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퀸의 대각선 2
베르나르 베르베르 지음, 전미연 옮김 / 열린책들 / 202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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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퀸의 대각선>은 순식간에 독자들을 몰입시키는 소설이다. <타나토노트>로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소설에 첫 발을 내딛은 이후 <천사들의 제국>, <아버지들의 아버지>, <뇌>, <나무>, <제3인류>, <상대적이며 절대적인 지식의 백과사전> 등 그의 여러 작품들을 꾸준히 읽어왔다. 그 중에서도 <퀸의 대각선>은 몰입도가 압도적이다. 니콜과 모니카, 심상치 않은 이력을 가진 두 여성, 주목받는 체스 천재들은 더이상 세계 주니어 체스 대회에 만족하지 않는다. 각각 다른 신념과 사상을 가지고 전 세계를 무대로 하여 서로를 라이벌로 인식하고 싸우기 시작한다. 독자들 또한 이 거대한 게임판에 빨려들어간다.

대척점에 선 두 여성, 니콜과 모니카는 치열한 공방을 이어간다. 니콜은 여전히 집단지성의 힘을 믿으며 집단을 어떻게 자극해야 자신이 원하는 대로 움직이는지 점점 더 자세히 알아간다. 양떼를 몰아넣는 것처럼, 그녀는 군중 속에서 사람들을 관찰하며 IRA의 핵심대원으로, IRA의 수장 라이언의 애인으로 혁혁한 공을 올린다. 니콜은 <왕>을 뜻하는 라이언과 사랑을 나누며 그가 진정한 자신의 '백킹'이라고 믿는다.


니콜 오코너는 모니카가 1972년 레이캬비크 대회에서 졌지만, 1978년 런던에서 개최된 세계 여성 체스 대회에서 설욕한 것을 알고 모니카에게 니콜의 대항마가 되 줄 것을 제안한다. 모니카는 군중 밀집 사건으로 일어난 어머니의 죽음이 IRA, 즉 니콜의 계획이라는 말을 전해듣고 그 제안을 수락한다. 니콜에 대해 속속들이 알기 위해 정보를 요구하는 모니카, 이제 그녀는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복수를 실행하기로 한다.

유러피언 컵 결승전은 극도의 흥분 상태인 군중을 조종하고, 미리 경찰과 공무원들의 심리를 조작해놓은 니콜의 승리였다. 모니카도 군중을 이용한 수법을 활용해보지만 니콜에게 격파당한다. 집단을 이용하는 방법으로는 니콜을 능가할 수 없다는 것을 깨달은 모니카, 그녀의 가장 큰 장점을 활용하여 단단한 폰의 벽을 깨부수는 방향으로 선회한다. 천재가 천재를 상대하며 서로 공방을 이어가고 패배와 승리를 주고받는다. 니콜과 모니카는 각자 다른 편에 서서 끊임없는 싸움을 세계 무대에서 이어간다. 현대사의 큰 사건들, 예를 들면 IRA 무장 투쟁, 소련 붕괴, 911테러, 이란의 핵 개발 등이 니콜과 모니카의 수 싸움 수단이 된다.

<퀸의 대각선>에서 니콜과 모니카는 각자 대척점에 있는 천재로 그려진다. 혼자 있기를 두려워하며 집단지성의 힘을 믿는 니콜, 밀집된 군중을 두려워하고 인간 자체를 혐오하며 뛰어난 개개인을 믿는 모니카 이 두 여성은 마지막까지 자신들의 인생을 게임판 위에 올려놓는다. 선악의 구분 없이, 어느 쪽이 옳고 그르다 말할 수 없는 싸움이 이어진다. 평범한 눈으로 봤을 때 둘은 철저히 사람들을 게임의 '말'로 생각하며 도덕성도 결핍되어 있다. 그런데 그 도덕성이라는 것을 삭제하고 보면, 이 둘의 이야기가 인간의 내부에서 일어나는 전쟁과 비슷하게 느껴진다. 인간은 함께 무리를 지어 살아가야 하지만, 개인적인 시간과 공간도 절대적으로 필요로 한다. 적절한 균형이 이뤄지지 않았을 때 우리는 극도의 스트레스를 받게 된다. 균형점을 찾지 못한 인간의 뇌에서는 격렬한 공방이 오가며, 스스로를 또는 주변을 파괴하기도 한다. 


