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을 만난 다음 페이지 - 사랑으로도 채울 수 없는 날의 문장들
조안나 지음 / 을유문화사 / 2014년 1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내가 책을 읽기 다시 시작한 것이 5년 전이다. 우연히 카페를 알게 되고, 책을 읽게 되고, 그리고 서평을 쓰는 취미를 가지게 되었다.

그러는 동안에 '글도 써봐?' 라는 욕심도 가져보지만, 그동안의 지식과 감성의 샘이 바짝 마른 터라 닥치고 무조건 읽기만 했다. 

책이 빽빽이 쌓여가는 재미도 있고, 신간을 쟁취하는 재미도 있고, 또래의 주변 아줌마들보다 책을 더 많이 읽는다는 나름의 자만심도 있다.

정신없이 책을 쌓아가던 중에 문득 내 것이 된 책들을 다시 읽어보고 싶어진다.

이번에는 천천히..., 그리고 깊이 있게 읽고 싶어진다.

<당신을 만난 다음 페이지>를 만나고 나서 더욱 그런 생각이 든다.

 

숙면용, 쾌변용, 대리만족용, 현실 도피용, 허세용 등으로 책을 '남용'해 오던 저자는 소설 속에서 만난 수많은 매력적인 인물들에게 밤마다 데이트를 신청하고 그들의 이야기를 전해 듣고, 또 자신의 이야기를 전했다. 이 책은 이러한 밀회의 기록이다

 

책과 관련된 일을 하는 작가는 그에 관련된 것을 블로그에 오랫동안 기록하고 저장했다.

그리고 독자들에게 <당신을 만난 다음 페이지>를 보여준다. 작가는 읽었던 소설 200여 권 가운데 30권을 골라내는 작업에 한 달여의 사간을 투자했고 그 수고 덕분에 독자는 알짜배기 같은 소설과 인물과 그리고 그 속에 담긴 삶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다.

 

읽어본 책도 있고 그렇지 않은 책도 있다. 물론 읽어보지 못한 책이 훨씬 더 많다.

은희경의 <타인에게 말 걸기>, 크리스토퍼 아이셔우드의 <싱글맨>, 줄리언 반스의 <예감은 틀리지 않는다>처럼 제!목!은 들어는 봤던 소설도 있고, 전혀 모르는 책도 있다. 마르그리트 뒤라스의 <연인>, F.스콧 피츠제럴드의 <위대한 개츠비>, 톨스토이의 <안나 카레니나>를 읽어봤으니 그나마 덜 민망하다. 독서 편식을 하는 나를 확실하게 확인한다.

 

저자만큼은 아니지만, 책을 읽고 남았던 여운을 떠올려 본다.

나도 책 속의 인물들에게 동화가 되어 본 적이 있던가? 

책을 써내려간 작가들의 생각을 읽어보려고 했던가?

아니면 책 속의 한 구절에 나의 인생을 덧붙여보는 사색의 시간을 가져본 적이 있던가?

그저 그동안 못 읽었던 책을 마구 채우는 느낌에만 만족하지 않았던가?

 

<당신을 만난 다음 페이지>에 공감을 하게 되는 것은 무엇보다 책 속의 이야기와 작가의 담담한 삶의 이야기 때문이다.

지극히 사적인 이야기를 책 속의 인물과 책 속의 삶과 어울리게 독자들에게 전한다. 그리고 독자는 편안하고 자연스럽게, 때론 잊혔던 아련한 추억을 떠올릴 수 있게 읽게 된다.

소설과 작가와 독자, 같은 마음을 공감하게 된다는 것이 얼마나 멋진 일인가?

삶은 때론 즐겁기도 하지만(솔직히 말하면 즐거웠다고 대부분 우기고 있지만) 어쩌면 슬펐던, 아팠던, 냉혹했던, 외로웠던, 좌절했던 시간이 기억에 더 남게 된다. 이럴 때 작가는 책을 먼저 선택했지 싶다. 물론 행복했던, 따사로웠던, 향기로웠던 순간에도 작가는 책 속에서 또 한 번 확인하지 않았을까..., 라는 생각을 해본다.

 

<당신을 만난 다음 페이지>을 읽고 나서는 내가 책을 읽고 남기고 싶은 것이 무엇인지 알게 된다.

책을 읽고, 그 속의 깊은 감정을 함께 느끼고, 그리고 책 속의 삶과 나의 삶을 생각 해 보는 것. 그리고 나만의 기록을 남기는 것..

아직 미숙한 글쓰기를 하고 있는 나에게는 <당신을 만난 다음 페이지>가 작은 물꼬를 틔워주는 그런 느낌이다.

 

<당신을 만난 다음 페이지>에서 언급한 소설들을 언젠가는 꼭 읽어보리라는 생각에 메모한다.

그리고 후에 이 <당신을 만난 다음 페이지>을 다시 읽어보련다.

작가가 읽고 전해줬던 느낌과 그 책을 읽고 남게 되는 내 느낌도 궁금해진다.

책을 통해서 이렇듯 여러 감정을 느낄 수 있어서 좋은 시간을 느껴본다.

그리고 읽으면서도 뭔가 아쉬움이 가득했던 나의 고민을 정리하는 시간도 가져본다.

이래서 책이 참 좋은 것이라고 하는가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