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베라는 남자
프레드릭 배크만 지음, 최민우 옮김 / 다산책방 / 2015년 5월
평점 :
구판절판


BMW 운전자와는 말도 섞지 않는 남자. ​

키보드 없는 아이패드에 분노하는 남자.

무엇이든 발로 걷어차며 상태를 확인하는 남자.

<오베라는 남자>의 주인공 오베를 만나고 나면  일단 버럭 화부터 내는 이 남자를 어떻게 봐야 하는가 고민스럽다.

오베는 문이 제대로 닫혔는지 확인하기 위해 항상 세 번 잡아당기는 습관을 가졌고, 절대로 원칙을 벗어나서는 안되고, 벗어나는 사람은 머리가 제대로 박힌 사람이 아니라는 것에 또다시 버럭 화는 내는 남자이다. ​

그리고 오베 그는 주변의 누구와도 절대 어울릴 생각이 없고, 어울릴 필요조차 느끼지 않는 사람이다.

지금까지 해왔던 그대로 무엇이든 혼자서 정해진 규칙대로만 움직이면 되는 것이다.

그럼 아무런 문제가 없이, 그냥 조용히 하루하루 보내면 되는 것이다. ​

이런 성격의 오베가 딱 하나 해야 할 일이 있다면 반년 전 곁을 떠난 사랑하는 아내를 따라가는 것뿐이다.

아내와 함께 살았던 집을 더럽히지 않으면서, 조용하면서도 깔끔한 사후의 마무리까지 미리 다 정해놓았고, 그가 계획한 자살이 성공만 하면 무미건조한 삶을 계획대로 마무리하면 다 끝나는 것이지만 세상을 그렇게 녹록지 않은 건 사실인가 보다.

어느 날 갑자기, 느닷없이 오베에게 이웃이 등장한다. 오베의 삶과 생각과는 전혀 다른, 너무너무 딴판인 가족이 나타난다.

그들의 처음 등장은 오베를 머리 꼭대기까지 화를 뻗치게 한다. 그들은 주차지역에 들어오면 안 된다는 원칙을 깼고, 오베의 화단을 넘어왔고, 더구나 우편함까지 찌끄러뜨렸다.

오베는 이 부부의 만남을 시작으로 발음이 정확하지 않는 부부의 아이들과 소통을 해야 했고, 부부의 남편을 병원에 데려가기까지 한다. ​ 이 빌어먹을 '시끄러운' 이웃 때문에 오베는 생각과는 다른게 자꾸 이웃의 이웃, 또 다른 이웃과 연결이 되고 만다.

오베는 단지 아내의 곁으로 조금 더 일찍 가고 싶었을 뿐이다. 살면서 자신에게 유일하게 웃음을 안겨주었던 아내에게 조금 더 일찍 가고 싶었을 뿐이다. 그래서 신문 구독도 취소했고, 집 안의 모든 불도 껐고, 구석구석 나름의 정리 정돈도 다 해놓은 상태이다.

그저 생각했던 바를 실천만 하면 되는데, 이상하게 저 멀대 같은 남편과 아주 작지만 주도권을 잡아버리는 외국 출신 부인 때문에 일이 생각처럼 되질 않는다.

스웨덴 소설 <오베라는 남자>의 저자는 ​프레드릭 배크만으로 그의 데뷔작이자 첫 장편소설이다. 유명 블로거이자 칼럼니스트인 프레드릭 배크만이 그의 블로그에서 처음 시작되었다. 수많은 독자들이 '오베'에게 반했고, 응원을 보낸 결과 독자들에게 <오베라는 남자 A MAN CALLED OVE>가 소개되었다.

블로거의 입장에서 다른 블로거의 지지를 받는다는 것은 그만큼 짜임새 있고, 위트가 있고, 감동이 있는 글이기 때문일 것이다.

툴툴대는 오베의 모습을 상상하면 예전 참 재미있게 읽었던 <신부님 우리들의 신부님>의 돈 까밀로 신부가 떠오른다.

