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명 마니아 - 유쾌한 지식여행자, 궁극의 상상력! 지식여행자 9
요네하라 마리 지음, 심정명 옮김 / 마음산책 / 2010년 6월
평점 :
품절


옆집개가 시끄럽게 짖었다고 2000만원짜리 손해배상소송을 걸었다는 어떤 국회의원의 얘기를 접하고,요네하라 마리의 <발명마니아>를 한권 선물 하고 싶었다.  

'사람들을 사랑하고 살기에도 버거운데,동물을...?'하는 생각을 갖고 살았던 나였지만,
이 책을 읽는 동안 동물을 사랑하는 마리 여사의 마음이 내게도 고스란히 전해졌었던지라,
동물이나 타인에게 관심 따윈 없는 인간이라도 이 책을 읽는다면,
이 땅에 동물을 사랑하는 사람들도 같이 살고 있음을 인식하게 되지 않을까 싶어서 였다. 
배려라고는 약에 쓸래도 없는 인간이라도 이책을 읽게 된다면,
2000만원 짜리 손해배상 소송을 걸기보다는,
개들의 마음을 읽어 조용히 시킬 수 있는 방법을 터득하던지,
옆집개의 주인을 설득하여 옆집개를 조용히 시키는 아이디어 정도는 얻을 수 있을 것 같아서였다. 
2000만원짜리 소송에 비하면 15000원이라는 책값은 너무 소박하고 착하다.

이 책의 제목을 봤을 땐 발명왕 '에디슨'이 떠올랐다. 
앞부분을 조금 읽었을 땐 에디슨은 너무 전문적인 것 같았고,
발상의 신선함이란 측면에서 형사 '가제트'와 비교될 수 있겠다 싶었다. 
그러나 이 책을 다 읽은 지금,그녀를 발명가나 아마추어 과학자로 접근하는 것은 부분으로 전체를 아우르는 우를 범하는 것 같아,조심스럽다.
  
나는 이 책을 인문학 책이라고 보고 싶다.
좀 더 편하고,좀 더 현대적인 것을 추구하는 과학의 속성에 가리워,
망가지고 소외되는 모든 것들에 대해 관심과 애정을 가지라는 경고의 목소리라고 보고 싶다.  

왜냐하면 여사의 발명들이 과학적으로 길이 남을 훌륭한 것들이라기 보다는,
우리 주변의 작은 것들에 관심과 애정을 기울이지 않는다면 나올 수 없는 것들이었기 때문이다.
또는 지금은 그런 발명품들이 나와 있어서 가치가 반감했거나 처음부터 발명적 가치는 없는, 
정말 작고 사소한 것에 관심과 애정을 가진 자체만을 높이 사야하는 것들도 있기 때문이다.

근데,인문학 책이라고 읽겠다고 하고 보니,생각이 잠깐 복잡해졌는데...
이 책이 그냥 발명품 들과 그 발명품들을 만들어낸 과정을 엿보는 거라고 생각했을 때와는 달리,
인간의 조건에 대해 탐구하는 인문학적 관점에서 접근을 하게 되면 따질 게 좀 많아진다.

그건 다이나마이트를 발명한 노벨의 업적이 아무리 훌륭하다고 한들,
그로 인해 스러진 수많은 목숨을 간과할 수 없듯이, 
마리 여사의 발명품들은 그녀가 지지했던 '일본 우익'을 곳곳에 담고 있기 때문이다.

번역도 감각적인 것 같다.
처음 <뭐든지 하이브리드>같은 경우에도,교배라는 용어가 나오는 걸로 미루어,
우성 유전,열성 유전,잡종으로 번역되는 게 생물 교과서적이겠지만,
플러스자질,마이너스 자질,하이브리드 라는 용어로 대체한다. 

우리의 마리여사는,까마귀 고기는 맛이 없다면서,
맛있는 메추리와 교배하여...양과 질 모두를 만족시키자고 너스레를 떨면서 글을 시작한다. 근데,내 생각에는 까마귀는 길조라는 미국적인 사고 방식이 빚어낸 게 아닐까 싶다.
똑똑한 까마귀(그러니 이솝우화에도 영리한 까마귀로 표현되는 게 아닐까?)가 쉽게 잡아 먹혀 줄까?

내가 그녀의 발명들에 후한 점수를 주지 못하는 이유는,<궁극의 교통 체증 탈출법>에 나온 하늘을 나는 자동차의 경우 얼마전 L.SHIN님의 페이퍼에 비슷한 것을 봤었기 때문이다.  
















