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아침에 우체국에 갈 일이 있었다.
가장 가까운 우체국에 가려면 버스를 타고 두 정거장을 가야한다. 그곳은 우체국이 아니라 우편취급국이다. 업무 공간은 작아서 프론트 데스크에는 2명의 실무자가 앉아있고 뒷 편에는 1인의 직급이 있어보이는 직원이 앉아있다.


여하튼 택배 상자를 들고 버스에 올랐는데, 앗차, 만원이다!

아이쿠, 이런~ 나의 실수!

우리 학생님들 출근하시는 시간에 아무런 생각없이 버스를 타버렸음 ㅠ


버스 기사님이 문을 닫는데 시간이 걸릴 정도 였으니

아... 나의 실수여...!!!
속으로 자책하고 있는 사이 한 정거장이 지나버렸다.


이제 내려야하는데....큰일일세....
하면서 어찌어찌 버스 뒷문으로 떠밀려가는데,
아니, 버스 중간에 자리 하나가 비어있네?

이렇게 비좁은 중에 비어있는 자리라니!


다름 아닌 임산부석(pink seat) 이었다!!


아.... 대한민국 학생님들의 드높은 의식 수준이여!!!  떠밀리고 비좁은 공간에 탑승하여 pink seat를 비워 놓는 저 기상이여!

대한민국은 이정도 수준의 학생님들 보유국이다. 감동의 물결이 나의 가슴속에서 차올랐다. 이런 학생들이 세계 어느 나라에 또 있을까.

늘 그러하듯 대한민국은 어른들만 잘하면 된다.


힘들게 출근하시는 대한민국 학생님들께
내가 학생 때 들었던 음악을 들려드리고 싶다.
부디 지금처럼 훌륭하게 자라주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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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가 서산에 걸린 즈음

뒷동산에 살짝 오르며 듣는다. 

 

마르텐 르그랑(Marten Legrand)은 

63년생 네덜란드의 피아니스트라고 한다.


그는 모자르트의 피아노 협주곡 21번 2악장을 아래와 같이 연주했다.

2악장의 속도는 안단테로 '걷는 속도로 천천히' 정도인데

'아다지오'보다는 빠르고, '모데라토'보다는 느리다.

산책할 때는 최고의 속도가 안단테 일듯 싶다. 

 

오케스트라 없는 연주도 이토록 좋다.

저녁 시간은 모자르트로 인해 정녕 풍요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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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르바나 2026-04-21 00:0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모차르트의 피아노 협주곡을 피아노곡으로 들어도 좋네요.
마르텐 르그랑 알아갑니다.
이런 곡을 들으며 뒷동산 산책하시는 차트랑님 참 멋있게 사시네요.^^

차트랑 2026-04-21 09:4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마르텐 르그랑에 대한 소개글을 보니
neoclassical and mindful pianist 라고 써있네요.

앞에 neo 혹은 new 붙는 분들은 주로 ‘야마하‘를 쓰기때문에
악기 소리가 달라 마음에 꼭 와닿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피아노는 스타인웨이지~! 하는 사람들 중에 저도 포함이 되기에
편하게 드리는 말씀입니다^^
그래도 뒷동산에 오를 때는 야마하도 나름 굿입니다.

읽어주시고 곡을 들어주시어 고맙습니다 니르바나님,
날씨가 참 좋습니다.
좋은 하루 되십시요~


 


8분음표 기준 3박을 학생들에게 가르치는 분들은 잠시 고민에 빠지곤 한다. 고민 끝에, 4분음표 기준 3박과 같다, 라고 가르치는 경우가 있다. 8분음표는 4분음표와 기준이 다르기는 하지만 3박 이라는 공통 분모가 있을 때, 분명하게 가르마를 타기가 애매하다. 마디 안에 3박을 넣은 데다가, 셈 여림도 강ㅡ약ㅡ약으로 같으니 맞는 말이기도 하다.


그러나 4분음을 1박으로 한다면 8분음은 0.5박으로 보는 것이 이해하기가 더 쉽다. 달리 말해 4분음표를 기준한 3박은 왈츠에서 자주 사용하고 있듯이 8분의 3박 보다 약간 무겁고 두텁게 간다. 3박자를 모두 분명하게 짚고 가는 것이다. 반면 8분음표를 기준한 3박의 호흡은 가볍고 경쾌하게 간다. 속도가 약간 더 빠른 만큼, 음이 주는 느낌도 가뿐하고 경쾌한 것이다. 메트로놈을 시전하면 느낌 바로 오는데...