<퀸의 대각선>은 두 여성의 치열한 경쟁, 수 싸움을 지켜보며 우리가 이 전쟁을 치르는 것처럼 게임판에 몰입된다. 순식간에 소설을 읽어내려가다 보면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소설의 끝에 도달한다. 인간들을 비인간적으로 활용하는 주인공들의 작전들을 지켜보며 압사로 인한 여러 참사들이 떠오르기도 하고, 이렇게 흥미롭게 봐도 되나 싶은 양심의 가책도 느낀다. 그리고 이 긴 이야기가 바로 우리 자신들의 이야기라는 것을 알게 된다. <퀸의 대각선>은 베르나르 베르베르가 쓴 또 하나의 걸작, 체스 소설을 좋아한다면 또는 스파이 소설, 세계를 무대로 한 스릴러 소설을 좋아한다면 반드시 읽어봐야 할 소설이다.


-출판사에서 책을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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퀸의 대각선 1
베르나르 베르베르 지음, 전미연 옮김 / 열린책들 / 202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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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스 게임에서 보자마자 서로가 영혼의 숙적이라는 것을 깨달은 두 여성이 있다.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신작소설 <퀸의 대각선>에서 나오는 두 여주인공이자 체스 천재인 니콜과 모니카의 이야기다.


<퀸의 대각선> 첫 페이지에는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소설 시리즈를 좋아한다면 다들 알만한 '에드몽 웰스'의 <상대적이며 절대적인 지식의 백과사전>의 일부가 나와 있다. 바로 <네메시스>에 대한 내용이다. 네메시스는 그리스 신화에 등장하는 복수의 여신이자 율법의 여신이다. 그리고 이 소설의 전부를 아우를 수 있는 내용이자 니콜과 모니카의 관계를 잘 표현하는 말이다.


니콜과 모니카는 정말 독특한 아이들이다. <퀸의 대각선1>에서는 니콜 오코너의 이야기가 먼저 나온다. 오스트레일리아의 사립학교에서 생쥐를 <생체 해부 실험>하기를 거부하고 교실에 홀로 갇히게 된 금빛 머리칼의 니콜, 그녀는 홀로 된 상황을 끔찍히 여긴다. 선생님이 하라는 <짐승 같은> 짓을 아무리 생각해 봐도 생쥐 같은 <짐승>이 자신과 별반 다르지 않다고 느껴진다는 소녀는 케이지의 문을 열고 갇힌 생쥐를 풀어준다. 그 쥐가 다른 쥐들이 있는 대형 케이지로 다가가자 니콜은 생쥐들이 다함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하고 케이지에 갇힌 모든 생쥐, 무려 640마리나 되는 쥐들을 학교에 풀어준다.


'이게 다 선생님이 날 교실에 혼자 감금해서 벌어진 일이야.

내 경고를 듣지 않았어

혼자 있는 걸 <못 견딘다고> 그렇게 말했는데...'



다음 타자 모니카, 그녀 역시 니콜 만만치 않은 성격의 소유자이다. 오스트레일리아에서 1만 6천 킬로미터나 떨어진 미국 뉴욕의 한 중학교에 다니는 아름다운 여자아이는 여럿이 떼를 지어 한 아이를 괴롭히는 것을 보고, 그 무리에게 소화기 분말을 분사한다. 그 중 사내아이 하나가 모니카를 잡으려고 하자 소년의 가랑이를 향해 소화기를 던지기까지 한다. 괴롭힘 당하는 아이를 구하기 위해 한 짓이지만 교사에게 자초지종을 설명하는 건 무의미하다고 생각하는 모니카, 학생들이 몰려오자 불편해한다.


