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마이너 필링스 - 이 감정들은 사소하지 않다 ㅣ 앳(at) 시리즈 1
캐시 박 홍 지음, 노시내 옮김 / 마티 / 2021년 8월
평점 :
이 책의 저자 캐시 박 홍은 한국계 미국인이다. 부모님은 모범 이민자로 미국에서 어느 정도 성공한 이민자였다.
캐시 박 홍은 대학교에서 미술, 시를 공부하였고, 여러 권의 시집을 출간했다. 미국에서 성공한 이민자의 딸이고, 본인도 미국에서 성공한 작가, 시인이였지만, 백인 위주로 돌아가는 미국에서 한국인, 아시아인으로 살면서 느낀 차별에 대한 이야기를 이 책에서 서술했다. 문학을 하는 사람으로서 그 분야에서의 차별이 좀 더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아시아계 미국인의 역사를 서술하면서 본인이 겪은 차별, 사회적으로 유명해진 사건들을 소개한다.
유대인의 자기혐오나 미국 흑인의 자기혐오에 관한 책은 얼마든지 있지만, 아시아인의 자기혐오에 관한 책은 별로 많지 않다. 인종적 자기혐오는 백인의 시선으로 자기를 바라보는 것이고, 이것은 나를 자신의 최악의 적으로 만든다. 유일한 방어책은 자기를 심하게 다그치는 것인데, 그러다 보면 이것이 강박적으로 되면서 거기서 위안을 찾게 되고, 결국 자신을 죽도록 구박하게 된다. 자신의 외모도, 말소리도 싫어진다. 아시아인의 얼굴은 마치 신이 형태를 잡다 말고 포기한 것처럼 또렷하지가 않다. 한 공간에 아시아인이 너무 많으면 짜증이 난다. (P.26)
직접 차별와 혐오를 겪지 않아도 미국에 살면서 자연스럽게 자기 자신을 혐오하게 된다는 사실이 다소 충격적이다. 자기 자신뿐만이 아니고, 자기 인종에 대한 혐오로 인해 아시아인이 아시아인을 더 구박하고, 못살게 굴 수 있다. 백인을 제외하고, 모두 차별을 겪는 흑인, 라틴인, 아시아인들끼리 더 무시한다는 사실을 LA 폭동에서 가장 큰 피해를 입은 것이 백인이 아니었다는 것만 보아도 알 수 있다. 비록 나는 백인은 아니지만, 백인과 근접하기 때문에 너희 다른 인종들과는 다르다는 생각이 어찌 보면 약함에도 불구하고, 강한 자에게 붙어서 약한 자를 괴롭히고, 왕따 시키는 애들의 심리와 같지 않을까
미국의 추한 과거는 이미 많이 알고 있다. 아메리카 원주민을 몰아내고, 많은 흑인 노예를 죽게 만들고, 자기들이 남의 땅을 훔쳤으면서 마치 주인처럼 백인 말고, 다른 인종들을 배척하는 이중적인 태도를 보였던 것이 미국인 들이다. 그런데, 이 책을 읽으면서 아시아인, 특히 중국인들이 당했던 피해와 모욕은 처음 알았다.
미국에 잔류한 중국인은 인종 청소에 회생되기 쉬운, 움직이는 표적이었다. 자경단이 중국인 가게에 폭탄을 장치하거나 그들이 머무는 막사에 총을 쏘거나, 불을 질러 집에서 탈출하게 만들었다. 미국 서부 해안에서는 중국인 이민자 수천 명이 자신들이 살던 동네에서 쫓겨났다. 1885년 워싱턴주 터코마에서는 백인들이 임신한 중국 여성의 집에 들이닥쳐 그 여성의 머리채를 잡고 집 밖으로 끌어내 같은 동네에 사는 중국인 이민자 300명과 함께 차가운 폭우가 쏟아지는 한밤중에 벌판에서 강제로 행군하게 했고, 그러는 동안 그들이 살던 집은 - 그들이 거기에서 살았다는 모든 증거와 함께 - 불타올랐다. 그들은 오갈 데도 없이 영원히 도주하는 삶을 살았다. 또한 1871년 중국이 몇 명이 백인 경찰관을 살해했다는 유언비어에 500명에 달하는 로스앤젤레스 사람들이 떼 지어 LA 차이나타운에 들이닥쳤다. 그들은 중국인 성인 남자와 소년 18명을 고문하고 목매달아 죽였다. 이는 미국 역사상 가장 대규모의 린치 사건이었다. 그들이 린치당한 거리는 당시 '검둥이들의 골목'으로 불렸다. (P. 41)
이런 역사를 가진 중국인들이 이제 신장 위구르 지역에서 비슷한 행동을 하고 있지 않을까 의심해 본다. 중국이 하는 말은 아무것도 믿을 수가 없기 때문이다.
캐시 박 홍이 코미디언이면서 예술가이자 혁명가로 생각하는 사람이 있다. 그의 이름은 리처드 프라이어이다. 그의 스탠드업 코미디는 상당히 유명했다고 한다. 리처드 프라이어가 1979년 캘리포니아 롱비치에서 공연한 라이브 인 콘서트 영상이 넷플릭스에 있다. 캐시 박 홍이 그에 대해 언급한 내용을 여기에 적기 보다는 넷플릭스에서 감상하기를 추천한다. 미국 정서를 잘 이해 못하는 부분이 있어서 어색하기도 했지만, 그가 인종 차별을 코미디로 익살스럽게 표현하는 부분은 흥미로웠다. 물론, 재미있기도 하다. 다만, 19금 내용이 다수 있으니 주의하기 바란다.