이 책은 챕터 제목부터 <오베>답다

오베라는 남자가 컴퓨터가 아닌 컴퓨터를 사러 가다​ / 오베라는 남자와 있어야 할 곳에 있어야 했던 자전거 / 오베라는 남자가 라디에이터 증기를 빼다 / 오베라는 남자와 연착된 기차 / 오베라는 남자와 눈더미에 묻힌 골칫거리 고양이 / 오베라는 남자와 색칠하는 꼬마 녀석 / 오베라는 남자와 쓸데없이 참견해대는 수많은 놈들...

오베는 전혀 이웃들에게 휘둘리고 싶지 않다. 물론 휘둘리는 사람도 아닌다.

그런데 결과는 이웃들을 위해 자신이 휘두르고 있다. 단지 나는 아니야, 나는 안 하고 싶어를 연발하면서 말이다.

그런데 그런 장면 장면을 볼 때마다 마음이 따뜻해짐을 느낀다.

오베의 마음을 충분히 읽어낼 수 있어서 그렇다. ​

버럭 화부터 내는 오베가 결코 밉지가 않다. 나이가 들고, 무뚝뚝한 성격에 웃음기 없는 얼굴이지만, 그의 내면은 그 누구보다 사람을 먼저 생각하는 그런 남자이다.

옳은 것은 끝까지 옳아야 하며, 무엇보다 사람이 먼저임을 행동으로 보여주는 남자가 바로 오베이다.

BMW를 샀다는 이유로 오랜 세월 서로 외면했던 이웃 친구 루네를 위해 오베는 절대 말이 안 통하는 하얀 셔츠 놈들과 단판을 벌인다. 동성애 성향을 가진 미르사드의 임시 보호 자격으로 나선다. 색칠을 좋아하는 꼬마와 눈짓을 나누고, 좋아하는 여자아이 때문에 쩔쩔매는 애송이를 위해 무언가를 해주기도 한다.

물론 이 모든 것은 오베가 절대로, 절대로 하고 싶지 않았던 일이다.

입과 표정은 절대로, 절대로 하고 표현을 하지만 마음으로 따뜻함을 나누는 남자가 오베이다.

오베를 떠올리면 투덜대는 오베보다는 행동으로 먼저 보여주는, 누구보다 '옳음'이라는 줄에 맨 앞에 서있는 오베가 먼저 떠오른다.

사랑하는 아내를 눈앞에서 지키지 못했다는 자책감에 그는 세상과의 소통을 몰랐을 뿐이다. 오랜 세월 그렇게 살아왔기 때문에 오베는 세상과 사람들에게 먼저 다가가는 사탕발림 같은 말과 말부터 내뱉는 가벼운 말을 몰랐을 뿐이다.

소설 내내 그의 엉뚱한 행동에 독자들은 웃음을 지을 수밖에 없다.

싫다고 하면서도 다 하는 그의 모습에서 독자들은 그의 투덜댐이 그저 쑥스러워서 자신을 약간 보호하려는 모습으로만 보게 된다.

​사람이라는 것이 이런 것인가 보다.

행동은 다정하지만 마음은 냉정함이 묻어나는 이가 있는가 하면, 툴툴거리지만 하는 행동은 옳은 일을 위해서, 그리고 나보다 어려운 이를 위해서 하는 이들이 있다.

세상을 살아가면서 수많은 사람을 만나면서 우리는 오베 같은 마음을 보여준 적이 있는가 독자들은 또 다른 생각을 해볼지도 모르겠다.

뭐.. 소설 하나에 깊은 의미를 부여합시다라는 권유를 하는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책을 좋아하는 독자의 입장에서 소설을 읽다 보면 소설 속의 주인공과 나를 비교하지 않을 수 없다.

과연 나는 이웃들에게 행동으로 보이는 사람일까? 말만 번지르르한 사람일까?

결론은 당장 느끼게 된다. 때론 민망하기도 하고, 때론 뿌듯함을 느낌도 있을 것이다.

<오베라는 남자>는 따뜻함을 주는 소설이다. 세상은 늘 변하고, 사람도 늘 변한다. 그러면서 대부분의 사람들은 사람 간의 따뜻함에 대해 빈정거리기도 한다. 빠르게 변하는 세상에서는 어쩔 수 없다는 둥, 나도 살기 바빠서 남들 돌아볼 여유가 없다는 둥의 이유를 대면서 말이다.

