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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을 쓸 때 내가 생각하는 것들 - 셰익스피어 앤드 컴퍼니 인터뷰집
애덤 바일스 지음, 정혜윤 옮김 / 열린책들 / 202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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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에서 책을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고풍스러운 짙은 초록빛 표지에 흰 글씨로 쓰여진 제목 <소설을 쓸 때 내가 생각하는 것들>, 그리고 그 아래 '셰익스피어 앤드 컴퍼니 인터뷰집'이라고 적혀 있다. 세계적으로 유명한 파리의 독립 서점 중 하나인 '셰익스피어 앤드 컴퍼니'의 인터뷰집이라니, 책과 문학을 사랑하는 이들이라면 파리에 가서 꼭 들러야 하는 장소가 바로 이곳이다. 한때 파리의 독립 서점 셰익스피어 앤드 컴퍼니의 에코백이나 기념품 등을 인증하는 게 유행인 적이 있을 정도로, 많은 관광객들이 찾는 장소이다. 

셰익스피어 앤드 컴퍼니는 유명세에 비해, 그렇게 크고 화려한 곳은 아니다. 과거 작가들이 조용히 문학 작품을 집필하고 문학적 소양을 나누던 곳답게 조그만 다락방을 연상시키는 목조 건물이다. 좁고 가파른 계단을 오르면 서점에 머물던 작가들이 글을 쓰던 곳이 조그맣게 마련되어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책을 사랑하는 많은 이들이 과거 어니스트 헤밍웨이, 제임스 조이스, 에즈라 파운드, 앙드레 지드 등 당대 거장 작가들의 흔적을 느끼면서 소소한 즐거움을 느끼는 곳이다.


<소설을 쓸 때 내가 생각하는 것들>의 저자 '애덤 바일스'는 바로 이 서점 <셰익스피어 앤드 컴퍼니>의 문학 디렉터로 일하며 매주 팟캐스트를 진행하고 있다고 한다. 이 책은 셰익스피어 앤드 컴퍼니에서 2012년부터 2022년까지 10년 동안 진행되었던 작가와의 대화 중 최고의 인터뷰를 엄선한 대담집이라고 한다. 인터뷰한 작가로는 노벨 문학상 수상 작가 아니 에르노, 퓰리처상 수상 작가 콜슨 화이트헤드, 공쿠르상 수상 작가 레일라 슬리마니, 전미 도서상 수상작가 제스민 워드, 맨부커상 수상 작가 말런 제임스 등은 물론이고 촉망받는 신진 작가까지 포함되어 있다. 맨부커상에 노벨 문학상이 언급되니 한국의 '한강 작가'도 슬쩍 떠올랐다. 아마 그도 인터뷰를 했더라면 여기에 포함되어 있지 않았을까 싶다.


<소설을 쓸 때 내가 생각하는 것들>에는 셰익스피어 앤드 컴퍼니가 처음 문을 열었을 때의 이야기가 소개 글로 나와 있다. 조지 휘드먼이 1951년 서점 문을 열었을 때는 1층의 일부가 열차처럼 좁고 길쭉하게 연결된 세 칸짜리 공간이 전부였다고 한다. 책장 한 구석에는 침대가 놓여 있었고 전기도 들어오지 않았던 이 공간은 넉넉하지 않았지만 무료 세미나, 예술가와 작가를 위한 워크숍, 토론 모임 등이 열렸다고 한다. 다른 서점들처럼 책을 주문하고 포장을 풀고, 독자들에게 팔거나 빌려줄 책을 고르고, 각종 행사를 열기도 했다. 서점은 확장되었고 조지 휘드먼은 작가들을 설득해 낭독회나 사인회를 열기도 했도 많은 작가들이 이 서점을 들락거렸으며 일손을 보태는 대가로 사람들은 하룻밤 묵어가기도 했다. 밤새 작가들의 토론이 끊임없이 이어졌던 이곳, 그 정기를 받아 아직까지 파리의 중심부에서 이 서점은 운영되고 있다.

