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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 임팩트 맨 - 뉴욕 한복판에서 환경에 영향을 주지 않고 살아남기 1년 프로젝트
콜린 베번 지음, 이은선 옮김 / 북하우스 / 2010년 5월
평점 :
뭐 눈에는 뭐만 보인다고,좀 챙피한 얘기지만...난 처음 이 책을 '장르 소설'로 생각했었다.
내 머릿 속에는 그 옛날부터'OO 맨 시리즈'가 각인되었던 터라,이것도 그 연장선쯤으로 생각했었고,
언젠가 보았던 '임팩트'라는 제목의 영화도 부추겼다.
펼쳐들자마자 이내 그런 내용이 아닌 환경문제를 다루고 있다는 걸 알게 됐지만,
언젠가 보았던 '북극곰을 위한 일주일',영화<2012>의 연장선에서 흥미로웠다.
평범한 한 남자가 뉴욕이라는 도시 한복판에서 '1년간 환경에 영향(임팩트)을 주지 않는 삶을 살아보기'로 한다.
하긴,뉴욕이라는 도시 한복판에서 쇼핑마니아인 아내와 기저기를 차는 딸을 데리고 그런 삶을 살겠다고 하는 것부터가 평범하지는 않지만 말이다.
이 남자 '콜린 베번'으로 말할 것 같으면 역사분야 에서는 전문저술가였지만,환경에는 문외한이었단다.
그런 그가 어느 겨울날 뉴욕의 기온이 21도를 찍은 한겨울에 여름날씨를 경험하고서, 환경 문제의 심각성을 깨닫게 된다.
보통의 사람이었다면 환경위기에 무력하고 문외한인 자신을 발견하고 반성하는 것 쯤으로 끝났겠지만,그는 '1년간 환경에 영향(임팩트)을 주지 않는 삶을 살아보기'로 프로젝트를 기획한다.
저술가이니 1년간의 과정을 책으로 쓰고 다큐멘터리 영화로도 만든다.
환경을 위해 익숙한 일상을 일부러 불편하게 만드는 급진적인 실험을 시작하면서, 저자는 절대 뉴욕을 떠나지 않는다.
도시생활에서 어쩔 수 없이 환경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을 때에는 긍정적인 영향을 통해 상쇄하기로 한다.(마이너스 임팩트+플러스 임팩트=노 임팩트)
또한 무조건 참기만 하는 금욕주의에 반대하며, 환경문제를 두고 이기주의와 이타주의를 대립시켜 죄책감만 양산하는 논리에도 동의하지 않는다.
'지속 가능한 삶'의 대안을 바로 자신의 터전에서, 자신의 생활 속에서 찾아야 한다고 믿기 때문이다.
'북극곰을 위한 일주일'을 보며 무한감동을 받고,영화<2012>를 보며 환경에 대해 위기 의식을 느꼈던 것과는 달리...
솔직히 이 책을 읽은 나의 소감은 극과 극을 달린다.
'1년짜리 프로젝트 기획'이라는 것 때문에 책을 읽는 내내 인위적이고 작위적이라는 느낌과,어떤 일을 지속하기에 1년이라는 기간은 결코 짧은 시간이 아니다...사이에서 왔다갔다 했다.
다른 건 다 백번 양보한다고 쳐도,
기저기를 차는 어린 딸의 우유를 냉장고가 없이 보관하는 건 좀 심하지 않았나 싶다.
'걸어갈 수 있는 곳은 걸어가고 먼 곳은 가지 않는다.' 같은 경우,
이 사람의 친척이나 친구들과의 인간관계가 해체되지 않은 게 오히려 놀라웠다.
내가 이 사람의 프로젝트가 시큰둥할 수 밖에 없었던 이유는 어쩌면,
거창하게 환경이나 지구온난화,북극곰의 눈물 등을 모르는 우리 모두의 부모님들은...
아직도 시골에서 이런 삶을 살아가고 계시는 걸 알기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한평생을 지난하게 살아왔던 우리의 부모님들이,
이제 먹고싶을 걸 사먹을 수 있는 여유가 있다한들 당신 한입 거두자고 피자를 시켜드시지도 않으실 것이고,
전기차단기를 내리진 않더라도 더운날 손부채를 마다하고 선풍기를 세게 틀지도 않으실거다.
우리의 부모님들도 겪으셨을 적적함과 외로움을 헤아리지 못한 내가 이제 와서
환경에 영향을 주지 않고 살려는 프로젝트를 기획하고 실행하느라,
이 남자 '콜린 베번'이 캄캄한 방 안에서 낙담하고 화를 내고 난감해하고 외로움에 아파하기도 했다고 한들 살뜰히 이해한다고 얘기하지는 못하겠다.
1년 동안의 실험에서 저자와 가족이 경험하게 되는 것들,
텔레비전을 치우고 전기를 끊고 나서 가족 간의 대화를 되찾고,
로컬 푸드를 찾아나선 재래시장에서 공동체의 연대의식을 느끼고,
강변의 쓰레기를 주우러 가서는 위기를 함께 헤쳐나갈 이웃의 존재를 깨닫고 하는 것들은,
시골에 계신 우리의 부모님들은...당신들의 삶,한평생을 거쳐 유난떨치 않고 고스란히 살아내고 계시기 때문이다.
*실천은 그 결과가 아니라,그 자체로 올바른 것이니라.그대는 실천의 결과를 목적으로 삼지 말 것이며,나태에 심취하지도 말라(98쪽)
*재생 가능한 에너지와 지속 가능한 제품을 생산하는 비법을 개발도상국에 전수할 방법도 찾아야 한다.그래야 전세계적으로 소비가 늘기 시작해도 우리 별이 견딜 수 있다...우리는 지금 역사상 전무후무하게 한 배에 타고 있다는 이야기를 하려는 것이다.바닥에 구멍이 꿇리지 않게 서로 돕지 않으면 다 같이 침몰하게 될것이다.(201쪽)
*난 딱 한가지를 아쉬워할 것 같다. 더 사랑하지 못한 것. 더 사랑하지 못하고, 재물과 성공에 정신이 팔려 있었던 것. 인생은 너무나 짧고 금세 끝이 난다. 그 인생을 무엇을 위해 쓸 것인가?(281쪽)
*교도소가 많고 경찰이 많은 곳이 가장 안전한 동네가 아니다. 좋은 학교가 있고 환경이 꺠끗하며 젊은이와 노동자들에게 기회가 많은 곳이 안전한 동네이다. 우리가 꿈꾸는 미국의 도시가 그런 곳이다. 시스템은 정의롭고, 도시는 기회가 넘치고, 길거리는 평화로운 곳이다.(308쪽)
해질녘에 가까운 공원에 가서 아이와 다정하게 산책하면서 저녁 노을을 보고 이야기하고 집에 와서는 촛불 아래에서 이야기하는 그런 삶을 낭만적인 삶, 인간적인 삶이라고 얘기하는 사람들에게 묻고 싶다.
시골에서 오늘도 그렇게 그렇게 살아가고 계실 우리 부모님들의 지난한 삶을 부러워 해본 적이 있는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가 지금 이 책을 얘기하는 이유는,
다른 이론서들처럼 이론을 제시하고 기획하는데 그치지 않고
시도하고 온갖 장애물을 피하지 않고 부딪히며 실험을 벌인 덕분에,
앞으로 나아가야 할 방향과 우리 삶에서의 의미까지 되새겨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저자는 1년 동안 살았던 삶을 그대로 유지하지는 않지만,되도록 자기가 수행했던 일은 실천하려고 노력하고 있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