아래는 베르디 선생이 쓴 오페라 '리골레토 Rigoletto'의 한 장면으로 그 유명한 노래 '여자의 마음 La Donna è Mobile' 이다. 이는  강ㅡ약ㅡ약, 8분음표 기준 3박의 전형적인 노래이다. 악보를 보면 8분음표의 3박임이 한눈에 바로 들어온다. 고로 리듬을 타기도 쉬운 노래이다 (성악가가 아닌 것이 문제이지만 ㅠ).  경쾌하고 가벼우며 호흡도 짧다. 워낙 널리 알려진 곡인지라 바로 이해가 갈 것이다.







라ㅡ돈ㅡ나에 모ㅡ비ㅡ레 / 꽐ㅡ피우ㅡ마알, 벤ㅡㅡ 또

시ㅡ간ㅡ좀   내 ㅡ주ㅡ오 / 갈ㅡ데ㅡ가,  있ㅡㅡ소 

강ㅡ약ㅡ약   강ㅡ약ㅡ약 /  강ㅡ약ㅡ약, 강ㅡ약ㅡ약

템포가 경쾌 상쾌 가뿐 가뿐하다.


그런데.......!!!
오늘의 주인공은 이 곡이 아니다.
오늘의 주인공 슈베르트의 곡, '그대는 나의 안식 Du Bist Die Ruh' 를 들어보면 얘기가 확 달라진다. 슈베르트는 독일 시인 프리드리히 뤼케르트( Friedrich Rückert)의 시에 곡을 입혔는데, 이 곡을 솔로와 피아노 만을 위한 곡으로 썼다. 여기까지는 색다를 것이 없다. 8분음표를 기준한 3박의 곡이 분명하니 말이다.

 색다른 점은 슈베르트가 명시한 지시어이다. 슈베르트는 8분의 3박을 사용한 곡에 더하여, 랑잠 (Langsam 느리게), 피아니씨모(Pianissimo = pp =앗주 부드럽게) 라고 지시어를 명시한 것이다. (8분의 3박을 잡아놓고서 이러시니... 하...어렵내...) 이리하여 노래는 전 ㅡ혀 다른 느낌을 준다.

슈베르트는 의도적으로 피아노의 선율을 앗주 평범하고 단조롭게 썼다. 피아노가 노래보다 더 튀는 상황을 조금도 허용하지 않은 것이다. 피아노는 레가티시모( Legatissimo 가장 부드럽게 음을 이어서) 로 가야한다. 반주는 살얼음판 위를 걷듯 조심조심 연주하되 음을 끊어지지 않게 연주하라는 얘기다. 반주자는 오른 쪽 페달을 잘 써야할것이다. 달튼 볼드윈(Dalton Baldwin)은 슈베르트의 이 지시어를 너무나도 잘 해냈다. 둘의 조합이라면 따질 것도 없다. 까딱 한끗만 튀어도 슈베르트 선생님께 야단 맞을 것 같지만, 사실 슈베르트 선생님은 성격상 아무 말씀 안하실 분이다.



이 두 가지(지시어와 단순 피아노 선율)의 효과가 가져오는 결과는 어떠한 것인가.

솔로에게 모든 책임을 죄다 넘겨버린 꼴이 되었다. 삑사리나면 솔로가 독박을 쓰는 구조인 것이다. 살금 살금 걷는 피아노가 삑사리 낼게 뭐가 있겠는가. 설사 피아노가 삑사리를 낸다 한들 청자들이 눈치채지 못할 정도로 살금거리는데 뭐...


슈베르트는 주변을 단순화시키고, 렌즈의 포커스를 노래에 맞추어 돗보이도록 한 것인데, 이것이 솔로에게는 되려 부담이다.

그리하여 노래를 부르기가 훨씬 더 어려워졌고, 솔로는 우아하면서도 부드러우며, 그대의 안식을 고스란히 느끼도록 완급 조절이 잘된 완벽한 호흡으로 곡을 리드해야 한다. 슈베르트는 솔로에게, '레가토(legato)를 처음부터 퍼펙트하게 해내라'고 지시한 것이나 다름이 없다. 그리하여 이 노래는 호흡과 발음이 생명이다. 이 순간 작곡가 슈베르트 형님이 甲이 된다. 솔로 乙은 묵묵히 선생님의 지시어를 이행할 뿐. 


