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사과정의 논문 원고를 교정해달라는 부탁을 받고 몇일 째 논문과 씨름하느라 정신없이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워낙 가까운 사람이 부탁한 일이라 몰라라 할 수도 없는 처지여서 그러마하고는 덥석 논문을 받아들인 것이 그만...이거 장난아니게 골치아픈 일이다. 읽고 있던 책도 동작 그만, 일요일인 오늘도 논문을 펼쳐들고 있었다.
그런데...
옆에서 뉴스를 보던 안사람이 뜬금없이 '휘트니휘스턴이 죽었다네요??'라고 경악하듯이 말을 전해온다.
이런?? 그 사람이 죽을 나이가 아닌데요?? 믿어지지 않는다는 듯 응수했다.
나이가 아마 비슷하지요?
그러게.... 휘트니 휘스턴은 나와는 동갑인데...
동갑이라고 휘트니휘스턴과 개인적으로 아는 사이냐 하면 절대로 그럴일은 없다. 그저 나는 그녀의 얼굴과 노래를 알지만 그녀는 나을 알지 못한다... 이것이 무명인과 유명인의 차이점이다.
갑작스럽게 그녀의 사망소식을 들으니 세월의 무상함이 밀려온다. 아니 유명세의 허망함이 함께 전해온다. 뉴스를 검색해보니 그동안 많은 마음고생을 해온 듯 하다. 어찌어찌하다가 약물 사용자가 되었다는 소식도 함께 써있다. 그동안 그 어떤 심리적인 고생을 해온 것일까...내가 알리는 없지만 안타까운 마음은 이루 말할 수가 없다.
그녀가 보디가드라는 영화에 출연하여 노래를 부르며 팬들을 열광시키던 해에 나는 안사람과 그 영화를 함께봤다. 영화를 자주 보지 않지데 그 영화는 어쩌다가 보게된 것이다. 마이클 잭슨이 Beat it 으로 세계를, 그리고 대한민국을 휩쓸고 있을 때 나는 팝을 거의 모르면서 지냈다. 팝보다는 고전음악에 심취하고 있었던 때문이다. 팝을 좋아하지 않아서 듣지 않은 것이 아니라 고전음악을 듣다보니 팝을 들을 시간이 없었던 것이다.
그러던 중 휘트니휘스턴의 보디가드를 보고나서는 그녀의 노래를 즐겨 듣게되었다. 그녀의 목소리는 매우 색다르게 느껴졌던 탓이다. 흑인들만이 낼 수 있는 쏘울의 창법을 팝에 반영시켜 울리는 음감은 그야말로 혼을 쏙 빼고도 남음이 있었던 것이다. 음역이 풍부하다는 정도의 말로는 그녀의 노래를 평가할 수가 없으며 여전히 팝에 대해 아는 바가 없는 사람으로 그저 안타까움만이 남을 뿐이다.
인터넷으로 검색을 해보니 그래미상을 6회 수상했고, 누적 음반 판매량이 1억 7천 만 장이란다. 그 구매자들 중에 나도 끼어있는 것이겠지... 그리고 7개의 곡을 빌보드 싱글차트에 올려놓은 역사를 쓴 사람이라고 써있다. 그러던 그녀가 음주와 약물에 의지하여 생활을 한 것이다. 물론 의지를 가지고 이겨보려고 애쓴 흔적들이 역력하다.
참으로 아까운 인재가 이른 나이에 세상과 결별을 했다는 소식을 들으니 아직 믿어지지 않는다. 그녀의 갑작스런 사망소식에 애도하는 마음으로 그녀의 노래를 한 곡 다시 들어볼 뿐이다.
저승이 있다면 그때는 그대의 얼굴을 마주하며 노래를 다시 들을 수 있으리...
안녕히... 휘트니 휘스턴,
그대의 명복을 빕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