<오베라는 남자>는 그런 바쁘고 정신없는 일상 중에서 잠깐의 배려에 대해 생각을 해보게 하는 소설이다.

깊이 생각할 것도 없다.

그저 내면에 있는 따뜻함을 가끔은 보여주면 된다.

내가 가지고 있고, 상대방이 없을 때, 때론 내가 잠깐의 여유가 있고 상대방이 절실하게 필요할 때 한 발짝만 내놓으면 된다는 것이다.

오랫만에 엉뚱한 캐릭터에 반하고 내용에 따뜻함을 느끼는 소설을 읽게 되어 참 좋다. ​

사랑과 정.. 사람이 살아있는 동안은 늘 겪고 또 겪어야 하는, 그리고 늘 보여주어야 한다는 이 감정을 또 느껴보게 되는 그런 소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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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고전을 공부하는 이유
조윤제 지음 / 흐름출판 / 201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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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요즘의 대세는 인문학이다.

인문학적 자질을 갖춘 인재를 더 찾는다는 채용의 방향도 종종 듣곤 하고, 어느 기업의 CEO는 인문학에 바탕을 둔 경영철학을 추구한다는 뉴스도 듣곤 한다.

인문학의 유행 덕에, 마치 현대를 살아가는 이들의 필수가 되어버린 듯한 흐름 속에 인문학에 대해 관심을 가지게 된다. 그런 흐름에 따라 '나도 인문학을 섭렵해봐?'라는 가벼운 생각으로 인문학을 들여다볼라치면 생각보다 어렵다는 느낌부터 받는다. 대부분의 인문학이 고전을 바탕으로 언급하기 때문이다. 마치 고전을 알아야 하는 것이 인문학의 필수 조건인 것처럼 여러 곳에서 고전과 인문학을 연관 지어 말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고전이나, 인문학에 대해 쉽게 포기(?) 할 수는 없다.

왜냐, 고전 속에서 이 세상을 살아가는 지혜가 있다는 것은 알고 있기 때문이다.

이왕 이 전쟁 같은 현대를 살아가는 이상, 고전 속에서 얻을 수 있는 지혜는 얻어봐야 하지 않을까? 세상이 어렵다는 말을 하기 전에 내 손에 안에 있는 책 속에서 세상을 잘 알고 가는 방법을 배워보길 바란다.

저자는 지식인으로서 최소한 <논어> 정도는 읽어봐야 하지 않을까라는 생각에 해설서를 읽고, 원전을 읽었단다. 그런 의미에서 <내가 고전을 공부하는 이유>는 고전에 대한 재미, 호기심을 채울 수 있는 책 중의 하나이다. 이 책에 소개된 고전의 지혜를 통해서 인문학적 자질을 갖춘 그런 독서인 이 될 수 있겠다는 기대감도 가져본다.

 

고전은 오래된 글이나 책을 이르기는 하지만, 그저 오래된 것을 모두 고전이라고 하지 않는다. 고전이라고 하면 오랫동안 많은 사람에게 널리 읽히고 모범이 될 만한 옛사람들의 글 또는 책을 뜻한다. 즉 시대를 뛰어넘어 변함없이 읽을만한 가치를 지니고 있어야 고전이라고 부를 수 있다.

우리는 이 글에서처럼 고전을 통해서 읽을만한 가치가 있는 것과 기억할 만한 가치가 있는 것, 그리고 좀 더 큰 의미를 더해서 우리가 배움을 따라 할 가치가 있는 것을 고전에서 찾아볼 필요가 있지 않을까?

 

 

고전은 옛것을 담아놓은 글이고, 표현이고, 생각이기 때문에 고리타분하고 재미없을 수밖에 없지만, 고전이 전하는 숨은 뜻을 알아가고 그것을 삶에 적용해볼 때 고전의 가치는 그것으로 충분하며, 고리타분한 고전을 읽은 독자들은 책을 읽기 위해 시간을 투자함에 대한 충분한 보상을 얻게 된다는 생각도 해본다.

다시 말해 고전을 어떻게 읽고 그것을 받아들이냐에 따라 고전이 옛것의 찌꺼기가 될 수 있고, 미래를 밝혀주는 길잡이가 될 수 있는지 생각을 해봤으면 한다.

