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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국의 시간 - 아픔과 진실 말하지 못한 생각
조국 지음 / 한길사 / 2021년 5월
평점 :
문재인 정부가 가장 후회하고 있는 것이 있다면 첫째 집값을 잡을 충분한 의지를 보여주지 못했다는 것과 둘째는 윤석열을 검찰총장으로 임명한 것일 것이다. 문재인 정부가 가장 공을 들였던 북한과의 평화협상이 미국에 의해 깨진 후, 정권은 검찰개혁에 총력을 기울였다. 그 청사진은 조국 법무장관 임명과 윤석열 검찰총장 임명이다.
당시만 해도 윤석열은 박근혜, 최서원 국정농단 사건을 조사한 검사로 인상깊었다. 하지만 윤석열을 임명하는 시점에 이미 여권 내부에선 우려도 상당했다고 한다. 검찰주의자임이 이미 여러차례의 언행을 통해 판명나고 있었고, 과거 이명박 BK사건을 제대로 수사하지 않은 검사로써 정의감도 의심스러웠다. 하지만 임명을 강했했고 조국 전 장관은 책을 통해 이 부분이 무척 휘회스럽다고 밝히고 있다.
조국이 책을 낸 것은 자신의 목소리를 내기 위해서다. 자신이 법무부장관으로 지목되자 이미 낌새를 채고 있던 검찰은 전방위적인 수사를 해서 온가족을 그리고 관련 직장과 지인들을 압수수색했고, 거리낌없이 피의사실을 언론에 흘려 심지어 검찰수사가 이뤄지기도전에 뉴스보다가 되는 공격을 감행했다. 검찰이 흘리고, 여론이 이를 받고, 정치권과 보수단체가 문제화하는 악순환 구조를 통해 조국관련 뉴스는 100만건을 넘어섰다.
정작 조국 자신은 대부분의 사안이 무혐의로 기소조차 되지 않았지만 먼지털이식 저인망수사에서 그의 동생과 아내, 딸이 희생되었다. 더군다나 최서원의 경우처럼 한국인 입시문제에 매우 민감하여 표창장 위조협의와 딸의 인턴과정참여여부, 봉사시간은 상당히 첨예한 문제가 되었다. 검찰은 이 혐의로 무려 7년을 구형했다. 당시 뉴스를 보며 형량에 적잖이 놀랐다. 이게 7년 구형할 일인가? 우리나라의 경우 살인죄의 경우 최소 5년인걸 감안하면 이는 가장 너그러운 살인의 경우보다 쎄게 형량을 때린 셈이다. 참고로 작년쯤 응급실로 향하던 사설 구급차를 한 택시기사가 자신의 운전을 방해했단 이유로 자기가 감히 책임지겠다며 그 길을 막은 적이 있는데 이 사건에 대해서 검찰이 구형한 형량도 7년이다.
하여튼 책을 통해 조국 전 장관은 자신이 당한 억울한 일에 대한 충분한 소명과 자신과 가족을 향하던 검찰과 언론, 보수정당의 무자비한 공격에 대해 성토한다. 그 와중에서도 짧은 장관직을 수행하던 중 몇가지 개선사항도 제시했는데 심야수사와 포토라인, 피의사실 공표금지다. 이 세가지는 모두 피의자의 인권을 크게 침해하는 것으로 반면 검찰에겐 매우 유리한 사안이었다. 한국에서 검찰의 조사는 재판에서 상당한 영향력을 갖는데 심야수사로 밤새 사람을 괴롭히고 피의사실 공표로 언론을 통해 피의자를 범죄자로 기정사실화해버리고, 포토라인을 통해 전국민 앞에 세워 망신살을 뻗치게 하면 피의자를 대개 검사와의 대면과정에서 무너지게 된다. 이를 통해 검사는 유리하게 조서를 작성할수 있었고 놀랍게도 얼마전까지 검사앞에서 한 증언은 바로 증거가 되어버렸었다.
조국 전 장관은 윤석열을 필두로한 검찰개혁 반대를 처음엔 택군의 상황으로 보았다. 윤석렬과 보수정당, 보수언론은 검찰개혁을 앞둔 상황에서 총선 승리를 자신했다. 때문에 검찰개혁 반대를 통해 여당의 아픈 부분을 찌르며 총선 승리를 통해 대통령 탄핵까지 염두에 두었던 것으로 파악했다. 그리고 유시민 사건등 여러 사건의 정황상 이를 설득력이 있다. 그런데 총선에서 야당이 참패하자 택군이 힘들어졌다. 그리고 검찰개혁을 반대하는 상황에서 힘을 되자 급기야는 킹메이커를 넘어서 자신이 킹이 되는 것까지 결심한 것으로 파악한다. 상당히 개연성이 있다.
이는 설사 윤석렬이 정의롭다해도 매우 위험한 상황인데 책은 브라질의 예를 든다. 브라질은 룰라대통령과 그 후임대통령이 브라질 모루 검사에 의해 무너졌다. 무리한 기소와 정치적 수사를 했는데 룰라는 결국 대법원에서 무죄처분을 받지만 이미 그의 정치적 기반은 무너졌다. 반면 모루와 검찰측은 정권을 잡았다. 수사를 할수 있는 권력을 통해 정권을 잡은 셈인데 우리나라 역시 윤석열이 집권한다면 비슷한 상황이 되는 것으로 책은 말한다.
책은 검찰의 선택적 수사와 선택적 정의, 살아있는 권력에 대한 수사에 대해 강력 비판한다. 조국일가에 대해선 먼지털이식 수사를 했으면서도 학점이 최하점에서 최고등급으로 열차례나 상향된 나경원의 문제, 그리고 윤석열 자신의 처가 문제에 대해선 검찰이 이렇다할 수사조차 하지 않고 묻어버리는 것에 대해서다. 살아있는 권력도 마찬가지다. 검찰은 자신들을 옹호하고 출세의 밑거름이 되주면서도 적극적으로 권력 유지를 위해 검찰을 이용하는 보수정권에 대해서는 순응한다. 하지만 정치적 중립성을 지켜주고 수사에 개입하지 않지만 검찰개혁을 하려고 하는 진보정권에 대해서는 살아있는 정권에 대해서 가혹하게 수사한다. 이러면서 검찰은 진보정권일때만 자신들이 살아있는 권력에 대해서도 수사한다며 그 중립성을 방패로 내세워 검찰개혁에 저항한다. 상당히 편파적이라고 할 수 있다.
애초에 검찰이 수사권과 기소권을 모두 갖고 있는 것이 공정하지 못하고 검찰을 망친 셈이다. 자신은 정치적 적과 방해세력에 대해 마음껏 수사를 할수 있으면서 자신들은 그로부터 안전하다면 이보다 공정하지 못한 게임이 어디있을까. 책은 이런 점을 비판한다. 그래서 사람들은 말하는 것 같다. 윤석열이든 혹은 보수정권의 누구든 조국만큼만 수사해보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