 단계다. 이 단계들은 10에서 50분이 걸리며 깨지 않으면 자는동안 이것들이 계속 반복된다. 책은 여기서 독창적으로 6단계의 잠단계를 설정하며 이게 소설의 단초가 된다.

  6단계는 더욱 각성상태이며 아직 인류는 여기에 도달하지 못했다. 그리고 여기에 도달하려는 프로젝트를 추진하는 사람이 프랑스인 카롤린이다. 카롤린은 의사로 수면전문가다. 그녀의 아들은 자크이고, 남편은 프랑시스 클라인으로 항해사다. 카롤린은 어려서 몽유병으로 큰 상처를 입었는데 소설에 자세히 나오진 않지만 아무래도 남동생을 다치게 한듯하다. 이는 치유되지 않아 카롤린은 커서 아들이 생겨서도 이런 모습을 보인다. 몽유병상태에서 폭식을 하거나 위험한 행동을 하는 것이다.

 남편 프랑시스는 무리한 세계 항해기록에 도전하다 사고로 사망하여 일찍 퇴장하고, 소설은 수면 6단계를 찾아 말레이시아로 까지 떠나는 카롤린과 그녀를 찾아나서는 자크의 이야기로 이어진다. 주제가 워낙 흥미롭다 보니 재밌었다. 지난번 읽었던 고양이에서의 실망을 만회한 느낌. 재밌는 아이디어도 몇개 있었는데 이들은 잠의 6단계에 도달한 후, 사람의 꿈을 이미지와 하는데 성공하고 이를 극장상영하기도 한다. 정말 재밌을 것이다. 시나리오는 엉망일수 있겠지만. 미래 실제 이런 사회가 올수도 있을 것 같다. 사람들이 자신의 재밌고 끔찍하고 야한 꿈을 집에있는 간단한 장치로 영화하해서 스스로 보고 너튜브에 올린다면 얼마나 끔찍하고 재밌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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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을 선택한 남자 스토리콜렉터 66
데이비드 발다치 지음, 이한이 옮김 / 북로드 / 2018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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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데이비드 발다치가 낳은 에이머스 데커의 3번째 시리즈다. 작년에 나왔고, 이 책의 마지막을 봐도 끝날 기미가 보이지 않아 4번째 시리즈도 아마 예약되어 있는듯 하다. 데커는 여전히 과잉기억증후군에 시달?리고 있고, 그 덕에 FBI에서 일한다. 하긴 모든 걸 기억하고 이것을 조합해서 문제를 해결하는 데커라면 굳이 FBI가 아니더라도 어느 직업이든 가능할 것 같긴하다.

 이번 시리즈는 스케일이 커졌다. 1,2편도 개인을 다소 넘어서는 사건이었지만 그래도 개인적인 사건의 범주를 크게 벗어나지 않았다면 3편은 나라전체를 뒤흔드는 사건이다. 물론 처음엔 그런 기미가 전혀 보이질 않았다. 여러 퍼즐을 조합하니 그리되었다는걸 알게되지만.

 데커는 워싱턴 D.C의 FBI의 본부인 후버빌딩으로 출근하고 있었다. 늘 그날 같은 아침이었지만 데커앞의 남자가 갑작스레 총을 뽑았다. 놀라는 사이 남자는 데커 뒤의 여자를 쏘았는데 여자는 즉사한다. 그리고 남자는 데커가 말릴틈도 없이 그대로 자신의 머리에 총을 쏜다. 남자는 그럼에도 살았지만 잠시 연명했을 뿐 아무도 알아듣지 못할 유언을 남기고 죽고만다.

 데커는 자신앞에서 일어난 이 사건을 운명처럼 받아들이는데 뭔가 이상하다. 조사할수록 두 가해자와 피해자는 일면식도 없고 지극히 정상적인 사람들이었다는 것. 가해자인 데브니는 보안 관련 기업을 운영하고 있었고, 딸 넷을 둔 자수성가한 사람이었다. 피해자인 버크셔 역시 대체교사로 근무하면서 호스피스 병원에 봉사활동을 나가는 그런 사람이었던 것이다.