저자는 작가들과의 인터뷰를 진행하고 정리하면서 같은 주제가 반복되어 등장한다는 사실에 놀랐다고 한다. 최근 10년 동안 사람들의 관심이 부쩍 높아진 주제로는 표현의 문체나 특정 이야기를 할 권리가 누구에게 있는지, 소설이라는 형식의 적절성, 영어권에서의 <자전 소설>에 대한 질문이라고 한다. 시대를 초월하여 반복되는 질문은 이야기를 전달하는 법, 인물의 마음 속으로 들어가는 법, 창작의 벽을 극복하는 벽 등에 관한 것이라고 한다.


<소설을 쓸 때 내가 생각하는 것들>은 처음부터 끝까지 저자가 작가를 인터뷰하는 식으로 구성되어 있다. 간단하게 작가의 작품에 대해 설명하고 인터뷰에 곧바로 들어간다. 팟캐스트 형식을 그대로 빌려왔다. 소설에 나오는 등장인물의 특징, 특정 요소가 가지는 의미, 작가가 관심을 둔 철학가나 소설을 쓰는 과정이나 방법, 소설을 처음 시작하게 된 계기 등 작가들의 다양한 이야기가 나온다. 이 책은 유망한 작가들, 또는 이미 문단의 찬사를 받고 있는 작가들의 생생한 이야기를 들여다보고 싶은 사람들의 욕구를 한가득 채워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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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스마스 캐롤
찰스 디킨스 지음, Daniel Choi 옮김 / 찜커뮤니케이션 / 202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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찰스 디킨스 특유의 문체와 사회비판적 의식을 엿볼 수 있는 소설, 그냥 줄거리만으로도 크리스마스의 정신을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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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스마스 캐롤
찰스 디킨스 지음, Daniel Choi 옮김 / 찜커뮤니케이션 / 202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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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에서 책을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대부분 어릴 때 <크리스마스 캐롤>을 읽어봤거나 애니메이션으로 본 적이 있을 것이다. 애니메이션은 주로 크리스마스 시즌 또는 겨울에 텔레비전에서 주로 방영하곤 했는데, 아마 어릴 때 처음으로 본 으스스한 유령만화가 아니었나 싶다. 그 전까지는 아이들을 위한 귀여운 유령이 나오는 책이나 애니메이션을 봤기 때문에 공포스럽게 묘사되는 유령을 보고 나름 충격을 받은 것 같다.

워낙 어릴 때 <크리스마스 캐롤>을 그림책 또는 동화책 형식으로 읽었기 때문인지, 처음엔 이 작품이 그 유명한 '찰스 디킨스'의 기념비적인 소설이라는 것도 인식하지 못했다. 그냥 전세계 어린이들이 모두 읽는 크리스마스 기념 동화책인 줄 알았다. 후에 <크리스마스 캐롤>이 찰스 디킨스를 세계적인 작가로 만든 유명한 소설이었다는 것을 알고 나름의 충격을 받았던 것 같다. 찰스 디킨스의 작품으로는 <크리스마스 캐롤>외에도 <위대한 유산>, <올리버 트위스트>, <데이비드 코퍼필드> 등이 잘 알려져 있다. 

찰스 디킨스는 당대 영국 19세기 사회상을 작품 속에 잘 그려넣은 것과 동시에 문학성, 사회비판, 대중성 등을 동시에 갖춘 것으로 유명하다. 소설 <크리스마스 캐롤>에서도 가난한 이들에 대한 연민을 나타내면서 돈을 잘 벌지만 인색하기 그지 없는 '스크루지'를 비판한다.


<크리스마스 캐롤>에 나오는 '스크루지'에 대한 묘사는 그야말로 '인색함'을 잘 보여준다.


스크루지는 짜내고, 비틀고, 움켜쥐고, 긁어모으고, 집착하고, 욕심 많은 노인 죄인이었다! 아무리 두드려도 따듯한 불꽃 하나 내뿜지 않는 차가운 부싯돌처럼 딱딱하고 날카로웠다. 그는 폐쇄적이고, 혼자만의 세계에 갇혀 마치 굴처럼 고독했다.


그의 차가운 내면은 그의 외모까지 얼어붙게 했다. 뾰족한 코를 얼어붙게 했고, 뺨을 오그라들게 했으며, 걸음걸이를 뻣뻣하게 만들었다. 그의눈은 붉게 충혈되고, 얇은 입술은 푸르게 변했으며, 듣기 거슬리는 목소리로 냉소를 냅뱉었다. ...중략...


