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즈번드 시크릿
리안 모리아티 지음, 김소정 옮김 / 마시멜로 / 201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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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반드시 내가 죽은 뒤에 열어볼 것"

 

이 짧은 글이 주는 여파는 어마어마하다.

어떤 사건의 열쇠를 쥔 사람, 그 열쇠를 평생 찾아 헤매는 사람, 그리고 전혀 생각지도 않게 줍게 된 열쇠로 크나큰 고통을 안게 되는 사람..

그들은 전혀 다른 곳에서 전혀 다른 삶을 살던 사람들이다. 하지만 우연한 이유로 한 곳에 모이게 된고, 우연히 발견된 편지로 그들의 관계는 서로 이어지게 된다.

 

세실리아, 테스, 그리고 레이첼

전혀 어울리지 않고, 어울릴 기미도 안 보이는 이 세 사람의 인생은 묘하게 얽혀간다.

어느 누구보다 열심히 살아가는 세실리아. 세 아이의 엄마로, 멋진 남자의 아내로 그리고 지역 사회의 발넓은 주민으로 정말 바쁘고 완벽하게 살고 있다.

하지만 이에 비해 레이첼의 인생은 어둡다. 사랑하던 딸을 사고로 잃었다는 것만으로도 가슴에 한이 남을 판인데. 그 사고가 하필이면 살해당했다. 더구나 범인은 잡히지 않고 미제 사건으로 남아버렸다.

그녀는 끔찍한 기억이 남았는 동네이지만 떠날 수가 없다. 그녀가 일하는 곳은 학교이다. 또래의 아이들을 보면 딸아이의 기억 때문에 고통스럽지만 그 동네를 떠날 수가 없다. 딸아이를 죽인 범인을 어떻게든 찾아내야 한다. 그리고 그 범인으로 의심되는 한 남자가 그녀의 눈앞에 있다.

테스는 남편과 사촌과 함께 사업을 꾸려나가고 있다. 지극히 평범하게 살던 그녀에게 있어서 사촌은 가족이자 오랜 친구이기도 하지만 때론 묘한 경쟁자이기도 하다. 그런데 사촌이 변했다. 뚱뚱하던 사촌은 어느 날 살을 빼더니 몰라보게 매력적인 여자로 변했다. 그리고 남편과 사랑을 한단다.

테스는 기가 막히다. 남편과 사촌이 사랑하는 사이라니... 절대 용납할 수가 없다. 내 남자를 다시 찾아오기보다는 그냥 내가 빠져버리겠다. 테스는 이런 마음을 먹고 아들 리암을 데리고 자신이 어린 시절을 보냈던 동네에 돌아온다. 그리고 첫사랑 코어를 만난다.

 

이들의 삶을 전혀 연관성이 없다. 이웃 사람, 또는 이웃의 가족인 사람일 뿐이다.

어느 날 우연히 발견하게 된 남편 존 폴의 편지를 보게 된 세실리아는 이들과 얽힐 수밖에 없다.

그냥 그렇게 되었다.

 

삶이라는 것이 그런가 보다.

우연한 일이 생겨버리고, 의도하지 않게 진행이 되어버리고. 또 생각지도 않게 결론이 나게 된다.

존 폴의 인생은 편지를 발견했다는 아내의 말에 빗장이 풀려버렸다.

완벽할 줄 알았던 그의 인생은 전혀 생각지도 않던 과거를 드러내고 말았다.

 

<허즈번드 시크릿>은 너무나도 평범하고 잔잔한 일상 이야기로 시작된다. 때론 그 전개에 지루함이 느껴지기도 한다. 영화화된다고는 했지만 딱 미드에 나오는 시끌벅적한 사춘기 아이들을 둔 엄마와 가정, 그리고 수다스러운 동네의 모습이다.

하지만 소설 초반에 깔려있는 베를린 장벽이 무너지는 의미가 그렇듯이 비밀의 장벽이 무너지게 된다. 그 너머에 있는 진실은 어마어마하다. 독자들조차 전혀 감을 잡지 못하는 그런 전개로 갑자기, 순식간에 독자들 눈앞에 나타난다.

