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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실 한구석에서 시작하는 학교 공간혁신 - 학교, 삶과 배움이 조화를 이루는 공간을 디자인하다
한현미 지음 / 맘에드림 / 2021년 6월
평점 :
매우 당연하게도 교육의 방향은 점점 학생이 중심이 되는 쪽으로 가고 있다. 배움중심수업과 학생중심교육과정, 성장중심평가가 이미 많이 논의되었고, 이제 공간도 다루기 시작했다. 공간이 교육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뒤늦게 깨달았기 때문이다.
그동안 학생은 학교교육이 학생을 위해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 주인이 아니었다. 공간 역시 마찬가지였다. 학교건물은 공공기관중 그 건축비가 교도소보다도 낮은 가장 적은 축에 속했으며 구조는 판옵티콘을 빼박았다. 천편일률적인 사각형 건물에 좁고 긴 복도, 가운데 큰 중앙현관은 출입이 금지되거나 상패, 쓸데없는 역대 교장들의 사진이 자리했다. 쉼의 공간은 없었고, 배움과 놀이의 공간도 턱없이 부족했다.
이런 학교공간에 공간주권을 주자는 움직임이 많아지고 있다. 공간주권은 학생들이 학교공간안에서 자신들이 그 공간의 주인이라는 의식을 갖고 능동적으로 살아가며 공간을 주도적으로 구성 및 변화시킬 수 있는 권리다. 단순한 공간 사용자가 아니라 공간의 생산자로의 도약이다. 최근 우리나라의 많은 학교에서 불고 있는 사용자 중심 설계가 이런 예에 해당한다.
사람들은 수업과 교육과정에만 주목하지만 공간이 가진 교육효과도 놀랍다. 어찌보면 당연하다. 회색의 차가운 벽에 차디찬 의자와 불편한 책상에서 공부하는 것과 아늑하고 포근한 분위기이고 바깥엔 자연이 보이는 고급 카페에서 학습하는 것은 상당한 차이를 불러온다. 그래서 카공족이란 것도 생겨난 걸지도 모른다. 집이나 독서실보다 훨씬 편안한 환경이기 때문이다. 영국 34개 학교 학생 751명을 대상으로 한 연구결과 학교공간의 디자인은 학습진도에 영향을 미쳤다. 색상, 선택권, 복잡성, 유연성, 조명, 연결성등의 변수가 학습에 영향을 끼쳤다. 대충 25%정도 학습진도에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조사되었다. 그리고 가장 뛰어난 디자인의 학교교실과 가장 엉망인 디자인의 학교공간에서는 학습진도차가 무려 1년치에 달했다.
이렇게 공간이 학생의 학습에 중요하기에 미래사회 학교공간은 방향성을 가져야 한다. 우선 학교공간은 아이들의 삶을 담아내고 풍요롭게 해야 한다. 단지 학습 공간이 아니라 동아리실, 명상실, 다락방, 알코트, 작업공간, 신체활동공간, 가상체험공간, 중정, 노작공간 등 다양하고 개별적인 학생의 삶을 담아낼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공간은 다양한 배움활동이 가능한 유연한 공간이어야 한다. 하나의 공간에서 다양한 교육활동이 이뤄지도록 유연하게 공간을 구성해야한다는 것이다. 교육이 매우 가변적이기에 필요한 사안이다. 공간은 연결되고 소통할 수 있는 공간이어야 하며 미래 사회를 담아낼 수 있는 공간이어야 한다.
공간을 재구조화하면 흔히 물리적 공간만을 생각한다. 하지만 그 못지 않게 공간의 색상도 매우 중요하다. 학교의 색은 대개 무채색에 천편일률적이다. 거기에 조명마져 모두 같다. 빨간색은 정열의 색이지만 교육엔 좋지 못하다. 빨간색에 노출된 사람들은 뇌에서 감정활동, 기피활동을 하는 우축 전두엽이 활성화된다. 그 결과 긴장하고 학업성취도가 떨어진다. 때문에 교육은 녹색이나 다소 차가운 색이 좋다. 특히, 진하고 어두운 색에 비해 엷고 밝은 연한 색은 인지력이나 운동능력을 섬세하게 해주고 긴장을 떨궈준다. 담록색이나 청록색, 복숭아색이 그렇다. 분홍색은 심장박동을 늦추고 맥박을 낮추며 혈압을 내리고 공격성도 줄여준다. 녹황색, 오렌지색, 하늘색은 학습에 유익하다. 오렌지색은 문제행동의 개선과 사회적 기술을 향상시키며, 파란색은 상상의 세계로 삶을 이끌어 창의성과 상상력에 도움이 된다. 다만 색은 사용자 설계에 있어 비전문가인 교사와 학생 학부모가 생각하고 적용하기 쉽지 않다. 집을 지을때만 봐도 벽의 채색이나 벽지선택에서 작은 조각만을 본 것과 넓은 면을 실제 칠한것은 커다란 차이를 불러온다. 대문에 색의 적용엔 전문가의 손길이 반드시 필요하다.