-찰스 디킨스, <크리스마스 캐롤> 중에서-


이후에도 스크루지의 인색함에 대해 묘사하고 설명하는 글이 무려 3페이지에 걸쳐 이어진 다음 본격적인 이야기가 시작된다. 아무도 스크루지에게 환한 얼굴로 인사하지 않고, 구걸하는 이들조차 그에게 잔돈을 요구하지 않는다. 크리스마스이브에조차 늙은 스크루지는 계산소에서 바쁘게 일을 한다. 물론 추운 날씨에도 스크루지 계산소의 난로에는 불이 꺼져있다. 스크루지의 조카가 찾아와 크리스마스 이브의 인삿말을 건내면서 크리스마스 저녁에 초대하지만 스크루지는 냉담하기 그지없다. 심지어 일 년에 단 한번 뿐인 크리스마스에 직원에게 휴가를 주는 것조차 질색하는 스크루지, 오히려 그는 더 일찍 출근하라고 통보한다.


집으로 돌아가 아주 작은 불을 켠 다음 잠자리에 누운 스크루지, 집안의 모든 벨이 울리는 소리와 함께 유령이 쇠사슬을 끌고 가는 듯한 소리를 듣는다. 세상에, 그의 동료였던 말리가 유령으로 나타난 것! 유령은 자신이 쇠사슬에 묶이게 된 이유를 말하면서 스크루지에게도 스스로 무거운 쇠사슬을 만들고 있다고 한다. 말리의 유령은 아직 스크루지에게는 자신과 같은 운명을 피할 기회와 희망이 남아있다고 말한다. 세 명의 영혼이 스크루지를 찾아올 거라고 예고하고 떠난 말리, 정말 그 날로부터 매일 종이 울리며 영혼이 하나씩 나타나기 시작한다.


 새 책이 나올 때마다 미국과 영국에서 엄청난 열풍을 일어켰던 찰스 디킨스, 디킨스 특유의 섬세한 묘사와 함께 크리스마스의 기적을 다시 읽고 싶은 이들에게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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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퍼하지 말아요, 이별도 당신을 떠날 거예요
이승재 지음 / 좋은땅 / 202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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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에서 책을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아무도 시를 읽지 않는 시대가 되었다. 
주변에서 책을 자주 읽는다고 하는 사람들도 소설이나 인문학 책을 주로 읽지 시집을 읽지는 않는다. "좋아하는 시집이 뭐예요?"라고 물으면 다들 쉽게 대답하지 못한다. 시집을 아직까지 읽고 있는 사람들이 특이한 이들이 되어버렸다. 낄낄거리면서 시집에서 가장 예쁜 시를 골라 마음에 드는 소년, 소녀에게 편지와 함께 쓰던 모습은 60년대~80년대를 배경으로 하는 청춘 영화에서나 볼 수 있는 모습이 되었다.

아름다운 언어, 함축된 시어, 극도로 정제된 말
이 모든 것을 담고 있는 시가 이제 유별난 것이 되어 버렸다는 것이 참 아쉽다.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나면 대부분의 사람들은 시와 영영 멀어져버리고 만다. 도서관에서도 시집은 참 인기가 없다. 어쩌다가 인기 드라마나 영화에 노출이 된 시라면 모를까, 시집의 대여율은 저 바닥의 바닥에 있다. 그나마도 중고등학교 때 교과서에서 자주 등장하는 시인들의 시집 이외에는 아주 깨끗해서 요새는 누가 시를 쓰고 읽나 싶다. 아직까지 꿋꿋하게 시를 쓰고 시집을 출판하는 모든 이들에게 마음 속 깊이 찬사를 보낸다. 


<슬퍼하지 말아요, 이별도 당신을 떠날 거에요>는 이승재 시인의 시집으로 '이별'을 주제로 한 시들이 실려 있다. 그는 우크라이나 키이우와 러시아 크라스노야르스크, 춘천에서 오랜 시간을 보냈으며 2022 한용운신인문학상으로 등단했다고 한다. 그래서인지 몇몇 시들은 한용운 시의 느낌이 나기도 하고 러시아에서 시간을 보낸 이용악 시인의 감성이 물씬 풍기기도 한다. 

