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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롱 드 경성 2 - 격동의 한국 근대사를 뚫고 피어난 불멸의 예술혼 ㅣ 살롱 드 경성 2
김인혜 지음 / 해냄 / 2025년 5월
평점 :
-출판사에서 책을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김인혜 국립현대미술관 학예연구실장이자 미술사가인 김인혜 저자는 2012년부터 한국 근대 작가들에 대한 본격적인 연구를 위해 작가들의 아카이브를 수집하고 구축하였다. <조선일보>에서 <김인혜의 살롱 드 경성>연재를 시작했고 한국 근대 예술가들의 삶과 작품을 많은 이들에게 알리고 싶어 <살롱 드 경성>시리즈를 쓰게 되었다고 한다. 한국의 근대 시기는 역사적으로 암흑기이지만 외국의 문물이 본격적으로 들어오면서 과도기이자 예술이 크게 발달하게 된 시기이기도 하다. 한국의 미술사에서 이 시기를 빼 놓고 이야기할 수 없다. 그런 점에서 본격적으로 근대 시기의 예술사를 다룬 책이 나왔다는 것이 반갑다.
지금 이렇게 살아남아서 그림을 그릴 수 있는 것을 생각하면 죄도 없이 죽어간 사람들의 '한'이 우리들에게 남은 것처럼 느껴집니다.
-노년의 이응노 작가가 한 말-
저자는 노년의 이응노가 파리에서 일본인 작가에게 한 말을 서문에 썼다. 이 말이 한국 근대의 예술사를 잘 표현하기 때문이다. 이응노 작가는 동백림 사건으로 한국에서 2년 여간 감옥살이를 했고 백건우-윤정희 납치미수 사건 이후로는 고국과 단절된 삶을 살아야 했다고 한다. 그와 동시대를 살았던 이들 중 많은 사람들이 살아남지 못하기도 했다. 이응노의 삼촌은 1910년 일본에 나라가 넘어갔을 때 자결을 했고, 많은 이들이 독립운동을 하면서 목숨을 바쳤다. 죄도 없이 죽어간 사람들이 참으로도 많았던 시기였다. 작가는 격동의 시대를 살았던 선대 예술가들을 어떻게 바라보면 좋을지에 대해 고민했고 그와 관련된 내용을 <살롱 드 경성>시리즈에 담았다고 한다.
<살롱 드 경성2>에서 다루는 한국의 근대 예술가들은 오세창, 안중식, 고희동, 김동성, 노수현, 이상범, 변관식, 전호황, 박생광, 전혁림, 윤중식, 원계홍, 김종영, 천경자, 이응노, 서세옥 등이다. 다들 한국의 미술사에 큰 획을 그은 이들로 박물관이나 미술관의 근대 작품 전시에서 만나볼 수 있는 이들이다.
추사 김정희 <세한도>의 진정한 가치는 작품 다음에 펼쳐지는 장장 14미터 길이의 조선과 중국 문인 20명의 감상평에 있다고 한다. 조선시대 지성사의 장대한 기록이나 마찬가지인데, 이 감상평 말미에는 1949년에 쓴 위창 오세창의 글이 있다고 한다.
"훌륭하고 훌륭하도다. 비밀에 부치고 말하지 않아 사람들이 알지 못한 지 이미 5~6년이 지났다. 금년 9월에 군이 문득 소매에 넣고 와서 나에게 보이기에 서로 펴서 읽고 어루만지니, 비유컨데 황천에 있는 친구를 일으켜 악수하는 것과 같이 기쁨과 슬픔이 한량없다."
-오세창의 감상평-
<세한도>는 이상적의 소장품이었는데 일제강점기 일본인 개인 소장가에게 팔렸다가 서예가 손재형이 각고의 노력 끝에 다시 고국으로 들여올 수 있었다. 그리고 그가 오세창에게 감상평을 부탁했다고 한다. 오세창의 아버지 오경석은 8대에 걸쳐 역관을 했던 집안 출신으로 사비를 들여 수많은 신서와 세계지도를 들여와 조선에 유포했다고 한다. 중국이 서양 열강에 의해 잠식되는 모습을 생생하게 목도한 그는 조선에도 곧 비극이 닥칠 것을 예감하고 세계는 둥글고 지구 반대편에는 중국보다 더 강력한 나라들이 있다는 사실을 일깨워주고 싶었던 것이다.
오세창은 파란만장한 시기 부친과 스승을 모두 잃었고 유길준의 구데타 음모 사건에 연루되었을 때는 간신이 목숨만 건져 일본으로 망명하기도 했다. 그런 그는 일본 망명 시절 천도교 3대 교주인 손병희를 만나 각성하게 되었다. 오세창은 손병희의 뜻을 이어받아 일반 대중을 일깨우는 데 헌신하기로 마음먹는다. <만세보>의 초대 사장이 되었고 <대한민보>를 간행하여 기울어가는 나라의 마지막 보루를 지키려고 안간힘을 썼다. 드라마 <미스터 션샤인>에 일본인의 간섭을 피해 목숨 걸고 신문을 만드는 것과 같은 역할을 한 것이다.
<살롱드경성2>에는 이렇게 목숨을 걸고 한국을 지키기 위해 다방면의 문화예술 활동을 펼쳤던 이들, 세계로 한국의 문화를 알린 이들, 한국의 참옥한 실상을 그렸던 이들, 한국의 미술사에 큰 획을 그은 이들의 이야기가 다양하게 나온다. 한국 근대사 미술을 선명한 작품 사진과 함께 하나씩 알아보고 싶다면 반드시 읽어야 할 책이다.