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산스님의 명리정해와 문답 명문역학총서 65
지산 지음 / 명문당 / 2005년 4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이 책은 400쪽을 넘기지 않는, 명리서로는 많은 쪽 수를 가진 책은 아니다. 그럼에도 입문자들에게 부담스러운 것은 초장부터 암기 사항 나열하기를 100 여 쪽에 이른다는 점이다. 이는 입문자들을 매우 불편하게 하는 것이 사실이다. 분명 알아야 할 사항이 틀림이 없으되, 시간의 여유를 가지고 익히는 것이 일반적이므로 너무 부담스럽게 생각할 필요는 없다. 말은 이렇게 하지만 입문자 에게는 상당한 압박감을 느끼기에 충분한 내용들이다.


그리하여 책의 구성 내용으로 보아 명리에 대한 단순한 관심으로 읽어보고자 의도한다면 애초에 손을 대지 않기를 권해드린다. 앞 부분 수십 쪽을 읽다가 암기 사항에 압도된 후 먼지만 쌓일 확률이 매우 높은 책이니 말이다.


반면, 명리를 작심하고 대해볼 생각이라면 적극 권해드리는 바이다. 이 책은 쉽게 말해 명리의 기초 1을 퍼.펙.트.하게 정리하고 있으니 말이다. 더불어 명리에서 흔하게 사용하는 용어들에 관해 정리를 잘 해주고 있다. 한마디로 개념정리를 깔끔하게 해준 책이다. 기초 1에 해당하는 내용들과 공부의 방향을 확립하는데 분명 도움이 되는 책이다. (사적으로 사주의 기초를 1, 2로 구분한다. 사주의 기초 2는 천간과 지지가 주변과 만나 일으키거나 운과 만나 일으키는 변화로서 간명의 중요한 변수를 말함인데 통변에서 필수 사항이라 하겠다. 즉, 1이 불변의 개념이라면 2는 변화의 개념이다. 기초 1과 2를 제대로 익히지 않으면 혼란스럽고 불투명한 상태를 벗어나기 어렵다고 본다. ) 


고로 이 책을 읽으면 명리를 잘 알게된다는 뜻이 아니다. 이 책은 명리를 공부하고자 하는 사람에게 앞으로 무엇을 공부해야 할지를 명확하게 제시해준 책이라는 말씀이다. 이는 명리를 시작함에 있어 가장 중요한 사항일 것이다. 앞으로 공부를 해야할 내용을 아는 것과 모르는 것의 차이는 매우 크다. 알면 제대로 공부할 수 있고, 모르면 엉뚱한 길로 들어서서 허송 세월하는 수가 있기에 하는 말이다.


어느 명리 학도가 명리의 대가로 알려진 선생에게 비싼 수업료를 내고 공부를 한다고 치자. 학생들은 대부분 선생의 수업이 정도로 가고 있는지 아니면 삼천포로 가고 있는지 제대로 알기가 어렵다. 실제로 알고 지내는 어느 명리 학도는 유명하다는 선생을 찾아가 비싼 수업료를 내고 3년간 공부를 했다. 그런데 자신의 실력이 다른 곳에서 1년 공부한 사람보다 못하더라는 것이었다. 그때 가서야 자신이 3년간 허송 세월했다는 것을 깨달았다고 했다. 이런 사람들이 하나 둘 이 아니기에 이곳에 써 두는 것이다. 실제로 이런 경우에 해당하는 분들을 여럿 만나 보았다. 수강료만 날리면 다행이다. 교재 값으로 나간 헛돈도 심각했더라......!!


명리를 알기위해 반드시 거쳐야하는 일련의 과정들이 있다. 그 과정들을 제대로 가르치는 선생인지 아닌지를 모르면 일이 대략 이 지경에 이를 수 있기에 하는 말이다.




[[[ 포대법을 쉽게 익힐 수 있도록 그림으로 설명하고 있다. 이 그림을 따라 연습하면 포태와 12운성을 금방 마스터 할 것이다. 명리의 12운성 연습은 시간이 괘 걸리는 편인데 이 그림은 도움이 될 것이라 생각하는 바이다 ]]]  


또 하나의 예를 든다면,
용신(用神)을 다루지 않거나 혹은 소홀히 다루거나 또는 경시하는 선생은 패스하기 바란다. 이 책에도 용신의 중요성을 다음과 같이 명료하게 밝히고 있다.

"문제는 과연 四柱 가운데 어떠한 오행이나 육친이 그 四柱를 유리하게 도와주는 자 인가를 알아내는 일이다. 즉, 무엇이 용신인가를 가리는 것이 가장 어렵다. 고로 용신을 바르게 정할 줄 알면 四柱學은 거의 터득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p. 132


용신은 명리의 핵심이다. 원국의 상중하를 판단하고 앞으로의 운을 판단하는데 용신은 결정적인 사항이다. 남녀의 궁합은 말할 것도 없다. 문제는 용신을 정확하게 잡아내기가 결코 쉽지 않다는 점이다. 10 년을 공부해도 용신을 장담할 수 없다. 이것이 사실이고, 명리가들이 당면하고 있는 현실이다. 결국 어떤 이는 용신 잡기를 포기하기에 이르른다. 그리고 궤변을 늘어놓는다, "용신에 얽매이지 마라!" 라고. 어떤 이가 쓴 "용신 고집하다 해 넘어간다"는 글을 오늘도 마주했다. 이런 자가 있다면 절대로 신뢰하지 않기를 바란다. 그 말을 믿으면 안된다. 용신을 모르면 길(吉)과 흉(凶)을 판단할 수 없는 것이 명리이다. 