'자기들끼리 북 치고 장구 치고 해보라지.

난 혼자 조용히 있는 게 좋아.

저런 멍청이들의 존재를 <견딜 수가 없어>.'


니콜 : 오토 포비아, auto(자기 자신)+phobia(공포), 혼자 있는 것에 공포를 느끼는 사람

모니카 : 안트로 포비아, anthropos(인간)+phobia(공포), 다른사람에게 병적인 공포를 느끼는 사람


화려한 신고식을 하며 등장한 두 명의 유별난 소녀, 니콜과 모니카. 니콜은 생쥐를 탈출시킨 사건으로 퇴학처분을 받고 아빠 루퍼트와 함께 양떼 목장에서 살며 따로 교육받기로 한다. 루퍼트는 딸을 끔찍히 아끼는 사업가로 양을 키워 성공했다. 그는 니콜에게 '집단 지성의 위대함'을 알려주며 양떼 목장 사업을 물려줄 생각을 한다. '집단 지성'이 궁금했던 니콜은 어렸을 때 키우던 양치기 개를 이용하여 절벽을 향해 개의 애착 인형을 던진다. 양치기 개 '마오'는 그대로 절벽을 향해 뛰기 시작했고 양 215마리가 뒤따랐다. 루퍼트는 딸을 나무라며 죽은 개 '마오'가 '마오쩌둥'의 이름을 땄다는 것을 알려준다. 프랑스 파리에서 유학생활을 하며 공산주의 운동에 적극적으로 가담했었다는 루퍼트, 자신의 철학을 딸에게 들려주면서 체스를 가르쳐주기 시작한다.


모니카는 엄마와 단둘이 빠듯하게 살고 있다. 괴롭힘 당하는 아이를 구하려고 과격한 방법을 썼다는 것이 참작되어 퇴학을 면했지만 학급 대표를 뽑는 투표에서 멍청하다고 생각했던 소녀에게 진다. 그 소녀의 도발에 넘어가 커터칼로 머리칼을 잘라버린 모니카는 결국 퇴학 처분을 받는다. 당황하기는 커녕 원격 수업을 받겠다고 당당히 선언하는 그녀, 만원 지하철과 어리석은 학교 학생들과 선생님에 질려버린 모니카는 오히려 잘 된 일이라고 생각한다. 모니카의 엄마 제시카는 감정 조절 능력을 길러주기 위해 체스를 알려준다. 제시카 또한 엄마에게서 체스를 배웠으며, 모니카의 외할머니는 유난히 '퀸'을 아꼈다고 한다.


이렇게 완전히 대척점에 선 소녀 두 명은 학교에서 비슷한 시기에 퇴학 처분을 당하고 집에서 개인 교육을 받으며 체스를 배운다. 똑똑한 소녀들은 금세 체스에 익숙해지고 세계 주니어 대회에 출전한다. 준결승전에서 만난 니콜과 모니카, 니콜은 모니카의 검은 머리와 은회색 눈, 그리고 매력적이고 매혹적인 분위기에 감탄한다. 가까운 곳에서 착 붙어 구경하는 사람들때문에 극도로 예민해진 모니카, 하필이면 자신과 상극인 니콜을 만나 폰으로 쌓은 장벽에 숨이 막힌다. 체크메이트, 모니카의 패배. 모니카는 악수를 하고 나서 니콜을 쓰러뜨린 후 목을 조른다.


심상치 않은 시작과, 그보다 더 최악의 만남을 가진 니콜과 모니카. 이들은 세계 주니어 체스 게임에서 서로를 '네메시스'라고 인식한다. 각자 아버지와 어머니의 사랑 속에서 개인 교육을 받지만 가정환경도 반대, 성향과 체스 게임 방식도 정 반대이다. 외모마저 다른 느낌이며 니콜은 집단지성을, 모니카는 개인의 뛰어남을 숭상한다. 이들의 대결은 단순히 체스게임에서 끝나지 않고 각자의 믿음과 가족을 위해, 자신들의 인생마저 게임판에 올린다. 니콜과 모니카, 최종적으로 우승하게 되는 건 누구일까?


