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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밀의 동물 기록 - 피터 아마이젠하우펜 아카이브
호안 폰쿠베르타.페레 포르미게라 지음 / 이은북 / 202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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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터 아마이젠하우펜 아카이브 <비밀의 동물 기록>은 인스타그램에서 첫 소개를 보고 한 눈에 시선을 빼앗긴 책이다. 나는  취향에 맞는 신화와 전설, 그리고 판타지라면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보는 타입이다. 머리에 뿔을 달고 새하얗고 커다란 날개를 펼친 원숭이! 십이국기에 주인공 요코를 괴롭히기 위해 나타난 원숭이 괴물들, 또는 산해경의 괴물이 실존한다면 꼭 이렇게 생겼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책 표지로 보게 된 것이다. 과연 이 동물의 정체는 무엇이고 누가 이런 책을 쓴 것일까?  

진짜 작가는 바르셀로나 출생의 사진가이자 개념 에술가인 '호안 폰쿠베르타', 독자적인 아트와 프로젝트로 다양한 전시를 열었고 그의 작품은 뉴욕 메트로폴리탄 미술관, 뉴욕 현대미술관, 퐁피두센터, 시카고 아트 인스티튜트 등 전 세계의 내로라 하는 미술관에 전시되어 있다. 책 컨셉이 아주 독특하다. 마치 영화 속 주인공이 되어 우리가 진짜 비밀의 기록을 찾아낸 듯한 느낌! 1980년 폭우가 쏟아지던 날, 먼지투성이 지하실에서 잊혀진 독일의 동물학자 피터 아마이젠 하우펜의 일생을 바친 연구물을 우연히 발견한 것으로 시작된다. 전세계를 경악에 빠뜨릴 수 있는 놀라운 기록과 훼손된 문서들을 발견한 그들, 여기에는 지금껏 알려지지 않은 동물들에 대한 설명과 사진이 자세히 쓰여 있었고 <비밀의 동물 기록>에 그 특별한 자료를 다시 살려 소개하게 된 것이다. 우리는 선택받은 소수가 되어 그 비밀에 대해 알게 된 사람들이다.

이 기록의 저자로 알려진 피터 아마이젠하우펜은 1895년 독일 뮌헨에서 태어났으며 그의 아버지는 탐험가이자 사냥꾼, 사파리 가이드를 직업으로 삼은 사람이었다. 피터는 어릴 때부터 아버지의 모험가 기질을 물려받아 아프리카의 야생 생활 경험에 매료되었고, 고고학자이자 모험가인 인디아나 존스나 지질학자이자 자연주의자인 알렉산더 폰 훔볼트를 영웅으로 삼았다. 그의 서재는 쥘 베른과 허버트 조지 웰스가 쓴 모험 소설과 자연과학, 의학 책들로 가득 차 있었고 앙브라우즈 파레의<괴물과 경이에 대하여>의 초판본을 가장 소중하게 여겼다고 한다. 대학교수로 활동하다 불미스러운 일로 퇴출되고 소수의 협력자, 과학자들로 구성된 팀을 꾸려 전 세계를 여행했다. 1933년부터 1950년 사이 많은 희귀 동물 종을 발견했으며 백혈병 진단을 받고 혼자 스코틀랜드 북부를 여행하던 중 홀연히 사라져 버렸다고 한다. 


<비밀의 동물 기록>에는 피터 아마이젠하우펜의 놀라운 기록들로 가득하다. 여기에 주의깊게 봤던 신비한 동물들 몇 가지를 소개하고자 한다. <비밀의 동물 기록>에는 이 동물들의 사진과 함께 위치정보, 포획 일자, 특징, 형태, 습성 등이 자세히 나와 있다.


솔레노글리파 폴리포디다 파충류와 날 수 없는 조류가 결합된 형태로 다리가 달린 뱀이다. 먹이를 만나면 정지 상태로 휘파람 같은 매우 높은 고음의 비명을 지르며 날카로운 독침을 날려 마비시킨다. 휘파람의 비명 단계가 끝나면 마비된 먹잇감을 향해 달려들어 뒷목을 물어 즉사시킨다.


수스 스크로파 : 운동 기능은 없고 오직 방어 기능만을 가진 다리가 등에 달린, 희귀한 변종 멧돼지의 어린 개체. 체코 보헤미아의 울창한 숲에서 목격됨.


익티오카프라 아이로파기아 : 만화가 조석 웹툰 <조의 영역>에 나올 법한 물고기다. 다리가 달린 물고기로, 걸어서 물 밖으로 나오려는 사진이 실려 있다.


