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주첩경 - 전6권
이석영 지음 / 한국역학교육학원 / 200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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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저, 대중적이지 못한 명리서의 리뷰를 남기는 것은 명리를 알고자하는 사람들에게 참고가 될 수 있기를 바라는 뜻에 있다. 적지 않은 사람들이 명리를 공부하고 있겠으나 리뷰를 거의 남기지 않는 것이 현실이다. 특정 분야에 한정된 도서라는 점도 하나의 이유가 될수 있겠지만 자타칭 고수들은 몸은 강호에 두되 정신은 숨어 있으려는 이율배반의 태도를 취하고 있다. 반면 하수들은 그런 고수들의 시선을 두려워한다. 이래 저래 명리의 리뷰를 찾아 볼 수 없는 이유이다.
결과적으로 공부는 하였으나 업계에 있지 않은 어리숙한 사람이나 고수들의 시선을 겁내지않고 나설 수 있지 않을까 한다.


각설하고, 확신하지 못하여 참고서를 선뜻 구매하지 못하는 일이 없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리뷰를 남긴다. 한마디로 이 리뷰는 사주첩경이 얼마나 커다란 도움이 되는지 확신하지 못하는 분들께 드리는 강력한 구매 권고의 리뷰라고 할 수 있다. 물론 공부를 할 생각과 의지가 있는 분들 이어야겠지만 말이다. 더불어 나는 사주첩경과 이해관계가 있는 사람이 결코 아니라는 점 함께 밝혀드린다.


명리를 공부하는 분들이라면 다들 알다시피 명리 고전들(자평진전, 적천수, 궁통보감, 삼명통회등)은 모두 중국에서 건너온 저술들이다. 예시로 든 명조들 모두 중국인들의 것일 수 밖에 없다. 특히 단조로운 측면은 직업군과 당사자들이 직면하는 사건 사고등이다. 등장하는 명조의 주인공들은 대부분 벼슬을 했다거나 거부가 된 사람들이 주를 이룬다. 또한 젊은 이들(혹은 학생들)이나 여성의 명조들은 거의 다루지 않았다. 적천수가 그나마 여성의 명조를 다루고는 있으나 이 또한 지극히 제한적이다. 여성들이 벼슬이나 사업을 업으로 할 수 없었던 시대 배경 탓일 것이다.




고전의 저술이 이루어지던 당대의 환경은 벼슬 아니면  재물을 중시하던 시대였다. 고로 그 외의 환경은 대부분 경시 되었거나 아니면 눈에 띄지 않았다. 이러한 단조로움은 어쩔 수 없는 명리 고전들의 한계라 할 수 있다.


그러나 과거와 달리 현대는 크게 변해있고 헤아릴 수 없는 직업군 역시 마찬가지다. 인간 행위의 모든 수단 및 삶의 조건들은 다변했으며 개인이 추구하는 방향 역시 헤아릴 수 없이 다양하다. 더구나 현대는 관(官)이 아닌 식상(食傷)의 시대라 생각하는 바이다. 이러한 점에서 현대의 실상에 부합하는 추명의 근거를 마련하는 좀더 구체적인 작업이 필요했다. 이는 학자로서 소명 의식을 필요로하는 작업이다. 다행스럽게도 이러한 소명 의식을 가진 대가가 있었으니 바로 자강 이석영 선생이다. 


현대 명리학의 태두라 불리는 자강 이석영 선생은 대한민국 국민들의 실전 명리를 사용하여 방대한 전 6권의 고전을 남겼다. 중국 고전을 바탕으로 했으나 대한민국 현대인들의 명조를 조명했다는 점에서 마치 동의보감이 우리에 의미하는 바와 같다 하겠다.  중국의 고전과는 달리 아주 다양한 직업군을 조명했는데 이는 말할 수 없이 좋은 장점이라 하겠다. 물론 자강 선생께서 사주첩경을 저술 할 당시보다 지금은 더 많은 직업군이 존재하고 있지만 오행에 비추어보면 상당 부분 추측이 가능하다고 할 수 있다.


명리를 공부하는 사람들의 딜레마는 통변이다. 고전으로 다져진 실력과는 달리 명조를 마주하는 순간, 할 말을 잃는 것이다. 이유는 단순하다. 고전들은 명주가 이런 저런 삶을 살았고 이때 급제했고 저때 낙직했으며 또 저런 때 불록(不祿)했다는 정도가 대부분이다. 이는 명주의 삶을 대략적인 흐름으로만 고찰한 것을 뿐, 사건 사고 및 인연등 세부적으로 알고싶어하는 사항들을 이해할 여지를 주지 않았다.

 


명리의 핵심은 디테일에 있다!!


'도사열전'으로 한때 주목을 받았던 조용헌은 사주첩경을 만나고 나서야 통변이 무엇인지를 알았다고 고백했다.
용신을 잡는다 한들, 8글자의 조화가 어떤 운을 만나 어떤 변화를 이끌어내는지 모른다면 다음과 같은 일을 알 수가 없다. 내 앞에 와 있는 상대방이 어떤 일을 겪어왔고, 현재는 어떤 일에 당면해있으며, 앞으로 어떤 일을 겪게 될지 말이다.

상대의 명조를 열어보는 순간, 이런 문제와 마주하고 있으시겠군요! 라고 정곡을 찌를 수 있어야 한다. 또한 과거를 관통할 수 있는 것도 중요하다. 이를 '사건의 동조 현상을 파악한다' 라고 말할 수 있겠다. 이는 명조의 디테일을 언급할 수 있어야한다는 뜻이다.

말하자면 고전들의 약점은 디테일에 있었던 것이다. 고전에는 디테일이 부재한다는 약점이 있는 것이다. 지금 인연이 되려는 순간에 마주한 상대방이 내게 좋은 사람인지, 그 반대의 사람인지는 응기를 보면 알 수 있다. 지금 내게 가까이 와있는 이 사람이 내게 선행을 할지 아니면 커다란 해를 끼칠지 아는 것 역시 디테일이다. 자강 이석영 선생은 이러한 디테일을 전달하고자 이 명저를 남긴 것이다.


명조에는 조상, 부모, 배우자, 자녀와의 관계가 각인되어있다. 또한 적성과 유불리 사항도 숨어 있다. 그 사람의 인품과 성격도 그 안에 들어있다. 앞으로 마주하게될 사건들도 함께 존재한다. 자강 선생의 사주첩경 2. 3, 4, 5권은 혹여 디테일을 알고자하는 학도들에게 명조의 구체적 현상을 습득할 수 있도록 할 것이다.

