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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켄슈타인 (무삭제 완역본) - 현대판 프로메테우스 현대지성 클래식 37
메리 셸리 지음, 오수원 옮김 / 현대지성 / 202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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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프랑켄슈타인-sf장르의 시초, 여성 작가 메리 셀리의 파격적인 소설





한국에서는 좀처럼 기지개를 못 펴고 있긴 하지만 21세기에 전세계적으로 가장 인기있는 장르는 바로 SF이다. 우리나라 사람들이 열광하는 마블 시리즈를 비롯하여 수많은 과학 영화들, 애니메이션, 소설, 드라마 시리즈 등에서 SF는 커다란 축을 담당하고 있다. 이상하게 한국 작가들이 쓴 SF작품은 지지부진한 편이지만, SF의 영역을 좀 더 확장하자면 요새 웹소설, 웹툰에서 유행하는 헌터물도 포함시킬 수 있겠다. 이런 SF 장르는 어디로부터 시작되었을까? 놀랍게도 우리가 어릴 때 많이 읽었던 <프랑켄슈타인>을 그 시초로 본다. 


프랑켄슈타인의 줄거리를 간략히 말하자면, 천재 과학자인 빅토르 프랑켄슈타인이 사람의 시체를 사용하여 새로운 생명을 창조한다. 그러나 실험의 결과는 그의 예상과 너무 달랐다. 키가 약 2.5미터에 달하는 사악한 괴물이 탄생하고 만 것이다. 심지어 이 악마는 자신의 신부를 만들어 줄 것을 요구하며 빅토르가 사랑하는 사람들을 죽이고 다닌다. 


어릴 때 읽었던 프랑켄슈타인은 상대적으로 쉬운 버전으로 각색이 되었던 것 같다. 성인이 되어 다시 읽은 <프랑켄슈타인>은 생각보다 더 어렵고 심오한 책이었다. 빅토르 프랑켄슈타인이 지인들과 나눈 과학적 이야기 뿐 아니라, 그가 프랑켄슈타인을 창조하는 과정과 프랑켄슈타인이라는 괴물을 만들고 난 이후의 깊은 고뇌 등 가볍게 넘어갈 수 있는 부분이 거의 없었다. 이런 작품을 무려 19세의 나이로 출간했다니 여러 모로 놀라울 뿐이었다. <프랑켄슈타인>의 작가는 '메리 셸리'라는 여성인데 자신을 거의 방치하는 아버지 밑에서 책을 읽고 아버지와 아버지 지인들의 이야기를 들으며 독학한 지식으로 이 책을 썼다고 한다. 당시 여성들의 사회적 위치와 교육 수준, 그리고 남자들이 독점하고 있던 문학계을 생각하면 정말 놀라운 일이다. 게다가 이 작품은 후세에 끊임없이 영향을 주었고 아직도 다양한 방식으로 재생산되고 있다. 


많은 훌륭한 작품이 그러하듯이 <프랑켄슈타인>은 다양한 방식으로 해석이 가능하다. 부제처럼 '현대판 프로메테우스'의 관점, 신의 영역에 도전하여 새로운 생명의 창조자가 되고 싶었던 인간의 욕망, 주인의 손을 벗어나고자 하는 괴물의 열망, 남성중심의 사회에서 발생한 비극 등 독자에게 다양하고 어려운 질문을 던진다. 과학기술이 발전한 지금 <프랑켄슈타인>은 현대인들에게 그 어느 때보다 많은 고뇌를 불러 일으킨다. 현재 곳곳에서 프랑켄슈타인은 진행 중이고 인간은 여러가지 윤리문제에 직면해 있다. <프랑켄슈타인>을 읽으며 우리가 경계해야하는 일들, 앞으로 나아갈 방향 등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해 볼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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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살로 읽는 세계사 - 중세 유럽의 의문사부터 김정남 암살 사건까지, 은밀하고 잔혹한 역사의 뒷골목 현대지성 테마 세계사 5
엘리너 허먼 지음, 솝희 옮김 / 현대지성 / 202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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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국의 왕들이나 정치인들에게 이렇게 많은 독살 시도가 있었다니, 역사를 다른 시야를 바라보게 하는 재미있는 책이다. 현재에도 독살은 현재진행중이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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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살로 읽는 세계사 - 중세 유럽의 의문사부터 김정남 암살 사건까지, 은밀하고 잔혹한 역사의 뒷골목 현대지성 테마 세계사 5
엘리너 허먼 지음, 솝희 옮김 / 현대지성 / 202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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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독살로 읽는 세계사-역사 속의 잔혹한 비밀