켄타우루스 네안데르탈렌시스 : 그리스로마 신화 속 켄타우로스처럼 생긴 동물. 두개골 용적이 1,105cm에 달하고, 학습과 의사소통에 놀라운 능력을 가졌다. 책에는 켄타우루스 네안데리틀렌시스의 손을 검사하는 아마이젠하우펜 교수의 사진이 실려있다.


<비밀의 동물 기록>에 나오는 간단한 동물 소개에서 알 수 있는 것처럼 이 책에는 우리가 상상할 수 있는, 또는 상상을 넘어서는 온갖 신비한 동물들의 기록이 상세히 실려 있다. 박사가 동물들을 관찰하고 실험하는 모습은 물론이고 엑스레이 사진, 해부도 등등도 간간히 나와 있어 신비감을 더한다. 전설이나 신화 속에 나오는 동물들, 또는 기괴한 동물이나 괴물들에 관심이 많다면 <비밀의 동물 기록>에 푹 빠져들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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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국의 열두 달 - 고대 이집트에서 1년 살기
도널드 P. 라이언 지음, 우진하 옮김 / 타인의사유 / 202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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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 생각지도 못했던 고대 이집트 인문학 책이 있다. 바로 고대 이집트의 생활상을 소설처럼, 일기처럼 써서 실제 그들의 삶을 생생하게 느낄 수 있도록 한 <제국의 열두 달>이다. 독자는 이 책을 읽으면서 외국에 놀러 가서 1달 살기, 1년 살기를 하는 것처럼 고대 이집트에서 1년 살기의 경험을 할 수 있다.


상대적으로 우리나라 사람들은 이집트 문화에 별 관심이 없는 경우가 많다. 이집트의 대표적인 유물이나 유적지 몇 개는 알아도 이집트 역사나 나일강 문명에 대해 자세히 알고 싶어하는 사람은 드물다. 이집트가 멀기도 하거니와 이집트의 역사에 대해 따로 공부해야 할 필요도 없고, 이집트 신화보다는 그리스로마 신화에 훨씬 익숙하기 때문이다. 모든 신화에 잔인한 이야기들이 많긴 하지만 특히 이집트 신화에 그런 내용이 많다는 것도 한 몫 할 것이다. 그래도 한 때 이집트를 배경으로 한 크리스티앙 자크의 소설 <람세스>나 <빛의 여왕> 등이 베스트셀러가 되었고 영화 <미이라> 또한 많은 인기를 얻었다. 그 외에 내가 한 때 제일 좋아했던 작가 '앤 라이스'의 뱀파이어 소설 시리즈도 이집트 문명을 바탕으로 한다. 톰 크루즈와 브래드 피트가 매력적인 뱀파이어로 출연하여 지금까지도 회자되는 영화 <뱀파이어와의 인터뷰>가 바로 앤 라이스의 소설을 영화화한 것이다. 이처럼 이집트 문명이나 신화에도 재미있는 내용이 많다.


<제국의 열두 달>의 저자 도널드 P. 라이언은 고고학자로 고대 이집트 연구에 천착하여 '왕가의 계곡'발굴을 지휘했다고 한다. 그곳에서 여러 개의 묘지와 미라를 발견했으며 이 책에 등장하는 파라오 아멘호테프 2세의 총리대신 아메네모페트의 묘지도 그 중에 하나라고 한다. 이집트 문명은 무려 300년이 넘는 세월 동안 큰 번영을 누렸으며 아직까지도 이집트의 유적과 유물은 우리를 놀라게 한다. <제국의 열두 달>에서는 일반 백성부터 고위 관료, 왕족까지 고대 이집트 사람들의 삶을 12개월로 나누어 표현했다. 시대적 배경은 파라오 아멘호테프 2세의 즉위 후 26년, 즉 기원전 1400년 경 무렵이다. 이 책에서 우리는 전쟁도 불사했던 용맹한 파라오, 최초의 여성 파라오, 종교개혁을 꿈꿨던 이단자 파라오 투탕카멘 등의 통치자들을 만날 수 있다.