또한 용신을 모르면 명주의 행복 여부를 알 수가 없다. 성공 여부와 행복 여부는 또 다른 문제가 될 수도 있다. 사회적으로 성공은 했으나 불행한 삶을 살아가는 개인이 있는 것은 이러한 이유가 있기 때문이다. 용신을 제대로 알면 이 차이를 알 수 있다. 그러니 "용신에 얽매이지 말라, 용신 고집하다 해 넘어간다"는 말을 믿어서는 안될 것이다. 이는 용신을 공부하다 지쳐 중도이폐한 술사들의 궤변이기 때문이다.

때로는 용신이 아니어도 답을 얻는 경우가 없지는 않다. 그러나 이는 일반화의 오류에 빠질 위험성이 있다. 지극히 경계해야 할 일이다.


명리는 쉽게 말해 타이밍(Timing)의 학문이다. 어느 시기에 태어났는가를 기준하여 길흉을 알아보는 것이니 말이다. 그 사람이 태어난 年 月 日 時가 기준인 것이다. 이 네 가지는 시간이 아닌 것이 없다. 그리하여 특정 시간의 사주에 특정 시간은 길(吉)이 되고 또 다른 특정 시간은 흉(凶)이 된다. 그리하여 특정 년 월 일 시는 조화가 잘 이루어지는 반면, 또 다른 특정 년 월 일 시를 만나면 길흉이 엇갈리는 것이다. (그러므로 용신을 모르면 길흉을 알 수가 없다!!)

그리하여 향해야 할 방향도 서북 혹은 남동으로 엇갈리는 것이다. 누군가는 미국 혹은 유럽으로, 또 다른 누군가는 동남아 혹은 중동 혹은 하와이로 각기 길을 나서는 이유이다.


그러나 또한 염두에 두어야 할 것도 있다. 대부분 자신의 운명을 피해가는 사람은 없다. 하지만 분명 피해가는 사람도 있다는 점 말이다.

관련 일화가 있는데, 많은 사람들이 어디선가 들어봤을 법한 그 스토리는 대략 다음과 같다.
토정 선생이 그의 스승인 화담 선생과 조선을 두루 살피던 때의 일 이라고 한다. 두 분께서 충청도 어느 고을을 지나는데 마을 입구에서 두 사람의 앞을 막아서는 한 포졸이 있었다.


그 포졸이 말하기를, "고을에 전염병이 돌아 마을로 들어가면 죄다 죽소~! 다들 도망간 마당이니 다른 마을로 피해 가시오!" 했다.
화담 선생은 "우리는 괜찮으니 염려마시오. 그나저나 그대는 도망가지 않고 어찌하여 여기서 이러고 계시오?" 했다.
그 포졸이 말하기를, "나마저 도망치면 이 마을의 전염병이 다른 마을로 번져 다들 무사하지 못할 것이오. 누군가는 이 일을 해야하지 않겠소?" 했다.

그 자의 안위가 걱정된 토정 선생이 스승께, "저 자의 운(사주)을 살펴볼까요?" 했다.
화담 선생이 답하기를, "아니다. 그럴 필요 없다. 저토록 굳은 의지와 책임감이 강한 사람은 흉운도 피해 가느니라!" 했다.


강한 의지와 책임감은 나쁜 운명도 피해간다는 말이다. 그러니 선업을 행하고, 좋은 뜻의 강한 의지와 더불어 책임감있는 삶을 살아간다면 흉도 피해 갈 것이며, 흉이 되려 길로 변할 수 있으리라 여기는 바이다.


추신ㅡ 최근 어떤 이가 AI로 사주를 봤다고 말하면서 그 결과물을 믿어도 좋으냐는 질문을 내게 했다. AI로 사주를 봐본적이 없는 나로서는 정확한 답을 줄 수는 없었다. 한 가지 추측할 수 있는 것은 입력 값의 정확도이다. 용신을 제대로 알고 있는 사람이 제대로 된 값을 입력시켜 AI에게 학습케 했다면 적중율을 믿을 수 있을 것이다. 또한 학습의 량도 충분해야 할 것이다. 그러나 그렇지 못하다면 심심풀이가 될 확률이 높다고 본다. AI는 학습시킨 내용 만을 습득한 후의 결과물을 내놓는다는 사실을 감안할 때, 어느 정도의 실력자가 AI 기반에 참여했느냐가 핵심일 것으로 판단된다. 속 사정을 알 수 없는 한, 답을 낼 수도 없을듯 하다.





