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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려라 메로스 일본문학 베스트 3
다자이 오사무 지음, 장하나 옮김 / 성림원북스 / 202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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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근현대 문학을 살펴보면 '미마자키 도손'이 서양문화의 영향을 받아 사실주의 소설을 쓰기 시작했으며 '나쓰메 소세키'가 완성시켰다. 이후 일본의 대표적인 소설가 아쿠다카와 류노스케는 완성도 높은 단편 소설을 출간하였으며, 그를 존경한다고 공공연하게 밝혔던 다자이 오사무는 제 2차 세계대전에서 일본이 패망한 이후 상실감과 혼란을 작품에 반영하였다. 다자이 오사무는 좋은 집안에서 태어나긴 했지만 여섯 째 아들로 많은 관심을 받지 못했으며, 아픈 어머니 대신 유모의 손에서 자랐다. 어릴 때부터 몸이 약했으며 부모님의 애정을 많이 받지 못하고 끊임없이 방황하는 삶을 반복하였다. 1929년 스무 살이 되던 해 첫 자살 시도를 시작했고 이후에도 계속해서 자살 시도를 하여 마침내 1928년 다섯 번째 자살시도를 끝으로 세상을 떠났다. 


다자이 오사무의 다양한 모습을 볼 수 있는 단편집 <달려라 메로스>

가장 많이 사랑 받은 작품은 <사양>이며, 그가 죽기 전에 완성하여 일종의 유서라고도 보는 소설은 <인간 실격>이다. 그러나 그의 다양한 모습을 볼 수 있는 소설은 <달려라 메로스>를 비롯한 여러 단편집이라고 생각한다.


성림원 북스에서는 다자이 오사무의 대표 소설 <사양>, <인간 실격> 그리고 <달려라 메로스>를 포함한 단편 소설집을 출간하였다. 다자이 오사무 시리즈는 소설 내용에 걸맞는 멋진 일러스트가 돋보여서 그의 소설을 한꺼번에 소장하고 싶은 독자들에게 추천한다. 특히 <달려라 메로스>나 <인간 실격>에는 일본 순정 만화에서 볼 법한 미남이 우수에 젖은 눈빛으로 포즈를 잡고 있어 눈이 즐겁다.

아쿠다카와 류노스케를 좋아하는 독자라면 다자이 오사무의 단편집을 읽어보는 것을 추천한다. 다자이 오사무는 내내 아쿠다카와 류노스케를 존경하고, 그를 기리는 상을 받기 위해 노력했기 때문인지 소설 곳곳에서 아쿠다카와 류노스케가 가진 특유의 느낌과 비슷한 결을 느낄 수 있다. 대표적으로 일본의 옛이야기를 인용하거나 차용한 작품들, 또는 소설 곳곳에 나오는 유머러스한 부분들, 인간의 본성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만드는 구절 등이 그렇다. 다만 <인간 실격>은 호불호가 갈리므로 자신의 취향에 맞는지 먼저 체크하길 바란다. 


아아 말하다 보니 무심코 이실직고해버렸다.

결국, 그 무렵의 나는 아까도 잠깐 말했듯이 금붕어 똥처럼 의지력이라고는 티끌만큼도 없는 생활을 했다.

금붕어가 헤엄치면 나도 쫄래쫄래 따라가는 똥처럼 바바와의 만남을 허무하게 이어가고 있었다.


-다자이 오사무, <다스 게마이네>중에서-


어쨌든 나는 다자이 오사무 특유의 유머, 웃음 포인트와 진솔한 서술을 좋아한다. 엉뚱한 이들에게 색다른 매력을 찾는 모습도 좋아한다. 그리고 이 특유의 느낌은 그의 단편 소설에 잘 나와 있다.


<다스 게마이네>는 '사노 지로자에몬'이라는 남자 대학생이 '바바 가즈마'라는 음악학교 학생을 우연이 만나 친분을 나누는 이야기이다. 그와 바바, 그리고 사타케라는 화가는 잡지를 만들기로 계획한다. 어느 날 바바가 그에게 소설을 기가 막히게 잘 쓰는 남자를 소개받았다고 말하는데 바로 이름이 '다자이'다. 바바는 그갸 무섭고 지독하며, 진짜 역겨운 놈에 혐오스럽다고 말한다. 육체적으로 안 맞는 부분이 이 있다며 머리는 빡빡이인데 그것도 뭔가 사연 있는 빡빡이 같다고. 아니... 소설 속에 자신을 이렇게 적나라하게 표현한 소설가가 또 있을까? 그 뒤에 이어지는 묘사는 더더욱 시니컬하다. 심지어 소설의 마지막 부분에 나오는 어떤 이의 죽음마저.


