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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편력기 - 유쾌한 지식여행자의 세계문화기행 지식여행자 8
요네하라 마리 지음, 조영렬 옮김, 이현우 감수 / 마음산책 / 200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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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유치환 님의 '깃발'을 보면,'이렇게도 슬프고도 애달픈 마음을 맨처음 공중에 달 줄을 안 그는' 이라는 구절이 나온다. 

한참 전 읽은<올가의 반어법>을 시작으로<발명마니아>(미식견문록>을 거쳐<문화편력기>까지 4권의 책을 읽은 후 느끼는 건데,나의 마리여사는 '깃발'을 닮았다.

어릴적부터 세상 방방곡곡을 누비고 다녀 <문화편력기>란 이렇게 멋진 책을 내놓을 수 있는 것이지만,난 머릿 속으로 세상 방방곡곡을 누비고 다니느라 그녀가 잃었을 것들을 셈하기에 바쁘다. 

그게'깃발'로 공중에 매달렸기 때문에 우리는 멋지다고 얘기하고 있는 거지만, 
난 이시대를 사는 또 한사람의 외로운 영혼을 본 것 같아서 마음이 짠하고 먹먹하기도 하다.
 
'이곳저곳을 널리 돌아다님.여러가지 경험을 함'이란 '편력'에 맞게 경험시대와 장소를 아우르는 71편의 글들이 소개되는데,
우리의 정서와 비슷한 건 비슷해서 좋았고 새로운 내용들은 색달라서 호기심이 생겼다.

<친척인가 친구인가 이웃인가>에서부터 마리여사만의 독특한 반어법을 읽을 수 있었는데,
한 곳에 정착하는데서 느낄 수 있는 '안락함-안정감'은 말할 것도 없고, 
가족이나 친척 간의 유대관계,친구관계,인간관계 등 그녀가 포기했어야만 하는 것들을 최대한 쿨한 척 얘기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남으로 창을 내겠소''따뜻한 남쪽에서 살고 싶어요.'해가며 남향을 선호하는데,
일본도 그건 마찬가지인가 보다.
반면 유럽에서는 가구가 상하기 쉽기 때문에 남향집을 꺼린다고 한다. 
우리나라에서는 남향집이면 얼마간의 프리미엄도 붙는다고 알고 있다.
집을 부의 기준으로 생각하는 밥맛들에게 이런 밥맛 발언으로 응수해야겠다. 
"전 유럽적인 마인드를 가지고 있어서요~^^" 

'옛이야기에 숨은 교훈'에서는  마리여사 버젼의 새로운 옛이야기들을 만들어냈나 싶기까지 하다.

'인류는 참으로  오랫동안,육체노동을 전혀 하지 않는 것이 최고의 행복이라는 식으로 생각해왔다...내리 일만 하는 신데렐라는 불행의 구렁텅이에 빠진 것이고,본래 일하지 않아도 되는 신분인 백설공주가 일하고 있는 것은 이상한 사태라는 설정이 그 증거다...그런데 옛이야기에는 다른 메시지도 들어있다.일하지 않고 응석받이로 자란 계모의 친딸들은 제멋대로이고 바보인 데다 정 없고 심술궂고 오만한 데 비해,일하면서 자란 신데렐라와 백설공주는 상냥하고 슬기로워 모두에게 사랑받는다.그러므로 사회적으로 성공한다.이것은 단지 우연이 아니라,노동이야말로 인간을 완성한다는 사실을 인류가 예부터 간파했기 때문은 아닐까.(48~49쪽)'


<요리와 먹이의 경계선>의 내용들은 대부분 '미식 견문록'이란 책으로 갔어야 하지 않았을까 싶다.

내가 고개를 주억이며 수긍한 것은 '플라스틱 그릇에 담기는 순간,어떤 요리든 먹이로 전락한다.','식욕은 먹고 있을 때 생겨난다.'는 문구였다. 

이 책의 원래 제목은 <심장에 털이 난 이유>란다.
개인적으로 번역에 관심이 많기 때문에,유독 흥미로웠던 부분이다. 

'그녀는 그를 사랑한다고 생각지않는다.'와 '그녀는 그를 사랑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사이에 미묘한 차이가 있는데,그 미묘한 차이가 마음에 걸려 견딜 수 없어한다면 동시통역사라는 직업은 맞지않는다고 한다.동시통역사의 심장은 뻣뻣한 털로 덮여있다고들 한다.

 이걸 전환하여 생각해보면,이 미묘한 차이에 마음 걸려하는 섬세함이 번역을 하는 데 플러스가 될 수도 있다고 생각하고 싶다. 
(그리고 '심장에 털난다.'...이부분은 그간 나의 정서상으로는 '양심에 털난다'가 더 적절하지 않을까 싶다.
일례로 영어로 heart,mind가 우리말로 가볍게 번역하면 '심장'이지만,따져 들어가면 다른 것처럼 말이다.) 

언젠가 '고종석'의 <여자들>에'요네하라 마리'에 대해 이렇게 언급하고 있었던 게 떠오른다. 

'글은 남고 말은 날아간다'는 속담이 가리키듯,통역사의 노동은 대개 기록으로 남지 않는다.그것은 허공으로 사라진다.반면에 번역가의 노동은 기록으로 남는다.기록으로 남지 않는 자신의 노동을 보상하기 위해 요네하라 마리는 문필가가 됐는지도 모른다.

이 책을 읽으면서 마리여사의 다른 책을 읽으면서 느꼈던 느낌이나 감상과는 또 다른 교훈이라고 할까,처세법 한가지를 깨달았는데,어떤 무리에서 왕따를 당했을 때의 대처법이다.

왕따를 당했을때 취할수 있는 방법은 두가진데,
하나는 미운오리새끼라고 스스로 인정하고 체념하는 거고,
다른 하나는 '난 원래 백조야' 이러면서 '스로 '를 즐기는 게 아닐까 싶다. 

마리여사는 후자를 택한 거 같고...
그리하여 그녀의 영혼은 외롭지만 말랑말랑 할 수 있었던 것 같다. 

그러니,그렇게 손이 많이 가는 개와 고양이를 무더기로 키울 수 있었을테고,
하루에 일곱 권씩의 독서를 해치울 수가 있었을 것이며,
생각들을 확장시키고 뻗어 많은 글들을 쓸 수 있었을 것이고,
발명품들로 형상화 시킬 수도 있었을테니 말이다 .

이런 교훈은 다른 어디에서도 얻을 수 없는 깨달음이니,
나머지 책의 내용들이 다른곳에 실렸어도 좋았을 것을 짜집기한듯 가볍고 산만하다고 해도, 
그냥 넘어가기로 한다.

'좋은 남편을 만나면 남편을 잃었을 때 엄청나게 불행하고,나쁜 남편을 만나면 남편이 없어졌을 때 해방감이 엄청나다.'
'러시아인에게는 자기의 재능은 '나만의 것이 아니다.'라는 감각이 있는데...첼리스트 로스트로포비치의 경우...노력해서 몸에 익힌 재능은 자기것이지만,자기 재능은 하느님이 주시는 것이기 때문에,자존심이나 잘보여야 하지 않을까 하는 마음이 전혀없는 것,그것이 천재라는 겁니다.

 같은 구절도 충분히 생각할만한 거리를 제공했다.

옮긴이의 말에 보면,'그녀를 위한 자리는 이땅에 없다...독자들 가슴 속에 그녀를 위한 따뜻한 빈자리가 있기를 빈다'는 구절이 있다. 