자강 이석영 선생은 첩경을 통해 말한다. 알고, 판단하여 움직여라. 그것이 사물이든 사람이든 사건이든, 알고 난 후에 판단하고 움직이라고 말한다. 못지 않게 중요한 것은 시기이다. 바로 '때' 라는 것이다.  움직이되 때를 모르거나 때가 적절하지 않다면 모든 일을 허사가 되기 때문이다. 인생은 매사가 타이밍의 예술이니 말이다. 명리는 그 타이밍을 우리에게 말해줄 수 있다.


중국 고전들은 거의 완벽한 기초를 제공한다. 자강 선생의 사주첩경은 그 기초 위에 세우는 거대한 건축물이다. 중국 고전 명리로 토대를 이룬 학도라면 사주첩경으로 건축물을 완성하시길 권고하며 리뷰를 마친다.


이 책의 단점 2가지 
1. 글의 내용은 우에서 좌로 향하는 두루마리 식에 세로 쓰기이다. 명조를 쓸때도 마찬가지이다. 좌에서 우로가는 가로 쓰기에 익숙한 우리들에게는 새로운 적응이 필요하다. 그러나 마주하다보면 어느새 언제 그랬냐는 듯 자연스러워지는 순간이 온다.  
2. 한자가 꽤 많은 편이다. 한자에 약하신 분들에게 많은 스트레스를 줄 것이라는 것이 이 책의 단점이라 할 수 있다.


이 책의 흥미로운 점  
글씨는 모두 활자본이 아닌 수기본이다. 손으로 직접 쓴 글씨인 것이다. 글씨를 정말 정말 잘 쓰는 사람이 썼을 것이지만 이렇게 글씨를 잘 쓰다니...  수기 폰트에 신경을 많이 쓴 흔적이 역력하다. 어떤 분이 이토록 글씨를 잘 쓰는지 그 분의  얼굴을 한번 뵙고 싶을 정도로 멋진 필적이다.


마지막으로 내용을 어느 정도 알 수 있게하는 목차를 모두 표기하면 좋겠으나 내용이 워낙 방대하다보니 쉬운 일이 아니다.
2, 3, 4, 5권의 일부 목차만 권의 순서대로 아래에 게시하는 것으로 대신한다. 4권을 어려움 없이 읽을 수 있는 학도라면 명리에 자신감을 가져도 좋다고 말해두고 싶다. 처음에는 어렵지만 시간이 지나 다시 보면 감탄사를 터드리게 하는 4권이 되어줄 터이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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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힐 2026-02-13 11:2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차트랑님, 안녕하세요.
차트랑님 께서 오늘 올려주신 글은 저도 공감하는 바입니다.
명리학뿐만 아니라 한의학등 동양의 고전들은 모두 중국에서 넘어왔죠.
문제는 시간이 너무 오래되었어요.
2천년 혹은 3천년전 법칙들이라 과연 현대에도 과거와 같은 적용이 되는지 궁금하더라구요.
과거의 단순한 직업군이나 생활과 달리 현대는 너무나 다양한 직업과 사회적 구조가 복잡해졌는데 과연 과거의 법칙이 여전히 유효할 까 하는 생각이 늘 있었어요.
과거의 유산을 좀 더 개선하는 시도나 현대에 맞는 재해석이 활발히 이루어져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입니다.
물론 과거에 창시한 천재적인 인물들을 현대의 인물들이 뛰어 넘는다고 장담은 못하겠지만 그러한 시도는 해야 되지 않을까 하는 점이 있지 않을까요. ^^
그래서 차트랑님의 리뷰가 더욱 귀중하고 값지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이제 명리의 대중화는 차트랑님 손에 달린 것 같습니다. ㅎㅎ
구정 연휴를 맞아 차트랑님 가정의 평안과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_()_

차트랑 2026-02-13 11:46   좋아요 1 | URL
아이구 안녕하세요 마힐님,
평소 좋은 글을 써주시어 잘 읽고 있는 여러 독자중 한 사람입니다.
이점 이자리를 빌어 감사의 뜻을 전해드립니다.

예나 지금이나 오행의 작용은 변함이 없으나
마힐님께서 말씀해주신대로
단순했던 과거에서 복잡 다단한 현대로의 재해석을 필요로합니다.

사실 많은 연구와 임상들을 거친 결과물들이 존재하지만
문제는 그 비결을 드러내려하지 않는다는데 있습니다.
알고보면 알맹이를 뺀 나머지를 투척하듯이 내놓는 것이 현대의 명리서들입니다.
이런 점에서
자강 선생의 저술은 알맹이의 선사인지라 귀하다 할 수 있겠습니다.

그나저나 명리의 대중화와 관련한 마힐님의 말씀을
저는 감당할 수 없음을 알려드립니다^^

설 연휴 잘 보내시구요
건강하십시요 마힐님~!!






수이 2026-02-13 13:0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와 신선한데요. 명리학의 미음도 모르지만 올려주신 글 읽고 있노라니 역시 인생은 타이밍이고 누구와 친구가 되고 적이 되느냐에 따라 달라지는가, 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 정도의 책을 읽으신다면 명리학 계통에 있으실듯 하네요. 지나가다 들은 말이긴 하지만 사주라는 게 절반은 믿고 절반은 아니다, 라고 보면 된다고 어떤 선배가 이야기했는데 어디의 절반을 믿고 어디의 절반은 불신하면 되는지 도통 모르겠어요. 해피 구정 보내세요!

차트랑 2026-02-13 14:53   좋아요 0 | URL
안녕하세요 수이님,
내방해주시어 고맙습니다.
저는 명리학을 오래 공부해왔지만 업으로 삼고있지는 않습니다.
생업에 뛰어든 후 일관되게 지금껏 일해온 본업이 따로 있습니다.
숨은 고수들의 날카로운 시선을 두려워할 필요가 없는 이유이기도 하구요.

더불어 적지 않은 임상으로 판단하건데
사주라는 것은 제 경험상으로는 거의 맞는듯 합니다.
이는 명리 공부를 계속 할 수 있었던 중요 이유입니다.
임상을 하다보면 감탄사를 터트리지 않을 수 없거든요^^
최소한 허무맹랑한 분야는 아니라는 생각이 들더군요.

명리에 대한 평가는 자신의 경험에 근거할 수 밖에 없는데요.
공부를 제대로 하지 않은 업자를 만난다면 대부분 부정적일 수 밖에 없을듯 합니다.
돌팔이 의사나 다름 없을테니까요.

반면
정확하게 짚어내는 술사를 만난다면 신뢰를 가질 수도 있을 것입니다.
결국 경험이 판단에 결정적인 영향을 끼친다 할 수 있겠습니다.

저의 지극히 사적인 견해지만
찾아주시고 댓글을 주시어 고맙습니다.