 모두가 가해자인 데브니에게나 만 집중하는 사이 데커는 특유의 감각을 발휘해 버크셔에 집중한다. 버크셔를 알아보니 이 여자 이상한데가 한두군데가 아니었다. 가족도 전혀없었고, 특히 지난 10년 이전의 기록이 전혀 남아있질 않았다. 거기에 봉급이 낮은 교사임에도 최고급 아파트에 고급 승용차를 갖고 있었다. 그럼에도 퍼즐은 쉽게 풀리진 않지만 데커는 자신의 능력을 십분 발휘해 도움을 받아 역시 문제를 해결해 나간다.

 이 시리즈를 3권이나 보게되니 공통점이 보인다.

 우선 데커의 친구가 하나씩 늘어간다는 것이다. 1편에선 데커의 사건에 관심을 보인 재미슨, 2편에서는 사건의 당사자였던 마스 3편에선 DIA요원 브라운 하퍼다. 이렇게 친구가 늘수록 데커는 사회성도 늘어간다. 이번 편에선 가장 인간적인 모습을 보여주는데 주변에 소중한 사람이 생길수록 파괴된 인간성이 회복되는 느낌이다.

 그리고 항상 비가 내린다는 점이다. 오하이오든 앨라배마든 텍사스든 심지어 워싱턴이든 데커가 가는 곳은 항상 비가내린다. 마치 영화세븐같은데 묘한 분위기를 연출하고 그리고 데커가 맑은 날을 싫어하는 점도 작가가 고려한듯 하다. 데커가 맑은 날을 싫어하는 이유는 화창한 날에 딸과 아내 처남이 살해되었기 때문이다.

 다른 공통점은 데커가 사건 해결 국면에서 사실과 가정을 살핀다는 점이다. 앞뒤가 꽉 막힌 상황에서 데커는 사실과 가설을 구분해서 가설을 검토해나간다. 이 과정후에 중대한 국면전환이 있음을 물론이다.

 또 다른 것은 데커가 대화를 하며 우연히 힌트를 얻는 다는 것이다. 교체란 말에 영감을 얻는 식인데 실제 다른 추리물도 그런 장면을 많이 보이기도 하지만 약간 억지스럽기도 하다. 뭐 실제로 그런 일은 충분히 있을 수 있다. 하지만 너무 자주 쓰는 것 같기도 하다.

 마지막은 슬슬 범인이 보인다는 것이다. 1편을 보고 느낀 것이지만 데이비드 발다치는 범인을 뜬금포로 던지지 않는다. 범인은 대개 초반부터 등장하는데 워낙 믿을 만한 인물이거나 슬쩍 지나치는 경우라 범인으로 생각하지 못하게 만든다. 하지만 이들이 결국 범인으로 시리즈에 나오는 경우가 많아 솔직히 2편과 3편에서는 읽으면서 범인을 미리 짐작할 수 있었다. 물론 1편은 패턴을 몰랐으니 당했지만 말이다.

 이번 편은 사실 3작품중 스케일과 규모, 액션면에서는 가장 커졌지만 재미의 밀도는 가장 떨어졌다. 순식간에 100페이지를 순삭하는 몰입도도 사라졌다. 그럼에도 매력적이지만 발다치도 조금지친듯 하다. 이번편이 영화에 가장어울리기도 하는데 그런걸 작가가 노린 것 같기도 하다. 하여튼 반드시 나올게 확실한 4편도 기대해본다. 대커가 연애란걸 하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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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물이라 불린 남자 스토리콜렉터 58
데이비드 발다치 지음, 김지선 옮김 / 북로드 / 2017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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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이 시리즈를 영화로 만든다면 분명 재밌을 것 같다. 아니면 드라마라도. 주인공은 범죄소설에 아주 적합한 캐릭터다. 이름은 에이머스 데커, 경력이 독특하다. 미식축구 선수로 NFL까지 뛰었었으나 잠시였다. 상대편의 태클로 큰 부상을 입었는데 뇌에 충격을 받은 나머지 과잉기억증후군이란것에 걸린다. 쉽게 말해 보고 듣고 경험한 것을 몽땅 기억한다는 의미였다. 좋은 것 같기도 한데, 그렇지 않다. 인간에겐 망각해야할 악몽이나 괴로운 경험이란게 있기 때문이다.