시집 표지에는 예쁜 치즈색 고양이가 몸을 동그랗게 말고 있고 그 위에 작은 소녀가 요정처럼 잠들어 있다. 남색 밤하늘에 구름을 이불 삼아 포근하게 잠든 고양이 한 마리와 사람 한 명. 아마 <슬퍼하지 말아요, 이별도 당신을 떠날 거에요>의 시인은 나중에 고양이와 이곳에서 행복하게 만날 것을 꿈꾸고 있지 않나 싶다.

​상처와 마주 보았네

​혼자였는데
더 혼자이고 싶어서
정신없이 너에게 달려가던 그날
가시 돋친 시멘트길에
빨갛게 피어오르는 무르팍 피를 보며
한참을 앉아있었네
​붉은 방울이
나 대신 울고 있는 거 같아
미안,
내 그림자에서조차 벗어나고 싶었어
​오래전에 버려진 가슴앓이
견디지 못했던 기억
그렇게 너는 사라지겠지
나도 사라져버릴 거야 그래서
나도 널 잊을 거야
​핏빛도 잃어가는
상처에게 얘기하며
한참을 울었네


​-이승재 시인-



​<슬퍼하지 말아요, 이별도 당신을 떠날 거에요>의 전체적인 분위기는 어둡고 슬프다. 희망찬 내일을 약속하지 않으며, 떠난 이를 끊임없이 그리워한다. 연인이든, 반려 동물이든 마음 속 깊이 사무치게 좋아하던 이와 이별을 했을 때의 심정을 아름다운 시로 표현하면 이렇게 되지 않을까 싶다.
​마음속 깊이 침투한 상처를 무리해서 치료하려고 하지 않으며 그 슬픔을 모두 받아들이는 과정이 여러 시 곳곳에 나와 있다. 담담했다가 그렇지 않았다가, 일상 생활을 하다가도 한없이 가라앉았다가, 너무 그리워해서 그 감정 자체를 없애버리고 싶었다가.
​<슬퍼하지 말아요, 이별도 당신을 떠날 거에요>에 나오는 시들은 하나같이 말한다. 이별에 죽도록 아파도 되고, 열심히 극복하려고 노력하지 않아도 된다고. 그렇게 상처를 받아들이면서 쓴 싯구들이 다른 상처받은 이를 조용히 위로한다.

​<슬퍼하지 말아요, 이별도 당신을 떠날 거에요>는
시가 죽은 이 시대에, 아직 시를 사랑하는 이들에게, 
아픔을 시로 위로하고자 하는 이들에게 바치는 시집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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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인생만사 답사기 - 유홍준 잡문집
유홍준 지음 / 창비 / 202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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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좀 읽어봤다, 한국 문화에 관심이 많다는 사람들 중에 그의 글을 읽어보지 않은 이들이 있을까? 아마 '유홍준'작가가 누군지 정확히 모른다 하더라도 그의 저서 「나의 문화유산답사기」를 한번도 읽어보지 않은 이들은 거의 없을 것이다. '도대체 「나의 문화유산답사기」가 뭐길래 대부분 읽어 봤다고 하는 거지?'라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분명 이 시리즈의 한 토막은 읽었을 것이다. 바로 교과서나 중고등학교 문학 수필에 종종 등장하기 때문이다. 작가는 「나의 문화유산답사기」를 통해 한국 문화 유산을 직접 답사하며 느낀 한국 문화의 아름다움을, 쉽고 매력적인 글로 널리 알렸다. 당시에 전통문화, 한국 유적지 등에 대한 내용은 너무 학술적이고 재미없는 책이 대부분이었다. 그러나 한국 문화에 대한 학술적이고 전문적인 내용도 그의 손을 한번 거치면 맛깔 나는 장면으로 변하여 머리 속에 쏙쏙 들어오곤 했다.