설 잘 지내시구요.
건강하시기 바랍니다 수이님~!!




yamoo 2026-02-13 15:48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차트랑님 안녕하셔요~
엔날 수트에 대해서 의견 나누었던 기억이 있습니다.^^
차트랑님은 명리, 주역, 불교 등 동양 고전에 관심이 많으신듯합니다. 소장 도서도 상당하구요..
저는 학부 때 좀 공부했던 이후 동양 고전에 대해서는 간간히 읽는 편이고 3년 전에 주역에 관심이 다시 동해서 주역책들을 닥치는 대로 모으는 와중에 명리학에 대한 책도 몇 권 구입하게 되었습니다만....언제 읽을지 기약은 없고 소장만 하다시피 하는데..
어쨌거나 차트랑님이나 마힐 님의 글로 동양고전에 대한 관심을 다시 갖게 되는 듯합니다. 좋은 글 감사합니다!^^

차트랑 2026-02-13 16:24   좋아요 1 | URL
안녕하세요 yamoo님,
여러 차례 방문해주셨으나 답방을 드리지 못한 점 부끄럽습니다.

저는 영어를 전공했고 영어를 쓰는 업을 일관되게 해오고 있지만
왠지 영어에는 매력을 느끼지 못하고 있습니다.
감동적인 영어 문구는 딱 하나 기억하고 있는 정도에 불과합니다.

오히려 동양고전, 불교, 역사등에 더 많은 관심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전공을 잘못 선택했나 싶을 때가 한 두번이 아니었죠.

오래 전 일입니다만
흥미롭게도 저의 전공을 정확하게 알아 맞춘 명리가가 있습니다.
순간, 놀라 자빠졌죠.
그분은 이유를 설명해줬습니다. 이래서 영어 전공이다!! 라구요.

그래서 되 물었지요.
저의 관심사는 영어가 아니라 동양 고전, 불교, 역사등입니다, 했더니 답해주더군요.
잡기에 관심이 많으니까요... 라고 답해주더군요.
저는 잡기에도 관심이 많은 사주라더군요 ㅠ
온갖 것을 모두 알고싶어하는 것은 맞습니다.

그 일을 계기로 명리를 공부하게 되었지만
오행은 어린 시절부터 제게 가까이 있던 학문이었다는 점도 이유가 되겠습니다.

yamoo께서 친히 방문해주시니
제가 당황스럽고 부끄러워 쓸데 없는 말씀을 드렸습니다.

설 연휴 잘 지내시고,
건강하십시요 yamoo님!


추신ㅡ 아, 음악도 빼놓을 수 없는 관심사 입니다

수이 2026-02-13 18:5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차트랑님 영어 잘 하는 방법 좀 알려주실 수 있을까요?

차트랑 2026-02-13 19:29   좋아요 1 | URL
오~ 이런~!
누군가가 제게 이런 질문을 하실줄은 미처 몰랐습니다 수이님 ^^

저는 영어를 쓰는 업으로 살아가고 있지만
실상은 영어를 잘 못한답니다.

짐작하시겠지한 영어에 큰 매력을 느끼지 못하고
엉뚱한 쪽에 더 많은 관심을 가지고 있거든요.

사실 수이님께서 제게 해주신 질문을
제가 고등학교 1학년때 버스 안에서 우연히 만난
중학교 영서선생님께 했었습니다.
우연히 바로 옆자리에 나란히 앉게되었거든요.

저는 기회는 이때다 싶어서,
선생님, 영어 잘하는 방법좀 알려주세요, 라고 여쭈었지요.
(진짜냐고요? 진짜입니다)
선생님께서 골똘히 생각하시더니, 말씀하시길,
‘글쎄다.... 나도 잘 모르겠는데?‘ 였습니다.

그 힘없는 답을 듣고는 제가 어찌나 실망을 했던지...
지금도 그 버스 안의 모습이 생생하게 다 기억이 나네요 ^^

아 근데요.
다른건 몰라도 제가 단어를 외우는 꽤 괜찮은 방법을 알고 있습니다만
다른 분들께도 적용이 될지는 모르겠습니다.

그 방법은 마음에 드는 (영어로 된) 책 1권
아니면 신문 기사 혹은 사설등을 여러개 수집해서
모르는 단어를 체크한 후 단어장을 만들어 놓고
읽기를 반복했습니다.

단어장 없이 줄줄 읽을때까지 수십 혹은 수백 쪽을 반복해서 읽었습니다.
제게는 최고의 방법이었습니다만
다른 분들께도 해당이 될지는 장담드릴 수는 없습니다.

심각하면서도 진지한 질문에 좋은 대답이 되지 못한듯 합니다만
저의 능력이 일천하니 너른 마음으로
양해부탁드립니다 수이님.

좋은 저녘되십시요~!!



 


어느 중국 무협영화의 주인공 서봉년은 정인인 '강니'가 자신의 고국으로 떠나겠다고 하자 흔쾌히 허락한다. 이를 지켜보던 누군가가 서봉년에게 사랑하는 여인을 어찌 떠나보내냐고 물었다.
서봉년은 이에, 
"놓아야 가질수 있고, 헤어져야 만날 수 있으며, 떠나야 돌아올 수 있다." 라는 내게는 무척이나 인상적인 답을 준다.

마침, 어느 분의 글을 읽어보니 "이별과 만남은 둘이 아니다" 라고 써있다.


이별 여행이라고 하니 마치 드라마의 제목처럼 연인들의 이별로 오해하는 수가 있겠다 싶다. 하지만 연인들의 이별에 관한 아픈 스토리가 아니다. 단지 가족 중 누군가가 적지 않은 시간 동안 아주 멀리 떠나 살아야 하는 이야기이다. 온전히 돌아오기까지는 계절이 몇 번 바뀐 후가 될 것이다. 저마다의 방식이 있고 저마다의 길이 따로이 있는 것이 인생일 것이니, 내가 할 수 있는 일이라고는 긴 이별을 위한 여행을 함께 하는 것 뿐.


삼천포로 잠시 빠져보면,
 나는 깊은 산골이자 바다가 안마당이나 다름없는 서쪽 태생이다. 자연 경관으로만 말하자면 찾아오는 이 없는 관광명소가 고향인 것이다. 한 번 다녀간 사람은 영원히 잊을 수 없는 은둔의 명소 말이다. 그래서 나는 늘 의문이었다. 가정맹어호라고 나의 조상은 가혹한 세금이 무서워 야밤에 이곳으로 도주를 하셨나, 아니면 역적질을 하다가 쫓기어 이곳까지 도망을 했을까 하는 의문을 품고 살았다. 조선의 학정이 위세를 떨치던 시절이라면 어느 쪽도 있을 수 있는 일이니 말이다. 도피를 했던, 쫓기었든 하필이면 이런 외딴, 아무도 찾지 않는 은둔 장소에 정착한 조상들을 수도 없이 원망했다.