내게 그녀는 깃발처럼 높이 걸려있지만,늘상 바라보고 되뇔 수 있는 그런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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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로그인 2010-07-23 23:44   좋아요 0 | URL
비틀어 꼬아보기의 명수시구만요?
이런거 좋드라요.
쾌감도 느껴지고...푸히히~

양철나무꾼 2010-07-24 10:46   좋아요 0 | URL
제가 좀 비틀어 꼬았나요?^^
푸히히~전 이런거 좋드라요~

꿈꾸는섬 2010-07-23 23:45   좋아요 0 | URL
나무꾼님, 리뷰, 정말 좋아요.^^
전 아직 마리여사를 만나지 못하고 있어요. 그런데도 제가 마리여사를 많이 안다는 착각에 빠질 리뷰에요.ㅎㅎ 저도 만나야할텐데 그게 언제가 될지 모르겠네요.ㅎㅎ

루체오페르 2010-07-24 00:32   좋아요 0 | URL
저도 완전 똑같은 댓글을 달고 싶습니다.^^

양철나무꾼 2010-07-24 10:51   좋아요 0 | URL
마리 여사에 한번 빠지면 헤어나기 힘드실 겁니다~
워낙,멋져서 말이죠~

근데,전 깃발처럼 매달려만 있는 마리여사보단,
댓글 달아주시는 꿈섬님이 쪼큼 더 멋지세요~^^

같은 의미로 루체오페르님도 쪼큼 더 멋지시구요~^^

따라쟁이 2010-07-24 13:19   좋아요 0 | URL
저도 완전 똑같은 댓글을 달고 싶습니다. ^^-2

양철나무꾼 2010-07-24 16:24   좋아요 0 | URL
같은 의미로 따라쟁이님도 쪼큼 더 멋지시구요~^^

프레이야 2010-07-24 02:41   좋아요 0 | URL
앗, 이 책도 읽고 싶어져요.^^
그녀 특유의 반어법과 외로움을 즐길 줄 아는 마음이 리뷰만으로도 다소 읽히네요.

양철나무꾼 2010-07-24 10:53   좋아요 0 | URL
이 책은 발명마니아가 나오기전 마지막 작품이라는 데 의의가 있는 것 같아요.
막상 읽다 보면,
'어어~?이거 어디서 본 내용인데...'
'이건 미식 견문록으로 갔어야 하는 내용인데...'
이런 느낌이 강하게 들어서 말이죠~(,.)

글샘 2010-07-24 04:17   좋아요 0 | URL
이런 멋진 저자를 왜 하느님은 일찍 데리고 가신 건지...
저는 요네하라 마리 여사의 책을 다 읽어 버렸습니다. ㅠㅜ
더 읽을 마리가 없다구요... ㅠㅜ
그치만, 아직 번역이 안 되었을 책도 있을지 모르죠. ㅋ 그걸 기대하고 있는 중입니다.
아, 마리 여사 팬으로서, 양철나무꾼님의 리뷰는, 좋은 뗏목이네요. 뗏목.

그리고 제 수강생이 이렇게 시를 인용해서 리뷰를 올리니깐 강사로서 뿌듯하군요. ㅍㅎㅎㅎ

2010-07-24 04:18   URL
비밀 댓글입니다.

양철나무꾼 2010-07-24 11:00   좋아요 0 | URL
전 아직 몇 권 남아있답니다~

그리고 비밀 댓글로 알려주신대로
피동접미사 '이'도 빼고 '되뇔 수'로 고치겠습니다.
꼭 첨삭 지도 받는 기분이예요~
베리 메리 해피합니다.
감사합니다~^^

2010-07-24 10:18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07-24 11:1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07-24 12:00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07-24 16:3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07-24 17:3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07-25 13:56   URL
비밀 댓글입니다.

순오기 2010-07-24 18:12   좋아요 0 | URL
미식견문록, 프라하의 소녀시대만 읽었지만 마리 여사는 참 괜찮은 사람이었던거 같아요.
점점 팬심을 갖게 되는 마리 여사에요.
이렇게 멋진 리뷰를 볼때마다 나는 뭐라 써야 될까 망설이지만...^^

양철나무꾼 2010-07-25 13:51   좋아요 0 | URL
그렇죠?^^
전 마리여사 리뷰대회에 개인적으로 감사하는 1인인데요~
마리여사가 어떤 성향의 사람이었는지는 차치해 두고라도,
삶을 최선을 다해 열정적으로 살아간 그 하나만으로도 충분히,
그녀에게 홀릭할 수 있게 만든달까요~^^

마찬가지로,순오기님께도 제가 홀릭하게 될까봐 아주 조심하고 있습니다~^^

순오기 2010-07-27 01:56   좋아요 0 | URL
마리여사는 열정적으로 살아간 사람 맞는 거 같지만
저는 게으름의 극치를 달리고 있는 사람이라고요.ㅠㅠ

양철나무꾼 2010-07-27 02:12   좋아요 0 | URL
그러시담 뭐 그 게으름에 홀릭하면 되는거죠~^^

다이조부 2011-02-17 09:49   좋아요 0 | URL

이제야 문화편력기 를 읽었어요

주인장이 벌써 예전에 읽은 책이군요 ^^

양철나무꾼 2011-02-18 01:42   좋아요 0 | URL
그러고 보니, 지난 여름 마리여사에 홀릭하여 살았더랬군요~^^
 
미식견문록 - 유쾌한 지식여행자의 세계음식기행 지식여행자 6
요네하라 마리 지음, 이현진 옮김 / 마음산책 / 2009년 7월
평점 :
품절


초복이란다.
오늘을 시작으로 보양음식의 재료가 되는 동물들이 한동안 수난을 겪을것이다. 

음식솜씨 좋은 개성 할머니 밑에서 자란 덕에,음식에 있어서는 호사를 누리고 살았었다. 
정월이면 조랭이 떡국에,손수 빚은 만두국,보쌈김치,동치미를 얹은 상차림을 시작으로 하여...
봄이면 진달래 꽃잎을 뜯어 곱게 화전을 부쳐 주셨고,
쑥이 지천으로 깔리면 쑥개떡도 납작납작하게 빚어 주셨고, 
여름이면 초계탕으로 몸보신을 했고,
가을 이면 늙은호박 속을 '북북~'긁어내고 호박죽을 쑤어주시고,저며 볕에 말렸다가 호박고지를 해주기도 하셨다.
동지날에는 팥죽과 가자미 식혜를 챙겼었고, 
울거나 떼쓰면 내어주시던 얼음박힌 수정과와 조청엿의 맛도 잊을 수 없다.

이런 내가 지방이 고향인 남자를 만나,지지고 볶고 하면서 살고 있는 과정을 쓰면...
마리여사의<미식견문록>보다 더 걸쭉하고 맛깔스런 얘기가 나올지도 모르겠다. 

그래서인지 111쪽의,

'사람을 고향과 이어주는 끈에는 참으로 여러가지가 있을 수 있다.위대한 문화,웅대한 국민,명예로운 역사.그러나 고향에서 뻗어 나온 가장 질긴 끈은 영혼에 닿아 있다.아니,위에 닿아 있다.이렇게 되면 끈이 아니라 밧줄이요,억센 동아줄이다.'

이 구절이 유독 와 닿았다.  

우선 시댁의 음식은 비린내로 기선을 제압하고 들어간다.
상차림의 정성은 생선의 가지 수로 표현한다.
음식의 모양에 신경 쓸 시간이 없고,손이 적게 가는  조리법을 선호한다.
때문에 각종 젓갈과 짱아찌 류의 천국이기도 하다. 
이쯤되면 음식은 일단 모양이 되어주어야 하는 마리 여사님은 뒤로 나가떨어지지 않을까?

191쪽의, 

음식은 자기 몸속으로 들어가는 것이니.처음 보는 음식을 먹을 때는 무의식적으로 본성이 나온다.그 사람의 호기심과 경계심 사이의 균형감각이 드러나고 마는 것이다.미지의 것에 얼마나 마음을 열고 있는지를 볼 수 있는 리트머스지 같은 역할을 한다고 할 수 있겠다.' 