댓글(2) 먼댓글(0) 좋아요(14)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다락방 2026-08-03 20:1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 명리를 공부하고 싶었거든요!! 제 사주, 제가 좀 보고 싶어서요. 그런데 일간이 자기를 나타낸다 까지는 재미있게 보긴 했는데, 어느 순간 합과 충이 나오면서... 저에게 그것은 수학이고 과학이 되어버리고.. 그 지점에서 책을 탁, 덮어버리게 되더라고요. 휴.. 저는 그래서 명리학 공부하고 그걸로 사주도 보는 사람들이 진짜 대단하다고 생각해요! 물론 누구나 훈련한다면, 노력한다면 어느 정도는 되겠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분명 타고나는 사람들이 있다고 생각하고요, 저는 요리쪽으로도 예술쪽으로도 타고나지 못한것처럼 명리학 학습으로도 영 젬병인 것 같습니다.
차트랑 님의 명리에 관한 글, 재미있게 읽을테니 계속 써주세요!!

(아, 그리고 저도 AI 로 사주 곧잘 봅니다. 사실.. 잘 맞지는 않는 것 같고, 그저 저 듣기 좋은 말만 해주지만요. ㅎㅎ)

차트랑 2026-08-04 07:28   좋아요 0 | URL
안녕하세요 다락방님,
저의 서재를 내방해주시어 고맙습니다.

댓글에 대한 답은 신속하게 드려야 마땅하나 (뜻밖에도) 저는 야간 업소에서 일하고 있는 연유로
대부분이 퇴근을 할때 저의 일은 시작이 되다시피 합니다.
또한 늦은 밤에 답글을 드리는 것이 여의치 않아 늦어지게 되었습니다.
이점 다락방님의 너른 양해를 희망합니다.

명리를 공부하고 싶었다는 점과 일주를 알고있다는 점 자체 만으로도
다락방님은 명리계에 계신 것이나 다름이 없습니다.
다만, 저처럼 공부할 기회를 몸소 갖지 않으신 것이겠지요.

명리에 관심을 가진 분이 있을 경우, 혹시 일주를 알고계시냐고 물어봅니다.
자신의 일주를 알고계신 분은 대화가 아주 쉽기때문입니다.
그러나 자신의 일주를 알고있는 분은 거의 본 적이 없습니다.

지금껏 명리를 혼자서 터득한 유일한 한 사람을 만나봤습니다.
스스로 상당한 경지에 올라있더군요. 감탄을 금치 못했습니다.
그러나 대개는 혼자서 공부할 수 있는 영역은 아닌듯 합니다.
저 역시도 선생님 밑에서 오래도록 공부를 했습니다.

사실, 재미없는 분야가 명리이고 대중의 관심도는 현저히 낮은 편이라
리뷰를 쓰는 일이 공허한 일입니다만 다락방님께서
기꺼이 읽어주신다니 그저 감사드릴 따름입니다.

하루 하루가 폭염의 연속입니다.
건강을 해치지 않도록 유의하시기 바랍니다.

오늘도 좋은 하루 되십시요 다락방님.

 



사적으로 낚시 행위를 좋아하지는 않는다. 특히 재미를 위해 행하는 낚시를 지극히 경계하는 편이다. 낚시꾼의 기쁨과 즐거움, 행복은 물고기에게는 절명을 뜻하기 때문이다. 낚시꾼들이 흔히 말하는 그 손맛은 물고기의 절명을 댓가로 얻는 즐거움이다. 끊어질듯 팽팽하게 당겨진 낚시줄의 텐션이 강할수록 낚시꾼들의 즐거움은 더 커진다. 동시에 아가미를 꿰인 물고기의 갑작스런 공포와 절망도 그만큼 더 커진다. 아... 이 넋을 빼앗는 순간의 공포와 두려움을 어찌 경계하지 않을 수 있으랴...


그리하여 누군가의 즐거움, 행복이 또 다른 누군가의 죽음, 두려움, 극도의 공포와 공존할 수 밖에 없는 그 상황을 나는 원하지 않는다. 설사 그 상대가 물속에서 사는 존재 일지라도...



아래 사진, 슈베르트의 밤



[[[ 사진 출처 ㅡ 슈베르트 평전 p.449. 요제프 슈파운의 집에서는 '슈베르트의 밤', 즉 슈사모(슈베르트를 사랑하는 사람들의 모임)가 열렸다. 슈베르트는 동시대의 다양한 인물들에게 많은 사랑을 받았다. 피아노 치는 사람이 슈베르트, 팔을 뻗어 악보를 넘길 준비를하고 있는 기럭지가 긴 사람이 바리톤 요한 포글이다. ]]]



그러나 알프스 최고의 송어 낚시꾼 3인은 예외이다. 때로는 그 낚시꾼들의 재능을 모방해보려는 헛된 시도를 범하는 지경에 이르기도 한다. 그 3인은 알프스 최고의 낚시꾼들이지만 물고기를 향해 미끼를 매단 낚시를 던지지도, 물고기를 낚아올리지도 않는다. 