그러나 명리의 대가라 할 수 있는 어느 분은 나의 주거 환경이 이와 달랐더라면 어린 시절을 무사히 넘기지 못하고 틀림없이 절명했을 것이라 했다. 남쪽 혹은 동쪽 에서라면 말이다. 서쪽 바닷가나 북쪽에서 태어나야 어린 시절을 무사히 보낼 수 있는 사람이라는 것이다. 그러면서 덧 붙이기를  "그러나 서쪽에서 바다를 수영장 삼아 살았다 해도 그냥은 없습니다. 반드시 짚고 넘어갑니다. 절명의 위기를 만난 적이 있지요?" 라고 물었다. 그랬다. 나의 운명은 어린 내가 그 시절을 순순히 지내도록 방관하지 않았다. 어린 나는 치명적 절명의 순간과 세 번 마주했다. 아차하면 저승 사자와 동행하는 삶이었다.



[[[ 올드 랭 사인 (Auld Lang Syne) 은 사적으로 박지혜의 버전이 가장 느낌이 좋다. ]]]


그런 순간들을 마주한 후로 낯에도 밤에도 무서운 꿈에 시달렸다. 식사 후 급체하는 일은 헤아릴 수도 없었다. 특별한 이유 없이 앓아 눕곤 했다. 덕분에 초등학교를 수도 없이 빠졌다. 어린 놈이 무녀의 도움을 받을 정도면 소나기의 윤초시네 증손녀와 다를 바가 없는 상태였던듯 하다 ㅡ 지금 생각해보면 윤초시네 증손녀는 전라도 광주 혹은 경상도 마산 쯤으로 가서 요양을 했어야 했지 싶다. 소녀가 음의 기운이 있는 곳으로 와서는 삶을 등졌으니 하는 말이다. 아 그렇게되면 윤초시네 증손녀가 사는 대신 소설이 죽게되나?ㅡ. 


어째거나 나는 방안에 홀로 누워 아득하게 멀어져가는 또래 아이들의 외침 소리를 뒤로하고 꿈 같은 잠에 빠지곤 했다. 잠에서 깨어나면 방안이 아니라 안뜰에 누워있는 내 자신을 발견하고 스스로 놀랐다. 이 모든 것들이 절명의 순간들과 마주한 결과였다는 것을 알게된 것은 잊었던 기억이 되돌아 온 후였다.


기억이 다시 되 돌아오기 전까지, 절명의 모든 순간들을 나도 모르게 까맣게 잊게되었으니 말이다. 그 망각의 순간이 언제부터인지 알 수는 없다. 나도 모르게 그렇게 된 것이다. 돌이켜보면 중학교 2학년 후로는 온전한 정신으로 학교에 다닐 수 있었으니 그때부터라고 추측할 수 있다.


또 어째거나 내가 서쪽에서 태어난 때문에 가족들은 동쪽으로 갈 기회가 많지 않았다. 가보지 못한 길에 대한 아쉬움과 미련은 늘 남는 법이다. 다들 이 번 이별 여행은 동쪽 끝으로 가자고들 했다. 그렇게 하기로 했다. 첫 번째 계류지는 안동이다. 시내에서 찜닭을 먹고 명소를 둘러보며 그곳에서 하루를 머문 후, 다시 동쪽으로 떠날 것이다.


출발 전에 집근처 음식점에 들러 식사를 하고 첫번째 계류지인 안동을 향해 도심을 빠져나갔다. 자연스럽게 휴게소를 거치게된다. 유감스럽게도 가족의 휴게소 루틴은 '자신들이 좋아하는 과자와 음료, 그외 간식을 구매하거나 식사는 하지 않는다' 이다. 이런 루틴은 휴게소의 음식에 대한 불만 또는 불신의 반작용이다. 세월이 흐를수록 지날수록 휴게소 식당 음식의 질이 점점 더 나빠지더니 몇년 전에는 거의 먹을 수 없는 사건과 마주했다. 그날은 음식을 사놓고는, 제대로 먹지 못했다. 심지어 휴게소에서 파는 이름있는 점포의 아메리카노 조차 늘 너무 쓰고 텁텁했다. 가장 질 떨어지는 콩은 휴게소에서 소비하는구나 싶었다.

결국 그 날 새로운 루틴이 생겨났다.


1. 장거리 여행이 있는 날, 출발 전에 외식을 한다.
2. 간식거리는 집에서 준비해간다.
3. 휴게소에서는 편의점에 들른다.
이런 루틴이 정해진 후로 늘 그래왔다.



이번에 그렇게 들른 곳 중 하나는 첫 번째 계류지 안동으로 가는 길 어디쯤에 있는 '단양팔경 휴게소 부산방향'이었다. 하차 후 모두 편의점으로 웅성 웅성 발길을 옮기는데, 갑자기 누군가가 외쳤다.
'와~ 다이소다~!!'

다른 누군가가 놀라듯 말했다.
'어, 어디?'

또 다른 누군가가 반갑다는듯 말했다.
'나, 다이소 갈라그랬는데! 어딧어?'

정말로 저 멀리 '다이소' 간판이 보인다.
나는 '와~  고속도로 휴게소에 다이소가 다있네! 여기 최곤데!' 했다.





또 다른 누군가가,
'근데, 다이소 글씨가 파란색인데?' 했다.

나는 맞장구를 쳤다, '색깔이 중한가? 다이소가 있다는게 중허지~'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모두 다이소에 이끌려 그곳을 향해 걸어가고 있었다. 다이소가 점점 가까워지자, 
시력 좋은 누군가가 실망하듯 외마디 탄성을 질렀다, '아~  이런!!'

그러자 또 다른 누군가가 급 궁금하여 '왜 왜? 했다.

외마디 소리를 지른 사람이 말없이 천천히 팔을 들어 손가락으로 다이소를 가리켰다.
모두의 시선은 손가락 끝이 가리키는 곳을 향했다.
그리고 거의 동시에 안타까움의 탄성을 내보냈다.
'아~~~!!"

그 중 시력이 나쁜 누군가는, 아 왜? 이랬다.
자세히 들여다보니 저기 다이소는 그 다이소가 아니었다!!




그러다가 잠시 후, 모두들 호쾌하게 웃었다.
아~  하하!!

내가 말했다.
와~~ 아이디어 최고다, 진짜!!
많이 파세요~~!!

누군가가 핸드폰을 꺼내 들었다.
'친구들에게 보여줘야지~' 했다. SNS에 올린다는 뜻일 것이다.
사람들이 지나길 기다렸다가 나도 핸드폰을 집어 들었다. 날이 추워 그런지 휴게소에 사람들이 많지 않아 오래 기다리지는 않았다.
짧지만 기다리는 시간이 시리고 차다. 오늘 참 춥다.
그래도 목련은 곧 피어 오르겠지....


그리고 부디, 건강하게 잘 다녀오기를..... 춥지만 단양팔경의 맑고 푸른 하늘을 향해 나는 그렇게 중얼거렸다.
그 시력 좋은 사람이 먼 길을 나서는 장본인인데, 초등학교 3학년 때 일기장에 쓴 글이 있어 되돌아본다.

