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망 버리기 기술 - 엉망진창인 세상에서 흔들리지 않고 나아가는 힘
마크 맨슨 지음, 한재호 옮김 / 갤리온 / 201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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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경끄기의 기술'로 유명해진 마크 맨슨의 두 번째 책이다. 원제가 'Everything is F*ucked : A Book about Hope"이다. 저자는 더 나은 것을 희망하지 말라고 한다. 그리고, 그냥 더 나아지라고 한다. 대체 이게 뭔 말인가? 


인생에 대한 선택과 방향을 결정하는 뇌는 생각 뇌인가? 감정 뇌일까? 인간은 항상 생각과 감정이 서로 반목을 하고 있다고 한다. 일반적으로 객관적 사실을 바탕으로 지식을 만드는 뇌가 운전을 담당하고, 감정적으로 판단하는 뇌가 옆에서 계속 유혹을 할 거라고 생각했지만, 사실은 감정 뇌가 운전을 담당하고, 생각 뇌는 옆에서 조언을 줄 뿐 큰 힘이 안된다고 한다. 아무리 이성적인 사람이라도 사실 감정이 나의 행동을 제어한다는 말이다.


생각 뇌는 사건 사이에 수평적 관계(동일성, 대조, 원인과 결과 등)를 만드는 반면, 감정 뇌는 계층적 관계(좋음과 나쁨, 바람직함과 그렇지 않음, 도덕적 우월함과 월등감)를 만든다. 생각 뇌는 이것들이 어떻게 연관되는지를 생각하고, 감정 뇌는 어떤 것이 더 좋은지를 생각한다. 생각 뇌는 상황이 어떠한지를 결정하고, 감정 뇌는 상황이 어떠해야 햐는지를 결정한다. (P.86)


감정 뇌는 반증이 수두룩해도 현실을 왜곡해서 자신의 문제와 고통은 이 세상에서 특별하고 독특한 것이라고 믿게 한다.  인간이 이런 수준의 자아도취를 붙박이로 갖춰야 하는 이유는 자아도취가 불편한 진실을 막아 주는 최종 방어선이기 때문이다. 현실적으로 사람들은 형편없고 인생은 극도로 힘들며 예측할 수 없다. 대부분의 사람이 완전히 길을 잃지는 않더라도 인생을 대충 산다. 만약 자신이 우월하거나 열등하다는 거짓된 믿음, 뭔가 비범하다는 착각이 없다면, 우리는 제일 가까운 다리에서 줄지어 다이빙을 할 것이다. 이런 자아도취적 망상이 전혀 없다면, 자신의 특별함에 대한 지속적인 자기 기만이 없다면, 우리는 희망을 포기할 가능성이 크다. (P.94)


감정이 생각보다 엄청난 힘으로 나를 통제한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면, 감정을 통제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할 수 있지만, 그리 쉬운 것은 아니다. 생각보다 나는 대단한 존재가 아니고, 나를 존재시키는 것도 감정이기 때문에 감정을 무시할 수 없다. 감정은 상황에 따라 필요하다. 생존을 위해서도 필요하다. 내가 감정을 통제하는지, 감정이 나를 통제하는지 무엇이 먼저인지 혼란스럽다. 내가  느끼는 감정은 내가 아닌가? 명상을 통해 객관적으로 내가 느끼는 감정을 바라볼 수 있다고 하는데, 그러면, 내가 느끼는 감정을 객관적으로 바라보는 존재는 무엇인가? 내가 느낄 수 있는 존재는 내가 아닌가? 내 머리로 답을 찾을 수 없다. 


저자는 이 책에서 자신의 종교를 시작하는 6단계 프로그램을 알려준다. 누구나 종교를 만들 수 있다. 그리고, 이 종교를 부흥시키고, 권력과 돈을 얻을 수 있다. 왜냐하면, 인간은 종교에 쉽게 빠지는 존재이기 때문이다. 무엇을 믿어야지 살아갈 수 있다. 나는 교회도 안 다니고, 절도 안 다니고, 사원도 안 다니는데 무슨 말일까 생각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우리가 아는 종교는 영적 종교(기독교, 이슬람교, 불교 등)만 있는 것이 아니다. 민족주의, 공산주의, 자본주의, 사회주의 등의 이념 종교가 있고, 스포츠, 정치, 팬덤 등의 대인 관계 종교가 있다. 나는 신을 믿지 않는다고 아무리 외쳐봤자 이념 종교와 대인 관계 종교가 존재하기 때문에 산  속에 들어가 혼자 자급자족을 하지 않는 한 종교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다. 우리가 아무리 희망을 품어 보았자 결국 종교의 한 부분일 뿐이라고 말하고 싶은 것일까?


칸트가 말한 인간성 공식은 인간의 모든 바람직한 행위를 기술하는 단 하나의 규칙이다. 인간성 공식은 희망에 의존하지 않고, 종교적인 초자연적 믿음이 전혀 없다. 인간성 공식은 정직, 용기, 겸손 등이다. 도덕적 직관이다.


