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년샤쓰 길벗어린이 작가앨범 3
방정환 지음, 김세현 그림 / 길벗어린이 / 1999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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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이 책을 몇 번이나 읽었는지 모른다.

어릴 때 읽고 커서도 읽고 아이를 갖고 태교를 하면서 다시 읽고

아이들을 가르치면서 또 다시 읽어본 책이다.

어떤 책은 한 번을 읽고 나면 또다시 뒤적여보고 싶은 마음이 들지 않는 게 있는데

이 책은 읽을 때마다 매번 눈물이 핑 돌고 읽던 목소리마저 이상하게 변하게 만든다.

소심한 편이라서 하고 싶은 얘기를 잘 못 하고 혼자 우물거리거나 끙끙 속앓이를 하는 걸로 푸는 나는

한창남처럼 시원스럽고 명랑한 성격을 가진 이를 보면 언제나 부럽다.

자신이 가난한 것을 글자 그대로 '조금 불편한' 정도로 여기는 창남이의 마음을

뭐든 풍족하게 갖고 있는 요새 아이들은 이해하지 못할 수도 있다.

실제로 내가 울컥했던 '만년샤쓰도 괜찮습니까?' 나,

"저의 어머니는 제가 여덟 살 되던 해에 눈이 멀으셔서 보지를 못 하고 사신답니다"

부분에 이르러도 아이들은 감동할 줄 모르기도 했다.

하지만 풍족한 아이들에게 세상은 모두 그렇게 사는 것으로 보인다.

나와 다르게 사는 이가 있다는 것을 모르면 베푸는 삶을 살기도 어려워진다.

이 책을 시작으로 내 주위에도 눈을 돌릴 줄 아는 아이들이 되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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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로 깎은 책벌레 이야기
김진송 지음 / 현실문화 / 200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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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여름 반쪽이 아빠로 알려진 최정현씨의 작품 전시회에 다녀온 기억이 새롭다.

폐타이어, 숟가락, 회전의자, 포크, 빗 할 것 없이 모든 것들을 다 동원해서 만든

기가 막힌 작품들을 돌아보며 그 상상력에 감탄에 감탄을 거듭하고 돌아왔는데

이 책을 보면서 그때와 같은 감동을 다시 한 번 맛볼 수 있었다.

나무를 깎아 만든 인형들, 사람이나 동물이나 우주선이나 모두 각각의 사연을 안고 있는데

도무지 이런 상상을 어떻게 했을까 싶을 정도로 멋진 이야기들이 살아 숨쉬고 있다.

특히 '짐은 실은 노새'편에서 촌철살인의 극치를 맛보았는데

짐을 잔뜩 실은 노새가 말했습니다.

'짐은 곧 나다'

우와..노새의 몸통이 짐 그 자체로 만들어져있기에 쉽게 동감할 수도 있거니와

루이 14세가 했다던 '짐이 곧 국가다' 란 말이 떠올라 실소까지!

아이들에게 꼭 한 번 읽어보라고 했더니 책을 싫어하는 녀석들도 200쪽 가까이 되는 책이지만

거의 절반 가량이 사진인 지라 읽기도 쉽고 내용도 재미있다고 금방 읽어버린다.

상상력이 빈곤한 그대들에게 기꺼이 권하고 싶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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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순 보림창작그림책공모전 수상작 2
심미아 글 그림 / 보림 / 200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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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병원 유리창으로 들여다보는 작고 귀여운 새끼고양이들은 너무나 이뻐서

한 번쯤은 쓰다듬고 갸르릉 거리는 울림을 느껴보고 싶은 유혹도 느끼지만

어둠 속에서도 눈이 번쩍번쩍 빛나는 고양이과 동물들을 무서워해서 그런지

허리를 유연하게 움직여가며 동네를 배회하는 덩치 커다란 고양이들에게서는 적대감 이외에

다른 감정을 갖기가 어려웠다.

그러다가 능청맞고 게으르고 지저분해 뵈는 데다가 생선을 향해 오매불망하고 있는

일자 눈썹을 가진 양순이의 그 커다란 눈동자를 보는 순간 폭 빠져들었다.

양순이의 표정은 일류 배우를 뺨치는 수준이므로 볼 때마다 웃지 않고는 배길 수가 없다.

커다란 생선으로 믿었던 게 풍선으로 밝혀지면서 이제 미련을 버렸으려니 생각했다가

마지막 장에 이르러 텔레비전에서 고래를 발견하고 다시 반짝거리는 양순이의 눈은

정말이지 아이들과 너무나 닮았다.

자신이 좋아하는 것은 이유를 불문하고 다시 달려들 정열을 갖고 있는 아이들은 얼마나 사랑스러운지.

양순아, 고래 잡으러 이번엔 어디로 갔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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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식을 위한 철학통조림 - 담백한 맛 1318을 위한 청소년 도서관 철학통조림 3
김용규 지음 / 주니어김영사 / 2006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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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으로 즐겁게 읽었다.