학교 공간엔 자연이 들어올 필요가 있다. 사람은 가정에서도 누구나 넓은 강과 산세, 혹은 바다나 호수가 보이는 곳이 선호된다. 그리고 부동산 가격에도 이것이 반영된다. 반면 학교건물엔 좀처럼 자연이 없다. 이런 학교공간에 자연을 들이는 방법으로 일단 채 나눔이 있다. 학교 건물은 굳이 규정이 있지 않음에도 건폐율이 낮다. 즉, 넓은 대지를 가짐에도 건물이 적단 이야기다. 넓은 대지를 자연이나 정원, 다양한 공간으로 활용하면 모르겠지만 그저 넓은 운동장로 방치할 뿐이다.게다가 그 운동장의 활용도도 그리 높지 않다. 채나눔은 건물을 단층으로 여러개를 지어 건물 상호간의 이동상황을 높이고 이를 통해 자연접근성을 높이는 개념이다.
자연을 들이는 다른 방법으론 창문이 있다. 학교의 창문은 역시 어디나 천편일률적이다. 창문은 햇살과 바람을 들이는 것으로 심리적 편안함을 준다. 출입이 가능할 정도로 큰 대형소제창을 폴딩도어 형태로 여러 건물에 설치하면 공간의 다양함은 물론 개방성을 높여준다. 특히 건물 한 면 전체를 투명한 창으로 구성하면 답답함이 크게 줄어들고 채광이 좋아진다.
테라스나 베란다 등을 설치하는 것도 방법이다. 학교의 중앙현관은 앞으로 돌출되었는데 그 위의 넓은 공간이 항상 죽어있다. 중앙현관과 연결된 2층 벽면을 터서 이곳을 베란다로 만들면 매우 좋은 휴식 공간이 된다. 또한 1층의 교실이 한 벽면이 폴딩도어로 되면 야외 운동장이나 정원과 바로 연결되어 자연을 끌어들이고 학교공간을 가변적으로 하는데 큰 도움이 된다.
학교의 복도도 고려해야 한다. 지금의 복도는 매우 좁고 길어 수업으로 지친 아이들이 머물만한 공간이 되지 못한다. 너무 좁아 다른 사람의 통로를 막기 쉽기 때문이다. 미래학교의 복도는 단순한 이동기능을 넘어서 아이들이 서로 소통하고 뛰놀며 쉬고, 서로 가르치고 배우는 공간이 되어야 한다. 층마다 공간을 다양한 컨셉으로 다양하게 하기도 하고 신축이라면 복도공간을 넓게 해서 다양하게 구성할수도 있다.
한국 학교의 놀이터는 3S로 대표된다. seesaw. slide, swing, 즉, 시소, 미끌럼틀, 그네다. 한국은 유독 안전에 유난을 떠는 편이라 어른들이 아이들에게 작은 위험조차 허용하지 않는다. 땅에 붙어있는 1층 정자에서도 아이들이 떨어질 수 있다고 안전조치를 하라고 난리치는게 한국의 부모다. 하지만 유럽의 좋은 놀이터는 그렇지 않다. 적절히 위험하고 무정형이어서 아이들이 자신의 한계를 시험하고, 새롭게 창의적인 놀이를 하며 도전하는게 그들의 놀이터다. 게다가 역설적으로 그들은 그런 놀이터가 안전하다고 말하며 실제 안전사고 발생비율도 낮다.
좋은 놀이터의 조건은 다음과 같다. 놀고 싶은 분위기에 기분이 좋아지고 머물고 싶은 마음이 드는 곳, 새로운 것을 발견할 수 있는 가능성이 있고 찾는 이에게 완전 개방된 곳, 인식 제어 조종할 수 있는 적절한 위험이 있는 곳, 다양한 분위기, 관심, 욕구에 맞춰 다양한 가능성을 제공하는 곳이다. 때문에 새로운 학교의 놀이터는 이런 요소를 갖춘 무정형이면서도 다양한 놀이가 가능하고 개방적이며 다소의 위험요소를 갖춘 곳이 좋다.
마지막으로 위와 같은 학교 공간을 혁신하는 절차다.
1. 설문조사하기
공간 사용자를 대상으로 공간에 대해 어떤 느낌이 드는지 어떤 생각이 드는지 설문조사한다. 공간에 대한 이아들의 감정, 느낌 정도를 미리 파악해두어 공간혁신의 방향을 잡는 것이다.
2. 공간 관찰하기
실제 활동 모습을 보며 불편한 사항, 자주가는 공간을 관찰하는 것이다.
3. 바꾸고 싶은 공간 결정하기
4. 공간 체험하기
이 단계에서는 막연한 생각을 구체화하기 위해 실제 공간 혁신이 이뤄진 다양한 장소를 방문하는 것이다. 공간재구조화를 실시한 학교뿐만 아니라 인근의 잘 디자이된 상가나 건물, 도서관, 카페등을 방문하여 영감을 얻는 단계다.
5. 상상하고 표현하기
6. 설계 및 시공하기
7. 이름 짓기과 규칙짓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