1817년 스무살의 슈베르트는  이름이 조금 긴 크리스티안 프리드리히 다니엘 슈바르트(Christian Friedrich Daniel Schubart)가 쓴 시(詩)에 곡을 붙인다. 곡의 이름은 '송어( Die Forelle)'. 한 때, '송어'냐 '숭어'냐 전 국민을 헷갈리게 하기도 했다. 그러나 '슈바르트'가 시를 쓰고 '슈베르트'가 곡을 붙인 대상 주인공은 '송어'가 맞다.



오스트리아, 독일, 프랑스, 스위스, 이탈리아등은 알프스의 영향력에서 벗어날 수가 없다. 특히 알프스의 맑고 시원한 물은 말할것도 없다. 알프스의 차갑고 맑은 물 송어는 또 그 주인공 중 하나가 아니겠는가. 이 녀석들은 알프스의 싸하게 차가운 빙수에서 자라서일까, 자신들의 고고함을 자랑한다. 1급 빙수의 이 물건들을 탐내는 낚시꾼들이 많을 수 밖에 없다.시인 '슈바르트'는 이 낚시꾼들과 송어를 빗대어 사내들을 경계하라는 메시지를 시(詩)로 남긴다.

















슈베르트가 알프스의 차가운 1급 빙수에서 뛰노는 송어를 모를리가 없다. 그는 이 녀석들이 물에서 퍼덕이는 그 활기와 기운찬 모습에 그만 감동을 했던 모양이다. 사실 살아있음의 생명력은 그 자체로 감동이다.



시경(詩經)에 어약우연(魚躍于淵)이라는 말이 있다. 자유롭고 건강한 물고기들이 제 힘에 겨워 연못 위로 퍼드득 뛰어오른다. '어약우연'은 물 위로 뛰어오른 물고기의 생동감, 그리고 물고기의 은빛 비늘들의 반짝임과 자유로운 순간을 포착한 정녕 아름다운 수사이자 스틸컷이다. 아름다움과 감동은 생명력이 살아 있는 바로 이 순간과 자유로움에 있다. 살아 있음과 자유로움의 감동이 슈베르트에게 곡을 쓰게 했을 것으로 짐작된다. 그리하여 '슈베르트'는 이름도 비슷한 '슈바르트'의 시를 가져와 곡을 붙인다.



[[[ 애정하는 분덜리히 형님의 노래를 빼놓을 수 없다. 분덜리히는 슈베르트의 송어에 아주 잘 어울리는 딕션을 들려준다. ]]]


'송어 Die Forelle'의 작품 번호는 Op. 32 (D. 550)이다. 슈베르트가 생존해 있던 시기에 출판했다는 뜻이다. (송어 피아노 5중주는 Op. 114 이다.
슈베르트는 피아노 5중주를 출판하지 못하고 세상을 등졌다. 도이치 번호(D.)와 관계없이 오푸스 번호 (Op.) 가 100번을 넘어가면 슈베르트 살아 생전에 출판하지 못했다는 뜻이다)




[[[ 포글과 슈베르트 ㅡ 프란츠 폰 쇼버가 1817년에 그린 캐리커쳐 ㅡ 사진 출처, 슈베르트 평전 p. 159. 포글은 존재감이 압도적인 장신의 사내였고, 특히 고대 그리스어와 문학을 비롯한 고전에 해박한 지식을 가진 예술가였다 ㅡ 슈베르트 평전 p. 158~159. ]]]


슈베르트에게는 다행스럽게도 절친이자 당대 최고의 명 바리톤이 한 사람이 늘 곁에 있었다. 그 둘은 재밋게도 동갑이였다. 그의 이름은 요한 포글(Hohann Vogl)이었다. 포글은 슈베르트보다 먼저 명성을 얻고 있었다. 슈베르트의 가곡들을 우연히 부르게된 포글은 슈베르트릴 단번에 알아봤다. 그 순간부터 그는 슈베르트의 홍보 대사가 되었다. 포글은 슈베르트가 자신의 재능을 알리는데 크게 일조했던 것이다. 요한 포글은 슈베르트에게 절친이자 큰 조력자였다.




[[[ 이안 보스트리지의 송어는 딕션의 마술을 보여준다. 그는 슈베르트에 관한한 늘 마술사이다 ]]]



송어(Die Forelle)의 운율은 싱그럽고 기운찬 송어를 닮아 밝고 상쾌 경쾌하다. 듣는 이의 기분을 덩달아 좋게한다. 슈베르트는 이 곡을 어찌나 애정했던지 곡을 쓴 이후 4년간 네차려에 걸쳐 곡을 가다듬는다. 추후, 피아노 5중주의 주제로도 사용한다. 이 사실은 '송어 Die Forelle'가 슈베르트의 정성이 많이 깃든 대표곡 중 하나라는 것을 방증한다. 