 작년 40도를 넘나드는 여름 이맘때 쯤 추리 소설을 많이 읽었었다. 그때 본게 이 시리즈의 첫번째 책이었고 이번엔 두번째다. 데커는 자기 가족을 살해한 일당을 스스로 검거하고 FBI의 권고로 FBI아 함께 일하게 된다. 데커의 무한 기억에서 나오는 내용의 조합과 관찰력은 FBI로선 놓치기 힘든 재능이었을 것이다. 5명이 팀을 짜 미제 사건을 전담하게 되고, 그 파일을 받게 되지만 데커는 멜빈 마스의 뉴스를 듣고 그 사건에 바로 꽂힌다.

 멜빈 마스와 데커는 사실 인연이 있다. 대학시절 한판 붙었는데 최고 기량을 갖춘 마스가 데커를 연이어 뚫어버린것. 마스는 대학졸업을 앞두고 유수이 프로팀이 노리는 최고의 스타였다. 물론 이건 20년전 이야기다. 하지만 마스는 프로에 입단하지 못한다. 자신의 부모가 살해당하는 사건이 발생했고 자신이 용의자로 지목되었기 때문. 당일 마스의 여자친구와 묶었던 모텔의 직원은 모두 마스에게 불리한 증언을 한다. 거기에 부모 살해에 마스의 산탄총이 사용되었고 심지어 마스의 차안에서 살해된 어머니의 혈흔마저 발견된다.

 마스는 사형을 언도 받고 무려 20년을 복역했다. 왜인지 그 기간동안에도 하루도 운동을 거르지 않았다. 그런던 마스가 사형을 앞둔 날, 갑작스레 몽고메리란 남자가 자신이 진범이라며 자백한다. 몽고메리 역시 사형을 기다리고 있는 사람이었고, 마스와는 일면식도 없었다. 데커는 이 모든 것에서 강한 호기심과 의문을 느낀다. 그리고 동료와 함께 사건에 뛰어든다.

 이 책은 무려 600페이지가 넘는다. 한 사건을 구성하며 이렇게 긴 볼륨을 만들어내는 데이비드 발다치의 능력이 놀랍다. 내용의 질도 일권에 못지 않다. 발다치는 데커 시리즈를 한동안 이어나갈 생각인듯 하다. 3권이 이미 나왔는데 이번에 읽어볼 예정이다. 어떤 내용일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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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motion 2019-07-29 22:56   좋아요 1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데이비드 발다치의 소설 함 읽어보고 싶네요. 닷슈 님께서 간결하고 빠른 템포로 정말 잘 요약해주시니 구미가 당깁니다.^^

닷슈 2019-07-30 10:43   좋아요 0 | URL
보시면 많이 재밌을겁니다
 
도둑의 도시 가이드
제프 마노 지음, 김주양 옮김 / 열림원 / 2018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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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건축하면 당연히 건축가나 예술가가 떠오른다. 하지만 이 책은 도둑을 주제로 건축과 도시를 다룬다. 왜냐하면 도둑이야말로 건축가나 설계가 못지 않고 건물과 도시에 대해 잘 알고 공부하는 집단이기 때문이다. 도둑은 적어도 자기가 털고자 하는 건물의 구조와 설계 및 설비, 보안에 대해 빠삭하게 알아야 한다. 그것도 모자란다. 시간도 중요하다. 같은 경로로 들어가더라도 언제는 되고 언제는 안되기 때문이다. 도시에 대한 것도 중요하다. 절도에 성공했어도 도주에 실패한다면 모든건 물거품이니까. 그래서 건물 인근에 차를 대기는 적합한지. 도망갈 곳은 적당한지. 지하철이나 사람이 많은지는 중요한 조건이 된다.