이토록 대면하기 어려운 이 노래를 가장 만족스럽게 부른 사람은 과연 누구일까...
나로서는 단연 제라르 수제(Gerard Souzay)이다. 이 곡에 관한한 그 잘난 이안 보스트리지도 안된다. (테너에게는 잘 어울리지 않아 보이는 곡이지만 사실 이안보스트리지는 정말 잘 해냈다. 제라르 수제형님을 돗보이게 하려고 한 말이니 패쓰~! 물론 사적인 기준이므로 다양한 견해를 수렴합니다) 





피셔 디스카우(Fischer Dieskau)도 정말 빼어난 레코딩을 남겼기에 이 곡의 전설이나 다름이 없다. 그리고 또 다른 바리톤 브린 터펠(Bryn Terfel)과 마티아스 괴르네(Matthias Goerne)가 아주 좋은 녹음을 남겼다. (이 노래에 관한한 여성 보컬들의 레코딩은 패스한다. 왜냐면, 정말 희안하게도 이 곡을 여성 보컬이 부르면 슈베르트에게서 느낄 수 있는 그 특유의 맛이 안나요 아놔~ ㅠ) 


제라르 수제(1918~2004)는 프랑스 태생의 바리톤이다. 프랑스 가곡의 스페셜리스트인 그는 프랑스 가곡에 관한한 제 1인자로 불린다. 누군가는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고도 말한다. 그러나 뭐 프랑스인이 프랑스 가곡을 잘 부르는 것은 당연한 것 아니겠는가. 프랑스인이 미성의 유려함으로 슈베르트의 독일 리트를 정녕 아름답게 빛내고 있을 때가 놀라운 것이지 말입니다. 프랑스어 가곡의 목숨줄이 리듬과 뉘앙스에 있다면, 독일 리트의 목숨줄은 딕션에 있다해도 과언이 아니다. 제라르 수제는 이 두 가지를 모두 퍼펙트하게 해낸 인물이다. 


화려하지 않으며 부드럽고 절제된 발성, 지극히 세련된 독일어 강세 조절의 마술사가 표현해내는 딕션, 그의 리트 딕션은 독일어를 예술의 경지로 끌어올린다. 그리하여 제라르 수제의 보컬은 심금을 파르르 울리는 마성과도 같다. 독일 리트를 이토록 격조있게 부른 외국인이 또 있을까. 동시대의 또 다른 독일 산맥 바리톤 피셔 디스카우가 몇 살 위의 제라르 수제 형님이 부르는 리트를 최고로 인정하지 않을 수 없었던 이유이다.

슈베르트 형님이 제라르 수제의 노래를 들을 수 있다면 얼마나 행복해 했을까... 아니, 내곡이 이런 곡이란 말인가? 하며 전율했을지도 모른다.

생각만해도 가슴 저미어 시려 온다.
아...나의 경애하는 슈베르트여...!!!


Bryn Terfel도 이 멋진 노래의 레코딩을 남겼는데, 아주 마음에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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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르바나 2026-04-21 11:5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차트랑님, 안녕하세요.^^

슈베르트 가곡 사랑에 대한 차트랑님의 긴 글 잘 읽었습니다.
제라르 수제의 노래가 감동적이군요.

라돈나 모비레~로 시작하는 루치아노 파바로티의 노래를 보자니
최근에 본 영상이 무척 인상적이어서 소개해 드립니다.

https://www.youtube.com/watch?v=Sdh8iMwsX54

차트랑 2026-04-21 09:38   좋아요 1 | URL
안녕하세요 니르바나님,
리허설 장면은 보기 드문데 말입니다!!
그것도 파바로티의 리허설이라니, 오~!!! 감탄사 나옵니다!!!

공연 장면보다 리허설 장면이 훨씬 더 재미있고 더 긴장이 되는군요.
리허설 장면은 또한 곡의 감상 포인트를 고스란히 드러내고있어
더더욱 흥미롭습니다.

니르바나님 덕분에 귀한영상 잘봤습니다.
좋은 하루 되십시요~

 


피가로의 결혼 2막












The Very Best of Lucia Popp(위의 왼쪽 음반)은 루치아 퐆의 정수가 담긴 음반이다.


Song To The Moon

Solveig's Song

Solveig's Cradle Somg 등은 한 번 들으면 잊을 수 없는 노래들이다.