 

세상에는 우리가 알지 못하는 비밀이 너무 많다.

그 비밀 또한 우리가 알고 있던 것과는 전혀 다른 이유가 있기도 하고, 전혀 다른 결론을 보여줄 때도 있다.

<허즈번드 시크릿>은 그런 비밀의 반전을 보여준다.

살인자로 의심받는 사람, 진짜 살인자였던 사람... 독자들은 여기에서 결론을 떠올리겠지만, <허즈번드 시크릿>은 또 다른 반전을 내보인다.

진짜로 살인에 의한 죽음인가, 아니면 또 다른 이유가 있는 것일까?

 

우리는 눈앞에 보이는 것만으로, 때론 자신만의 생각으로 세상을 바라보게 된다.

그 속에 담긴 진짜 진실을 알려고 하지도 않고, 파헤쳐볼 생각도 하지 않은 채 말이다.

빠르게 진행되는 소설의 중반을 넘어서면서 흥미진진함이 더해진다.

결국 비밀과 과거의 사건, 그리고 현재에 있는 사람 모두 가해자이자 피해자가 아닐까?

사랑을 구하려는 사람, 그리고 그 사랑을 표현하지 못하는 사람, 또는 사랑을 오해하는 사람...

작은 오해가 이토록 큰 아픔으로 남게 되는 작품을 읽으면서 세상의 비밀에 대해 생각을 해보게 된다.

나 역시 어느 누군가를 나만의 생각으로 바라보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나만의 시선으로 결론을 내리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치밀한 전개에 개인의 느낌 따위는 붙이고 싶지 않지만, 소설에서 보게 되는 진실의 모습이 조금은 씁쓸해지는, 그 진실을 제대로 보지 못하고 아픔 속에 살았던 사람들의 삶에 대해 안타까움이 생기게 되는 감정을 느끼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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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연이 모여 인생이 된다 - 내가 먼저 좋은 친구가 되는 법 아우름 4
주철환 지음 / 샘터사 / 201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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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을 만난다는 것, 그리고 사람을 남긴다는 것.

수많은 시간을 흘려보내면서 더욱 간절함이 느껴지고, 더많은 깊이를 두게 되는 것이 사람이 아닐까 싶습니다.

 

우리는 수많은 시간을 통해서 친구를 만나고, 친구를 알게 되고, 친구를 통해서 인생을 배울 때가 많습니다. 같은 또래의 친구만을 가장 최고로 꼽았던 어린 학창 시절도 있었고, 나이의 상관없이 인생을 논할 수 있는 그런 세대를 넘은 친구를 만나기도 하죠.

 

하지만, 사람의 마음이 다 똑같지 않기에 때론 친구라 여겼던 이의 배반을 느낄 때도 있고, 친구라고 하기에는 너무 이해타산적으로 본색을 드러내는 이들도 만나게 되는 것도 어쩌면 인생의 한 부분이라고 할 수도 있습니다. 나의 시선으로 또는 나의 신념에 따라 좋은 친구를 가졌다고 생각하곤 하지만, 때론 아주 어긋난 결과 앞에서는 허무함을 느끼게 되는 것 역시 인생의 한 부분이겠지요.

 

<인연이 모여 인생이 된다>는 주철환 교수가 친구에 대해 독자들에서 진정한 이야기를 합니다.

친구.. 우리가 살아가면서 절대로 포기할 수 없고, 계속적인 인연으로 엮여지는 것이 친구가 아닐까 합니다. 이런 친구에 대해 주철환 교수가 어떤 이야기를 하는지 기대를 가져봅니다.

 

친구란 그 사람을 만나면 기분이 좋고, 그 사람도 나를 만나면 기분이 좋은 관계.

그것이 친구라고 이 책에서는 말합니다.

우리는 좋은 친구를 내 곁에 평생 두고 싶어 합니다. 그렇다면 나는 그에게 좋은 친구로 기억되고 있을까라는 생각도 해볼 필요가 있습니다.