-출판사에서 책을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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럭키 - 유쾌발랄 사기꾼의 복권 당첨금 수령 프로젝트
마리사 스태플리 지음, 박아람 옮김 / 문학수첩 / 202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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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럭키>는 소개 줄거리가 너무 흥미로워 선택한 책이다. 무려 5천억 원이 넘는 복권에 당첨됐지만 당첨금을 수령할 수 없는 난감한 상황에 빠진 여자 주인공! 이 문구만 봐도 다음 이야기와 결말이 궁금하지 않은가. 저자는 이 책을 어머니께 바친다고 했는데, 용감하고 굳건하게 사는 법을 배웠지만 사기 치는 법은 혼자 공부해야 했다고 한다. 첫 문구부터 느껴지는 위트, 뭔가 심상치 않은 작가가 쓴 수상한 소설이라 생각했다.




그 직감은 맞아 떨어졌다. <럭키>를 손에 쥔 순간부터 마지막 장을 덮을 때까지 순식간에 소설을 읽어 내려갔다. 엄청난 몰입도, 그리고 빠르게 지나가는 사건들의 과거와 현재. 이 모든 조각이 하나씩 맞아떨어지며 완성되어가는 순간 느끼는 감동까지. 이 소설은 재미와 감동, 이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았다.


<럭키>는 럭키 암스트롱의 과거와 현재가 교차하는 방식으로 서술한다. <럭키>는 1982년 2월, 뉴욕시의 한 수녀원 앞에서 사기꾼 수녀 '마거릿 진'과 아이의 울음 소리로 시작한다. 분홍색 담요에 싸여 떨고있는 작은 주먹, 그러나 이내 사내가 찾아온다. 아기를 안고 계단을 올라오는 그 남자는 무척 잘 생겼다. 아내가 산후우울증을 앓아 아이를 어딘가에 두고 왔다고 한다. 그리고 마침내 이 수녀원에서 아이를 찾았다고, 그리고 먹을 것과 분유를 사기 위해 '마거릿 진'의 금 목걸이를 구걸한다. 이 목걸이는 럭키가 항상 목에 걸고 다니는 금 십자가가 되었다. 럭키가 자기 소유라고 부를 수 있는 유일한 물건, 엄마로부터 받았다는 십자가 목걸이.



럭키 암스트롱의 아버지 '존 암스트롱'은 사기꾼이다. 럭키 또한 사기꾼의 딸로 자라 사기꾼이 되었다. 그러나 사기꾼 수녀가 그랬던 것처럼 도움이 필요한 사람들을 돕는다. 아이러니하다. 다른 사람을 등쳐먹는 사기꾼이면서 안타까운 사람을 보면 돈을 주고, 유기견 베티를 사랑하고 아낀다. 항상 정착을 원하지만 떠나야 한다. 사기를 쳤고 들통나면 잡혀가니까.

럭키는 '앨레이나'라는 가명을 버리고 또 떠난다. 그리고 항상 주유소 휴게소에 들러 복권을 사던 아빠처럼 복권을 산다. 어릴 때 재미 삼아 골랐던 숫자들, 그 모든 숫자에는 추억이 담겨 있다. 이제 럭키가 사랑한다고 생각하는 남자 '케리'와 함께 남은 돈을 챙겨 먼 섬나라로 떠나고자 한다. 멋진 바닷가에 집을 사서 개를 키우고 가정을 꾸리는,안정적인 삶을 꿈꾼다.

