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 나이 오십, 봄은 끝나지 않았다
박경희 지음, 김인옥 그림 / 고려문화사 / 201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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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이 한 남자의 아내로 시작하려 할 때 친정엄마의 나이는 오십 대였다.

큰 딸을 시집보내고 한동안 우울해서 힘들었다는 엄마의 그때 나이가 오십 대였다.

 

내 나이 이제 40대 후반, 이제 곧 오십이 곧 다가온다.

딸아이가 멋을 부리고, 때론 반항하는 그 모습을 보면서 나도 엄마한테 이렇게 했었다는 생각이 문득문득 떠올린다.

부쩍 예민해지는 요즘, 그리고 자면서 끙끙 앓아대는 소리를 내는 요즘 이젠 갱년기라는 단어가 낯설지가 않다.

 

오십이라는 나이가 아주 먼 이야기라고 생각을 했었는데, 어느 틈에 성큼, 바로 내 발등에 다가왔다.

제2의 인생을 준비해야 하는데 딱히 정해놓은 목표가 없다. 막연하게 '잘 살아야지'라는 생각만 가지고 있나 보다.

마음의 준비가 될 되었다는 것을 알면서도 서서히 작아지는 나를 발견할 때는 쓸데없는 조바심을 내게 된다.

 

<여자 나이 오십, 봄은 끝나지 않았다>는 책은 나를 위해, 나를 먼저 들여다보는 그런 에세이다.

첫 장을 넘기고 오십이라는 나이에 대해, 오십이라는 인생에 대해 읽어보려 하는데 저자는 폐경, 완경의 이야기부터 시작한다.

결코, 피할 수 없는 그때가 왔구나.새삼스럽게 떠올려본다.

 

100세 시대라고 떠드는 요즘, 오십이란 나이는 많은 것이 아니다. 하지만 오십이란 단어가 주는 의미는 상당히 크다.

무엇이든 잘 수용하는 넓은 마음의 소유자, 때로는 알아서 척척 나가는 인생의 선생님, 세상의 눈치를 보지 않고 내 소리를 낼 줄 아는 용기 있는 중년의 나이.

하지만 어디 그게 쉬운가.

40대 후반이라는 것도 처음이고, 오십대 라는 것도 처음이고, 때론 갱년기 우울증을 맞아보는 것도 처음인걸.

이론으로 죄다 파악하고 있다고 해도 내 살갗에 닿는 느낌은 전혀 다른 답을 주는걸..

 

<여자 나이 오십, 봄은 끝나지 않았다>는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가 많다.

여자로, 엄마로, 며느리로 살아가는 이 세상 여자들의 모든 생각과 고민과 또 다른 현실의 이야기가 있기 때문이다.

나만 이런 거 아니고, 너도 그렇단다. 네가 이렇게 했으면 나는 그런 방향으로는 하지 말아야겠다며 친구처럼 소곤거려주는 그런 에세이다.

 

인생의 절반 시점에 서서 둘러보게 된다.

늘 큰 방패가 되어 줄 것 같았던 남편이 변하는 이야기, 세월을 함께 늙어가면서 나도 몰랐던 나를 깨쳐주는 친구 이야기, 시집살이를 겪는 며느리 이야기와 반대로 시어머니로 자식을 바라보는 이야기가 있다.

 

솔직히 나는 아직 오십이라는 나이에 대해 그렇게 걱정하는 마음은 없다.

폐경이 올 때가 되면 올 테고, 아이들이 커가는 것은 중학교, 고등학교를 보내면서 결코 나의 바람대로 완벽하게 되지 않는다는 것을 벌써 깨달았고, 덕분이 이젠 아이들이 스스로 해 나가는 것을 지켜봐 줄 만큼의 마음의 여유도 생겼다.

직장도 해볼 만큼 해봤고, 지금은 남편과 도약하는 시점에서 그동안의 노하우를 잘 적용하면서 움직이고 있다.

이대로라면 높은 목표는 아니더라도 어지간히 내 인생에 맞춰 살고는 있다.

하지만 뭔가 늘 부족한 느낌, 뭔가 아쉬운 느낌, 때론 마음속에서 치미는 불덩어리 때문에 고약한 아줌마로 변할 때도 있다.

내 인생의 존재를 잃어버릴 것 같은 서운함이 나타날 때도 있다.

 

<여자 나이 오십, 봄은 끝나지 않았다>가 무척 마음에 와 닿는 이유가 이것인지도 모르겠다.

솔직해서 공감할 수밖에 없다.

속으로만 하고 싶었던 일을 한번 질러보는 것도 좋겠다.

자식을 내 품에서 내보낼 준비를 해야 하는 것도 해봐야겠다.

그동안 치열하게 달려오느라 나처럼 나이 들어가는 남편을 보듬어 보는 것도 좋겠다.

바쁘다는 핑계로 미뤘던 여행을 찬찬히 해보는 것도 좋겠다.

 

막연하게 오십이란 나이가 다가오는 것을 알고 있었다면 <여자 나이 오십, 봄은 끝나지 않았다>는 그 시간이 오기 전에 조금씩 나를 다지고, 나에게 보태고, 나의 시선과 생각을 넓게 시작하는 출발선을 그어주는 책이라고 하고 싶다.

 

 

<위의 도서는 출판사에서 제공받은 책을 읽고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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