사적인 생각이지만 해당 곡의 역사를 쓴 노래라고 생각하고 있다.  

물론 그 외에도 어느 곡 하나 실망스러운 것이 없다.

루치아 퐆은 정녕 벨칸토의 교과서이자 대가이다. 



(Rosina)


Porgi, amor, qualche ristoro,

사랑의 신이시여,
제게 위로를 주소서

Al mio duolo, a'miei sospir!

저의 고통, 저의 탄식을 생각하시어

O mi rendi il mio tesoro,

저에게 저의 보물(남편의 마음)을 되돌려주소서,

O mi lascia almen morir.

신이시여, 그러지 않으시려거든 차라리,
저를 죽게하소서.

(번역은 내맘대로)





중년의 백작부인 로시나가 괴로워하며 사랑의 신에게 노래한다. 
노래는 간절하며 여인의 짖은 슬픔이 배어있다.
남편인 알마비바가 젊은 여인에게 마음을 빼앗기고 있기때문이다.
이 노래는 그러므로 로시나의 복잡한 감정을 표현해야 한다. 
실망, 슬픔, 간절함, 배신감, 갈망, 이 모든 것을 느낄 수 있도록...


루치아 퐆 (Lucia Popp)의 노래는 이음새가 없다. 노래의 마디가 느껴질 듯도 한데도 말이다. 벨칸토(Bel Canto)는 횡경막을 이용한 복식 호흡을 쓴다고 한다. 레가토(Legato)는 필수인데 루치아 폽은 벨칸토의 정통 교과서를 시전하고 있다. 듣고 들어도 또 듣고 싶어지는 이유가 될듯하다.  이런 면에서 대한민국의 박혜상은 루치아 퐆의 향기를 담은 소프라노이다. 조만간 루치아 퐆과 어깨를 나란히 하시길....

(Legato ㅡ고저음을 오가며 소리가 끊어지지 않게 부르되 부드러우면서도 탄력있는 음을 내야 함. 마디의 이음새를 느낄 수 없도록...)


위 형식의 노래를 카바티나(Cavatina) 라고 한다. 카바티나는 독창으로 2절 없이, 즉 가사와 음을 반복하지 않고, 짧게 처리하는 특징을 가진다.

노래의 속도는 느리고, 매우 서정적인 감정을 표현한다. 카바티나는 변주가 없어 짧은 덕분에 듣고 나면 아쉬움을 뒤에 남겨두고 가는 묘한 매력을 가진 노래이다.

카바티나는 아리아라고는 하지만 아리아의 형님뻘이라고 보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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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alstaff 2026-04-06 16: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페라 좀 들은 올드팬들은 아무래도 (칼라스는 제쳐두고요) 빅토리아 데 로스 앙헬레스와 루치아 폽을 사랑하지 않을 수 없겠습니다. 오랜만에 수산나가 아닌 알마비바 백작부인을 폽의 음성으로 들어서 반가웠습니다. 덕분에 오늘 모차르트 한 번 걸어야겠습니다.

차트랑 2026-04-06 17:53   좋아요 0 | URL



안녕하세요 Falstaff 님,
저의 서재를 찾아주셔서 고맙습니다.

더구나 고전음악과 가까운 분이셔서 더더욱 반갑습니다.

평소 쓰신 글에서 고전음악의 느낌을 거의 느낄 수 없어 고전음악과 무관한 분인줄 알았습니다.
이렇게 모자르트를 걸어주실 분인줄은 미처 몰라뵈었군요.
저도 모자르트를 종일 걸어놓고 있었지 뭡니까요.

좋은 오후 되시기바랍니다 Falstaff!


니르바나 2026-04-10 01: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차트랑님,
오래 전에 EMI에서 The Very Best of~로 이름붙인 성악가들의 음반이 나왔었지요.
좋은 음반들이 나와서 저도 몇장 구입해서 들은 적이 있습니다.
루치아 포프의 음반은 따로 구입한 적이 없지만 차트랑님의 소개를 보니 궁금하네요.
카바티나(Cavatina)는 존 윌리엄스의 기타 연주곡 제목으로만 알고 있습니다. ㅎㅎ

차트랑 2026-04-10 10:3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안녕하세요 니르바나님,
사실 저는 루치아 퐆을 편애하고 있어 공정성을 잃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음반 구매는 쉽지 않은듯 하지만
유투브에서 어렵지않게 들을 수 있으니 몇 곡 들어보셔도
좋지않을까 생각합니다.
이음새 없이 부르는 루치아 퐆의 노래를 사랑하게 되실듯요^^

말씀해주신 카바티나는 카바티나에 충실한 곡인듯 합니다.
듣기에 아주 편안하고 좋으네요.
언제들어도 좋은 곡이 명곡이 아닐까 생각하는데
들어보니 말씀해주신 카바티나가 딱 그렇다는 생각이 드는군요.