<달려라 메로스>의 줄거리

이 단편집의 제목이기도 한 <달려라 메로스>는 일본의 중고등학교 교과서에 실린 만큼 유명한 소설이다. 메로스는 여동생의 결혼식을 앞두고 신부 의상과 잔치 음식을 장만하기 위해, 겸사겸사 죽마고우인 세리눈티우스를 만나기 위해 도시로 나선다. 그러나 뭔가 이상할 정도로 쓸쓸한 도시의 분위기, 메로스는 늙은 사내에게서 '포악한 왕'에 대한 이야기를 듣는다. '악심'을 품고 있는 사람들을 도저히 믿을 수 없다며 주변인부터 시작하여 신하들까지 잡아 죽이고 있는 폭군! 메로스는 왕을 죽이기 위해 왕궁을 어슬렁거리다가 잡혀간다. 왕 앞에서 '도시를 폭군의 손아귀에서 구하고자 왔다'고 주장하는 메로스, 그는 사람의 마음을 의심하는 것이 가장 수치스러운 악덕이라고 말한다. 폭군은 메로스에게 사람의 마음을 믿을 수 없고 의심하는 것이 정당한 마음가짐이라고 말하며 그를 처형하려고 한다. 메로스는 죽음을 각오했으나 왕에게 단 한 가지 부탁을 한다. 하나밖에 없는 여동생의 결혼식이 있으니 마을에서 결혼식을 올리고 사흘 안에 돌아오겠다고 약속한다. 대신 자신이 시간 내에 오지 않으면 절친인 세리눈티우스라는 석공을 교수형에 처하라는 메로스, 왕은 그를 비웃으며 일부러 늦게 도착하라고 말한다. 


왕의 불신과 메로스의 신뢰 대결! 


그런데 이런 심각한 상황에서도 다자이 오사무 특유의 표현법과 유머는 여지없이 발동한다. 이 외에도 진짜 십 대 여성이 쓴 것처럼 섬세한 마음을 표현한 소설 <여학생>, 그가 실제로 느끼고 겪은 삶이 반영되어 있는 <귀거래>와 <고향>등 다양한 단편 소설을 읽을 수 있다. 사랑, 이별, 죽음, 희망 등 다자이 오사무의 희노애락을 다양하게 느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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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양 일본문학 베스트 2
다자이 오사무 지음, 장하나 옮김 / 성림원북스 / 202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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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00년대의 일본 문학을 대표하는 작가 중에서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사람은 아쿠타카와 류노스케와 다자이 오사무이다. 이들의 소설은 가볍게 잘 읽히면서 깊은 여운을 남기는 묘한 느낌이 있다. 소설 군데군데 나오는 재미있는 이야기도 내가 좋아하는 류의 웃음 코드다. 비극 속의 희극, 박찬욱 감독의 영화 <아가씨>에서의 웃음 포인트처럼 말이다. 소설의 전반적인 분위기는 소설의 제목 <사양>처럼 사양길로 접어들고 있는데 그 와중에 정식 예법에는 맞지 않지만 귀엽고 진짜 귀족처럼 보인다는 어머니의 식사법이라든지, 전쟁이란 시시한 것이라 말하면서 전쟁이 끝난 직후에 한 신문에 실린 재미있는 시를 말하는 가즈코라든지 이런 부분이... 그래 참 귀엽다.

특히 다자이 오사무의 소설에 나오는 여성들은 수동적이지 않다. <사양>에 나오는 가즈코처럼 통통 튀는 매력을 갖고 있으며 약간 남다른 체계로 사고해야 한다고 할까? 당시 일본 사회에서는 물론이고 지금 기준으로도 수용하기 힘든 자신만의 방식으로 세상을 살아간다. 그러니 사람들은 다자이 오사무의 소설을 페미니즘 소설이라고도 일컫는 것이다. 또한 그의 소설에 등장하는 주인공은 이런 부분이 가장 매력적이다. 전형적이지 않은, 통념을 뒤집는 데 앞장서는 여성. 성림원북스 <사양>의 표지에는 이런 가즈코의 특징이 잘 나타나 있다. 전반적으로 어둡고 지친 기색의 얼굴이지만 단호한 표정의 여성이 스스로의 목을 가볍게 쥐려고 한다.

