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빨강 머리 앤의 정원 - 빨강 머리 앤이 사랑한 꽃, 나무, 열매 그리고 풀들
박미나(미나뜨) 지음, 김잔디 옮김, 루시 모드 몽고메리 원작 / 지금이책 / 2021년 3월
평점 :
<빨강 머리 앤>이라는 책 제목을 떠올리면 나도 모르게 따뜻하고 밝은 느낌을 연상하게 된다. 어릴 때 부모님을 잃고 고아원에서 힘들게 자라고 마릴린과 매튜에게 입양된 이후에도 한동안 파양될까봐 가슴 졸이는 힘든 내용이 가득한데도 그렇다. 힘든 일이 있을 때 <빨강 머리 앤>과 <에이번리의 앤>을 연달아 읽은 적이 있다. 앤과 함께 울고 웃으면서 나도 힘든 시기를 버틸 힘을 얻었다. 도대체 이 책 어디에서 그런 감정을 느낄 수 있었을까? 마릴린과 매튜의 사랑, 앤의 풍부한 상상력 등이 그 이유가 될 수 있지만 나는 앤이 정착한 에이번리의 아름다운 환경이라고 생각한다. 기본적으로 앤은 정말 외로운 아이였다. 자신을 지켜줄 부모님이라는 울타리를 일찌감치 잃고, 고아원에서도 아이들에게 심한 따돌림을 당했으며 에이번리에서도 입양아라는 이유로 배척당하곤 했다. 하지만 그녀는 에이번리의 꽃과 나무, 열매 등을 바탕으로 자신의 상상을 마음껏 펼쳐나갔고 에이번리의 자연환경을 사랑했다. 아마 에이번리의 식물들도 그녀를 몹시 사랑했을 것이다. 자연이란 그런 존재니까.
<빨강 머리 앤의 정원>은 '빨강 머리 앤'시리즈에 담긴 주요 식물들을 모아놓은 일러스트 모읍집이다. 앤이 위로를 받았던 식물들, 앤과 등장인물이 비유했던 식물들의 일러스트가 책 문구와 함께 예쁘게 나와 있다. 세익스피어가 작품에서 다룬 식물들만 모은 책이 있는데 '빨강 머리 앤 시리즈'를 너무 사랑한 저자들이 이 책을 기획했나 보다. 이 책을 처음 접했을 때, 나와 비슷한 마음으로 앤 시리즈를 사랑하는 사람들이 만든 책 같아서 정말 기분이 좋았다.
<빨강 머리 앤의 정원>을 펼치자마자 예쁜 꽃과 열매가 그려진 엽서들이 쏟아졌다. 엽서 뒤에는 '빨강머리 시리즈'에 나왔던 예쁜 문구가 쓰여 있었다. 뜻밖의 예쁜 선물이었다.
"앤은 자기 앞에 놓인 길이 아무리 좁다 해도
그 길을 따라 잔잔한 행복의 꽃들이 피어날 것이라고 믿었다."
저자는 '빨강 머리 앤 시리즈'를 읽으면서 그림을 읽어주는 듯한 느낌을 많이 받았다고 한다. 빨강 머리 앤 시리즈를 좋아하는 사람들이라면 다들 비슷한 느낌을 받은 적이 있을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빨강 머리 앤'을 기억하는 많은 사람들이 소설의 배경이 된 캐나다의 프린스에드워드 섬을 방문하고 있지 않을까? 앤이 섬의 식물들을 자신의 친구이자 사랑하는 존재들로 여겼던 것처럼 독자들 또한 그 자연 속에서 앤의 삶을 함께 느끼고 그의 희노애락에 흠뿍 빠져들었다.
<빨강 머리 앤의 정원>에서는 '앤 시리즈'에 자주 나왔던, 인상 깊게 언급되었던 72개의 식물들을 책의 문구와 함께 다시 회상할 수 있도록 식물 일러스트가 나와 있다. 수채화로 그려진 식물들이 에드워드 섬의 풍경처럼 아름답게 앤처럼 따뜻하게 다가온다. 책을 처음부터 읽어도 좋고 그렇지 않아도 좋다. 그 어느 페이지를 펴도 예쁜 식물들과 앤이 마중나올 테니까. 머리가 복잡할 때, 도시 속에서 앤과 식물들이 주는 따스함을 느끼고 싶을 때 묵묵히 위로해 주는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