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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소하지만 중요한 남극동물의 사생활 - 킹조지섬 편 ㅣ 남극생물학자의 연구노트 1
김정훈 지음 / 지오북 / 2019년 1월
평점 :
[리뷰]사소하지만 중요한 남극동물의 사생활
2011년 겨울에 시작하여 2012년 여름까지 방영된 <남극의 눈물>, 지구 온난화로 인해 남극에 사는 동물들의 생존이 위협받는 모습을 공중파에 내보냈고 생각보다 많은 사람들의 관심을 받았다. <남극의 눈물>을 기획했던 사람들이 놀랄 정도로 사람들은 남극 동물들의 삶을 보면서 공감하였고 개중엔 눈물을 흘린 사람들도 있었다고 한다. 이후 많은 사람들이 '남극 동물'에 대한 관심을 갖게 되었다. 귀여운 펭귄과 갈매기 일러스트가 그려진 <사소하지만 중요한 남극동물의 사생활-킹조지섬 편>은 한국해양과학기술원 부설 극지 연구소의 책임 연구원이 쓴 책으로 남극 동물의 생활사를 보여주고 있다.
이 책은 심오한 내용을 다루기보다는 사람들에게 킹조지섬에 어떤 남극 동물들이 살고 있는지, 그들의 생활과 연구환경은 어떤지 등을 재미있게 알려준다. 가장 눈길이 갔던 것은 지은이 소개였다. 김정훈 저자가 왜 동물학자가 되었는지 그 계기가 나오는데 바로 어린 시절 방영되었던 '퀴즈탐험, 신비의 세계'를 보고 꿈을 정하게 되었다고 한다. '퀴즈탐험, 신비의 세계'는 당시 교양 예능 프로그램 중에서 꽤 인기를 끌던 프로그램이었는데 동물의 생활사를 성우가 재미있게 대사를 입혀 보여주고 해당 동물에 대한 퀴즈를 맞히는 내용이었다. 할아버지가 워낙 동물을 좋아하셔서 모든 동물 프로그램을 다 꿰고 계셨는데 대부분은 다큐 형식이라 재미가 없었다. 그러나 '퀴즈탐험, 신비의 세계'는 어찌나 재미있었는지 그 프로그램 시간을 손꼽아 기다렸던 기억이 있다. 나처럼 재미있게만 본 사람이 있는가 하면 이 프로를 보면서 실제 동물학자가 된 사람이 있다니 굉장히 신기했다.
극지 연구소에서 바닷새 연구자를 찾는다는 소식에 남극에서 새 조사를 하게 된 저자, 심지어 사납기로 소문난 스쿠아(도둑갈매기)를 맡게 되었다고 한다. 워낙 사나워서 몇 대 얻어맞으면서 조사를 하게 되었는데 이 과정을 정말 재미있게 풀어놓았다. 현재는 날아다니는 스쿠아를 맨 손으로 포획할 정도의 내공까지 습득했다니, 남극 생활은 정말 스펙터클한가 보다. 이 책은 사진이 대부분의 페이지를 차지하고 글씨도 큼직하게 인쇄된 편이다. 남극 동물의 생활을 학문처럼 익히기보다는 남극 동물들의 이야기를 친숙하게 느끼고 그들의 생존방식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되도록 쓰였기 때문이다.
책에는 바톤반도 동물 서식지와 함께 킹 조지 섬과 남극대륙의 지도가 간단히 나와 있다. 남극제비갈매기, 갈색도둑갈매기, 잡종도둑갈매기, 칼집부리물떼새 등 바톤반도에 서식하는 몇몇 동물들의 소개가 나와 있는데 이름이 참 재미있는 것들도 있다. 낯선 남극 동물들의 이름과 함께 그들의 습성과 특징 등이 나와 있는데 황제펭귄, 남극물개, 남극크릴 등을 제외하고는 대부분이 낯설다. 동물들의 탄생과 죽음, 살아남기 위한 투쟁, 특이한 생존기술 등이 나와 있는데 탄생과 죽음 부분에서는 안타까운 죽음들(자연 생태계에서는 어쩔 수 없지만)이 많이 나왔다.
이 책의 가장 큰 특징은 바로 생생한 사진들과 재미있는 서술 방식이다. 실제 연구를 하면서 있었던 에피소드를 재미있게 실어 놓았고 연구 도중 찍은 사진들을 함께 게재하여 생생하게 상상할 수 있다. 갈색 도둑 갈매기가 인형의 머리카락을 뜯어내어 인형을 고쳐야 하는 모습이라든가, 인형의 머리가 없으니 모자를 벗겨 가려고 하는 모습이라든가 우리가 생각하기 힘든 기상천외한 일들이 벌어진다. 덕분에 이 책을 편 순간부터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끝까지 읽게 된다. 남극에 관심이 있는 사람들이라면, 특히 남극 동물에 관심이 있다면 이 책을 강력히 추천한다.
P,S 남극 동물을 좋아하는 사람들에게 강추!
직접 가 보지 못하더라도 생생하게 간접경험을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