 

그렇습니다. 누군가가 나의 친구가 되어주기를 바라기 전에 내가 그에게 좋은 친구로 남는다면 그 인연이 더 오래가지 않을까요?

친구라는 것에 대해 수동적이 아니라 능동적인 인연 만들기의 하나라고 생각을 해봅니다.

 

<인연이 모여 인생이 된다>라는 책을 통해서 독자들은 어떤 점을 기억에 남기게 될까요?

우리가 흔히 좋은 친구는 어떻다는 결론부터 지어놓고 사람을 또는 친구를 남기려고 하는 것이 대부분이라는 생각을 해봅니다.

저 사람을 완전히 알기 전까지, 그리고 내가 저 사람에게 정말 좋은 친구가 되어준 후에 그가 나에게 좋은 친구인지, 좋은 사람인지. 또는 좋은 인연인지 답을 내려도 늦지 않다는 말을 하고 싶습니다.

 

어쩌면 빠르게 변하는 시간의 흐름 때문에 우리는 모든 것을 빨리빨리 하면서 지나치곤 합니다.

여기에는 친구관계, 사람 관계도 예외가 없습니다.

하지만 정말 좋은 인생을 남기고 싶다면 그 인생에는 사람. 그리고 무엇보다 좋은 친구가 꼭 존재하고 있음을 기억했으면 합니다.

 

어릴 적 어깨동무하던 친구는 기억 속에 남겨져 있다고 해도 앞으로 다가오는 수많은 시간 속에서 만나는 친구와 인연에 대해 기대감을 가져봅니다. 혹여 나의 부족함이나 부주의로 좋은 친구를 잃은 적이 있다면 앞으로는 좀 더 차분하고 깊이 있게 친구. 인연을 만들어갈까 합니다.

 

<인연이 모여 인생이 된다>를 읽으면서 나에게 깊이 각인되는 친구에 대한 이야기를 새겨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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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만을 보았다
그레구아르 들라쿠르 지음, 이선민 옮김 / 문학테라피 / 201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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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하고 싶다.

우리에게 주어진 시간 동안의 삶은 늘 즐겁고 기뻤으면 좋겠다.

하지만 우리는 이 행복이라는 것이, 기쁨이라는 것이, 그리고 즐겁다는 것이 그리 쉽게 내 손안에 들어오지 않음을 알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행복에 대한 이야기를 꾸준히 찾아보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그런 이유로 <행복만을 보았다>에 대한 작은 기대감을 가져보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개 같은 사건이 일어났다.

어느 날 갑자기 개 같은 사건이 일어났다.

사건으로 한 사람은 치유할 수 없는 상처를, 한 사람은 치유될 수 없는 아픔을 가지게 된다.

 

<행복만을 보았다>는 사람의 이야기이고, 가족의 이야기이다.

독자는 이 소설을 통해서 이런 질문을 남겨보게 된다.

가족이라는 울타리가 과연 사랑스럽고, 포근한 존재로만 기억되고 있는 것일까?

한 남자의 이야기를 통해서 우리가 내달리는 행복이라는 종착역에 대해서 생각을 하게 된다.

 

가족의 이야기는 마치 약속이라도 한 듯, 좋은 이야기만 하려고 한다. 어느 누구보다 행복이 가득함을 강조하고 싶어 한다.

누가 물어본 것도 아닌데 나의 행복이, 가족의 행복이 진행 중임을 은연중에 고백하고 싶어 한다.

 

가족을 이루고 있는 한 남자. 독자는 이 남자의 삶에서 암울함과 우울함, 그리고 너무나도 태연하게 이어지는 무심함을 들여다보게 된다.

이 남자의 어린 시절은 무덤덤하다. 아이들의 웃음소리, 부모님이 서로 사랑하는 모습은 기억 속에 없다. 어느 날 갑자기 떠나 버린 엄마의 존재, 어느 날 세상과 작별한 동생의 부재, 그리고 남은 여동생의 아픔, 떠난 어머니를 잡지 못하는 아버지, 그리고 이 모든 것을 무의미하게 바라보는 남자.