<내가 고전을 공부하는 이유>를 일독함으로써 그 길잡이를 충분히 나의 인생 앞에 세워볼 수 있을 것이다.

 

<내가 고전을 공부하는 이유>는 모두 5장으로 구성되었다.

1장 나를 바로 세운다.

2장 세상의 변화를 읽는다.

3장 사람을 경영한다.

4장 일하는 원리를 안다.

5장 세상을 향해 나아간다.

 

 

목차를 보더라도 우리가 각각의 인생을 살아가면서 가장 큰 목표로 삼고, 당장의 고민으로 여겨지는 것들이다. 우리는 전쟁 같은 일상을 보내고 있다. 사람들 속에서, 직장 속에서 때론 일에 치이고, 사람에 치이고 또 다른 목표와 또 다른 인생과 경쟁을 하는 바쁜 시간을 살아간다.

내가 미래를 위해 투자했던 공부는 때론 세월 속에서 도태됨을 느낄 때도 있고, 나의 주관대로 살아온 시간은 때론 좌절을 주기도 한다.

물론 나름의 성공과 목표 성취감을 얻을 때도 있지만, 그것보다 좀 더 높은, 좀 더 많은 만족감을 얻고 싶은 마음이야 누구나 다 똑같지 않을까?

 

 

타고난 본성은 서로 비슷하지만 습관에 의해 달라진다 , 也 (성상근야, 습상원야) <논어>

고전을 통해서 가장 많이 읽게 되는 것이 '나'에 관한 가르침이다. 사회의 한 구성원으로 발을 딛는 순간부터 수많은 고민과 갈등과 변화를 겪을 수밖에 없는 나는 나만의 존재감에 대해 수많은 질문을 하게 되고, 해답을 찾으려고 한다. 타고난 천성이야 어쩔 수 없는 운명이라고 하지만, 그 운명을 바꿀 수 있는 것은 나라는 인식, 알고 있지만 쉽게 바꾸지 못하는 습관도 결국 내 손에서 실천되어야만 결론을 얻을 수 있다는 것을 고전에서 읽는다.

세상에서 가장 어려운 일도 그 시작은 쉬운 일이고, 세상에서 가장 큰일도 그 시작은 미세하다

易, 天下大事必作於細 (천하난사필작어이, 천하대사필작어세) <도덕경> 

시대의 변화 속에 맞게 나 자신도 변화무쌍함을 가져야 하는 것은 당연한 일로 여기게 된다. 우리는 급변하는 현대를 살아가면서 시대가 원하는 사람으로 변할 수밖에 없다. 나 혼자 독불장군임을 외치기보다는 시간에 도태되지 않는 그런 인간상이 지금 현대를 살아가는 가장 최선, 가장 최고의 나를 세우는 방법이기 때문이다.

남들보다 확고한 목표가 아니라고 하더라고, 정성을 다하고 진실로 나의 포부를 말하는 자만이 나를 바꿀 수 있는 능동적인 생각임을 독자들은 고전에서 배울 수 있을 것이다.

옛것을 익혀 새로운 것을 알다 新(온고이지신) <논어>

어제의 역사 속을 지나왔고 오늘의 역사를 나는 만들어가고 있다. 과거를 인정하지 않는다는 것은 미래를 찾지 않겠다는 소리일지도 모르겠다. 시대의 변화 속에서도 과거의 무엇이 발판이 되어감을 기억하자. 세상이 변해야 하는 이유를 분명히 알고, 그 변화 아래 감춰진 의미를 읽어야 함은 현대를 살아가는 이들의 가장 기본적인 마음가짐이 아닐까 싶다.

멀리 내다보지 못하면 반드시 가까운 곳에 근심이 생긴다 , 憂 (인무원려, 필유근우) <논어>

누구나 성공을 하고 싶다. 성공을 미리 알 수 있는 예지력이 있으면 좋겠지만, 운에 따른는 느낌의 예지력보다는 미래를 볼 수 있는 통찰력을 눈여겨봐야 한다. 이것은 특별한 사람에게 주어지는 특별한 능력이 결코 아니다. 옛것을 찬찬히 살펴본다면 미래에 대한 통찰력은 누구나 가질 수 있는 능력임을, 그리고 그것을 알기 위해 물어보고 배우는 것이 모두 내 것이 된다.