처럼,처음에는 시댁의 모든 음식이 경계의 대상이었다.
그동안의 내 미식기준이랑은 정반대되는 상황이었다.

남편에게 콩꺼풀이 씌웠는지,
아이를 낳고 그 집 귀신이 되기로 마음 먹은 후였는지 잘 기억은 나지않지만,
어느 순간 음식에 대한 편견이 사라지자,
시댁음식에 호기심이 생기고 맛에 눈뜨자 엄청 밝히게 되어 이제는 내밥그릇의 밥을 조금 적게 푼 것 같아도 서운하다.

'이는 시간을 조금만 길게 보면 어느 민족이나 미각이 상당히 극적으로 변할 수 있다는 말이다.놀랍지 않은가.'(64쪽)

 이 부분처럼 말이다. 

아직도 농촌인 시댁에 가면 오늘 같은 날이면 마을회관 앞에 커다란 가마솥이 걸린다.
그리고 도시 촌 것에게는 이름을 알려주지 않는 고기가 푹푹 고아진다.
여름 내내 땀흘린 사람들에게는 좋은 보양식이 되는 고기이지만,
땀흘리지 않는 도시 촌것들에게는 권장되지 않는 그런 음식이란다.

그 가마솥의 고기를 집집마다 나누어 냉장고에 넣어놓고,
땀흘리는 여름내내 야채만 더 넣고 푹푹 끓여 먹는다. 

도시촌것인 나는 아직 그 음식을 먹어보지 못했지만, 
여름날 평상에 앉아 먹는,물 말은 잡곡밥과 된장에 찍어먹는 고추는 침튀기며 예찬을 할 수 있다.
음식은 점점 더 소박해지고,소박하지 않더라도 원 재료의 맛에 가까운 상태를 선호하게 된다.
이쯤되면 마리 여사의,

'먹는다는 것과 산다는 것.이는 어찌 그리도 잔혹하고 죄 많은 일인가.살생의 죄책감과 맛있는 것을 먹고자 하는 강렬한 욕망. 이 모순을 그대로 받아들이는 것이 어른이 된다는 것일까.'

라는 말을 이해하겠는 순간이다.
 
얼마전에 지인이 이런 말씀을 해주셨다. 
"앞으로 얼마를 더 살게 될지 모르지만,인생의 반환점 부근일거야.
 이젠 안해 본일도 해보고,안 먹어 본것도 먹어보고...그러면서 살아야 하지 않을까?"
음식에 빗대서 한 이 얘기를 너그럽게,마음을 열고 받아들이라는 말로 해석하고 싶다. 

미식의 기준을 이렇게 정하고 싶다.
신선한 재료에,최소한의 가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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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로 2010-07-19 23:14   좋아요 0 | URL
저는 오늘 점심은 냉면을 저녁엔 삼계탕을 먹었어요~.
미식견문록은 제가 참 좋아하는 책 중 하나고요~.
양철나무꾼님의 리뷰는 변함없이 맛깔스럽네요~.^^

양철나무꾼 2010-07-20 09:58   좋아요 0 | URL
저도 미식견문록,애정하게 될 것 같아요~^^

맛깔스럽게 쓰고픈 게 희망사항입니다~^^
하고싶은 얘기를 다 풀어내지 못한 것 같아 좀 가지고 있다보면 잡맛이 끼고,
극도로 절제하고 응축시켜야지 하다보면 맛이 비는 것 같고,
참 어렵지만,해 봐야죠~

꿈꾸는섬 2010-07-19 23:39   좋아요 0 | URL
양철나무꾼님의 시댁 이야기와 책 이야기가 잘 어우러졌네요. 별미에요.^^

양철나무꾼 2010-07-20 10:03   좋아요 0 | URL
별미는 계속 먹으면 질리는데,새로운 소재 찾기에 힘써야 겠네요~
친정과 시댁 나름 음식 솜씨는 자부하는 고장이 만난지라,
전,음식 얘기는 석달 열흘도 할 수 있습니다~^^

마녀고양이 2010-07-20 10:14   좋아요 0 | URL
미식 견문록 정말 잼나게 읽었는데, 나무꾼 님도 즐거우셨어여?
난 아침부터 베란다의 화초를 손보는데, 허브가 아주 잡초로 자라더군요.
이리저리 잘라주고 나니, 온몸에서 허브향이 듬뿍~~~

2010-07-20 10:1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07-20 10:44   URL
비밀 댓글입니다.

양철나무꾼 2010-07-20 10:47   좋아요 0 | URL
아~~~~~
서재 복귀 하신거에욥?
반갑고 좋아라~^^

옛날에 '라벤더'라는 영화가 있었는데...왜 그 생각이 나죠?

잉크냄새 2010-07-20 17:29   좋아요 0 | URL
전 생긴것과 다르게 시각의 영향을 많이 받는 편입니다. 그래서 중국 음식에 손이 잘 안가네요. 무채색 빛깔에 기름기 좔좔....일단 위를 반 정도 접고 들어갑니다.
근데 여러 나라를 돌아다녀보면 한국 음식의 색감이 얼마나 다채롭고 아름다운지 알게 됩니다. 음식이 하나의 예술작품입니다. 전 여행을 통해서 한국 음식 예찬론자가 되었습니다.

양철나무꾼 2010-07-20 20:48   좋아요 0 | URL
생기신 건 실물(또는 사진이라도)을 보지 않아 모르겠고,
음~블로그를 가보거나 글들을 보면 되게 공감각적 또는 감각적이실 것 같아요~

저도 중국음식은 좀 그래요~
전에 직장에서 중국사람이랑 잠깐 같이 있었던 적이 있는데,
우리음식이 입에 안맞는다며 탕비실에서 직접 해먹었어요.
비등점 낮은 샐러드유를 가져다가 튀김을 해먹는 게 젤 느끼했어요.

이 사람이 문화적 편견이란 말을 사용해서,좀 뻘쭘했지만~ㅠ.ㅠ

같은하늘 2010-07-20 17:38   좋아요 0 | URL
재미난 책에 시댁얘기가 섞이니 더욱 맛깔스럽습니다.
저도 이 책 참 재미나게 보았어요.^^

양철나무꾼 2010-07-20 20:50   좋아요 0 | URL
미식견문록 잼나게 읽으신 분이 참 많군요~^^
같은하늘님표 리뷰는 어떨지 궁금합니다~

순오기 2010-07-20 17:58   좋아요 0 | URL
시댁얘기도 저한테도 해당되는데 3년 지나니 친정엄마 음식이 입에 안 맞더라고요.ㅋㅋ
즐찾을 안했다는 걸 오늘 발견하고 즐찾도 했어요.^^

양철나무꾼 2010-07-20 20:51   좋아요 0 | URL
커밍 아웃하자면요,전 5월10일 날 서재개설하면서 즐찾 했는데...^^

저절로 2010-07-20 18:48   좋아요 0 | URL
<모든 기다림의 순간, 나는 책을 읽는다>의 저자 곽아람씨가 말했었죠.
'마리'같이 되고 싶다고.
박식하다는 말에 '백과사전'형이 생각나 엄두를 못 내고 있어요.^^

양철나무꾼 2010-07-20 20:56   좋아요 0 | URL
저도 이 책도 좋았어요~

전 근데 마리여사처럼 되고 싶진 않아요.
마리여사가 박식하고 똑똑한 건 사실인데...
왠지 교과서적,이론적이란 느낌이 들어요.

뭐라고 해야할까?
현실에서 어울려 지지고 볶는 맛이 없다고 해야할까?

