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자가에 대기업 다니는 김 부장 이야기 1 : 김 부장 편 서울 자가에 대기업 다니는 김 부장 이야기 1
송희구 지음 / 서삼독 / 2021년 8월
평점 :
구판절판


이 책을 읽으면서 가장 크게 느낀 감정은 남 일 같지 않다는 것이다. 그래서, 공감도 많이 가고, 걱정도 많이 되었다. 다만, 내 경험으로 비추어보아 현실과 동떨어진 부분도 있고, 과장된 면이 없지 않다.


회사마다 다르겠지만, 이 책에서 나오는 연차, 외제차, 커피 등의 상황은 내 주변에서 찾아보기 어렵다. 수시로 조직 문화 조사를 하고 만족도를 수치로 관리하기 때문에 직원들에게 이런 모습을 보였다가는 큰일이 난다. 

연차를 내는지 미리 알기도 어렵고, 주차장에는 각양 각색의 외제차가 있고, 가끔 커피를 마실 때 당연히 직원들을 위해 돈을 내야 한다. 정치 이야기는 절대 금물이지만, 주식, 부동산, 재테크 이야기는 환영받는다.  


부장이 되면 두 개의 갈림길이 있을 뿐이다. 임원이 되거나 나가거나. 물론 임원이 되었다고 해도 계약직이므로 매년 쫓겨날까 걱정을 안 할 수가 없다. 부장이라고 모두 보직장은 아니다. 보직장에서 내려오는 순간 또는 후배들이 같은 자리 또는 그 위로 올라가야 하는 순간에 결단을 내려야 한다. 

자의 또는 타의로 인해 회사를 나가는 사람들을 보면서 두 개의 생각이 든다. 나도 나갈 것을 생각해서 빨리 준비를 해야 한다는 생각과 나는 괜찮겠지, 나가야 해도 내년은 아니겠지라는 생각이다. 두 번째 생각은 정말 위험하지만, 대부분은 이렇게 생각할 것이다. 왜냐하면, 이것이 편하고, 자기 합리화를 할 수 있는 수단이기 때문이다. 내가 열심히 하면 괜찮을 거라는 순진한 생각은 이제 더 이상 통하지 않는다. 

물론, 보직을 내려와도, 관심을 안 받아도, 누군가 찾는 사람이 없어도 회사를 다닐 수 있다. 하지만, 결단코 힘든 길이다.


<50 이후, 더 재미있게 나이 드는 법> 책에서 50대가 되어 즐겁게 사는 방법으로 7가지를 나온다. 그중에 7번째가 인간 관계이다. 

생각해 보자. 회사 다니는 동안 친했던 사람이 회사를 그만두고 몇 개월 뒤에 갑자기 전화해서 만나자고 하면 어떤 생각이 들까? 모든 사람들이 그런 것은 아니겠지만, 많은 사람들이 만나는 것에 부담을 느낄 것이다. 왜일까? 특별히 할 이야기도 없고, 만나야 할 목적도 없고, 왠지 부탁을 받을 거 같다는 느낌이 들 것이다. 

회사 다니는 동안에 회사 동료와 친하게 지냈다고 공휴일에 마음 놓고, 전화해서 만날 수 있을까? 회사에서 친하다고 밖에서도 친하다는 법은 없다. 많은 사람들이 회사에서 만났으면 됐지 굳이 밖에서도 만날 필요가 있을지 생각하지 않을까? 회식하면서 술 마시고 어깨를 감싸며 친하다고 아무리 말해봤자 술자리 또는 회사에서만 해당되는 이야기가 아닐까? 회사는 이익을 추구하는 집단이다. 그리고, 경쟁을 유발해서 최고의 결과를 추구하는 집단일 뿐이다.


회사를 나가는 순간 많은 것이 달라진다. 이 사회는 회사에 다니는 직장인들에게 많은 혜택을 준다. 국가에 고마운 존재이기 때문이다. 정직하게 세금 내고, 별로 불만도 안 가지고, 사회 구성원으로서 역할을 충실히 수행하는 존재이다. 

하지만, 회사를 나가면, 건강보험, 국민연금 등부터 달라지고, 은행에서도 달라진다. 


이 책의 주인공, 김 부장은 회사를 나가고, 섣부른 판단으로 인해 실수를 한다. 가족 관계가 매우 안 좋아질 수 있는 상황에 놓이지만, 김 부장에게 가장 큰 자산이 있었으니 바로 가족이었다. 그의 와이프와 아들 같은 존재가 옆에 있다면 감히 행복하다고 말할 수 있다. 그리고, 한 명의 친구와 큰 형도 김 부장에게 엄청난 힘이 되는 존재이다. 


은퇴도 걱정이지만, 은퇴 후 가족과 잘 지낼 수 있을까도 걱정이다. 은퇴는 혼자 준비하는 것이 아니다. 가족 모두가 함께 현실을 직시하고, 준비해야 한다. 현실을 직시하면 그동안 외면하고 몰랐던 것들이 나타날 것이다. 불편한 현실이다. 예전처럼 살 수 없다는 현실을 자각하면 어디로 도망치고 싶다는 생각과 여건에 맞게 욕심을 버리고, 내려놓을 것은 내려놓고, 비울 것은 비워야 한다는 생각이 충돌할 수 있다. 하지만, 제일 처음 할 것은 불편한 현실을 자각하고, 내려놓고, 비우는 것이다. 그 다음에 어떻게 살 것인가를 미리 고민하고 생각한 대로 살아야 한다. 이게 순서가 바뀌면 잘못된 판단을 하거나 사기를 당하거나 망할 수도 있다. 


은퇴 후 서로에게 책임을 떠넘기는 것은 옳지 않다. 집안의 가장이니 은퇴를 해도 밖에 나가서 무슨 일이든 해서 돈 벌라고 하거나 이제까지 내가 돈 벌어다 줬으니 이제 네가 나가서 돈 벌라는 식의 접근이 좋지 않다. 은퇴 후 급속도로 나빠지는 가족 관계의 주된 원인이 아닐까 생각한다. 


은퇴 전에 내가 아무리 생각하고 미리 준비한다고 해도 은퇴 후 어떨게 될지는 모른다. 경험해 보지 않았으니 당연하다. 하지만, 이미 은퇴를 한 많은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 보면 도움이 되지 않을까? 그들의 생각, 그들의 환경, 처지 등을 나하고 비교해 보고, 나는 어떻게 살 것인가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 물론, 남들이 그렇게 했다고 나도 그렇게 될 거라는 보장은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불편한 현실에 대한 자각, 어떻게 살 것인가에 대한 고민은 중요하다.


이 책을 선택하고, 읽은 이유이다.  


2021.10.06 Ex. Libris HJK


김 부장은 모 대기업에 25년째 근무 중이다. - P13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6)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