궁하면 변해야 하고, 변하면 통하고, 통하면 오래간다 窮卽變, 變卽通, 通卽久 (궁즉변, 변즉통, 통즉구) <주역>

내가 어떤 것을 가지려고 하는지, 그리고 그것에 맞는 생각과 계획을 하는 것만이 새로운 미래를 오랫동안 추구할 수 있음을 기억하면 좋겠다.

 

 

고전은 기업을 운영하는, 또는 사업을 운영하는 이들에게도 가르침을 준다고 한다. 많은 상황과 뜻밖에 변하는 변수, 그리고 제각기 다른 인성을 가진 이들을 한 목표를 향해 이끌어 가는 것은 결코 쉽지 않다. 많은 경영인들이 인문학적인 부분에서 배우려고, 경영철학을 얻으려고 한다. 이는 무엇 때문일까?

바로 사람을 경영한다라는 의미 때문이다.

속됨을 고치는 데는 책만 한 것이 없다.醫俗莫如書(의속만여서) <학산당인보>

여러 사람과 의견을 조율하면서 경영을 해야 하는 이들이 가장 중요하게 꼽는 것은 바로 사람임을 알고 있다. 내가 안고 가야 하는 이들에게 숨어있는 잠재력을 찾아내고, 그들과 일의 조합을 이끌어 내는 것은 경영자의 자질이기도 하다. 물론 이 많은 일들은 올바름이라는 바탕 위에서 이루어질 때문이 좋은 기업, 좋은 경영자로 남게 된다.

그런데 이 가르침들은 고전에서 배운다는 것이다.

 

 

<내가 고전을 공부하는 이유>는 고전 속에서 얻을 수 있는 지혜를 쉽게 읽을 수 있다는 점에서 해설 같은 책이다. 고전을 읽고 싶지만, 인문학을 접하고 싶지만 어려워하는 독자들에게 쉽게 맛을 보여주는 그런 책이라고 할 수 있다.

무턱대고 어려운 원문을 읽어보고 질려서 책을 멀리하는 것보다는 <내가 고전을 공부하는 이유>처럼 주제에 맞는 고전의 한 문장을 읽고, 그것을 어떻게 해석하고 어떻게 적용할 수 있는가에 대한 길잡이 노릇을 하기 때문에 고전에 기초적인 안목이 없는 독자들에게는 일단 읽기 쉽다는 점에서는 좋다. 

하지만, 워낙 많은 고전 속에서 좋은 자료를 추려내려고 하다 보니 장황한 면도 분명 있다.

한 주제에 대해 관련된 철학을 언급하려고 하니 어느 하나 놓칠 수 없는 것은 당연하겠지만, 그 고전이 어떻게 기록되게 되었는지. 어떤 의미로 쓰게 되었는지까지 나열하려고 하니 산만함도 조금은 있다. 나 역시 책 속에 있는 좋은 문장을 나열하고 싶지만, 너무 장황하게 될 듯해서 몇 가지만 예문을 퍼 오기만 했다.

 

 

하지만 이 책을 읽고 나서 분명한 것은 '나도 고전을 읽어보고 싶다'라는 생각이 든다는 점이다.

유행처럼 퍼지는 인문학과 고전에 대해 어렵다고 일단 피할 것이 아닌, 작은 문장 하나라도 그 의미와 그 속뜻을 알아가는 재미도 분명 있다는 것을 이 책을 통해 검증하게 된다.

사람과의 관계, 말하는 법, 일 잘하는 요령, 공부 잘하는 방법, 부자 되는 지혜 등... 우리가 가장 큰 목표로 삼는 것에 대한 이야기를 이 책에 풀어놓았다.