전에는 무슨 철학자의 계보를 줄줄이 늘어놓기만 하고 그 사람들이 뭔 말을 했는지를

또 줄줄이 늘어놓아서 모든 게 다 굴비 엮듯 대롱대롱 매달려서 하나씩 따 먹고 난 다음에는

도대체 어디에서 가져다 먹은 건지 헷갈리게 만드는 게 철학 이야기들이었다면,

이 책은 먹은 거 소화가 잘 됐는지, 지금 네가 먹은 건 김치였는데 어떻게 담근 거냐면

소금에 절였다가 갖은 양념 버무려서 알맞게 익힌 거다, 그런데 맛이 조금 이상한 건

실수로 옆에 있는 조수가 설탕을 쏟았기 때문이란다.

뭐, 이렇게 설명을 자세히 해주고 있는 데다가 그 설명이란 게

<알도와 떠도는 사원>에서 만났던 알도와 고오빈다, 레나까지 등장을 해서

아주 흥미로운 영화를 보는 느낌을 주고 있으니 재미가 있을 수밖에.

 

이 책에서는 프로메테우스부터 데카르트까지를 다루고 있는데

칸트부터 시작하는 다음 책이 벌써 궁금해진다.

한 번 읽는 걸로는 이 머리가 다 기억을 하진 못하겠지만 철학자들이 어떤 생각을 했고

그 의미가 무엇인지를 자세히 설명해주는 작가에게 반했다.

이렇게 쉽게 써주는 사람이 난 참 좋다.

 

* 중학교 3학년 이후부터 적당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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깨지기 쉬운 깨지지 않을 - 바람단편집 3 반올림 11
김혜진 외 지음 / 바람의아이들 / 2007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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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준비를 할 때 살림이 넉넉하지 않았던 엄마는 다른 것들은 보통 수준의 것으로 고르시면서도

유독 그릇만은 제일 좋은 것을 고집하셨는데 이유인즉,

가구나 가전제품은 처음 쓸 때만 눈길이 머물지만 그릇들은  세 끼를 끓여먹을 때마다 항상

모든 식구들이 보고 만지게 되는 것이니 튼튼한 것은 물론이고 아름다워야 밥맛도 나는 법이라 하셨고

그렇게 크리스탈 물잔 11개가 나에게 왔다.

애지중지 다루던 물잔들은 다른 사람들이 놀러와서 깨뜨리기도 하고, 내가 설거지를 하다가 깨기도 하여

십여 년이 지난 지금은 겨우 5개만 남아 있을 뿐이지만, 엄마가 처음에 골라주실 때 그 맑은 빛깔과 울림을

아직도 기억한다. 아마도 나는 앞으로 또 몇 개를  깨뜨리겠지만 엄마의 마음만은 결코 깨지지 않을 거라고 믿는다.

 

이번 단편집은 뜨거웠다.

라디오 디제이에게 사연을 보내는 형식을 취하는 홍홍이의 '정오의 희망곡'은 영화 '라디오 스타'처럼 따뜻하다.

'쥐포'는 대학에 대해, 참교육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해보는 재삼이의 얼굴을 통해서 삶은 언제나 '나'의 것이라는 걸

깨달으라고 충고한다. 이 책에서 제일 밝은 모습을 보여주는 'Reading is sexy!'는 힘겹게 살지만 책을 읽을 수 있다면

언제나 행복하다는  연저를 등장시켜 삶의 긍정적인 면을 보라고 일러준다.

선생님이 내주신 과제인 착한 일을 하고 논리적인 글을 쓰기 위해 의도적으로 할머니의 마늘을 몽땅 사려는 현서

('내가 왜 그랬지?')를 보면 봉사 점수 때문에 억지로 여기저기 봉사할 곳을 찾는 아이들의 모습을 보여주는 것 같아서

아이들이 사람답게 사는 법을 잊지 말아야 할 텐데 하는 안타까움마저 들고,

청소년 소설의 영역에서 한 발 물러선 듯 보이는 '세상에 단 한 권뿐인 시집'은 젊은 날을 회상하면서 그 시절의

아련한 첫사랑을 그리고는 있지만 역시 어른들을 대상으로 쓴 글처럼 보인다.

'학습된 절망'에서는 말의 힘이 느껴졌다. 될 수 있을 거야, 할 수 있을 거야!

'정오의 희망곡'과 더불어 가장 마음에 들었던 '깨지기 쉬운, 깨지지 않을'은 제목에서 드러난 것과 같이

유리 공예품처럼 소중하게 잘 다뤄야 하지만 그렇게 쉽게 자신을 내던지지 않는 강인한 면모를 가진 아이들을

사랑하는 마음이 담겨있다.

 

 어른들이 사는 모습이 다 다르듯이, 아이들도 사는 모습이 다 제각각이라는 걸 우리는 항상 잊고 산다.

호박에 틀을 씌워놓으면 네모로도 세모로도 동그랗게도 만들어지는 걸 보고는 아이들도 교복 속에 가둬놓고

똑같아지라고 주문을 외우는 탓이다. 누가 가르쳐줬는지도 모르는 그런 엉터리 주문은 버리고 이젠 이렇게 외쳐보자.

 "소중한 우리 아이들아, 사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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