인스턴트 웹소설보다는 진지한 류의 판타지, 짜임과 캐릭터 설정이 정교한 판타지 소설을 좋아하는 독자들 사이에서 유명한 소설이 하나 있다. 서지현 작가의 <아콰터파나>로 가출한 주인공 라우렌이 특수군&식물학자이자 대학 조교수로 일하면서 독살과 관련된 사건을 해결하는 수사물의 일종이다. 주인공이 활약하는 대표 무대는 '튜브로사 제국'의 황궁으로,고위층 또는 황가에서 독살이 은밀하게 이뤄지기 때문일 것이다. 이 작가의 다른 작품으로는 <살라후딘의 향수가게>가 있는데 여기선 반대로 살라후딘이라는 암살자가 주인공으로 향수 가게를 운영하면서 사람들에게 비밀리에 의뢰를 받고 독살을 한다. 서지현 작가의 책을 읽고 나서 독살에 대한 흥미가 생겼는데 놀랍게도 이 '독살'은 현재 진행형이라고 한다.




<독살로 읽는 세계사>의 맨 첫장에는 러시아 정부가 두 차례나 독살을 시도했지만 꿋꿋이 살아남은 러시아의 언론인이자 시민운동가 '블라드미르 카라 무르자'에게 책을 바친다는 문구가 쓰여 있었다. 상대적으로 우리나라 사람들에게 익숙한 최신 독살 사건은 바로 '김정남 암살'이다. 인도네시아 여성이 독극물을 발라 살해했다고 하는데, 크림 형태의 독극물을 뺨에 발랐다고 한다. 과거부터 지금까지 끊임없이 행해지고 있는 독살, 저자는 <독살로 읽는 세계사>을 통해 역사 속에서 독이 어떤 역할을 했는지 화려함 속에 어떤 추악한 사연이 가려져 있는지 말한다.

 


많은 소설에서 다루는 것처럼 독살은 황가와 고위 정치인들 사이에 드문 일이 아니었다. <독살로 읽는 세계사>에서는 눈부신 궁전의 화려함 뒤에 넘쳐나는 독에 대해 다룬다. 과학이 발전하지 않아 사람들이 무지하게 사용한 독극물부터 정적을 독살하는 행위까지 다양한 이야기가 나와 있다. 이탈리아 메디치 가문이 다스리던 토스카나와 베네치아 공화국에는 독약과 해독제를 만드는 제조소가 있었고 동물과 사형수를 대상으로 실험을 하기도 했다. 고대 로마인들은 식물에서 추출한 독을 정적을 살해하는 데 사용했고 르네상스 사람들은 4대 중금속을 사용했다고 한다. 죽이려는 자와 그걸 막으려는 자 사이의 싸움이 끊임없이 일어났고 고위 정치인들은 음식에 독 성분이 있는지 확인하는 몇 가지 방법을 사용하곤 했다. 동서양을 가리지 않고 오랜 세월동은 왕들은 독 감별사를 두어 음식을 먼저 맛보게 했고 독살을 시도하는 자들은 끊임없이 다양한 방법을 사용하곤 했다.




