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리소설가의 살인사건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민경욱 옮김 / ㈜소미미디어 / 2024년 7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더워서 계속 히가시노 게이고의 소설을 보고 있다. 책은 읽고 싶고, 머리는 많이 쓰고 싶지 않고, 스트레스를 받고 싶지 않을 때 추리 소설은 정말 좋다고 생각한다. 이번 책도 별 생각 없이 잡았는데 책이 나온 시점이 10년도 더 전이었다. 다만 한국에 최근 출간되었을 뿐이다. 책의 형식도 독특했다. 단편 모음집이다. 그런데 그 단편 하나하나가 모두 소설가와 관련한 일이다. 그래서 색다른 재미를 주었다.

 한 이야기는 출판사의 편집자 4인이 한 유명 작가의 초대를 받으며 시작된다. 이들은 같은 차로 소설가의 집으로 향한다. 소설가는 이들 4인에게 거의 모두 출간을 어느 정도 허락한 상태인데 안 그래도 출판업계가 어려워 편집자들은 애가 탄다. 집에 도착하자 작가의 나이 어린 비서가 이들은 맞이한다. 작가의 아내는 최근 죽었다. 작가는 자신이 쓴 소설의 대목을 던지며 범인을 추리해내라고 한다. 시간은 겨우 하루다. 그 안에 맞춰야만 작가의 새 추리 소설 출간이 가능해진다. 물론 결론은 어이없게 이어진다.

 다른 이야기는 고령화와 관련한다. 또 한 편집자가 추리 소설 작가를 만난다. 작가는 90대로 워낙 고령이다. 오래전부터 사람들은 책을 읽지 않기 시작했고, 과거 형성되었던 종이 책 독자들이 그대로 고령이 되었다. 작가 역시 새롭게 공급되지 않아 그 전의 작가들이 고령이 되어서도 활약하는 형국이다. 그러다 보니 90대 작가가 아직도 추리 소설을 쓰고 있다. 편집자는 그의 글을 받자 기가 막힌다. 배경도 너무 옛날인데다 작가가 치매라도 왔는지 내용이 도무지 뒤죽 박죽이고 엉망이다. 편집자는 이런 노환 작가의 글을 받아 거의 본인이 다시쓰다 싶이 한다. 이런 세태가 무척 아쉬운 편집자는 본인 역시 남들이 일선에 있기는 늙었다 타박하는 70대란게 반전이다.

 또 다른 이야기는 마치 지금의 인공지능 사태를 예견한 듯한 글이다. 한 추리 소설 비평가가 있다. 그는 많은 소설을 읽고 비평을 해야 한다. 생활을 위해서는 많은 글을 읽어야 하는데 이게 버겁다. 그러던 그에게 한 사람이 찾아와 기계를 소개한다. 이 기계는 소설을 순식간에 읽고 내용을 요약 정리해줬다. 이것만 보고 비평을 써도 무척 편안해졌다. 여기까진 무료였다. 그러자 판매원은 다시 찾아와 이젠 아예 비평까지 써주는 업그레이드 버전을 추천한다. 이건 제법 비쌌다. 하지만 한 번 맛을 들이자 헤어 날 올 수 없었다. 그렇게 편하게 비평을 쓰던 그에게 한 가지 문제가 생긴다. 출판계 관련자가 다른 사람의 비평이 매우 유사하다고 지적한 것. 그는 대충 둘러댔으나 그 역시 같은 기계를 구입한게 틀림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세금과 관련한 이야기도 재밌었다. 그다지 유명하지 않던 소설가가 특별한 한 해 대박 작품을 터뜨려 제법 괜찮은 소득을 얻었다. 문제는 그 동안 생각지 못했던 세금이다. 번 돈을 마구 썼지만 소득이 커져서 세금도 만만치 않아졌기 때문이다. 세금을 공제 처리 하기 위해 세무사 친구와 상담한다. 친구가 제시한 답은 공제처리 되기 위해서는 산 물건이나 여행이 모두 소설에 등장해야 한다는 것. 그래서 그 때부터 그의 소설은 배경과 쓸데없는 장면이 마구잡이로 등장하며 기상천외해진다.

 분량을 늘리는 소설 부분도 그렇다. 한 소설가가 원고지 800매 분량의 소설을 집필한다. 그는 아직까지 이렇다 할 인기를 끌지 못했다. 그래서 이번 소설을 그에게 중요했다. 그러자 편집자는 이 소설을 1000매도 아니고 무려 2000매 분량으로 늘리자고 한다. 작가는 불가능하다 생각했지만 그가 방향을 알려주자 이게 가능해진다. 등장인물이나 배경에 대한 쓸데없는 살을 붙이는 것이다. 작가는 이러면 소설이 늘어진다고 싫어했지만 이미 독자들은 같은 값이라면 긴 소설을 선호하는 상황이었다. 이런 식으로 그는 소설을 늘리고 그 덕에 제법 책이 팔리게 된다. 기가 막힌 상황이었지만 서점에 나가보니 정말 다른 소설들도 그런 식으로 글밥을 늘린 상태였고, 자신은 오히려 책이 얇은 형편이었다. 원래도로 800매자리 책이었다면 주목조차 받지 못한 지경이었다.

 이렇게 책은 소설가만이 경험하고 알고, 상상할 수 있을 만한 단편으로 구성된다. 그것만의 독특한 재미가 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