성장하는데 있어서의 부모의 존재, 가정이라는 존재가 얼마나 큰 파장을 일으키는가...

쉽게 말하자면 어릴 적의 상처가 사람을 전혀 다른 존재로 성장시킬 수 있음을 보게 된다.

 

남자는 모든 것을 바라볼 수밖에 없다. 자신의 선택은 중요하지 않다. 어느 날 갑자기 세상에 태어났고, 자기가 속한 가정의 모습이 그랬으니까. 하지만 그 어릴 적의 기억은 그가 어른이 되고 사랑을 하고 부모가 되고, 가정을 이루었을 때 또 다른 삶의 모습으로 나타난다.

그는 모든 행복을 잡고 싶었을 것이다. 어린 나이의 손에 잡히지 않았던 그 행복, 늘 부족함을 느꼈던 그 행복을 말이다.

 

그런 그에게 가족이 생겼다. 아름다운 아내도 생겼고, 예쁜 아이들도 생겼다. 하지만 이 남자는 행복을 이어가는 방법에는 미숙하다. 자신의 곁을 떠나는 아내를 잡지 못 했다. 그리고 분노의 소리를 내뱉지도 않았다. 그는 그저 그 자리에만 있었다. 자신이 할 수 있는 마치 그래야만 한다는 삶의 매뉴얼을 따라 했을 뿐이다.

 

그리고 그냥 그 일이 터져 버렸다.

자신의 감정, 추스르지 못한 상처의 흠집이 결국 자신의 아이에게 상처를 주고 말았다.

개 같은 사건이었고. 개 같은 아빠로 남아버렸다. 

광기를 표출한 그런 남자로 남아버렸다.

 

어느 날 자신의 딸을 총으로 쏘아버린 아버지,

그리고 어느 날 자신의 아빠가 쏜 총에 맞아 얼굴에 큰 상처가 남게 되어버린 딸.

사건은 일어났고, 아빠는 추방되고 정신과 치료를 받는다.

딸 역시 자신의 아버지를 증오하면서 상처를 가슴에 안고 살아간다.

 

<행복만을 보았다>는 모두 3부로 나누어져 있다.

1부와 2부의 화자는 한 남자이다. 한 남자의 과거와 현재를 들여다본다. 행복을 느낄 수 없었던 남자의 어린 시절, 그리고 아픔으로 남아있는 부모라는 존재, 남자의 이야기는 과거에서부터 시작해서 자신의 아내를 만나고, 결국 아내가 떠나가고, 그리고 남아있는 아이들과의 이야기를 독자들에게 전한다.

그리고 그는 광기에 휩싸인다. 사랑하는 딸에게 총을 겨누고, 총을 쏴버린다.

그가 열심히 살아왔던 인생의 기간은 전혀 중요하지 않다. 딸에게 총을 쏴버린 미친 아버지라는 존재만 남아있다. 그는 추방되고, 정신과 치료를 받는다.

결코 자신의 존재를 보이지 않으려는 마치 투명인간 같은 그런 삶을 살아가고 있다.

3부의 화자는 딸이다. 아버지에게 총을 맞아 평생 상처를 안고 살아가야 하는 딸의 이야기이다. 오로지 증오와 상처만 남은 딸이다.

 

뻔한 줄거리임에도 이 책이 강하게 느껴지는 묘한 그 무엇이 있다.

단문의 전개, 과하지도 않게 표현되는 등장인물의 덤덤한 묘사, 그리고 모든 사람들의 인생을 똑같은 선 위에 놓고 들여다보는 작가의 견해는 다른 느낌으로 전해지는 인생의 이야기이다.

 

그렇다. 인생이란 참 어렵다. 결코 쉽게 다가오는 법도 없고, 결코 쉽게 얻어지는 법도 없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내 손에 쉽게 잡히지 않는다고 내 손으로 버리기에는 그 인생이라는 것이 참 묘한 매력이 있다는 것이다.

