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우 이야기 - 프랑스인들이 사랑하는
피엘 드 생끄르 외 지음, 민희식 옮김 / 문학판 / 2018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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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프랑스인들이 사랑하는 여우이야기-이솝우화보다 더 재미있는 여우 우화들


 


한국에는 호랑이와 자라를 놀리는 영악한 토끼가 있다면 프랑스에는 늑대와 인간을 속이는 지혜로운 여우가 있다고 한다. <여우 이야기>는 오랜 세월동안 프랑스인들의 사랑을 받았으며 많은 부모들이 아이에게 읽어주는 유명한 우화라고 한다. 인간 사회를 동물들에 빗대 풍자했으며 유머와 함께 여우의 지혜를 느낄 수 있는 책이다. 재미있는 것은 프랑스에서 여우를 지칭하는 이름 '르나르'였다. 게르만어 ragin(충고)dhk hart(강한)의 합성어에서 생긴 말로, 지혜로운 자 또는 유력한 충고자의 뜻을 가지고 있다고 한다.(영어를 계속 공부하고 프랑스어 기초를 시작할까 생각하면서 어원에 좀 더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



이 책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부분은 바로 프롤로그이다. 프롤로그 전부를 여기에 옮겨놓고 싶을 만큼 인상적이었다. 아담과 이브가 뱀의 꼬임에 넘어가 금단의 사과를 먹고 낙원에서 추방된 이후의 이야기였다. 신은 먹을 것이 없어 굶주리고 있는 아담과 이브를 불쌍히 여겨 다시 인간 노인의 모습으로 둘의 앞에 모습을 나타낸다. 그는 지팡이를 아담에게 주면서 이브는 절대 지팡이를 손 대서는 안 된다고 말한다. 이브는 세상의 모든 여자를 대표하는 자로서 교활한 뱀의 속임수에 넘어가 금단의 사과를 먹자고 유혹한 어마어마한 죄를 지은 여인이었기 때문으로 추측한다. 아담이 물을 휘젓자 그들에게 가장 필요했던 가축 양이 나오지만 이브가 물을 휘젓자(아담은 이브가 설득하자 금방 넘어간다.) 늑대가 나타나 양에게 달라들었다. 아담이 깜짝 놀라 지팡이를 빼앗아 바닷물을 휘젓자 개가 나오고 이 충직한 개는 늑대를 내쫓는다. 하지만 여기에서 끝나면 재미가 없지, 마지막으로 아담이 잠이 든 틈을 노려 이브가 지팡이를 휘젓자 여우가 나타났다고 한다. 이후로도 아담은 암소, 거위, 닭 등과 같은 동물들을 나타나게 만들었는데 고양이는 이브가 꺼냈는지 아담이 꺼냈는지 알 수 없다고 한다. 내 생각엔, 왠지 이브가 고양이를 꺼냈을 것 같다.


이렇게 탄생한 여우는 현대에 이르러서도 많은 사람들에게 귀여움을 받는 존재이자 골칫거리이기도 하면서 이렇게 재미있는 우화의 주인공이 되었다.

 



   
 

모든 것을 원하는 자는 모든 것을 다 잃는다.


-늑대처럼-

 
   

 

