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스터 프레지던트 - 국가 기념식과 대통령 행사 이야기
탁현민 지음 / 메디치미디어 / 202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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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탁현민은 문재인 정부 청와대 의전비서관이다. 직함이 말하듯 청와대 대통령이 참가하는 의전을 담당한 사람인데 아마 역대 의전비서관 중 가장 유명할 것이다. 유독 문재인 정권에 보수야당과 보수언론이 약간의 흠으로도 트집을 많이 잡긴 했지만 의전 자체에 대해서도 시비거리를 많이 만들어내다보니 그 담당자인 비서관도 그 칼끝을 피하기 어려웠기 때문이다. 책에서 밝히듯 탁현민 비서관은 의전으로 인해 고발도 여러 번 당했다고 한다.

 이는 문재인 정부의 의전이 기존 역대정부들과는 많이 달랐기 때문이라 생각한다. 우리 사회 어느 집단이든 우두머리 급들은 어느 정도 의전이란게 필요하고 사실 굳이 필요가 없을 만한 위치도 이런 걸 대놓고 요구하기도 한다. 하지만 이런 의전은 모두 꼰대 의전에 불과하다. 의전의 진정한 의미는 그 사람보다는 그 사람이 한 국가를 대표하거나 한 지역, 한 기업을 대표한다는 차원에서의 존중이며 또는 그 행사 자체에 대한 의미 부여다. 그리고 문재인 정부는 의전에 참여하는 대통령보다는 대통령이 그 행사에 참여하는 이유와 행사의 본질에 집중했다. 여기엔 역사와 민족을 중시하고, 그것을 위해 희생한 진정한 민중을 기리는 의식이 반영되었고 아마도 이것이 본능적으로 그것들과 대척점에 있는 보수 야당과 언론을 건드리지 않았나 싶다. 

 책의 제목은 미스터 프레지던트인데 짙푸른 겉표지와 인주처럼 약간 어두운 붉은색의 속지를 썼다. 책의 겉에도 의전의 느낌을 강조한 셈이다. 프레지던트는 문재인 대통령을 의미하기도 하지만 탁현민 비서관이 활동을 하며 김형석 작곡가와 만들어낸 우리나라 최초의 고유 대통령 음악은 미스터 프레지던트를 의미하기도 한다. 선진사회의 각 나라의 왕이나 지도자들은 고유의 상징적 음악이 있는데 한국은 그런 것이 없다. 탁현민 비서관은 이를 만들어 냈던 것인데 그 스스로 아쉬움을 표했듯 윤석렬 대통령은 취임식에서 위풍당당 행진곡을 썼다. 

 책은 제법 두껍지만 술술 읽힌다. 문재인 정부에서 있었던 수많은 의전 행사들과 그것의 의미와 뒷이야기 어떤 의미를 부여하기 위해 같가지 노력이 들어가고, 누구를 섭외했으며 어떤 논의를 했고 어떤 어려움이 있었는지가 실려있다. 보다보니 무척이나 당연해 보이고 어쩌면 경호만 좀 신경쓰지 않았을까 싶었던 행사들이 상당한 노력과 시행착오로 이뤄졌음을 알 수 있었다.

 탁현민 비서관은 대놓고는 아니지만 문재인 대통령에 대한 이야기도 적잖이 한다. 문재인 대통령은 재임 중 항상 피곤해보였는데 이는 결과는 둘째 치더라도 항상 맡은 바 직무에 많은 힘을 쏟았기 때문으로 보인다. 책에는 대통령이 각국 정상과의 회담에서 이야기를 놓치지 않기 위해 화장실 한 번 다녀오지 않은 이야기, 술을 즐김에도 불구하고 항상 군 통수권자로 최상의 판단을 내리기 위해 술을 일절 입에 대지 않은 이야기 등이 나온다.

 개인적으로 문재인 정부 의전 중 기억에 남는 것은 국군의 날 행사와 트럼프에게 대접한 독도새우, bts의 유엔 연설, 홍범도 장군의 귀환이다. 국군의 날 행사는 매우 파격적이었는데 딱딱한 사열이나 퍼레이드 중심에서 젊은 군인들이 현장에서 축제를 즐기고 싸이의 노래에 맞춰 열기를 뿜어내는 장면이 인상적이었다. 트럼프에게 대접한 독도 새우는 그 자체로 인상적이었으며 책에는 한일관계의 민감성으로 독도 새우를 도화새우라는 이름으로 대접하려다 그대고 갔다고 한다. 항의하는 일본에는 우리가 무엇을 대접할지는 우리가 결정한다라는 말로 일축했다고 한다. bts의 유럽 연설은 그자체로 한국에 영광스러운 일이었지만 유엔 관계자들도 열광했다고 한다. 자신들의 행사에 이렇게 높은 시청률이 나온게 처음이었단다. 그럴만 하다. 홍범도 장군의 귀환도 하나의 명작이었다. 우여곡절끝에 카자흐스탄으로 부터의 송환이 결정되었고, 파묘를 통해 조심스레 묘를 찾아내고 장군이 말년 극장 경비를 맡았던 귀한 서류까지 잘 찾아왔다. 

 홍범도 장군 뿐만 아니라 문재인 정부는 한국전에 사망한 한국군의 유해를 적극적으로 찾아왔는데 북한 장진호 전투에서 사망한 유해들 중 북한에 의해서 미국으로 반환된 것으로 우리가 다시 찾아오는 형식이다. 미국은 한국군이 순식간에 수세에 몰려 급하게 참전하느라 인적구성이 완벽하지 않아 한국인을 차출하여 썼고 이것이 지금 우리가 아는 카투사의 원형이다. 그들이 미군을 따라 북진했다 그 치열했던 겨울 장진호 전투에서 숨을 거둔 것이다.

 책을 보면서 문재인 정부에서 있었던 수 많은 의전 하나하나를 복기하며 재밌게 읽었다. 의외로 많은 의전이 떠올랐는데 그 의미는 내가 그것을 시청했다는 의미이며 국경일마다 채널을 돌리게 만들었던 재미없던 의전이 문재인 정부에서 만큼의 의미있고 재미나고 독특하며 개성있게 연출되었다는 뜻이기도 하다. 소재만큼 독특하고 재미난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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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돌이 2023-03-02 22:12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그 재미없는 의전들을 의미있고 볼만한 것으로 만들어내는데서 탁현민씨 참 탁월한 사람이라는 생각을 내내 했어요. 그런 그의 생각을 읽을 수 있는 책이 흥미롭네요

닷슈 2023-03-03 14:09   좋아요 1 | URL
내 재미난 책입니다.탁현민 비서관은 대단한 사람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