럭키는 기억하는 모든 순간 아빠와 함께 사기를 쳤다. 심지어 정말 친구가 되고 싶은 여자아이를 만났지만 아빠때문에 그녀는 '표적'이 되어버렸다. 그녀의 엄마가 부자인 과부이기 때문이다. 아빠가 큰 돈을 벌고 나면 럭키는 안정적인 삶을 살고 싶어한다. 그러나 항상 그 꿈은 이루어지지 않는다. 학교에 가고 싶지만 반강제로 홈스쿨링(아빠의 말에 따르자면 로드 스쿨링)을 해야 한다. 차의 뒷자석에는 도서관에서 빌렸지만 돌려주지 못하는 어려운 책들이 가득하다. 또래 아이들이 읽는 책이 아니라 어려운 책을 쉽게 읽으면서도 럭키는 그 사실을 알지 못한다. 그래도 아빠는 그녀를 세상에서 가장 사랑한다. 럭키가 무엇이든 할 수 있다고 매번 말한다. 운이 바뀌면 럭키가 세상에서 가장 운 좋은 사람이 될 거라고 한다.

그러나 '케리'는 혼자 남은 럭키에게 사기를 치고 떠나 버렸다. 모든 돈을 챙겨, 럭키에게는 커다란 누명을 씌우고 알 수 없는 곳으로 가 버렸다. 아빠가 그렇게 당부했건만, 럭키는 사랑에 눈이 멀어 또는 외로움에 휩싸여 그녀 자신이 '표적'이 되고 만 것이다. 어렸을 때는 아빠의 부탁으로 어쩔 수 없이 머리를 잘랐는데, 이제 그 싫은 일을 자신의 실수 때문에 스스로 해야 한다. 머리를 자르고 갈색으로 염색하고 프리랜서 기고가를 행세하며 사기를 친다.

태어나면서부터 사기에 연루되어 사기꾼 아빠의 손에 자라 사기꾼이 된 럭키. 사기꾼 남자친구에게 배신당하고 복권에 당첨됐는데도 범죄자가 되어 당첨금을 찾지도 못한다. 훔친 돈 때문에 여기저기서 위협을 당하고 또 그 위험에서 빠져나가기 위해 속임수를 쓴다. 하지만 럭키는 언제나 사람들에 대한 동정심과 사랑을 잊지 않는 마음 따뜻한 사기꾼이다. 럭키는 이 커다란 함정에서 빠져나와 복권 당첨금을 받아 꿈에 그리던 삶을 살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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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기와 세상을 풍미한 사기꾼들
이윤호 지음 / 박영스토리 / 201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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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세기와 세상을 풍미한 사기꾼들-기발한 사기꾼들의 이야기


많은 분들이 영화 <나우유씨미>와 <도둑들>을 기억하고 있을 것입니다. 법에 걸리기 때문에 내가 도둑질을 하지는 못하지만 기발한 방법으로 도둑질을 하고 유유히 빠져나가는 모습은 언제나 통쾌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인지 많은 영화와 소설들이 '도둑'을 주인공으로 내세워 독자를 이야기 속으로 빨아들입니다.


<세기와 세상을 풍미한 사기꾼들>은 바로 그 사기꾼들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물론 흥미롭기 때문에 이 책을 보고자 하는 사람들도 있겠지만 피해자의 입장에서 생각하면 '사기'는 결코 저질러서는 안될 범죄입니다. 저자는 이 책을 읽고 유사한 피해를 당하는 사람들이 없도록 하는 의도도 함께 잇다고 밝혔습니다.



<세기와 세상을 풍미한 사기꾼들>에는 여러 유명한 사기꾼들이 나옵니다. 우리가 티비 프로그램 <서프라이즈>나 영화에서 봤던 사기꾼들의 이야기도 종종 눈에 보입니다. 예를 들면 러시아의 마지막 공주였던 '아나스타샤'를 사칭한 여인 애나 앤더슨이라든가, 에펠탑을 한 번도 아니고 두 번이나 팔아먹은 사기꾼 '빅토르 뤼스티그', 그리고 평범한 뼛조각을 원시인류의 화석으로 뒤바꾼 '도슨과 우드워드', 립싱크로 그래미 상을 받은 '밀리 바닐리' 등입니다.