칸트는 세상을 개선할 유일한 논리적 방법은 자신을 개선하는 것이라고 판단했다. 그리고 그 방법은 성장하고 더 도적으로 되는 것, 즉 매순간 자신과 타인을 단순한 수단이 아니라 목적으로 대하겠다는 단순한 결정을 내리는 것이었다. 정직하라. 자신을 괴롭히거나 해치지 말라. 책임을 회피하거나 두려움에 무릎 끓지 말라. 솔직하고 두려움 없이 사랑하라. 종족적 충동이나 희망을 주는 속임수에 굴복하지 말라. 왜냐하면 미래에는 천국도 지옥도 없기 때문이다. 오직 매 순간 당신이 하는 선택만이 있다. (P.221)


저자는 행복에 대해서도 이야기한다. 행복 추구는 자멸적일 뿐만 아니라 불가능하다. 잘 산다는 건 고통을 피하는 게 아니라, 올바른 이유로 고통받는 걸 의미한다. 우리의 삶은 고통의 연속이고, 고통을 피하지 말고, 받아들이라는 말이 왠지 무슨 종교 강령같이 들리지만, 쉬운 예가 있다. 운동과 육체 노동을 통해 몸을 망가뜨리면 근육이 생기고, 골밀도가 높아지며, 혈액 순환이 잘되고, 엉덩이가 빵빵해진다. 하지만, 스트레스와 고통을 피하면 몸이 약해진다. 


고통은 삶의 보편 상수이므로 고통을 통해 성장할 기회는 삶 속에 늘 있다. 고통을 마비시키지 않으면, 고통으로부터 눈길을 돌리지만 않으면 된다. 고통을 맞이하고 그 안에서 가치와 의미를 찾아내기만 하면 된다. 고통은 모든 가치의 근원이다. 고통에 무감각해지면 세상에 존재하는 중요한 모든 것에 무감각해진다. 고통은 궁극적으로 우리가 가장 확고히 지키는 가치관과 믿음이 되는 도덕적 간극을 열어 준다. 어떤 목적을 위해 고통을 느끼는 능력을 부정하면 삶 속에서 목적을 느끼는 능력을 완전히 부정하게 된다. (P.269)


유일하게 진정한 형태의 자유, 유일하게 윤리적인 형태의 자유는 자기 제한을 거친 것이다. 이것은 삶에서 원하는 모든 것을 선택할 특권이 아니라, 오히려 삶에서 포기할 모든 것을 선택하는 것이다. 이것은 진정한 자유일 뿐만 아니라 유일한 자유다. 오락은 일시적이고 쾌락은 지속되지 않는다. 다양성은 그 의미를 상실한다. 하지만, 기꺼이 희생하려는 것, 기꺼이 포기하려는 것은 언제나 선택할 수 있는 자유다. (P. 292)


결론적으로 희망을 버리고, 행복을 추구하지 말고, 보편 타당한 인간성을 추구하며, 고통을 담대하게 받아들어서 자신을 발전시키고, 원하는 것을 할 생각보다는 기꺼이 포기하는 생각을 하면서 자유를 추구하라고 한다. 

희망은 꿈꾸기 어려우니 스트레스 없이 희망에 대한 부담감을 줄이는 방법이 궁금해서 이 책을 찾은 사람들은 실망할지도 모르겠다. 


많은 이야기가 담겨있지만, 어찌 보면 당연한 것을 설명하기 위해 먼 길을 돌아온 거 같다. 책장에 있는 엉망진창인 세상에서 흔들리지 않고 나아가는 힘이 바람직한 방향으로의 자기 제어와 다를 것이 없어 보인다. 저자는 휴대전화, 이메일, 인스타그램을 강박적으로 확인하지 말고, 좋아하지 않는 넷플릭스 시리즈를 정주행하지 말고, 즐겁지 않은 파티와 행사 초대는 거절하고, 남들에게 말하기 위한 여행을 하지 말라고 한다. 더 많이 경험하는 걸 목적으로 하는 강박적 행동을 탈피하라고 한다. 


복잡한 것을 다 잊고, 그냥 2가지 질문을 항상 나에게 해보면 어떨까 한다. 지금 이렇게 살아도 되는 걸까? 지금 하는 행동이 내 마음을 불편하게 하지 않는가? 더 쉽게 말하면, 양심에 어긋나는 행동을 하지 말자가 될 것이다. 


2019.12.20 Ex. Libris. HJK


굶주림과 질병으로 고통받던 시대에 등장한 과학 혁명은 세상을 바꿔 놓았다. - P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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롬멜전사록
리델 하트 엮음, 황규만 옮김 / 일조각 / 200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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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에릭 호퍼의 '부두에서 일하며, 사색하며'를 읽으면서 이 책을 알게 되었다. 에픽 호퍼는 평생을 길 위에서 일하며, 사색한 미국의 철학자이다. '부두에서 일하며, 사색하며'는 56세~57세 나이에 샌프란시스코 부두에서 일하며 쓴 일기를 모은 책이다. 이 책에서 에릭 호퍼가 며칠 동안 미칠 듯이 읽었다고 한 책이 바로 '롬멜전사록'이다. 철학자가 미칠 듯이 읽은 전쟁 관련 서적이 뭘까 궁금해하며 이 책을 구매했는데, 드디어 완독했다.