좋은 하루 되십시요 니르바나님~!!




 


우리의 가곡 '산노을'은 유경환(1936~2007) 선생의 詩에 박판길(1929~1998) 선생이 曲을 입혔다고 한다.

 '산노을'은 가곡으로서는 보기 드문 4분의 5박을 특징으로 한다. 5박은 흔히 '강ㅡ약ㅡ약, 중강ㅡ약' 혹은 '강ㅡ약, 중강ㅡ약ㅡ약'의 셈여림을 쓴다. 셈여림을 3ㅡ2, 2ㅡ3 중 어느 것을 쓰든 첫 음은 강하게 들어간다. 그리하여 첫 소절 '먼~ 산을' 의 '먼'의 음을 강하게 시작했다. 


4/4, 3/4 박은 대부분 익숙한 박자인데다가 부르기에도 까다롭지 않기 때문에 노래방에서도 인기가 있는 박 일 것이다. 반면, 5박은 4박보다 리듬을 타기가 훨씬 까다로운 편이다. 불규칙한 강세, 2박과 3박의 결합으로 음에 경쾌한 효과를 내기도 하지만, 불규칙함이 혼재하기에 긴장감이 필요한 음악을 작곡할 때 곧잘 4분의 5박을 사용한다. 그리하여 4분의 5박은 좀더 자유로운 현대음악에 더 적합하며 재즈, 영화음악, 뮤지컬에서 흔히 사용한다.



다시 말해 4분의 5박은 그 특성상 가곡에서  발견하기가 쉽지 않은 구조인 것이 맞다. 그럼에도 박판길 선생은 우리 가곡 '산노을'에 5/4 박을 사용했다. 그리하여 5/4박의 특성을 살려내고 싶었는가 싶지만, 박판길 선생은 악보에 이렇게 썼다, "Lento melancoliamente, 느리고 우울하게" 라고. 하... 왠지, 무언가 앞뒤가 서로 잘 조합된 것 같지가 않다. 5/4 본연의 경쾌함을 지워낸 지시어이니 말이다.


글은 작가 맘대로 쓰는 것이 맞고, 작곡은 작곡가 맘대로 쓰는 것이 맞지만, 산노을의 경우는 마냥 쉽지가 않다. 본디 경쾌 스타일이자 재즈 풍의 박 에다가 서정성을 담아내서는 멜랑꼴리 삘을 표현하여 노래하라는 매우 복잡한 주문을 했으니 말이다. 가곡은 레가토(Legato 고ㆍ저음을 끊어지지 않고 유려하게 연결하는 보컬 사용법) 처리를 필수로 해야 하기 때문에 곡의 호흡 처리가 난해하다. 이리하여 '산노을'이 충분히 어려워졌다.




그런데 작곡가는 여기서 멈추지 않았다. 한 발 더 앞으로 나갔다. 음표들의 낙차 폭을 크게 썼다. 저음과 고음의 간극이 크다. 5/4 박 살림, 서정성과 멜랑꼴리, 레가토로 큰 낙차의 고저 넘나들기, '산노을'은 이렇게 3중고의 노래가 되어버렸다.  
나아가 작곡가 박판길 선생은 가곡의 첫 마디를 놉게 잡았고 서서히 음표의 위치를 2 옥타브까지 끌어올렸다. 테너로 하여금 2옥타브  '파ㆍ 솔'의 마성을 시전하도록 곡을 쓴 것이다. 바로 아래 악보에 색칠한 부분이다.


[[[ 산노을의 가장 가장 높은 음이 있는 부분 ]]]

 

왔 던 봉 우 리 물 러 서 (고)

파 파 파 솔 파 미 파 미      
     




이 곡을 부르는 테너는 'High C' 에 도달하는 능력을 보여주어야 한다. 그래야만 2옥타브 '파'와 '솔'을 무리 없이 넘길 수 있을 것이다. High C는 남성 테너의 꼭대기가 다름 없는 높이다. '3옥타브 도 C5' 또는 '4옥타브 도 C6'의 음역대이니 말이다. 결국 '산노을'은 4중의 파고를 넘어야 한다. 이는 '산노을'의 감상 포인트가 4가지 이상은 된다는 말도 된다. 사실 3옥타브를 넘나드는 것은 성악을 전공하신 분들의 입장에서는 당연한 일일 것 이지만, 일반인인 나로서는 너무나도 대단하게 보일 뿐 이다.  
 


