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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트의 품격 - 탁월함에 이르는 쓰기의 비밀 ㅣ 푸른들녘 인문교양 23
이재영 지음 / 푸른들녘 / 2018년 7월
평점 :
[리뷰]노트의 품격-천재들의 노트 엿보기
나는 노트 쓰는 것을 좋아한다. 세상에 알고 싶은 것은 너무 많고, 신기하고 재미있는 것들도 너무 많아 이것저것을 잡다하게 하려다 보니 노트에 뭔가 정리해 놓지 않으면 금방 엉망진창이 되고 마는 것 같기 때문이다. 나는 노트를 사랑한다. 온갖 재질의 노트에, 온갖 재질의 필기구로 내 머리 속에 있는 것들을 꺼내 놓는 일이 그렇게 즐거울 수가 없다. 그래서 쓰다말다 하는 노트가 꽤 있는데, 또 어느 순간 방치해 두었던 노트들이 떠올라 다시 뒷부분을 채우다 말다를 반복한다. 다른 사람들이 멋지게 작성해 놓은 노트를 보는 것도 즐겁다. 그 사람이 어떤 생각을 하고 있는지, 어떤 타입의 성격인지, 관심사가 무엇이고 사고 과정은 어떻게 되는지 알 수 있기 때문이다. 지금 이렇게 쓰는 블로그도 어떻게 보면 나의 생각노트이다.
평소 노트 쓰는 것을 좋아하기 때문인지, <세상을 바꾸는 시간 15분>에서 새해 특집 강연을 한 이재영 교수가 "노트 쓰기로 당신의 천재성을 꺼내세요"라고 했을 때 고개를 격하게 끄덕이며 공감했다. 노트로 가장 유명한 사람 중 하나인 레오나르도 다빈치, 스케줄을 꼼꼼하게 적고 피드백하는 것으로 유명한 프랭클린 등등 많은 사람들이 '노트 쓰기'로 자신의 능력을 더 탁월하게 발휘했기 때문이다. 저자가 <탁월함에 이르는 노트의 비밀>을 오래 전에 출간했다는 사실은 몰랐지만 <노트의 품격>이라는 '노트'에 관련된 책이 나왔다고 했을 때 이 책을 반드시 읽어야겠다고 생각했다.
| 경계는 요동치고 교환한다. 그래서 사람과 사람 사이, 자연과학과 인문학 사이에 관심이 많다. 경계마다 주름이 접히고 풍성한 아름다움을 드러낸다. 그 접힌 지역을 탐구한다. 노트는 그 탐구생활의 동반자다.
-이재영 교수의 소개글 중에서-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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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트의 품격>을 펴기 전에 이재영 교수의 소개글을 보았다. 노트에 대한 관점이, 그리고 노트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표현하는 방식이 마음에 쏙 들었다. 아, 이런 소개를 하는 사람의 책이라면 정말 재미있게 읽을 수 있겠다는 확신이 들었다. 아니나 다를까, 나는 첫 페이지부터 이 책에 빨려들어갔다. 노트를 사랑하는 사람이 겪는 운명처럼.
현재는 디지털이 아날로그 노트를 대신하고 있지만 바로 이 아날로그 노트가 디지털의 시대를 열었다는 아이러니한 사실부터 시작하여 뉴턴의 노트, 버트런드 러셀의 파일 노트, 필기구로 가득한 디즈니의 서재와 조선시대의 장군 류성룡의 <징비록>까지 시대는 물론이고 동서양을 아우르는 사람들의 노트 소개에 하염없이 빠져들었다. 나는 구체적으로 어떤 내용이라고 말할 수는 없지만 이제껏 이런 '노트'에 대한 책을 보고싶었던 것이다. 사람들의 정성이 담긴, 그 사람들이 목표로 하는 것을 구체화시켜준 노력의 결정체들이 담긴 소중한 노트들, 그리고 이 노트들 곳곳에 스며든 다양한 생각들과 거장들이 남긴 위대함.
클럽 문화가 발달한 영국에서 18세기에 사람들이 '멋진 말'을 하기 위해 가지고 다니던 비망록, 매월 보름달이 뜨는 주의 월요일에 만나 밤새도록 웃고 떠드는 달모임, 홀린듯이 노트에 뭔가를 쓰고 또 쓰던 아이작 뉴턴, 온갖 창의적인 생각을 삽화와 함께 써 내려갔던 레오나르도 다빈치, 무의식을 기록하기 위해 침대 맡에 늘 노트를 두고 잔 앙리 푸앵카레 등 정말 여기엔 온갖 노트의 향연이 벌어졌다. 한꺼번에 쏟아진 다양한 노트들의 정보에 정신을 차릴 수가 없었다. 이런 뷔페가 있다니! 개정판을 보게 된 것이 다행인 건지, 그 전의 판을 보지 못한 게 아쉬운 건지 헷갈렸다. 당장 오늘부터 나도 나만의 더욱 특별한 노트를 만들어야겠다.
추천 : 노트를 사랑하는, 거장들의 노트를 엿보고 싶은 모든 사람들에게
추신 : 노트에 관한 책들을 몇 개 더 함께 추천한다.
1. 다빈치의 위대한 발명품 : 다빈치의 노트를 재현한 책
2. 스피벳 : 천재인 아이가 자신의 생각을 도식과 함께 곳곳에 설명해 둔, 특이한 소설
3. 그림문자 기술 : 도식을 활용하여 노트를 쓰고 싶은 사람에게 도움이 되는 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