내가 가지고 있는 전쟁사 관련 책은 역사적 사실과 지은이의 생각을 어느 정도 넣은 내용이 대부분이다. 그런데, 이 책은 다르다. 

'롬멜전사록'은 롬멜이 직접 쓴 일기, 편지, 보고서 등을 쓴 것을 토대로 1940년 5월 13일부터 1944년 10월 14일까지 롬멜의 발자취를 조명한 책이다. 롬멜의 심리적 묘사가 뛰어나고, 가족에 대한 그리움, 부하 장병들에 대한 걱정, 전쟁에 대한 견해, 독일 국방군의 자부심 등을 잘 알 수 있다. 그 당시 독일 일선에서 고생하는 지휘관들과 독일 총통부의 대립과 갈등을 통해 왜 독일군이 북아프리카 전선, 노르망디 방어에서 패배할 수밖에 없었는지 자세히 알 수 있다. 


2차 세계대전에 유럽에 국한해서 가장 뛰어난 지휘관이 누구일까?

프랑스 침공 시 프랑스 스당을 돌파하여 뫼즈강을 건넌 제19기갑군단을 지휘한 구데리안을 생각할 수도 있고, 독일 전격전을 계획했던 만슈타인을 생각할 수도 있고, 몽골에서 일본군을 격파하고, 독일로부터 소련을 구한 주코프일 수도 있고, 북아프리카에서 롬멜을 상대로 싸운 몽고메리일 수도 있고, 프랑스를 수복하고, 독일로 진격한 패튼일 수도 있다. 


하지만, 나는 개인적으로 롬멜을 가장 뛰어난 지휘관으로 생각한다. 

그는 전장 일선에서 떠나지 않고, 항상 전략적인 사고방식으로 전투에 대응했다. 전투에 대한 성과뿐만이 아니고, 전투의 목표는 사람이 아니고, 군사적 능력을 제거하는 데 있다는 그의 사고 방식도 마음에 들었다. 그는 항상 항복을 먼저 유도했다. 전쟁 물자를 타격하여 전투를 포기하도록 하고, 항복한 군인들에게 인도적으로 대우했다. 엄청난 군인 피해가 발생할 수밖에 없는 참호전을 기피하면서 기갑사단과 차량화 보병사단으로 전선을 무너뜨려 후방을 타격해서 전투 의지를 무너뜨리는데 집중을 했다. 


북아프리카에서 영국, 인도, 뉴질랜드 연합군에 패배하고 있던 이탈리아군을 지원하기 위해 북아프리카에 온 롬멜은 연합군을 상대로 엄청난 승리를 거두며 이집트 엘 알라메인까지 진출을 한다. 후퇴를 할 때는 최소한의 피해로 진격할 때는 엄청난 속도를 바탕으로 중심부를 타격하는 전술로 연합군을 밀어붙었다. 하지만, 소련을 상대로 전선이 확대되면서 독일은 모든 전력을 소련으로 집중하고, 북아프리카는 지원이 약해지면서 북아프리카 전선은 어려워진다. 더구나, 이탈리아군이 소유한 장비의 질과 이탈리아군 수뇌부의 한심한 지휘 등도 문제였다. 결국 이집트를 관통하여 수에즈 운하를 점령하려는 롬멜의 도전은 실패한다. 


롬멜은 전투뿐만이 아니고, 전략적으로 전장을 바라보고, 해석하는 능력도 뛰어났다. 독일 제6군이 스탈린그라드에서 고생하고 있을 때 북아프리카 집단군을 지휘하던 롬멜은 수에즈를 통해 이집트로 들어오는 막대한 미국, 영국 군수 물자를 차단해서 지중해를 확보하고, 카스피해로 진출하여 바쿠를 점령하면 소련으로 지원되는 미국 군수 물자도 차단하고, 원유도 확보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그러므로, 북아프리카 전선의 중요성을 독일 총통부에 계속 설득했지만, 무능한 히틀러 때문에 결국 북아프리카에서 후퇴할 수밖에 없었다. 

역사에 만약은 없다. 하지만, 만약 롬멜의 생각대로 했다면, 어찌 되었을까? 물론, 롬멜은 연합군의 경제적 능력, 특히 미국의 엄청난 물량과 공군과 해군의 엄청난 전력 차이를 독일이 극복할 수 있을지 부정적이었지만, 롬멜의 생각이 그나마 가장 나은 안이 아니었을까 생각한다.