대체로 이들은 작은 거짓말부터 시작합니다. 그러나 사기를 치고 또 치면서 이런 책에 나올 만한 거대한 사기를 벌리게 되고 마침내 많은 사람들을 속이거나 큰 피해를 주었습니다. 여기에 나오는 사기꾼들은 대체로 입담이 좋고 여러 나라의 말을 구사하기도 하며 외모도 매력적인 경우가 많습니다. 몇몇 이들은 '괴도 루팡'을 떠올리게 할 정도입니다. 또한 사람들에게 사기를 치기 위해 혀를 내두를만한 노력을 하기도 하고(그렇지만 결국 사기입니다) 기발한 속임수를 쓰기도 합니다. 이런 것들이 이 책을 읽는 내내 긴장감을 놓치지 않게 해 주었습니다.


과연 이들이 이제까지 어떤 사기를 어떤 방식으로 저질렀고 사람들이 왜 그들에게 속았나 알고 싶다면 <세기와 세상을 풍미한 사기꾼들>을 읽으면서 쫘악 한번 정리해 보는 것도 좋습니다. 사기꾼들 각각의 특징과 함께 사기 방법이 나와 있고 일부는 현재에도 쓰이기 때문에 꽤 유용한 정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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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라진 후작 에놀라 홈즈 시리즈 1
낸시 스프링어 지음, 김진희 옮김 / 북레시피 / 2018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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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사라진 후작-에놀라 홈즈 시리즈 첫 번째 이야기


1887년 영국의 아서 코난 도일이 <셜록 홈즈>시리즈를 출판한 이후 여전히 홈즈는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받고 있다. 책은 물론이고 베네딕트 컴퍼베치를 주인공으로 하여 전 세계인들을 홈즈 시리즈에 푹 빠지게 만든 영국 드라마 <셜록>,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의 뻔뻔스럽고 재치있는 연기를 보여준 영화 <셜록 홈즈> 등 갖가지 2차 창작물들이 저마다 매력을 뽐내고 있는 중이다.


처음 <에놀라 홈즈 시리즈>를 접했을 때는 아서 코난 도일이 쓴 스핀오프같은 버전의 다른 소설인가 싶었다. '에놀라'라는 어감을 봤을 때 여자의 이름이었고, 성이 홈즈인 것을 생각했을 때 홈즈의 누나 또는 여동생인가보다 했다. 알고 보니 <에놀라 홈즈 시리즈>는 낸시 스프링어라는 작가가 홈즈의 여동생 '에놀라'라는 인물을 만들어 여자 버전 홈즈의 기똥찬 추리 소설을 쓴 것이었다.



 


<에놀라 홈즈 시리즈>를 보고 가장 반가웠던 점은 바로 어려운 사건을 해결해 나가는 인물이 '소녀'라는 사실이었다. 이상하게 대부분의 추리소설에서 여자가 사건을 해결하는 경우는 많지 않다. 물론 몇몇 소설이 떠오르긴 하지만 남자가 주도적으로 사건을 해결하는 유명 추리물 시리즈들을 생각하면 그 비율이 너무 적다. 아마 20세기까지 제한된 여성의 사회적 위치때문일 것이라 추측된다.


