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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의 뇌는 부모의 태도를 기억한다 - 아이의 뇌에 상처 입히는 부모들
도모다 아케미 지음, 이은미 옮김 / 퍼스트페이지 / 2025년 11월
평점 :
-출판사에서 책을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결혼 자체를 고민하거나 결혼을 하고도 아이를 낳을까말까 고민하는 사람들이 꽤 많다. 아이를 갖지 않고 싶은 이유로는 이 험한 세상에 아이를 낳아 기르는 것이 무섭다, 내 아이에게 풍족하게 해 주지 못할 바에는 낳지 않겠다 등등을 이야기한다. 그러나 그들의 깊은 속내를 찬찬히 들어보면 상당수가 어린시절 부모로 인해 커다란 상처를 받았고, 그 상처를 치유하지 못하고 가슴 속에 묻어둔 채 살아가는 경우가 많다. 그런 상처를 대물림하고 싶지 않기 때문에, 또는 올바른 양육을 할 자신이 없어 지레 겁을 먹는 것이다. <고딩엄빠>, <금쪽같은 내새끼> 등 잘못된 양육 방법으로 인터넷에 오르내리는 사연에서 쉽게 볼 수 있는 이야기이기도 하다.
<아이의 뇌는 부모의 태도를 기억한다>는 부모의 태도와 자녀의 정서 발달을 뇌과학으로 증명한 내용을 다룬 책이다. 저자는 두 딸을 키우는 엄마이자 일본 최고의 뇌과학자이자 아동마음발달연구센터장 겸 교수이며 아동마음발달진료센터 부장이기도 하다. 그는 학대 피해 아동을 만난 것을 계기로 '아동 학대와 뇌의 발달'을 연구하게 되었으며 그 결과 크고 작은 학대가 아이의 뇌에 상처를 입힌다는 사실을 발견했다고 한다. 여기서 멈추지 않고 아이의 상처입은 뇌와 마음을 치유하는 효과적인 방법을 찾기 위해 다양한 분야를 살폈다.
<아이의 뇌는 부모의 태도를 기억한다>에서는 뇌와 마음의 밀접한 관계를 알아보고 부모의 잘못된 태도로 인해 아이들의 뇌가 어떻게 손상되는지 이야기한다.
발달 과정을 보면 뇌가 외부의 영향에 특히 민감해지는 매우 중요한 시기가 있는데, 바로 태아기, 영유아기, 사춘기이다. 즉 뇌의 건전한 발달에는 인생의 초기단계에 부모나 양육자에게 받는 적절한 보살핌과 애정이 꼭 필요하다. 그러나 이 시기에 극도로 스트레스를 받으면 아이의 섬세한 뇌는 고통에 적응하기 위해 스스로 변형해버린다. 살아남기 위한 일종의 방어기제인 셈이다.
-<아이의 뇌는 부모의 태도를 기억한다> 중에서-
저자에 따르면 소아청소년기에 커다란 스트레스를 받으면 뇌의 기능에도 영향을 끼쳐 정상적인 발달을 해치고, 무려 전 생애에 걸쳐 후유증을 남긴다고 한다. 충동성이 강해지거나 난폭한 행동을 하고, 자극이 강한 쾌락을 찾거나 알코올 등 약물에 의존하기도 한다. 또한 사랑과 칭찬을 제대로 받지 못하고 자란 경우에는 자기 긍정감이 낮아지고 자율신경계 기능이 떨어져 우울감에 빠지거나 자해를 한다고 한다.
뉴스에서 접하는 아동학대 뿐 아니라 부모의 '부적절한 태도'도 아이의 뇌에 영향을 끼친다고 한다. 저자는 '학대'라는 단어의 이미지가 너무 강렬하기 때문에 어른이 약자인 아이에게 취하는 부적절한 태도를 여기서 '멀트리트먼트'라고 명명한다. 예를 들면 말로 하는 협박, 위협, 욕설, 방치나 아이 앞에서 반복적으로 일어나는 격렬한 부부싸움도 멀트리트먼트로 간주된다. 이 멀트리트먼트의 횟수가 늘어나거나 정도가 심해지면 아이들의 마음은 돌이킬 수 없는 상처를 입고 한창 성장중인 뇌가 변형되기도 한다.
아이의 발달장애라고 하면 '선천적 요인'을 떠올리기 쉽지만 '후천적인 요인'으로 일어나는 경우도 많다고 한다. 예를 들면 9개월 된 아이가 어떤 것에도 흥미를 보이지 않고 시선도 맞추지 못해 많은 의료진들이 '자폐증'이 의심된다고 하였으나 알고 보니 아이의 엄마는 우울증으로 병원에 다녔고 할머니가 주로 아이를 돌보고 있었다고 한다. 할머니는 딸과 손주에게 소리를 지르거나 위협을 가하고 욕설을 퍼붓는 등 일상적으로 심한 폭언을 일삼아왔고 모녀는 지속적인 언어폭력에 노출되어 있었던 것이다.
<아이의 뇌는 부모의 태도를 기억한다>에서는 신체적 학대 뿐 아니라 심리적 멀트리트먼트에 대해서도 다룬다. 심리적 멀트리트먼트는 부모가 무심코 하는 부정적 말들도 해당되는데 예를 들면 "너 같은 건 낳지 말아야 했어" "너만 없었으면 결혼도 안 했을 테고 이따위 고생도 안 했을 텐데" "할 줄 아는 게 뭐니? 차라리 나가 죽는 게 낫겠다" 등등 아이의 존재 자체를 부정하는 내용이다. 또한 형제와 지나치게 비교하는 것, 아이를 두고 한 말이 아니더라도 조부모가 부모의 험담을 심하게 하는 것 등도 포함된다. 심지어 이런 말습관이 굳어지면 말을 하는 당사자는 점점 무감각해지고 자신의 말이 학대에 해당된다는 사실도 느끼지 못한다.
<아이의 뇌는 부모의 태도를 기억한다>에서는 이런 멀트리트먼트에 해당되는 말과 행동을 하나씩 짚어보고 대신 바람직한 양육 방법을 알려준다. 가시 돋힌 말투가 아니더라도 충분히 훈육할 수 있으며 작은 인정과 칭찬은 아이의 잠재력을 키울 수 있다. 또한 부부싸움은 아이가 없는 곳에서 해야 한다. 이 밖에도 멀트리트먼트가 뇌에 주는 영향, 이미 상처 받은 아이의 뇌를 치유하고 회복하는 방법, 자존감 높은 아이로 키우는 양육법, 과거에 상처 입었던 부모가 악순환의 고리를 끊고 아이를 올바르게 키우는 방법 등에 대해 살펴본다.
부모가 되었다고 해서 처음부터 아이를 잘 키울 수는 없다. 다들 부모가 되는 것이 처음이고 낯선 일 투성이이기 때문이다. 또한 과거에 치유되지 않은 트라우마, 부모로부터 받은 멀트리트먼트가 무의식에 영향을 끼쳐 아이를 잘 키우는데 걸림돌이 되기도 한다. <아이의 뇌는 부모의 태도를 기억한다>는 미숙하지만 좋은 부모가 되고 싶은 이들에게 많은 도움을 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