롬멜은 무조건 현 위치를 고수하라는 히틀러의 지시를 따르지 않고, 전략적으로 후퇴하여 최소한의 피해로 온전히 독일군을 튀니지로 후퇴시킨다. 롬멜은 이 병력을 그대로 유럽으로 후퇴시켜 향후 서유럽에 가해질 연합군 공격을 최대한 막고, 휴전을 해야지 독일 본토를 지킬 수 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는 히틀러의 미움을 받고, 아프리카 집단군 사령관에서 해임되고, 결국 튀니지에 있던 모든 병력은 연합군 포로가 되었다.

그는 프랑스 주둔 B집단군 사령관으로 노르망디 방어전을 지휘했다. 기갑사단을 해안 후방에 위치시켜 연합군이 교두보를 확보하지 못하도록 바로 반격하는 작전을 구상했지만, 이 또한 히틀러의 아둔한 생각으로 인해 무시했다. 결국, 후방에 위치한 기갑사단은 연합군 공군의 공격으로 이동이 지연되고, 이미 연합군이 교두보를 확보하여 막대한 병력을 투입한 상태에서 축차적으로 투입된 독일 기갑사단은 무너질 수밖에 없었다. 이로써 연합군에 의한 서부 전선이 만들어지면서 소련과의 전투로 고난을 겪고 있던 동부 전선도 영향을 받고, 독일의 몰락은 빠르게 다가왔다.


히틀러의 고집과 한심한 전략에 끊임없이 저항하던 롬멜은 가족을 지키기 위해 결국 독약을 마셔서 독일의 패망을 보지 못하고, 죽음을 맞이한다. 만약, 히틀러가 괴링, 괴벨스 같은 능력도 없는 아첨꾼들과 친위대에 둘러싸여서 한심한 망상을 하지 않고, 롬멜, 구데리안 같은 장군들의 생각을 받아들일 만큼 상식이 있었다면, 제2차 세계대전은 어떻게 전개되었을까? 유태인, 슬라인브인 등 수많은 사람을 학살했던 자들은 독일 육군이 아니었다고 한다. 독일 육군이 점령하고, 이동하면 점령한 지역에 SS 친위대가 들어와서 수많은 악행을 저질렀다. 

물론, 전쟁을 일으킨 독일이 잘 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히틀러를 국가 지도자로 뽑은 그들은 혹독한 보복을 당했다. 

롬멜은 순수한 군인이었다. 실전과 이론에 정통한, 최소한의 피해로 목표를 달성하려고 노력하는 그에게 많은 배울 점이 있다. 


전쟁도 역사의 한 부분이다. 역사는 반복되고, 전쟁도 반복된다. 

전쟁에서 승자가 되기 위해서 평상시에 준비를 해야 한다. 

우리나라는 현재 국방력 7위이고, 무기 수출국 12위이다. GDP 기준으로 세계 10위 안에 드는 경제 대국이기도 하다. 원자력 잠수함, 항공모함, 원자폭탄을 마음만 먹으면 자체 기술로 만들 수 있는 국가이다. 국방 예산도 세계 5위안에 드는 국가이다. 우리 주변에 러시아, 중국, 일본, 미국이 있다. 그들이 한 국가의 힘이 약할 때 그 국가에 어떻게 했는지 우리는 똑똑히 기억한다. 우리가 믿을 수 있는 것은 우리 자신밖에 없다.


2019.12.20 Ex. Libris HJK


1940년 5월 10일, 히틀러는 오래 전부터 자신이 원했던 서방 침략을 개시했다. - P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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뜻밖의 계절
임하운 지음 / 시공사 / 201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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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혀 기대하지 않고, 도서관 신간 코너에서 우연히 집어 든 책이다. 저자인 임하운도 들어본 적이 없다. 하지만, 재미있게 읽었다. 즐거운 내용은 아니지만, 우리의 편견이 얼마나 심각한지를 생각하게 만들었다. 

우리는 언제나 불편한 진실을 외면하려고 한다. 왜냐하면, 그렇게 해야지 조금이라도 마음이 편하기 때문이다.


일본 소설 '너의 췌장을 먹고 싶어'라는 책을 읽고, 소감을 남겼는데, 주제와 내용은 많이 다르지만, 이야기 전개나 표현 방식은 '뜻밖의 계절'이 더 낫다. 물론, 전문가적인 시각이 아니고, 어디까지나 개인적 견해일 뿐이다.


우리가 흔히 왕따라고 말하는 아이들이 있다. 우리는 흔히 그들을 무엇인가 이유가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성격이 이상하다는지, 사교적이지 않다는지, 이기적이라는지 등 많은 원인을 갖다 붙인다. 심지어 집안이 안 좋다는 말도 한다. 집안이 안 좋은 것이 그 아이 잘못도 아닌데, 그냥 원인을 찾기 위해 무엇인가를 찾아내려고 노력한다. 그리고, 자기가 왕따를 당하지 않기 위해 다른 이를 왕따시키거나 가담한다.