한국의 토끼는 열심히 산중의 왕인 호랑이와 용왕의 충실한 신하 자라를 속였지만, 프랑스의 여우의 주 라이벌은 늑대와 인간들이다. 먹을 것이 없는지 프랑스의 여우는 대체로 굼주린 상태인데 때로는 자신에게 호감을 가진 늑대를 등쳐먹기도 하고 인간을 속여서 먹을 것을 훔치기도 한다. 늑대 이장그랭이 바로 여우에게 항상 당하는 주인공이다. 톰과 제리에서 '톰'의 역할과 매우 흡사하다. 둘은 가끔 협력을 하기도 하는데 여우가 꿍꿍이가 있어서 늑대를 고의로 속였을 때이다. 가끔 진짜 협력을 할 때도 있는데 그런 이상적인 상황은 항상 늑대의 과도한 욕심으로 마무리된다. 굶주린 채로 수도원의 작은 구멍을 통해 숨어들었다가 여우는 먹이를 조절해서 잘 빠져나오는데 절제 없이 잔뜩 먹은 늑대는 배가 걸려 빠져나오지 못하고 인간들에게 두들겨 맞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재미있는 것은 한국과 프랑스는 굉장히 멀리 떨어져 있는 나라인데도 비슷한 화소가 많다는 것이다. 대표적으로 여우가 늑대를 속여 한 겨울에 물고기를 잡을 수 있다며 얼음 구멍으로 꼬리를 넣게 만드는 장면인데, 토끼가 자신을 잡아먹으려던 호랑이를 혼내주는 방법과 몹시 유사하다. 늑대가 잡은 먹이를 홀랑 독차지하자 여우가 날아다니던 독수리를 시켜 먹이를 빼앗게 한 이야기도 전래동화에서 들어본 듯한 내용이다. 물론 문화가 다른만큼 차이점도 있는데, 가장 인상깊었던 것은 수도원과 사제들이 등장하는 이야기가 많다는 것이다. 심지어 여우가 햄을 훔쳐 사제들만 먹을 수 있는 음식이라고 하자 늑대가 사제가 되려고 시도하는 점이나, 수도원에 먹이를 훔치러 가서 술에 취한 늑대가 머리를 깎고 사제복을 훔쳐 입는 장면도 있다.


닭, 오리, 거위 등 소중한 가축들을 훔쳐가는 여우는 인간들의 골칫거리였을 것이다. 그래서 인간들은 여우를 경계하거나 또는 잡아서 가죽을 벗겨 팔아버리려고 하고 여우는 맛있는 것들을 잔뜩 저장해둔 채 먹이를 나눠주지 않으며 호시탐탐 자신의 목숨을 노리는 인간들을 증오한다. 이야기를 읽다 보면 인간의 편이 아니라 오히려 교활한 좀도둑인 여우의 입장에 서게 되는데, 어찌나 인간들을 잘 속여넘기는지 감탄할 정도이다. 죽은 척을 해서 인간들의 마차에 올라타 먹이를 잔뜩 훔쳐먹는다든가 여우의 가죽을 노리는 농부를 속여 햄을 훔쳐가는 경우가 많은데, 이런 우화가 많은 이유는 지상의 모든 자원들을 자신들의 것이라고 생각하고 마구 사용하고 남용하는 인간들 스스로를 돌아보라는 의미인 것 같다.


오늘 밤에는 익숙한 이솝우화가 아니라 훨씬 재미있고 기발한 이야기가 잔뜩 있는, 프랑스의 <여우 이야기>를 아이들에게 읽어주는 것도 좋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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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it my face, 23가지 컨셉 메이크업북
박상은 지음 / 책밥 / 201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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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fit my face 23가지 컨셉 메이크업 북-예쁜 화장 노하우 배우기



나는 약간 자기 주장이 약한 코와 입을 가진, 밋밋한 얼굴형이라 화장을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분위기나 얼굴 느낌이 많이 바뀌는 편이다. 성인이 되고나서 그 점을 깨달은 후에는 나름 갖가지 방법으로 화장을 해 보려고 했는데, 아무래도 별 스킬이 없다 보니 특별한 화장, 또는 다른 분위기의 화장을 하겠다고 마음먹어도 어느새 평소 하는 익숙한 화장이 되어 있다. 전문가가 하는 시연을 보긴 했는데, 막상 저 화장법이 내 얼굴에 맞는지도 의문이고 메이크업 전문가에게 메이크업을 받았을 때에도 마음에 드는 화장이 되는가 하면 그렇지 않을 때도 있었다. 결국 내 얼굴인만큼 최대한 내 나름대로 이런저런 시도를 해 보면서 가장 예쁜 메이크업을 찾는 게 좋다는 결론을 내렸다.