따라쟁이 2010-07-21 12:36   좋아요 0 | URL
그러니까, 대채, 이런리뷰는 어떻게 나오는거냐고요 ㅠ-ㅠ

양철나무꾼 2010-07-21 20:48   좋아요 0 | URL
따라쟁이님,이 말은 제가 따라쟁이님께 묻고 싶은 말이라니까요~^^

비가 온다더니 후덥지근 하기만 하고,바람조차 안 불어요~
전 따라쟁이님의 시원,청량한 글 한편 읽으러 가요~헤헤.
 
발명 마니아 - 유쾌한 지식여행자, 궁극의 상상력! 지식여행자 9
요네하라 마리 지음, 심정명 옮김 / 마음산책 / 2010년 6월
평점 :
품절


옆집개가 시끄럽게 짖었다고 2000만원짜리 손해배상소송을 걸었다는 어떤 국회의원의 얘기를 접하고,요네하라 마리의 <발명마니아>를 한권 선물 하고 싶었다.  

'사람들을 사랑하고 살기에도 버거운데,동물을...?'하는 생각을 갖고 살았던 나였지만,
이 책을 읽는 동안 동물을 사랑하는 마리 여사의 마음이 내게도 고스란히 전해졌었던지라,
동물이나 타인에게 관심 따윈 없는 인간이라도 이 책을 읽는다면,
이 땅에 동물을 사랑하는 사람들도 같이 살고 있음을 인식하게 되지 않을까 싶어서 였다. 
배려라고는 약에 쓸래도 없는 인간이라도 이책을 읽게 된다면,
2000만원 짜리 손해배상 소송을 걸기보다는,
개들의 마음을 읽어 조용히 시킬 수 있는 방법을 터득하던지,
옆집개의 주인을 설득하여 옆집개를 조용히 시키는 아이디어 정도는 얻을 수 있을 것 같아서였다. 
2000만원짜리 소송에 비하면 15000원이라는 책값은 너무 소박하고 착하다.

이 책의 제목을 봤을 땐 발명왕 '에디슨'이 떠올랐다. 
앞부분을 조금 읽었을 땐 에디슨은 너무 전문적인 것 같았고,
발상의 신선함이란 측면에서 형사 '가제트'와 비교될 수 있겠다 싶었다. 
그러나 이 책을 다 읽은 지금,그녀를 발명가나 아마추어 과학자로 접근하는 것은 부분으로 전체를 아우르는 우를 범하는 것 같아,조심스럽다.
  
나는 이 책을 인문학 책이라고 보고 싶다.
좀 더 편하고,좀 더 현대적인 것을 추구하는 과학의 속성에 가리워,
망가지고 소외되는 모든 것들에 대해 관심과 애정을 가지라는 경고의 목소리라고 보고 싶다.  

왜냐하면 여사의 발명들이 과학적으로 길이 남을 훌륭한 것들이라기 보다는,
우리 주변의 작은 것들에 관심과 애정을 기울이지 않는다면 나올 수 없는 것들이었기 때문이다.
또는 지금은 그런 발명품들이 나와 있어서 가치가 반감했거나 처음부터 발명적 가치는 없는, 
정말 작고 사소한 것에 관심과 애정을 가진 자체만을 높이 사야하는 것들도 있기 때문이다.

근데,인문학 책이라고 읽겠다고 하고 보니,생각이 잠깐 복잡해졌는데...
이 책이 그냥 발명품 들과 그 발명품들을 만들어낸 과정을 엿보는 거라고 생각했을 때와는 달리,
인간의 조건에 대해 탐구하는 인문학적 관점에서 접근을 하게 되면 따질 게 좀 많아진다.

그건 다이나마이트를 발명한 노벨의 업적이 아무리 훌륭하다고 한들,
그로 인해 스러진 수많은 목숨을 간과할 수 없듯이, 
마리 여사의 발명품들은 그녀가 지지했던 '일본 우익'을 곳곳에 담고 있기 때문이다.

번역도 감각적인 것 같다.
처음 <뭐든지 하이브리드>같은 경우에도,교배라는 용어가 나오는 걸로 미루어,
우성 유전,열성 유전,잡종으로 번역되는 게 생물 교과서적이겠지만,
플러스자질,마이너스 자질,하이브리드 라는 용어로 대체한다. 

우리의 마리여사는,까마귀 고기는 맛이 없다면서,
맛있는 메추리와 교배하여...양과 질 모두를 만족시키자고 너스레를 떨면서 글을 시작한다. 근데,내 생각에는 까마귀는 길조라는 미국적인 사고 방식이 빚어낸 게 아닐까 싶다.
똑똑한 까마귀(그러니 이솝우화에도 영리한 까마귀로 표현되는 게 아닐까?)가 쉽게 잡아 먹혀 줄까?

내가 그녀의 발명들에 후한 점수를 주지 못하는 이유는,<궁극의 교통 체증 탈출법>에 나온 하늘을 나는 자동차의 경우 얼마전 L.SHIN님의 페이퍼에 비슷한 것을 봤었기 때문이다.  
















<한겨울에 손 시리지 않게 누워서 독서하는 법>도 벌써 우리나라에 그 유사한 제품이 시판 중이다. 
























<만인을 위한 마스크>의 투명 마스크의 경우,자외선 차단 문제와,아크릴의 시야 왜곡 등 중요한 문제를 간과하고 지나간다.

<쓰다듬기 천수 관음>의 경우,쓰다듬기보다 더 중요한 건 교감이 아닐까? 다른 일을 하면서 신경을 분산시켜 얼마나 잘 쓰다듬어 줄 수 있을까? 
또는 자신을 닮은 인형이나 로봇에게 쓰다듬기를 시켰을 경우,이 애완동물들이 인형이나 로봇을 더 따르는 불상사를 견뎌낼 수 있을까? 

<유실물 네비게이션>의 경우, 
그녀처럼 오지랖이 넓고 똑똑한 여자도 인생의 1/3을 물건을 잃어버리고 찾는데 쓴다는 게 놀랍기도 하고,그녀 또한 우리 일상의 연장선 상에 있는 것 같아 위안이 되기도 했다.
내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모든 물건에 제 자리를 정해주고,물건과 물건의 제자리 사이에 센서를 달아,물건이 제자리에서 일정시간 이상 이탈할 경우,경고음을 내는 건 어떨까 하는 생각을 해봤다.
건전지 문제는 어떻게 해결하냐고?
물건이 제 자리에 있을 때 자체 충전이 되도록 고안하면 된다. 

<인플루엔자 퇴치법>의 경우는,비말감염이라는 걸 고려하지 않았다.
단지 재채기만으로 공기중 감염되는 것이 아니라,
코나 가래 같은 형태로 접촉을 했을 경우에만 감염된다는 걸 명확히 해야...하늘이 무너질까봐 걱정하는 기우를 줄일 수 있다.

<내시경의 생활화>에서,150쪽 다이어트용 젓가락의 경우도 나와 그녀의 생각의 차이를 느낄 수 있었던 부분인데, 
우리나라의 오목거울을 사용해 나 자신을 슬림해 보이는 착시를 이용하는 데 반해, 
마리여사의 경우 음식물을 더 크게 확대해 정신적인 포만감을 주는 방법을 택하고 있으니 말이다.

<두메산골의 곰들을 살리는길>에서는 일본 만화영화'너구리 폼코코'가 떠올랐다.

<씻어도 환경오염>에선,252쪽에 '자동 식기 제조기'와 관련 이런 구절이 나온다.

여기까지 쓰고나서 깨달았는데,그릇의 열처리와 액상화,성형에 드는 에너지 비용과 환경 부하를 무시할 수 없을지도 모른다.혹시 지금까지처럼 식기를 씻는 편이 더 친환경적인 건 아닌지 모르겠다.