 

           으악새

      대모산에 올랐다.

      어디선가 뻐꾸기 소리가 들렸다.


      논밭을 지나는데,

      "으악!" 하고 여자애 비명소리가 들렸다.


      깜짝놀라 주위를 살펴보니

      다친 여자애는 없었다.


     그럼 그렇지~

     으악새가 낸 소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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잉크냄새 2026-02-12 19: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 ^^ ^^ ^^ ^^ ^^ ^^ ^^
다이소가 여러 군데 있네요.

으악새 슬피 우는 가을에 어울리는 일기입니다. ㅎㅎ

차트랑 2026-02-12 19:50   좋아요 0 | URL
그러게나 말입니다 잉크냄새님,
멀리에서는 다있소 일줄 꿈에도 몰랐지 뭡니까요^^

내방해주셔서 고맙습니다.
편안한 저녁 되십시요 잉크냄새님~
 


입춘, 새해의 첫 절기가 시작되었다. 먼 조상들은 따듯함이 시작되는 봄을 그 얼마나 기다리고 또 기다렸을까. 그들의 부모형제 혹은 자신의 짝, 혹은 자녀가 추위 속에서 죽어가거나 굶어서 죽어가는 모습을 지켜볼 수 밖에 없었던 혹독한 겨울, 그들에게 겨울은 늘 그렇게 죽음의 계절이었다. 이루 말할 수 없이 가혹한 겨울을 견뎌낸 생존자들의 기쁨을 생각하면 함께 기뻐야하겠지만 그 과정을 생각하면 정작 가슴은 몹시 시리고 또 아프다.


안타깝게도 입춘은 중국의 화북지방을 기준한 것이라고 한다. 대한민국의 절기와 온전히 일치하지는 않는듯 하다. 그래서인지 혹한기 훈련은 입춘을 전후 했다. 혹한기 훈련중 새벽녘에 졸음을 견디지 못하고 낙엽을 덮고 잠든 동료의 코골이 소리가 아직도 선명한 것은 그 날 밤 추위가 몹시도 강렬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아무리 춥다 한들 봄은 온다. 



[[ 지 난 일요일, 이른 아침 잠에서 깨어 베란다 문을 열어보니 밖은 설국을 이루었다. 밖으로 나가 아직 아무도 지나간 흔적이 없는 곳을 기념했다. 모레가 입춘인데 설국이로구나...싶었다 ]]   


나를 더욱 춥게하는 것은 "농경시대의 24절기는 이제 수명을 다한듯 하다"는 댓글이다. 댓글이 나를 춥게하는 것이 아니라 그 댓글을 받아들여야 하는 어쩔 수 없는 시대의 현실이 나를 춥게하는 것이다. 그러다가 다시 읽고서 깜짝 놀랐다. 추위가 먼저왔고 놀람은 한 박자 늦은 것이다. 이건 내가 둔감한 탓이다. 깜짝 놀란 이유는, 이 말이 곧 사실이 되겠구나 싶었던 것이다. 농경이 사라지는 날, 인류의 생존도 무사하지 못할것이기 때문이다. 이보다 더 강력한 경고가 또 있을까. 이는 죄를 지으면 수천억겁이 지나도록 지옥에서 헤어나지 못할것이라 경고하듯 겁박하는 지장경의 말씀보다 더 강력한 경고이다.




[[ 내방하시어 댓글을 주신 잉크냄새님께 이 곡을 드립니다. 음악은 취향인데 취향을 저격하지 못했을까 염려되기도 하면서 감사의 뜻을 대신합니다 ]] 


어린시절 간척 사업으로 수영장이자 놀이터였던 앞 바다를 잃었다. 바다가 육지로 변해가는 모습을 보면서 어린 나는 앓고 앓았다. 놀이터도 잃고 친구도 잃을 것만 같은 두려움이었을까.  바다가 사라져가는 모습에 너무나도 실망한 나머지 한동안 밥을 제대로 먹지 못했다. 그 일은 내게 여전히 마음의 상처로 남아있다.


이제는 계절을 잃어야 하는 시점이 점점 가까워 오고 있다. 바다를 잃었던 어린 시절의 그 사무치는 가슴 앓이를 또 해야하나보다. 누군가의 이익은 또 다른 누군가에게 상실로 다가올 수 있음을 어린시절의 간척사업을 통해 알게되었다. 계절의 상실은 누군가의 부를 위해 희생된 공공 가치의 상실이다. 인류는 그것을 '발달' 이라고 이름 한다. 또 누군가는 그것을 인류의 편의와 혜택이라고 한다. 

발달이 지속되고 편의와 혜택이 커질수록 입춘이 사라지는 시점은 점점 더 가까이 다가 올것이다. 지구의 계절이 사라지는 날, 입춘도 사라지고, 어쩌면 인류도 함께 사라질 지도 모른다. 우리가 절기를 지켜내야 하는 이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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잉크냄새 2026-02-04 20: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 댓글은 추위만을 품고 있었는데 차트랑님의 사유가 놀람을 끌어안았네요.
노래는 취향 저격입니다.ㅎㅎ 감사합니다.

차트랑 2026-02-04 20:33   좋아요 0 | URL
댓글이 아니라 현실이 ...^^

취향에 맞다니 천만다행이지 뭡니까요 ~
편안한 저녁 되십시요 잉크냄새님~
 


겨울이 길게만 느껴질 시기가 되었다. 알고보면 내일이 입춘이다. 겨울이 다 간 것이다. 그렇다고 추위가 끝난 것도 아니어서 여전히 춥다. 더군다나 엇그제는 눈도 펑펑 내리던데 왜 입춘이라고 하는걸까... 날은 춥고 눈도 내리지만 입춘이라는 시계는 인간을 중심으로 바라본 것이 아니라 자연 속의 식물을 중심으로 바라본 시계이다. 북풍 한설의 눈보라를 맞으며 저 산과 들의 식물들은 그간 싹을 준비해왔다. 지금즘, 아니 한 참 전부터 나무의 줄기의 눈들은 벌써 몽글몽글 당장이라도 움을 틔울 만반의 준비가 되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어린 시절, 춥던 겨울날, 이 모습을 보고 그만 깜짝 놀랐던 적이 있다. 그리하며 약간의 차이가 있기는 하지만 매년 2월 4일 쯤이면 입춘인 것이다. 입춘은 그러니까 나무의 움들이 본격적으로 움직인다는 뜻이다. 인간은 여전히 춥지만 말이다. 겨울은 혹독한듯 보이지만 사실은 생명을 준비하는 시기라는 것이 음양가의 생각이다.     