'


뷰티 산업이 굉장히 발달한 한국, 갖가지 화장품을 쉽게 손에 넣을 수 있다는 점은 좋지만 때로는 너무 많은 화장품의 홍수에 휩쓸리는 느낌이다. 화장에 전문적 지식이 별로 없는 사람에게는 화장 도구를 고르는 것부터 난관의 시작이다. 화장하기 직전에 기초 제품을 너무 촉촉하게 발라 화장이 밀리기도 하고, 어떤 소도구를 써야할지 몰라 처음엔 주로 손과 손가락을 사용하다가 갖가지 스펀지, 아이 브러쉬 등까지 범위를 넓혔다. 그러나 여전히 화장도구를 어떻게 써야할지, 어떤 제품들을 구비해야할지는 최대 난관이다.


<Fit my face 23가지 컨셉 메이크업 북>은 바로 이런 화장 초보자들, 특별한 화장과 분위기 있어 보이는 화장 등 여러 컨셉으로 화장을 시도하고 싶은 사람들에게 좋은 가이드북이다. 셀프 피부 진단 방법부터 시작하여 클렌징 제품, 기초제품, 메이크업 도구와 브러시 등부터 시작하여 컨셉 메이크업까지 차근차근 설명하고 있다. 평소에 클렌징 크림과 클렌징 오일을 섞어서 사용하고 있었는데, 클렌징 오일이 트러블성 피부만 아니라면 일반적으로 가장 추천하는 제품이라는 것도 처음 알았다.

(개인적으로 클렌징 제품에 정착하지 못하고 이런저런 클렌징 오일을 써 보다가 최근에 DHC클렌징 오일의 상품평이 좋아서 처음으로 구매하여 써보게 되었는데 그 동안 써 왔던 클렌징 오일보다 훨씬 피부에 잘 맞아서 놀랐다. 진짜 올리브유가 많이 들어갔다고 하는데, 피부에 발라보고 세안을 하고나면 확실히 느낌이 다르다. 혹시 클렌징 유목민이고 한번도 DHC클렌징 오일을 써 본적이 없다면, 시도해보는 것을 추천한다.-뷰티블로거도 아니고 광고 아닙니다, 제 돈 주고 사서 써 봤어요.)


메이크업 브러시를 종류별로 언제 어떻게 사용하는지 나와 있어서 좋았는데, 원래는 아이 메이크업 할 때와 볼터치를 할 때만 브러쉬를 쓰고 있었다. 최근에 전문 메이크업을 받아볼 기회가 생기면서 각종 브러쉬 도구에 관심이 생겼는데, 이 책을 참고하여 이번 올리브영 세일 때 여러 종류의 브러쉬를 구매하였다. 그 외에도 급한 아침 메이크업을 위한 스피디한 피부 워밍업 방법, 윤기 나는 피부 표현을 할 때 쓰는 스트로빙 메이크업, 물광 메이크업, 보송한 피부 표현법 등 기초 피부 표현 방법이 종류 별로 나와 있다. 개인적으로 입술선이 희미하고 입술이 얇은 편이라 입술 메이크업이 난관이었는데 입술 선을 예쁘게 그리는 방법도 나와 있어서 참고할 수 있었다.


<Fit my face 23가지 컨셉 메이크업 북>에 나오는 메이크업 종류는 코랄 빛 여배우 메이크업, 아이돌 메이크업, 가을 메이크업, 핑크 메이크업, 여성스러운 느낌의 붉은 음영 메이크업, 청순가련 메이크업, 상견례 메이크업, 섹시 화보 메이크업, 비글미 메이크업 등등이다. 사실 우리가 시도해 보고싶은 메이크업 컨셉의 대부분이 나와 있다.