소설의 제목 <사양>은 우리가 흔히 '사양길에 접어들다'라고 쓰는 말의 '사양'이다. 저무는 해처럼 새로운 것에 밀려 점점 몰락하는 모습, 바로 가즈코의 가족 이야기이다. 전쟁 후 급격히 몰락해 가는 일본의 귀족 가문, 마약과 술에 빠져 스스로를 부끄러워하며 동시에 바닥을 딛고 새롭게 밀려들어오는 사람들에게 좀처럼 맥을 추지 못하는 나오지 모두 사양길을 걷고 있다. 특히 소설을 쓰고자 하는 동생 나오지는 '다자이 오사무' 자신의 초상을 반영한 인물로 소설 속에서도 자살을 택하고 현실에서도 몇 번이나 자살을 시도하다 결국 성공한다.

<사양>에서 점점 시들어가는 어머니를 돌보며 마약에 빠져 허우적거리는 동생을 놓지 못하는 가즈코 또한 그들과 함께 절망의 구렁텅이에 빠져들기도 한다. 심지어 그녀는 남동생이 쫓아다니던 소설가이자 유부남이며 술꾼인 우에하라에게 사랑을 느끼기까지 한다. 가즈코는 우에하라가 자신을 책임질 사람이 아니며 그럴만한 능력이 없는 것을 알고서도 사랑을 나누고 아이를 갖는다. 사람들이 우러러 보는 귀족의 아가씨에서 가족들을 다 잃어버리고 사생아의 어머니가 된 가즈코, 그러나 그녀는 마냥 주저앉지 않는다. 낡은 도덕과 끝까지 싸우며 아이와 함께 태양처럼 살아가겠다고 다짐한다. 


많은 이들이 '다자이 오사무'는 소설 속에 나오는 동생 나오지와 동일한 삶을 살면서 한 편으로는 '가즈코'처럼 살기를 원했다고 말한다. 또한 <사양>에 나오는 모든 주요 등장 인물들이 그 주변의 실제 인물 또는 그를 반영했다고 한다. 스스로의 혁명에 성공하지 못하고 안타까운 선택을 하고 말았지만 가즈코가 자신의 아이를 '나오지가 어떤 여자에게 몰래 낳게 한 아이'라고 여기겠다고 말한 것처럼, 그의 작품은 생명을 이어나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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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이만 헤어져요 - 이혼 변호사 최변 일기
최유나 지음, 김현원 그림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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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우리 이만 헤어져요-이혼 변호사의 인스타툰 메리지레드


 


<우리 이만 헤어져요>, 이혼 변호사가 쓴 인스타툰이라 그런지 제목부터 심상치 않다. <메리지레드>라는 제목으로 연재된 인스타툰과  함께 미공개 에피소드, 그리고 저자의 에세이가 수록된 책인데 이제까지 이혼 변호사로 활동하며 보고 경험하고 느낀 점을 진솔하게 써 놓은 점이 장점이다.


인스타툰으로 연재할 당시에도 많은 사람들에게 화제가 되었다고 하는데, 그도 그럴 것이 우리가 인생에서 최소 한 번은 하는 고민과 연결되어 있기 때문이다. 바로 결혼과 이혼! 결혼을 하고자 하는 사람들도 자신이 행복한 가정을 꾸릴 수 있을까 고민하고 결혼을 하고 나서도 결혼 생활을 유지하기 위해 노력해야 하는지 아니면 이혼을 결심하는 것이 더 좋은지 고민한다. 최유나 변호사는 20대 부터 이혼 변호사로 활동하기 시작하여 지금까지 천 건 이상의 이혼 소송을 진행했다고 한다. 사람들의 고민과 결심, 결혼 생활 중 이혼을 결심하게 만드는 불행, 이혼의 문턱 앞에서 결심을 재고하게 하는 것들 등을 모두 지켜 본 것이다.