독살을 피하고자 하는 사람들은 황당한 이야기를 믿기도 했는데 바로 유니콘의 뿔만 있다면 독을 감별하거나 해독할 수 있다는 것이었다. 사실 유니콘의 뿔은 아니었고 일각돌고래의 엄니였는데 엄청난 가격으로 거래되었다는 점이 재미있다. 독을 빼내는 방법으로 알려진 것도 기상천외하다. 독과 음식을 함께 토하게 하는 방법을 사용한 것은 나름 일리가 있으나 여기에 바로 '수탁의 똥'을 사용한 것은 실소를 흘리게 만든다.


유럽에서 여성들이 독극물이 든, 특히 수은과 납, 비소가 함유된 화장품을 사용한 것은 이미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영국 여왕 엘리자베스 튜더 또한 죽기 전에 성격이 급격히 변했다고 하는데 몇몇 전문가들은 그가 사용했던 화장품과 의약품에 들어 있는 독성 성분 때문일 수도 있다는 가설을 제기했다. 


<독살로 읽는 세계사>에서는 유럽 왕실에서 일어난 유명한 독살 사건은 물론이고 은밀하게 일어난 현대의 독살 사건도 몇 다룬다. 전문가가 아니면 알기 힘든 내용들도 실려 있기 때문에 사건 하나하나의 분석이 매우 흥미롭다. 또한 각국의 왕들이나 정치인들에게 이렇게 많은 독살 시도가 있었다니, 역사를 다른 시야를 바라보게 하는 재미있는 책이다.



-출판사에서 책을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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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먼 자들의 도시 (100쇄 기념 에디션)
주제 사라마구 지음, 정영목 옮김 / 해냄 / 201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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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눈먼 자들의 도시-노벨문학상 수상 작가 주제 사라마구의 소설 추천


 


노벨문학상 수상 작가인 '주제 사라마구'의 대표 소설 <눈먼 자들의 도시>가 이번에 리뉴얼되어서 다시 나왔다. 전에는 단순한 하얀 표시였던 것 같은데 이번엔 세련되고 현대적인 감성의 일러스트로 바뀌었다. 개인적으로 이번 판의 표지가 더 마음에 든다.


처음 이 작품을 접한 게 약 10년 전인데 당시 도서관에서 <눈먼 자들의 도시>를 빌려 읽고 충격을 받았던 것이 아직도 기억난다. 어떻게 이런 상상을 했을까부터 시작하여 만약 이런 일이 일어나면 나는 누구를 진심으로 믿을 수 있을까 생각하며 공포에 휩싸였던 것 같다. 그리고 작가가 쓴 다음 편이 있나 궁금해서 인터넷을 뒤진 결과, <눈먼 자들의 도시> 4년 후에 일어난 <눈뜬 자들의 도시>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이후 <눈먼 자들의 도시>와 함께 <눈뜬 자들의 도시>도 구매하여 소장했는데, 이미 <눈먼 자들의 도시>는 한글책으로 읽어버린 상황이었고 구매한 책은 원서라서 언젠가는 읽겠지 하며 책꽂이에 꽂아놓고 아직까지 읽지 못한 상태이다. 게다가 <눈뜬 자들의 도시>도 <눈먼 자들의 도시> 못지 않은 충격을 줄 것이 분명하기 때문에 마음의 준비를 하고 읽어야 한다는 생각에 더욱 뒤로 미뤄놓고 있다. 기회가 되면 <이름 없는 자들의 도시>까지 한꺼번에 쭉 읽어봐야겠다고 마음 먹고 있다. 어찌됐든 <눈먼 자들의 도시> 리뉴얼을 다시 보게 되어서 정말 반가웠다.

 


<눈먼 자들의 도시>는 독특한 아이디어로 시작하는 책이다. 20세기에 쓰여진 소설이라고 생각하면 더더욱 작가의 상상력이 더 파격적이라 생각할 수 있다. <눈먼 자들의 도시>는 갑자기 도로 위에서 눈이 멀게 된 남자의 이야기로 시작된다. 도로 한 가운데서 운전을 하다가 눈에 멀게 된 남자의 두려움, 다른 사람의 도움을 받으면서도 그 사람이 정말 나에게 친절을 베푸려고 하는 것인지 아니면 친절을 위장하여 나에게서 무언가를 훔쳐가려고 하는 것인지 알 수 없는 두려움, 앞으로 영영 보지 못하면 어떻게 할지에 대한 두려움 등등 이 책의 페이지는 온갖 두려움으로 가득 차 있다. 이런 걱정들이 정말 현실적으로 다가오기 때문에, 그리고 심지어 눈을 멀쩡히 뜨고 있어도 믿는 사람들에게 발등을 찍히거나, 낯선 곳에서 코가 베여 본 경험이 있기 때문에 더더욱 사람들의 두려움이 실감나게 다가온다.