 

저자는 이렇게 말한다.

'그러니까 인생이란 결국 힘겹더라도 살아갈 만한 가치가 있는 것' 이라고

 

상처를 치유하기 위해 누가 먼저라고 말할 필요가 없는 그런 소설이다. 누구라고 할 것 없이, 흔히 말하는 대로 시간이 지나서였던, 누가 누구를 먼저 더 많이 사랑해서였던 그런 것을 말하고 싶지는 않다.

어차피 살아가는 인생이라면 꼬이는 것도 당연한 것이고, 풀어지는 것도 당연한 것이라고 하고 싶다.

삶이라는 것이 그런 것 아닐까?

언젠가는 또 다른 모습의 삶으로 나의 인생에 하나로 남지 않을까?

나의 인생을 어떨 것이라는 단정을 지을 수 없고, 이렇게 나아갈 것이라는 결론을 내릴 수가 없다.

 

인생이라는 것이 그렇다.

<행복만을 보았다>를 읽으면서 인생에 대해 너무 가볍게 여기고 있지 않는가를 스스로에게 질문해본다. 지금의 노력이면 행복이 당연히 내 손안에 떨어질 것이라는, 또는 누구보다 내 행복이 우선적으로 나에게 다가올 것이라는 착각을 가지고 있던 것 아닐까라는 답도 내려본다.

 

어찌 보면 진부한 가족의 이야기, 상처의 이야기이겠지만, 결코 이 소설이 가볍게 여져지지 않는 점은 모든 사람을 인생이라는 선에 나란히 두고 동시다발로 바라볼 수 있는 그런 소설이기 때문이다.

각각의 사람들이 안고 있는 상처를 들여다본다면, 결코 실패한 인생은 없고, 그들의 삶이 결코 부족하다고 말할 수 없음을 인정할 수밖에 없다.

 

그래, 인생은 살만한 가치가 있다.

비록 그것이 작더라도, 비록 그것이 볼품없더라고, 그 시간, 그 장소에서의 인생을 살만한 가치가 있음을 기억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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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품위 있게 나이 들고 싶다
한혜경 지음 / 샘터사 / 201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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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안 '웰빙'이라는 단어가 유행처럼 퍼지더니, 언제부터인가 '100세 시대'라는 말이 유행처럼 번지고 있다. 웰빙으로 건강한 삶을 찾고 보니 인간의 수명은 더 길어지게 되는 것은 당연한 순서이겠다. 그리고 '웰다잉'의 삶까지 준비하는 그런 시대에 살게 되었다.

 

고령화의 문제는 발등에 떨어진 불이다. 열심히 달려온 이들이 맞게 되는 노후는 더 윤택하고, 풍요로운 삶이어야 하지만 다가오는 100세 시대는 생각보다 만만한 것은 아닌가 보다.

우리가 맞게 될 100세 시대를 미리 보고 생각하는 시간을 가져보는 것도 좋을 듯싶다.

 

<나는 품위 있게 나이 들고 싶다>는 책은 2012년 후반부터 일 년 넘게 동아일보에서 연재되었던 '한혜경의 100세 시대'를 기반으로 한 내용이다. 많은 노년층의 생생하고 솔직한 이야기를 인터뷰하고 사례조사를 해서 모은 것이다.

 

솔직히 100세 시대라는 것은 아직 멀리만 느끼게 된다.

막연한 상상으로 그저 나이 들어서 힘없고, 자신의 몸을 제대로 건사하지 못하는 그런 노인의 모습만 떠올리게 된다. 여기에 보태서 치매나 노환으로 냄새나고 지저분한 그런 모습이 떠오른다.

<나는 품위 있게 나이 들고 싶다>는 제목에서 나이가 들어서 품위 있는 모습을 잃어가기 때문에 이런 제목을 붙였느냐는 우스운 생각도 해본다.

 

황혼이혼, 늙은 부모에게 가해지는 자식들의 학대, 노노 간병, 능력을 무시하는 조기 은퇴, 노인의 심리를 이용한 상술의 피해 등 이는 심심치 않게 들리는 뉴스거리이기도 하다.