미래가 막연하다고 고민하고 있는 독자라면 그냥 쉬엄쉬엄... 편안 마음으로 이 책을 일독하길 권한다. 많은 가르침 중에서 나에게 딱 맞는, 가장 적절한 위로가 되어주는 문장을 필히 만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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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역사가 기억하는 비범한 여성들
서영 지음 / 책벗 / 201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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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으로 이 시대를 살아가면서 여성의 존재감에 대한 변화를 많이 느끼곤 하지만, 아직도 세계 곳곳에서는 여성의 존재 자체를 짐승과 별반 다르지 않게 여기는 소식도 접하게 된다.

'북어와 여자는 3일에 한 번씩 패야 한다'라는 무식한 말이 전혀 이상하지 않던 시절도 있었다.

우리가 잘 알고 있는 건국신화에서도 보면 사람을 닮은 신은 남자고, 짐승이었던 곰은 사람이 되기 위해 고통의 시간을 참아내야 겨우 사람이 되었다더라..는 이야기도 있다.

그뿐인가? 인류 최대의 베스트셀러 성경에서도 여자는 남자의 갈비뼈를 취해서 만들어졌다고 기록이 되었으니, 인류의 역사가 시작되는 시점에서부터  여성의 존재감은 그리 중요한 것이 아니었음은 기록에서 확인하곤 한다.

 

역사 속의 여성의 존재감은 거의 없다고 봐야 할 것이다. 하지만 여성의 존재는 대부분 남자의 기록에 의해 남겨진 역사에도 확실히 있다.

<중국 역사가 기억하는 비범한 여성들>이란 책을 통해서 여성에 대한 편견과 맞서 당당하게 역사의 한 줄로 존재감을 남긴 인물들에 대해 읽어보게 된다.

 

중국 역사 속에 남겨진 여인들을 과연 얼마나 알고 있을까?라고 물어보면 나는 서너 명의 이름만 중얼거린다. 그나마도 경국지색이란 단어와 연관된 그런 인물들만 기억하곤 한다.

여성들의 존재감이 없음을 부당하다고 하면서 여성 스스로 자신의 미모로 한 나라를 또는 그 나라의 왕을 좌지우지한 야사만 기억하고 있는 것에 대해서는 여성 스스로 반성해야 하지 않을까?

책을 읽으면서 괜한 바른생활 자세를 잡아본다.

 

<중국 역사가 기억하는 비범한 여성들>이란 책에는 모두 15명의 비범한 여성들이 소개된다.

최초의 미녀 스파이 '서시', 중국 역사상 첫 번째 황후 '여치', 위대한 여사학자 '반소', 유일무이 여황제 '무측천', 천하제일 여재상 '상관완아', 방직의 어머니 '황도파', 천하제일 명기 '이사사'등 중국의 길고 복잡한 역사 속에서 한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여인들의 이야기는 무척 흥미롭다.

 

저자는 이들의 이야기를 써내기 위해 오랜 시간 철저한 준비를 했음을 책의 곳곳에서 확인할 수 있다. 기록이 남겨진 원문을 언급하기도 하고, 그들이 남긴 작품을 소개하기도 했다. 또한 현재 남아있는 유적이나 유물의 사진을 함께 실어 책을 통해서 독자들이 역사의 기록을 눈으로 확인할 수 있도록 했다.

무엇보다 이 책이 어려운 중국 역사나, 지명, 또는 인물명이 나열되어도 재미있게 읽히는 것은 당시의 사건이라던가, 연관되는 중요 인물에 대한 설명이 친절하기만 하다.

바로 눈앞에서 일어나는 듯한 설명에 중국 역사에 대한 지루함보다는 역사 속을 살았던 이들의 이야기를 재미있게 읽을 수 있다.

 

시간과 공간이 전혀 다른 시대의 여성들도 그 시대를 살아가기 위한 지혜를 내주었고, 새로운 문물이나 학문에 앞장서는 이가 분명 있었다.

역사를 기록하는 이들이 전쟁에서 승리한 자, 또는 가장 힘이 센 남성이기 때문에 수많은 여인들은 기록에 남겨지지 못한 경우가 대부분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역사에서 단 한 줄이라도 그들의 기록이 남겨졌다는 것은 시대적 배경을 생각할 때 어마어마한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음을 이 책을 통해서 확인을 해보고 싶어진다.

