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친코 2
이민진 지음, 이미정 옮김 / 문학사상 / 2018년 3월
평점 :
구판절판


 파친코는 일본의 도박기계다. 사실 일본에서는 도박기계라는 용어가 무색하게 상당히 많은 사람들이 애용한다. 한국으로 따진다면 그냥 PC방에 있는 컴퓨터 수준이다. 소설 파친코는 제목이 파친코이면서도 1권까지는 파친코를 거의 다루지 않았다. 하지만 2권을 보면 파친코가 인물들에게 미치는 영향이 본격적으로 등장하면서 그래서 제목이 이럴수 밖에 없었구나라는 생각이 든다.

 2권은 1권에 이어 1950년부터 1989년까지의 시기를 다룬다. 1989년은 일본이 전후 강력한 경제성장을 끝마치고 잃어버린 20년으로 들어가는 시작점의 시기다. 그래서 이 시기까지 자른게 아닌가라는 생각이 든다. 그리고 아마 여기서 다 나아갔다면 재일교포세대가 더욱 길어지면서 일제강점기와 한국과의 정서적 거리가 더는 다루기 힘들정도로 멀어졌을 것이다. 

 책은 의외로 한국전은 그냥 넘어가버린다. 1953년이 등장하고 노아와 모자수가 제법 컸다. 요셉은 나가사키에서 일하다 원폭당시 벙커에 숨어있어 무사했지만 너무 빨리 나오는 바람에 몸에 큰 화상을 입어 자리에 눕게된다. 이 때부터 요셉은 집안의 짐이 되어버리고 만다. 다른 식구들은 고통을 겪는 요셉의 비싼 약값에 학업이 뛰어난 노아의 학비를 대기위해 동분서주하게 된다. 

 1권에서의 김치만들기는 더는 하기가 힘들어져서 양진과, 경희, 선자는 설탕과자 가게를 운영한다. 어려운 형편에 노아는 학비와 생활비를 보태기 위해 학업을 병행하면서도 경리일도 담당한다. 일본어가 뛰어나고 셈도 우수해 쓸만한 경리가 된다. 모자수는 아버지 이삭과는 다르게 거칠었다. 자신을 조선인이라고 무시하는 일본녀석들은 무조건 두들겨줬다. 이로 인해 선자와 경희가 곤란한 경우가 많았지만 싸움이 절대 모자수의 잘못으로 일어나는 경우가 없었기에 모자수를 나무랄수만은 없었다. 모자수는 왕따를 당하던 하루키를 돕고 둘은 친구가 된다. 하루키는 엄마가 도토야마라는 사람으로 옷을 만드는 솜씨가 뛰어났고, 장애를 가진 동생이 있었다. 

 노아는 어려운 가정형편으로 재수를 하긴 했지만 와세다에 입학한다. 그리고 선자의 만류에도 한수는 노아에게 접근해 조선인을 돕는다는 핑계로 노아의 학비와 생활비를 부담한다. 선자는 어려운 형편에 이 제안을 거절하지 못한다. 노아는 대학생활을 하며 요리코란 여자를 만나게 된다. 요리코는 매우 자유분방했고 일본인의 조선인에 대한 차별도 싫어했다. 일본이란 나라 자체를 싫어하는 것 같기도 했다. 노아는 그녀와 사랑에 빠지지만 요리코로 인해 한수가 자신의 아버지임을 알게되고 자신을 사랑한다기보다는 일본인이 아닌 자유롭고 개방적인 이상적 외국인 상을 자신에게 찾는 것 같은 요리코와 헤어진다. 노아는 한수가 아버지임을 알게되고 충격에 빠져 가족 모두에게 강한 배신감을 느끼게 된다. 야쿠자인 한수의 더러운 피가 자신의 몸에 흐름과 동시에 아버지라 생각했던 이삭처럼 살고자 했던 노아는 충격을 감당하지 못하고 와세다를 그만두고 나가노로 떠나버린다. 노아는 나가노에서 자신이 조선인임을 숨기고 파친코 업체에 취직한다. 모든 능력이 뛰어난 노아가 중역이 되는건 시간문제였다. 그리고 노아는 일본인처와 결혼하여 자녀를 4이나 두게 된다.