그뿐인가, 갱년기를 마주하게 되는 남자와 여자의 변화라던가, 은퇴 후에 겪게 되는 부부간의 갈등, 편안한 삶을 추구하기보다는 손자들의 양육에 또다시 얽매이게 되는 현실과 부양을 꺼려하는 자녀들로 인해 날로 늘어가는 요양원의 필요성 등은 결코 노후의 쉽지 않은 삶에 대해 조금씩 나타나는 현상이기도 하다.

 

노인들도 감정이 있고, 아픔을 느끼고, 부족함을 느끼는 존재이다. 우리의 부모여서 강하고, 늘 그 자리에 있을 것 같지만, 홀로 된 노인도 사랑하고 싶고, 여자로 보이고 싶고, 때론 온 정성을 다해 키운 자식들에게 돌봄을 다시 받고 싶기도 하다.

 

100세 시대.

우리는 이 미래에 대해 어떤 생각을 가져야 할까.

당장은 나와는 먼 미래라는 생각도 하겠지만, 내 옆에 있는 부모님을 바라보게 되면 결코 먼 사실은 아니다.

제목에서처럼 우리는 100세 시대를 품위 있게 맞이해야 할 준비를 해야 한다.

건강을 위해서 웰빙을 찾고, 웰다잉이라는 이름으로 나의 인생에 대해 준비를 하곤 한다.

그렇다면 내가 맞이하게 될 100세 시대를 감정적으로 풍요롭게, 그리고 더 활기차게 준비함도 중요할 것이다.

 

각박한 현실이 인간관계를 원망하기 전에, 공동체의 일상을 계획하는 것도 좋고, 삶의 여정을 위해 살았던 도심을 과감히 떠나 귀촌이나 귀농으로 다시 살아봄도 좋다.

은퇴로 인해 밀려났다는 좌절감보다는 은퇴로 인해 또 다른 출발을 시작할 수 있는 계획을 미리 세워보고 준비하는 것도 한 방법이고. 무엇보다 나이가 들면 몸과 정신이 힘들어짐을 받아들이고 표현을 함으로 나의 마음에 남아있을 우울감과 좌절을 없애야 한다.

 

수많은 노인을 두고 노인 문제라 치부하는 경향으로 흐르는 것도 사실이다.

사회 복지적인 측면에서 100세 시대를 개선함도 당연한 일이겠지만 무엇보다 하지만 그 시간이 온다는 것을 당연히 받아들이는 것, 내가 나를 받아들이는 것이 가장 건강하게 100세 시대를 준비하는 것 아닐까 싶다.

 

나이 들었다고 혼자 지내는 고독보다는 서로 교류하는 번거로움을 택하고, 자식에게만 모든 정성을 다하는 가족 관계를 나를 위한, 노부부 자신을 위한 관계로 변화를 시켜보자. 80세의 나이에도 충분히 경제 활동을 할 수 있는 체계적인 계획을 세워보고, 나이가 들어서도 함께 어울리는 네트워크에 투자하는 미래형 인생을 계획함도 좋겠다.

 

100세 시대란 오랜 옛날처럼 뒷방에서 냄새나 풍기는 그런 세대가 아님을 독자들은 짚어봤으면 좋겠다. 그리고 이러한 준비를 나의 부모님에게도 권했으면 좋겠다.

시간이란 흐르게 되어있고, 나이란 먹게 되어있다. 알고 맞이하는 것이 얼마나 큰 준비임을 이 책을 통해서 함께 공유하는 시간이 되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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샘터 2015.3
샘터 편집부 엮음 / 샘터사(잡지) / 201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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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봄이 왔다. 아니 오는 중인가보다.

봄을 재촉하는 빗소리를 들으면서 봄소리를 읽어본다.

 

봄을 부르는 샘터의 부제는 내가 만드는 행복, 함께 나누는 기쁨이란 글이 유난히 눈에 띈다.