아주 많은 성악가 분들께서 이 멋진 곡 '산노을'을 아주 잘 불렀다. 유투브에서 무료로 이 곡을 듣는다는 것이 미안할 정도로 많은 분들의 다양한 버전을 찾아 노래를 들을 수 있다. 개인적으로 가장 많이 듣는 버전은 신영조 선생과 박세원 선생이 부른 버전이다. 이 노래의 어려운 요구 사항들을 아주 잘 수렴한 많은 곡들 중 2가지 버전이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이토록 멋진 우리 가곡의 시대가 저물었다. 전언에 의하면 대한민국의 음악 대학교에서 대접을 받지 못하여 사장되가고 있다고 한다. 어쩐지 음반을 찾기가 어렵다. 원하는 음반을 얻으려면 중고를 구입해야 하는 실정이다. 우리 가곡을 정녕 사랑하는 한 사람으로 마음이 몹시 아프다....



아~, 박판길 선생이여, 난해하지만 어찌 이리도 멋진 가곡을 만드셨습니까. 그리고 이 난해한 곡을 또 어찌 이리도 잘 부르신단 말입니까.

1943년생 신영조 선생은 지난 23년에
1949년생 박세원 선생은 지난 24년에

이토록 아름다운 레코딩을 남기고 세상을 등지셨다고 합니다.

두 분의 명복을 빕니다.


PS ㅡ High D(3 옥타브 레 D5)는 여성의 영역으로 보는 것이 맞고, High E는 인간의 영역이라기 보다는 현악기의 영역이며 돌고래의 영역이라고 보는 것이 맞지 싶다. (가공의 능력을 보여주는 소프라노가 있기는 하겠지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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잉크냄새 2026-03-27 20:2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성악에 대하여 거의 백치 수준의, 노래는 노래다 정도의 개념으로 여쭈어봅니다.

우리 가곡이 음대에서 사장되어 가고 있다고 하셨는데 테너나 소프라노 하신 분들은 가곡의 영역을 병행하지 못하는 건가요? 서양 가곡이나 한국 가곡이나 성악의 범주가 같은 거 아닌가요?

차트랑 2026-03-27 22:38   좋아요 0 | URL
안녕하세요 잉크냄새님,
한때는 우리 가곡을 TV에서 자주 들을 수 있었는데요.
음대 교수님들께서 우리 가곡 음반을 내기도 하는등 우리 가곡을 많이 불렀습니다.

그러다가는 어느 순간 음대에서 가곡 과목을 폐지했다더군요.
덩달아 가곡 작곡 또는 가곡 연주회 등이 사라지기 시작했다고 합니다.

저도 이유를 모르고 있다가 최근 고전음악 9단 되시는 선배님께서 알려주셔서 알게된 사실입니다.
가곡을 사랑하는 저로서는 이 현실이 몹시 아쉽습니다 ㅠ

말씀하신대로 서양 가곡과 우리 가곡은 같은 것입니다만 우리 가곡을 약간 홀대하는 느낌 있습니다 ㅠ


좋은 밤 되십시요 잉크냄새님~



그레이스 2026-03-28 09:1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작곡 전공이신가요?
산노을 들어봐야겠어요.
high D,E
꿈도 못꾸는 영역이네요.

차트랑 2026-03-28 11:10   좋아요 1 | URL
안녕하세요 그레이스님,
저의 서재를 찾아주셔서 고맙습니다.

제가 작곡 전공이라면 얼마나 좋을까요~!!
지금 이 순간에도 곡을 쓰고 있을겁니다요.
매 순간이 행복할듯요~

너무나 안타깝게도
저는 단순한 음악 듣기 애호가에 불과하답니다.
저의 불행이지요 ㅠ

다음 생에는
곡을 쓰는 피아니스트로 태어나던지,
지휘자로 태어나고 싶습니다!!!

안녕히 계십시요 그레이스님~!!





2026-03-30 01:34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6-03-30 09:58   URL
비밀 댓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