 여기선,비용이라는 경제성을 전혀 고려 안한 마리여사에게 살짝 약이 올랐을 뿐이고...

<시종일관 초특급>에선,
캡슐화 하는 문제만 얘기했는데,
全우주적으로 생각해 블랙홀,웜홀,화이트홀 이론까지 다 다루어 봐도 재밌을 것 같았고,
또 한가지...이렇게 재밌는 책의 내용들-여기서 가지처럼 뻗어나가는 이론들에,좀더 과학적인 지식을 첨부,보충 설명하는 그런 과학 만화책 같은 걸 만들어 봐도 좋을 것 같다. 

<저 세상 사람을 찾아드립니다>랑 관련하여 언젠가 읽었던 '로라,시티'가 생각났다. 

<궁극의 코골이 방지기구>는,욕창방지기구로 호환 가능할 것 같고,

<범인이 진실을 자백하게 하는 법>-사자 부활법 같은 경우,
<올가의 반어법>같은 장르소설을 쓸 수 있는 원천이 되지 않았나 싶다.

<바보를 고치는 약>관련, 336쪽의,

 지능을 향상시키는 것보다는테러를 부르는 증오심을 없애는 편이 엄청난 인명 피해를 줄이는 방법 아닐까?아니 증오의 원인을 해소하는 편이 더 급하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나 뿐일까?

와 관련하여서는,
증오의 대상이 저마다 다 다를 수 있는 데,이건 어떻게 극복할까 싶었다.
일례로 작품 전체에서 일본 우익을 지지하는 여사와 대한민국 국민인 나 사이에도 반하는 갈등관계가 성립될 수 있는 것이다.

<스킨쉽을 기억하는 마법의 수건>의 경우,
사람의 스킨쉽을 수건 한장으로 해결 하다니,의외로 단순하신 구석도 있구나 싶어 허허로운 웃음을 짓게 됐고,

366쪽의,

'사회정책으로 결혼이 가능한 연령을 점점 늦춘다...마흔이 되기 전에 유전적으로 죽게 되는 병은 도태되어 사라진다. 
과학의 진보에는 희생이 따르는 법이다.이 숭고한 목적을 위해 프로그램에 참가할 사람들을 모집한다. 


에서는 '개체발생은 계통발생을 되풀이한다'는 <프래그먼트>가 생각났다.

<로봇 병사로 이루어진 군대 >얘기는 장르소설의 단골 주제이다.

로봇병사의 프로그램을 원래 주인을 적으로 간주하게끔 바꿔치기하는 것이다.게다가 인공두뇌의 지능이 발달하면 발달할수록 사람들은 스스로 생각하거나 결정하는 것을 그만두고 인공두뇌에 떠맡기게 될 테니까,머잖아 분명 인공두뇌가 인간들을 통제하는 날이 올것이다.

 479쪽의, 

바이링구얼이니 미우링구얼이니 하며 개나 고양이와의 커뮤니케이션을 돕는 기계의 개발이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하지만가장 중요한 인간끼리의 커뮤니케이션은 점점 더 소원해지는 형편인 셈이다. 

 에서 알 수있듯이,마리여사는 인간끼리의 커뮤니티가 소원해지는 걸 알아채고 경계했으며,

480쪽의, 

떠돌이개라면 모조리 잡아서는 일주일 이내에 주인이 나타나지 않으면 죽여버리는 일본에서는 일어나기 어려운 사건이다.

이 대목에서 마리여사가 왜 그토록 애완동물에 연연해 했는지를 알 수 있을 것 같았다.

우리의 현실을,고정관념을...살짝 비트는 데서 그녀의 발명은 시작됐다. 
그녀는 현실을 그냥 비판하는데서 그치지 않고,
거기서 우리의 나아가야 할 방향을 생각해 보았고,
그것을 생각의 실천으로 (행동으로 직접 옮기지는 않아서 '생각의 실천'이라는 표현을 썼다.)옮긴게 그녀의 발명품들이다. 

이 책의 장점이라면 우리가 생각하기 싫어하거나 어려워 하는 이슈에,관심과 흥미를 돌리는 데 기여했다는 것을 꼽을 수 있겠다.  
그런데...이렇게 살면,이렇게 열정적으로 살면 너무 쉽게 에너지를 빼앗기고 소모해 버리지 않을까? 
나는 이런 책을 재밌어 하며 야금야금 읽으면서,가늘고 길게 살고 싶으니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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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철나무꾼 2010-07-17 02:10   좋아요 0 | URL
요네하라 마리 여사 하면 생각나는 노래 한 곡~

양철나무꾼 2010-07-17 10:11   좋아요 0 | URL
저도 마이클 부블레 좋아해요~
저는 이 곡을 nabee님께...'굿모닝~!'

꿈꾸는섬 2010-07-17 13:21   좋아요 0 | URL
리뷰도 잘 읽었는데 노래까지...정말 좋은데요.^^

양철나무꾼 2010-07-17 13:35   좋아요 0 | URL
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한다죠~^^
지금 제 옆에 계셨으면 춤추는 고래의 모습을 보실 수 있었을텐데...

비로그인 2010-07-18 15:29   좋아요 0 | URL
책을 완성하는 리뷰!

양철나무꾼 2010-07-19 17:16   좋아요 0 | URL
제가 여러모로 감사해 하는 걸 아실지~?^^

루체오페르 2010-07-20 17:43   좋아요 0 | URL
마리 여사의 최근 작품이라 관심이 갔었습니다.
양철나무꾼님의 정성 가득한 리뷰 잘 봤습니다.^^

양철나무꾼 2010-07-20 21:01   좋아요 0 | URL
마리 여사의 최근 작품이지만,2005년정도에 쓰여진 것이예요.
과학은 나날이 발전해 가는 데...
과학서가 아니라 인문서로도 읽힐 수 있어서,천만다행이더라구요~^^
 
나잇 & 데이 - Knight & Day
영화
평점 :
상영종료


제목을 이렇게 적고보니까,떠오르는 그녀가 있지만... 
너무 편애모드로 가 주시는 것 같아서 구렁이 담넘듯 슬쩍 건너 뛰고~

난 톰크루즈랑 함께 나이 먹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톰 크루즈가 출연하는 영화를 꽤 봐 주신 것 같다. 
아니 내가 살아오는 동안,톰 크루즈도 그의 본업인 영화를 찍으며 그렇게 살아왔고,난 그가 출연하는 영화들을 봐가며 그와 같이 나이 먹어갈 수 있는 행운을 누리고 있다...가 더 정확한 표현 되시겠다. 

난 톰 크루즈를 쪼콤 애정한다.
남들에게 얘기하는 공식적인 이유는 "썬글라스가 잘 어울리는 남자"이기 때문이지만,
사실은 그와 동시대를 살아오면서 그의 영화에 대한 남다른 노력과 열정을 실시간(?)으로 느끼고 있기 때문이었다.
그의 공식적인 키는 170센티미터이니까,비공식적으론 좀 못 미칠 거고,
쭉쭉 뻗은 남정네들이 더 많은 미국에서는 '루저'일 수 밖에 없다. 
또 한가지,난독증을 가지고 있어(이것도 그녀와 묘하게 겹치는 부분이당~^^)
다른사람이 읽어주는 대본을 외워야 하는 그런 어려운 방식을 취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는 명실공히 국민배우의 자리에 우뚝 설 수 있었다. 

톰 크루즈의 썬글라스가 돋보였던 1순위를 꼽으라면 난 '탑건'이다.

 

 

 

 

 

 

 

 

영화<탑건> 



<위험한 청춘>에서도 쪼콤 멋지다. 