고대 이집트의 달력은 오늘날의 달력과 크게 다르지 않은 방식을 바탕으로 생활했다. 1개월이 30일, 1년은 12개월, 하루는 24시간이었다. 고대 이집트에서 세 시기는 7월 중순에서 11월 중순까지 이어지는 나일강의 범람 시기, 11월 중순부터 3월 중순까지인 파종과 재배의 시기, 3월 중순에서 이듬해 7월 중순까지 이어지는 수확의 시기이다. <제국의 열두 달>에서 사건이 일어나는 장소는 대부분 고대 이집트에서도 가장 중요한 도시이자 수도였던 지금의 카이로 근처의 멤피스와 더 남쪽에 있는 테베이다. 테베는 종교적으로 굉장히 중요한 도시였고, 다양한 모습과 규모의 사원이 지금도 많이 남아 있다고 한다.

<제국의 열두 달>은 소설이지만 많은 부분을 사실에 기반하여 썼고 등장하는 중요 고위 인물들은 실제로 존재했던 이들이 대부분이라고 한다. 소설은 마을의 농부 바키와 같은 평범한 사람들의 모습을 통해 고대 이집트의 많은 사람들이 어떤 삶을 살았는지 추측할 수 있게 해 준다. 또한 파라오, 고위 관료, 사제 등 다양한 사람들의 생활을 보여준다. 우리는 <제국의 열두 달>을 통해 이집트 사람들이 가진 종교적 신념과 문화, 나일강의 위대함과 가치, 이집트의 신화와 사회, 역사를 간접적으로 체험할 수 있다. 중간중간 독자를 위해 저자는 이집트에 대한 역사적 정보를 알려주기 때문에 이집트에 대한 지식이 없어도 쉽게 이해할 수 있다. 고대 이집트에 생생한 모습을 느끼고 싶다면 <제국의 열두 달>과 함께 일 년여의 이집트 생활을 함께 해 보는 것을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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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와 신화로 읽는 심리학 - 우리 삶을 읽는 궁극의 메타포
김상준 지음 / 보아스 / 201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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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영화와 신화로 읽는 심리학-영화로 보는 인간의 삶


 


많은 훌륭한 영화들이 신화를 모티프나 메타포 등으로 사용한다. 신화는 얼핏 듣기엔 허황된 이야기처럼 들리지만 자세히 살펴보면 인간의 삶을 담고 있기 때문이다. 신화가 인간의 여러 모습을 그려내기 때문에 심리학 용어들은 곧잘 그리스, 로마 신화에 나오는 등장인물들의 이름을 따 오기도 한다. 그만큼 신화는 인간들이 가지고 있는 극단적인 면모, 또는 비난 받는 측면을 '신'이라는 이름으로 드러내고 있다.


<영화와 신화로 읽는 심리학>은 정신과 전문의인 저자가 영화를 신화로 환원한 것이다. 보통 영화감독이나 시나리오 작가들은 신화 속 인물을 작품 속에서 복잡하게 그려내지만 그는 반대의 행위를 한 것이다. <영화와 신화로 읽는 심리학>에서 다루는 작품들은 대부분 유명한 영화로 마스크, 뮤리얼의 웨딩, 트루먼 쇼, 달콤한 인생, 굿 윌 헌팅, 12몽키즈, 여고 괴담 등이다. 영화를 매우 좋아하는 편은 아니라서 본 작품들도 있고 그렇지 않은 작품들도 있었다. 그러나 대부분 몇 번 이상 제목을 들어 본 영화들이었다. 개중에 12몽키즈가 눈에 띄었는데, 시간여행을 주제로 한 미국 드라마로 내가 아주 즐겨 봤던 작품이었다.

 


영화 <마스크>는 당연히 '로키'의 이야기로 시작된다. 최근엔 북유럽 신화에 나오는 '로키'를 아는 사람들이 많아졌는데 아무래도 게임, 영화 등의 영향이 아닌가 싶다. 마블 영화인 어벤저스, 토르에도 나온 로키는 신화 뿐 아니라 많은 작품에서 인간을 기만하는 신으로 악명이 높다. 로키는 오딘과 프리그 사이에서 낳은 아이인 발드르를 평소 시샘하였다. 로키는 발드르의 형인 회드르가 장님이라는 사실을 이용하여 발드르를 죽이고, 이후 모든 신들의 적이 된다. <마스크>에서는 주인공이 바로 이 로키의 가면을 줍게 되면서 생기는 일이다. 가면을 쓰면 주인공 스탠리는 로키처럼 장난스럽고 과감한 성격이 되는데 우리도 때와 상황에 맞춰 이런 가면을 쓰고 산다. 가면을 인간의 '페르소나'로 해석할 수 있는 것이다. 이 페르소나를 잘 조절한다면 사회생활에 도움이 될 수도 있지만 자신의 본질을 숨기고 그 페르소나가 진실한 모습이라고 믿는다면 정신적인 문제가 생길 수도 있다.