작은 책자 속에 들여주는 보통 사람들의 이야기를 읽노라면 소소한 기쁨을 함께 이야기하는 동네 사람들의 그것과 같다는 생각을 해본다.

 

 

나의 딸은 내 발가락을 꼭 닮았다. 발가락 다섯개가 벌어지는 모습이 똑같아서 스마트폰 사진에도 남겨놓았다. 나의 모습을 꼭 닮은 나와 나의 딸, 이 감정을 이붕우 예비역 준장이 전하는 샘터 에세이에서 읽어보게 된다.

 

 

나는 글쓰기를 무척 좋아한다. 편지쓰기도 참 좋아했었는데 기기의 편리함으로 어느 시간부터 편지쓰기를 잊고 있었다. 이달에 만난 사람에서 소개된 최정호 울산대 석좌교수는 이번에 서간집을 준비중이라고 한다. 60년간 받은 200통의 편지 이야기를 통해 우리가 글로 남길 수 있는 그 정감과 기다림의 시간에 대해 다시 떠올려보는 추억의 시간도 느낀다.

 

샘터는 살아가는 이야기이다.

나의 이야기이기도 하고, 나의 추억이야기이기도 하다. 때론 내가 생각해야 하는 또 하나의 사회적 관심에 대한 이야기이다.

 

 

얼마전 뉴스의 1면을 장식했던 의정부 화재사건과 그 사건 이후에 안타까운 소식을 많이 들었다. 그중에서 미혼모의 안타까운 죽음에 대한 뉴스를 들었다. 그에 대한 이야기를 샘터에서 또 듣는다. 안타까운 마음과 다행스러움을 느끼게 된다. 그래도 희망이 있는 우리 사회의 이야기를 듣게 되어서 참 좋다.

 

 

이번 3월호의 특집 주제는 '다시, 봄'이다.

힘들었던 시간, 추웠던 시간에 있는 이들에게도 언젠가는 봄이 온다는 사실을 기억했으면 한다.

나 역시도 무척 춥고, 서러웠던 겨울이라는 시간을 남들보다 빨리 경험을 했었다. 그리고 봄을 온 몸으로 느끼고 있고, 뜨거운 여름을 마중하려 한다.

 





 

공부에 소질이 없던 한 소년이 우연히 경험하게 된 컴퓨터 한대를 통해서 인생의 방향을 잡아간 강한훈님의 열등생의 인생을 바꾼 컴퓨터, 상처받은 아이들에게 할아버지의 넉넉함과 푸근함, 든든함을 몸소 실천하고 있는 정하득님의 고목 같던 인생에 핀 꽃, 어느날 갑자기 남편의 부재와 자식들의 부양에 생활전선에 뛰어들었던 절박한 이에게 손을 내밀었던 한 인연을 소개했던 김선희님의 영양사님 잘 계시죠?등의 이야기는 삶의 넉넉함과 따뜻함을 한껏 느낄 수 있는, 그리고 감동의 눈물이 흐르게 하는 그런 사는 이야기였다.

 

 

연극인 윤석화님이 소개한 서울 통인동에 대한 이야기는 사춘기 시절의 내 모습을 다시 기억하게 했다. 글 속에 나온 삼청공원은 고2때 여고 친구들과 가끔 거닐던, 때론 좋아하던 오빠와 거닐던 그 곳이었다. 그녀가 공연했던 아가씨와 건달들이란 뮤지컬을 고등학교 졸업 기념으로 친구들과 봤던 기억이 새록새록 난다.

 

3월호의 샘터는 나의 추억의 기억을 다시 떠올리게 하는 시간이었다.

좋은 생각과 좋은 느낌, 그리고 좋은 이야기가 어우러져 잠시의 따뜻한 휴식을 느끼게 해주는 작은 선물이었다.

잊고 지냈던 뮤지컬의 예매 시간을 뒤져보게 하고, 잊었던 삼청공원을 그리고 잊었던 그때의 소녀적 감성을 떠올리게 한다.

 

나의 행복, 함께 느끼는 기쁨을 주는 그런 샘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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