 


<우리 이만 헤어져요>에는 자신의 친자인 줄 알고 키웠던 아이가 사실은 다른 남자의 아이라는 것, 배우자의 잦은 외도나 폭력, 고부나 동서 사이의 갈등 등 극단적인 사례도 많지만 결혼 생활을 하며 흔히 겪을 수 있는 갈등에 대한 이야기도 많다. 자신을 배려하고 이해해주려고 하지 않는 가장 사랑했던 사람에게 실망하고 마음을 다치는 것이다. 물론 두 사람 다 힘든 상황이 있을 수 있다. 그러나 이 시기에 어떻게 상대방에게 말하고 행동하느냐에 따라 우리는 위로를 얻기도 하고 분노만 남기기도 한다. 이 책 속에는 그런 다양한 상황이 나와 있고, 저자는 마음이 돌아선 모든 부부에게 이혼만이 정답은 아니라고 이야기한다. 물론 반드시 이혼해야 하는 상황도 있다. 그래서 이 책 소개에 결혼한 사람 뿐 아니라 미혼인 사람이 반드시 읽어야 하는 책이라고 나와 있는 것 같다. 결혼 전에 이 같은 상황을 알고 함께 극복해 나갈 수 있는 방향으로 노력한다면 더욱 행복한 결혼 생활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이 책을 읽으면서 참 세상에는 다양한 사람이 있고, 사람들은 제각기 다른 삶을 살아간다는 것을 다시 한번 깨달았다. 예전에 텔레비전에 방영되었던 <사랑과 전쟁>에 나온 사례처럼 파렴치하고 이해할 수 없는 사람들도 많아서 주먹을 불끈 쥐게 되는 이야기들도 있었다. 이혼할 때 이혼 변호사가 어떤 역할을 하며, 이들에게 이혼 상담을 할 때에는 어떤 방식으로 해야하는 지에 대한 정보도 간접적으로 나와 있었다. 물론 결혼을 계획하면서, 결혼 생활을 하면서 처음부터 이혼을 생각하는 사람들은 없겠지만 이 과정이 어떻게 되는 지에 대해 알아둬서 나쁠 것은 없다고 생각했다.

 


남편이 살인을 저지르고 교도소에 복역을 하던 와중 이혼을 바라는 부인 등 온갖 굳은 사건도 맡는 바람에 머리를 기른다는 이야기나 정말 안타까운 경우지만 이혼 소송은 '복수'를 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속 시원한 결과를 얻기는 힘들다는 이야기 등 변호사들의 고충을 간접적이나마 이해할 수 있는 사례도 많았다. 가장 안타까웠던 저자의 글 중 하나는 '우리는 모두 이전 세대에 빚을 지고 있다'였는데 여기에 많은 공감을 했다. 한국의 경제 발전, 자식들의 뒷바라지 등을 위해 주로 희생을 해 온 부모님들이 이제 자신의 의무는 다 했다며 이혼을 하는 경우이다. 가부장적인 사회적 분위기와 문화 속에서 남성과 여성 모두 나름대로의 희생과 인내를 했고 많은 분들이 이제 자유로워지고 싶다며 황혼 이혼을 한다고 한다.


<우리 이만 헤어져요>는 정말 결혼을 생각하고 있는 사람들, 이미 결혼 생활을 하고 있는 사람들, 또는 이혼에 대해서 생각하고 있는 사람들 모두에게 추천하는 책이다. 우선 '이혼'이라는 중대 사건을 둘러싼 에피소드가 재미있다. 또한 결혼이라는 중대한 결심을 하기 전, 후, 그 과정에 생각해 봐야 하는 많은 것들이 이 책에 담겨 있다. 이혼이라는 것을 다양한 관점으로 바라볼 수 있게 해 주는, 유용한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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높고 푸른 사다리
공지영 지음 / 해냄 / 201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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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높고 푸른 사다리-공지영 장편 소설 추천


 


<높고 푸른 사다리>는 공지역 작가의 장편 소설로, 최근 읽은 그의 작품으로는 <해리>, <즐거운 나의 집>에 이어 세 번째이다. 물론 예전에 그의 대표 소설 중 하나인 <봉순이 언니>와 <도가니>등을 읽었지만 워낙 읽은 지 오래 되어 그 생생한 느낌을 기억하고 있지는 않다. <해리>, <즐거운 나의 집>, <봉순이 언니>, <도가니> 등은 완전히 다른 장르의 소설이지만(해리와 도가니는 '추리+팩션+사회고발' 이라는 비슷한 장르로 분류할 수 있다) 공통적으로 그의 작품에서 돋보이는 것은 바로 '사랑'에 대한 이야기이다.