 


모든 메이크업 컨셉은 한 페이지를 차지하는 커다란 메이크업 완성 사진과 함께, 기초부터 어떻게 준비해야 하는지 차근차근 순서대로 나와 있다. 색조는 어떤 느낌, 어떤 발색이 나는 것들을 써야하는지 명확하게 하기 위해 색깔이 따로 나와 있다. 가장 관심있게 본 것은 현재 당장이라도 쓸수 있는 "분위기 있는 가을 메이크업"이다. 단풍 물을 들인 듯 전체적으로 핑크핑크한 느낌으로 예쁘고 어딘가 고혹적인 느낌을 준다. 아이라인보다는 섀도 음영에 집중한 아이 메이크업이 특징이고 속눈썹을 풍성하게 표현하는 것이 좋다고 한다. 개인적으론 립 색도 아이메이크업과 굉장히 잘 어울려서 어떤 제품을 썼는지 궁금했는데 그 부분은 나와 있지 않았다. 어떤 제품을 어떻게 쓰는지 구체적인 명칭이 있으면 더욱 좋을 것 같은데, 아마 책에다 제품 명칭을 쓰려면 제약이 있지 않나 싶다.


당장 이 모든 메이크업 컨셉이 필요한 것은 아니기 때문에 책과 유튜브를 참고하여 하나씩 시도해볼까 한다. 아마 가장 먼저 해 보는 화장은 역시 "분위기 있는 가을 메이크업"일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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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어 (무삭제 완역본) 현대지성 클래식 23
공자 지음, 소준섭 옮김 / 현대지성 / 201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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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논어-동양 최고의 인문고전, 공자의 논어




논어 하면 가장 먼저 생각나는 것은 '공자'와 '학이시습지 불역열호'라는 문구이다. 이 문구를 처음 접한 것은 중학교 한자시간, 아마 어릴 때부터 한자를 배운 사람이라면 더 일찍 이 말을 접했을 것이다. 기본 한자를 익히고, 한자로 된 문장을 어떻게 해석하는지 배운 후 가장 처음 나온 문장이었다. "배우고 때때로 익히면 그것 또한 즐겁지 않겠는가"라는 의미라고 배웠는데 한자 선생님은 이것을 해석하면서, 무언가를 배웠으면 열심히 연습하여 완전히 자기 것으로 만드는 것이 중요하며 특히 한자 공부를 할 때 중요하다고 말씀하셨다. 당시에는 뭔가 새로운 걸 배우고 나면 자기 것으로 만들기 위해서는 당연히 복습을 해야하는 것 아닌가, 왜 당연한 말을 이렇게 성현의 말씀이라고 배우고 지나가는지 이해가 가지 않았다. 그러나 다시 성인이 되어서 이 문구를 접했을 때는 '익힐 습'이 실천의 의미를 강하게 담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글로 뭔가를 배우는 것보다 배운 것을 실제 행동으로 옮기는 것이 훨씬 어렵다는 것을 깨닫고 이 문구를 볼 때마다 고개를 끄덕인다.

 


언제부터인가 다시 고전읽기 붐이 불기 시작하였다. 특히 그동안 서구문명을 받아들이면서 간과되어 왔던 동양사상에 대해 다시 생각하기 시작하였고, 빌 게이츠를 포함한 외국의 많은 유명인들까지 <논어>를 꼭 읽어야 할 책으로 꼽는다. 시중에는 다양한 <논어> 책들이 나와 있는데 이번에 현대 지성 클래식 시리즈 중 하나로 나온 <논어>는 공자의 교육 원칙을 고려하여 해석하려고 노력했으며 현대의 용법을 고려하여 해석했다. 당시 시대적 배경을 이해하고 공자 사상의 원칙과 기본을 결합시켜 맥락을 잡는데 중점을 두었기 때문에 현대인들이 <논어>를 읽고 자신의 삶에 적용시키기 더욱 적합한 것 같다.


내가 가장 좋아하는 것은 논어의 1편인 학이 부분이다. 아무래도 계속 공부를 하고 있고 앞으로도 많은 공부를 하고 싶은 나에게는 1편에서 도움이 되는 문구가 많다. 공자는 학문과 자기 수양에 중점을 두었으며, 우리가 유교에 대해 알고 있는 것과 다르게 이론 못지 않게 실천을 중요시 여겼다는 것을 이 책의 해설을 보면 상세히 알 수 있다.