 모자수는 형이 와세다로 떠나자 답답한 학교를 그만둔다. 생활고로 인해 모자수도 돈을 벌게 된 것. 조선인인 고로사장의 눈에 들어 모자수는 파친코업체에서 일하게 된다. 고로사장은 일을 잘하는 모자수에게 7번째 업체의 경영을 맡기고 이에 걸맞는 옷을 해주로 하루키의 엄마 옷사게를 찾는다. 거기서 만난 조선인 유미에게 반해 모자수는 결혼을 하게 된다. 여러 차례의 유산 끝에 유미가 임신기간 내내 누워있으며 어렵게 얻은 아이가 솔로몬이다. 하지만  솔로몬이 경우 3살때 유미는 교통사고로 솔로몬을 보호하다 죽는다. 그리고 모자수는 승승장구해 거부가 된다. 요셉도 죽고, 양진과 경희, 선자는 더 이상 설탕가게 과자를 할 필요가 없어졌다.

 그리고 세월이 흘러 양진이 죽는다. 장례식엔 모처럼 한수가 선자를 찾는다. 그리고 마침내 노아를 찾았음을 밝힌다. 노아가 와세다를 그만두고 잠적한지 무려 11년만이었다. 둘은 노아를 찾고 노아는 의외로 그들을 반갑게 맞는다. 그리고 다시 찾아뵙겠다는 노아의 말에 선자는 안신하지만 실수였다. 노아는 바로 자살하며 생을 마감한다. 사실 책에게 가장 이해가 안가는 대목이었다. 오랜 세월이 흐르고 자신도 아버지가 되었는데 이것이 자살할만한 일이었을까. 모자수는 야스코라는 일본인 여자를 만나는데 그녀에겐 하나라는 딸이 있었다. 하나는 야스코의 거듭된 바람으로 파탄난 가정에서 자라나 엄마를 닮아 무척 매력적이었지만 정신적으로 불안했다. 솔로몬은 하나에게 반해 사랑에 빠지지만 하나는 솔로몬를 떠나버리고 솔로몬도 미국으로 유학을 간다.

 솔로몬은 성인이 되어 돌아오고 한수, 경희, 선자는 이미 70대 이상에 접어들었다. 1989년이었다. 솔로몬은 한국계 미국인인 피비를 데려온다. 솔로몬은 피비와 처음에 결혼할 생각이었지만 이상하게도 그렇게 하지 못한다. 피비는 완전히 미국인이 되어버린 자신의 가정과는 다르게 조선인의 느낌이 많이 남아있는 솔로몬의 집을 좋아한다. 피비는 일본에 살지도 않고 어려서 미국에 갔음에도 일본을 싫어한다. 전쟁의 과오를 인정하지 않고 이미 일본에서 태어나 일본인이나 다름없는 솔로문이 외국인으로 3년마다 등록해야하는 것을 받아들이지 못한다. 한편 솔로몬은 그렇지 않다. 그는 일본인중 좋아하는 사람도 많았고, 나쁜 사람도 많았지만 그건 조선인도 마찬가지라 생각했다. 부유했기에 일본에서 살아가는 것도 큰 문제가 아니었다. 하지만 일본인처럼 살듯했던 솔로몬에게 사건이 발생한다. 회사에서 일하던 중 일본인 상사의 부탁을 받고 부동산 매도를 설득하는 과정에서 아버지와 고로아저씨의 도움을 받았는데 그것이 야쿠자의 소행이라 생각하고 매도자가 사망한 일을 의심한 상사에 의해 부당해고 되고 만 것. 

 이 일로 솔로몬은 피비와도 헤어지고 자신의 정체성이 흔들리는 경험을 한다. 놀랍게도 아니면 당연하게도 솔로몬이 선택한 것은 재취업도 미국으로 향하는 것도 아닌 파친코 사업을 아버지에게 물려받는 것이었다. 어쩌면 첫 세대인 한수에 이어 아들세대인 노아와 모자수에 이어 삼세대인 솔로몬도 일본에서 살아가는 길로 파친코를 택한 것이다. 그리고 이렇게 소설은 끝이 아닌 끝을 맺는다. 