이 책에서 몇 명의 인물들이 자신들의 아픔을 간직한 채 오로지 살기 위해 나름대로의 대처를 한다. 책임을 회피하기 위해서, 누군가에게 위로받기 위해서, 누군가를 잊기 위해서, 이런 마음을 철저히 숨긴 채 이기적인 행동, 남을 괴롭히는 행동을 한다. 모르는 사람들이 보기에는 그들은 문제를 일으키는 골칫덩어리 존재일 뿐이다. 

그렇다면, 이런 골칫덩어리 존재들이 서로 고백하고, 서로의 상처를 알 수 있을까? 알면 어떻게 될까? 이 책을 끝까지 읽을 수밖에 없다.


제목이 왜 '뜻밖의 계절'인지 모르겠다. 나의 한계다. 


모두가 보편적인 상황을 만나, 보편적인 상황 속에서 살아갈 수는 없는 것이다. 누구는 부모에게 버려졌을 수도 있고, 누구는 부모를 잃었을 수도 있고, 누구는 부모의 잘못된 사랑에 상처받았을 수도 있다. 그런 그들에게 이상하다는 말을 하기 전에 한 번쯤은 생각했으면 좋겠다. 왜 그럴 수밖에 없었을까, 라고 어쩌면 그 한 번의 생각이 한 걸음이 되어 쓰러져가는 그들을 일으켜 세워줄 수도 있다. 죽어가던 내게 손을 내밀어준 사람들처럼. (P.276)


어제 MBC 뉴스를 보았다. 요즘 TV 뉴스는 MBC만 본다. 그나마 가장 개념이 있고, 객관적이다. 

먹을 것이 없어서 마트에서 생필품을 훔치던 아버지와 아들이 현장에서 들통났고, 경찰까지 출동을 했다. 마트 주인은 소리를 지를 것이고, 경찰은 체포해서 경찰서로 데려갈 것이고, 그걸 옆에서 보던 아들은 많은 상처를 받을 것이라는 예상이 충분히 가능했다. 이들에게 얼마나 많은 편견이 쏟아질 것인가?

하지만, 우리가 이 사회를 아직까지 희망이 있다고 생각할 수 있는 일련의 사건들이 벌어졌다. 온 국민에게 감동을 선사했던 그 모습을 여기에 남긴다.(왜 동영상 등록이 안되는지 모르겠다.)


https://youtu.be/ipfBjpbeXK4



2019.12.14 Ex. Libris. HJK


4교시가 끝날 때까지 나는 기절한 듯 잤다. - P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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핵을 들고 도망친 101세 노인 창문 넘어 도망친 100세 노인
요나스 요나손 지음, 임호경 옮김 / 열린책들 / 201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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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스트셀러 <창문 넘어 도망친 100세 노인>의 후속편이다. 주인공 알란이 100세일 때 창문을 넘었으니 이제 101세가 되어서 또다시 세상을 여행한다는 내용이다. 심지어 이번에는 세상을 구한다.


알란은 세상을 구하기 위해 북한 김정은이 확보한 우라늄을 탈취한다. 엄청난 행운의 소유자인 그가 이 세상에서 무엇을 못하겠는가? 우리가 잘 아는 북한의 이야기가 나와서 좀 그렇지만, 위트로 포장한 북한에 대한 비하 정도가 아주 심각하지는 않다. 딱 외국인이 생각할 수준이다. 김정은보다 미국 대통령 트럼프에 대한 무시가 훨씬 크고, 메르켈 총리를 매우 높게 평가한다. 그리고, 러시아 대통령 푸틴은 세상에 안 좋은 일을 뒤에서 계속 획책하는 모습으로 나온다. 그리고, 일본 아베 총리는 아예 언급도 없다. 뭐, 한국에 대한 이야기도 없으니 일본을 의도적으로 무시했다고 생각하기는 어렵다.


말이 나와서 말인데, 우리나라는 강하다. 경제 대국이고, 국방력도 2019년 기준으로 세계 7위라고 한다. 무기 수출도 많이 하고, 웬만한 무기는 모두 생산 가능한 국가이다. 외환 보유 금액도 많다. 아직도 우리를 발톱의 때만큼 여기는 일본이 정신 승리로 애써 객관적인 사실을 무시하지만, 그것도 오래가지 않을 것이다. 일본과 1인당 GDP도 거의 차이가 안 나고, 2023년 이전에 역전을 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테슬라에서 자사 전기차 배터리를 파나소닉에서 국산 LG로 바꾸었고, 폭스바겐에서 전기차 배터리 납품 회사로 선정한 5개 회사 중에 한국은 3개 회사가 포함되었다. 파나소닉은 여기에 포함이 안 되었다. 조선업은 고부가가치 선박인 LNG 선을 90프로 이상 수주해서 몇 개월째 세계 1위를 질주하고 있고, 박항서 감독이 이끄는 베트남 축구 대표팀은 국제 대회에서 우승을 했다. 아시아 넘버 원 손흥민은 유럽 무대에서 날아다니고 있다. 전 세계를 강타한 방탄소년단, 그리고 영화, 드라마 등 한류 문화의 힘은 엄청나다. 독일에서 진행한 어느 한 오디션에서는 방탄소년단 음악을 너무 좋아해서 한국어를 배워 한국어로 노래를 부르는 출연자도 있었다. 