썬글라스 대신 외눈 안대를 착용하여 기준에는 못 미치지만,<작전명 발키리>에서의 그는 또 어쩔 것인가?


그래서 핑계를 댈 수 밖에 없었다.
무더운 여름이고,나는 시원한 여름 영화가  한편 보고 싶었을 뿐이라고...  

팔뚝에 소름이 돋고,머리가 쭈뼛 서고,공포로 눈을 못 뜨는 그런 영화를 보느라...
영화를 본 게 아니라 소리를 질러서 더위를 날려버리고 스트레스를 해소했다고 말하고 싶지는 않았던 내게,이 영화는 딱이었다. 

"톰크루즈 형님 멋져 부려,으악~!" 
하고 소리를 지른다고 해도 옆자리 남자의 눈총이나 질투를 받을 일도 없고, 
옆자리의 그 남자가 ,
"카메론 디아즈 언냐 완전 섹쉬해~"
한다고 해서 한대 쥐어박고 싶지도 않았다.   
오히려 '이남자 안목이 언제 이렇게 소박해졌나~'싶어 안습이었다고나 할까?

영화의 시작과 끝은 이렇다. 
"What day is it?"
"someday." 
그 someday를 지극히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받아들이는 준 헤이븐스(카메론 디아즈)와
엄청 부정적으로 생각하고 받아들이는 로이밀러(톰 크루즈)
-이 둘이 묘하게 얽히고 섥혀 인연을 만들어 가는 과정을 담고 있다. 

영화는 '액션과 로맨스,그리고 웃음'을 표방하고 있다는데...나는 로맨스에 방점을 찍고 싶다. 
(하지만 남자를 영화관으로 끌고가고 싶은 여성들은 '액션'에 방점을 찍어도 무방하겠다.) 
<Knight and day>제목으로 미루어,평범한 노처녀 준이 백마탄 기사와 보내는 나날들에 대한 얘기로 해석했기 때문이다. 

영화의 설정 상,
준 헤이븐스는 평범한 일상을 사는 노처녀 쯤으로 묘사되고 있는데...
여동생 결혼선물로 아버지의 유물인 차를 복원해서 선물해주고 싶어하는 자동차 정비공으로 나온다. 
(여기서 잠깐 여자 자동차 정비공은 평범한 캐릭터가 아닌데 하는 거부감이 들긴 했지만,뭐~ㅠ.ㅠ)
평범한 노처녀라기 보다는 독특한 노처녀다.
 
로이밀러는 겉으로는 멀쩡해보이는 백마탄 왕자님처럼 보이지만,
속을 알 수 없는데다,사람 몇 해치우는 건 식은 죽 먹기인 FBI요원이다. 
로이는 천재소년이 만든 영원한 밧데리를 지키는 FBI요원으로 나오는데,그 과정에서 FBI요원들의 오해를 사 그들에게 쫓기는 역할이다. 

이 과정에서 보여주는 '액션'과'풍경'들이 통쾌하고 시원하다.
오스트리아 횡단열차,스페인에서 사건 종결,거기다가 someday를 보내게 될 남미의 케이프혼까지 어찌보면 로드무비라고 해도 괜찮겠다. 

인상적이었던 장면은, 
로이 밀러가 자기머리와 다리를 번갈아 가리키며, 
'혼자도망치면 요만큼 살고,나랑 있으면 이만큼 살고'라고 번역된, 
"with me,without me" 
"with you."
이 부분이었다. 
로이밀러 같은 사람만 있다면 요만큼 밖에 살 수 없다고 하더라도,그걸 택하겠다는 생각도 잠시 했었다,ㅋ~






















 
















하지만,이 영화에 별 다섯 개를 꽉 꽉 채워 줄 수 있는 사람은 나같은 '톰 크루즈'빠 같은 사람 정도이고...
이영화를 보면서 주의점~
책에서 보던 FBI요원을 생각하고 이 영화를 보면 절대로 안된다. 
또 한가지 톰크루즈의 나이를 되새기며 봐서도 안된다. 
나이 50먹은 FBI요원 분투기가 눈물겹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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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로그인 2010-07-13 22:59   좋아요 0 | URL
나두 탑건의 톰 크루즈땜시 한동안 톰 크루즈같은 남자만 남자인줄 알고 있었쓰요.
미치도록 아름다웠죠~~~
아~~그때가 그립다!

양철나무꾼 2010-07-14 09:46   좋아요 0 | URL
그때는 톰 크루즈도 마기님도 저도 미치도록 아름다웠었겠죠~
그는 가만히 있는데 우리만 나이먹는거 같아서 심란하다가도,
한편으로 생각하면 꼭 방부제 처리해 죽어 썪지도 못할 것 같은 그보다는...
이렇게 나이 먹어가는 우리가 더 아름답다는 생각을 하기도 합니다.
나이 먹어가는 만큼 나이값 할 수 있는 인격을 쌓아가야 할텐데 말입니다~ㅠ.ㅠ

꿈꾸는섬 2010-07-13 23:29   좋아요 0 | URL
ㅎㅎ저도 톰 크루즈가 최고라고 생각했었어요. 정말 선글라스 잘 어울려요.^^

양철나무꾼 2010-07-14 09:48   좋아요 0 | URL
그쵸~?
톰크루즈는 몇개 안되는 썬그라스 갖고 그만의 이미지를 확고히 했어요~

근데,마기님 추종자인 우리 둘이 하는 말인데...마기님은 썬글이 도대체 몇개래요~?

꿈꾸는섬 2010-07-14 15:53   좋아요 0 | URL
ㅎㅎㅎ저도 궁금하다니까요. 도대체 몇개에요? ㅎㅎ

양철나무꾼 2010-07-14 17:04   좋아요 0 | URL
마기님,몇개예요?^^

비로그인 2010-07-14 20:47   좋아요 0 | URL
나두 세어보질 않아서 몰라~~~~~
걍 안경두 엄청 많은걸요.
안경집만 서랍 하나 가득이예요.

마녀고양이 2010-07-14 08:56   좋아요 0 | URL
나잇&데이의 능글능글한 탐 크루즈의 매력을 절대 부인할 수 없었어요.
카리스마 작렬이더군요..... 하지만 여자 입장에서 보자면,

탐 크루즈는 너무 매력적이고 카리스마 넘쳐서
연인의 기를 빨아먹는 스탈 같아요.. ^^ 니콜 키드만을 제가 엄청 좋아하는데
이혼하고 나니 아주 꽃이 피더군요. 그리고 현 와이프는 결혼하자마자
푹...... 시드는 느낌이랄까... ^^ 탐 크루즈가 너무 멋진 탓이지요.

양철나무꾼 2010-07-14 09:55   좋아요 0 | URL
그쵸~?^^
제가 언젠가 말한 배경이 되는 삶도 멋지다에 명백히 반하는 케이스라고 할 수 있겠네요~^^
저는 내 남자가 바깥에 나가서도 반짝반짝 빛났으면 좋겠어요.
근데 어떤 사람들은 내남자가 바깥에 나가서 빛날까봐 걱정을 하고 그 빛을 감추더군요~

마녀고양이 2010-07-14 10:56   좋아요 0 | URL
ㅇㅇ, 그리고 나이들수록 점점 멋진 사람이 진짜인거 같아요.

숀 코네리, 배철수두 그래서 좋아하고, 케더린 햅번, 이런 배우도 좋아해여~

양철나무꾼 2010-07-14 16:55   좋아요 0 | URL
전 거기에 강승원이요~^^

잉크냄새 2010-07-14 11:27   좋아요 0 | URL
톰 크루즈 진짜 새파란 청춘일때 찍은 영화 한번 보세요.
제목은 "아웃사이더" 인데 추억의 배우들 초창기 모습이 다 나옵니다.
패트릭 슈웨이지, 맷 딜런, 톰 크루즈, 다이안 레인, 에밀리오 에스테베즈, 랄프 마치오, 로브 로우, 토마스 하우웰 등이 다 나온답니다.