 


눈이 먼 남자는 의사에게 진찰을 받았으나 도무지 병명을 알 수 없다. 안과 의사로부터 도무지 알 수 없다는 소리를 듣고 다시 집으로 돌아가게 된다. 그리고 눈이 먼 남자를 돕겠다고 나선 남자는 눈이 먼 남자의 차를 훔쳐 팔면서 자신이 오히려 착한 의도를 가지고 있었으며 착취당하는 쪽이라고 정당화한다. 그리고 차를 훔친 도둑 또한 눈이 멀게 된다. 의사도 눈이 멀고 의사에게서 진찰을 받은 여자 또한 눈이 멀고 모든 게 백색으로 보이는 흑색증은 이렇게 전염병처럼 점차 번져 나간다. 이렇게 점차 많은 사람들에게 이 병이 번져 나가고 작가는 이 과정을 아무렇지 않게 일상처럼 서술해 나간다. 장관은 눈이 먼 이유를 찾기 전까지 눈이 먼 사람들을 한 곳에 격리하는 것을 제안하고 이 제안은 곧 실현화 된다. 그리고 이 곳에서 볼 수 있는 유일한 사람은 의사의 아내이다. 남편을 돌보기 위해 의사의 아내 또한 눈이 멀었다는 거짓말을 하고 이 격리시설에 함께 들어온 것이다. 눈이 먼 사람들 속에서 유일하게 눈이 멀지 않은 이 여자는 여기서 어떤 일을 겪게 되는 것일까.


흥미로운 소재로 시작하는 <눈먼 자들의 도시>는 우리가 보통 생각하기 힘든 특수한 상황을 만들어 사람들의 행동 양상을 건조하게 서술한다. 이 건조한 서술방식이 이 소설의 배경을 더욱 현실화 시키고 인간의 본성을 다시 한번 생각하게 만든다. 물론 이 책의 소개에 조지 오웰의 <1984>가 나오는 만큼 결코 인간의 밝은 면에 대해서는 아니다. 이런 극한의 상황에 닥쳤을 때 드러나는 인간의 내면은 점점 더 어두운 방향으로 진행된다. 그리고 이 모든 양상을 단 한 사람만이 생생하게 지켜본다. 상상만 해도 얼마나 소름끼치는 일인가. 디스토피아 소설 또는 인간의 본성에 대해 냉혹하게 다룬 소설을 좋아한다면 <눈먼 자들의 도시>와 <1984>를 꼭 읽어보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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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초
T. M. 로건 지음, 천화영 옮김 / arte(아르테) / 201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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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29초-스릴러 소설 추천


 


2017년 할리우드는 거물 영화제작자인 하비 와인스틴의 성추문으로 떠들석했다. 그는 오랜 세월동안 자신의 지위와 영향력을 이용하여 30여 년 전부터 여자들에게 성폭력을 행사하였다. 많은 이들은 하비 와인스틴을 비호해 준 사람들을 비난했으며, 그가 이렇게 많은 사람들에게 오랜 세월동안 성폭력을 가했다는 사실에 경악하였다. 이 사건은 할리우드 미투 운동의 시초가 되기도 했다.