 

우리나라가 문제가 없는 것은 아니다. 아직도 정치적인 후진성이 있고, 수구 기득권 세력의 반발, 검찰 개혁에 대한 저항, 토착 왜구 등의 문제들이 있다. 하지만, 우리는 극복할 수 있다. 이 조그만 나라에서 이때까지 버티면서 생존하고, 약 70년 만에 세계 최빈국에서 10위안에 드는 경제 대국으로 발돋음한 우리이다. 

기죽지 말고, 당당하게 우리의 길을 나아가기를 바란다. 


아. 책에 대해서 이야기하면, 만약 전작인 <창문 넘어 도망친 100세 노인>을 재미있게 읽었다면, 이 책도 재미있게 읽을 것이다. 뜻밖의 상황을 기상천외한 우연으로 극복하는 모습을 위트 있게 잘 표현한 책이다. 킬링 타임으로 적격이다. 하지만, <창문 넘어 도망친 100세 노인> 그 이상의 무언가를 기대한다면, 그건 아니다.


2019.12.14 Ex. Libris. HJK


여느 사람 같았으면 낙원과도 같은 섬에서 귀족같이 화려한 생활을 하는 데에 아주 만족했을 것이다. - P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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갱지 2020-01-14 08: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작을 읽고 영화까지 깔깔대며 봤던 터라, 제목만봐도 이마를 탁 치게 되네요:-)
 
공부할 권리 - 품위 있는 삶을 위한 인문학 선언
정여울 지음 / 민음사 / 201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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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요일 오전에 도서관 서고를 돌아다니는 취미를 가진 후 미처 알지 못했던 책을 우연히 접하는 기회가 많아졌다. 그럴 때마다 아직 세상에는 내가 알지 못하는 수많은 책이 있고, 역시 나의 존재는 미약하다는 것을 느낀다. 


이 책의 제목을 보고, 학부모들에게 팔기 위해 기획한 책이라고 생각했다. 그냥 지나칠까 했지만, 이 책이 꽂혀 있는 서고가 인문학 서고였다. 그리고, 같은 책이 4 권이나 있었다. 좀 더 자세히 보니 품위 있는 사람을 위한 인문학 선언이라는 부제가 있었다. 입시를 위한 공부가 아니고, 인문학 공부라는 생각, 4 권이나 있다는 것은 많은 사람들이 대출하기를 원했던 책인가라는 생각에 책을 집어 들었다. 

책을 넘기다 보니 중간에 그림과 좋은 문장들을 발췌해 놓은 것이 눈에 띄었다. 책 제목만 보고 발생한 나의 오해가 창피하다는 것을 느꼈다. 공부라는 문자가 주는 선입견이 무섭게 다가왔다.

이 책을 읽으면서 또 얼마나 많은 책을 보관함에 넣을까 생각하니 마음이 무거워졌다. 이 책에 인용한 많은 책들을 알라딘에서 검색하고, 보관함에 넣을 것이다. 읽지 못하고, 쌓여만 가는 보관함을 생각하면, 초조해진다. 보관함에는 일주일에 한 권씩 읽어도 몇 년 동안 읽어야 하는 책들이 있다. 


사실 독서를 공부라고 생각해 본 적은 없다. 공부라기보다는 그냥 일상에 도움을 주는 정도나 사소한 궁금증에서 독서를 한다고 생각했다. 공부라면, 왠지 시험을 봐야 하고, 자격증을 따야 하고, 누군가에게 공부한 정도를 객관적으로 증명할 수 있어야 하는 것으로 생각했다. 


저자가 생각하는 공부는 무엇일까? 한 권의 책이 모두 공부에 대해서 알려주고 있지만, 저자의 주관적인 생각이 담긴 공부를 하는 이유, 의미는 다음과 같다. 누군가 알아주지 않아도 조그만 방에서 혼자 과거, 현재, 미래를 넘나들면서 자신을 당당하게 만드는 것이 공부이고, 사회적 연대, 공동체 의식을 길러 나가는 것이 공부라고 한다.


아무리 괴로운 일이 있어도 '삷은 아직 더 살아야만 풀어지는 아름다운 신비'임을 깨닫게 한 것이 나에게는 공부였습니다. 어떤 제대로 된 직함도 없기에 남들 앞에서 내 소개를 하는 것이 꺼려지는 순간에도 마음 깊은 곳에는 믿는 구석이 있었지요. '나는 매일 하루도 빠짐없이 공부하는 사람이야. 그것만으로 당당할 수 있어'라고 생각할 줄 아는 용감한 나 자신이 있었습니다. 그것은 수많은 자아의 얼굴 중에서도 내가 가장 아끼고 지켜 주고 싶은 자아였습니다. (P.346)


저자는 지난 10년 동안 많은 책을 읽고, 시간표도 선생님도 없는 나만의 작은 마음의 학교에서 스스로 배우고 익힌 배움의 기술을 이 책에 담았다고 한다. 이 책을 읽으면서 많은 포스트잇을 붙였지만, 그중에서 몇 가지를 소개한다.