 


미드 <12몽키즈>의 해석은 카산드라 콤플렉스로부터 시작한다. 트로이의 왕인 프리아모스와 왕비 헤카베 사이에서 태어난 카산드라는 "미래를 읽어내는 힘을 갖게 되지만 아무도 그 말을 믿지 않을 것이다"라는 신탁을 받는다. 카산드라는 크면서 매우 아름다운 여인이 되고 태양의 신 아폴론은 그에게 푹 빠져 예언의 능력을 준다. 카산드라는 예언력을 받게 된 이후 아폴론을 차 버리고 화가 난 그는 아무도 카산드라의 예언을 믿지 못 하도록 만들었다. 결국 신탁의 예언이 맞아 떨어진 것이다. 마침내 그리스와 트로이 사이의 전쟁이 일어났을 때 카산드라는 트로이 목마를 절대 들이지 말라고 했으나 다른 이들이 그 말을 듣지 않는다. 우리가 잘 알다시피 그리스는 트로이의 목마로 인해 전쟁에 지고 말았다.


<12몽키즈>의 제임스는 인류를 지키기 위해 미래에서 왔다. 미래에 지구에는 치명적인 바이러스가 퍼져 많은 사람들이 죽고 살아 남은 이들은 지하 생활을 하게 된다. 미래 세계의 과학자들은 타임머신으로 제임스 콜을 과거로 보내 누가 바이러스를 퍼뜨렸는지 알아오라고 한다. 여자 주인공 캐서린은 처음엔 제임스가 시간여행자라는 말을 믿지 않지만 시간이 지난 후 그의 말이 사실이라는 것을 알게 된다. 그들은 바이러스를 퍼뜨린 범인을 막으려고 하지만 실패하고 만다. 여기서 제임스는 감성적인 남자, 캐서린은 이성적인 여자로 표현된다. 또한 이처럼 감정적인 이들은 카산드라 신드롬을 겪을 수 있다고 한다. 이 영화를 보면서 단 한 번도 카산드라 신드롬에 대해서는 생각해 본 적이 없는데, 정신과 의사는 참 재미있는 시각으로 영화를 해석한다고 느꼈다.


이처럼 <영화와 신화로 읽는 심리학>에서는 유명한 영화에 대한 줄거리는 물론이고 이에 대한 저자의 재미있는 해석들을 감상할 수 있다. 이미 봤던 영화는 나와 저자의 감상을 비교하면서, 아직 보지 않은 영화는 이런 내용을 담고 있었구나 생각하면서 읽는 재미가 쏠쏠하다. 영화에서 의미를 찾고자 하는 이들, 영화 감상에 대한 다른 시각을 경험해 보고 싶은 이들에게 추천하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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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이 있는 북유럽 신화 그림이 있는 옛이야기 2
김원익 지음 / 지식서재 / 201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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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그림이 있는 북유럽 신화-그리스로마 신화만큼 재미있는 북유럽 신화


 


북유럽 신화는 그리스로마 신화만큼 유명하고 재미있지만, 우리나라에서는 그리스로마 신화가 압도적인 인기를 끌었다. 우선 애니메이션으로 예쁜 그림체의 <그리스로마 신화>가 방영되어 남자아이들, 여자아이들을 가리지 않고 시청했다. 또한 <그리스로마 신화>는 성경과 함께 서양 문화를 제대로 이해하기 위해 반드시 읽어야 할 필독서라는 인식이 퍼져 있어, 부모님의 권유로 어린이, 청소년들이 <그리스로마 신화> 만큼은 읽었던 것 같다. 하지만 상대적으로 <북유럽 신화>는 찬밥 신세였는데, 이런 경향이 바뀌는 데 큰 기여를 한 것이 마블 시리즈 영화와 게임이라고 생각한다. 물론 신화에 관심이 있고, 책 읽는 것을 좋아하는 사람들은 그리스로마 신화든 북유럽 신화든, 인도 신화든 골고루 읽었겠지만 대부분 어떤 계기가 있어야만 관심을 갖는다. 특히 마블에서는 <토르>시리즈를 선보였고 <어벤저스>에까지 이 세계관이 이어졌는데, 이는 북유럽 신화에 기반을 둔 이야기이다. 


