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퀸의 대각선 1
베르나르 베르베르 지음, 전미연 옮김 / 열린책들 / 2024년 6월
평점 :
체스 게임에서 보자마자 서로가 영혼의 숙적이라는 것을 깨달은 두 여성이 있다.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신작소설 <퀸의 대각선>에서 나오는 두 여주인공이자 체스 천재인 니콜과 모니카의 이야기다.
<퀸의 대각선> 첫 페이지에는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소설 시리즈를 좋아한다면 다들 알만한 '에드몽 웰스'의 <상대적이며 절대적인 지식의 백과사전>의 일부가 나와 있다. 바로 <네메시스>에 대한 내용이다. 네메시스는 그리스 신화에 등장하는 복수의 여신이자 율법의 여신이다. 그리고 이 소설의 전부를 아우를 수 있는 내용이자 니콜과 모니카의 관계를 잘 표현하는 말이다.
니콜과 모니카는 정말 독특한 아이들이다. <퀸의 대각선1>에서는 니콜 오코너의 이야기가 먼저 나온다. 오스트레일리아의 사립학교에서 생쥐를 <생체 해부 실험>하기를 거부하고 교실에 홀로 갇히게 된 금빛 머리칼의 니콜, 그녀는 홀로 된 상황을 끔찍히 여긴다. 선생님이 하라는 <짐승 같은> 짓을 아무리 생각해 봐도 생쥐 같은 <짐승>이 자신과 별반 다르지 않다고 느껴진다는 소녀는 케이지의 문을 열고 갇힌 생쥐를 풀어준다. 그 쥐가 다른 쥐들이 있는 대형 케이지로 다가가자 니콜은 생쥐들이 다함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하고 케이지에 갇힌 모든 생쥐, 무려 640마리나 되는 쥐들을 학교에 풀어준다.
'이게 다 선생님이 날 교실에 혼자 감금해서 벌어진 일이야.
내 경고를 듣지 않았어
혼자 있는 걸 <못 견딘다고> 그렇게 말했는데...'
다음 타자 모니카, 그녀 역시 니콜 만만치 않은 성격의 소유자이다. 오스트레일리아에서 1만 6천 킬로미터나 떨어진 미국 뉴욕의 한 중학교에 다니는 아름다운 여자아이는 여럿이 떼를 지어 한 아이를 괴롭히는 것을 보고, 그 무리에게 소화기 분말을 분사한다. 그 중 사내아이 하나가 모니카를 잡으려고 하자 소년의 가랑이를 향해 소화기를 던지기까지 한다. 괴롭힘 당하는 아이를 구하기 위해 한 짓이지만 교사에게 자초지종을 설명하는 건 무의미하다고 생각하는 모니카, 학생들이 몰려오자 불편해한다.
'자기들끼리 북 치고 장구 치고 해보라지.
난 혼자 조용히 있는 게 좋아.
저런 멍청이들의 존재를 <견딜 수가 없어>.'
니콜 : 오토 포비아, auto(자기 자신)+phobia(공포), 혼자 있는 것에 공포를 느끼는 사람
모니카 : 안트로 포비아, anthropos(인간)+phobia(공포), 다른사람에게 병적인 공포를 느끼는 사람
화려한 신고식을 하며 등장한 두 명의 유별난 소녀, 니콜과 모니카. 니콜은 생쥐를 탈출시킨 사건으로 퇴학처분을 받고 아빠 루퍼트와 함께 양떼 목장에서 살며 따로 교육받기로 한다. 루퍼트는 딸을 끔찍히 아끼는 사업가로 양을 키워 성공했다. 그는 니콜에게 '집단 지성의 위대함'을 알려주며 양떼 목장 사업을 물려줄 생각을 한다. '집단 지성'이 궁금했던 니콜은 어렸을 때 키우던 양치기 개를 이용하여 절벽을 향해 개의 애착 인형을 던진다. 양치기 개 '마오'는 그대로 절벽을 향해 뛰기 시작했고 양 215마리가 뒤따랐다. 루퍼트는 딸을 나무라며 죽은 개 '마오'가 '마오쩌둥'의 이름을 땄다는 것을 알려준다. 프랑스 파리에서 유학생활을 하며 공산주의 운동에 적극적으로 가담했었다는 루퍼트, 자신의 철학을 딸에게 들려주면서 체스를 가르쳐주기 시작한다.
모니카는 엄마와 단둘이 빠듯하게 살고 있다. 괴롭힘 당하는 아이를 구하려고 과격한 방법을 썼다는 것이 참작되어 퇴학을 면했지만 학급 대표를 뽑는 투표에서 멍청하다고 생각했던 소녀에게 진다. 그 소녀의 도발에 넘어가 커터칼로 머리칼을 잘라버린 모니카는 결국 퇴학 처분을 받는다. 당황하기는 커녕 원격 수업을 받겠다고 당당히 선언하는 그녀, 만원 지하철과 어리석은 학교 학생들과 선생님에 질려버린 모니카는 오히려 잘 된 일이라고 생각한다. 모니카의 엄마 제시카는 감정 조절 능력을 길러주기 위해 체스를 알려준다. 제시카 또한 엄마에게서 체스를 배웠으며, 모니카의 외할머니는 유난히 '퀸'을 아꼈다고 한다.
이렇게 완전히 대척점에 선 소녀 두 명은 학교에서 비슷한 시기에 퇴학 처분을 당하고 집에서 개인 교육을 받으며 체스를 배운다. 똑똑한 소녀들은 금세 체스에 익숙해지고 세계 주니어 대회에 출전한다. 준결승전에서 만난 니콜과 모니카, 니콜은 모니카의 검은 머리와 은회색 눈, 그리고 매력적이고 매혹적인 분위기에 감탄한다. 가까운 곳에서 착 붙어 구경하는 사람들때문에 극도로 예민해진 모니카, 하필이면 자신과 상극인 니콜을 만나 폰으로 쌓은 장벽에 숨이 막힌다. 체크메이트, 모니카의 패배. 모니카는 악수를 하고 나서 니콜을 쓰러뜨린 후 목을 조른다.
심상치 않은 시작과, 그보다 더 최악의 만남을 가진 니콜과 모니카. 이들은 세계 주니어 체스 게임에서 서로를 '네메시스'라고 인식한다. 각자 아버지와 어머니의 사랑 속에서 개인 교육을 받지만 가정환경도 반대, 성향과 체스 게임 방식도 정 반대이다. 외모마저 다른 느낌이며 니콜은 집단지성을, 모니카는 개인의 뛰어남을 숭상한다. 이들의 대결은 단순히 체스게임에서 끝나지 않고 각자의 믿음과 가족을 위해, 자신들의 인생마저 게임판에 올린다. 니콜과 모니카, 최종적으로 우승하게 되는 건 누구일까?
-출판사에서 책을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