노예로 태어난 온갖 고난을 겪었지만 끝내 위대한 철학자가 된 에픽테토스는 [엥케이리디온]에서 '나에게 달린 것'과 '나에게 달려 있지 않은 것'을 구분하는 지혜를 강조합니다. 국적, 부모, 인종, 외모, 평판, 재산 같은 것들은 나에게 달려 있지 않은 것인데, 사람들은 이런 것들에 골몰하느라 진정 나에게 달려 있는 것에 마음 쏟을 기회를 잃어버린다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진실로 나에게 달려 있는 것들은 무엇일까요? 지혜, 신념, 우정, 용기, 희망처럼 아무도 방해할 수 없는 내면의 가치들입니다. (P.64)


왜 세상은 거짓된 사람들이 훨씬 자주, 그것도 화끈하게 승리하는 것처럼 보일까요? 왜 세상은 위험한 진실보다는 안전한 거짓의 편에 서라고 충동질하는 것일까요? 제우스는 자신에게 복종하는 인간을 원했고, 프로메테우스는 힘들더라도 제 머리로 생각하는 인간을 원했습니다. 제우스는 모든 독재자의 은유이며, 프로메테우스는 자유의지를 가지고 신에게조차 반항하며 묵묵히 진실을 위해 싸우는 혁명가의 은유가 아닐까요? (P.76)


오두막 한 채와 검은 빵, 물만으로 이루어진 소박한 삶에서 위대한 사상을 길어 올린 소로의 서릿발처럼 차가운 일갈이 귓가에 들리는 듯합니다. 옷장에 옷을 쌓아 놓고도 입고 나갈 옷이 없다고 투덜거리고, 냉장고에 음식을 잔뜩 쟁여 놓고도 먹을 게 없다고 칭얼대는 우리의 진짜 문제는 무엇일까요? 우리의 진짜 문제는 궁핍이 아니라 과잉입니다. 단 하루만이라도 텔레비전을 끄고, 인터넷을 멀리하고, 스마트폰을 집에 두고 나무가 울창한 숲길을 찾아 떠나 보면 어떨까요? 동네 뒷산도 좋고, 봄꽃 흐드러진 명산도 좋습니다. 그곳에 우리가 버려두고 온 가장 야생적인 자아가 있습니다. (P.93)


지금 살고 있는 집으로 이사온 지 7년이 지났다. 신도시였기 때문에 주변 모든 환경이 새롭게 조성되었다. 하지만, 우리 집이 있는 아파트 단지 앞에는 개천이 있고, 뒤에는 야산이 있다. 개천은 호수로 이어지고, 야산은 제법 높은 산으로 이어지고 있다. 주변 걷기를 시작한 지는 얼마 안 되었다는데, 걷다 보니 미처 알지 못했던 장소와 길들이 있다는 것을 알았다. 알지 못했던 길을 찾는 재미도 생겼다. 자동차로 정해진 길로만 7년 동안 다녔다는 생각 때문에 걸으면서 찾아낸 새로운 길들이 너무 반가웠다. 걷기에 대한 또 다른 즐거움이 아닐까?


[타인의 고통](이재원 옮김)에서 손택은 매스미디어가 전시하는 천편일률적인 고통의 이미지에 길들어 버린 현대인의 무딘 감수성을 공격합니다. 현대인들은 '전쟁' 하면 블록버스터 영화의 전투 신을 떠올리고, 기아 하면 에티오피아의 배고픈 아이들을 떠올립니다. 자기의 고통은 육체로 직접 느끼면서 타인의 고통은 미디어를 통해 간접적으로 느끼는 시대를 우리는 살고 있지요. 타인의 고통을 자신의 마음으로 느끼는 공감의 기술을 잃어버린 현대인은 영화를 볼 때는 눈물을 아끼지 않으면서 정작 살아 있는 옆 사람의 고통에는 무감각해져 갑니다. (P.133)


이 책을 읽으면서 우연히 <해바라기> 영화를 보았다. 스트리밍 서비스 왓차를 통해 고전물을 많이 볼 수 있는데, 넷플릭스와 다른 왓차만의 장점이 아닐까 생각한다. 이 영화에서 한 장면이 생각난다. 길거리에서 폭력을 가하는 한 남자를 약간 떨어진 경찰차에 타고 있는 두 명의 경찰이 보고 있었다. 남자를 막기 위해 가야 한다는 경찰에게 다른 경찰은 신고가 들어왔냐고 물어본다. 신고는 없었다는 말을 들은 경찰은 밥 먹을 시간이니 빨리 이곳에서 벗어나자고 한다. 한 남자의 폭력을 보고, 근처의 사람들은 아무도 말리지 않고, 아무도 신고하지 않고, 신고가 없으면, 밥이나 먹으러 가는 경찰의 모습이 우리의 자화상이 아닐까? 서글픈 현실이 아닐 수 없다.