<해리>는 '해리'와 종교단체 사이의 유착 관계와 그 사이의 피해자들을 취재하는 것을 중점으로 이야기가 진행되었지만 주인공과 그의 어머니 사이의 끈끈한 유대감, 그들을 잇는 사랑이 그 무엇보다 돋보였다. 힘든 상황에서도 서로에 대한 사랑을 받침대로 삼아 주인공은 '해리'에 대한 조사를 이어 나갔다. <즐거운 나의 집>은 그야말로 세 번 이혼한 엄마와 딸 사이의, 모녀 간의 사랑이 중점을 이룬다. 주인공과 배 다른 여동생은 사랑할 수 없어도 아빠가 다른 남동생을 사랑할 수 있는 이유를, 바로 그 엄마를 사랑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그리고 <높고 푸른 사다리>에서도 살아가면서 겪는 끊임없는 고통 속에서 주인공은 '사랑'을 통해 행복을 깨닫는다. 공지영 작가는 장르를 넘나들며 다양한 작품을 썼지만, 그의 작품을 하나로 잇는 것은 '사랑'이 아닐까 생각했다.

 


사랑에 대한 '윌리엄 블레이크'의 명언이 차례 뒤에 나와 있었다. 우리가 지상에 머무는 이유는 '사랑의 섬광'을 견디기 위해서라고. 이 명언이 <높고 푸른 사다리>에서 작가가 말하는 바라고 느꼈다.


<높고 푸른 사다리>에서도 공지영 작가의 문장은 훌륭했다.


누구나 살면서 잊지 못하는 시간들이 있다. 고통스러워서 아름다워서 혹은 선연한 상처 자국이 아직도 시큰거려서. 아직도 그때를 생각하면 뛰는 심장의 뒤편으로 차고 흰 버섯들이 돋는 것 같다.


-<높고 푸른 사다리> 첫 페이지 중에서- 

 

누구나 이런 생각을 한 경험이 있을 것이다. 상흔처럼 남아 절대 지워지지 않는 기억들, 상기하기만 하면 심장이 불안하게 박동하는 것을 느낄 수 있는 기억들 말이다. 이렇듯 공감할 수밖에 없는 일을 적절한 단어의 배치로 써 놓은 것을 보면서 다시 감탄했다. <도가니>의 첫 장에서도, <즐거운 우리 집>에서 모녀의 대화 속에서도 수없이 비슷한 감탄을 하였다.


 


<높고 푸른 사다리>에서 주인공은 신부 서품을 앞둔 베네딕도 수도회의 젊은 수사이다. 그는 가까운 사람들의 죽음을 세 번이나 겪었으며 힘든 수도원 생활을 하였다. 모르는 사람들도 있겠지만 수도원 생활은 보통 힘든 것이 아니다. 성욕을 비롯한 여러 욕구를 참는 것에서 그치지 않고 '세상에서 가장 귀한 것을 얻기 위해 모든 것을 버린 사람'에 가까워지는 것이다. 그가 수도원 생활에 적응하고 있을 때쯤, 아빠스님에게서 호출을 받는다. 아빠스님은 미국 뉴저지 뉴튼 수도원에서 받은 소식을 그에게 전달하였다. 바로 미국 정부가 한국전쟁사를 대작으로 엮으면서 흥남 철수를 삽입하고, 그 안에 마리너스 수사님의 이야기가 들어간다는 소식이었다. 그러면서 주인공과 깊이 관련된 여자 '소희'의 이름이 나온다. 죽음을 앞두고 있는 그 '소희'는 주인공을 보기 위해 이 곳에 온다고 했다.


독자들은 주인공의 파릇한 대학 시절, 신학교 시절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그의 과거 속으로 푹 빠져든다. 대부분의 사람들에겐 낯선 신학교 대학생들의 일상을 들으면서 각자 다른 성격을 가지고 있는 그의 친구들에 대해 듣는다. 그러면서 주인공이 한 때 사랑했던 여자 '소희'에 대해서 알아가고, 토마스 수사님을 인터뷰하면서 한국사의 비극적인 이야기가 함께 얽힌다. 이 모든 것이 자연스럽게 전개되고 독자는 이야기 속에 빨려 들어간다.