개인적으로 <그리스로마 신화>보다 <북유럽 신화>가 더 스펙터클하고 재미있다고 생각한다. 영화 <토르>를 봤다면 알겠지만 바로 '로키'의 존재와 '라그나뢰크(신들의 종말, 신들의 황혼)' 때문이다. 어디로 튈지 종잡을 수 없는, 빌런같기도 하고 아닌 것 같기도 한 '로키'는 영화에서 빠질 수 없는 캐릭터이다. <토르>는 <북유럽 신화>를 배경으로 그 캐릭터들을 차용했지만 완전히 그대로 사용한 것은 아니다. 영화의 재미를 위해 북유럽  신화의 내용을 가감했으며 어떤 부분은 변형을 하기도 했다. 또한 영화를 감상할 때 북유럽 신화에 대한 배경지식이 있는 것과 아닌 것은 완전히 다르다. 북유럽 신화를 알고 있다면 재미있는 부분을 훨씬 더 많이 찾을 수 있다. <그림이 있는 북유럽 신화>를 읽으면 멋진 그림을 감상하면서 진짜 <북유럽 신화>는 무엇인지 알 수 있다.


 <그림이 있는 북유럽 신화>는 북유럽 신화에 대한 내용 뿐 아니라 컬러 그림이 130점, 그리고 신과 영웅 계보도까지 수록되어 있다. 신화의 설명에 딱 맞는 그림까지 함께 수록되어 내용의 이해를 돕는다. 그림 중에서는 유명 화가들이 그린 그림 이외에도 난쟁이들이 나온 익살스러운 그림이나 생명의 나무 이그드라실에 대한 그림 등이 나와 있어 더 구체적인 상상이 가능하다. 소설, 애니메이션, 웹툰 등과 같은 2차 창작물을 만들고자 하는 사람에게도 좋은 책이다.


 


아무래도 마블 시리즈 작품을 좋아하다 보니 <토르>에서 본 내용이랑 자꾸 비교하면서 책을 읽게 되었다.  <그림이 있는 북유럽 신화>는 영화와 달리 '어둠'으로부터 시작한다. 땅도 바다도 공기도 아직 존재하지 않는 상태에서 '무스펠헤임(불의 나라)'와 '니플헤임(얼음의 나라)'가 만들어지고 만물은 이 두 공간의 충돌과 갈등으로부터 생성된다. 그리스로마 신화와 다른 점은 이 충돌과 갈등으로부터 안정된 상태로 발전해 나가는 것이 아니라 '라그나뢰크'라는 파국으로 끝을 맺는다는 점이다. 이 두 공간의 한기와 열기가 계속 만나며 쌓인 서리에서 북유럽 신화의 최초의 생명체인 이미르(서리거인)와 아우둠라(거대한 암소)가 태어난다. 저자에 따르면 인기 만화이자 애니메이션인 <진격의 거인>에서 나오는 '유미르'가 북유럽 신화의 '이미르'의 영향을 받았다고 한다.

 


이미르는 암소의 젖을 양분으로 삼아 잠을 자면서 흘린 땀으로 자식들을 만들어 내는데, 이 땀에서 만들어진 3명의 거인들이 북유럽 신화의 모든 거인들의 조상이라고 한다. 암소 아우둠라는 니플헤임 절벽에서 떨어져 얼음 조각들을 먹으며 살았는데, 어느 날 거대한 얼음덩이 하나를 핥기 시작하자 그 속에서 머리카락이 보이기 시작하고 점점 형체를 드러낸다. 이렇게 나온 신이 인간의 모습을 한 북유럽 신들의 조상 '부리'이다. 부리는 거인족의 여자들을 아내로 맞아 아들 보르를 낳고, 보르가 거인족 여자와 또 결혼하여 아들 삼형제를 두는데 이들이 바로 오딘 3형제이다.


영화와 마찬가지로 북유럽 신화에서도 주신 중 하나인 헤임달은 '신들의 파수꾼'이다. 아홉 여신들이 힘을 합쳐 낳은 아들이 바로 헤임달인데, 헤임달이 장성하자 다른 신들이 그를 무지개 다리 비프로스트를 지키는 파수꾼으로 지명한다. 이 다리가 바로 아스가르드와 미드가르드를 연결하는 유일한 통로이다. 역시 주신 중 하나인 '로키'는 원래 아스 신족이 아니라 거인족들의 아들이었으니 오딘과 의형제를 맺고 아스 신족이 된다. 영화처럼 오딘이 '로키'를 입양하는 것은 아니지만 의형제를 맺고, 로키가 거인족이라는 부분은 같다.