 책은 조선에서 김훈과 양진의 첫 세대, 그리고 자녀이면서 일본으로 건나간 선자와 한수, 백이삭, 요셉, 경희의 이 세대, 일본에서 태어난 노아와 모자수의 삼 세대, 그리고 솔로몬 4세대를 다룬다. 일본에서 태어난 삼 세대부터 조선어를 쓰기보단 일본어를 많이 쓰고 정체성에 혼돈을 보이며 자신이 차별받는 것을 잘 이해하지 못하는 모습을 보인다. 일본사회에서 부모가 조선인일뿐 일본에서 태어나 일본문화에서 자라났지만 외국인으로 생활해야하고 차별은 물론 제대로 된 직장에도 거의 취업하지 못하기에 가난을 피하려면 그들에게 선택지는 어쩌면 파친코였을 뿐이란 생각이다. 일본에서 파친코는 수천만이 즐기면서도 부정적 이미지가 있다. 마치 중세 유럽인이 부정하다 생각한 은행업과 고리대업을 유대인에게만 허용한 것과 비슷한 느낌이다. 부유하게 자라났으며 외국인 학교에서 공부하고 유학까지 마친 4세대인 솔로몬 마져 파친코에 들어서게 되는 것은 어쩌면 해결되지 못한 일본사회에서의 재일교포문제와 조선인으로서의 그들의 부인할수 없는 정체성을 보여주는 모습같단 생각이다. 

 소설 파친코는 시대적 비판을 강하게 하진 않는다. 시대의 아픔을 적절히 드러내면서도 자신들의 운신과 운명을 좌우하는 시대의 격랑속에서도 개인의 삶을 살아가는 개인을 더 크게 조명한다. 어떤 시대든 삶은 살아내는 것은 결국 개인이기 때문이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끝내는 것 같은 느낌이 안들어 더욱 여운이 깊게 남는 소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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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돌이 2021-08-06 16:47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재일교포문제는 항상 책임을 느끼게 하는 분야입니다. 대한민국정부 수립 후 이승만이 일본과 단교를 해버리면서 너무 많은 사람들이 해방된 고향에 돌아오지 못하고, 적국에 남게된 마음이 어땠을까? 그리고 그들이 살아가는 방법이 사실상 파친코 외에는 거의 없었다는걸 알면 더 마음이 아프네요. 닷슈님 글에서 그들의 상황을 좀 더 알게 됩니다.

닷슈 2021-08-06 21:55   좋아요 1 | URL
책에서도 교포 2-3세대들의 고민이 묻어납니다. 한국에도 가봤다고 하는데 거기서도 자신은 일본인일 뿐이라고 하더군요. 조선말을 잘 못하는 어설픈 조선인이나 한국인으로 관광다니는 것 보다 오히려 일본인 관광객으로써 일본어만 쓰면서 다니는게 더 편하답니다. 한국에서는 일본인이고 일본에선 조선인일 수밖 없었던게 현실이었겠죠.

붕붕툐툐 2021-08-06 22:42   좋아요 0 | URL
바람돌이님 말씀에 완전 공감합니다.

초란공 2021-08-06 17:34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이민진 작가 재일조선인과 인터뷰하면서 이들이 스스로 희생자라고 생각하지 않는다는 걸 깨닫고 글을 다시 썼다고 했던 것 같습니다. 오랜 시간에 걸쳐서 독자에게 강요하지 않고 세심하게 보여주려고 노력한 작업이라고 느꼈습니다. 잘 읽었습니다~~

닷슈 2021-08-06 21:56   좋아요 2 | URL
그런 언급이 책 말미의 작가의 말에 나오더군요. 그래서 더 좋은 작품이 되었다고 생각하고 그런 강렬한 첫 문장을 남길 수 있었던 것도 그 때문인듯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