현대 지성의 <논어>는 맨 앞에 한자 문장에 음을 달아 두었으며 그것을 한글로 간단히 해설해 두었다. 이제까지 내가 본 한글 번역과는 다른 '단어'를 쓴 것이 꽤 보였는데 이는 현대 사상, 현대인의 용법 등에 맞춰 기존의 단순 해석을 수정했기 때문이다. 그 아래에는 자세한 해설이 나와 있는데 왜 특정 단어를 이렇게 표현하였는지, 공자는 어떤 부분을 중요하게 여겼기 때문에 그의 사상에 따르면 이렇게 해석하는 것이 바르다는 의견 등이 나와 있다. 아무래도 대부분 중문학, 동양사상, 공자 등을 전공하지 않았기 때문에 많은 독자들이 이 해설의 도움을 받지 않을까 싶다.


마음이 어지러울 때, 세상을 어떻게 살아가야할지 도무지 갈피가 잡히지 않을 때 <논어> <도덕경> 등과 같은 고전 읽기를 추천한다. 옛 사람들의 삶과 현대인의 삶은, 과학기술적 발전을 제외하면 크게 다르지 않은 부분들도 많다. 이웃들과 함께 살아가며 끊임없이 새로운 것들을 배우고, 다른 사람을 사랑하고 또는 미워하며, 다투기도 하고 서로 보살피기도 한다. 삶이라는 것은 어떻게 보면 다른 개체로 끊임없이 반복되는 것이 아닌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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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새끼손가락은 수식으로 연결되어 있다 - W-novel
사쿠라마치 하루 지음, 구수영 옮김 / 위즈덤하우스 / 201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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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우리의 새끼손가락은 수식으로 연결되어 있다-라노벨 청춘로맨스


 


그녀가 사랑한 이유가 '사람'이 아니라 '핸드폰 번호' 때문이었다니, 굉장히 이상한 문구로 소개되는 책이었다. 하지만 기본적으로 나는 라이트노벨에 대한 거부감이 없고(오히려 웰메이드 라노벨은 좋아하는 편이다, 부기팝 시리즈 등등) 위즈덤 하우스에서 처음으로 출판하는 라노벨이라는 소개를 듣고 강한 호기심이 생겼다.


<우리의 새끼손가락은 수식으로 연결되어 있다>라는 굉장히 긴 제목의 이 소설은, 굳이 말하자면 <너의 췌장을 먹고 싶어>류와 좀 유사한 로맨스 쪽의 라노벨이다. 학교에서 아웃사이더로 통하는 두 고등학생 남녀의 청춘 로맨스이며 그 시작은 좀 기괴하다. 수학 천재에 수학을 그 무엇보다 사랑하는 여자 주인공이 남자 주인공의 핸드폰 번호를 보고 반한 것! 바로 그 핸드폰 번호가 친화수이기 때문이다. 여자 주인공인 '아키야마 아스나'는 굉장히 특이한 병을 앓고 있었는데 바로 전향성 건망증. 어제 읽었던 일본의 호러 소설에서도 전향성 건망증을 가진 주인공을 보았는데 연속 이틀동안 그 병을 앓고 있는 주인공을 보고 있노라니 조금 이상했다. 최근 일본 소설계에서는 '전향성 건망증'이 유행이라도 하고 있는 걸까? 우연으로 연속 이틀 같은 병명을 본 나에게는 '전향성 건망증'이라는 소재가 좀 식상했지만 이 병을 처음 접하는 독자에게는 꽤 인상 깊었으리라 본다. 참고로 어제 읽은 소설과 <우리의 새끼손가락은 수식으로 연결되어 있다>가 전향성 건망증을 이용하는 방식은 전혀 다르다.