마녀고양이 2010-07-14 11:50   좋아요 0 | URL
그 영화에서는 맷 딜런이 제일 멋있었는데요... ㅠㅠ
남자는 커봐야 아나봐여...

잉크냄새 2010-07-14 15:19   좋아요 0 | URL
맷 딜런의 금방이라도 눈물이 뚝 떨어질것 같은 눈동자를 여기서 만날수 있죠.
지금의 맷 딜런은 그런 매력을 잃어버린것 같아 안타깝긴 합니다.

양철나무꾼 2010-07-14 17:03   좋아요 0 | URL
제가 아는 그 '아웃 사이더'가 맞나...자료 찾아보고 왔어요~
전 왜 이 영화를 페트릭 스웨이지랑 맷 딜런의 것이라고 생각했었을까요?^^

금방이라도 눈물이 뚝 떨어질 것 같은 눈이랑 관련해서 말인데...
이런 눈을 가진 우리나라 연예인 중 '양동근'이라는 친구가 있죠~

참 까맣고 맑은 눈이지만,
눈 속에 참 많은 것을 담고 있지만,
그걸 들키지 않으려고 노래를 할 땐 꼭 힙합모자를 꾸욱 눌러 썼었는데 말이죠.

오늘 따라 유난히 생각나네요~

마녀고양이 2010-07-14 19:09   좋아요 0 | URL
양동근은 나이 먹을수록 매력적으로 변하는 듯.
어릴 때는 그저 반항아 같았는데.. 그져?

양철나무꾼 2010-07-16 09:34   좋아요 0 | URL
우리도 한뼘쯤 성숙한 거겠죠~
큰 눈을 동그랗게 뜨고 한번도 깜박거리지 않고 노래 부르던 김원준 형아도 있었는데...
얼마전 '포맨'으로 나와 노래 부르는 걸 본 일이 있어요~
김원준 형아도 학창시절 로망이었는데 말이죠,ㅋ~.

라로 2010-07-15 10:24   좋아요 0 | URL
탐크루즈가 난독증이 있군요~~. 다른 사람의 도움을 받아서라도 자신의 일을 굽히지 않았다니!!!
건 그렇고 탐 쿠루즈는 얼굴이에요!!!
그러니까 성글라스도 잘 어울리는 걸테고,,^^
선해보이면서 귀염성이 있으면서 거기다 귀티까지 나는 그런 인상이니 만인의 연인이 됭 수 밖에 없지 않을까용???더구나 그런 노력파라니!!!탐 쿠르즈는 영화를 볼때만 좋아하는 사람이지만 성공 스토리는 늘 감동적이네요~.

그런데 왜 대체적으로 남자들은 나이들면 멋져질까요???쳇

양철나무꾼 2010-07-16 09:42   좋아요 0 | URL
탐 크루즈가 크지 않은 키에 난독증 까지 가지고 있다는 걸 아는 사람은 몇 안 되는군요~
그냥도 멋지지만 그런 내공을 가지고 있다는 걸 알면 깊은 공명과 공감을 만들어내는 거 같아요.

근데근데,연예인들은 나이 안 먹고 나만 나이 먹는 생각이 들어 약오르고 억울할 땐,
나이 칠팔십이 된 이빨 빠진 탐 크루즈를 상상하며 혼자 깔깔 대고 웃어요~^^

따라쟁이 2010-07-16 17:27   좋아요 0 | URL
저는 이영화, 코미디에 방점을 찍었습니다. 완전 웃으면서 봤어요
탐크루즈가 멋지긴 했지만, 제가 아는 누군가가..(능글맞고 자신감 넘치면서, 한 말빨 해주시는) 생각나서, 완전히 몰입하기는 좀 어려웠어요.. 심지어는.. 오.. 작은키도 비슷하더군요. -ㅁ-;;;;

그래도 즐거웠어요 :) 저도 별 다섯게 다 채워줄 수 있어요

양철나무꾼 2010-07-17 01:01   좋아요 0 | URL
따라쟁이님도 보셨군요~
그쵸,누군가가 생각나면 몰입하기는 힘들지만,
그 누군가를 추억하며 별 다섯 개를 다 채울 수 있죠.
바쁘시다더니,한숨 돌리셨나 모르겠습니다~^^

순오기 2010-07-17 01:46   좋아요 0 | URL
톰 크루즈의 나이는 그저 숫자에 불과할 뿐.... 이라고 외치고 싶은 밤!^^

반갑습니다~~~ 양철나무꾸님, 인사가 늦었네요.
여기저기서 양철나무꾼님 댓글 보면서 조만간 인사를 나누겠구나 생각했는데
마음산책 덕분에 조금 더 당겨진 것 같아요.^^
가끔 눈팅만 하고 있었는데 커밍아웃 해야겠군요.ㅋㅋ
인용도서 2권에 빛나는 '보았노라 상' 축하하고요,
'톰 크루즈빠'까지는 아니어도 그가 나오는 영화는 가급적 챙겨서 빠져듭니다.^^

양철나무꾼 2010-07-17 02:16   좋아요 0 | URL
저도 반갑고 영광이어요~^^

마음산책 덕분에 조금 앞당겨지긴 했지만,만날 사람들은 어떻게든 만나지게 돼 있죠~^^

양철나무꾼 2010-07-17 02:20   좋아요 0 | URL
순오기 님이 나이는 그저 숫자에 불과하다고 하셔서...
갑자기 이 면우 시 <거미>가 생각나는 거 있죠~

순오기 2010-07-20 17:50   좋아요 0 | URL
이면우 시 '거미'는 모르고 박성우의 '거미'는 알아요.
이면우 시는 찾아볼게요.^^
 
노 임팩트 맨 - 뉴욕 한복판에서 환경에 영향을 주지 않고 살아남기 1년 프로젝트
콜린 베번 지음, 이은선 옮김 / 북하우스 / 201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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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뭐 눈에는 뭐만 보인다고,좀 챙피한 얘기지만...난 처음 이 책을 '장르 소설'로 생각했었다.
내 머릿 속에는 그 옛날부터'OO 맨 시리즈'가 각인되었던 터라,이것도 그 연장선쯤으로 생각했었고,
언젠가 보았던 '임팩트'라는 제목의 영화도 부추겼다.

펼쳐들자마자 이내 그런 내용이 아닌 환경문제를 다루고 있다는 걸 알게 됐지만,
언젠가 보았던 '북극곰을 위한 일주일',영화<2012>의 연장선에서 흥미로웠다.

평범한 한 남자가 뉴욕이라는 도시 한복판에서 '1년간 환경에 영향(임팩트)을 주지 않는 삶을 살아보기'로 한다.
하긴,뉴욕이라는 도시 한복판에서 쇼핑마니아인 아내와 기저기를 차는 딸을 데리고 그런 삶을 살겠다고 하는 것부터가 평범하지는 않지만 말이다.

이 남자 '콜린 베번'으로 말할 것 같으면 역사분야 에서는 전문저술가였지만,환경에는 문외한이었단다.
그런 그가 어느 겨울날 뉴욕의 기온이 21도를 찍은 한겨울에 여름날씨를 경험하고서, 환경 문제의 심각성을 깨닫게 된다.
보통의 사람이었다면 환경위기에 무력하고 문외한인 자신을 발견하고 반성하는 것 쯤으로 끝났겠지만,그는 '1년간 환경에 영향(임팩트)을 주지 않는 삶을 살아보기'로 프로젝트를 기획한다.
저술가이니 1년간의 과정을 책으로 쓰고 다큐멘터리 영화로도 만든다.

