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샘터 2014.12
샘터 편집부 엮음 / 샘터사(잡지) / 2014년 11월
평점 :
품절
정말 다사다난했던 해의 마지막을 맞게 된다.
살면서 이렇게 마음이 아프고 또 아펐던 때가 있었을까?
열심히 달려왔고, 나름의 마무리를 잘 해나가고 있지만, 마음 한 편에선 온 국민을 울음바다로 몰아넣었던 사건 때문에 우울함이 여전히 남아있다.
올해를 보내서 시원섭섭합니다..라던가, 새해를 기쁘게 맞이합시다...라는 말조차 미안해지는 그런 국민의 아픔이 있는 올해다.
사람에게 받은 상처는 사람으로 풀어야 하는데..
나는 이 샘터를 통해서, 특히 그 속에 담겨진 따뜻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통해서 조금이라도 따뜻함을 느끼게 된다.
<샘터 에세이-세상에서 가장 작은 파티>
귤 두 개, 사탕 세 개씩, 그리고 X-mas라고 사인한 담배 한 개비씩 넣은 작은 선물 보따리가 주는 정에 대한 이야기는 우리가 늘 떠올리면서도 늘 쉽게 잊고 마는 작은 정에 대한 이야기를 곱씹어보게 한다. 나는 저런 정을 베풀어 봤었나? 받기 위한 정이 아니, 작은 것에도 정을 듬뿍 넣어서 누군가에게 전해 봤었나?
만들었던 사람의 미소와 그 작은 선물을 받고 미소를 지었을 따뜻함에 독자들도 함께 훈훈한 겨울의 이야기를 추억하지 않을까.
<그렇게 끝나지 않았다>라는 맺음달의 특집은 바로 우리들의 이야기, 독자들의 이야기이다.
서로에게 기대가 컸던 만큼 서먹함이 커서 터놓고 대화도 안 하던 부녀가 조금씩 관계를 회복해가는 이야기, 내 몸 하나는 잘 챙길 것 같던 의사가 암을 겪으면서 들려주는 이야기는 정말 제대로 살아간다는 것이 무언인가를 독자들도 생각을 해보게 한다.
한때 창피해 하던 엄마의 작업복이 어느 날 엄마의 큰 사랑과 깊은 엄마의 마음을 대신 보여주는 것으로 생각되는 이야기는 사람이 또 한 번 성장해가는 것이 무엇인가. 그리고 무한한 사랑을 주는 엄마가 그리워지는 그런 이야기이다.
인생의 내리막과 오르막을 전해준 장애 아동을 돌보는 선생님의 이야기는 삶이란 큰 욕심이 없는 것이며 가장 평범한 것이 가장 행복한 일이라는 것을 생각하게 한다.
나는 이 특집이 참 좋다.
아니라고 하면서도 삶에 욕심을 부리고, 자식에게 욕심을 부리게 된다. 사람이라서 당연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많은 책을 보면 욕심으로 결코 결말이 좋은 것은 없었다.
오늘도 욕심을 부려보다가 늘 옆에 두고 있는 샘터의 한 편을 읽으면서 그래...나는 이것보다는 낫다는 생각을 한다.
그래..그렇다.
나보다 낫다, 그래도 내가 낫다는 말로 부풀어지던 욕심을 좀 줄이고, 절대 버리지 못할 것 같은 이기심도 잠시 놔버리는 행동도 하게 된다.
<목욕탕을 품은 면사무소> 편은 바로 이런 것이 주민을 위한 진정한 배려가, 진정한 복지가 아닐까 싶다.
주민을 위한다는 명목 아래 지자체의 행적은 그리 좋은 것은 없다. 그저 자기 집단이익만 우선이 되고, 당파가 우선이 되는 데 앞장서는 여러 경우를 보게 되면서 과연 이 나라 살림을 해보겠다고 뛰어든 사람들의 머릿속은 어쩜 저렇게 손바닥 뒤집듯이 뒤집히나 라는 생각에 치가 떨릴 때가 있다.
물론 주민의 지나가는 말을 적극적으로 반영한 건축가의 행동도 중요하다. 그리고 그것을 반영하게끔 장소를 되돌려준 면사무소도 중요하다.
생각을 조금만 바꾸면 더 나은 동네가 되고, 도시가 될 것이라는 것...여러~~~분들이 많이 읽어봐야 할 텐데 말이다.
샘터는 동네 사람들의 이야기가 모여 있어서 참 따뜻하다.
내가 디디고 사는 동네의 이야기이다.
물론 내가 겪는 이야기도 있다.
사람들은 누가 뭐라 하지도 않는데 눈치를 보느라 내 속과는 전혀 다른 말을 하고, 전혀 다른 표현을 하기도 한다.
그리고 나서 후회도 하고, 조바심도 느낀다.
직장에서는 또 어떤가.
요즘 유행하는 미*이라는 드라마처럼 직장인의 삶은 팍팍하다 못해 전쟁 이상의 전쟁을 치르고 그 속에 끼여 있는 직장인들은 파김치에, 풀죽이 되기 일쑤다.
가방에 샘터를 넣어두고 오면서 가면서 짧게라도 읽으면 좋겠다.
일하다가 잠시 읽고, 집 안 일을 하다가 화딱지가 날 때 잠시 읽으면 좋겠다.
사람의 문제는 사람으로 풀어야 하니까.
샘터는 그런 사람의 이야기이다.
신혼부부가 양가 부모님과 함께 웨딩 촬영을 한 사진만으로도 우리는 따뜻한 미소를 짓는다.
사진을 찍게 된 이유를 말하지 않아도 사진 한 장으로도 충분히 사랑과 따뜻함과 행복을 느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