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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주택에 살고 있습니다 - 마당과 다락방이 있는 단독주택에 살며 쓴 그림 에세이
센레 비지 지음 / 애플북스 / 2019년 6월
평점 :
[리뷰]단독주택에 살고 있습니다-도심 속 단독주택살이에 대한 솔직담백 이야기
추천 : 단독주택에 대한 로망을 가지고 있는 모든 사람들에게!
어릴 적 작은 텃밭을 가꿀 수 있는 마당이 있고 마음껏 뛰어도 괜찮았던 단독주택에 살았던 경험이 있는 사람들은 두 가지로 나뉜다. 언젠가 단독주택에 다시 살아보겠다는 삶을 꿈꾸거나 절대 단독주택에 살지 않겠다고 다짐하거나. 나 또한 학교에 다니기 전까지는 단독주택에 살았다. 또한 어릴 때 잠시 살았던 할머니 댁도 단독주택이다. 내 기억 속에는 단독주택이 기분 좋게 남아 있고 언젠가 여건이 된다면 넓은 마당을 가진 주택에서 살고 싶다. 나는 전자에 속한다.
내가 단독주택을 꿈꾸는 이유에는 몇 가지가 있다. 집 밖으로 나가면 언제든 놀 사람을 만날 수 있었다. 근방 이웃에 또래 친구나 언니, 오빠들이 살았기 때문에 대문 밖으로 그들의 이름을 부르면 반가운 얼굴로 나오곤 했다. 아마 요즘같은 세상에는 도심 속 주택에서 이런 이웃관계를 갖기는 힘들 것이다. 다음으로는 할머니댁의 멋진 정원에 대한 기억 때문이다. 한 때 아름다운 정원 가꾸기가 유행한 적이 있었다고 한다. 할아버지는 어떻게 보자면 마법의 손을 가진 사람이었다. 이상하게 할아버지가 접을 붙이면 성공할 확률이 높았고, 그 밖에 온갖 식물들도 잘 키워내셨다. 그 재능을 백분 활용하셨고 할머니댁 마당에는 온갖 예쁜 꽃나무들이 계절 별로 제 색을 뽑냈다. 맑은 날에는 푸른 하늘과 꽃들이 어우러져 좋았고, 비가 오는 날에는 식물들이 물을 먹고 더욱 선명해져서 그 생명력이 나에게도 전해져 오는 듯 했다. 이런 기억들이 뇌리에 깊게 남아 있으니 언젠가 나만의 집에서 나만의 정원을 아릅답게 꾸며놓고 사시사철 창으로 보고 싶다는 꿈을 꾸고야 마는 것이다. 커피 한 잔을 내려 놓고 내 취향에 맞춰 꾸며 놓은 정원을 바라보며 책을 읽는 기분이란... 상상만 해도 온 몸에 엔돌핀이 넘친다.
도심 속 넓은 집은 아니지만, 마당과 다락방이 있는 다락방에 살고 싶다는 소망을 직접 실천한 사람이 여기 있다. 바로 <단독주택에 살고 있습니다>라는 그림 에세이를 쓴 저자이다. 이 경험을 연재하여 카카오 브런치북 프로젝트에서 은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저자는 한 번도 단독주택에 살아본 적이 없었고, 이 집이 첫 번째 단독주택 생활이라고 한다. 저자는 귀여운 캐릭터들을 이용하여 단독주택에 살게 된 과정, 집 수리, 텃밭 꾸미기, 단독주택의 장단점 등을 가감없이 표현하였다. 특히 토끼로 표현되어 있는 남편 '센레'와 애완동물 고양이인 록키, 산맥이가 정말 귀엽다.
비지(저자)는 센레(남편)와 결혼을 하면서 단독주택에 살기로 덜컥 결정한다. 이 부부가 고른 것은 내가 생각했던 그런 넓은 부지의 단독주택은 아니었다. 서울 도심 한 가운데 빌라와 다세대 주택이 많은 길목에 끼어 있는 단독주택으로, 근방의 단독주택이 끊임없이 사라지고 있는 그런 곳이다. 비지의 집은 다른 세 채의 집들로 둘러싸여 있는데 이 네 집이 모두 합심하지 않으면 건물을 지을 수 없는 구조였다. 남편 센레는 단독주택에 대한 애착이 무척 강한지 한번은 집을 팔지 않겠느냐는 제안이 들어왔는데 "100억을 줘도 안 팔아!!"라고 했다고 한다.
열심히 예산에 맞춰 리모델링을 하고 로망인 넓은 다락방도 만들었다. 처음엔 멋진 마당을 만들까 생각했지만 예산과 여러 문제에 부딪혀 그만 두기로 한다. 그래도 마당은 남겨두었다. 이불 먼지를 마음 껏 털고 그릴을 놓고 맛있는 요리를 하고 화분을 키우고 가구를 만드는 등 마당이 있으면 할 수 있는 것들이 많기 때문이다. 비지의 옆집들도 마당을 알차게 이용하고 있다고 한다. 건너건너 들려오는 아이들의 물놀이 소리, 장작패는 소리, 감따기 등 정겨운 소리가 그것을 알려준다.
<단독주택에 살고 있습니다>를 통해서 단독주택에 사는 삶의 실상을 자세히 알 수 있어서 좋았다. 예를 들면 습기를 흡수하는 '집수정', 마당의 배수구를 지키는 요령, 여기저기서 출몰하는 벌레, 자잘하게 생기는 보수할 부분들, 가끔 들리는 취객들의 소리, 난방비 등 정말 단독주택의 삶이 솔직하게 나와 있었다. 내가 꿈꾸는 비 오는 날의 단독주택만의 감성, 정겨움, 다락방의 장점 등도 있었다.
책을 읽으면서 아파트, 빌라 등에 살든 단독주택에 살든 주택의 종류에 따라 장단점은 항상 존재할 수 밖에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 모든 것이 다 좋기를 기대하는 것은 바보같은 일이라고 생각한다. 어쩔 수 없이 감수해야 할 부분이 생기고, 그걸 받아들이는 것은 우리들의 마음가짐에 따라 달라진다. 그래도 <단독주택에 살고 있습니다>를 읽고 나니 단독주택에 한번 살아볼만 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벌레, 난방비 등의 단점을 감수하고서라도 내가 어릴 때 느꼈던 단독주택만의 감성을 다시 경험할 수 있기 때문이다. 물론 도심 속이 아니라 도시 근교의 더 넓은 부지의 단독주택에서 살고 싶다. 내가 생각하는 단독주택의 느낌을 살리려면 반드시 예쁘고 약간 큰 정원과, 그리고 책을 잔뜩 넣을 수 있는 공간이 필요하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