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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리정종정해
심재열 / 명문당 / 1999년 7월
평점 :
편저자 심재열 선생이 말하길, "명리정종(命理正宗)은 명대(明代)의 장남(張楠)선생께서 거의 모든 종류의 명리 이론들을 종합적으로 시정(是正)하고, 연해자평 (淵海子平)의 간명법(看命法)을 비판적으로 계승한 명서(命書)다. 초학자의 경우 연해자평을 먼저 참조하라." 고 조언 했다. 이 책이 놓일 순서를 대략 말해주는 듯 하다.
종(宗) 이라는 말은 흔히 근본을 뜻하며, 임금의 묘호와 왕조의 조상을 모신 종묘등에서 발견할 수 있는 말이다. 또한 무술 문파의 가장 위대한 스승을 일대종사(一代宗師)라고 부른다. 宗이라는 말이 가지는 무게는 대략 이러하므로, 이 책을 명리정종(命理正宗)이라고 이름한 것은 우연이 아님을 알 수 있겠다.
명리를 좀더 쉽게 표현하자면 계절학 혹은 절기학이라고 할 수 있다. 흔히 력(歷)으로 양력, 음력을 쓴다. 현대인들은 주로 양력(陽歷)을 쓰고, 음력(陰歷)을 꼭 써야하는 분들이 따로 있다. 명리는 제 3의 력(歷)을 쓰는데 이를 만세력(萬世歷)이라고 한다.
만세력은 태양의 운동을 30도 씩 나누어 지구에 적용, 12절기에 대입한 력(歷)이니 절기력이나 다름이 없다. 만세력은 농사를 짓는 사람들에게 필수이다. 농사의 핵심은 파종에 있기 때문이다. 파종 시기를 놓치면 그 해 그 농사는 망친 것이다. 농산물마다 적정 온도와 습도 그리고 적절한 일조량을 필요로 한다. 어느 하나라도 부족하거나 넘치면 농사를 그르치고 만다.
보리와 마늘은 계추(季秋)에 파종하여 혹독한 추위와 싸우며 겨울을 보내야 하는 농작물이다. 너무 일찍 파종하여 싹이 웃 자라면 냉해를 입어 농사를 망치고, 시기를 놓쳐 늦게 심으면 뿌리가 자라지 않은 상태로 겨울을 나기에 농사를 망친다. 가을에 적당히 눈을 뜨고 적당히 뿌리를 내리면 이 어린 새싹들은 강한 서리와 하얀 눈 속에서도 푸르름을 잃지 않고 혹독한 겨울을 잘 견뎌낸다. 그리하여 맹하(孟夏)가 되면 결실을 맺어 수확을 시작하는 것이다.
(참고로, 어린 싹을 가진 마늘이 강한 추위를 견뎌낼 수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바로 마늘이 가지는 특성인 양陽의 기운 덕분이다. 마늘은 작은 식물이지만 陽, 즉 따듯한 기운을 가득 품고있는 농산물인 것이다. 그러므로 몸이 차가워 따듯한 기운을 필요로 하는 분들께는 큰 도움을 얻을 수 있는 농산물이니, 해당되시는 분들은 많이 잡수시길 바란다.)
이렇게 파종시기를 정확하게 알려주는 것이 만세력이므로 만세력은 먼저 농부의 것이다.
그리고 나중에는 명리를 공부하는 사람의 것이다. 절기와 오행의 시기를 살피는 것이 명리의 영역이기 때문이다. 이 뜻은 계절의 변화에 따라 곡식을 달리 가꾸는 동아시아 즉, 대한민국, 중국, 일본에 해당하는 이론서라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는 말도 된다.
그러므로 유럽, 아메리카, 아프리카 등지에서 태어난 사람들에게는 적합하다고 보지 않는다. 물론 유럽과 북 아메리카에서 태어난 분들에게도 어느 정도 적용되는 경우를 많이 보아왔지만 꼭 들어맞다고 장담할 수는 없을 듯 하다.
명리 정종은 병약론(病藥論)을 체계화시킨 고전이다. 흔히 명리는 중화(中和) 즉, 오행간의 균형을 중시하고 특히 재관(財官)을 중시했다. 명리정종은 이보다 좀더 진일보하여 병약(病藥) 즉, 병이 있으면 약을 써서 치료한다는 개념을 체계화한 이론서라는 점을 특징으로 한다.
명리정종이 말하길, '병이 있어야 바야흐로 귀명이다 (有病方爲貴), 격중에 있는 병을 운에서 제거할 때 재록이 함께 따른다(格中如去病 財祿喜相隨) p.48
만약, 병이 중한데 약을 얻으면 대부대귀하고 병이 경한 중 약을 얻으면 약부약귀(略富略貴)한 사람이요, 병이 없고 약이 없으면 부귀하지 않은 명조자(命造者)이다. p.50
라고 했다.
간명의 방식은 다양하다. 내격에 속하는 통관, 조후, 억부, 병약과 외격에 해당하는 전왕, 화기, 양기성상 등이 있고, 이 외에도 아주 다양한 방식이 있다. 그러므로 경우에 따라 적절한 방법을 달리 써야 한다. 명리 정종은 그 중 하나인 내격 병약론을 정립시킨 이론서인 것이다. 이 하나 만으로도 종(宗)이라는 이름을 얻을만 하다 하겠다.
명리정종을 읽다보면 자연으럽게 올라오는 생각과 만난다. 그것은 바로, '忌凶病이 아닌 것이 없고 喜吉藥이 아닌 것이 없다.' 이다. 다시 표현하자면 모든 것은 병이면서 동시에 약이라는 뜻이다. 이 것이 약인지 병인지는 임한 시기와 처한 상황에 달려있으니, 그 시기와 상황을 정확하게 파악하는 것이 간명의 핵심이라는 뜻이다.
이론서는 다양하게 갖추어 읽어야 하는데, 명리 정종을 읽기 전에 연해자평을 먼저 읽도록 권한 편저자의 조언은 중요하다고 본다. 또한 사적으로는 궁통보감(窮通寶監)을 연해자평보다 더 먼저 읽기를 권하고 싶다. 명리를 계절학 혹은 절기학이라고 말할 수 있는 것은 월지(月支)의 중요성 때문이다. 궁통보감은 난강망(欄江網) 혹은 조화원약(造化元鑰)이라고도 하는 전문서로서, 월지를 중심 축으로 하여 천간의 오행을 설명한 유일한 전문서이다. 절기에 익숙해진 후라야 연해자평이든 명리정종이든 이해가 빠르리라 생각하는 바이다.
명리의 이치를 아는 자, 절기를 아는 것이고 철을 아는 것이니 그 나름의 기쁨이 있지 않겠는가....!
명리 정종은 그 이치에 다가가는 필수 방편 중 하나 임을 강조할 필요도 없을 것이다.
(수차례 읽은 후, 그 감동을 이기지 못하고 리뷰를 남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