어떤 이는 후세에 길이 언급되는 덕 있는 여인으로 칭송될 테고, 또 어떤 이는 한 나라와 나라의 왕족을 몰살시키는 사악한 여인으로 언급되기도 한다. 긍정적이던 그렇지 않던 그들인 역사의 한 획을 그었다는 점에서는 분명 대단한 일이다.

 

<중국 역사가 기억하는 비범한 여성들>을 통해 존재조차 몰랐던 여성들을 기억하게 되고, 역사적 사건을 알게 되는 계기를 갖게 된다.

중국의 역사를 궁금해하는 이들에게, 또는 역사 속에 숨겨진 여인사에 대해 궁금한 독자들에게 추천하고 싶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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샘터 2015.5
샘터 편집부 엮음 / 샘터사(잡지) / 201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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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른 달의 시작이 곧 다가옵니다.

5월은 그 어감만으로도 푸름을 전하고 있습니다.

샘터 5월호에는 눈부신 푸름과 따사로운 5월의 햇살을 느껴볼까 하는 기대를 가져봅니다.

 

5월의 특집은 <미숙한 이들의 합창>입니다.

몇 년 전 모 프로그램에서 나이 성별에 관계없이 사람들이 모여 하나의 화음을 이루어가는 과정을 보여준 예능이 있었습니다.

각기의 삶도 다르고, 각각의 주장도 다른 사람들이 시간이 흐를수록 하나의 고운 화음으로 완벽하게 맞춰가는 모습을 보면서 사람들은 가슴이 뿌듯해짐을 느꼈을 겁니다.

<미숙한 이들의 합창>은 제목에서 말하듯이 나의 부족함을 메꾸어주는 또 다른 인연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줍니다.

일찍 초등학교를 중퇴한 친구를 위해 검정고시 학원의 1년 수강증을 선물로 챙겨준 친구의 이야기. 불이 난 친구의 집에 가서 마음을 전한 고사리 같은 손을 가진 아이들의 이야기나, 봉사활동으로 세상의 따뜻함을 베풀어준 고등학생과 그 아이들을 이끌어준 선생님의 사연을 들으면서 잠시 우리의 작은 힘을 잊었던 때를 다시 새겨보게 됩니다.

내 힘을 작습니다. 하지만 이 작은 하나의 힘을 보태는 것이 얼마나 큰 따뜻함을 베풀 수 있는지, 5월의 특집을 통해서 실천해보는 계기를 가져보려고 합니다.

 

5월호에는 특별히 샘터상에 선정된 작품이 실렸습니다.

저도 한번 응모해볼까 하다가 말았던 글 대회이죠. 선정 작품 중에서 '생활수기 당선작'인 <가시밭에 피어난 백합화되어>는 정말 대단한 분의 이야기를 접하게 됩니다.

요즘은 자기의 아이도 학대를 하는 세상입니다. 그런데 주인공은 3명의 아이를 입양해서 정말 세상에서 가장 값진 사랑으로 가장 멋진 아이들로 키워냈습니다.

본인도 병마와 싸우면서 말이죠.

 

한 달에 한 번 샘터 월간지를 읽게 됩니다. 그리고 그 속에 담긴 보통 사람들의 이야기, 하지만 정말 보통보다 더 값진 인생의 이야기를 들려주는 사람들의 사연을 접하면서 불평불만으로 표현하려는 나의 생활을 조금은 흔들어보게 됩니다.

 

남의 사연들이 그렇습니다.

잠시 눈을 돌려보면 나보다 더 힘들지만 웃는 사람도 분명히 있고, 나보다 더 지독한 고민 속에 있지만, 용기와 배짱으로 웃어넘기는 사연도 있습니다.

그 보통 사람들의 이야기를 읽으면서 저는 제 자신을 다시 다져보게 됩니다.

 

그래서 샘터가 좋습니다.

사람이 늘 만족하고 살 수는 없는 것을 알지만, 지금의 처지를 비관하고, 좌절할 필요도 없는 것이죠. 저는 이런 다짐을 샘터에서 많이 느낍니다.

5월의 싱그러움처럼 샘터를 통해서 삶의 싱그러움을 다시 느낄 수 있는 시간이 가져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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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움은 어리석을수록 좋다 - 수업론 : 난관을 돌파하는 몸과 마음의 자세 아우름 5
우치다 타츠루 지음, 박재현 옮김 / 샘터사 / 201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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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업.