<셜록 홈즈>를 읽어 보거나 영드 <셜록> 등을 본 사람들이라면 모두 알고 있겠지만 셜록은 냉정한 논리주의자이며 다른 사람의 감정을 신경쓰지 않는다. 오죽하면 영드에서 셜록 역을 맡은 베네딕트 컴버비치가 스스로를 두고 '나는 소시오패스야'라고 말할까. 그의 형으로 나오는 마이크로프트의 성격도 크게 다르지 않다. 목적을 위해서라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다른 사람이 받을 상처에 대해서는 전혀 신경쓰지 않는다. 하지만 여기에 나오는 '에놀라 홈즈'는 그들과 전혀 다른 인물이다. 물론 세세한 단서들을 캐치하고 추리력이 뛰어나며, 자기 주도적인 점은 그녀의 오빠들과 유사하다. 에놀라 홈즈는 셜록이나 마이크로프트와 전혀 다른 피가 흐르는 것처럼 사려 깊고 다른 사람들의 감정을 잘 캐치해 내는 인물이다. 일반적으로 탐정은 냉철한 논리주의자여야 한다는 관념과 배치되는 성격을 가지고 있다. 또한 대부분 여성은 피해자나 수동적인 인물로 그려지는 다른 추리 소설과도 차별화된다. 고작 14살의 나이에 그녀는 꽉 막힌 꼰대같은 오빠들의 손을 벗어나 스스로 독립하려고 하는 캐릭터이다.


<에놀라 홈즈>시리즈는 총 6권으로 되어 있으며 그 중 첫 번째가 바로 <사라진 후작>이다. 재미있게도 <에놀라 홈즈>는 엄마의 실종으로 시작된다. '에놀라 Enola'라는 그녀의 이름부터 소개되는데 거꾸로 읽으면 바로 alone의 뜻이다. 철저히 가부장적인 사고 방식을 가진 오빠들, 그리고 세상 사람들의 틈바구니에서 살아남으려면 그리고 자신의 정체성을 확고하게 지키려면 alone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하는 듯 하다. 홈즈와 마이크로프트, 그리고 에놀라의 어머니는 항상 어린 에놀라에게 '넌 혼자서도 매우 잘해나갈 거야'라고 말했다. 어느 날 다른 짐은 거의 챙기지도 않고 남자들의 복장을 하고 유령처럼 사라져버린 에놀라의 어머니! 결국 에놀라는 두 오빠들에게 전보를 부치고 그들은 허겁지겁 에놀라의 집에 방문한다. 홈즈는 시시 때때로 에놀라의 지능을 무시하고, 마이크로프트는 그녀에게 숨쉬기조차 힘든 코르셋을 입히고 숙녀 교육을 시키기 위해 강제적으로 여자 기숙학교에 집어 넣으려고 한다. 전형적인 남성 위주의 시각으로 그녀를 판단하는 오빠들, 에놀라는 왜 어머니가 오빠들을 피해 몸을 숨겼는지 그리고 왜 오빠들과 자주 보지 않았는지 바로 깨닫는다.


재미있는 것은 에놀라의 어머니가 그 동안 가짜 생활비 내역서를 장남인 마이크로프트에게 보내 많은 돈을 모았던 것이다. 너무 완벽한 내역서에 홈즈와 마이크로프트는 그 돈의 쓰임새를 상상도 못하고 지불했고, 어머니는 암호책을 통해 그 돈이 어디에 있는지 에놀라에게 알려준다. 역시 그 어머니에 그 딸이라고 해야 할까.


책을 보면 에놀라는 당시 시대적 기준으로 숙녀 교육을 전혀 받지 못하고 코르셋으로 몸매관리도 전혀 하지 않은, 그야말로 야생마처럼 자란 말괄량이이다. 셜록과 마이크로프트, 그리고 세상사람들의 고정관념은 그녀를 억누르고자 하는 '코르셋'과도 같은 존재이다. 홈즈와 동일한 빅토리아 시대를 배경으로 하여 '에놀라'의 이야기를 그려낸 작가의 의도가 대충 짐작된다. 억압된 여성상에 반기를 들고, 홈즈와 마이크로프트와 다른 방식으로 실마리를 훌륭하게 풀어나가는 에놀라의 활약을 보고 있노라면 정말 가슴이 뿌듯해진다. 오빠들보다 훨씬 멋진 에놀라가 혼자서 어려운 사건을 쓱쓱 풀어가는 이야기 속에 푹 빠져보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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