저자의 신간 「유홍준 잡문집ㅣ나의 인생만사 답사기」는 저자의 책을 재미있게 읽었던 모든 독자가 신나게 읽을 수 있는 책이다. 이미 제목에 밝힌 것처럼 이번 책은 '잡문집', 사람이야기는 물론이고 한국 문화, 바둑, 미술교육, 백두산, 한국의 현대 예술가 등에 대한 이야기가 실려있다. 무엇보다 맨 마지막에는 부록으로 '나의 글쓰기'라는 글이 실려 있는데 좋은 글쓰기를 위한 15가지 조언, 문장 수업, 「나의 문화유산답사기」가 나오기까지의 과정 등의 이야기가 실려 있다. 이미 그의 팬이라면 이 책도 순식간에 읽어 내릴 것이고, 저자에 대해 모르는 사람들은 이 책을 읽고 도대체 「나의 문화유산답사기」가 무엇인지 궁금해질 것이다.

이번 책 「유홍준 잡문집ㅣ나의 인생만사 답사기」 역시 쉽게 읽히지만 여운은 길게 남는다. 저자가 그 동안 쓴 글 중에서 시의성이 있는 글들은 묻어두고 주제 별로 나누니 '인생만사', '문화의 창', '답사 여적', '예술가와 함께', '스승과 벗' 다섯 장으로 분류되었다고 한다. 

저자는 무려 45년 동안 피운 담배를 끊으며 담배 고별연으로 책을 시작한다. 마치 유씨 부인이 27년간 써오던 바늘이 부러지자 이를 애도하는 「조침문」을 썼듯이. 정희성 시인의 「동년일행」에서 나오는 '담배 피우는 행위'가 주는 위로에 대해서 말하고, 담배를 통해 인간미를 주고 받았던 이용악 시인의 「시골 사람의 노래」를 언급한다. 백두산 정상에 올라 북측 안내원에게 받은 담배를 피웠던 기억, 그리고 담배의 이야기는 역사를 거슬러 올라 17세기 우리나라에 처음 담배가 들어온 때까지 이어진다. 담배를 너무 좋아하지만 시류에 따라 담배를 끊으며, 그는 애정했던 담배에게 이별을 고한다.

우리나라에 '잡초공적비'가 있다는 것을 아는가? 저자는 지난 여름 잡초 예찬론자인 김정헌 화백과 함께 이 '잡초공적비'를 보러 갔다고 한다. 강원도 평창군 청옥산 산마루, 육백마지기 고원의 한쪽 산비탈에 펴 있는 샤스타데이지 꽃을 감상하며 산 정상에 올라 잡초공적비에 도착했다. 청옥산 육백마지기 생태농장의 노부부가 생채기 난 흙을 품고 보듬어 치유하는 잡초의 위대함을 기리고자 세운 잡초공적비, 이 비석 뒤에는 이렇게 쓰여 있다고 한다.


잡초는 지구의 살갗이다.

-잡초 공적비 뒷면-


꽃차례는 봄부터 피기 시작하는 꽃들의 순서. 저자는 2월부터 피는 꽃을 하나씩 읊기 시작한다. 동백이 피고 매화가 꽃망울을 맺었다는 소식과 생강나무, 산수유, 매화가 거의 동시에 피면서 시작되는 봄꽃들. 백련사 승탑 동백밭에 흐드러지게 핀 동백꽃과 송이째 떨어진 동백꽃은 그야말로 장관이다. 꽃은 나이가 들어야 그 아름다움의 진수를 알게 된다며 송나라 애국 시인인 육방옹의 시를 읊는다.


「유홍준 잡문집ㅣ나의 인생만사 답사기」를 읽으면 저자의 넓고도 깊은 시야를 절로 깨닫게 된다. 역사적인 사실은 물론이고 한국 문화, 미술, 문학 등에 대한 지식, 현대사를 화려하게 장식한 주변인과의 이야기까지. 뭐 하나 놓치고 싶은 구절이 없다. 읽는 이가 감탄하고 또 감탄하면서, 더 싣고 싶었던 수많은 이야기를 어떻게 이 한 권으로 줄였을까 싶다. 


마지막으로 부록에 써 놓은 '좋은 글쓰기를 위한 15가지 조언'은 보석과 다름없다. 간단하지만 글에 반영하기 어려운 조건들, 실제로 「나의 문화유산답사기」는 이 모든 조건이 다 들어가 있다. 그렇기 때문에 밀리언셀러로 지금까지 많은 독자들에게 사랑받고 있는 듯 하다. 여기에 하나 더 덧붙이자면, 진심. 그의 모든 글에는 진심이 들어가 있기 때문에 절로 감탄하며 읽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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