  

이름이 널리 알려지지는 않았지만 상대적으로 그의 곡에 익숙한 사람들은 꽤 있는 프랑스 작곡가가 있다. 그의 곡은 어디선가, 또 언젠가 들어본 것 같은데...작곡가는 누구더라....하는 곡으로 막상 들어보면 '아 그곡~!' 이라고 생각할 가능성이 높다.

위키는 이 작곡가를 샤를 에밀 발퇴펠(Charles Émile Waldteufel)이라고 소개하고 있다. 그는 1837년에 태어나 77세를 사셨다고 한다. 덧 붙이기를 국적은 프랑스지만 독일어권 지역에서 태어난 독일계 유대인이기에 'Waldteufel'은 독일어인 '발트토이펠'이라고 발음한다고 써있다. 그의 곡 중 하나는 국내에 '스케이팅 왈츠'로 알려져 있다. 프랑스어로는 'Les Patineurs Valse', 영어로는 'The skaters Waltz'이다.






 
마치 빙판을 스케이트를 타고 미끄러지듯, 날아가듯, 유영하듯 움직이는 동작을 음악으로 표현했다. 실제로 페어(Pair)에서 이 음악을 쓰기도 한다. 요한 스트라우스 2세의 경쾌 상쾌한 왈츠 형식을 잘 활용한 곡이라 할 수 있다.



또 다른 하나는 국내에 '여학생 왈츠'로 알려진 'Estudiantina'이다. 대부분 들어본 그 곡이다.




이 곡은 말 그대로 여학생들의 발랄 명랑하고 즐거운 웃음이 가득한 모습을 아주 잘 표현했다. 한마디로 말이 필요없는 새싹의 젊은 청춘이다. 듣자마자 스케이터 왈츠보다 즐거움이 더 통통튀는 느낌을 받는다.  이 곡 역시나 익숙한 곡이지만 작곡가는 잘 알려져 있지 않다. 역시 발트토이펠이다.

겨울을 배경으로 하고있지만 봄 못지않게 신나고, 마치 새싹을 돗게하는듯 싱그러움을 느낄 수 있는 곡, 발트토이펠의 스케이터 왈츠, 사실 겨울은 생명을 준비하는, 즉 봄을 준비하는 시간인 것이다. 그리고 신명나는 여학생 왈츠. 혹여라도, 이 곡을 클릭하게 된다면, 클릭하는 순간 기분이 아주 즐겁고 상쾌하게 되리라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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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스피 2026-02-03 19:4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춘래불사춘 이라는 옛 중국시가 떠오르네요.내일이 절기상 입춘인데 금요일부터 또 강추위가 온다고 하네요

차트랑 2026-02-03 19:49   좋아요 0 | URL
안녕하세요 카스피님,
내방해주셔서 고맙습니다.
날이 다시 추워진다니요.
이젠 봄이 와도 뭐라고 안할텐데 말입니다.

좋은 저녁되세요 카스피님~

잉크냄새 2026-02-03 20:4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농경 시대의 24절기는 이제 수명을 다한 듯 합니다.

차트랑 2026-02-03 22:12   좋아요 0 | URL
그러게나 말입니다.

편안한 밤 되세요 잉크냄새님~

마힐 2026-02-03 22:4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차트랑님 말씀대로 클릭하는 순간, 어릴 때 학교 운동장에서 뛰어 놀 때가 생각이 나네요.
템버린, 캐스터네츠가 귀에 들리네요... ㅎㅎ
듣는 동안, 다시 국민학생이 된 것 같아 기분이 좋아습니다.
차트랑님 덕분에 시간 여행 한번 한 기분입니다.^^
감사합니다._()_

차트랑 2026-02-04 09:12   좋아요 0 | URL
안녕하세요 마힐님,
과거의 추억에 반가우셨다니 저로서도 기분이 좋습니다.
귀에 익은 악기 소리가 제게도 무척 즐거운 음악인지라
종종 듣습니다.

건강하십시요 마힐님~

 
일본산고 - 역사를 부정하는 일본에게 미래는 없다, 박경리 유고 산문 박경리 산문선
박경리 지음 / 다산책방 / 2023년 5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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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본을 이웃으로 둔 것은 우리 민족의 불운이었다. - 일본 산고 ]]]


손에 쥐는 순간, 끝장을 보게되는 책들이 있다. 과거를 돌이켜보면 특히 무협지가 그랬다. 대입을 나름 잘 끝내고,  지금처럼 추운 겨울 날, 방안에 틀어박혀서는 그동안 읽고 싶었던 무협지를 빌려와 쌓아 놓고 읽었다. 밥때도 잊었고, 잠도 잊었다. 그러기를 한 달, 드디어 코피를 쏟으며 앓아 누웠다. 내가 초등학교 시절 아버지께서 정비석 삼국지를 읽으시며 코피를 쏟으실때 알아봤어야 했는데....


나에게는 무협지못지 않게 끝장을 보게되는 책들이 있다. 그 중 하나가 바로 '일본산고'이다 (이렇게 쎄게 나갈 수 있는 것은 사실 이 책이 두껍지 않아서 가능한 일이다 ㅠ). '일본 산고'가 무협지와 다른 하나가 있다면  하염없이 나의 피를 거꾸로 솟게 한다는 것이다. 무협지는 내게 카타르시스를 주며 나를 위로하고는 끝을 맺는다. 
'일본산고'는 피를 거꾸로 솟게하지만 탈출구를 제공하지 않는다. 마치 박경리선생이 제시하는 탈출구 없는 일본인의 의식구조처럼 말이다. 성질대로 읽다가는 병이 날것만 같다. 탈출구가 없는 문화의식은 막다른 골목에 다다른 후에 괴기함으로 변태할 수 있다는 것을 일본산고를 통해 알게되었다. 문학이든 예술이든 사랑이든 극단으로 치밀고 간 끝에서 살인 혹은 죽음이나 할복으로 끝을 맺으려는 일본인들의 의식구조에는 탈출구가 없다. 개인이든 집단이든 문화 의식의 탈출구는 매우 중요한 비가시성 사회 문화적 장치인 것인데 말이다.


널리 알려진 중국 고사, 천만매린(千萬買隣) 이라는 사자성어가 있다.
남북조시대의 송계아라는 사람이 여승진이라는 인물의 백만금(百萬金)짜리 옆 집을 천백만금(千百만金)을 주고 사들였다. 이에 깜짝놀란 여승진이 그 이유를 물었다.  송계아는, "백만금은 집 값이고, 천만금은 당신을 이웃으로 두는 값입니다" 라고 답했다고 한다. 하여 백금매택 천만매린(百金買宅 千萬買隣)이라는 말이 탄생했다.

논어 이인(里仁)에는 덕불고 필유린(德不孤 必有隣)이라는 말이 있다. 덕이 있으면 외롭지 않고 반드시 이웃이 있다, 라는 뜻이다. (요즘 일본이 외로운듯 보이는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는 것이다.) 이 모두 이웃의 중요성을 강조한 말이겠다. 그리하여 거필택린(居必擇隣)이라는 말이 있게된 것이다.