 이 책은 이런 도둑의 입장에서 목표물인 건물과 도시를 조망한 책이다. 그래서 독특하고 재밌는 지점이 좀 있었다. 재밌는 관점은 도시 설계 자체가 도둑을 양산한다는 관점이다. 도둑입장에서는 분명 털기도 좋고 도망가기에도 좋은 도시란게 있다. 대표적인예가 LA다. LA는 미국에서 두번째로 인구가 많은 도시로 나중에 개발되었기에 광역도로망이 발달했다. 이는 도둑 입장에선 차를 갖고 와서 대고 절도를 한 후, 바로 도망가기에 매우 용이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거기에 일부 은행들은 매우 보안이 허술한 도로변에 위치에 도둑들에게 매우 좋은 먹이감이 되었다. 90년대 LA에서는 매일 45분마다 은행절도가 일어났다고 하니 정말 가관이 아닐수없다. 더 웃긴건 은행측의 대처다. 이 정도면 은행을 옮기거나 보안강화를 고심할만도 한데 면멸히 수지타산을 따지 은행측은 보안요원을 두어 보안을 강화하거나 옮기는 비용보다 절도가 싸다가 판단했다. 자신들의 보안 비용을 어쩌면 경찰, 즉, 일반 시민에 전가한 셈이다.

 또 다른 재밌는 개념은 포획주택이다. 범죄가 많고 나라가 넓어 검거율이 50%에 불과한 미국에서는 포획주택을 이용한 절도범 검거가 가능하다. 일종의 함정수산데 말이다. 포획주택은 우선 절도범의 프로파일링에서 시작한다. 녀석의 동선, 그리고 성향등을 면밀히 검토해 털만한 주택을 만든다. 이 주택은 정말 일반 주택과 똑같아서 절도범은 자신이 잡히고서도 그 이유를 알기 어렵다고 한다. 절도범은 포획주택을 털면서 잡히기도 하고, 혹은 그 과정에서 집에 설치된 다양한 장치에 의해 증거를 다량 남기게 되어 결국 체포된다.

 재밌는(?)절도 사례들도 좀 있다. 한 일당은 수도관을 따라 수km의 땅굴을 파서 은행을 털었다. 그들은 사륜바이크를 이용했는데 긴거리를 이동하고, 훔친 물건을 다시 실어나르기 위함이었다. 절도범은 쓰레기통도 이용한다. 거대한 미국식 쓰레기통이 어느날 한 건물 옆에 등장한다. 이를 신경쓰는 경찰이나 사람은 없다. 그리고 그 쓰레기통안에는 쓰레기 대신 절도범 무리가 매일밤 등장한다. 그들은 쓰레기통에 붙은 건물 벽을 부시기 사작한다. 이 작업은 하루에 끝나는 경우도 있고 수주에 걸친 프로젝트가 되기도 한다. 파낸 흙벽들은 치밀하게 인근 수로로 모두 흘려보내 증거를 남기지 않곤 한다. 또한 건물에 싸인 쓰레기 더미도 절도의 도움이 된다. 그대로 올라간 옥상쪽으로 침입하는 것이다. 어떤 일당은 동료를 캐리나 커다란 박스로 위장해 이용하기도 한다. 한 고급 주택에 고급진 커다란 가구를 배달한다. 당황한 가족에겐 먼 해외의 친척이 유산으로 배송한거라고 한다. 미국은 이민자 국가니 조상중에 하나 그런사람이 있을 법도 하니 먹히나 보다. 하여튼 그 가구에 숨어있던 도둑은 밤에 나와 집을 턴다. 그리고 며칠후 일당이 다시와 택배배송이 잘못된거라고 말하며 가구와 동료 귀중품을 같이 가지고 나간다. 도둑들은 같은 구조를 가진 집들을 선호한다. 아마 미국의 도둑들은 한국에 오면 환호할 것이다. 같은 구주의 아파트 단지와 주택단지가 너무도 많기 때문이다. 하지만 한국이얼마나 도망가기 힘든 나라인지를 깨닫는데는 그리 오래걸리지 않을 것이다.(높은 인구밀도, CCTV, 좁고 꽉찬 도로때문이다.)

 이 책은 흥미롭지만 내용이 깊진 않다. 좀더 구조적이고 학문적인것도 기대했는데 사례중심이기 때문이다. 그래도 더운 여름밤에 가볍게 읽을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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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균호 2019-07-30 12:1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참 흥미로운 책이네요. 참지 못하고 주문했습니다...ㅎㅎ

닷슈 2019-07-30 12: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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