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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기문, 나는 일하는 사무총장입니다
남정호 지음 / 김영사 / 2014년 11월
평점 :
구판절판
얼마 전 이런 기사를 읽었다.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이 최근 정치권에서 도는 차기대선후보론에 대해서 선 긋기에 나섰습니다. 자신을 국내 정치와 연계시키지 말라고 요구했습니다.
내용인즉,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이 유엔 주재 한국대표부를 통해 발표한 성명의 내용은 최근 정치권과 언론에서 자신의 국내 정치에 대한 관심을 시사하는 보도를 하고 있지만, 전혀 아는 바도 없고 사실이 아니라고 밝혔다.
국제 사회 전체를 대변해야 할 유엔 사무총장을 국내 정치와 연계시키는 것은 적절치 않다는 기존의 입장을 다시 강조한 것이다.
각종 분쟁과 테러 위협, 에볼라 사태 등 시급한 국제 문제가 산적한 상황에서, 근거 없는 얘기들로 유엔 회원국들과 직원들의 의문이 제기되면 직무 수행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것이다고 밝히면서 여론 조사를 포함해 자신의 국내 정치 참여에 대한 추측성 보도를 자제해달라고 요청을 했다.
이런 뉴스를 접하면서 절대적으로 머리만 굴리고 있는 한국의 정치판을 잠시 접어두고 분명하게 선을 긋는 반기문 총장의 답변에 박수를 보낼 수 밖에 없다.
2006년 유엔 사무총장에 당선된 반기문 총장의 등장은 정말 대단한 이슈라고도 할 수 있다.
'속세의 교황' '세계 최고의 외교관' '세상에서 가장 불가능한 직업'으로 불리는 유엔 사무총장.
이 자리에 당당하게 오른 사람이 동양인이고, 아시아의 강국 사이에 끼여 있는 작은 나라 한국 출신이라는 것은 어쩌면 핸디캡을 가지고 있는 한국이란 나라의 이미지를 단숨에 바꿔놓은 사건이기도 하다.
국제연합(유엔:United Nations)은 전쟁방지와 평화 유지를 위해 설립된 국제기구이다.
보통의 사람들은 각 나라의 대표들이 모여 그에 합당한 일을 하겠거니라고 단순하게만 알고 있다. 관련된 사람들 외에는 UN이 정확히 무엇에 성과를 이루고 있는지, 지금 현시점에서 가장 중점적으로 활동하는 것이 무엇인지에 대해서 일부로 알려고 하는 이들은 별로 없지 싶다. 또한, UN의 수장인 사무총장이 과연 어떤 일을 하고 있는지도 정확히 알려고 하지 않는다.
<반기문, 나는 일하는 사무총장입니다.>라는 제목에서도 느낄 수 있듯이 움직이고, 실천하는 반기문 총장에 대한 이야기이다.
유엔 본부 담당 기자로 반기문 사무총장의 활약을 가장 가까이 밀착 취재한 저자의 시선으로 풀어나간 이 책을 통해서 독자들은 반기문 총장이 어떤 사람인지, 어떤 스타일로 일하는지, 그가 가지고 있는 굳은 신념은 어떤 것인지, 그리고 유엔 사무총장이 과연 어떤 일을 해야 하는지에 대해 흥미진진함과 함께 그 긴박감에 빠져들게 된다.
저자는 반기문 총장에 대해 다섯 가지가 없고, 세 가지가 풍부한 사람이라고 말했다.
유엔 사무총장직은 정말 영양가 없는, 아무도 고마운 줄 모르는 thankless 자리이다.
반 총장은 사명감으로 영양가 없는 일을 열심히 수행한다. 그는 사심이 없는 self-less 사람이기 때문이다.
반 총장은 지치지 않는 tire-less 사람이다.
그는 자신이 수행해야 할 일, 자신이 수호해야 할 원칙에 관해서는 겁없는 fear-less 사람이다.
일을 시작하면 제대로 하고자 하는 의욕에 불타는 사람이기 때문에 그의 지휘는 가차없다 relent-less.
반기문 총장은 인정이 많은 full of sympathy 사람이다.
반 총장은 에너지가 넘치는 full of energy 사람이다.
그리고 새로운 구상이 많은 full of vision and ideas 사람이다.
유엔이란 조직은 설립 취지에 맞게 평화 유지를 위해 모인 각국의 관계와 또한 그곳에 일하는 모든(관련된 모든 ) 이들은 긍정적인 결론으로만 움직이리라 생각을 하게 된다.
하지만 들여다보면 유엔이라는 조직은 자국의 이익을 위해(여기에서는 전쟁으로 인한 자국의 피해를 막기 위한) 서로 동지가 되어야 하지만 또 한편으로는 타국의 독자적인 행보를 서로 견제하는 그런 이해관계가 얽힌 집단이다.
한 손은 세계의 공통된 사안에 찬성표를 던지면서 또 다른 손은 자국을 잡으려는 얽히고설킨 치열한 외교 전쟁터이다.