전향성 건망증을 가진 아키야마 아스나는 그 병 때문인지 꽤 예쁜 얼굴을 가지고 있는데도 여자아이들에게 이런저런 비난을 듣고 있었다. 남자 주인공은 그녀가 그런 희귀병을 앓고 있다는 것을 처음엔 곧이 곧대로 믿지 않지만 그녀와 지내면서 그녀의 병명이 사실이라는 것을 깨닫게 된다. 자신이 아니라 핸드폰 번호, 생일 등 친화수 때문에 마음에 든다는 아키야마 아스나에게 남자는 실망하지만 동시에 호기심을 느낀다. 전향성 건망증 때문에 매 월 기억이 리셋되지만 남자 주인공이 가진 친화수와 온갖 재미있는 수(여자 주인공이 정수론에 굉장히 관심이 많은 듯 하다)들 때문에 다시 그를 좋아하게 되는 여자 주인공, 그 여자주인공에게 매 달마다 새로 접근하는 남자 주인공. 새로운 소재, 이상한 만남으로 시작하는 라노벨 로맨스를 좋아하는 독자들이라면 꽤 좋아할만 하다. 그래도 역시 아직 나에게는 <너의 이름은>이 이제까지 본 일본 라노벨 풍의 로맨스 중 가장 기억에 남는 작품이다.


앗! 이 책을 마지막까지 읽는다면 알게 되는, 숫자 뒤에 숨겨진 특별한 의미가 있다. 참신한 소재로 시작한, 전형적인 일본 로맨스 소설이며 청춘 로맨스의 아름다움과 풋풋함을 흠뻑 느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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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 파단자
고바야시 야스미 지음, 주자덕 옮김 / 아프로스미디어 / 201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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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기억파단자-기억 추적 스릴러의 최고봉


 


어디에서 봤더라, 이 작가... 고바야시 야스미, 꽤 기억에 남는 이름이었는지 낯익었다. 그리고 작가 소개에서 <장난감 수리공>으로 일본 호러 소설 대상 단편상을 수상했다는 것을 보고 알아챘다. 1년 전쯤 굉장히 기억에 남는 호러소설이었기 때문에, 전개 방식과 이야기 내용 등 단 하나도 평범하지 않았기 때문에 똑똑히 기억하고 있었다. 그 특유의 분위기와 문체, 그리고 독특한 전개에 순식간에 빨려들어 글을 읽었고 소설이 끝날 때쯤 온 몸에 소름이 돋았었다. 그렇다고 해서 그 소설 한 편으로 그의 팬이 된 것은 아니었기 때문에 작가의 다른 작품 <앨리스 죽이기>는 읽어보지 않았다. 하지만 <기억 파단자>를 읽고 난 지금은 <앨리스 죽이기>도 반드시 읽어야겠다고 노트에 제목을 옮겨 적는 중이다. 잊어버리지 않도록, 인간의 기억은 완전하지 않으니까.


고바야시 야스미의 소설에서는 그 어떤 호러 소설이나 스릴러, 또는 추리 소설에서도 찾을 수 없는 그만의 무언가가 있다. 사람마다 모두 다르다는 홍채, 지문 등처럼 소설 여기저기에 온통 그만의 흔적과 지문이 찍혀있는 듯하다. <장난감 수리공>과 함께 실린 소설들을 읽은 이후로 그의 방식에 익숙해졌을 법 한데 전혀 그렇지 않았다. <기억 파단자>는 또 다른 방식으로 다시 나를 소름돋게 만들었다. 절제된 표현과 잘 짜여진 구성 이외에도 곳곳에 숨겨져 있는 소름끼치는 요소들.


처음에 이 책의 제목을 접했을 때는 <기억 파탄자>인 줄 알았다. 성격 파탄자처럼 기억이 파탄난 줄 알았는데 알고 보니 파단자였다. 한국에서는 '파단'이라는 단어를 일상생활에서 잘 쓰지 않기 때문에 낯설었던 것이다. 기계에는 가끔 쓰는 것으로 알고 있다. 일본에서는 자주 쓰는 단어인지 아닌지 모르겠다. 이 소설은 제목처럼 기억이 순식간에 파단나고 마는 '전향성 기억 상실증'을 앓고 있는 주인공이 처음부터 끝까지 이끌어나간다. <장난감 수리공>의 시작처럼 첫 페이지부터 이 책은 순식간에 독자를 빨아들인다. 경고!라는 문구에 나와 있는 주인공의 노트 첫 페이지에 강한 호기심을 느끼고 마는 것이다.