 <그림이 있는 북유럽 신화>는 전반적으로 끊임없이 충돌과 갈등이 일어나며 그리스로마 신화보다 더 역동적이고 스펙터클한 일이 많이 일어난다. 또한 상대적으로 우리에게 낯선 신들의 존재가 나오기 때문에 더욱 재미있다. 북유럽 신화에 관심이 있다면, 그리고 영화 <토르>와 <진격의 거인>의 모티프가 된 이야기에 대해 알아보고 싶다면  <그림이 있는 북유럽 신화>를 꼭 읽어보기 바란다. 아마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신화 이야기에 푹 빠져 있는 자신을 발견하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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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스 로마 신화 입문 - 세계를 읽기 위한
쇼지 다이스케 지음, 박유미 옮김 / 성안당 / 201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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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리뷰]그리스 로마 신화 입문-주변에서 볼 수 있는 신화 속 존재들


 


많은 사람들이 신화는 허황된 이야기이며 과학적인 사실을 모를 때나 사람들의 상상 속에서 만들어진 이야기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신화는 옛날 사람들의 입에서 입으로 전해진 이야기들이 모여 만들어진 것이다. 그 속에는 예나 지금이나 변치 않는 인간의 본성에 대한 이야기도 있으며, 옛날 사람들이 중요시 한 가치와 문화에 대해서 알 수 있다. 또한 끝없는 세월 속에서 변화를 꿰뚫으며 살아남은 이야기들이기 때문에 아직까지 인간들에게 유효한 것들이 담긴, 정수라고 말할 수 있다. 여기에 더하여, 재미있는 이야기꾼이 그래왔듯이 현대에는 다른 모습으로 존재하는 이야기꾼들에게 재미있는 이야기 요소를 제공하는 모티프가 되기도 한다. 이렇게 새로운 옷으로 갈아입은 신화들은 여전히 현대인들에게 많은 사랑을 받는다. 예를 들면 <퍼시 잭슨과 올림포스의 신> 시리즈, 마블의 <토르> 등이 전 세계인들에게 각광 받는 것처럼 말이다.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더, 우리는 신화 속에 둘러싸여 있다. 그리스 로마에서 많은 부분을 차용한 심리학적 용어들을 제외하더라도 우리가 입고 먹고 쓰는 브랜드들의 로고들은 고대 신화의 캐릭터에서 아이디어를 얻었다. 스타벅스 하면 바로 떠오르는 초록색의 여자 세이렌, 승리의 여신 '니케'의 이름을 따온 '나이키', 많은 사람들의 워너비 가방 메이커인 에르메스(헤르메스) 등이 대표적이다. 그 외에도 파리에서 반드시 가 봐야 하는 거리인 '샹젤리제 거리'의 샹젤리제는 엘리시온 들판을 의미한다고 한다.


각 달을 부르는 영어 이름 또한 신화에서 나왔고, 영어 요일 명 또한 그렇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알고 있는 <로미오와 줄리엣>은 오디세우스의 <변신 이야기>에 실린 <피라모스와 티스베>라는 작품에서 전반적인 내용을 따 왔고 할리우드 하면 떠오르는 슈퍼 영웅들의 이야기도 그리스 로마 신화에서 그 원형을 찾아볼 수 있다. 전문가를 뛰어 넘는 오타쿠들이 즐비한 일본에서 생산된 애니메이션도 예외는 없다. 많은 소녀들을 설레게 했던 애니메이션 <세일러 문>의 러브 스토리는 달의 여신 셀레네의 이야기를 가져왔다. 

 


현대에서 사용되는 수많은 명칭들(의학, 경제, 사회 등을 망라하여) 또한 그리스 로마 신화에서 유래되었다. 이렇기 때문에 서양 문화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성경과 그리스로마신화를 반드시 읽어야 한다는 얘기가 나온다. 이 책은 주변에서 볼 수 있는 신화의 영향력은 물론이고 그리스 로마 신화에 나오는 대표적인 신들에 대해서도 설명한다. 각 신들이 대표하는 것, 상징하는 것, 성격 등을 읽고 나면 많은 명명 방법들이 이해가 간다.


신화는 시공간을 뛰어넘어 보편성을 갖는다. 여전히 신화를 통해 인간들의 많은 본성들을 설명할 수 있으며, 겉으로 드러나지 않는 인간의 특성에 대해서도 파악할 수 있다. 이러한 신화의 상징성을 이해하고 신들의 성격을 이해한다면 더욱 많은 문학 작품들을 즐겁게 감상할 수 있으며, 세계 곳곳에 퍼져 있는 신화의 존재감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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