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초상화의 옷장 - 르네상스부터 19세기까지, 그림 속 여성들의 패션과 삶
김정연 지음 / 눌와 / 2025년 1월
평점 :

-출판사에서 책을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서양을 배경으로 한 역사 소설이나 판타지 소설들을 읽다 보면 귀족 여성들의 의복과 화려한 파티에 대한 설명이 종종 나온다. 실감 나는 묘사를 감상하다 보면, 실제 당시의 옷과 장신구는 어떤 모습이었을까 궁금해진다. 정말 영화나 소설 속 이야기처럼 반짝이는 보석과 아름다운 드레스가 가득했을까?
<초상화의 옷장>은 명화 속 여성들의 의복과 장신구, 그리고 그들의 삶에 대해 살펴보는 책이다. 이 책을 통해 나와 비슷한 생각을 가진 독자들의 궁금증을 조금 해결할 수 있다. 덧붙여 서양 역사를 배경으로 한 작품이나 판타지소설을 쓰고자 하는 콘텐츠 제작자들에게도 구체적인 묘사를 하거나 작품 설정을 하는데 많은 도움이 되리라 본다.

저자는 이탈리아에서 옛 귀족 여인이 살았던 주택이 박물관으로 바뀐 곳을 방문한 후, 문득 초상화 속 여인의 삶이 궁금해졌다고 한다. 당시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고 있는 의복은 사람들의 취향이나 신념을 나타낸다. 동시에 사회적 관습과 사상이 묻어난다. 이 책에서는 여인들의 의복을 통해 그들의 삶과 이야기, 그리고 문화를 살펴본다.

<초상화의 옷장>에서는 서양에서도 여성들이 그림 속 주인공이 되기 시작한 15세기 중반부터 19세기 후반, 우리도 많이 알고 있으면서 패션 역사에 영향을 끼친 유럽의 대표적인 19명의 여인들을 다룬다. 1부에서는 르네상스를 이끌었던 여인들의 이야기, 2부에서는 바로크 시대부터 벨 에포크 시대까지의 여인들의 이야기가 나와 있다.

초상화에 담긴 옷과 장신구를 통해 그림 속 주인공에 대한 개인 정보를 알아보고 그들이 착용한 의복이나 개발한 소품들의 탄생 과정, 이유, 특징과 의미 등을 살펴볼 수 있다.

<초상화의 옷장>에 나오는 여성들은 프란체스카 디 마테오 스콜라리, 시모네타 베스푸치, 지네브라 데 벤치, 이사벨라 데스테, 베아트리체 데스테, 루크레치아 보르자, 체칠리아 갈레라니, 루크레치아 크리벨리, 모나리자, 카테리나 데 메디치, 마리 앙투아네트, 퐁파두르 부인, 진주 귀고리를 한 소녀, 빅토리아 여왕 등이다. '진주 귀고리를 한 소녀'를 제외하면 수많은 소설 속에서 주인공으로 다뤄진 유명한 여성들로 아마 어디선가 이름을 본 적이 있을 것이다.
첫 번째로 다루는 여성 '프란체스카 디 마테오 스콜라리'는 <창가에 있는 남자와 여자 초상> 속의 주인공이다. 이 그림은 현존하는 가장 오래된 이중 초상화이며 차림새를 통해 그림이 그려진 시기, 주인공의 사회적 지위 등을 유추할 수 있다고 한다. 이 그림에서는 여성이 초상화 대부분의 자리를 차지하고 있고 남성은 구경꾼처럼 외부에서 창문을 통해 안쪽을 살짝 들여다보고 있는데, 여성이 남편보다 사회적 지위가 높다는 사실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것이라고 한다.
이 때는 14세기초 유럽의 무역이 안정되고산업도시가 부흥했으며 상인과 장인으로 구성된 새로운 사회 계급의 등장으로 자본주의가 정착되고, 사람들이 의복을 통해 부를 과시하던 시기였다. 초상화 속 여인은 당시 가장 사치스러운 의복이었던 '우플랑드'를 입고 있는데 긴 소매를 가진 매우 화려하고 장식적인 겉옷이라고 한다. 방대한 양의천이 사용되었고 안감을 모피로 채우기도 했다니 얼마나 비쌌는지 추측할 수 있다. 이 외에도 우플랑드의 시작과 특징, 피렌체 펠란다 특유의 소매장식, 펠란다의 재질, 머리장식 등에 대한 정보가 세세하게 나와 있다.
살아 있는 비너스였던 '시모네타 베스푸치'편에서는 에로티시즘과 관련된 그림 속 여성들의 헤어스타일, 보티첼리의 그림 속에 나타난 시모네타의 모습들, 보티첼리가 화려
함을 연출하기 위해 시모네타의 머리에 장식했던 진주들, 교회에서 싫어했지만 당시 유행처럼 번진 시모네타의 헤어스타일, 아름다운 드레스의 레이스 장식 등에 대해 나와 있다.
<초상화의 옷장>을 읽고 있노라면 감탄을 금할 수 없다. 세상에 초상화 속 옷과 패션이 이렇게나 많은 것을 말해주고 있었다니, 14~15세기부터 의복과 장신구가 이 정도로 발전했었다니... 하나하나 놀라운 사실들이 많았다. 동시에 각 시대를 풍미했던 아름다운 여성들의 이야기, 유럽 여성들의 삶과 문화까지 엿볼 수 있어서 즐거웠다.
<초상화의 옷장>은 초상화 속 여성들의 패션을 통해 유럽의 역사와 문화에 대해 읽을 수 있는 책이었다. 패션에 대한 재미있는 이야기와 여인들의 열정적인 삶에 대한 이야기를 좋아한다면 이 책에 푹 빠져들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