<한겨울에 손 시리지 않게 누워서 독서하는 법>도 벌써 우리나라에 그 유사한 제품이 시판 중이다. 
























<만인을 위한 마스크>의 투명 마스크의 경우,자외선 차단 문제와,아크릴의 시야 왜곡 등 중요한 문제를 간과하고 지나간다.

<쓰다듬기 천수 관음>의 경우,쓰다듬기보다 더 중요한 건 교감이 아닐까? 다른 일을 하면서 신경을 분산시켜 얼마나 잘 쓰다듬어 줄 수 있을까? 
또는 자신을 닮은 인형이나 로봇에게 쓰다듬기를 시켰을 경우,이 애완동물들이 인형이나 로봇을 더 따르는 불상사를 견뎌낼 수 있을까? 

<유실물 네비게이션>의 경우, 
그녀처럼 오지랖이 넓고 똑똑한 여자도 인생의 1/3을 물건을 잃어버리고 찾는데 쓴다는 게 놀랍기도 하고,그녀 또한 우리 일상의 연장선 상에 있는 것 같아 위안이 되기도 했다.
내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모든 물건에 제 자리를 정해주고,물건과 물건의 제자리 사이에 센서를 달아,물건이 제자리에서 일정시간 이상 이탈할 경우,경고음을 내는 건 어떨까 하는 생각을 해봤다.
건전지 문제는 어떻게 해결하냐고?
물건이 제 자리에 있을 때 자체 충전이 되도록 고안하면 된다. 

<인플루엔자 퇴치법>의 경우는,비말감염이라는 걸 고려하지 않았다.
단지 재채기만으로 공기중 감염되는 것이 아니라,
코나 가래 같은 형태로 접촉을 했을 경우에만 감염된다는 걸 명확히 해야...하늘이 무너질까봐 걱정하는 기우를 줄일 수 있다.

<내시경의 생활화>에서,150쪽 다이어트용 젓가락의 경우도 나와 그녀의 생각의 차이를 느낄 수 있었던 부분인데, 
우리나라의 오목거울을 사용해 나 자신을 슬림해 보이는 착시를 이용하는 데 반해, 
마리여사의 경우 음식물을 더 크게 확대해 정신적인 포만감을 주는 방법을 택하고 있으니 말이다.

<두메산골의 곰들을 살리는길>에서는 일본 만화영화'너구리 폼코코'가 떠올랐다.

<씻어도 환경오염>에선,252쪽에 '자동 식기 제조기'와 관련 이런 구절이 나온다.

여기까지 쓰고나서 깨달았는데,그릇의 열처리와 액상화,성형에 드는 에너지 비용과 환경 부하를 무시할 수 없을지도 모른다.혹시 지금까지처럼 식기를 씻는 편이 더 친환경적인 건 아닌지 모르겠다.

 여기선,비용이라는 경제성을 전혀 고려 안한 마리여사에게 살짝 약이 올랐을 뿐이고...

<시종일관 초특급>에선,
캡슐화 하는 문제만 얘기했는데,
全우주적으로 생각해 블랙홀,웜홀,화이트홀 이론까지 다 다루어 봐도 재밌을 것 같았고,
또 한가지...이렇게 재밌는 책의 내용들-여기서 가지처럼 뻗어나가는 이론들에,좀더 과학적인 지식을 첨부,보충 설명하는 그런 과학 만화책 같은 걸 만들어 봐도 좋을 것 같다. 

<저 세상 사람을 찾아드립니다>랑 관련하여 언젠가 읽었던 '로라,시티'가 생각났다. 

<궁극의 코골이 방지기구>는,욕창방지기구로 호환 가능할 것 같고,

<범인이 진실을 자백하게 하는 법>-사자 부활법 같은 경우,
<올가의 반어법>같은 장르소설을 쓸 수 있는 원천이 되지 않았나 싶다.

<바보를 고치는 약>관련, 336쪽의,

 지능을 향상시키는 것보다는테러를 부르는 증오심을 없애는 편이 엄청난 인명 피해를 줄이는 방법 아닐까?아니 증오의 원인을 해소하는 편이 더 급하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나 뿐일까?