환경을 위해 익숙한 일상을 일부러 불편하게 만드는 급진적인 실험을 시작하면서, 저자는 절대 뉴욕을 떠나지 않는다.
도시생활에서 어쩔 수 없이 환경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을 때에는 긍정적인 영향을 통해 상쇄하기로 한다.(마이너스 임팩트+플러스 임팩트=노 임팩트)
또한 무조건 참기만 하는 금욕주의에 반대하며, 환경문제를 두고 이기주의와 이타주의를 대립시켜 죄책감만 양산하는 논리에도 동의하지 않는다.
'지속 가능한 삶'의 대안을 바로 자신의 터전에서, 자신의 생활 속에서 찾아야 한다고 믿기 때문이다.

'북극곰을 위한 일주일'을 보며 무한감동을 받고,영화<2012>를 보며 환경에 대해 위기 의식을 느꼈던 것과는 달리...
솔직히 이 책을 읽은 나의 소감은 극과 극을 달린다.

'1년짜리 프로젝트 기획'이라는 것 때문에 책을 읽는 내내 인위적이고 작위적이라는 느낌과,어떤 일을 지속하기에 1년이라는 기간은 결코 짧은 시간이 아니다...사이에서 왔다갔다 했다.

다른 건 다 백번 양보한다고 쳐도,
기저기를 차는 어린 딸의 우유를 냉장고가 없이 보관하는 건 좀 심하지 않았나 싶다.
'걸어갈 수 있는 곳은 걸어가고 먼 곳은 가지 않는다.' 같은 경우,
이 사람의 친척이나 친구들과의 인간관계가 해체되지 않은 게 오히려 놀라웠다.

내가 이 사람의 프로젝트가 시큰둥할 수 밖에 없었던 이유는 어쩌면,
거창하게 환경이나 지구온난화,북극곰의 눈물 등을 모르는 우리 모두의 부모님들은...
아직도 시골에서 이런 삶을 살아가고 계시는 걸 알기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한평생을 지난하게 살아왔던 우리의 부모님들이,
이제 먹고싶을 걸 사먹을 수 있는 여유가 있다한들 당신 한입 거두자고 피자를 시켜드시지도 않으실 것이고,
전기차단기를 내리진 않더라도 더운날 손부채를 마다하고 선풍기를 세게 틀지도 않으실거다.

우리의 부모님들도 겪으셨을 적적함과 외로움을 헤아리지 못한 내가 이제 와서
환경에 영향을 주지 않고 살려는 프로젝트를 기획하고 실행하느라,
이 남자 '콜린 베번'이 캄캄한 방 안에서 낙담하고 화를 내고 난감해하고 외로움에 아파하기도 했다고 한들 살뜰히 이해한다고 얘기하지는 못하겠다.

1년 동안의 실험에서 저자와 가족이 경험하게 되는 것들,
텔레비전을 치우고 전기를 끊고 나서 가족 간의 대화를 되찾고,
로컬 푸드를 찾아나선 재래시장에서 공동체의 연대의식을 느끼고,
강변의 쓰레기를 주우러 가서는 위기를 함께 헤쳐나갈 이웃의 존재를 깨닫고 하는 것들은,
시골에 계신 우리의 부모님들은...당신들의 삶,한평생을 거쳐 유난떨치 않고 고스란히 살아내고 계시기 때문이다. 
 
*실천은 그 결과가 아니라,그 자체로 올바른 것이니라.그대는 실천의 결과를 목적으로 삼지 말 것이며,나태에 심취하지도 말라(98쪽)

*재생 가능한 에너지와 지속 가능한 제품을 생산하는 비법을 개발도상국에 전수할 방법도 찾아야 한다.그래야 전세계적으로 소비가 늘기 시작해도 우리 별이 견딜 수 있다...우리는 지금 역사상 전무후무하게 한 배에 타고 있다는 이야기를 하려는 것이다.바닥에 구멍이 꿇리지 않게 서로 돕지 않으면 다 같이 침몰하게 될것이다.(201쪽)


*난 딱 한가지를 아쉬워할 것 같다. 더 사랑하지 못한 것. 더 사랑하지 못하고, 재물과 성공에 정신이 팔려 있었던 것. 인생은 너무나 짧고 금세 끝이 난다. 그 인생을 무엇을 위해 쓸 것인가?(281쪽)

*교도소가 많고 경찰이 많은 곳이 가장 안전한 동네가 아니다. 좋은 학교가 있고 환경이 꺠끗하며 젊은이와 노동자들에게 기회가 많은 곳이 안전한 동네이다. 우리가 꿈꾸는 미국의 도시가 그런 곳이다. 시스템은 정의롭고, 도시는 기회가 넘치고, 길거리는 평화로운 곳이다.(308쪽)

해질녘에 가까운 공원에 가서 아이와 다정하게 산책하면서 저녁 노을을 보고 이야기하고 집에 와서는 촛불 아래에서 이야기하는 그런 삶을 낭만적인 삶, 인간적인 삶이라고 얘기하는 사람들에게 묻고 싶다.
시골에서 오늘도 그렇게 그렇게 살아가고 계실 우리 부모님들의 지난한 삶을 부러워 해본 적이 있는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가 지금 이 책을 얘기하는 이유는,
다른 이론서들처럼 이론을 제시하고 기획하는데 그치지 않고
시도하고 온갖 장애물을 피하지 않고 부딪히며 실험을 벌인 덕분에,
앞으로 나아가야 할 방향과 우리 삶에서의 의미까지 되새겨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저자는 1년 동안 살았던 삶을 그대로 유지하지는 않지만,되도록 자기가 수행했던 일은 실천하려고 노력하고 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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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로그인 2010-06-12 13:52   좋아요 0 | URL
세번째 노란 줄에 집중해야죠!
인생을 어떻게 살것인가 다시 생각해보게 되어요^^

양철나무꾼 2010-06-14 14:18   좋아요 0 | URL
전 그동안 '더 잘해야 한다'는 강박에 시달려 왔거든요~
이 책이 아니라도 요즘 제 화두는,'잘하지 못해도 괜찮다~'입니다.

느리게 천천히 걸으면서,그동안 내가 그냥 지나쳤던 걸들을,
이제부터라도 충분히 느끼려구요~^^

마녀고양이 2010-06-13 12:03   좋아요 0 | URL
이런 책은 항상 맘이 복잡해져여,
또한 환경 문제 역시 그렇죠. 무엇인가 한참 잘못 되었다는 것은 알겠는데, 어디서부터 바꿔야할지도 막막하고.. 바꾸려면 불편을 감수해야 하는데 문명의 이기를 포기하기도 싫고.

하지만 지하철을 타면 다들 조그마한 액정화면 보느라 정신없잖아요,, 그걸 보면 확실히 한심해져버려요,, 인간이란 종족이~ ㅎㅎ

양철나무꾼님,,, 저 보고싶으셨죠? 저두염!!

양철나무꾼 2010-06-14 14:19   좋아요 0 | URL
네,네,네,네,네~^^

비로그인 2010-06-18 08:19   좋아요 0 | URL
선물 보내드려야되는데...얼른 신상 읊어주세요~~ㅎㅎ

양철나무꾼 2010-06-22 10:05   좋아요 0 | URL
ㅎㅎㅎ~~~

마녀고양이 2010-06-21 19:19   좋아요 0 | URL
요즘 바쁘신가봐요? 많이 뜸해지셨네요?
항상 좋은 일 가득하시고, 건강하셔염~

양철나무꾼 2010-06-22 10:07   좋아요 0 | URL
네,돌아왔슴~다.
근데 계속 바쁘네요~ㅠ.ㅠ

이렇게 친히 왕림하시어 안부를 남겨주시고 감읍할 따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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