우리는 수업이란 단어에 대해 어떤 이미지를 떠올리게 될까?

 

새로운 지식을 내 것으로 만들어가는 앎의 장소와 시간을 떠올릴 수도 있고, 때론 전혀 이해하지 못함에 힘들어했던 기억도 있을 것이다.

내 기억으로는 수업이라는 단어에 대해 많은 독자들이 부정적인 생각보다는 긍정적인, 앎에 대한 호기심과 그것을 밝혀나가는 성취감 같은 긍정적인 이미지를 더 많이 떠올리지 않을까 한다.

 

<배움은 어리석을수록 좋다>라는 제목만으로는 배움의 깊이에 대해 겸손해지는, 뭐 그런 이야기를 내심 기대하게 된다.

부제로 붙은 '수업론 : 난관을 돌파하는 몸과 마음의 자세'라는 것 역시 무언가 내 것으로 만들기 위해 수많은 난관을 거쳐가는, 거기에 보탬을 하자면 그 난관을 극복한 그 무엇, 행하는 사람의 자세, 마음가짐, 긍정, 성취감 등등의 여러 긍정적인 결론을 내심 먼저 내렸는지도 모르겠다.

 

이런 기대적인 결론 때문에, 기대감 때문에 이 책을 읽고 나서의 산만함이 거슬리는 편이다. 

난해하다고 하기에는 가벼운, 무엇인가 무척 많은 것을 독자들에게 들려주고 있지만, 귀에 담아지는 것이 없는 느낌이라고 할까?

저자는 어릴 적 신체의 약함에 강함을 주기 위해(또는 변화를 주기 위해) 합기도를 시작했고, 상당히 오랜 수련기간을 가져왔다.

수련을 하면서 얻게 되는 명상적인 내용이라던지, 수련을 통해 깨닫게 되는 육체와 정신의 가다 듦 등을 독자들에게 이야기를 하고 싶어 하는 것은 알겠지만, 너무 많은 사례와 종교적인 느낌을 주는 글, 그리고 때론 과학적인 견해에 반하는 내용을 이야기하는 것은 어디서부터 어떤 줄기를 잡고 읽어야 할 것인가... 독서 내내 그것이 궁금하다.

 

다행히도 책의 마무리에 저자는 책의 구성에 대해 설명을 했다. 그나마 이것이라도 없었다면 당최 무슨 내용을 전하고 싶었던 것일까? 오히려 독자인 내가 물어보고 싶었을 것이다.

이 책의 내용은 합기도 전문지에 2년간 연재했던 내용과 불교계 잡지의 특집에 기고한 글, 그리고 마지막으로 일신교 신앙과 무도 수입의 본질적인 관계에 대해 쓴 기고문에 쓴 것이라고 한다.

글쎄...

물론 저자가 직접 경험을 하거나 자신의 깊은 신앙심이나 주관에 대해 글을 쓰는 것은 좋다.

하지만 독자가 이 책을 선택하고, 그 독자에게 들려줄 말이 있을 때는 어느 정도의 정리는 되어야 한다고 생각을 한다.

한마디로 말하자면 읽기 쉬운 책이 좋은 책이라 생각을 하는 나로서는 <배움은 어리석을수록 좋다>라는 책이 너무 광범위하다는 생각이 들 수밖에 없다.

 

저자가 말한 강한 정신, 건강한 신체 등등에 대한 이야기나 배움에 대한 자세에 대한 이야기는 한 번쯤은 짚어볼 수 있지만, 작가의 표현처럼 생각이 들 때마다 다시 책을 펼쳐보라고 하지만 그렇게는 손이 안 가는 책이다.

물론 책에서 말하는 내용 중에 밑줄을 긋고 한 번쯤 기억할 만한 내용도 분명 있다.

하지만 독서를 즐기는 독자의 입장에서 본다면 너무나 당연한 결론을 구구절절 늘어놓은 모습만으로 비친다.

 

꼼꼼하게 읽어보려고 했지만, 산만해져서 읽기 힘든 책..

이 책의 결론을 이렇게 내릴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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