이런 여러 인종과 문화와 이해관계가 복잡한 기구의 수장이 된다는 것은 결코 쉽게 생각할 그것이 아니라는 점을 독자들은 이 책을 통해서 알게 된다. 그만큼 유엔이라는 단체에 대해, 그리고 그 속에 펼쳐지는 외교에 대해서도 알게 된다.
이렇게 어마어마한 단체의 수장이 되어 전 세계를 방문하고 각국의 실력자들을 만나고, 그들의 이해관계를 대변하고, 그들의 갈등 가운데 뛰어들어 가장 최선의, 그리고 가장 최고의 결론을 이끌어 내는 반기문 사무총장의 이야기가 바로 <반기문, 나는 일하는 사무총장입니다.>에 있다.
반기문이라는 동양의 관료 출신의 신사가 사무총장직을 맡으면서 서방 언론은 긍정적이지가 않았다. 반기문 총장의 일거수일투족을 쫓아다니는 수많은 사람은 반기문 사무총장의 업무 스타일을 두고 말들도 많았다.
세계의 언론들은 그의 외교적 스타일을 제대로 살펴보기도 전에 강력하게 어필하지 못하는 부분만 꼬집고, 작은 나라의 한 사람이 그들의 최고 기관의 수장이라는 것이 기분 나쁘다는 냥 반기문 총장의 꼬투리를 잡기에 바빴다.
하지만 이들의 부정적인 반응을 잠재우는 것은 반기문 총장이 가지고 있는 부지런함과 확고한 신념, 그리고 무엇보다 솔선수범하는 모습이었다. 절대 휘둘리지 않는 조용하지만 강한, 그리고 진정으로 사람과 문제를 들여다보는 강인함을 보여준다.
미얀마 독재 군부의 마음을 풀어낸 것이나, 대학살로 악명 높은 수단 사태, '코펜하겐 합의'로 풀리는 기후변화 정상회의에서 보인 그의 행적은 대단하다. 각국의 판이한 이해관계로 합의는커녕 전쟁이 일어날듯한 아수라장에서도 반기문 총장은 우선 소수파의 이야기를 진심으로 들어주고, 그의 진심에 눈물을 흘린 대표단도 있었다 하니 결국 이념과 국가의 이익이전에 사람의 마음을 얻는 것, 이것이 가장 기본적이고 가장 확실한 외교라는 생각을 해본다.
그렇듯 반기문 총장은 사람을 품는 사람이고, 시대를 품는 사람이다.
반기문 총장이 늘 승승장구한 것은 아니었다. 한국의 외교에서 중요한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가 어이없이 밀려나는 경우도 있었고, 때론 전직보다 못한 직급의 일을 하는 경우도 생겼다.
반기문 총장도 사람이기 때문에 속에서는 천불이 났을 것이다.
하지만 반기문 총장은 시대를 품었다. 자신의 소신에 의해서 상황을 받아들이고, 최선을 다했다.
그리고 무엇보다 반기문 총장은 겸손을 바탕으로 성실함을 실천하는, 내적으로 책임감을 가지고 의무를 수행하는 지도자이다.
물론 그가 보인 겸손을 소극적인 성격, 자신감의 결여로 표현하는 부정적인 견해도 있지만, 그는 오로지 순리만 따르면서 겸손한 것이 아닌 냉철한 비판 정신과 무섭도록 단호한 성격을 가진 지도자이기도 하다.
코트디부아르 민주주의 성공 이끌어낸 단호함과 여성 인재들의 등용에 지지를 보내는 반기문 총장의 행동, 그리고 가난함을 겪고 살았기에 가난함과 배움이 결코 대를 이어서는 안 된다는 신념으로 앞장서는 반기문 사무총장의 이야기를 읽어나가면서 말로 표현 안 되는 그 무엇을 느끼게 된다.
<반기문, 나는 일하는 사무총장입니다.>을 읽을수록 이런 감정은 무언가를 물어본다.
그건 바로 벅참이다.
세계관이나 외교관에 대해 별다른 소신이 없던 나에게도 이런 벅참을 주는 인물이 각인된다.
동양의 작은 나라가 배출해낸 이란 거창 타이틀이 없어도 좋다.
조용하지만 카리스마가 있는 외교관이라는 소개 문구를 말하지 않아도 좋다.
가난한 어린 시절 유네스코에서 지원한 책으로 공부하고, 후원 프로그램으로 카네기 대통령을 만나 외교관의 꿈을 가지게 되었다는 반기문 총장의 평범하지만 확실한 신념은 읽을수록 벅차고 자랑스럽다는 말이 저절로 나온다.
참 멋있는 분이다.
그 수많은 시간과, 국가와, 이념과, 그리고 부정적인 시각을 때론 온화하게, 때론 정면으로 헤쳐나가는 모습을 보면서 이런 인재와 함께 현재의 시간을 보낼 수 있음이 참 좋다.
물론 우리 아이들에게도 이 책을 권하고 싶다.
반기문 총장에 대한 책은 아이들이 참 좋아하는 부분이다.
꿈을 가지라고 가르칠 것이 아니라 꿈을 향해 움직이고, 소신을 굳건하게 다지는 반기문 사무총장의 이야기 <반기문, 나는 일하는 총장입니다> 이 책이면 충분하지 않을까.
<위의 도서는 출판사에서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