[[[ 피셔 디수카우는 독일 가곡의 대가이다.  안타깝게도 디스카우와 양대 산맥 중 하나였던 제라르 수제의 송어는 왠지 즐겨듣지는 않는 편이다 ]]] 



슈베르트 송어의 핵심은 딕션에 있다. 송어가 퍼덕이는 그 모습을 닮은 딕션을 들려주어야 한다. 피아노 연주 역시 1급 빙수처럼 투명하고 맑아야한다. 피아노는 통통 밝게 튀듯, 또랑 또랑 연주하게 될 것이다. 딕션 역시 밝으면서 경쾌하고 퍼덕여야 한다. 끊어냄과 동시에 들어가야 할 때의 호흡이 쉽지 않다. 딕션이 늘어지면 그 맛을 내지 못한다. 그리하여 나의 사적인 감상 기준은 딕션에 있다. 사실 독일 가곡은 딕션이다! 


송어를 들으며 감탄한다. 아... 아름답고 아름다웠던 슈베르트의 청춘이여!!!


지극히 사적이지만 나의 감상 기준에 따라 3인의 낚시꾼들이 부르는 노래를 이렇게 게시해본다.





댓글(4) 먼댓글(0) 좋아요(22)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잉크냄새 2026-07-23 21:0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동양의 지음이 백아와 종자기라면 슈베르트와 포글은 서양의 지음이었군요.

차트랑 2026-07-24 07:08   좋아요 1 | URL
아,
제가 미처 그 생각에 이르지는 못했습니다.

잉크냄새님의 말씀을 읽고는
무릎은 탁~! 머리는 번쩍~! 하는군요.
포글은 슈베르트의 곡을 한 번 불러보고는
슈벨트의 특별한 재능을 단박에 알아봤다고 책에 써있는데,
저는 어찌 지음을 생각지 못했을까요... 아쉽습니다!!

페이퍼에 썼다가 지웠는데요.
저는 꺼구리와 장다리만 생각나더라구요 ㅠ
하여튼 저의 수준하고는....^^


다음은 송어의 연장선에 있는
슈베르트 피아노 5중주에 관해 역시 간단하게 써볼 생각인데
들어봐주시고 읽어주시면 대단히 고맙겠습니다 잉크냄새님~

오늘도 좋은 하루되십시요 ~


잉크냄새 2026-07-25 10:07   좋아요 1 | URL
저도 처음에는 서수남과 하청일이 떠올랐습니다. ㅎㅎ

차트랑 2026-07-25 10:10   좋아요 0 | URL
비빙고~~~^^
 



지난 토요일은 절친의 생일이었다. 내게는 절친 셋이 있었는데 불행하게도 그 중 둘을 잃었다. 한 사람은 교통사고로, 다른 한 사람은 이른 나이의 암으로 그렇게 세상을 등졌다. 이제 나의 절친은 한 사람 뿐이다. 두 사람을 잃고 나서야 생존해 있는 절친의 생일을 축하하며 선물을 챙겨주기 시작했다. 절친들이 살아 있을 때는 그러지를 못했다. 서로 멀리 떨어져 있고, 서로 바쁜 탓이다. 후회가 막급했지만 돌이킬 수 없는 일이다. 물론 사회 생활을 하면서 다수의 인사들과 교류를 하지만 절친에 속하지는 않는다. 


사실은 차 한잔 하자는 분들이 많다. 연락은 받으면 나는 "각자 차 한잔 씩 하십시다!" 이러고 만다. 누가 '밥이나 같이 합시다!' 하면 나는 "각자 밥 드십시다!" 이러는 편이다. 아주 친한 누군가가 그런 내게 말했다, "사람 노릇 좀 하고 살자!!" 어쩌면 나는 사람노릇을 잘 못하고 살아가는 중인지도 모른다. 대신, 친구 노릇은 하고 싶은 마음이 크다.    


다행스럽게도 나의 출근 시간은 오후 1시, 다수의 직장인들과는 업무 패턴이 다르다. 사정이 있는 경우 좀더 늦어도 나쁘지는 않다. 사정이 더 있다면 출근하지 않아도 된다. 가만 생각해 보니, 나는 있으나 마나 한, 존재감이 없는 직장인? ㅠ. 어쨌든 일찍 서두르면 어려움 없이 출근할 수 있는 상황이다. 


친구에게 선물을 가져가는 날이라 즐거운 마음으로 이런 저런 생각이 떠올랐다. 함께 학교 마루 바닦을 광내던 순간과 유리창을 거울처럼 빛내던 그 순간. 주로 노동력을 함께 나누던 순간들이 떠올랐다. 장대비를 맞으며 친구를 찾아가던 날도 떠올랐다. 그날은 소나기가 어찌나 굵던지 이마가 아플 지경이었다. 물론 참 좋은 날이었다. 그렇게 이런 저런 생각을 하면서 곧 잠에 들었다. 누우면 곧 잠에 빠지는 것은 저질 체력 덕분인듯 싶다. 