스릴러 소설 <29초>는 하비 와인스틴 같은 자가 어떻게 자신의 지위를 이용하여 여성들을 겁박하고 희롱했는지 잘 보여준다. 물론 그에 앞서 이 소설은 무척 재미있다. 최근 읽은 스릴러 소설 중에서 이 소설을 1위로 꼽을 정도로 이 소설은 흥미롭고 긴박하고 사람을 압도시키는 무언가가 있다. 이 소설은 너무나 완벽한 구조에, 완벽한 스릴러라서 T. M. 로건이라는 작가의 다른 작품인 <리얼 라이즈>도 찾아 읽고 싶을 정도이다.


처음 <29초>를 펼쳤을 때는 '악마와의 거래'라는 첫 페이지가 눈에 띄었다. 그리고 나서 정교수를 지망하는 여자인 교수 세라가 뛰어난 인맥, 능력, 인지도를 가진 '앨런 러브록'에게 희롱을 당할 때에는 나도 모르고 속으로 욕지거리를 하게 되었다. 그만큼 '앨런 러브록'이 세라를 어떻게 해 보기 위해 추근덕거리는 상황이 실감났다. 우리나라에서도 한참 뜨거웠던 '미투 운동'도 함께 기억 속에 떠올랐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이 소설도 최근 유행하는 '심리 스릴러'류인가 하고 실망했다. 핫한 장르이긴 하지만 내 마음을 완벽히 사로잡은 심리 스릴러는 아직 읽지 못했기 때문이었다.

 


세라는 앨런 러브록의 검은 손길을 피하기 위해 애를 썼으나 대학 학장, 교직원, 언론 등을 비롯하여 모든 이들의 비호를 받고 있는 그의 추근덕거림을 피하기는 쉽지 않았다. 아무리 동료와 그의 성폭행을 피하기 위해 작전을 짜도 세라는 그의 손에 속수무책 당하고 만다. 심지어 과거 그녀와 같은 입장이었으며 앨런 러브록을 고발하기 위해 싸웠던 여성이 대학은 물론 학계에서도 쫓겨나고 말았다는 것을 알게 된다. 그녀의 작은 투지는 불타올랐다가도 거센 물길에 금방 꺼져버리고 만다. '피하고 순응하자. 딱 이 순간만 참으면 지나갈 것이다.'를 되뇌이며 앨런 러브록의 성희롱을 소심하게 피할 뿐이다. 앨런 러브록은 정말 화가 날 정도로 세라를 손쉽게 무기력하게 만든다. 그러나 동시에 이 모습이 너무 현실적으로 다가와 소름이 끼쳤다. 위력관계에 의한 성폭력 피해자가 어떤 수순을 밟는지, 그들의 심정을 절절히 이해할 수 있었다. <29초>는 직접적으로 사회고발을 하는 계몽소설이 아니지만, 그보다 더 강력한 '작품성'과 '소설만이 가진 힘'으로 피해자들의 상황을 그려내었다.


<29초>는 스릴러 소설로서도 정말 훌륭하다. 심리 스릴러일지도 모르겠다는 이 실망감을 '세라'의 일상에서 일어나는 '돌발적인 상황'으로 순식간에 뒤바꾼다. 세라는 위험을 무릅쓰고 딸 또래의 아이가 납치를 당할 뻔한 것을 구해준 것이다. 그 아이는 바로 불법적인 일을 하는 것이 분명한 러시아인 볼고프의 딸이었다. 볼고프는 세라에게 자신의 딸을 구해준 보답을 하고 싶다고 말한다. 바로 세라가 말하는 "인생에서 삭제하고 싶은 이름 하나쯤"을 이 세상에서 완전히 삭제해주겠다는 제안이었다. 세라는 그 자리에서 그런 사람이 없다고 말하지만, 볼코프는 그녀에게 일회용 전화기를 준다. 과연 세라는 볼코프를 이용하여 '앨런 러브록'을 그녀의 세계에서 퇴출시킬 것인가? 볼코프는 정말 세라를 위해 앨런 러브록을 사라지게 해 줄 수 있을까? 앨런 러브록이 사라지기만 한다면 세라는 행복하게 살 수 있을까?


무엇을 기대하든, <29초>는 당신의 상상을 뛰어넘는 재미있는 시간을 제공해 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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