그녀의 다른 소설들처럼 <높고 푸른 사다리>에 나오는 이야기들은 모델이 된 실존했던 사람들이 나온다. 작가는 송봉모 신부님의 책을 읽고 이 이야기를 구상하게 되었고 젊은 시절 한국에 들어와 생을 바쳤던 신부님, 토마스 신부님과 비슷한 사람들, 베네딕도회 수도자들 등이다. 작가는 이들의 삶을 훌륭하게 한 편의 소설로 쓰면서 한국사의 비통한 부분까지 엮어내었다. 그리고 독자에겐 훌륭한 문장으로 심금을 울리면서, 우리네의 인생을 다시 생각하게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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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로틱 조선 - 우리가 몰랐던 조선인들의 성 이야기
박영규 지음 / 웅진지식하우스 / 201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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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에로틱 조선-조선 시대의 성 이야기


 


조선시대는 우리나라의 역사 속에서 가장 보수적인 나라로 알려져 있다. 지금도 매사에 진지하고 매우 보수적인 사람들을 일컬어 약간의 비꼼을 담아 '선비 같다'라고 말한다. 집 안에서도, 나라를 이끄는 데에도 갖가지 규율이 있었으며 이를 지키지 않으면 약하게는 따가운 눈총을 받고 심하게는 벌을 받기도 했다. 이런 분위기 때문에 성적인 욕구도 제한되지 않았을까 생각하는데, 인간은 언제나 빈틈을 찾는 법이다. 식욕과 수면욕과 함께 3대 욕구로 뽑는 '성욕'은 아무리 온갖 법규로 제재하려고 한다 해도 막을 수 없는 종류의 것이다. 저자에 따르면 조선 시대는 법과 신분, 제도의 틀 때문에 소수의 남자들만이 자신의 욕구를 마음껏 채울 수 있다고 한다. 힘 있고 권력을 가진 남성들은 여러 여성들을 만나며 성적 유희를 즐길 수 있었고 대부분의 여성은 이들이 만든 규제 속에서 살아야 했다. 물론 이런 규제에서 벗어나고자 하는 여성들이 있었으나 어을우동의 이야기에서 알 수 있듯이 실패로 끝난다.


조선 시대에 성욕의 표출은 철저히 금지되어 혼인마저 반드시 '중매'라는 중간 다리를 거쳐야 했다. 부부가 된 이후에도 그 전에 만났다는 사실이 발견되면 이혼시키는 것이 법이었다고 하니 제도가 얼마나 엄격했는지 유추할 수 있다. 이렇게 결혼을 했으니 부부 간에도 애정을 자유롭게 표현할 수 없었고 권력자들은 이런 욕구를 표출할 다른 방법을 찾았다. 풍류라는 이름으로 기생과 첩을 통해 성생활을 즐긴 것이다. 우리가 알고 있는 대부분의 권력자, 그리고 유명한 학자들 또한 첩이나 아끼는 기생을 두었다. 특히 정철이 기생과 정분을 나누며 주고 받은 시는 지금의 관점으로 읽어도 꽤 노골적이다.(물론 표현은 은유적이지만, 시에서 의미하는 바가 그렇다.) 때로는 사랑하는 기생을 두고 상대방을 무고하거나 길에서 드잡이를 하는 일도 빈번하게 일어났다. 권력의 중심에는 항상 기생이 함께 했으며, 권력자의 부인들은 남편을 사수하기 위해 온갖 방법을 쓰면서 인내해야만 했다. 남편이 첩이나 여종을 취하는 것을 인내하지 못하고 복수심에 불타 범죄를 저지른 부인들도 있었다.

 


이 책에서는 여러가지 일화를 예로 들면서 기생이나 궁녀, 의녀, 첩 등 남성들이 상대적으로 성적 욕구를 자유롭게 발산할 수 있었던 여인들의 이야기를 다룬다. 또한 춘화, 육담을 통해 성에 대해 사람들이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었으며 그들의 성 생활은 어땠는지 살펴본다. 마지막으로는 조선을 뒤흔들었던 섹스 스캔들과 그와 관련된 규범을 다루면서 당시 성에 대한 관점을 알아본다.


이 책을 읽고 알게 된 재미있는 사실은 성에 대한 것들이 현대 사회의 많은 부분과 일치한다는 것이다. 권력의 부패가 있는 곳에는 항상 여성을 두고 싸우거나 여성을 권력자에게 바쳐 이득을 얻으려고 하는 일이 있었으며, 심지어 기생에 푹 빠져 황제를 속인 중국 사신도 있었다. 또한 아끼는 기생을 빼앗기고 상대방을 무고한 양반은 무고죄를 받게 되었으나 홀로 남은 어미가 있고 유일한 아들이라는 이유로 감형을 받았다. 사람들은 기생을 노류장화라고 비꼬았으나 왕의 후궁 중 기생 출신이 종종 있었으며, 왕이 후궁이 되어달라고 간청했으나 거절한 기생의 이야기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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