그리고 얼마의 시간이 지났을까. 깜짝 놀라 잠에서 깨어났다. 꿈인지 생시인지!!! 생활지원 센터에서 타격감이 겁나게 큰 비상벨을 울려주었다. 화재 경보음이 청각을 강타했다. 경보음은 귀가 어떻게 되는가 보다 싶을 정도로 강력하다. 시계를 보니 새벽 3시 30분, 밤이라서 그런지 유난히 더 크게 들린다. 출발 예정 시간은 5시 였고, 나의 알람은 4시 30분에 맞추어져 있었다. 1시간 먼저 경보가 울린 것이다.


아 이런,  화재라니!!! 


화재가 있어서는 안되겠지만, 안내 방송에 따르면 불행중 다행으로 발화 지점은 지하 1층 주차장이라고 했다. 녹음된 매뉴얼 멘트는 '대피하라'는 내용도 있었는데 대피를 하지 않아도 되는 상황이었다. 해로운 연기를 피하려면 오히려 문 잘 닫고 집 안에 있어야 했다.




[[[ 날이 밝아서야 소방활동이 끝이났다 ]]]


대한민국의 소방차 출동은 무척 신속하다. 경보를 들은지 수 분 만에 십여 대의 소방차들이 도착하여 진화 작업에 나섰다. 곧 지하 주차장에서 검은 연기가 치솟아 램프를 타고 피어 오르기 시작했다. 화학 물질이 타는 냄새는 매우 자극적이었다.


그런데 갑자기, 내가 주차를 어디에 했더라....  급 궁금해지기 시작했다. 비상 상황을 맞이하니 기억 회로가 작동을 멈추었나? 도대체가 그 위치가 어디였지? 지하 1층인 것 같기도하고 지하 2층인 것 같기도 했다. 아, 모르겠다. 갑자기 인천과 천안의 어느 아파트 지하 주차장 화재 뉴스가 떠올랐다. 주변에 주차했던 차량으로 불이 옮겨붙어 차량 다수의 화재로 확산되었다고 했다. 이러다 죄다 다 타버리는거 아냐? 불길한 생각이 스쳐지나갔다.


언뜻 보기에 장비 없이 지하 주차장으로 접근하는 것은 불가능해 보인다. 주차장 입구 램프를 통해 검은 연기가 마치 굴뚝에서 솟아나오듯 했다. 또한 도저히 호흡을 할 수 없는 수준의 강력한 화학물질 냄새는 상상 이상으로 지독했다. 단순한 매연이 아닌 것이다. 아, 이럴때 소방관님들의 사투가 없다면 대체 어떤 일이 일어나게 될까. 이러한 극한 상화에서 화재를 진압하는 소방관님들의 모습이 그려졌다. 거의 상상이 가지 않는다.

 
소방 활동이 한참 지난 후,  인명피해는 없다는 천만 다행스런 소식이 들려왔다. 화재 차량은 전소됐다고 했다. 여전히 매연이 심하니 매연을 흡입하지 않도록 주의를 당부했다. 나는 상황을 파악하기 위해 밖으로 나갔다. 소방 활동이 이루어지고 있다는 것 외에는 알 수 있는 내용이 없었다.


[[[ 다음 날, 차량의 상태를 확인 차 지하 주차장에 내려가 보았다. 같은 구역의 차량들이 함께 피해를 본듯하다. 천만 다행스럽게도 인명 피해가 없었고, 소방관 님들의 신속한 조처 덕분에 큰 화재로 확대되지는 않았다. ]]]


주민 다수가 밖에 나와있었다. 그러나 곧 매연을 견디지 못하고 집으로 들어갔다.

나도 마찬가지였다. 소방 활동을 하는 사이 날이 밝았다. 매연이 심해 주차장 진입은 여전히 불가능했다. 오늘 친구에게 갈 수 없게 되었다. 친구에게 전화를 걸어 생일을 축하하고 찾아갈 수 없는 상황을 알려주었다. 나도 기다려온 날 인지라 아쉬움이 크다. 그리고 친구가 좋아하는 노래를 친구에게 전해본다. 사랑하는 나의 친구여, 생일을 축하하네!!!










댓글(6) 먼댓글(0) 좋아요(18)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잉크냄새 2026-07-20 20:5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얼마 전 읽은 책에서 생일을 챙기는 등의 활동을 감정 노동의 한 형태로 보더군요. 남자들이 여성에 비해 감정 노동을 잘하지 못한다는 것이죠. 저도 생일 챙기기는 왠지 어색하더군요.

차트랑 2026-07-22 10:16   좋아요 0 | URL
허걱~!!

안녕하세요 잉크냄새님,
댓글을 드렸는데 저장을 하지 않았다는 것을 지금 알게되었습니다 ㅠ.

댓글에 답을 드리지 않는 것은 큰 결례이온데
그런 결례를 범했습니다.
저는 한마디로 매사가 너무 엉성합니다 ㅠ

그래서인지 저와 똑 닮은 사람에 대한 이해도가 높은 편입니다.

늘 실수를 하고 엉성하며
매사 하는 일에 구멍이 숭숭 뚫려있는 제 자신이 때로는
뭣하긴 합니다 ㅠ

이점 너그럽게 봐주십시요 잉크냄새님.