그러나 국가의 지정학은 택린할 수 있는 성질의 것이 아닌 불가항력인 것인데, 재수 없게도 대한민국은 하필 일본과도 같은 고약한 나라를 이웃으로 두게 되었다. 박경리선생의 한탄에 너무나도 동감하면서 일본산고를 손에 들수 밖에 없는 이유이다.


우리보다 강자였던 일본은 이렇게 말할 것이다, "그럼 약한 자를 짖밟지, 강한 자를 짖밟냐? 약한 자한테서 빼앗지, 강한자한테서 빼앗냐고? 세상이 생긴 이래 약자는 강자한테 짖밟히는거야! 천년 전에도!  천년 후에도! 약자는 강자한테 빼앗기는거라고!!!"  이 말은 사실 드라마에서 극중 길태미가 죽기 직전에 큰 소리로 외친 말이다.
길태미의 이 대사가 어찌나 강렬하던지 그만 나의 귀에 박혀버리고 말았다. 당시 나는 생각했다, '길태미, 그건 인간이 아닌, 다시말해 문화, 사상, 철학, 보편적 가치등이 존재하지 않는 짐승들의 세계에서나 있을 수 있는 일이 아니겠는가?' 라고. 박경리 선생은 이런 경우를 두고, "자(尺)로는 잴수 없고 저울로도 달 수 없는 가치도 있다. 그 가치로 인하여 우리는 인간인 것이다 (p.17)" 라고 너무나도 우아하고 명철하게 표현 했다. 이는 나의 감탄을 자아냈고, 나는 '와~~ 다른데가서 써먹어야지' 생각했다. 극중의 길태미는 인간만이 가지는 그 가치, 인간만이 가지는 삶의 존귀함을 모르고 있는 미개인, 즉 야만인이었다. 마치 일본이 그러했고 지금도 그런 것 처럼 말이다.


길태미가 극중에서 했던 이 말은 일본 메이지 유신의 정신적 지도자인 요시다 쇼인이 했던 말을 떠올리면 서로 잘 부합함을 알 수 있다. 존왕양이를 주장했던 요시다 쇼인은 "강대국(미국)이 약소국(일본)을 정복하는 것은 당연하다. 서양의 기술과 문물을 배워 서양과 대등해지고, 그들에게 빼앗긴 것은 조선이나 만주에서 되찾아오면 된다" 라고 주장했다. (조선과 만주에 돈 맡겨놨냐고?)


요시다 쇼인의 제자들은 바로 몇년 전 피습으로 사망한 아베의 고조 할아버지, 이토 히로부미, 만주 전범 기시 노부스케, 강점기 일제 총독들 대부분이다. 물론 아베는 그들의 후계였고, 현재의 일본 총리 다카이치도 그 맥을 잇고 있는 극우이다. 조선과 대한민국은 늘 일제 탐욕의 대상이었고 이는 앞으로도 계속될 것이다. 일제 강점을 주도했던 인물들의 계보가 현재도 일본 내각을 지배하고 있고 더욱더 극우화되어가고 있으니 말이다.


1926년생인 박경리선생은 태어나는 그 순간부터 스무살이 될때까지 일제강점기를 고스란히 체험했다. 하여 어쩌면 박선생의 이 글은 어떤이들에게 가해자 피해자의 논리 구도로 몰아갈 수 있는 여지를 준다. 또 이 땅에는 박경리선생의 생각을 그런구도로 규정하고 싶어하는 사람들(친일하는 냥반들)이 다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나 또한 박경리 선생이 객관성을 가진 제 3자의 입장은 결코 될 수 없다고 생각하는 바이다. 박경리 선생이 행여 '나는 객관적으로 말하고 있는거에요!' 라고 이 책에 썼다 한들, 나는 그 말의 진정성을 믿을 수 있을것 같지도 않다. 내가 박경리 선생이었다 해도 도저히 그렇게는 못하겠으니 말이다.


도올 김용옥선생이 박경리선생을 만나 대화를 나눈 적이 있었다. 김선생은 박경리선생의 일본에 대한 돌직구에 일제를 격은 울분과 회한 때문에 일본 문명을 제대로 파악하려하지 않는 감정적 반일주의가 아닐까 생각했다고 한다. 그러나 대화를 마치고난 도올은 박경리선생을 '보편주의를 지향하는 대문호의 분노' 라고 평가했다. 도쿄 대학에서 철학 석사를 마친 도올선생은 누구 못지 않은 일본 체험 및 학문 경험을 가진 사람이었다.  일본을 잘 알고있는 도올이 볼때, 박경리선생의 논리는 일본에 대한 철저한 분석과 일본 문화에 대한 방대한 지식으로 충만해있었다. 그 결과 도올은 박경리 선생의 일본에 대한 견해는 박경리 선생의 깊은 학문과 일본 문화에 대한 해박한 근거들의 조합에서 오는 통찰이라는 것을 부인할 수 없었던 것이다.


나아가 짐승이 아닌 다음에야 인간으로서 지녀야할 보편적인 가치는 언제나 어디서나 시공을 넘어 존재한다. 박경리선생이 나보다 훨씬 훌륭하고 작가로서의 자세는 나보다 백배 천배는 더 객관성을 가지려고 노력했을 것이라는 것은 의심의 여지가 없다. 하여 나는  이 글이 일제 강점기의 일본을 통해 인간으로서 보편적인 가치를 되돌아보는 계기가 되어줄 것이라 확신하는 바이다. 반일 작가로서 박경리 선생의 이성과 감성을 충분히 감안하더라도 말이다.


나는 일본에 대해서 늘 궁금한 것이 하나 있었다. 일본인들은 타인에게 폐를  끼치는 것을 극도로 싫어하며, 어려서부터 그에 관한 교육을 받는다고 들었다. 그런 일본인들은 타국에는 그 무엇으로도 씻을 수 없는 폐를, 아니 죄를 지어왔다. 그리고 반성과 사과는 절대로 하지 않는다. 이러한 부정합(不整合)은 어디에서 오는 것일까.  일본인들의 모순은 늘 나의 의문일 수 밖에 없었다. 박경리 선생은 나의 의문을 이 책에서 정리해주었다. 박경리 선생에 따르면 일본은 사상, 철학, 도덕이 부재한 나라라는 것이다. 일 예로서 전쟁 당시 일본은 거점이 무너질 경우 비전투요원까지 자살을 요구했는데, 자살하지 못하는 모친을 아들이 목졸라 죽음에 이르도록 했다는 것이다. 과연 사상, 철학, 도덕이 존재하고 있는 곳에서 벌어질 수 있는 일이던가? 제 아무리 극단적인 상황에 처해있다 한들 자식이 자신의 손으로 부모를 목졸라 죽음에 이르도록 한단 말인가!
일본은 목적을 위해서는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저열한 문화를 가진 나라인 것이다. 그들에게 부정합이 무슨 상관이 있겠는가. 그들의 이율 배반을 철학으로 해석할 수있는 방법이 있겠는가?


