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에 지치거나, 삶이 힘들거나, 삶이 무료할 때...맛난 음식을 먹으면 좀 낫다.
아니다, 그냥 맛나기만 해서는 안 된다. 확실하게 매워야 한다.
어렸을 때는 떡볶이가 그런 음식이었고, 요즘은 오징어볶음, 냉면이나 쫄면 같은 걸 먹는다.
아, 매운 닭꼬치도 먹어봤다.
지금은 예전처럼 자주 먹지는 못한다.
점점 더 매운 걸 밝히게 되고, 그러다 보면 속이 뒤집어지는 걸로 부족해 얼굴까지 뒤집어지기 때문이다.
오늘도 집밥
서나형 글, 박세연 그림 /
브레인스토어 / 2008년 12월
'오늘도 집밥'이라는 책을 봤다.
요 며칠 참 힘들었었는데, 내게 위로가 됐다.
이 책 요리책이 아니다.
뭐라고 해야할까, 삶에 관한 얘기다.
삶에 지치거나, 힘들거나, 무료할 때...는 다른 말로 바꾸면 '일상'이다.
일상에서 집밥을 먹으며 살아가는 소소한 얘기들인데,
이 소소한 얘기들이 아무맛 없지만 씹으면 씹을수록 단물이 베어나오는 흰 쌀밥 같다.
난 하루 한끼, 아침은 무슨 일이 있어도 성찬을 차릴려고 한다.
온 가족이 둘러앉아 밥을 먹을 수 있는 시간은 아침 밖에 없으니까,
남들 옷에 냄새 밴다고 아침에 안하는 생선도 굽고,
아침에 삽겹살을 굽기도 한다.
나야 물 말은 밥에 김치 하나 얹어도 충분하지만, 소 힘줄도 씹어삼킬 아들 때문이다.
주말엔 양배추와 상추 쌈을 골고루 먹었다.
양배추쌈이든 상추쌈이든 쌈은 그런 것 같다. 속이 쓰리고 아플 때, 누가 뭐라고 싫은 소리하지 않았어도 내가 나를 다스리지 못해 속이 불편하고 허할 때, 뾰족하고 날카로운 감각이 삐죽 올라와 타인과 마찰을 일으켜 가슴 한쪽을 쿡쿡 찌를 때, 보자기로 한 번 싸서 둥그렇게 나를 안아줄 수 있는 맛, 세상의 쓴맛을 달콤한 맛으로 바꿔주는 매직망토 같은 것, 양배추쌈이다. 기나긴 하루를 보내고 돌아온 나를 포근하게 안아주는 그런 맛.(134쪽)
이 책에 나오는 음식들은 작가의 글솜씨에 비해 좀 맹숭맹숭하다.
이렇다 할 고기 반찬이나 얼큰한 찌개,이름모를 신선로나 구절판 따위는 등장하지도 않는다.
그런데 하나 같이 내가 어린 시절 먹던 음식들이어서,
할머니 생각도 나고, 가슴이 뻐근해져 오기도 했다.
이 다음에 우리 아들에게도 이런 집밥으로 기억되는 엄마이고 싶다.
근데, 난 간을 거의 안해서...식탁에 소금과 간장 종지가 오간다.
소박한 밥상으로 기억되었으면 좋겠는데, 심심한 밥상으로 기억되지나 않으려나 모르겠다~ㅠ.ㅠ
암튼, 카피라이터 답게 글이 통통 튄다.
이웃블로거가 혼자 콩국수를 해먹었다는 자랑글과 사진을 보고는,
올라야할 오이채는 사라지고 오이김치 굵기의 오이들이 빛을 내고 있었다...라고 적고 있었다.
내가 한밤중에 '푸하하 ~' 웃음을 터뜨린 건 이 구절 때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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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많은 이웃의 댓글들. 모두 위로를 한다. "누구나 다 그렇게 썰어요. 채를 잘 썰면 엄마죠. 우린 주부도 엄마도 아니잖아요. 그런데 저 오이채, 콩국수에 얹지 않고 그냥 손으로 먹어도 되겠어요라는 댓글은 올리지 않았다. 여기서 밝혀요."(17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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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좀 바빠서 책 읽을 시간은 많지 않지만, 재밌는 책 한 권을 발견했다.
전쟁이 요리한 음식의 역사
도현신 지음 / 시대의창 / 2011년 2월
전쟁으로 들추어낸 음식들의 개인사. 책에서 다루는 음식들은 만두, 맥주, 환타, 커피, 라면 등으로 대개 의식하지 않고 지나칠 정도로 흔한 것들이다. 이 책은 이런 ‘평범함’ 뒤에 감추어져 있던 음식들의 ‘개인사’를 풀어낸다. 책은 2부로 구성되었으며, 1부 <난리 통에 탄생한 음식>에서는 전쟁터에서 요긴했던 음식들을 주로 다룬다. 2부 <전쟁이 남긴 음식>에서는 전쟁이 전파한 음식들에 중점을 두었다.
이제는 그 유래가 어느 정도 알려진, 몽골이 고려를 지배하면서 우리나라에 전해준 소주와 설렁탕을 비롯해 2차 대전에 참전한 미군이 군량으로 먹으면서 세계에 알려진 스팸, 2차 대전 후 일본인들의 허기를 달래준 라면, 아편전쟁 직후 영국인들 비위를 맞추려고 개발된 탕수육, 빈을 공격하다 패주한 오스만제국군이 남긴 군량 중 하나였던 커피까지 여러 음식 이야기가 감칠맛 나게 전개된다. <알라딘 책 소개> 중에서,
요즘 내가 무한반복 듣고 있는 건 이 곡이다.
브로콜리 너마저 - 2집 졸업
브로콜리 너마저 노래 / 스튜디오 브로콜리 / 2010년 10월
커뮤니케이션의 이해
설명하려 했지만
설명할 수 없는 일들이 있어
그렇지만 그게 왜인 건지
내가 이상한 것 같아
나의 말들은 자꾸 줄거나 또 다시 늘어나
마음속에서만 어떤 경우라도 넌
알지 못하는 진짜 마음이 닿을 수가 있게
꼭 맞는 만큼만 말하고 싶어
이해하려 했지만
이해할 수 없는 사람도 있어
그렇지만 욕심 많은 그들은
모두 미쳐버린 것 같아
말도 안되는 말을 늘어놔 거짓말처럼
사실 아닌 말로 속이려도 해도 넌
알지 못하는 그런 건가봐 생각이 있다면
꼭 말 같은 말을 들어보고 싶어
나의 말들은 자꾸 줄거나 또 다시 늘어나
마음속에서만 어떤 경우라도 넌
알지 못하는 진짜 마음이 닿을 수가 있게
좀 말 같은 말을 들어보고 싶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