잉크냄새님,
좋은 하루 되시기바라며 물러갑니다



2026-07-21 08:18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6-07-21 08:50   URL
비밀 댓글입니다.

그레이스 2026-07-22 09:4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
큰 일 없으셔서 다행입니다.

2026-07-22 10:20   URL
비밀 댓글입니다.
 


슈베르트 즉흥곡 (Impromptu) D. 899 Op. 90 III. Andante 


 '즉흥곡 Impromptu(s)'이라는 명칭은 슈베르트 자신이 부여한 이름이 아니라 출판 업자가 붙인 것이라고 한다. 곡의 이름은 비록 '즉흥곡 Impromptu(s)'이지만 즉흥적으로 썼다는 뜻은 아니다. 즉흥곡은 당시의 음악 양식 중 하나 였던 것이다. '소나타'(Sonata)라는 전통의 형식에 매이지 않고, 자유롭게 곡을 전개해 나가는 일종의 장르라고 보면 된다. 그럼에도 쇼팽과 동갑내기인 1810년생 로버트 슈만은 슈베르트의 D.935 즉흥곡을 두고, "즉흥곡으로 위장한 네 악장의 피아노 소나타" 라고 평가했다. 슈베르트의 즉흥곡들이 완결성과 통일성을 가진 작품이었기 때문인데, 슈만의 이러한 평가는 그냥 해본 소리가 아니다. 슈만은 큰 형님뻘인 슈베르트가 치밀하고도 잘 계산된 작곡을 했다고 말해주고 있는 것이다. 



사실 슈베르트 형님의 피아노 곡들은 낭만파의 피아노를 주도한 쇼팽에게 지대한 영향을 끼쳤음을 부인할 수 없을 것이다. 슈베르트는 후배 낭만파들에게 뚜렷한 결을 남긴 대가였기 때문이다. 그의 즉흥곡들이 모두 좋지만 그 중 D.899 3번과 D. 935 3번은 왠지 슈베르트의 성정을 가장 닮지 않았을까 생각하게 되는 곡들이다. 사실은 그의 즉흥곡이 모두 그런 느낌을 준다. 이는 물론 개인적인 생각일 뿐, 객관성을 담보할 수는 없다. 



즉흥곡 D. 899 3번 Andante는 4분의 8을 쓰고 있다. 어떤 악보는 2분의 4라고 적어놓기도 한다. 어째거나 이는 흔하게 만날 수 있는 경우는 아니다. 한 마디 안에 4분음표를 8개 주었기에 마디가 길어진다. 하여 강세는 곡의 특성이나 작곡가의 의도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결과적으로 독특한 효과를 내며 경계가 모호하다는 특수효과(?)를 줄 수 있다. 슈베르트 즉흥곡 D.899 3번을 들으면, 4분의 8박이 이런 느낌이로구나 하는 감을 얻을 수 있겠다 싶다.




슈베르트는 즉흥곡 D. 899 3번 Andante의 조표에 내림표(Flat)를 6개 주어 '내림사장조 (Gb Major)'임을 표시하였는데, 이는 아주 부드럽고 따듯하며 온화한 느낌을 전달하라는 명시이다. 이 곡을 들을 때 위로를 받는 느낌은 이런 이유에서 온다.



[[[ 이 곡은 난이도가 아주 높은 것은 아니지만, 악보 보기도 쉽지 않고 연주하기도 쉽지 않다. 음표들을 끊어지지 않게, 그리고 부드럽게 힘조절을 아주 잘 해야 한다. 물 위를 스치듯 연주하지 않으면 안된다. 특히 학생들에게 아주 까다로운 곡임은 분명하다. 그래서인지 특히 D. 899  3 번 4번은 대한민국 예고의 입시곡에 포함되기도 한다. (예고의 피아노 입시 지정곡들은 보통 5~6월에 공시하는데, 기본기, 고전 소나타, 연습곡 또는 즉흥곡등을 포함한다) ]]]


 
또한 오선지 아래에 pp(피아니시모, Pianissimo)를 표기했다. 이 모두를 종합하면 '안단테'에 6개의 플랫을 적용시켜 '매우 여리게'  혹은 '아주 작게'  그리고 끊어지지 않게 길게 늘려서 (동그라미와 화살표 친 부분의 지시 의미), 부드럽고 따듯하며 포근하게 연주하라고 주문한 것이다. 


슈베르트의 이러한 요구 사항들은 청자들이 듣기에는 아주 편안하고 좋은 느낌을 주지만 연주자에게는 무척 까다로운 주문이다. 내림표 6개가 악보 보기와 연주를 어렵게한다. 슈베르트의 주문에 따르면 오른 손은 힘조절에 아주 신경을 써야한다. 또한 아르페지오와 레가토를 쉴 타이밍이 거의 없이 건반 위른 미끄러져야 한다. 그리하여 즉흥곡 D. 899 3번은 부드럽고 영롱한 달빛이 세상에 드리운 밤, 커다란 호수의 물 위를 유영하듯 부드럽게 수면을 스치며 내닫는다. 이순간  '녹턴'은 '녹툰"이라고 발음해야 할것만 같다. 