일본은 조선을 통해 불교와 유학을 받아들였다. 그러나 일본 국민들의 문화의식 구조 속에서는 불교의 자비와 유학의 사단(四端)중 어느 하라라도 찾아볼 길이 없다. 평소의 궁금증이었던 그 이유는 무엇일까? 일본산고는 그 이유를 잘 보여주고 있다. 사상과 철학이 부재한 일본인들의 문학과 미학(美學)을 통해 드러내는 일본인들의 의식구조를 파헤쳐 그 이유를 알수 있게한다. 박경리 선생의 통찰은  단순한 반일 작가로서의 그것이 아닌 이유이다. 지성이 있고 가치를 판단할 지식이 있는 자라면 누구나 고개를 끄덕일 것이고, 파시스트나 극우가 아닌 이상 박경리 선생의 견해에 공감하는 독자는 대한민국 국민만이 아닐 것이다.  


이 책을 읽으며 계속 따라다니는 한 가지 의문을 떨칠 수가 없다. 과연 일본의 특수성은 계속될 수 있을까?
일본인들이 가진 정치, 사회, 문화에 걸친 의식구조의 괴기스런 특수성이 집단으로 표출될 때, 인류가 지니는 보편성이라는 소중한 가치를 철저히 훼손시켜 왔다. 과연 일본의 의식 구조가 가지는 이러한 특수성이 계속 유지될 수 있을까? 그렇지 못할 것이다. 유지될 수 없다면 끝내는 소멸하고 말것이다.
어쩌면 이는 의문이라기보다는 일본인들에게 보내는 경고일지도 모른다. 일본은 스스로 빠진 함정에서 벗어나 인류 보편성으로의 회귀를 이루어내야 할 것이다. 인류가 사랑할 수 있는 아름다운 것으로의 회귀만이 인류의 공감을 확보하는 유일한 수단일 것이니 말이다.


모든 문장 하나 하나들이 귀중하고 가슴에 사무치지만 그중 몇 문장을 따로이 소개해본다. 다음은, 이 책이 단순한 반일이 아니라 통찰에 의한 '일.본.론.'이라는 것을 증명해주는 문장들이다.


[[[ 전쟁은 문화의 어머니요 어쩌고 하는 말도 생각이 난다. 일본 지식인들의 대부분은 한국인의 분노를 지겹고 불쾌하고 귀찮아한다. ]]] p.76  
(혐일해도 시원찮은 판에 혐한은 이렇게 성장해가는 것이다. 이는 극우들의 양식이 되고 있다)


[[[ 우리나라만 하더라도 실험과 규명을 철저히 거쳤으며 이미 신라 시대에 천문학을 시도했던 만큼 사상 면에서는 이미 열려져 있었다고 볼 수 있으나 일본으로 건너간 불교ㆍ유교는 그렇지 못했습니다. 체제가 그것을 받아들일 수 없었던 것입니다. 생각해 보세요. 간단하게 말을 하자면 불교의 자비, 유교의 인, 기독교의 사랑이 칼의 체제에서 받아들여질 수 있나요? ]]] p.87 

(일본의 정신이 왜 인간의 보편성과는 너무나도 멀리 떨어져있는지를 지적한 글일 것이다)


[[[ 피와 칼의 역사, 폐쇄되고 고립된 공간에서 간신히 수혈된 해외 문화는 그나마 만세일계라는 체제에 맞게 변조되어 종교든 철학이든 또 사상이 진실의 추구라는 방향을 잡지 못했고 황당한 신국사상을 만들어냈는데, ]]] p.111
(인간 생명의 본질적인 탐구가 결여된 일본의 야만성을 보여준 글이지 싶다)


이 책의 좋은 점 :::: 종이장의 두께가 있어 뒷쪽의 잉크를 투영시키지 않아 좋다. 내가 읽는 명리고전들은 대부분 뒷 쪽의 글씨들이 비추어보여 별로였다. 이 책은 전혀 그렇지 않다. 한 쪽을 넘길 때, 마치 두 쪽을 넘어가는 속도감은 덤이다. 출판 관계자의 탁월한 선택이다.


출판 관계자분께 당부의 말씀 :::: 하드 커버의 이 책은 크기도 약간 작아 아주 아담하고 깜찍하며 정말 이쁜 책이다. 책의 커버 색깔과 디자인도 아주 마음에 든다.  흠잡을데 하나 없는 고퀄이다. 그런데 하드 커버의 작은 책이 가진 사소한 단점을 하나 가진 책이기도 하다. 차 한잔 마시려고 자리에서 일어나면 읽던 쪽을 되찾기가 아주 어렵다. 다시 돌아가 또 읽고 싶은 부분도 있다. 그리고  읽던 부분을 찾으려면 한참을 또 찾아야 한다. 물론 독자들이 책갈피를 쓰면 된다. 나아가 출판관계자들께서도 이 점을  고려해주셔도 좋다는 말씀 드린다. 책의 특성상 여행을 갈때도 꽤나 좋은 책이다. 깡뚱한 책이니 말이다. 정성을 들였다는 것을 금새 알아볼 수 있는 책이다. 이점 출판 관계자분들께 칭찬을 아끼지 않는다. 하오니, 다음 판본 때는 갈피끈 부탁드립니다 출판 관계자님, 플리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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잉크냄새 2026-01-27 19: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관심도서에 넣어 두고도 손이 가지 않던 책이었는데 ˝단순한 반일이 아니라 통찰에 의한 ‘일.본.론.˝ 이라는 평가에 다시 읽어보려 합니다.

차트랑 2026-01-27 19:40   좋아요 0 | URL
안녕하세요 잉크냄새님,
박경리선생의 이 책은 읿본의 사유(문학 예술 정치) 저변을 통해 일본의 모습을
여실히 보여주고있다는 것이 저의 견해입니다.
제게는 그랬는데 어떨지는 모르겠습니다..

편안한 밤 되십시요 잉냄새님~

잉크냄새 2026-02-06 20:57   좋아요 0 | URL
당선 축하 드립니다. <서평에 대하여> 라는 페이퍼가 한몫한 기분입니다. ㅎㅎ

차트랑 2026-02-06 21:48   좋아요 0 | URL
오 이런~!
저의 취약한 부분으로 당선이 되다니요!!

잉크냄새님 덕분에 용기를 낼수 있었는데
이런 일이 제게 벌어졌군요!!

격려와 제게주신 고무, 감사드립니다 잉크냄새님~

추운 날, 건강에 유의하시고 편안한 밤 되십시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