와 관련하여서는,
증오의 대상이 저마다 다 다를 수 있는 데,이건 어떻게 극복할까 싶었다.
일례로 작품 전체에서 일본 우익을 지지하는 여사와 대한민국 국민인 나 사이에도 반하는 갈등관계가 성립될 수 있는 것이다.

<스킨쉽을 기억하는 마법의 수건>의 경우,
사람의 스킨쉽을 수건 한장으로 해결 하다니,의외로 단순하신 구석도 있구나 싶어 허허로운 웃음을 짓게 됐고,

366쪽의,

'사회정책으로 결혼이 가능한 연령을 점점 늦춘다...마흔이 되기 전에 유전적으로 죽게 되는 병은 도태되어 사라진다. 
과학의 진보에는 희생이 따르는 법이다.이 숭고한 목적을 위해 프로그램에 참가할 사람들을 모집한다. 


에서는 '개체발생은 계통발생을 되풀이한다'는 <프래그먼트>가 생각났다.

<로봇 병사로 이루어진 군대 >얘기는 장르소설의 단골 주제이다.

로봇병사의 프로그램을 원래 주인을 적으로 간주하게끔 바꿔치기하는 것이다.게다가 인공두뇌의 지능이 발달하면 발달할수록 사람들은 스스로 생각하거나 결정하는 것을 그만두고 인공두뇌에 떠맡기게 될 테니까,머잖아 분명 인공두뇌가 인간들을 통제하는 날이 올것이다.

 479쪽의, 

바이링구얼이니 미우링구얼이니 하며 개나 고양이와의 커뮤니케이션을 돕는 기계의 개발이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하지만가장 중요한 인간끼리의 커뮤니케이션은 점점 더 소원해지는 형편인 셈이다. 

 에서 알 수있듯이,마리여사는 인간끼리의 커뮤니티가 소원해지는 걸 알아채고 경계했으며,

480쪽의, 

떠돌이개라면 모조리 잡아서는 일주일 이내에 주인이 나타나지 않으면 죽여버리는 일본에서는 일어나기 어려운 사건이다.

이 대목에서 마리여사가 왜 그토록 애완동물에 연연해 했는지를 알 수 있을 것 같았다.

우리의 현실을,고정관념을...살짝 비트는 데서 그녀의 발명은 시작됐다. 
그녀는 현실을 그냥 비판하는데서 그치지 않고,
거기서 우리의 나아가야 할 방향을 생각해 보았고,
그것을 생각의 실천으로 (행동으로 직접 옮기지는 않아서 '생각의 실천'이라는 표현을 썼다.)옮긴게 그녀의 발명품들이다. 

이 책의 장점이라면 우리가 생각하기 싫어하거나 어려워 하는 이슈에,관심과 흥미를 돌리는 데 기여했다는 것을 꼽을 수 있겠다.  
그런데...이렇게 살면,이렇게 열정적으로 살면 너무 쉽게 에너지를 빼앗기고 소모해 버리지 않을까? 
나는 이런 책을 재밌어 하며 야금야금 읽으면서,가늘고 길게 살고 싶으니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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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철나무꾼 2010-07-17 02:10   좋아요 0 | URL
요네하라 마리 여사 하면 생각나는 노래 한 곡~

양철나무꾼 2010-07-17 10:11   좋아요 0 | URL
저도 마이클 부블레 좋아해요~
저는 이 곡을 nabee님께...'굿모닝~!'

꿈꾸는섬 2010-07-17 13:21   좋아요 0 | URL
리뷰도 잘 읽었는데 노래까지...정말 좋은데요.^^

양철나무꾼 2010-07-17 13:35   좋아요 0 | URL
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한다죠~^^
지금 제 옆에 계셨으면 춤추는 고래의 모습을 보실 수 있었을텐데...

비로그인 2010-07-18 15:29   좋아요 0 | URL
책을 완성하는 리뷰!

양철나무꾼 2010-07-19 17:16   좋아요 0 | URL
제가 여러모로 감사해 하는 걸 아실지~?^^

루체오페르 2010-07-20 17:43   좋아요 0 | URL
마리 여사의 최근 작품이라 관심이 갔었습니다.
양철나무꾼님의 정성 가득한 리뷰 잘 봤습니다.^^

양철나무꾼 2010-07-20 21:01   좋아요 0 | URL
마리 여사의 최근 작품이지만,2005년정도에 쓰여진 것이예요.
과학은 나날이 발전해 가는 데...
과학서가 아니라 인문서로도 읽힐 수 있어서,천만다행이더라구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