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 진행 중인 나만의 미니멀 라이프. 사실 미니멀 라이프로 부르기 창피하다. 현재 진행 중이고, 지금까지는 심플 라이프 정도 될까? 어느 수준에서 멈출지는 모르지만, 나중에 포기하고 싶을 때 각오를 새롭게 하기 위해 글로 남기고 싶다. 

오늘 이야기하고 싶은 것은 가장 먼저 했던 책장 정리이다.




위 사진을 보면, 레고 장식장이 책장보다 많이 앞으로 나와 있기 때문에 방을 더 좁고, 어수선하게 보이게 만들었다. 레고 장식장을 반대편 구석에 넣어서 방에 들어올 때의 시야를 막지 않도록 생각했는데, 반대편 구석 자리에 책상이 있어서 레고 장식장과 책상을 바꾸기 위해 책장 하나를 없앨 필요가 있었다.

책장 하나에 꽂혀 있는 책들을 처리해야 책장을 없앨 수 있는데, 책들을 다른 곳으로 이동하면 결국 방이 심플해지지 않을 것이라 생각해서 책과 책장을 모두 없애기로 했다. 


처음에 한 것은 책 선별 작업이었다. 4가지 기준을 세웠다.


1. 소장할 것

2. 누군가에게 줄 것

3. 알라딘에 중고로 팔 것

4. 버릴 것


계속 내 방에 두고, 나중에 다시 읽거나 펼쳐 볼 마음이 생길만한 책은 남겨놓는 책장에 정리했다. 

소장까지는 아니지만, 다른 곳에 두었다가 나중에 내가 가져올 수 있는 책을 선별해서 회사로 가져갔다. 내 자리 뒤에 작은 책꽂이를 두어서 가져온 책을 넣어 놓고, 부서원들에게 편하게 가져다 읽으라고 공지를 했다. 사내 부서 게시판에 빌린 날짜만 적어 놓기로 했다. 퇴사할 때나 다시 읽고 싶을 때 집으로 가져올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런 일이 일어날 확률은 극히 작지 않을까? 약 30권 정도를 이렇게 처리했다.

알라딘에 중고로 팔았다. 아파트 단지 내 있는 편의점 택배를 활용해서 편리했다. 판매 가격은 형편없지만, 그래도 알라딘 캐시로 받아서 나중에 책을 살 때 도움이 될 것이라 생각했다. 약 30권 정도를 팔았다. 

알라딘에 팔리지도 않고, 한 번 읽었는데, 다시 읽을 생각이 안 드는 책, 마음에 안 드는 사람이 쓴 책, 자기 계발서인데, 시대에 뒤떨어지는 책들은 모두 아파트 분리수거장에 버렸다. 다시 찾지 않을까 고민도 했지만, 일단 버리고 나니 마음이 편했다. 지금은 무슨 책을 버렸는지 기억도 안 난다. 


전쟁사, 로마 역사서, 좋아하는 작가인 유발 하라리, 유시민의 책은 계속 가지고 있을 생각이다. 

미니멀 라이프를 하기 위해서 모든 종이책을 버리고, 전자책으로 독서하는 방법이 있겠지만, 나에게는 맞지 않다고 생각했다. 왜냐하면, 아직까지 종이책의 촉감, 냄새, 손으로 만져지는 부피감이 좋기 때문이다. 책 내용이 중요하지 무슨 말이냐고 물어보면, 솔직하게 대답할 말이 없다. 하지만, 전자책으로 읽어본 적도 있지만, 도저히 계속해서 읽을 수가 없었다. 책이라는 생각이 전혀 들지 않았다. 내가 이상할 수도 있지만, 어차피 나만의 미니멀라이프이니 어느 정도 맞추어도 괜찮지 않을까 생각한다.


책을 정리할 때 가장 큰 문제는 아직 읽지 않은 책인데, 왠지 손이 안 가는 책이다. 아직 읽지도 않았는데, 알라딘 중고로 팔거나 그냥 버리기에도 애매해서 아직 보관하고 있다. 일단, 시간을 두고, 천천히 읽어볼 생각인데, 약 50권이 넘는다는 것이 문제이다. 

최신 소설은 동네 도서관이나 회사 도서관에서 얼마든지 빌릴 수 있기 때문에 도서관에서 빌린 책, 안 읽은 책, 알라딘 보관함에 있는 책들이 서로 경쟁적으로 나의 선택을 기다리고 있다. 


구매하고, 바로 읽은 후에 소장, 매각, 버리기를 판단한 후 실천을 해야 하는데, 왜 책을 구매한 후 어루만지면서 기뻐하고 책장에 꽂은 후에 안 읽는 것일까? 사람은 익숙함에 적응을 하는 존재이기 때문에 일단 마음에 드는 곳을 손에 넣는 순간 얼마 지나지 않아서 더 이상 내 손에 들어온 것을 찾지 않는다고 한다. 책도 마찬가지일까? 그냥 남에게 나 이런 책을 읽고 있어. 내가 이런 책도 샀지를 알려주기 위해 책을 사는 것일까? 


정말 마음에 드는 책만 소장하기 위해 독서를 더욱 열심히 해야 하겠다. 


2020.3.1 Ex. Libris. HJ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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