낯선 병명, 전향성 기억 상실증. 주인공인 타무리 니키치의 행동과 그가 평소에 꼼꼼히 작성해둔 노트를 따라가면 전향성 기억 상실증이란 어떤 증상을 나타내는지 금방 알 수 있다. 아무래도 싸움에 휘말려 뇌를 다치는 바람에 이 병에 걸리게 된 것 같은 주인공. 독자는 순식간에 그가 기억 상실증을 앓고 있는 환자라는 것을 파악하지만 주인공은 노트의 주인이 자신이라는 걸 파악하는 데 좀 시간이 걸린다. 노트에는 온갖 규칙과 주의사항으로 가득하지만 전향성 기억 상실증 환자를 위한 노트인 만큼 따라가기가 벅차지는 않는다. 자신의 상태를 누가 이용할까봐 노트에는 자신의 이름을 적어 놓지 않았으며 문패도 없다. 집의 위치도 잊어버리므로 집의 위치는 물론이고 자주 가는 곳의 위치는 모두 지도가 첨부되어 있다. 일상 생활이 힘든 병이지만 다행히 보험금이 있어 당분간의 생활이 가능할 정도의 돈은 있는 듯 하다. 그냥 노트를 읽으며 특이한 병을 앓고 있는, 좀 불쌍해 보이는 사람에 대한 이야기인가보다 했는데 마지막 문구는 호러 작가에 대한 우리들의 기대를 저버리지 않는다.


*나는 지금 살인마와 싸우고 있다.


이 한 마디 때문에 우리는, 특이한 병명의 환자 이야기인 줄 알았다가 순식간에 사건의 중심으로 나아간다. 미완성의 기억을 가진 주인공과 역시 뭔가 많이 허술한 기억 노트와 함께.


다음 챕터에는 바로 그 살인마의 이야기가 나온다. 이름은 키라 마츠오, 내키는 대로 행동하며 여자와 돈 모두 자신만의 초능력을 이용하여 강탈하는 사이코패스다. 놀랍게도 그가 힘을 쓰면 사람들은 의심하지 않고 그의 말을 그대로 믿으며, 뭔가 수상쩍은 부분이 있더라도 알아서 그 부분을 메워넣는다. 소설은 키라와 타무라의 이야기를 번갈아가며 하다가 절정으로 가까워질 수록 둘의 접점이 늘어난다. 키라가 초능력을 이용하여 마음대로 범죄를 저지르는 자라는 것을 타무라가 파악하는 과정, 왜 키라의 힘이 자신에게는 통하지 않는지 알아내는 과정, 키라가 뭔가 이상하다는 것을 깨닫는 과정 등이 챕터와 노트를 오가며 순식간에 펼쳐진다.  사실 페이지는 매우 긴데, 이 책을 한번 손에 잡으면 거의 쉬지 않고 순식간에 읽고 말 것이다. 기억을 조작하는 키라의 힘이 기억하지 못하는 병을 앓고 있는 타무라에게 통하지 않는 역설적인 점도 재미있다.


소설을 쓰는 사람들이 자주 하는 말이 있다. 반복되면 독자들은 쉽게 질린다고, 이 책은 그 공식을 완전히 파괴했다. 반복되고 또 반복되는 타무라의 일상과 노트, 그리고 기억을 읽는데도 퍼즐처럼 딱딱 맞아떨어지는 스릴러의 변주곡이 울려 퍼지면 독자는 완전히 이야기 속으로 파묻히고 만다. 또한 마지막의 숨은 반전, 이것은 안도의 한숨마저 빼았으며 더욱 독자를 소름끼치게 만든다.


최근 읽은 소설 중에 가장 신나게 읽은 책,

추리 스릴러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이 책을 고른 것을 결코 후회하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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