왼손은 화성을 서포트한다. (그런데 왼손 연주만으로도 정말 멋진 곡이다.)  튀지 않으면서 또렷한 서포트 컬러를 만들어내며 안단테를 잘 수행해야 한다. 서로 호응하는 오른 손과 왼 손은 그 어느 쪽도 결코 튀어서는 안된다. 마치 수줍고 튀지 않는 삶을 살았던 슈베르트를 닮았다. 그리하여 곡을 은근히 판타스틱하게 하며 극적 대비 효과를 준다. 연주는 어렵지만 듣기에는 정말 아름다운 곡이자 편안한 곡이다. 



[[[ 백건우 선생의 아주 좋은 연주이다. 비가 내리는 오늘, 슈베르트가 더더욱 마음에 와 닿을지도 모른다 ]]] 


또한 흥미로운 것은 그의 즉흥곡들은 마치 가곡을 듣는 듯 한 착각을 불러일으킨다는 점이다. 전문가가 아닌 단순한 애호가에 불과한지라 그 이유를 콕 집어낼 수는 없지만, 슈베르트 즉흥곡의 호흡에서는 가곡을 부를 때 가지는 호흡을 분명히 느낄 수 있다. 이 특징은 오로지 슈베르트만의 것이 아닌가 싶다. 마치 마주 앉아 수줍게 자신의 이야기를 조용히 들려주는 슈베르트! 이 느낌은 바로 그의 즉흥곡이 가진 호흡에서 오는 것 이리라.


슈베르트의 삶은 특히나 가혹했다. 처절하게 가난했고 성격은 소심했다. 가난 덕분에 피아노를 일찍 들이지 못했다. 피아노가 왜 중요하냐 하면 작곡을 하는데 필수이기 때문이다. 베토벤은 귀가 들리지 않았지만 피아노의 건반을 두드려 전해오는 진동을 참고하여 곡을 썼을 정도로 중요한 작곡의 매개물이다.




그런 작곡 필수템을 그는 가질 수 없었다. 누군가는 슈베르트 평생 피아노를 가질 수 없었다고 하고, 또다른 누군가는 그의 나이 서른이 되어서야 어찌어찌해서 간신히 피아노를 들였다고 한다. 가난은 음악의 천재에게 피아노 한 대를 허락하지 않았던 것이다. 작곡의 대부분은 피아노를 가진 친구 혹은 지인들의 집에서 이루어졌다. 슈베르트가 피아노를 들였다고 주장하는 사람에 따르면 그가 피아노를 들인 다음 해, 서른 하나에 그는 세상을 등졌다. 정녕 가슴이 미어지는 스토리가 아닐 수 없다. 신이시여, 슈베르트를 세상에 내 놓고 그를 어찌 그리도 박정하게 대하셨습니까!


처참한 가난과 가혹한 삶 속에서도 그의 음악은 낭만과 서정성을 잃지 않고 있다.  아니, 진흙 속에서 화사하고 고귀한 수련을 피워 올리듯 그의 즉흥곡 3번은 세상 모든 것을 어루만진다. 자신은 위로 받지 못했으나 그는 타자를 위로하고 있었던 것이다.


 즉흥곡 D.899 3은 특히나 슈베르트 가곡의 향기를 아주 잘 느끼게 해준다. 이 역시 지극히 사적인 견해이므로 객관성을 담보하지는 못한다. 노랫 말은 없지만 건반 소리가 그의 금빛 언어를 대신 전하는듯 하다. 특정인에 대한 헌정이나 특정인의 유료 주문에의한 동기로 쓴 곡이 아닌지라 그야말로 자신의 순간을 온전하고 진솔하게 표현한 곡이라 할 수 있다. 말 그대로 순도가 아주 높은 슈베르트의 즉흥곡이다. 어찌 진솔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 거울을 마주하듯 슈베르트 자신을 고스란히 반영하는 곡이라 하겠다.



즉흥곡 D. 899 Op. 90 3번, 자신은 거친 삶을 겪고 있지만 인생은 원래 그런거라고 스스로를 다독이듯 말한다. 어쩌면 자신에게 말하는 독백 일것이라고 생각하는 이유이다. 청자는 물론 슈베르트와 마주 앉아 그의 달관의 이야기를 조곤조곤 들을 수 있다. 때로는 수줍게, 때로는 뜨겁게, 때로는 슬픔을 자신의 품 안으로 깊이 접어 넣고는, 자신의 언어를 전하는 곡이 바로 슈베르트의 즉흥곡이다. 깊은 상처로 얼룩진 슈베르트는 즉흥곡 3번으로 상대방에게 정녕 커다란 위로를 준다.


슈베르트의 목소리가 이야기를 한다. 그의 목소리가 들려온다. 즉흥곡 D. 899 Op. 90 3번 Andante 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슈베르트 평전
엘리자베스 노먼 맥케이 지음, 이석호 옮김 / 풍월당 / 2020년 8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친애하는 나의 슈베르트!
인생은 짧고 가늘게, 작품은 길고 굵게!!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2)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