소비를 하지 않고서는 하루도 살 수 없게 되어 버린 현대화된 가난이야말로 또 하나의 더 큰 결핍, '꿈꿀 수 없는 젊음'을 낳는 주범입니다. 남녀노소를 가리지 않고 사람들은 진정한 꿈을 꾸는 데 인색해져 버렸습니다. 이반 일리치는 [누가 나를 쓸모없게 만드는가](허택 옮김)에서 매일매일 '어떻게 돈을 벌고, 어떻게 돈을 쓸 것인가'를 선택하느라 빼앗겨 버린 우리의 진정한 힘이 무엇인지를 성찰하게 만듭니다. "우리는 자기 안의 재능을 볼 수 있는 눈을 잃었고, 그 재능을 발휘하도록 환경조건을 조절할 힘을 빼앗겼고, 외부의 도전과 내부의 불안을 이겨 낼 자신감을 상실했다." (P.208)


프로이트의 정신분석이 꿈에서 나오는 여러 인물이나 기호들이 '무엇'을 상징하는지 이해하는데 도움을 준다면, 그 꿈이 '왜, 어떻게' 나 자신의 운명과 상처를 반영하는지, 앞으로 어떻게 그 상처를 치유해야하는지 도움을 주는 것은 융의 분석심리학입니다. (P.246)


프로이트, 융, 그리고 아들러의 심리학을 공부해 보고 싶은 마음은 있지만, 계속 미루고 있다. 섣불리 접근할 수 없는 영역으로 생각하면서 애써 외면을 한다. 무의식의 세계에 대한 이해를 통해 나를 좀 더 잘 이해할 수 있지 않을까? 2020년에 꼭 해보고 싶다.


나만 생각하다가는 남은 물론 나 자신까지도 무너지게 되어 있습니다. 우울증으로 힘들어 하는 사람에게 아들러는 이런 처방을 내립니다. "14일 만에 좋아질 수 있는 간단한 방법이 있습니다. 한 사람을 정해서 매일 그 사람을 어떻게 기쁘게 할 것인지 생각해 보십이오" 이기심은 자아를 향해 과도하게 집중된 리비도입니다. 내 주변 사람들을 살펴보고 '어떻게 하면 그 사람을 행복하게 만들까'를 생각하는 것이 사랑의 시작이고 성장의 시작이며, 뜻하지 않게 자기 안의 우울감을 극복할 수 있는 최고의 비결이 되기도 합니다. (P.266)


저에게는 공부가 가장 소중한 마음챙김의 기술이었습니다. 자격증이나 점수를 따기 위한 공부가 아니라 문학과 철학과 역사를 공부하는 것이 미치게 좋았습니다. 문학과 철학과 역사를 공부할수록 치유 불능의 열등생이 되는 기분이었습니다. 그런데 그 열등감마저 좋았습니다. 병적인 즐거움이었지요. 인문학 공부의 무서운 맨얼굴은 파고들수록 '넌 지독한 무식쟁이야!'라는 것을 기쁘게 깨닫게 해 준다는 것입니다. 내가 무지함을 깨달을수록 신이 났습니다. 내가 무엇을 아는지를 깨닫는 것이 아니라 내가 무엇을 모르면서 아는 척하며 살아왔는지를 깨닫는 순간 진짜 배움이 시작되었습니다. 신화와 예술과 정치에 관한 모든 공부가 신명났지요. (P.345)


공부가 마음챙김의 기술이라니 멋진 생각이다. 사실 내가 독서하는 가장 큰 이유는 호기심이다. 사회과학, 역사 분야를 좋아한다. 물론, 심리학이나 철학, 자연과학으로 가면 훨씬 더 많은 호기심이 생길 것이다. 

사람의 습관은 어떻게 만들어지나? 몰입의 조건은 무엇일까? 1만 시간을 투자하면, 최고가 될 수 있는가? 

2차대전 때 독일은 어떻게 프랑스를 몇 주 만에 점령할 수 있었을까? 춘추시대 때 제나라는 어떻게 강대국이 되었을까? 왜 십자군을 창설해서 예루살렘으로 쳐들어가서 그렇게 나쁜 짓을 했을까? 유럽, 중동, 아프리카를 포함하는 엄청난 영토를 자랑하던 로마는 왜 무너졌을까? 나폴레옹과 히틀러는 왜 러시아를 침공해서 모스크바를 점령하러 했을까? 호모 사피엔스는 왜 지구를 지배하게 되었을까? 농업이 시작되면서 인류는 어떻게 변화되었나? 


호기심이 왕성해서 책을 읽는 것은 아니고, 책을 읽다 보니 호기심이 생기는 거 같다. 일단, 책을 읽자. 나머지는 책이 해결해 줄 것이다. 


2019.12. 8 Ex. Libris. HJK

 

제게 공부란 ‘과거와 현재의 문제를 깨닫고 미래의 삶을 설계하는 것‘입니다. - P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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