다음은 캐시 박 홍이 LA 폭동을 바라보는 견해이다.
나는 흑인, 갈색인보다 유리함을 누려온 집단의 일원이다. 예를 들어 아시아계 미국인은 레드라인(금융기관이 가난한 지역, 특히 흑인 밀집 지역에 경계선을 긋고 그곳 거주자에게 은행 융자나 보험 가입을 거부하는 차별 행위- 옮긴이)이라는 부당한 대접을 흑인만큼 심하게 받지 않았다. 애초에 한국인 이민자들이 은행 융자를 얻어 사우스센트럴 지역에 가게를 열 수 있었던 것도 그런 덕분이었다. 나는 그 한국인 이민자들이 미국 흑인과 백인의 싸움에 말려든 무고한 구경꾼이었던 척할 수가 없다. 그들은 흑인을 상대로 돈을 벌어 궁극적으로 사회적 지워를 상승시켜 - 우리 가족처럼 - 그곳을 떠나 백인들 사이에서 살기를 원했다. 하지만 당시의 폭동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다층적인 진실들 사이에서 균형을 잡는 것 또한 중요하다. 인종 간 주거 분리의 역사, 제조업 일자리의 외주화, 연방 공적부조 제고의 폐지 등도 LA 폭동으로 이어지는 기다란 도화선이 됐다. 그래서 언론이 흑인 분노의 원인으로 한국 상인들을 지목해 편리하게 희생양으로 삼는 것을 보고 나는 화가 났다. 한국 상인들도 간신히 가난을 모면하는 수준으로 살았다. (P.91)
책을 읽으면서 저자의 생각을 이해하고, 공감을 하고 있는 중에 아래 문장을 읽고 격한 감정을 느꼈다. 그동안 서양 백인들이 저질렀던 과거를 이렇게 명확하게 표현할 수 있다는 것, 그리고 이 표현을 알았다는 것이 기쁘다.
그 표현은 "백인 우월주의의 자본주의적 확장"이다.
가족이 콰테말라에서 왔던, 아프가니스탄에서 왔건, 한국에서 왔건, 1965년 이후의 이민지들이 공유하는 역사는 미국을 넘어서 각자의 출신국으로 확장된다. 그곳에서 우리의 동족들은 서구 제국주의, 전쟁, 그리고 미국이 세우거나 지원한 독재 정권에 의한 대량 살상을 겪었다. 미국의 일원이 되기 위해서 애쓰느라고 우리는 인생에서 제2의 기회를 선사받은양 황송해한다. 그러나 이민자들이 공유하는 뿌리는 이 나라가 우리에게 부여한 기회가 아니라, 백인 우월주의의 자본주의적 확장이 우리의 조국의 피를 빨아 부를 챙긴 방식이다. 우리가 이것을 잊어서는 안 된다. (P.126)
저자는 <딕테>라는 소설을 쓴 테레사 학경 차에 주목한다. 한국계 미국인이면서 시인, 소설가였던 그녀가 비극적인 종말을 맞이했지만, 많은 사람들에게 외면 받았던 사실을 알고, 그녀를 탐구, 조사하는 과정을 기록했다. 이 정도로 유명했던 그녀의 죽음을 왜 아무도 관심을 안 갖고, 묻었을 것인가에 대한 저자의 의구심은 한국계 미국인이라는 사실에 주목한다.
저자는 후반부에 일본이 진주만을 공격했을 때 미국 본토에서 거주하는 일본인을 수용소에 수감했던 사실을 언급하면서 일본계 미국인에 대한 차별과 억압을 언급한다. 또한, 베트남에서 한국군이 자행한 민간인 학살에 대해서도 언급한다.
미국에 사는 여러 인종들, 특히 아시아계 미국인에 대한 그들 스스로의 자기 혐오, 백인이 자행하는 무의식적 차별, 의식적 탄압 등에 대한 내용이 주제이기는 하지만, 일본인이 자행한 여러 악행에 대한 언급은 없다. 백인 우월주의의 자본주의적 확장처럼 일본 우월주의의 자본주의적 확장이 얼마나 많은 피해를 입혔고, 아직도 일본인들은 역사를 부정하고, 왜곡하고, 끊임없이 도발을 일삼는다는 사실 정도는 표현할 것이라는 생각을 했지만, 책이 끝날 때까지 아무 언급이 없다.
저자는 한국에 못 산다면서 높은 교육비, 흔한 성형수술, 젋은이들의 취직 어려움 등을 소개하면서 헬조선이라는 말을 인용한다. 물론, 한국의 문제는 많다. 하지만, 이 책이 출간된 2020년 당시에 한국에서 헬조선이라는 말을 썼는지, 그리고 한국의 방역, 문화, 경제적 성과 등에 대한 언급은 하나도 없는 것이 타당한지 의문이다.
반대로 이야기해 보자. 나는 미국에 못 산다. 허구한 날 총기 사건이 발생하고, 백신을 안 맞겠다고 길거리에서 패싸움하는 그런 동네에서 불안해서 못 살겠다. 하지만, 미국이 정말 못 살 동네인가? 미국의 좋은 점도 분명히 있다. 그런 내용을 언급 안하고, 마치 미국을 깡패라고 부르기만 하면 합당하지 않을 것이다.
결국, 저자 또한 한국인이라기 보다는 미국에 거주하는 많은 한국계 미국인일 수밖에 없고, 거기에서 마이너 필링스를 느끼면서도 한국에 동화되지 못하고, 그저 한 명의 미국인에 불과하다는 나만의 생각이다.
2021.10.02 Ex. Libris HJK
내 우울증은 가상의 틱 장애와 함께 시작되었다. - P1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