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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은 왜 주술에 빠졌나? - 풍수학자 김두규 교수가 파헤친 한반도 천년 주술 전쟁
김두규 지음 / 해냄 / 2025년 1월
평점 :
-출판사에서 책을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주의하라, 악마는 늙었다.
그러므로 악마를 이해하려면 너도 늙지 않으면 안 된다.
-괴테 <파우스트>에서 악마 메피스토텔레스의 말,막스 베버 인용-
우리나라는 아직도 미신을 믿는 사람이 많다. 어릴 때부터 들은 이야기, 읽은 책에서는 온갖 귀신이나 미신에 대한 내용이 종종 등장한다. 특히 공포 이야기에서 미신은 빠지지 않는 인기 주제이고 인간의 말초신경과 미지의 세계에 대한 호기심을 자극하기 때문에 은근 재미있다.
커서도 크게 다르지 않다. 주변에서 알음알음 들려오는 얘기 중 하나는 "내가 아는 누군가가 어디 가서 점을 봤는데~"로 시작한다. 실제로 주술이나 미신의 효과를 봤다는 사람들도 있으며 때로는 그것이 나쁜 일로, 때로는 좋은 일로 찾아온다. 한바탕 이야기가 끝나면 우스갯소리인지 진심인지 그 용한 점집이 어디 있는지 알려달라고 아우성이다. 심지어 효력이 떨어질까 봐 걱정하는지 그 용한 점쟁이 공유를 꺼리다가 타지역으로 이사를가면서 "나는 이제 이사를 가니까, 너한테만 알려줄게."라고 진지하게 메시지를 난겼다는 지인도 보았다.
놀라운 것은 이 일화가 50-70대 사이에 오고간 이야기가 아니라는 점이다. 누가 봐도 젊은 사람들이 모여 주고 받은 말이다.
정치권이 한바탕 시끄럽다. 그런데 이렇게 논란이 많은 시기에 꼭 뜨는 영상들이 있다. 바로 유명한 사주쟁이나 점술가들의 이야기이다. 오색찬란한 옷을 입은 그들은 누가 어떤 운명이었다느니, 묘를 어디에 썼고 올해 어떤 운이 들어와 있다느니 등등의 말을 쏟아낸다. 게다가 역대 대통령들도 주술에 의지하여 벌인 일이 있다 보니, 이런 혼란한 상황에서 미신에 관한 이야기는 절대 빠지지 않는다.
<그들은 왜 주술에 빠졌나>는 풍수학자이자 다양한 국가 및 공공기관의 입지 및 건설 관련 자문을 진행해온 김두규 교수가 쓴 책이다. 한반도 '풍수의 비조'로 알려져 우리 역사서에 당당하게 이름을 올린 '도선'을 그는 악마라고 말한다. '도선'이 풍수가 아닌 주술의 성격이 짙은 비보술을 통해 우리 민족을 희롱한 악마라고 칭하는 이유를 밝히고 과거의 사람들이 '주술'에 미혹되는 것을 경계하고 합리적 과정으로 이행하는 과정, 한국 사회가 주술에 취약해지게 된 이유 등을 파헤친다.
저자는 우리 역사를 살펴봤을 때 황제에서 서민까지 주술에 걸리지 않은 이가 드물다고 말한다. 고려왕조는 물론이고 조선왕조의 태조, 세종, 세조, 성종, 고종, 명성황후 등 그리고 대한민국에서도 김대중, 박근혜 대통령, 윤석열 대통령 부부 등 또한 영향을 받았다고 한다. 심지어 고려 의종은 허구의 인물인 '도선'을 실존인물로 만들었다고 한다. 이후 도선을 가탁한 수많은 주술과 주문들이 양산되었다고 주장한다.
과거 서양에서도 주술은 많은 이들에게 퍼져 있었다. 베버는 현대 사회의 특징을 '탈마법화'라고 하였으며 이는 사회가 주술에서 벗어났음을 의미한다. 그러나 다시 후배 철학자 위르겐 하버마스는 현대사회가 "종교적 믿음의 유령에게 쫓기고 있다"며 탈마법화와 동시에 재마법화가 병행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아직도 다양한 주술들이 성행하고 있으며 어떤 이들은 새로운 주술의 영향을 받고 있다.
저자는 한국인들이 특히 주술에 취향하다고 말한다. 많은 여성들이 '점집 투어'와 굿판을 벌이고 있으며 '빙의 현상'은 전 세계적이지만 유독 한국인들이 취약한 편이라고 한다. 일부 연예인과 무속인들은 '합법적으로 미치는 빙의'를 자랑스럽게 생각하고 방송과 언론에 당당하게 출연하는 것을 예시로 든다.
<그들은 왜 주술에 빠졌나>에서는 주술사가 누구인지, 정치적 사건과 연관되어 있는 2022년 5월 10일 대통령 취임식과 더불어 국민대표가 복숭아나무 가지를 들고 입장한 '귀신 퇴치 논란'의 진실은 무엇인지, 이 복숭아나무 가지를 이용한 '도지구타법'의 유래와 예시는 무엇인지 등에 대해 설명한다. 이 외에도 운과 때를 바꿀 수 있다는 믿음, 윤석열 대통령이 손에 왕王을 새긴 사건, 도선의 탄생 설화와 역사책에 실리게 된 과정, 주술이 조선에 미친 영향과 현재 서울과 평양, 용산에 대한 여러 주술과 관련된 논란에 대해서 다룬다. 해당 사건들에 대하여 진정한 풍수의 의미와 주술에 미혹되는 것을 구분하고 그 본질에 대해 알고 싶다면 <그들은 왜 주술에 빠졌나>를 참고하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